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6
75화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하면 이 정도로 안 끝난다. 알아서 잘 처신해.”
강신이 공격을 멈추고 이야기하자, U.M.A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어~?”
강신이 U.M.A가 말을 짧게 하는 것을 지적하자, 코피를 흘리던 U.M.A가 몸을 크게 떨고는 말을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좋아.”
강신은 가지고 있던 여분의 특수 로프로 U.M.A를 포박했다.
탁탁~
강신이 일어나 가볍게 손을 털고는 상황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김대리는 회사에 U.M.A 두 개체를 포획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한밤중이었지만 상부는 굉장히 기꺼워하며, U.M.A를 이송할 인원들과 장비들을 보내주었다.
묶여있는 U.M.A를 지원 나온 사람들에게 인계했다.
완전히 작전이 끝난 강신은 밝은 표정이었다.
배경민 가족들의 열렬한 배웅을 받으며,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타고 왔던 차량에 몸을 실었다.
강신이 안으로 들어오자, 운전대를 잡고 있던 김대리가 궁금한 것들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강선임님, 이번 현장에서는 왜 그런 행동을 하신 겁니까?”
김대리는 오늘 일어난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현장에서 농담을 잘하지 않는 강신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던진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배민지의 과한 행동을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았고, 심지어 말리려는 부모들까지 제지했다.
그렇다면 배민지의 행동을 강신이 원했다는 소리였다.
“그래야만 했어요. 애초에 질문을 시작한 건 진짜를 판별하기 위함이 아니었거든요.”
“그럼….”
“U.M.A가 착각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어요.”
솔직히 가족들이 배경민에게 한 질문들은 큰 의미가 없었다.
강신은 틈새 동반자는 생존본능이 유별나게 강한 U.M.A라는 걸 떠올렸고, 생존과 연관된 질문을 하면 어떻게 대답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은 이유는 진짜 배경민이 혹시 U.M.A와 같은 대답을 할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굳어있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농담을 던졌고, 배민지에게는 평소처럼 배경민을 대하라고 언질을 준 것이다.
사실 강신이 배민지에게 오빠를 도발하라고 한 건 아니었다.
허나 그게 평소 둘의 관계인듯하여, 그냥 상황을 지켜봤을 뿐이었다.
심각했던 분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U.M.A가 등장한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바뀌었다.
그때, 강신이 부탁했던 질문을 배민지가 던졌다.
생존과 관련 있지만, 편한 분위기에서 진짜 배경민은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는 질문.
“그러니까 강선임님은 처음부터 진짜 배경민 씨가 할만한 대답을 유도한 것이라고요?”
“그렇죠.”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네요. 저는 그냥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강신의 아이디어도 놀라웠지만, 사실 김대리가 감탄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걸 떠올릴 수 있는 거지?’
배경민과 U.M.A의 대치 상태는 그곳에 있었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였다.
그럼에도 강신은 그 순간 모든 것을 계산하고, U.M.A를 판별해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뭘 이제와서 그러나. 그냥 그러려니 하게.”
“하하….”
김대리의 옆 조수석에 앉아 있던 척준신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의자에 몸을 맡겼다.
척준신이 얼마나 강신을 신뢰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김대리는 허탈하게 웃으며 차량을 몰고 회사까지 이동했다.
* * *
틈새 동거자를 포획하고 며칠 후.
갑작스럽게 이사진 회의에서 강신을 호출하는 일이 생겼다.
뜬금없는 호출이었지만 강신은 태연했다.
이번 회의는 비밀 연구소 내부가 아니라 지상에 세워진 회사 건물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평소 강신이 마주하는 중무장한 요원들이나 연구원이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고층에 있는 커다란 회의실 문 앞에는 수상한 사람이 난입하지 못하도록 두 명의 보안요원이 지키고 있었다.
‘임원들이 많을 텐데…. 뭔가 좀 허술해 보이네.’
매일 비밀 연구소의 보안을 보고 있어서일까, 강신에게는 경비가 조금 허술하게 보였다.
입구에서 간단한 인증 절차를 끝내고 나서야 회의실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강신은 회의실의 구조가 정부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장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좌석이 푹신해 보이는 의자로 되어있었고, 각 좌석에는 사람들의 발언이 잘 들리도록 마이크가 놓여 있었다.
회의는 강신이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진행 중이었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은 강신도 잘 알고 있는 임상무였다.
임상무는 빔 프로젝터로 화면을 띄우고, 임원들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강신이 회의실로 들어서자,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있던 권영식이 강신을 보고 손짓했다.
권영식의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강신은 그에게 다가갔다.
회의를 진행하는 임상무가 강신을 발견하고, 반갑다는 듯이 눈인사를 살짝 건넸다.
회의에 참여하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잠시 강신에게 쏠렸다.
“누구야?”
“그, 있지 않나. 강선임이라고.”
“아…. 쟤가 걔야?”
임원들은 강신을 보고 자기들끼리 작은 목소리로 수군댔다.
“훤칠하게 생겼구만.”
“박상진 전무 라인에서 노리고 있다는 소리도 있던데?”
“H라서 아무리 박전무라도 그건 불가능하지….”
강신은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으로 비어있는 자리를 조심스럽게 채웠다.
“상부 회의는 처음이지?”
“조금 낯설긴 해도 평소 뵙던 사람들이 몇 분 계시니까. 덜 부담스럽네요.”
회의에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것도 아니여서 강신은 이 자리가 그다지 불편하진 않았다.
“큭큭, 뭐 그렇긴 하겠구만. 근데 오늘 자네를 왜 불렀는지 궁금하지는 않던가?”
“글쎄요. 아마 이번에 포획한 U.M.A 때문이겠죠?”
“흠…. 역시 이미 알고 있었군.”
틈새 동거자 포획 작전을 세울 때부터 강신은 회사에서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틈새 동거자의 의태는 단순히 외관만 인간과 비슷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과 생리현상, 그리고 심리까지 인간과 비슷해진다.
살이 베이면 피를 흘리고, 강한 충격을 받으면 뼈가 부러졌다.
성신 그룹은 비밀 연구소를 세우고, 최대한 선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 작전으로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틈새 동거자를 포획하게 됐다.
사람처럼 보이는 두 U.M.A에게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할지, 정하기 위해 오늘 모인 것이다.
-그래서 이 개체들을 인간이 아닌 U.M.A로 보고, 다른 U.M.A와 같은 수준의 실험을 진행해야한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임상무의 발표가 끝났다.
-바로 질의응답 시간을 갖겠습니다. 질문하실 분 계십니까?
질의응답 시간을 갖자, 회의실에서는 너도나도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했다.
-그럼, 가장 가까이 계신 이상철 상무님 먼저 발언하시죠.
임상무가 한 사람을 지정해 주자, 그는 앞에 있는 마이크를 켜고 말했다.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면, 그냥 H로 구분하고 관리하면 안 됩니까? 생존 본능이 강하다고 하니, 살길을 만들어주면 순종적일 거 아닙니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사람과 비슷하니, H로 구별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강신은 임상무가 어떻게 대답할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임상무는 오히려 바통을 강신에게 넘겨버렸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강선임의 의견을 조금 들어보도록 하죠. 강선임?
“어, 어….”
“이걸 누르고 말하면 되네.”
갑작스러운 호명에 강신이 당황해하자, 권영식이 강신 앞에 놓인 마이크를 켜주었다.
-흠흠, SL부서 강신 선임연구원입니다…. 일단 저는 틈새 동거자를 H로 구분하는 일에 반대합니다.
-어째서죠?
-뭔가 착오를 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포획한 U.M.A가 인간으로 의태를 한다고 해서 인간이 된 건 아닙니다.
웅성대던 사람들이 다들 강신의 말에 집중했다.
-언제든 기회가 되면 이곳에서 도망가려고 할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건 모두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때 이상철 상무가 강신의 말에 반박했다.
-그럼 철저하게 관리하면 되지 않나요? 몸에 GPS를 부착시키고, 일정 반경 이상 벗어나지 못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틈새 동거자는 생존을 보장해 준다고 하면 언제든 배신할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스파이를 키울 생각이십니까?
-…그래도 인도적 차원에서 너무 심한 실험은 금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했던 U.M.A에게 인도적인 차원을 논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네요.
-그럼….
그 이후로도 다른 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임상무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강신에게 떠넘겨 버렸다.
강신은 틈새 동거자를 다른 U.M.A와 같은 수준으로 관리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몇 시간 후, 기나긴 질의 응답시간이 끝났다.
결국 틈새 동거자는 강신의 의견대로 U.M.A와 똑같은 취급을 하기로 했다.
대신 그들이 협조적일 때에는 그들의 요구를 어느정도 들어주기로 했다.
* * *
며칠 뒤, 권영식이 이수진과 함께 새로운 장비를 들고 강신의 개인 큐브로 찾아왔다.
권영식이 가지고 온 건 강신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마네킹 위에 입혀진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정장.
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몇 번이고 지켜주었고, 이제는 그에게 파트너와도 같은 특제 보호 장비였다.
권영식이 그런 보호 장비를 새로 들고 왔다는 건, 뭔가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는 뜻이었다.
권영식은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사실에 표정이 밝아 보였다.
물론 며칠 밤낮을 지새웠는지, 상당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일단 착용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줘보게.”
그가 강신에게 다용도 렌즈를 조작하기 위해 지급했던 시계를 요구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권영식에게 건네자, 그는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수진에게 시계를 넘겼다.
“바로 업데이트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팰로우님.”
이수진은 자신이 들고 온 태블릿 PC와 웨어러블 기기를 연결했다.
“팰로우님, 이번엔 어떤 기능을 추가하신 겁니까?”
시계를 넘겨준 강신은 그들이 가져온 보호장비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평소 입던 보호 장비와 다를 바 없었다.
권영식은 강신에게 미소를 지을 뿐 대답을 피했다.
“말로 먼저 말해주면 재미가 없지. 기다리게 이 선임의 작업이 끝나면 직접 보여주겠네.”
강신은 이수진의 업데이트 작업이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다.
“다 끝났습니다.”
“좋아, 수고했네. 자, 강선임 잘 보게나.”
권영식이 건네받은 시계를 조작하자, 마네킹이 입고있던 보호장비가 살아있는 살덩어리처럼 꾸물대며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