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7
76화
살덩이가 꾸물대는 듯한 모습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을 부르는 비주얼이었다.
당황한 강신과는 달리 권영식과 이수진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장비를 바라봤다.
강신은 자신과 다른 표정의 그들을 확인하고, 일단 장비가 변화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그리고 강신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변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던 보호장비가 정장이 아닌 다른 복장으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복?”
“후후,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지.”
권영식이 다시 한번 시계를 조작하자, 이번에는 화재 현장에서 입었던 소방관의 소방복으로 변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권영식이 시계를 조작할 때마다 보호 장비는 어김없이 새로운 복장으로 변화했다.
통신장비를 점검하러 다니는 통신사 직원의 복장, 공사현장의 작업복, 요리하는 셰프의 복장, 군인이 입는 디지털 군복까지…….
“이거…. 이번에 포획한 틈새 동거자를 연구해서 얻은 기술 맞나요?”
“그렇지. 자네가 이번에 포획한 U.M.A의 피부를 연구한 의태 데이터를 기존 장비에 적용한 것이네.”
“그럼 이제는 보호 장비 위에 다른 위장용 복장을 입을 필요가 없겠네요.”
“그건 또 그때마다 다르네. 이렇게 봐선 모르겠지만, 이 기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단점이요?”
보다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개발자의 마음이겠지만, 원한다고 완벽한 장비가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보호 장비를 다른 디자인으로 의태, 변화시키면 보호 장비가 가지고 있는 차단력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더군.”
“차단력이 낮아진다구요?”
“그나마 이 장비는 내가 직접 만든 장비라서 차단력이 낮아지는 정도야. 다른 이들이 만든 장비들은 변화하던 도중에 파괴되어버리더군….”
만약 그런 단점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회사의 모든 장비에 이 기술을 접목시켰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사용했던 위장용 복장과 스프레이는 더 이상 회사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그래도, 지금은 이게 최선일세. 설명했으니 알겠지만…. 이 기술의 용도를 착각하지는 말게나.”
“네, 알겠습니다.”
단점이 존재함에도 이 기술을 강신에게 제공한 이유가 있었다.
U.M.A 포획 작전 중 남의 눈을 속여야 하는 상황도 왕왕 일어났고, 그럴 때 사용하길 바란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차단력을 깎아 생존력을 낮추는 이런 기술을 권영식이 강신에게 제공했을 리가 없다.
“자네는 머리가 좋으니, 필요한 순간에 알아서 잘 쓰리라 믿겠네.”
“걱정 마세요. 전투 상황에서는 절대 쓰지 않을게요. 그보다 이렇게 여러 복장으로 변화가 가능하다니…. 보호 장비의 형태로 바꿔서 일상복처럼 입고 생활해도 되겠는데요.”
“그거 좋은 생각이군!“
강신이 농담으로 한 말을 듣고, 권영식은 굉장히 기뻐했다.
“현장으로 나갈 때 말고는 회사 밖으로 반출이 안 되는 물건이니, 한동안 회사 내부에서 데이터를 좀 쌓아봐야겠어.”
강신이 보호 장비를 입고 다니며, 새로운 기능을 쓰면 그만큼 많은 연구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권영식에게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어, 음….”
“좋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어서 입어보게.”
눈빛을 빛내는 권영식의 시선을 거절할 수 없었던 강신은 이수진이 뒤돌아서 있는 동안, 보호 장비로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강신의 근무복은 보호 장비가 되었다.
사실 보호 장비를 입는다고 움직임이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연구를 위해 매일 특이한 복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경찰복이나 환자복 같은 옷은 눈에 띄더라도 거부감은 덜했다.
가끔은 록밴드가 입을만한 타이트한 복장이나, 눈 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패션을 자랑하는 복장으로 다녀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래서 한동안 강신의 별명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었다는 건, 강신만 모르는 비밀이었다.
강신이 그렇게 이상한 복장으로 회사 내부를 돌아다니며, 권영식의 연구 데이터를 쌓아주는 동안 척준신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현 시간부로 성신 그룹 요원들은 각자의 생존을 목적으로 행동한다.”
그가 이끄는 현장 요원들은 절망이 섞인 표정으로 척준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현재 U.M.A를 상대하는 중이었고,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갇혀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표정이 좋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 * *
사건의 발단은 강신이 이사진 회의를 참석한 날로부터 시작되었다.
강신은 몰랐지만, 그가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결정된 사안이 하나 있었다.
바로 다른 회사에서 성신 그룹에게 협력을 요청한 일이었다.
많은 이권이 오가는 내용이었고, 거부할 이유가 없어 만장일치로 승인이 떨어졌다.
얼마 전, 작전에서 크게 부딪혔던 HG 그룹의 요청이었지만, 상부는 큰 고민도 하지 않았다.
기업들의 관계는 이윤이 있다면 언제든지 라이벌이 될 수도, 협력 관계도 될 수 있었으니.
이윤을 쫓는 기업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HG 그룹이 협력을 요청한 곳은 강원도 양구의 민간인 통제 구역에 인접한 산이었다.
성신 그룹에서도 감지기를 통해 U.M.A를 감지했지만, HG 그룹의 사유지라서 발을 붙이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HG 그룹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 성신 그룹의 협력을 요청한 것이었다.
HG 그룹에서는 이번 요청으로 많은 이권을 양보했다.
U.M.A의 소유권은 HG 그룹이 갖지만, 연구 진행 데이터는 양쪽 회사가 공유한다.
그리고 U,M.A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기술로 창출되는 이익은 HG 그룹이 6, 성신이 4로 분배하기로 했다.
그렇게 척준신이 이끄는 1팀이 강원도 양구로 파견되는 것으로 협상은 마무리됐다.
* * *
양구에서 척준신은 HG 그룹의 하성진과 김동혁을 만났다.
지난번 불타는 고라니를 포획했던 현장 이후 첫 만남이었다.
하성진의 시선에선 불쾌함이 느껴졌고, 김동혁은 호승심으로 가득했다.
마음을 많이 추스른 척준신은 그들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서로 불편한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개인감정을 일에서까지 티를 내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사전 준비를 위해 회의실로 모였다.
HG 그룹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PPT 자료를 띄워놓고, 성신 그룹 요원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목표가 있는 곳은 저희 회사의 사유지인 양구, 방산의 한 야산입니다. 다음.”
화면이 바뀌고 나무가 울창한 산속이 찍힌 사진이 나타났다.
“U.M.A는 화면에 보이는 이 지역에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처음 현장으로 향했을 때 이곳은 들어간 사람이 길을 헤매는 정도였습니다.”
이번에는 화면에 지도를 띄워놓고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이변이 터지고 나서는 사람들이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길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사람은 이 근처 마을의 심마니뿐이었습니다. 다음.”
PPT 화면이 바뀌면서 양구 지역 전체를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 나왔다.
그런데 위성 사진의 한 지점이 일그러져있었고, 오류가 난 것처럼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사진, 동영상뿐만 아니라 위성까지 모든 촬영이 불가능한 지역이라 많은 제한이 있습니다.”
“그것 말고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현장의 전체적인 개요만 설명하는 HG 그룹의 인원에게 척준신이 다른 정보가 없는 지 물었다.
그제서야 뒤늦게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를 추가적으로 설명했다.
“산속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실종되고, 모든 통신장비와 위치 추적 장치가 먹통이 된다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흠…….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지원은 어떻습니까?”
“그게 비행기로 빠르게 지나가면 영향이 없지만, 헬기로 해당 지역에 들어가게 되면 헬기의 조종이 힘들어집니다.”
이미 헬기로 작전 지역 진입을 시도하다가 큰 사고가 날뻔했다고 한다.
“공중에서 접근하는 것도 힘들다는 말이군요….”
더 이상 정보가 없다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U.M.A가 있는 사지로 들어가라는 말이었다.
U.M.A에 대한 작은 정보는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흠…. 조금 더 자세히 조사하고 현장으로 향했으면 하는데.”
척준신이 의견을 제시하자, 방금까지 설명을 하던 HG 그룹 요원의 표정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 그게 시간을 미룰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HG 그룹에서도 1개의 팀을 투입했지만, 연락이 두절되어서…….”
성신 그룹에 협력을 요청하기 전, U.M.A를 포획 작전을 펼치던 중 실종자가 나온 상태였다.
“그들이 들어간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오늘로 일주일째입니다. 더 시간을 끌면 안쪽에 있는 저희 요원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판단입니다.”
“먼저 진입한 요원들의 식량 쪽은 어떻습니까?”
“식량 일주일 치를 챙겨서 들어갔습니다만….”
따로 챙겨 들어간 비상식량을 제외하고도 산속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다.
HG 그룹의 말대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원들이라면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척준신은 판단했다.
어쨌든 HG 그룹의 의견대로 실종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선 필요한 물품만 챙겨서 최대한 빨리 수색에 나서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일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으로 들어가기 꺼려하는 척준신의 표정을 본 것일까, HG 그룹의 요원은 척준신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선 필요한 장비는 저희가 모두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체류 기간이 길어진다고 해도 식량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따로 공급할 방법이 있습니까?”
“공중 지원으로는 필요한 식량과 식수를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공중으로 생존에 필요한 물자들을 지원해줄 예정이라고 한다.
통신은 불가능하지만, 많은 양의 물자를 공중에서 뿌릴 예정이라 수색 과정에서 지원 물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HG 그룹 요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길을 헤매도 식량이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
“그렇다면 저희 비밀 연구소에서 필요한 장비를 요청하고, 준비가 끝나는 대로 현장으로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G 그룹 요원은 척준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격하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사실 척준신은 따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성신 그룹에서 제작한 지구의 자기력에만 영향을 받는 특수한 나침반.
조금 전, 연구소에 요청한다는 장비가 바로 이 나침반이었다.
이것만 있다면 작전지역 안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척준신은 먼저 투입되었던 HG 그룹 요원들을 구출하고, U.M.A를 포획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것은 척준신의 뼈아픈 실수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난 뒤, 척준신의 실종 사실이 강신의 귀에까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