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78
77화
처음 소식을 들고 온 것은 김 대리였다.
김 대리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척준신의 상황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러니까, 척 부장님이 현장에서 실종되었다는 건가요?”
“실종보다는 연락이 끊겼습니다.”
척준신과 연락이 끊겼다는 사실 때문에 심각해야 할 김 대리의 표정은 이상하게도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연락이 끊긴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그, 그게 푸흡…….”
결국 김 대리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심각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자기를 보고 웃는 김 대리에게 강신이 화를 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강신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쫙 달라붙어 히프가 도드라져 보이는 가죽 바지와 사이즈가 작아 보이는 가죽조끼.
심지어 작고 뾰족한 징들이 일렬로 박혀 있는 복장은 지나가는 사람이 보고 질색할 정도로 최악이었다.
만약 이런 복장으로 회사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면, 강신은 차라리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몰랐다.
자신의 복장 때문에 제대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자, 강신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를 조작해서 장비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이제, 말씀해 보세요. 오늘로 며칠째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오늘로 엿새째입니다.”
“6일이나 지났다고요? 그런데 왜 저는 이제 알게 된 거죠?”
책망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팀원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그게…….”
김 대리가 우물쭈물하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개인 큐브의 문이 열리며 임 상무가 들어왔다.
“상부 지침입니다. 뒤 내용은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대리는…. 조금 말을 아낄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요.”
임 상무의 표정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괜찮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척준신이 걱정됐지만, 임 상무가 강신에게 말을 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정을 모르는 김 대리가 홀랑 강신에게 이야기를 했으니, 불쾌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김 대리가 사과했지만, 임 상무의 얼굴은 전혀 펴지지 않았다.
“됐습니다. 조금 전에 상부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이일을 문제 삼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단단히 주의를 주는 임 상무의 표정은 뱀과 닮아 있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강신조차, 그런 임 상무의 기백에 눌릴 정도였다.
“네….”
그들이 같은 팀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상하 관계가 있다.
그런데 그런 관계를 무시하고 회사에서 금지된 이야기를 강신에게 했으니, 임 상무가 저리 화를 내는 것도 강신은 이해했다.
“후우…. 상부에서 허가하긴 했지만, 여전히 강 선임이 이번 일에 끼어드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죠?”
“이번 일에는 다른 기업이 끼어 있으니까요.”
강신은 그제야 척준신이 엿새 동안 통신 두절이 되었는데도, 어째서 그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는지 이해했다.
강신의 성격상, 척준신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그를 돕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다.
아마 강신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난번에 우연히 HG 그룹 요원들과 마주치는 일이 있었으나, 엄연히 강신의 존재는 회사의 기밀이었다.
다른 기업이 협력을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강신을 다른 기업에 노출하는 건 성신의 숨겨진 패를 꺼내는 일이었다.
당연히 이해타산이 빠른 상부에서 그것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척준신에게 맡겨진 일들이 강신의 귀로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하나 임 상무도 강신만큼이나 척준신과 유대감이 깊은 사람 중 하나였다.
상부를 설득하기 위해 강신을 들먹였다.
혹여나, 골든 타임을 놓쳐 척준신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면, 강신이 회사에 반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실망한 강신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고 엿새에 걸쳐 상부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렇게 힘들게 상부를 설득시키고 왔는데 절차를 무시한 채,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해 버린 김 대리가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김 대리님도 나쁜 마음으로 이야기하신 건 아닐 겁니다.”
“압니다.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죠.”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김 대리가 주눅이 든 상태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제야 임 상무도 살짝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중요한 이야기는 따로 있으니까요.”
임 상무의 화가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척준신의 안위가 걱정됐다.
“저희가 HG 그룹의 협력 요청을 받은 것은….”
그렇게 임 상무는 척준신이 현장으로 향하기 전까지의 모든 일을 강신에게 설명했다.
가만히 정황 설명을 듣던 강신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고, 혼자서 중얼거리며 그 문제를 추론했다.
“으음…. 어째서 항공으로 식량 지원이 가능한 상태인데, 그렇게 급하게 움직이신 거지….”
“HG 그룹에서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투입하길 바랐다고 합니다.”
“HG 그룹이요?”
다시 생각해 보니, HG 그룹의 행동은 수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고작 한 개 팀이 실종되었다고 협력을 요청한 것부터 그렇다.
보통 협력을 요청하면 보상을 나누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U.M.A.를 포획해서 얻는 막대한 이익을 나누고 싶어 하는 기업은 없다.
그런데 HG 그룹은 성신 그룹이 혹할 만큼의 비율을 제시했다.
한 개 팀이 전멸한 것도 아니고 실종이다.
추가 인력을 편성하는 게 더 큰 이득임에도 성신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건 이윤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급하다는 뜻이었다.
“뭘까, 함정을 판 건 아닐 텐데….”
기업 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다른 효율적인 방법이 많이 있었다.
“이윤을 포기하고 다른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까지 빨리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U.M.A.의 정체도 알지 못했으니, 그들이 서두른 이유와 U.M.A.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을 듯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던 강신은 결국 한 가지의 답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전에 투입된 HG 그룹 인원 중에 중요한 인물이 끼어 있는 건가.”
“어?”
“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강신의 결론을 들은 김 대리가 깜짝 놀랐고, 임 상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종된 HG 그룹 요원들이 투입된 날짜부터 행적이 묘해진 사람들을 조사해 봐야겠군요. HG 그룹 총수 일가 쪽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김 대리도 따라오시죠.”
“네!”
그렇게 급하게 자리를 떠난 임 상무와 김 대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답을 들고, 다시 강신을 찾아왔다.
“현재 HG 그룹 구 회장의 차녀인 구은혜가 며칠 전부터 행적이 묘하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회장의 딸이요?”
중요 인물이라고 했지만, 해 봐야 총수 일가의 방계일 것이라고 여겼던 강신의 예상과는 달리 회장의 직계가 이 일에 관련되어 있었다.
“네, 그것도 구 회장이 아낀다고 소문난 딸이죠.”
“HG 그룹이 이렇게 조급하게 구는 이유를 알겠군요. 이건 잘 써먹을 수 있겠네요.”
사람의 목숨으로 거래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번 일에 강신이 끼어드는 것을 꺼리는 상부를 설득할 때 이보다 좋은 패는 없었다.
구은혜라는 인물의 구조를 목적으로 성신 그룹의 인원들을 다시 파견하면 HG 그룹에서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부도 강신의 파견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이미 HG 그룹 인원들과 대치했던 적이 있어서 HG 그룹에 강신에 대한 정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이한 힘을 쓰는 인간으로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직 강신이 U.M.A.의 정보를 가진 ‘정보꾼’이라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이번 현장에서도 HG 그룹 인원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능력을 들키지 않고 현장을 수습하는 일이 가능했다.
“항공 지원으로 식량을 보급한다고 하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 정보부터 모아 보죠.”
베테랑 중에 베테랑인 척준신이 돌아오지 못한 지역이었다.
강신은 제대로 준비하고 이번 작전에 임할 생각이었다.
“임 상무님은 방금 말한 내용을 토대로 HG 그룹과 다시 거래를 해 주세요. 김 대리님은 3팀 인원들과 움직일 수 있도록 요청을 해 주시고요.”
“어렵지 않군요. 강 선임에게 시선이 가지 않도록 아주 탈탈 털어 보겠습니다.”
“저는 바로 이순자 부장님에게 가 볼게요.”
* * *
현장으로 향할 준비를 하기 위해 3일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강신은 비밀 연구소 수원 지부 3팀 요원들과 함께 HG 그룹의 회의실로 향했다.
강신과 성신 요원들이 방문하자, HG 그룹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그들에게 넘겨주었다.
요원들이 실종된 강원도 양구의 한 산속.
이곳은 처음부터 HG 그룹의 것은 아니었다.
엄연히 땅의 주인이 따로 있었는데, 우연히 U.M.A.의 존재를 발견하면서 HG 그룹이 다른 기업들 모르게 땅을 사 버렸다.
성신 그룹이 뒤늦게 이곳에서 나오는 파동을 감지했지만, 사유지가 되어 버린 땅에 불법으로 침범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것이 경쟁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HG 그룹은 이 U.M.A.가 사유지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U.M.A.를 포획하기 위해 움직였다.
지형을 조사했고 이곳에서 나는 동식물을 확인했으며, 이 근처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들까지 수집했다.
하지만, HG 그룹은 이곳에 사는 U.M.A.를 찾을 수 없었다.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U.M.A.가 어떤 힘을 다루는지는 알아냈다.
GPS 지도를 보고 지형을 탐색하던 요원들이 종종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맸다.
HG는 U.M.A.가 길을 잃게 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U.M.A.의 힘이 이렇게까지 강력하진 않았다.
가끔 요원들이 길을 잃어도 몇 시간이면 다시 길을 찾았고, 지금처럼 장기간 산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즉, 이번에 일어난 일들은 이변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은 일정 범위의 지역에서 사람들이 길을 잃었고, 통신기기뿐만 아니라 GPS나 드론과 같은 전자장치도 먹통이 됐다.
“여기까지가 저희가 아는 모든 것입니다. 참고로 이 내용은 성신 그룹의 척준신 부장님에게도 알려 드린 정보입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셔도 좋습니다.”
HG 그룹은 다시 한번 숨기고 있는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저희끼리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HG 그룹 분들은 자리를 조금 비켜 주실 수 있을까요?”
이순자가 요청하자, HG 그룹 요원들은 마지못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들이 모두 나가고 회의실에는 강신과 김 대리, 이순자 그리고 3팀 요원들만이 남았다.
“어떻게 생각해요. 강 선임?”
“글쎄요, HG 그룹은 저희와 시스템이 달라서 판단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그래도 짐작 가는 U.M.A.는 없습니까?”
“너무 많아서 탈이죠. HG 그룹은 단지 길을 헤매는 종류의 U.M.A.라고만 알려 줬잖아요?”
“그렇죠.”
“제가 알고 있는 U.M.A. 중에서 길을 헤매게 하는 U.M.A.는 상당히 많아요. 제가 궁금한 것은 어떤 방법으로 길을 잃게 하는가인데, HG 그룹은 그것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을 못 하더라고요….”
사람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과 지형을 변화시켜 길을 헤매게 하는 것.
결과는 똑같을지 몰라도 대응 방법은 크게 달랐다.
“이변이 생기고 난 후, 그 지역을 탈출했던 사람이 하나 있더군요.”
HG 그룹에서 빠르게 설명하고 넘어갔던 부분이었다.
이변이 생기고 요원들이 실종되기 전, HG 그룹 사유지에 몰래 침입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도 그 안에서 길을 잃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을 자력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무슨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평범하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 그 심마니분이요?”
강신만큼 자료를 자세히 보고 있던 김 대리가 말했다.
HG 그룹이 현장을 사유지화하기 전부터 이 주변에서 약초를 캐던 심마니로 50대 후반의 남자였다.
HG 그룹이 이미 만나서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그는 정말로 아는 것이 없었다.
“현장에 들어가기 전에 그분을 한번 만나 봐야겠어요.”
하지만 강신은 왠지 모르게 이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