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0
79화
강신이 머릿속에서 맞춘 퍼즐 판은 U.M.A의 윤곽만 보일 뿐, 아직 퍼즐 조각이 부족했다.
그래도 강신은 자신이 만든 퍼즐 판의 윤곽을 토대로 추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U.M.A는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길을 헤매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 U.M.A는 길을 헤매게 할 뿐, 특정한 목적지로 향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게 가능했다면 위험이 되는 사람들을 가두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내보냈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이 개체는 인간을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계심이 높은 개체라면 체구가 작아서 천적이 많은 동물일 가능성도 있겠네.’
흐릿한 윤곽을 가지고 추리를 했을 뿐임에도,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나왔다.
작은 체구, 공격성 제로, 가장 주의해야 할 건 경계심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정보를 모았지만, 강신은 아직 U.M.A를 특정시키지 못했다.
“이 이상 U.M.A에 대해 파악하려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야겠네요.”
“조금 더 이곳에서 정보를 모으고 가도 되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얻었어요. 이제는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확고한 강신의 대답에도 이순자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상부로부터 강신의 안전을 우선순위로 생각하라는 언질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강신의 의견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상부는 강신을 걱정하며, 필요하다면 한 개 팀을 추가적으로 파견해 줄 의향을 내비쳤다.
하지만 강신은 단호하게 그 의견을 거절했다.
아니, 오히려 함께하기로 했던 3팀 인원들 또한, 2명을 제외하고는 작전 지역 외부에 대기시켰다.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운 강신이 돌아와서 김대리와 다시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선임님….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작전을 실행해도 괜찮을까요?”
“이번 작전은 아마 다수보다 소수가 유리하고, 위협적인 무기가 없을수록 움직이기 편할 겁니다.”
강신은 이미 일행들 모르게, 작전 지역에 들어가 자신의 가설을 실험을 하고 나온 상태였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작전의 구상이 끝났다.
강신은 현장에서 함께 할 인원들에게 작전 내용을 전달했다.
“저희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게 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유를 묻고 있었지만, 김대리는 표정으로 강신의 의견에 반대했다.
“강선임님, 회사의 기본 포지션인 3인 1개조는 만들지 못해도, 2인 1개 조로는 움직여야죠.”
“포지션 자체가 팀장 역량이잖아요? 그리고 혼자서 움직여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가 있다고요?”
“네, 이번 U.M.A는 개별적으로 움직여도 전혀 위험하지 않는 개체라고 판단됩니다. 아니,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과 조우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현재 강신 일행의 최우선 목표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신은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U.M.A를 포획할 방법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필요했으니, 현재 작전지역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인원들을 모두 탈출시켜야했다.
“그러니까, 쉽게 정리하자면 U.M.A의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한 명씩 흩어져서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찾겠다는 것이죠?”
“네. 그리고 구역을 나눠서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구역은 어떻게 나누실 겁니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김대리님이…….”
강신이 작전 지역의 지도를 보고 정확히 4등분하여 각 인원에게 수색 구역을 분배했다.
“여기까지는 제가 수색하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물건들이 있습니다.”
강신에게 필요한 장비들이 있었고, 요청한 물건을 수령하자마자 바로 작전 지역으로 향했다.
작전 지역으로 투입하는 것 역시 U.M.A의 경계를 사지 않기 위해 네 곳으로 나누어 들어가기로 했다.
투입 전, 강신은 일행들에게 사전에 일러두었던 내용들을 상기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이번 작전은 제가 이야기 한 것들만 지킨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곳에 있는 요원들은 통신 패치를 통해 대답했다.
“그럼, 준비가 끝나면 이제 구출 작전 시작하죠.”
강신이 작전 시작을 알렸고, 작전 지역에서는 먹통이 되는 통신 패치를 품속에 넣었다.
커다란 짐을 멘 강신은 천천히 작전 지역으로 들어갔다.
강신의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 * *
척준신은 정신적으로 꽤나 지쳐있었다.
U.M.A를 잡기 위해서 작전 지역으로 들어온 지, 이제 일주일째.
그런데 U.M.A는 커녕 먼저 들어갔던 HG 그룹의 요원들도 찾지 못했고, 함께 들어온 팀원들까지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다.
자신이 조금만 빨리 대처했다면 이렇게 흩어질 필요도 없었겠지만,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장 먼저 사라진 건 강민수 사원이 포함된 척후조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작전 지역 선두에서 위험을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중이었는데, 본대의 시야에서 사라진 이후 돌아오지 못했다.
다른 팀원은 볼일을 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그대로 사라졌고, 불침번을 서다가 사라진 요원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인원들이 사라지고, 작전 지역으로 들어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척준신 곁에 남은 인원은 자신을 포함한 4명뿐이었다.
척준신이 믿었던 특수 나침반 역시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분명 나침반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아무리 이동해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동안 척준신은 작전 지역을 이탈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방법을 시도해 봤다.
나무 위로 올라가 길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길을 헤매지 않기 위해서 나무에 표식을 새기기도 했다.
심지어 나무를 베어가며 나아가기까지 해봤다.
하지만 결국 같은 곳을 빙빙 돌 뿐이었다.
혹시 다른 인원들과 합류할 수 있도록 비상용 신호탄을 쏴보기도 했지만,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위험도가 높아도 실체를 보고, 싸울 수 있는 U.M.A였다면 척준신도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젠 정말 어쩔 수 없겠군.”
척준신은 마지막 수단으로 불을 지르는 것을 고민했다.
일정 범위에 불을 내면 작전 지역 안과 밖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하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이 입고 있는 장비를 믿었다.
“팀장님, 진짜로 하실 겁니까?”
남은 팀원 중 한 명이 화기의 탄에서 화약을 빼내고 있던 척준신에게 물었다.
“이거보다 좋은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보게.”
“……누군가 저희를 구하기 위해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네들은 가만히 누군가가 도와줄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
팀원은 척준신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장 요원들에게는 강한 자부심과 자존심이 있었다.
“에이.. 까짓것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잠깐 모아놓은 장작에 불을 지르고, 불이 커지기 전에 끄면 위험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걱정스러워하던 팀원도 결국 척준신의 행동에 동참했다.
팀원은 품속에서 불꽃을 만들 수 있는 파이어 스틸을 척준신에게 건네주었다.
척준신은 나이프로 파이어 스틸로 불똥을 만들어 화약을 모아둔 곳으로 튀겼다.
틱! 틱! 화륵~
화약에 불똥이 튀어 불이 붙자, 재빨리 모아두었던 부싯깃을 이용해 불을 키웠다.
“좋아.”
미리 준비해둔 잔가지들을 넣어 화력을 키우려고 하는데, 갑자기 근처의 수풀이 살짝 흔들렸다.
정신적으로 지쳐있었지만 척준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좌측 경계!”
팀원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화기를 들어 올려 흔들리는 수풀을 조준했다.
그들이 지쳐있었다는 게 거짓말처럼 보였다.
잔가지를 넣지 못해 부싯깃에 붙은 불은 금세 꺼지겠지만, 불은 언제라도 다시 붙일 수 있었다.
파스스.
다시 한번 수풀이 흔들리며 기괴한 ‘뭔가’가 튀어나왔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주변과 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생명체였는데, 움직일 때마다 주변 환경을 왜곡시켜 혐오스럽게 보였다.
“윽, 저게 뭐야?”
팀원 중 한 명이 인상을 쓰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때 수풀에서 나온 수상한 생명체가 사람 말을 내뱉었다.
“척부장님, 자기 소유라고 해도 산에서 불장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있는 거 모르세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
하지만 그럼에도 척준신과 팀원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 이것 때문에 못 알아보시는구나.”
기괴한 생명체가 꼼질대며 움직이자, 척준신과 팀원들은 더욱더 경계했다.
꾸물, 꾸물….
“팀장님!”
“대기!”
생명체의 주변이 일렁이자, 팀원 중 한 명이 사격 허가를 얻기 위해 척준신을 불렀다.
하지만 척준신은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며, 팀원들을 대기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렁이는 게 멈춘 곳에 정장을 입은 강신이 나타났다.
“강선임?!”
“강선임님?!”
그의 모습을 본 척준신과 팀원들은 깜짝 놀랐고, 들고 있던 화기들을 내려놓았다.
“다들 다치신 곳은 없으시죠?”
“우리는 다 멀쩡하네, 그런데 자네가 어떻게….”
“이것 덕분이죠. 뭐.”
강신은 자신이 입은 보호 장비를 툭툭 털며 이야기했다.
“방금 그건 뭔가? 괴상해 보이던데.”
“이번에 팰로우님이 의태 능력을 업그레이드해주신 장비에요. 제한적인 성능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이것보다 좋은 장비는 없을 겁니다.”
“의태라면 그…. 틈새 동거자 말인가?”
“네, 그 U.M.A를 연구해서 개발해낸 기술이에요.”
“그런데 방금 그건 의태라 보기는 어렵던데…….”
처음 수풀에서 나온 강신을 봤을 때, 그 기괴한 모습은 영락없이 U.M.A 같았다.
“제가 의태 능력을 응용한 거예요. 솔직히 잘 될까, 고민했었는데. 원하는 대로 작동해서 다행이에요.”
현재, 강신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U.M.A의 눈을 속이기 위해 장비 위에 길리 슈트를 입었다.
처음에 강신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의태 능력을 사용해서 보호장비를 길리 슈트로 변화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주변 지형지물에 동화되도록 하면 완전한 위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의태 기능은 카멜레온이 된 것처럼 주변 지형지물에 맞추어 변화했다.
단점은 빨리 움직일 경우, 보호 장비가 주변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 기괴하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U.M.A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강신은 작전 지역에서도 길을 헤매지 않았다.
그리고 척준신이 붙인 불빛을 보고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척준신과 팀원들을 잠시 대기 시켜 놓고, 강신은 다시 시계를 조작해 카모플라쥬 기능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메고 왔던 짐들을 숨겨둔 지점으로 돌아가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왔다.
“우선 이걸 입으세요.”
강신이 가지고 온 건 4개의 길리 슈트였다.
강신은 척준신과 팀원들에게 길리 슈트를 건네고, 강신이 왔던 방향으로 한 명씩 일정 시간의 텀을 두고 이동시켰다.
U.M.A의 경계심을 지워 길을 헤매지 않게 만들었기 위함이었다.
그의 말을 따라 홀로 움직인 요원들은 U.M.A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작전 지역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3팀 인원들이 임시로 만든 캠프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작전 지역에서 흩어졌던 팀원들이 있었다.
강신과 함께 들어갔던 요원들이 구해준 인원들이었다.
“척부장님!”
“무사했군!”
“네! 이상 없습니다.”
“다행이구만.”
안전이 확보되고 함께했던 팀원들 또한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척준신은 팽팽히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드디어 놓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