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1
80화
강신은 척준신 일행뿐만 아니라 자신이 맡은 구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HG 그룹 인원들과 마주칠 때에는 보호 장비를 길리 슈트로 바꾸는 걸 잊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맡은 구역의 사람들을 모두 구조했다고 생각한 강신은 작전 지역밖으로 나왔다.
임시로 지어진 캠프에는 자신이 구한 성신 그룹 요원들뿐만 아니라 실종됐던 대부분의 HG 그룹 요원들도 모여있었다.
지휘부 텐트에 들어서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됐던 김대리와 이순자, 그리고 3팀의 요원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특이사항은 없었나요?”
그들은 강신을 반겨주었지만, 표정이 어두웠다.
“무슨 일이 있었군요?”
“네, 조금 곤란한 상황이 생겼어요.”
이순자가 다른 이들을 대신해 강신에게 현재 발생한 문제들을 설명했다.
“다른 이들을 구조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의 핵심 목표인 구은혜 씨를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구역에서 구은혜씨를 발견하지 못한 겁니까?”
“아니요. 찾긴 찾았는데 이상하게도 강선임이 알려준 방법이 구은혜 씨에게는 통하지 않았어요.”
뜻밖의 소식을 듣고 강신은 깜짝 놀랐다.
“급한 대로 식량과 캠핑 도구들을 건네주고, 강선임이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죠.”
강신은 이순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어째서 구은혜가 작전 지역을 나오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길리 슈트라는 위장복을 입혀 U.M.A가 사람임을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어 탈출시키는 것이 강신이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만약 이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면 다른 요원들 또한 구은혜처럼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어야한다.
그런데 구은혜를 제외한 모두가 U.M.A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즉, 강신의 방법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구은혜 씨는 현재 어디쯤에 있습니까?”
이순자가 지도를 꺼내, 구은혜가 발견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집어주었다.
“작전 지역의 중심부 근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이야기해둔 상태라 아직 그대로 있을 겁니다.”
“그럼, 아무래도 제가 직접 가봐야겠네요.”
강신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구은혜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 * *
한편, 작전 지역 중심부에 홀로 남은 구은혜는 잔뜩 짜증이 나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재벌가의 딸로 평소 부족함이라고는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이곳은 제대로 된 화장실조차 구비되어 있지않는 숲속이었고,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한지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갔다.
이런 상황이니, 어쩌면 그녀의 짜증은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150 중반의 작은 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긴머리, 그리고 커다란 눈을 가진 그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하지만 짜증이 잔뜩 난 표정이 그녀를 표독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아, 짜증 나! 아빠는 도대체 뭐 하시는 거야! 딸이 이런 곳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HG 그룹의 구 회장이 그녀의 말을 들었다면, 억울해서 잠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 많은 이권을 포기하고, 성신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녀가 현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강력하게 반대를 했었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떼를 써서 이곳으로 온 건 그녀 본인이었다.
“이 씨….”
함께 있었던 이들은 이미 이 끔찍한 숲속에서 벗어났는데, 자신만 이곳에 남아 있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반대쪽 수풀이 흔들렸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있었던 HG 요원들을 구출해주었던 사람들과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구은혜 씨 맞습니까?”
“네! 네! 제가 구은혜예요!”
혼자서 외로웠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이기 때문일까?
구은혜는 위장복 차림의 강신을 격하게 반겨주었다.
“구조하기 위해 왔습니다.”
강신은 자신이 온 목적을 밝히며, 바로 그녀를 탈출시키기 위해 세워두었던 계획을 실행했다.
가장 먼저 강신이 선택한 방법은 다른 이들에게 했던 것처럼 길리 슈트를 입혀 이곳에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순자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신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다.
“조금 더 경계심을 줄일 물건이 필요한 건가…….”
이번에는 챙겨 온 위장크림을 얼굴에 꼼꼼하게 바르도록 했다.
구은혜는 피부가 안 좋아진다며 질색했지만,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에 꾹 참았다.
그리고 다시,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지만…….
결과는 전과 동일했다.
“이게 뭐예요! 아무런 효과도 없었잖아요.”
강신의 말대로 위장크림을 얼굴에 꼼꼼히 발랐는데도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자, 그녀는 처음과는 달리 강신에게 짜증을 부려댔다.
강신은 그녀가 투덜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왜지? 어째서 구은혜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U.M.A는 구은혜가 이곳에서 벗어나는 걸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집착을 한다고? 어째서?’
구은혜와 다른 요원들을 비교했을 때, 그녀가 특별히 U.M.A의 관심을 끌만 한 것 같진 않았다.
구은혜는 생각에 잠긴 강신이 자신을 상대해 주지 않자, 입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하라는 대로 했는데, 이게 뭐야 정말.”
강신은 생각에 잠겨있었고,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정리한 강신은 구은혜에게 다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구은혜 씨, 뭔가 숨기고 있으시죠?”
강신도 확신이 있진 않았다.
다만 지금 이 구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U.M.A가 그녀에게 집착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은혜는 강신의 질문에 몸을 움찔 떨더니, 딴청을 피우듯 대답했다.
“그, 그런 거 없는데요?”
누가 봐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행동이었다.
한숨을 깊게 내쉰 강신은 철부지 같은 그녀에게 단호히 말했다.
“후우,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시지 않으면 도와드리고 싶어도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으음…….”
강신이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건 그녀가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결국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 자신이 옆으로 메고 있던 크로스백을 열었다.
그리고 가방 내부를 강신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겨울의 첫눈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새하얀 털 뭉치가 있었다.
가방이 열리면서 외부의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느꼈는지, 작은 털 뭉치는 꼼실대며 움직였다.
누가 봐도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털 뭉치였지만, 강신의 표정은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이거……. U.M.A의 새끼군요.”
“U.M.A?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이곳에 있는 이형의 새끼에요.”
강신이 털 뭉치에게 손을 내뻗자, 구은혜가 몸을 틀어 강신의 손길을 피했다.
“이 아이는 제 거예요!”
귀여운 거라면 환장하는 구은혜의 눈은 탐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머릿속에서 부족했던 퍼즐 조각들이 채워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곳에 있는 U.M.A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강신이 많은 정보를 얻었는데도, 실물을 보고 나서야 U.M.A를 특정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강신이 알기로 이 개체는 원래 넓은 범위에 자신의 능력을 쓰지 않았다.
때문에 처음 정보를 받았을 때,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던 것이다.
개체명,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
토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이 U.M.A는 굉장히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장수 종 중 하나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지혜를 가지고 있는 U.M.A였다.
옛날에는 지역 사람들에게 산신으로 추앙까지 받았던 동물 중 하나였으며, 인간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U.M.A였다.
위험도는 없다시피 할 정도로 공격성 또한 낮았다.
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천적이 길을 헤매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일어난 사태는 어떻게 된 것일까?
보통은 사람 몇 명이 길을 잃도록 만드는 U.M.A지만, 무리하면 넓은 범위에 자신의 능력을 쓸 수 있었다.
단,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었다.
첫째는 굉장히 오래 산 개체일 것, 이 U.M.A에게 살아온 시간은 바로 지혜와 힘의 크기였다.
두 번째는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무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조건은 시간만 있다면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조건이었지만, 두 번째는 조금 달랐다.
U.M.A가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새끼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었다.
“쯧.”
철부지 같은 구은혜의 행동에 강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다.
강신은 이 일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런 강신의 예상은 정확했다.
* * *
HG 그룹이 이곳으로 오기 전, U.M.A는 새끼들을 출산한 상태였다.
새끼들이 막 태어난 상황에서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의 경계심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거리에 있던 심마니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써서 길을 헤매게 만들었다.
심마니는 겁에 질려 제단을 만들어 자신이 캔 약초를 올렸다.
오래 살아 지혜가 있는 U.M.A는 그것이 자신에게 바치는 공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토끼는 자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심마니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 후 심마니가 바친 몸에 좋은 약초들을 섭취하고 자신이 살고있는 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꽤나 많은 수의 인간들이 자신의 영역으로 올라왔다.
숫자가 많아 모두에게 자신의 능력을 쓰긴 힘들었다.
그리고 전에 심마니가 놓고 간 약초를 맛있게 먹어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것이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의 뼈아픈 실수였다.
설마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U.M.A는 아이를 돌보느라 피곤해졌던 탓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인간들이 자신의 굴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깜짝 놀란 토끼는 인간들에게서 대피하기 위해, 급히 자신의 아이들을 하나씩 안전한 곳으로 숨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새끼들의 숫자는 많았고, 시간 내에 모두를 옮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발육이 늦어 항상 자신을 걱정시켰던 아이가 한 인간의 손에 잡혀버렸다.
U.M.A는 자신이 인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것을 알면서도 이대로 자신의 아이를 보낼 수 없었다.
길을 헤매게하는 토끼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인간을 잡아두기 위해, 목숨을 걸고 무리하게 능력을 사용했다.
오로지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