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5
84화
최태원은 베이스 캠프 중앙에서 강신이 자신의 부하들을 처리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보았다.
“허, 대단하구나…. 그 정도로 신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어째서 그 힘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야.”
그의 입에서는 바닥을 뒹굴고 있는 광신도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강신에 대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자네 혹시 지금이라도 신을 위해서 봉사할 생각은 없나? 우리의 신께서는 자네를 아주 귀히 사용해 주실 것이네.”
“당신이 부하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군요.”
“저들이야,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축복을 받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이들이지. 자네와 취급이 다를 수밖에.”
21세기에 선민사상이라니, 정말로 파면 팔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이었다.
“저는 지금 제가 속한 단체가 더 좋군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제압해서 데리고 가는 수밖에…. 그곳에서 내가 직접 ‘교육’을 시켜야겠어.”
최태원은 교육이라고 말했지만, 그 의도가 좋지 않다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니,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협상이 결렬되자, 최태원은 자신이 사용하는 유술의 정수가 담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강신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그에게 접근하기 위해 땅을 박찼다.
이미 한번 당한 적이 있어서일까.
강신은 방심하지 않고 빠른 속도보다 신중하게 움직이는 걸 택했다.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최태원의 머리를 노려 가볍게 왼쪽, 오른쪽 원투 잽을 날렸다.
탐색의 의미로 날리는 잽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강신이 휘두르는 주먹에서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려왔다.
파팡!
하지만 그 정도 공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최태원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는 것만으로 쉽게 피해냈다.
이번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신을 슬쩍 몸을 틀어 피해냈다.
그리고 오른발의 발등으로 강신의 발을 툭하고 걸었다.
그러자,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강신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
그 순간 최태원은 강신의 옷깃을 순식간에 잡아채 그대로 강신을 지면으로 내다 꽂아버렸다.
쾅!
최태원이 한 일이라고는 강신의 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지면으로 바꿨을 뿐이었다.
평평했던 지면이 깨지고, 흙과 돌이 튀어 올랐다.
일반인이라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충격이다.
때문에 최태원은 강신 또한 그대로 기절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잡고 있던 옷깃을 놓고는 흙이 튀어 더러워진 손을 털었다.
“끌끌, 이제 형식이가 ‘그것’만 잡아오면 되겠군. 저 녀석은 내가 제대로 교육해야겠어.”
강신을 교육할 생각에 최태원이 쓰고 있는 헬멧 너머로 만족스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으윽…. 본인의 의사가 없이 데리고 가는 것은 납치입니다.”
쓰러졌던 강신이 힘들게 몸을 일으키며 최태원에게 말하자, 웃던 그의 표정이 살짝 금이 갔다.
“……맷집도 상당한가 보구나. 아니, 단단한 건 입고 있는 옷인가?”
파지직.
소모용 머리 보호 장비가 튀어나와 있었는데, 충격으로 인해 지직거리고 있었다.
보호장비가 커버해주지 못하는 머리쪽에 충격이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소모용 보호 장비였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지. 너의 그 힘은 경이롭다 말할 수 있으나, 그것도 일반인에게나 적용되는 말이다.”
최태원은 여유롭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미 두 번이나 겪어봤으니 잘 알겠지? 너의 강력한 힘은 오히려 나를 상대할 때는 불리하게 적용한다는 것을?”
최태원이 말한 것처럼 강신도 바닥에 꽂히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 오히려 날개 가루가 없었으면 이렇게까지 큰 타격을 받지는 않았겠지.’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강신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자신의 얼굴을 덮고 있는 비닐 같은 재질의 소모용 머리 보호 장비를 뜯어냈다.
“후, 그건 해봐야 알겠죠. 저도 이제까지 전력으로 덤빈 것은 아니니까요. 초코야, 전력으로 가자.”
-멍!
설야와 초코.
강신은 그동안 둘과 함께 했지만, 둘의 힘을 동시에 사용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과 U.M.A들은 둘 중 하나의 힘만 있어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다.
하지만 앞에 있는 최태원은 달랐다.
만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무거운 오라가 느껴지는 건 아니었지만 감각적,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반격을 당하고 있지만 설야의 가루가 없다면 순식간에 제압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초코의 도움으로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해보려고 했다.
“호오…. 그건 아까 자네가 도망갈 때 사용했던 ‘그림자’ 인가? 마치 살아있는 것 같군그래. 이것 참…. 볼수록 탐나는 인재란 말이야.”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가 위협적으로 이를 드러냈다.
허나 최태원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그런 그의 표정이 강신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얕보고 있다는 소리였으니까.
“그래서 언제까지 보기만 할 셈인가?”
“초코야!”
-멍!!
강신의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대형견 크기의 초코가 우렁차게 짖더니, 최태원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신의 속도를 따라잡았던 그가 그런 공격을 허용할 리가 없었다.
그는 왼쪽 손바닥으로 초코의 공격이 빗겨나게 흘리고는, 곧장 오른손으로 초코의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빙글 한 바퀴 돌아 초코가 달려들었던 힘을 이용해 집어던졌다.
-컹?
초코의 입에서 당황한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도 초코는 나무와 부딪히기 직전에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충격을 흡수시켰다.
초코의 모습은 마치 수면 위로 떨어진 하나의 물방울처럼 보였다.
“호오…. ‘저것’도 정말로 신기하군.”
혼자 중얼거리던 최태원이 몸을 틀었다.
사각에서 자신을 노린 강신의 공격을 피한 그는 강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입수 방법도 그렇고, 어떻게 저렇게 잘 따르게 했는지도 알고 싶구나.”
“큭….”
최태원은 이어진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고, 손을 뻗어 강신을 잡으려고 했다.
그때, 나무 그림자로 들어갔던 초코가 강신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최태원에게 기습 공격을 시도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초코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흘려냈다.
하지만, 강신은 놓칠 수밖에 없었다.
“과연, 확실히 둘을 상대하기 까다롭구나. 그래도 딱 그 정도일 뿐이지.”
“칫….”
강신이 혀를 차고, 다시 덤벼들었다.
그렇게 강신과 최태원의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강신은 최태원이 약한 부분을 찾기 위해서 여러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하체, 상체, 시야로 볼 수 없는 곳에서는 물론이고, 주변의 물건들을 이용해 원거리에서도 공격을 시도했다.
허나 최태원은 그런 강신의 공격을 모두 피했다.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최태원은 강신에게 반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초코의 도움으로 피할수 있었다.
“후욱. 후욱….”
정신없이 움직였던 강신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설야의 가루를 흡입하고 숨이 이렇게까지 차오른 경우가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강신은 근래 들어 오늘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졌다.
상대방이 강하고, 격하게 움직여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원인들 중 하나이긴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계획과 공격이 계속 막히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끌끌,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는 것은 어떤가?”
최태원은 계속해서 강신을 회유하기 위해서 말을 걸어왔지만, 강신이 그것에 응할 리가 없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좋아, 이걸로 세 번째네. 나도 이제부터는 더 이상 묻지 않을 것이고, 봐주지도 않을 것이네.”
계속 방어적인 자세를 고수했던 최태원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신에게 접근했다.
당황한 강신이 오른손을 휘둘렀지만, 몸을 살짝 숙여 피했다.
그리고 양손으로 강신의 팔을 잡아 그대로 엎어 치기를 했다.
쾅!
“윽!!”
아무리 보호 장비의 효과가 좋더라도 충격이 누적됐다.
몸속에는 해소되지 않은 데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최태원은 양손으로 잡고 있는 오른손을 그대로 꺾으려고 했다.
-그르르르~ 월!!
초코가 다시금 그런 최태원을 방해하기 위해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최태원은 초코의 공격도 익숙해진 것인지, 왼손만을 이용해서 초코의 공격을 흘려버렸다.
강신은 초코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왼손으로 최태원의 오른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자, 최태원이 닿으면 안 되는 물질이 닿는 것처럼 정색을 하면서 몸을 뒤로 뺐다.
그 모습을 본 강신은 그의 행동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 내 공격은 다 피하기만 하고 있어….’
처음 만났을 때를 제외하면, 강신의 공격을 직접 막은 적이 없었다.
‘어째서?’
그는 자신의 힘을 쓰는 것보다 남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남의 힘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힘의 방향을 전환하고 중력을 이용해 더욱더 강한 충격으로 되돌려주었다.
그런데 초코의 공격은 직접 몸으로 받아 흘려내서 그 힘을 이용하는 반면, 자신이 공격할 때는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면서 남은 힘으로 강신을 공격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내 공격은 완벽하게 흘려낼 수 없는 거야.’
강신은 모든 공격들이 통하지 않던 최태원을 공략할 방법을 떠올렸다.
굳어있던 강신이 공략법을 발견하고 얼굴이 밝아지자, 그걸 본 최태원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그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아시는군요.”
“쯧. 그런 자신만만한 미소라니, 꼴 보기 싫구나.”
강신이 비아냥대자, 최태원이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글쎄요…. 꼴 보기 싫은 건 어느 쪽일까요.”
답답했던 가슴이 한층 나아졌다.
그러자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실 최태원의 말처럼 이후로 이어진 공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최태원이 더 공격적으로 변했지만, 초코의 도움으로 강신이 크게 위험에 처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피하지 못할 상황을 만들기만 하면 돼.’
이미 바닥을 뒹굴고 편리한 도구가 있었으니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으윽…. 이, 이거 놔!!”
강신은 자신이 제압한 광신도 중 한 명을 들어 그대로 최태원에게 던졌고, 동시에 초코를 불러 공격하도록 했다.
그리고 강신은 최태원이 피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최태원은 살짝 당황한 눈치로 광신도와 초코를 피했다.
하지만 그쪽에는 강신이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대로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허나 최태원은 강신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흘려내면서 그대로 반격을 가했다.
쿵!
강신이 달려든 속도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나갔다.
충격이 있었지만, 강신은 곧장 일어나서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자신의 공격이 막힐 건 잘 알고 있었기에 실망 따위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강신이 노리던 바였다.
최태원은 강신의 공격을 받아낸 충격으로 떨리는 팔을 주무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다른 지형지물도 많은데, 강신이 광신도를 던진 이유는 최태원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허허, 젊은 놈이 지저분하게 싸우는군….”
“그렇게 말해도 말이죠, 저는 무술가가 아니라서요.”
그가 아무리 비난을 해봐야 강신에게는 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이때까지 잘난척했던 최태원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에 통쾌하기까지 했다.
공략 방법을 찾았으니, 그 이후는 어려울 게 없었다.
강신이 던질 수 있는 무기는 아직 남아있었으니까.
잠시 후.
최태원은 관절이 빠졌는지 오른팔을 축 늘어트리고 있었고, 왼쪽 팔은 부들부들 떨리는 상태였다.
“빌어먹을 놈. 노인 공경은 못해도 노인 공격은 하지 말아야지!”
자기가 유리할 때는 그렇게 어린 아이 취급하던 최태원이 갑자기 정론을 들고 왔다.
하지만 강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쪽이 몇 살인지도 모르는데요?”
자신을 노인이라고 했지만, 헬멧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쓸데없는 잡설은 여기까지 하죠.”
강신은 어느새 광신도 한 명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으윽…. 윽.”
멱살 잡힌 광신도가 심하게 몸부림쳤지만, 강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무력하게 던져진 광신도를 피하는 최태원의 입에서 길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후우…….”
강신의 다음 공격을 절대 막을 수 없다는 걸 그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퍽!!
그는 이어지는 강신의 공격을 방어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걸 몰랐던 강신은 그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버렸다.
최태원의 몸이 잠깐 하늘을 날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죽은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
강신이 깜짝 놀라, 최태원에게 다가갔는데, 다행히 그는 정신을 잃었을 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제압만 할 생각이었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강신은 최태원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강신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함께 고생한 초코가 강신에게 몸을 비비며 다가왔다.
강신은 초코의 몸을 쓰다듬어주었다.
설야의 날개 가루 지속 효과도 얼마 남지 않는 시점.
휴식을 취하려는 강신이 보기 싫었던 것인지, 갑자기 이변이 생겼다.
-치익…. 이 무전이 들린다면 모두 작전 지역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면, 들릴 리 없는 무전 소리가 광신도들이 설치한 무전기에서 들려왔다.
그 말은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만든 구역이 사라졌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