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6
85화
무전기의 내용을 듣게 된 강신은 조급해졌다.
자신이 제압한 인원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공터 외각에 숨겨둔 크로스백을 챙겼다.
크로스백 안을 살펴보니 새끼 U.M.A가 잠들어있었다.
“초코야! 날려줘!”
-멍!
강신의 그림자에서 초코의 앞발이 튀어나와 강신의 몸을 하늘로 밀어주었다.
강신은 초코가 미는 힘에 더해 다리에 힘을 주고 도약할 생각이었다.
퉁!
초코의 밀어주는 것과 강신의 도약하는 타이밍이 제대로 맞았는지, 강신의 몸은 빠르게 높은 나무들 위로 솟구쳤다.
어두운 하늘에서 강신은 작전 지역 북쪽을 살펴봤다.
그리고 광신도들이 모여있는 곳을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작전 지역 외각에는 성신 그룹과 HG 그룹의 인원들이 배치되어있었다.
때문에 작전 지역을 테두리 치듯이 드문드문 불빛들이 보였다.
그와 반대로 작전 지역 안은 어두웠는데, 밝은 불빛들이 모여있는 곳은 한 군데뿐이었다.
‘저쪽이다. 시간은…. 많이 없어.’
최태원과의 전투로 시간을 많이 소비해 설야의 날개 가루 효과는 곧 끝나게 될 것이다.
이 상태로 광신도들이 모은 곳에 가는 건 위험했다.
최태원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제들이 남아있는 광신도 집단과 홀로 싸우는 건 승산이 없었다.
통신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강신은 통신 패치로 회사 사람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품속을 뒤져봐도 통신 패치가 잡히지 않았다.
‘방금 싸움에서 떨어트린 건가….’
그렇게 격렬하게 움직였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했다.
지상으로 내려온 강신은 광신도들이 모여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U.M.A에 대한 욕심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것보다는 자신이 안고 있는 크로스백 안에서 살기 위해 꼼지락대는 새끼 U.M.A 때문이었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만약 이미 광신도들에게 U.M.A가 포획했다면 자신이 더 이상 손 쓰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데리고 있는 새끼와 어미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어찌보면 알량한 동정심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신은 지금만큼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조금 위험하지만, 그래도 방법은 하나 있으니까….’
물론 강신이 아무런 생각없이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U.M.A의 힘이 사라진 구역에서 이를 악물고, 달린 덕에 금방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광신도들의 집합 장소에 도착하고, 주변을 살피던 강신은 무서울 정도로 인상이 험악해졌다.
여기저기 파헤쳐진 토끼 굴들.
헬멧을 벗고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광신도의 손에는 3마리의 새끼가 들려있었다.
그 옆에는 바닥에 쓰러져 조금씩 움찔거리는 어미 U.M.A가 있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 싸늘하게 식어 미동도 하지 않는 3개의 붉은 털 뭉치들이 보였다.
“키히히, 이거 보라고! 어차피 가장 큰 놈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
어미 U.M.A의 앞에 있는 광신도는 아직 살아있는 한 마리의 새끼를 공중으로 던지고, 야구하듯이 몽둥이로 휘둘렀다.
퍽!
U.M.A의 새끼가 어미 U.M.A 앞에 떨어졌고, 고통에 움찔거리다가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췄다.
“예쓰~ 홈런!’
상황을 파악한 강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강신은 혼자 남겨질 새끼 U.M.A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포획한 새끼를 광신도에게 넘기려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위를 보고 마음을 완전히 바꾸었다.
U.M.A의 세계도 약육강식의 세계로 약하면 목숨을 잃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눈앞의 광신도들이 하는 행동은 그것과는 거리가 굉장히 멀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하지만, 승자는 패배자를 유희 거리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패배자들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단번에 목숨을 끊어 주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저들은 이미 포획한 U.M.A가 괴로워하는 걸 즐겼다.
오로지 자신들의 재미와 쾌락을 위해 U.M.A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강신은 당장이라도 저들은 모조리 때려눕혀야 화가 풀릴 것 같았지만, 자신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가슴이 시켜서 앞뒤 보지도 않고 이곳으로 달려왔지만, 여기선 가슴이 아닌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강신이 메고 있는 크로스백의 지퍼를 천천히 열고, 광신도들이 자신을 볼 수 있도록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뒤늦게 강신을 발견한 광신도가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 어…? 거기 아저씨 뭐야!”
강신은 그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어미 U.M.A와 새끼 U.M.A들이 잡혀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산속에서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이 조금 특이했지만, 광신도들은 이미 이곳에 성신과 HG 그룹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허나 조명에 비친 강신의 붉은 피부색은 누가 봐도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광신도들은 U.M.A를 쉽게 포획해서 인지, 긴장이 많이 풀려 있었다.
한 광신도가 아무런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강신에게 접근했다.
“아니, 아저씨 귀먹었어? 아저씨 뭐냐고!“
광신도는 천천히 걸어가는 강신을 멈춰세우기 위해 그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그 순간, 강신이 광신도의 손을 쳐내고 그대로 머리를 잡아 바닥에 꽂아버렸다.
쾅!
“크헥!!”
얼마나 세게 내리꽂았는지, 지면에서 광신도의 피가 섞인 흙이 튀어 오를 정도였다.
“뭐, 뭐야! 다들 장비 챙겨!!”
“이 새끼 어디에서 보낸 거야!”
자신들이 주둔해있는 곳에 적이 혈혈단신으로 찾아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어쩌면 강신의 초인적인 힘을 예상하지 못한 건지도 몰랐다.
광신도들은 깜짝 놀라서 부랴부랴 벗어두었던 자기들의 장비들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신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강신은 이미 마지막 계획까지 구상이 끝난 상태였고, 빠르게 움직였다.
강신은 세 마리의 새끼를 들고 있는 광신도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들며, 초코를 불렀다.
“초코야! 저기!”
-멍!!
강신의 뜻을 바로 이해한 초코는 반대 방향에 있는 어미에게 그림자를 길게 늘렸다.
강신이 새끼 U.M.A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자, 강신을 막기 위해 두 명의 광신도가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나무로 급조한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막아!”
“머리를 노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은 강신에게 큰 의미가 있지 않았다.
강신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그 둘의 사이로 달려갔다.
콰직! 퍼억!
그들이 들고 있던 몽둥이로 강신을 공격했으나, 오히려 몽둥이들이 볼품없이 부서졌다.
강신은 레슬링에서 사용하는 더블 래리어트라고 불리는 기술로 광신도들을 공격했다.
광신도들은 강신의 팔뚝에 맞아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컥!”
“억!”
순식간에 적 두 명을 제압한 강신이 길게 호흡을 내쉬었다.
“후우….”
하얀 입김이 강신의 입에서 피어오르자, 뒤쪽에서 강신을 보고 있던 광신도는 겁에 질렸다.
그는 새끼 U.M.A를 들고 있던 광신도였다.
“흐, 흐익…. 괴물!”
“괴물은 너희같은 놈들을 말하는 거다.”
그는 강신에게 벗어나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돌출된 나무뿌리에 걸려 더 도망가지도 못했다.
강신은 잔뜩 겁에 질린 광신도의 팔목을 덥석 잡았다.
우드득.
“끄…. 끄아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광신도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잡고 있던 새끼 U.M.A들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강신은 새끼들이 바닥에 닿기 전에 열어두었던 크로스백으로 새끼들을 받아내고, 조심스럽게 지퍼를 닫았다.
“끄윽, 끄윽…. 내, 내 손!”
손목이 완전히 작살난 광신도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부서진 손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퍽!
“끅…….”
강신은 그대로 광신도의 머리를 차서 기절시켰다.
강신이 그렇게 새끼 U.M.A를 구출하는 동안 반대 방향에서도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신의 지시대로 초코도 어미 U.M.A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초코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광신도를 보자마자, 앞발을 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끼 U.M.A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광신도를 공격했다.
광신도는 갑자기 나타난 검은 물체를 보고, 깜짝 놀라서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대로 초코의 앞발에 맞고 날아가, 근처 나무에 처박히곤 축 늘어졌다.
“사제님!!”
“오형식 사제님!”
다른 광신도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쓰러진 사람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갔다.
바닥에 쓰러진 어미 U.M.A는 이제 영영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린 새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초코는 자신과 체구가 비슷한 어미 U.M.A를 살짝 물고, 강신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기력이 쇠해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미 U.M.A를 강신의 발아래에 내려놓았다.
초코도 어미 U.M.A가 걱정되는지 강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끼잉….
“괜찮아.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우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서 쉬고 있으렴.”
강신은 초코를 쓰다듬으며 안심시키자, 초코가 강신의 말대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 저 새끼 뭐야! 아직 여기 남아있는 놈들이 있었나?”
“갑자기 우릴 왜 공격해!”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광신도들이 패닉에 빠졌다.
“씨X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우선 포위해!!”
“다들 총 들어!“
강신이 어미 U.M.A까지 챙겨서 도주하려는 그 순간.
“큿…….”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강신은 그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젠장, 하필이면……. 두 번째 플랜을 사용해야 하나….’
이곳에서 U.M.A를 구출해서 도망가는 게 강신이 첫 번째 플랜이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탈진 상태가 될 경우를 생각해, 강신은 두 번째 플랜 또한 세워두었다.
그때, 광신도들이 갑작스럽게 바닥에 주저앉은 강신을 보고, 당황했다.
평소 같았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했겠지만, 강신의 엄청난 힘을 눈앞에서 본 광신도들은 함부로 달려들지 못했다.
“야야! 저 새끼 뭔가 이상한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잡아!”
잠시 강신을 경계하던 광신도들은 강신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걸 확인했다.
그 사이, 강신은 품에 어미 U.M.A와 크로스백을 소중히 안고 몸을 콩벌레처럼 웅크렸다.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조작했다.
그러자, 강신의 보호 장비가 꾸물대며 의태하기 시작했다.
“으악! 저거 뭐야!”
“접근하지 마!”
“또, 이상한 짓을 한다!”
광신도들은 꾸물대며 모습이 바뀌는 강신의 보호 장비를 보고, 다시 접근하는 걸 멈췄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움직임이 멈춘 보호 장비가 있던 곳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반구형의 물체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