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7
86화
강신이 크로스백을 감싼 상태에서 보호장비가 변화하더니, 무거워 보이는 반구 형태의 구조물이 만들어졌다.
구조물의 크기는 2미터 정도였다.
재질은 금속과 비슷해 빛을 반사했지만, 자세히 보면 매끈한 천의 재질이었다.
“저게 뭐야….”
광신도들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
그때, 초코에게 당해 나무에 처박혔던 오형식이라고 불린 사제가 일어났다.
“아야야…. 시펄, 도대체 뭔 일이야….”
광신도들 중 하나가 그가 없는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알려주었다.
오형식은 쑤시는 몸들을 주무르며 강신이 만든 반구형의 구조물로 다가갔다.
“뭘 그리 쫄아있어? 그냥 부셔!”
강신의 보호 장비가 변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인지, 오형식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지시를 받은 광신도들이 우물쭈물하다가 화기와 폭약을 꺼내자, 오형식이 그들을 말렸다.
“야 이! 빡대가리들아! 그것도 안에 있다며! 거래 물품이 상하면 니들이 책임질 거야? 쇠톱이나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에잉, 이것들은 영 믿지를 못하겠네. 그보다 노인네랑 같이 움직인 놈들은 부른 지가 언젠데, 왜 이렇게 안 와!”
그는 갑자기 강신에게 공격을 받아서인지, 꽤나 신경이 날카로워 보였다.
그러는 사이 광신도들 중 하나가 쇠톱을 가지고 와서 강신이 만든 구조물에 톱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광신도의 톱질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가 사용한 쇠톱의 날이 처음에는 조금 구조물을 파고드는 듯 싶었는데, 결국 촘촘하게 쌓여있는 천을 뚫지 못하고 이가 모두 나가버렸다.
“사제님…. 이걸론 힘들 것 같습니다.”
“아씨, 진짜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네.”
오형식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구조물이 땅속에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구조물 자체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때, 어두운 산속의 나무들 사이에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 한 여성이 오형식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여어~ 오빠 나왔어!”
“야! 장연진, 너는 무전 보낸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 다른 사람들은?”
“부르자마자 바로 온 건데. 하여튼 성질은…. 다른 사람들은 나도 못 봤어.”
“에휴…. 어디서들 놀고 있는 건지. 마침 잘 됐다. 저거 부술 수 있겠냐?”
오형식이 강신이 만든 구조물을 가리키자, 장연진은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저게 뭐야?”
“도둑놈이 만든 임시 방호막?”
“도둑놈? 설마 거래 물품 뺏겼어? 그래서 다들 저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거구나.”
“똥 마려운 강아지라니…. 말 좀 이쁘게 해라!”
“오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저걸 부수면 된다는 거지?”
“그래.”
“알았어, 거기 내 무기 좀 가지고 와.”
그녀의 뒤쪽에서 그녀를 따라오던 광신도들에게 손짓을 하자, 그들은 흔히 보기 힘든 형태의 무기를 들고 왔다.
사람의 팔목만 한 두께의 쇠몽둥이 끝부분에는 구형의 쇳덩이가 붙어있었는데, 뾰족한 가시들이 달려 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겐슈테른, 모닝스타라고 불리는 무기였다.
모닝스타는 장난으로 휘둘러도 크게 위험할 것 같았다.
장연진은 가냘픈 손목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는 것인지, 한 손으로 모닝스타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렇게 모닝스타를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는 강신이 만든 구조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모닝스타로 냅다 구조물을 내려쳤다.
쾅!!!
쇠톱으로는 작은 흠집밖에 나지 않았던 구조물이 가볍게 내려친 모닝스타에 살짝 찌그러졌다.
모닝스타의 가시는 구조물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와…. 이거 엄청 단단하네? 오랜만에 손맛 좀 보겠는데?”
구조물이 단단해서 싫어하기는커녕 그녀는 오히려 승부욕을 불태웠다.
바닥에 침을 찍하고 뱉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들고 있는 모닝스타를 두 손으로 잡아 미친 듯이 구조물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그 모습은 광전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녀가 모닝스타를 한번 내려칠 때마다, 구조물의 모양은 변형되었다.
가시가 박혔다 빠져나온 부분은 너덜너덜해졌다.
“어휴…. 저거 또 눈 돌아갔네. 너희들은 다치기 싫으면 근처로 다가가지 마라.”
그녀의 모습을 본 오형식은 고개를 저으며, 다른 광신도들에게 경고했다.
광신도들은 오형식이 자신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괜히 말려들어 시간이 지체되는 걸 염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편, 밖에서 장연진이 눈이 돌아간 동안, 보호 장비를 구조물로 만든 강신은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탈진의 영향으로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충격을 그대로 받으려니 속이 진탕이 되어 정말로 죽을 맛이었다.
의태 능력을 사용하면 보호 장비의 차단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강신은 고의적으로 보호 장비를 변화시켰다.
U.M.A를 보호하면서 시간을 벌기 위함도 있었지만, 보호 장비에 붙어 있는 한 가지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였다.
강신은 보호 장비를 변형시킬 수 있는 재질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튼튼한 재질의 천을 찾았다.
자신을 보호하기 충분한 크기로 만들었고, 그 속을 천이 겹겹이 쌓이도록 했더니 이런 구조물이 완성됐다.
쾅! 쾅!
“윽….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강신은 자신을 때리는 충격에서 지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허나 자신의 품속에 있는 크로스백에서 U.M.A의 움직임이 느껴졌고, 저들이 했던 참혹했던 광경이 떠올라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밖에서는 장연진은 지치지도 않는 쉬지 않고, 계속 구조물을 두들겼다.
강신은 만약 자신의 계획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지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때마침 장연진이 휘두른 모닝스타가 수만 겹으로 이루어진 천을 뚫어내고, 강신에게 도달했다.
모닝스타에 달려있는 가시의 끝부분이 구조물을 뚫고 강신의 등에 박혔다.
“끄윽!!”
강신은 엄습해 오는 끔찍한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비록 끝부분에 불과했지만, 살을 뚫고 들어오는 차가운 쇠의 느낌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장연진이 뽑아낸 모닝스타의 가시에서 피를 발견하곤, 굉장히 신나했다.
“오!! 뚫었다. 오빠! 이거 뚫었는데, 그냥 계속 내려쳐?”
분명 더 내려치면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오형식에게 물어보는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로 태연했다.
“안돼! 거기 안에 거래해야 할 물품이 있어, 잘못해서 상하면 이번 일은 나가리야!”
“에이, 알았어…. 야 거기, 이거 틈은 만들어 냈으니까 뜯어.”
“알겠습니다.”
장연진이 광신도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광신도들이 괜히 트집 잡힐까, 두려워하면서 너덜너덜해진 구조물의 천을 윗부분부터 뜯어내기 시작했다.
으득. 으득.
‘아직인가…. 아니면 뭔가 잘못되었나.’
강신은 조금씩 반구형의 구조물이 해체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빨리빨리 해! 나 일 끝나고 약속 있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장연진이 호통치자, 광신도들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U.M.A뿐만 아니라 강신도 상당히 위험해졌다.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심한 꼴을 당할지도 몰라….’
강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천천히 올라오는 공포심을 담담히 내리눌렀다.
점점 절망이 강신과 가까워지고 있을 때, 구조물 밖의 상황이 돌변했다.
“끄아아악!!”
“으악!!”
“적! 적이다!”
광신도들의 비명소리가 시작되었고,
“아씨, 저것들은 또 뭐야!!”
짜증이 섞인 오형식의 목소리 그리고….
탕! 탕!
챙!
화기 소리와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마치 전장에서나 들릴 것 같은 소음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강신은 방금까지 올라왔던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드디어 왔구나!’
이제는 틀렸다고 생각했었던 계획이 다행히도 늦지 않게 완성되었다.
밖에서는 비명과 고함들이 뒤섞여서 들려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끄러웠던 소음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리고 완전히 소음이 멈추자, 누군가가 강신이 만든 구조물을 가볍게 두들겼다.
똑똑.
“강선임? 무사한가?”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강신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척준신이었다.
그때서야 강신은 완전히 긴장을 풀고, 시계를 조작해 보호 장비를 원래 모습으로 되돌렸다.
반구의 형태로 팽창했던 보호 장비가 꾸물대며, 정장 스타일로 돌아갔다.
충격을 받았던 부분의 흔적이 남았는지, 정장의 등쪽이 넝마처럼 찢겨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보이는 강신의 살은 타박상으로 붉게 부풀어 올라있었으며, 모닝스타의 가시에 찔린 부분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것을 본 척준신이 깜짝 놀랐다.
“이런, 부상을 입지 않았나! 누가 구급약 가지고 있는 사람, 이쪽으로 빨리 가지고 오게!”
척준신이 크게 외치자, 김대리와 이순자가 서둘러 강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어머…. 강선임이 다쳤다고?”
“큰 부상은 아니에요.”
자신이 다쳤는데, 오히려 다른 사람이 더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에 강신은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어미 U.M.A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현장에는 척준신과 이순자, 김대리를 제외하고도 그들이 이끄는 현장 요원 1팀과 3팀 인원들 모두가 나와있었다.
그들은 제압한 광신도들을 속박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구석에는 오형식이 퉁퉁 부어있는 얼굴을 하고 욕설이 담긴 푸념을 하고 있었다.
“시벌, 노인네만 있었어도….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애초에 난 전투원도 아닌데, 이렇게 때리는 것은 너무 한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 옆에는 절망하고 있는 장연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앞에는 그녀가 사용했던 모닝스타가 두 동강이 나있었다.
“아아, 내 파트너….”
상황이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강신은 아픈 것도 잊고 미소를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맨날 이렇게들 늦게 나타나실 거예요?”
“흠흠, 나름 빨리 온다고 왔는데 미안하군.”
성신 그룹 현장 요원들은 완벽한 전투태세를 갖추고 어떻게 이곳으로 올 수 있었을까.
현장 요원들이 이곳에 늦지 않게 도착한 건 본부에서 강신의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보호 장비가 손상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태 기능을 사용한 가장 큰 이유.
바로 강신의 보호 장비에 달려 있는 GPS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강신은 통신 장비가 없어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알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들었던 권영식의 말을 떠올렸다.
권영식은 강신의 보호 장비가 훼손되면 강신의 위치가 회사 본부로 송신된다고 했다.
그렇게 강신의 장비가 훼손되면서 연구소에서 강신의 위치를 알수 있었고, 척준신에게 연락해 1팀과 3팀을 투입한 것이었다.
김대리가 준비한 약을 강신에게 발라주고 붕대를 둘러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강신을 잠시 쉬게 해주고,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 정말 힘들다….”
공기가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떠있었고, 밝은 달이 지상을 비추고 있었다.
강신은 자신이 들고 있는 크로스백이 꼼지락대는 것을 느꼈다.
“아, 김대리님!”
강신이 급하게 김대리를 불렀다.
그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강신에게 다가갔다.
광신도를 제압하고 U.M.A를 포획했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강선임님. 무슨 일입니까?”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 지금 팰로우님에게 전화해서 물건 하나만 빨리 보내달라고 해주시겠어요?”
“급하신 겁니까?”
“네. 그게 가장 급한 일입니다.”
“알겠습니다. 어떤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면 될까요?”
“신단수의 잎사귀요.”
강신의 대답을 들은 김대리는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