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8
87화
신단수의 잎사귀를 요청한 강신은 새벽이 될 때까지 어미 U.M.A 근처에서 크로스백을 품속에 꼬옥 안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동안 성신 그룹 사람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산속에 남아 있는 광신도를 제압하는 인원과 강신을 보호하는 인원, 그리고 물품을 보급해 주는 인원까지 총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움직였다.
남은 광신도들의 잔당들은 의외로 쉽게 제압됐는데, 그중에 사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원이 3명이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서인지 강신이 제압한 최태원은 이미 그 모습을 감춰 행적이 묘연한 상태였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도망을 갔지?’
최태원을 제외한 사제들은 강신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리 강하지 못했다.
모두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허나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피부를 ‘조금’ 단단하게 만드는 정도로 대단치 않은 것들이었다.
죽은 새끼 U.M.A들은 김대리가 조심스럽게 땅을 파서 묻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강신이 요청했던 신단수의 잎사귀가 도착했다.
신단수의 잎사귀는 여행 가방 크기의 고급스러운 철제 케이스에 담겨져 있었다.
산 외각에서 물건을 수령해서 직접 들고 온 김대리는 강신에게 케이스를 넘겨주었다.
김대리는 강신이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강신은 물건을 수령받고 자리를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대리는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사람을 극히 경계하는 U.M.A의 특성상 강신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었다.
현장 요원들이 구속한 광신도들까지 모두 연행해서 이제는 혼자만 남은 공간.
강신은 품속에서 소중히 안고 있었던 크로스백을 열어서 지면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서 답답했는지, 네 마리의 새끼 U.M.A가 꼬물거리며 기어 나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어미 U.M.A에게 다가갔다.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어미 U.M.A는 강신이 자신을 도와줬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시선으로 강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새끼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새끼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자신들의 어미에게 젖을 달라며 기어갔다.
어미 U.M.A는 기력이 쇠해 젖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새끼들이 젖을 물 수 있도록 자세를 바꾸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들은 마냥 좋아서 어미에게 달라붙었다.
나오지 않는 젖을 빠는 새끼들을 보는 어미 U.M.A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마 자신의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아이들도 이 가혹한 세상에서 얼마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끼잉….
어느새 초코가 강신의 그림자에서 대형견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초코는 이곳의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어미 U.M.A를 보고 구슬피 울었다.
강신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초코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걱정마. 나는 신파극은 좋아해도 배드 엔딩은 싫어하니까.”
아무리 슬픈 영화라도 강신은 행복한 결말은 선호했고, 결말을 바꿔 볼 생각이었다.
강신이 회사에서 보낸 철제 케이스를 열기 위해 잠금장치를 풀었다.
치익~
잠금장치가 풀리자, 케이스는 자동으로 열리며 시원한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안에는 방금 막 딴 것처럼 신선하게 보존 중인 신단수의 잎사귀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강신은 그 잎사귀를 들어 어미 U.M.A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앞에 놔주었다.
강신이 신단수의 잎사귀를 생각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현재 어미 U.M.A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건 자신의 능력을 무리해서 넓은 구역에 펼쳤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힘이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온 U.M.A가 목숨을 걸고 사용가능한 힘이었다.
그 말은 어미가 자신의 ‘생명력’을 소모했다는 것이었다.
강신은 그림자 반려를 얻어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소모하는데도, 자신이 멀쩡한 이유를 떠올렸다.
신단수의 열매.
생명력을 가진 물건을 모아 자신들이 믿는 신을 부활시키는 것이 목적인 크툴루의 광신도들이 노렸던 물건이다.
생명력을 가진 보물 중에서도 따라올 것이 없다는 보물이었다.
그 신단수의 열매를 섭취했기 때문에 강신은 그림자 반려와 함께 하면서도 멀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단수의 열매는 이미 자신이 섭취했기 때문에 신단수에게서 받은 물건들을 떠올렸다.
약초들과 신단수의 나뭇가지, 그리고 잎사귀들.
“평범한 신단수의 잎사귀라면 생명력을 회복하는데 부족하겠지만….”
강신이 신단수에게 받은 잎사귀는 조금 특별한 잎사귀였다.
생명력의 집약체라고 불릴만한 신단수의 열매가 맺었을 때, 그 옆에 달려있던 잎사귀였다.
그 말은 잎사귀에 열매의 생명력이 어느 정도 녹아있다는 뜻이었다.
어미 U.M.A가 잎사귀를 섭취한다면, 분명 소모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U.M.A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잎사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 아이들을 구해준 사람이 주는 물건이었기에 큰 의심없이 신단수의 잎사귀를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운이 없어서 빠르게 먹지 못했지만, 잎사귀가 줄어들수록 점점 씹는 속도가 빨라졌다.
결국 신단수의 잎사귀는 게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신단수 잎사귀가 효과가 있었는지, 어미는 확실히 조금 전과 달리 기운이 넘쳐보였다.
하지만 잎사귀를 모두 먹었음에도 U.M.A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강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U.M.A를 자세히 보았는데, 곧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새끼 U.M.A들이 어느샌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신은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U.M.A를 바라봤다.
그동안 고생한 U.M.A들에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강신은 잠시 고민하다가 현장 요원들이 가지고 왔던 담요를 바닥에 깔았다.
“에구구…. 나도 여기서 좀 쉬어야겠다.”
슬그머니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 강신은 아픈 등은 신경 쓰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누웠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초코가 재빨리 강신의 팔을 베개 삼아 턱을 대고 누웠다.
머리 위에 붙어 있던 설야도 강신의 가슴팍으로 내려와 우아하게 날개를 접으며 휴식을 취했다.
강신은 금방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다들 잠이 들어 그곳에는 작은 숨소리들만이 들려왔다.
* * *
얼마나 잠을 잤을까.
강신이 눈을 뜨며 말했다.
“어윽…. 더 이상 못 자겠다.”
뜨거운 햇살, 욱신거리는 등짝.
불편한 잠자리까지 결국 강신은 오랜 시간 자지 못하고 일어나야 했다.
태양은 이미 하늘 중앙에 걸려 있었다.
“아으, 역시 야외에서 자니까 피로가 사라지질 않네….”
강신이 상반신을 일으키자, 초코가 화들짝 놀라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설야는 날아올라 강신의 머리에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주변을 살피자, 방금까지 잠을 청한 자리의 머리맡에 10센티 정도 크기의 작은 삼 두 개가 놓여있었다.
“이건 네가 준 거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강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어미 U.M.A를 보고 말을 걸었다.
U.M.A는 강신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이라도 하는 듯이 발로 바닥을 쳤다.
탁! 탁!
“고마워, 잘 먹을게.”
강신은 U.M.A가 구해준 삼을 품속에 잘 넣어두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이제 여기에서 살기는 어려울 거야. 아니, 여기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너를 쫓아갈 테지.”
자신이 회사를 설득해서 포획을 포기한다고 해도 다른 기업들이 눈에 불을 켜고 U.M.A를 잡으려고 할게 분명했다.
강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U.M.A는 갑자기 무엇인가를 결심한 것처럼 또렷한 눈으로 강신을 한번 바라보았다.
전날 강신이 새끼 U.M.A를 넣고 다녔던 크로스백을 물고 천천히 강신에게 다가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U.M.A를 보고 놀라 눈을 크게 뜨고 U.M.A를 바라봤다.
U.M.A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강신은 지금 U.M.A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 약하고 겁 많으며, 경계심까지 강한 U.M.A가 자기 의지로 다가온다는 것…….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가 강신을 가족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U.M.A는 자신이 물고 온 크로스백을 앉아 있는 강신의 허벅지에 툭하고 떨어트리고, 강신을 물끄러미 올려봤다.
그 시선은 마치 가방 속 내용물을 확인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강신이 조심스럽게 지퍼가 열려있는 가방 내부를 확인했다.
가방 내부에는 새끼 U.M.A 네 마리가 서로 엎치락뒤치락 장난을 치고 있었다.
“나를 따라가겠다는 거지?”
탁! 탁!
강신의 질문에 바로 긍정의 표시가 들려왔다.
오랜 세월 살아온 U.M.A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자신이 아이들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미 U.M.A는 어제 자신과 아이들을 구해준 강신에게 몸을 의탁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그래,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나와 함께 가자. 너와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 줄게.”
강신은 크로스백을 메고 U.M.A를 데리고 작전 지역 외각에 지어진 캠프로 향했다.
캠프에는 간이 천막들이 만들어져있었는데, 작전 지역에서 제압한 광신도들이 묶여서 모여있었다.
그들이 이상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몇 명의 요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한숨도 자지 못했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요원들이 강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강신보다 강신에게 붙어서 이동하는 U.M.A를 더 반기는 것 같았다.
“강 선임님 포획에 성공한 겁니까?”
“우와…. 생긴 건 토낀데, 엄청 크네.”
“귀엽다. 만져보고 싶어.”
호들갑을 떨어대는 요원들이 부담스러운 것인지, U.M.A는 그들을 피해 강신의 다리 뒤쪽으로 숨었다.
하지만 그 큰 덩치가 고작 강신의 다리로 가려질 리가 없었다.
“풉, 이 귀여운 생물은 뭡니까.”
“진짜 귀엽네.”
캠프가 U.M.A 때문에 소란스러워지자, 천막 안에서 척준신과 이순자, 김대리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강신을 발견하고 밝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강선임, 드디어 왔군요. 어머, 그 뒤쪽에 있는 게 이번 현장에서 발견된 U.M.A인가요?”
이순자도 다른 요원들처럼 강신의 뒤쪽에 숨어있는 U.M.A를 보며 흥미로워했다.
그녀와는 달리 척준신과 김대리는 온전히 강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산속에서 하루를 지낸다고 고생이 많았겠군.”
“강선임님 등 쪽 상처는 괜찮습니까?”
강신은 U.M.A가 몰려오는 사람들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등 쪽의 상처 핑계를 댔다.
“마침 할 이야기도 있고, 상처도 보여드려야 하니까. 비어있는 천막으로 가죠.”
강신과 일행들이 함께 빈 천막으로 이동하자, 다른 현장 요원들은 아쉬운 눈으로 U.M.A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김대리가 강신의 등쪽의 상처를 확인하다가 당황스러워했다.
“어, 상처가 벌써 이렇게….”
강신의 상처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딱지가 앉아 있었다.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 없다는 소리에 척준신이 깨끗한 옷을 건네주었다.
강신은 옷을 갈아입으며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HG 그룹은 어디 갔습니까?”
“음…. 그들은 총수 일가 아가씨가 작전지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철수했네.”
“……역시.”
강신이 예상이라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뒷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HG 그룹이 광신도들에게 U.M.A를 포획해달라고 사주한 것 같습니다.”
강신의 말을 들은 세 명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