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89
88화
강신의 말을 들은 일행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신은 그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기다렸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김대리였다.
평소 강신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김대리가 웬일인지, 꽤나 부정적인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 건데. 확증은 있나요?’
“확증이 없어서 여러분만 따로 불러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럼, HG 그룹이라고 생각하시는 이유는요?”
“여러 가지 의심 가는 부분이 있었죠. 우선….”
처음 강신이 의심하게 된 건 비밀 종교 집단에서 사제 계급의 사람들을 여러 명 보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였다.
그들에게 정말 중요했던 신단수의 열매를 훔치기 위해서 고작 하나의 사제를 투입했던 걸 생각한다면 정말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건…. 신단수님이 무력화될 것을 알고 있었으니, 소수만 투입한 걸 수도 있잖아요. 다른 이유는 없나요?”
강신은 추가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U.M.A는 그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종입니다.”
탁! 탁!
강신의 발치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U.M.A가 쓸모없다는 소리를 듣고는 강신의 발을 차며 화를 냈다.
“아…. 아니, 저들에게 말이야. 저들은 너의 가치를 잘 모르는 녀석들이거든.”
강신이 U.M.A를 잘 타이르자, U.M.A는 발을 차는 것을 멈췄다.
“비밀 종교는 각자 믿는 신들에 따라 서로 목적이 다릅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가 저번에 포획했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즉 기계장치의 신을 믿는 이들은 자기들의 신을 직접 만들려고 했죠.”
확실히 크툴루를 믿는 이들과 기계 장치의 신을 믿는 자들은 목적이 크게 달랐다.
“크툴루를 믿는 이들 또한 그들의 목표가 있습니다.”
척준신이 지난번에 들었던 내용을 어렵게 떠올렸다.
“그러니까 부활이라고 했던가?”
“맞습니다. 이들은 ‘부활’이 목적이죠. 그래서 이들은 생명력과 관련된 U.M.A, 혹은 물건들에게 엄청난 집착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는 생명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개체죠.”
이번에는 이순자가 강신의 말을 듣고, 가볍게 자신의 턱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확실히 강선임 말을 들어보면 저들이 이곳으로 올 이유는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사제’라고 불리는 직책을 이렇게 많이 투입할 이유가 없겠군요.”
“거기에 저들은 이번 U.M.A를 가리켜 거래 물품이라고 지칭했어요. 심지어 거래에 필요 없는 새끼들은 어미가 보는 앞에서 무참히 죽이기까지 했었죠.”
그들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어미 U.M.A뿐이었을 확률이 높았다.
“으음, 그곳에 있던 새끼들의 시체가 그런 것이었나….”
광신도들이 새끼들을 재미로 죽였다는 말을 듣고 일행들은 인상을 썼다.
“하, 하지만 꼭 HG라고는 할 수 없잖아요?”
김대리는 정말로 이상하리만큼 범인이 HG 그룹이 아니길 바라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말한 것만으로는 그렇죠.”
“뭔가 또 있나요?”
“네, 우선 광신도들이 HG 그룹의 사유지로 어떻게 왔냐는 겁니다.”
“그들이 법을 어기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닌데, 사유지라고 오지 못할 이유는 없지.”
“척부장님, 제 말의 중점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합니다.”
“…낙하산!”
보급을 위해 작전 지역 위로 하루에도 두세 번씩 HG 그룹의 전용기가 날고 있는 상황이었다.
항공기가 뜨게 되면 기본적으로 비행 지역에 다른 비행기가 접근하는지, 알고 있어야 했다.
만약 광신도들을 부른 게 HG 그룹이 아니었다면,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비행기에 대해서 성신에게 이야기해주었어야 했다.
허나 그들에게서 아무 정보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저들은 작전 지역의 기본적인 정보뿐만아니라, 저희 회사와 HG 그룹이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확실히 우리나 HG 그룹에서 정보가 새어나갔다는 소리겠군.”
“아니, 그러면 안 되는데….”
강신이 이야기할수록 범인의 윤곽이 나타났다.
허나 김대리는 계속 그의 말을 부정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아니, 도대체 왜 배신을 했지!”
그리고 이내, 체념한 것인지, 김대리는 HG 그룹이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해했다.
“뭐,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뻔하죠. 저희의 임무가 구은혜의 구조로 바뀌니까, 생각을 달리한 거겠죠.”
HG 그룹이 처음 성신에게 작전을 협력을 요청할 당시에는 그들은 계약을 이행할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무가 딸의 구조로 변경되면서, 더 많은 이득을 성신에게 내어주어야 했다.
거기에 더불어 U.M.A까지 성신이 포획하게 된다면?
성신 그룹의 지독한 상부는 어쩌면 U.M.A 소유권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것을 받기 위해서 HG 그룹을 달달 볶을 것이라는 건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HG 그룹에서는 손해도 이런 손해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U.M.A를 포획하기 위해 산을 사유지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꽤나 많은 돈을 뿌렸다.
그런데 U.M.A를 포획하기는커녕, 철부지 딸로 인해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그들은 U.M.A라도 얻기 위해 성신 그룹 몰래 비밀 종교 집단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광신도들이 원하는 거야, 생명력과 관련된 거면 U.M.A뿐만이 아니라 물건도 받으니까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좋다고 달려왔겠죠.”
누가 어떻게 들어도 결국 HG 그룹이 범인인 상황.
김대리가 눈을 질끈 감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HG 그룹과 분쟁이 일어나면 현장 요원들은 모르겠지만, 지원과 사람들은 분쟁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퇴근도 못한다구요.”
김대리는 HG 그룹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걱정한 것이었다.
“저번에 대현이랑 트러블이 생겼을 때도 집에 일주일에 한번 들어갔어요! 그것도 사소한 트러블 때문에요.
김대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트러블이면, 적어도 한 달은 퇴근할 생각도 못할겁니다…….”
“난 또 뭐라고 퇴근…이 중요하긴 하지.”
이순자가 이유를 듣고는 공감하는 척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김대리가 더욱 울상을 지었다.
“부장님들이야 이제는 회사가 집 같으시겠지만, 전 아직 아닙니다…. 안 그래도 요즘 잘되어가고 있는 여성분이 있는데….”
“아이고, 저런….”
강신은 김대리의 숨겨진 비사를 듣고는 안타까운 듯이 그를 바라봤다.
일부 인원을 제외하면 비밀 연구소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인원들과의 통화가 불가능했다.
김대리가 말한 여성분과 회사 내부에서 통화가 불가능할 확률이 높았다.
사귀지도 않는데 아니,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한 달동안 연락이 잘 안 되는 사람을 좋게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미 결과가 나와버렸는데. HG 녀석들 어쩐지 급하게 현장에서 빠져나간다고 했더니, 뒤가 켕겨서 그런 것이었군.”
“후후, 김대리 만약 그 사람하고 잘 안되면 내가 더 좋은 사람 소개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척준신과 이순자가 김대리를 위로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정 힘들면 제 핸드폰 빌려드릴게요.”
회사에서 강신의 통화까지는 막고 있지 않았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으으…. 감사합니다.”
“어쨌든 저의 일은 여기까지네요. 그래도 HG 그룹쪽을 너무 심하게 털진 마세요.”
강신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HG 그룹과의 분쟁을 걱정했다.
당장 분쟁이 시작되면 성신은 비밀 연구소 분야뿐만 아니라, 표면에 드러나있는 다른 사업들에서도 귀찮게 시비를 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강신에게는 HG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형이 있었고, 너무 큰 분쟁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우리가 할게 있겠나. 위에서 움직이라고 하면 움직이는 거지. 그런 건 임상무님에게 부탁하게나.”
“그래야겠네요.”
일행들도 강신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서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강신은 문득 제압되어 구속된 광신도들의 처분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아, 비밀 종교 사람들이요? 아마 U.M.A와 관련된 특별 법이 적용돼서 전용 수감소로 보내질 겁니다.”
“특수 법률이요? 저는 그런 법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는데요.”
“그야, 강선임님이 그런 쪽까지 신경쓰시면 일이 너무 많아서, 지금까지 임상무님이 처리해 주셨으니까요.”
모르는 곳에서 자신을 임상무가 챙겨주고 있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감동을 받았다.
“애초에 특별법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도 합니다. U.M.A 자체를 숨겨야 하는 국가에서 그와 관련된 법을 만든 것이니까요.”
“아무래도 U.M.A를 일반 시민이 알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테니까요.”
“아무리 숨겨야 하는 이야기지만 필요한 법률이죠. 각 처부의 장관급 인사, 그리고 3선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토의 끝에 입법청원을 넣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대리가 특별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고, 대통령님이 직접 승인하셨죠. 원래라면 행정부에서 법을 공표해야 실효를 가지게 되겠지만, 안건이 안건인지라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고지하고 끝났습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님까지 연관되어 있는 건가요?”
“당연하죠. 아무래도 중요한 사안이니까요. 더 궁금하시다면 회사에 이야기하면 관련 자료들을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지는 이야기였고, 강신은 대충 대답하며 김대리의 말을 흘려들었다.
“이제 슬슬 정리되어가네요. 1팀과 3팀은 비밀 종교 사람들을 인계하고,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현장 요원들도 고생하셨으니, 쉬셔야죠.”
“HG그룹과의 협상이 잘 안되면 HG가 선점한 U.M.A 발견 지역에 투입될 예정이라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강선임님은 어쩌시겠습니까?”
멀리서 보이는 척준신과 이순자는 날뛸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꽤나 신난 듯했다.
“저는 뭐, 이 녀석 때문이라도 바로 회사로 가야겠네요.”
강신이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U.M.A를 보며 말하자,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저도 바로 회사로 들어가야 하니, 저와 함께 가시죠.”
“그래요….”
철수 준비가 끝나고 모두 김대리가 말한 것처럼 각자 흩어졌다.
강신은 김대리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회사로 돌아갔는데, 강신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어미 U.M.A 때문에 불편한 자세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 * *
회사에 도착한 강신은 U.M.A들을 데리고 30층에 있는 자신의 개인 큐브로 향했다.
큐브로 이동하는 동안 강신을 졸졸 쫓아오는 U.M.A는 어딜 가나 시선을 끌었지만, 현장 요원들과는 다르게 U.M.A가 귀엽다고 다가오는 연구원들은 없었다.
강신이 개인 큐브로 도착하자마자, U.M.A들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침대 위에 올려놓고는 곧장 권영식과 임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강신의 전화를 받고 개인 큐브로 들어왔다.
“이야기는 모두 들었네, 이번에는 꽤나 고생이 많았던 것 같더군.”
“그래도 다 좋게 끝난 것 같아요.”
권영식이 걱정하자, 강신이 대답했고 그걸 들은 임상무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제가 듣기로는 상부에서 오늘부터 HG 그룹과 전쟁을 선포한다고 하던데요.”
“그건…. 제 탓이 아니죠.”
“그렇긴 하죠.”
“흠흠, 그것보다 저기 침대 위에 있는 녀석이 이번에 포획한 U.M.A 인가 보군.”
권영식은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를 보고 신기하게 바라봤다.
사람의 시선에 익숙해진 것일까, U.M.A는 권영식이 자신을 바라보든 말든 고개를 휙 돌리며 무시했다.
“흥미롭네요.”
그런데 옆에 있던 임상무가 쳐다보자, U.M.A가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펄쩍 뛰어서 강신의 뒤쪽으로 숨어버렸다.
“응…?”
겁을 먹은 듯한 행동이었지만, 원체 겁이 많은 개체라 강신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강신은 둘을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아이가 살수 있는 큐브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서요.”
“어렵지 않지, 원하는 물건이 있는 건가?”
“일단 굴을 팔수 있을 정도의 흙이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먹이는 평범한 토끼들이 먹는 것들을 먹는데, 먹이 공급 자체는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넣어줘도 상관없어요.”
“별로 어려울 건 없구만.”
강신은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문이 열려있다고 해서 탈출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뭐, 탈출을 한다고 해도 위험하지 않으니, 관리하기 어렵지 않을 겁니다.”
“흙이 중요한 거라면 하루 이틀이면 제작할 수 있겠군. 알겠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게.”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나도 자네에게 뭣 좀 물어봐도 되겠나?”
권영식은 강신이 자신의 의문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이면 얼마든지요.”
“저 U.M.A가 만들었다고 하는 ‘구역’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듣고 싶은데….”
이미 보고는 받았지만, 그럼에도 권영식은 사람들이 길을 헤매게 되는 구역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었다.
“제가 알고 있는 ‘구역’이라는 건 대부분 힘이 강한 U.M.A만이 다루는 공간 같은 거예요.”
강신이 말한 구역은 U.M.A가 살아가는 공간을 말했다.
애초에 구역을 가지고 있는 U.M.A의 수는 그리 많지 않으며, 각 구역마다 특징이 있었다.
이번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 같은 경우는 길을 잃게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길을 찾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저번에 만났던 신단수의 구역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흐음…. 길을 잃게 하는 구역이라, 이거 잘하면 재밌는 물건이 나오겠는데….”
권영식은 강신의 뒤쪽에서 숨어있는 U.M.A를 보고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U.M.A는 갑자기 오한을 느끼고 흠칫 몸을 떨었다.
그날로부터 이틀 뒤.
권영식이 말한 것처럼 길을 헤매게하는 토끼를 위한 큐브가 완성됐다.
강신의 큐브에서 머물던 길을 헤매게 하는 토끼 가족은 그곳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흐르고, 권영식은 두 개의 엄청난 성과를 들고 강신을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