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98
97화
“와…. 설마설마했는데. U.M.A를 상품으로 내걸 줄은…….”
메일을 확인한 강신이 자신의 큐브로 놀러 온 김대리에게 투덜거리듯이 말하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뭐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요. 강선임님은 입사하신 지 오래 되지 않으셔서 잘 모르시겠지만, 효용 가치가 낮고 위험도가 없는 U.M.A는 종종 이렇게 상품으로 걸리기도 합니다.”
“상품으로 걸어도 괜찮은 겁니까?”
“말이 상품이지 회사 밖으로는 가지고 나가지도 못해서 사실 의미가 있나 싶긴 해요.”
“U.M.A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겠죠.”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CL 활동 자체가 조직력 강화를 위한 거라, 그냥 가볍게 운동회 같은 걸 하면서 위에서 생색내는 느낌이랄까요…….”
“생색내기라고 해도 지금 상품으로 걸려있는 U.M.A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쓸모가 많을 것 같은데요.”
퍼즐을 풀게 되어 주인으로 인정받는다면, 개인에게 효용이 꽤나 높았다.
“글쎄요…. 사람들은 그것보다는 다른 상품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까요?”
“왜요?”
강신이 되묻자, 김대리가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이번에 김한수 수석님에게 여쭤봤는데, 이번 CL 활동에서 나오는 상품들이 진짜 역대급이래요.”
“그래봐야, 팀 큐브 이용권 아닙니까?”
“에이~ 겨우 그 정도였으면 이런 소리를 안 했죠. 저희 회사 최고급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PX5나 텐도 스위치.”
말을 쏟아내던 김대리가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연구 우선권들과 마지막으로 ‘개인’ 큐브 3개월 이용권까지 걸려있다고 하던데요?”
강신은 김대리가 어째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했다.
그런데 마지막 상품은 조금 의아했다.
성신으로 처음 왔을 때, 임상무가 다른 이들에게는 개인 큐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개인 큐브가 걸렸다고요? 도대체 이번 분기 영업 이익이 얼마나 나왔길래…….”
“못해도 작년의 두 배는 된다고 하더라고요.”
“허어, 두 배라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번 분기 영업 이익이 높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안 그래도 높은 영업이익이었는데 거기서 두 배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개인 큐브가 걸릴 정도면 이번 CL 활동은 정말 치열하겠네요….”
“아마 그럴 겁니다. 강선임님은 혹시 따로 출전하고 싶은 종목 없습니까?”
김대리가 묻자, 강신은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팰로우님 직속이라 팀을 꾸리기도 힘들걸요. 그래도 굳이 탐나는 걸 찾으라고 한다면 이 정도겠네요.”
울프팀의 팀장을 맡고 있지만, 강신의 본 소속은 어디까지나 연구소장 직할이었다.
그리고 이미 개인 큐브와 그에 맞는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런 강신에게 욕심나는 물건은 하나밖에 없었다.
“개인을 위한 금고가 걸린 퍼즐이요? 이거 이벤트성이 짙은 행사이긴 한데……. 친한 연구원들 말을 들어보면 누가 와도 풀 수 없는 난이도라고 하던데요?”
“딱히 할 게 없으니, 그냥 이거나 하고 있으려고요.”
“강선임님이 그걸로 만족하신다면야…….”
* * *
역대급 상품이 걸린 CL 활동이 시작되었다.
연구소의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으며, 각 부서 간에 과도한 경쟁을 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김한수 수석은 CL 활동을 주최하면서 행사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소소한 이벤트를 열며 상품들을 추가로 뿌리기도 했다.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강신은 첫날부터, 개인을 위한 금고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퍼즐을 풀었다.
가끔 강신처럼 U.M.A가 상품인 걸 알고 찾아온 연구원들이 있었다.
허나 몇 번 실패하고 나면 금방 흥미를 잃고, 다른 재밌는 경기나 이벤트를 참가하기 위해 떠났다.
CL 활동이 시작되고 넷째 날부터는 그런 사람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강신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 강신을 보기 위해서 종종 찾아올 뿐이었다.
결국 이 이벤트는 강신을 위한 1인 이벤트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그런 이벤트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혀져 갔다.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장소에서 강신은 묵묵하게 퍼즐을 풀어갔다.
개인을 위한 금고는 퍼즐의 정답을 보는 게 아니라, 퍼즐을 푸는 과정을 본다.
그래서 강신은 최대한 스스로의 힘으로 퍼즐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 * *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모든 경기의 결승전이 열리는 CL 활동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연구원들은 개인 큐브와 여러 상품들을 얻기 위해서 우승을 노렸고, 가지고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부었다.
그렇게 하나둘 경기의 승자가 결정되고, CL 활동이 마무리되어갔다.
한 연구원은 셋째 날까지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포기했었던 U.M.A가 걸린 이벤트를 떠올렸다.
“아무도 없겠지만 마지막 날인데, 마지막으로 도전이나 한번 해볼까.”
그렇게 금고가 놓여진 장소로 향했는데, 그곳은 연구원의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다른 종목의 경기들이 모두 끝난 상태였기 때문일까.
할 일을 마친 사람들이 그 장소에 몰려와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퍼즐을 풀기 위해 줄을 서있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퍼즐을 풀고 있는 걸 구경하고 있는 듯했다.
“오오……!”
“조금만 더!”
“힘내세요!”
많은 사람들이 퍼즐을 풀고 있는 사람을 응원하고 있었다.
연구원은 퍼즐을 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보기 위해 인파를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퍼즐을 풀고 있는 사람은 강신이었다.
강신이 풀고 있는 퍼즐은 거의 출구에 도달해 있었다.
이번에는 성공하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지켜봤지만, 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미로가 스스로 움직였고, 강신이 조작하는 말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출구를 막아버렸다.
졸렬한 U.M.A의 행동을 보고는 사람들이 비난을 내뱉었다.
“와…. 또 저러네.”
“진짜, 페어플레이 좀 하자!”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U.M.A가 그 말들을 이해할 리가 없었다.
퍼즐 푸는 데 실패한 강신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고통을 참기 위해 꽉 다물고 있는 강신의 입가에서 살짝 피가 흘러나왔다.
“으으….”
강신이 입고 있는 옷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어…. 잠깐 그러고 보니, 강선임님…….”
연구원은 자신이 퍼즐을 풀기 위해 도전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강신은 계속해서 저 퍼즐을 붙잡고 있었다.
연구원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미로 퍼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실패 벌칙이 끝났는지, 강신이 살며시 눈을 떴다.
그의 동공이 살짝 풀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강신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퍼즐의 스틱을 잡으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연구원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 어…. 저거 잡지 못하게 말려요!!”
연구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서둘러 상황을 설명했다.
“강선임님은 첫날부터 계속 여기서 퍼즐을 풀고 있었다고요!”
“뭐?”
“첫날부터 계속?”
사람들은 일의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으아, 강선임님. 그만하세요!”
“빨리 말려!”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강신은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정신나간 표정으로 습관처럼 퍼즐의 말이 되는 스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으아아! 강선임님, 말 잡지 마세요!”
“에헤이! 이거 지지에요!”
하지만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 강신을 책상에서 연구만 하던 연구원들이 막을 수 없었다.
“아…. 안 되겠다. 누가 보안요원 좀 불러와!”
사람들이 보안요원을 부르러 간 사이, 결국 강신은 막대를 손으로 잡아버렸다.
그런 강신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구겨져 있었다.
“아, 안돼!”
“늦었어!”
모두가 강신을 걱정할 때, 퍼즐 미로에 변화가 생겼다.
철컥, 철컥, 철컥.
연구원들은 미로가 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았고, 그에 따라 점점 놀란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 저거 봐!”
“저게 어떻게 된 거지?”
개인을 위한 금고의 상단에 있던 미로 퍼즐은 이제 미로로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단 하나의 길만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강신은 어째서 10일 동안 극심한 고통을 참아가며, 퍼즐을 풀고 있었던 것일까.
이 모든 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CL 활동이 시작된 10일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 * *
강신은 김대리에게 개인을 위한 금고가 탐이 난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U.M.A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자신만이 사용 가능한 특별한 보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U.M.A를 얻기 위해선 퍼즐을 풀면서, 금고가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이미 CL 활동 전, 몇 번의 실패를 맛봤던 강신이었다.
조금이라도 횟수를 줄여 고통이 적은 상태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첫날, 강신은 다용도 렌즈로 길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빠르게 퍼즐을 풀어갔다.
허나 U.M.A는 강신이 퍼즐을 푸는 걸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U.M.A는 얄궂게도 꼭 출구 앞에서 출구를 닫았고, 그 모습을 본 강신은 다른 방법을 물색했다.
“분석 장비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 건가.”
이틀 동안 강신은 고통을 감내하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출구 근처까지 다가갔다.
하지만 그것도 U.M.A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마찬가지로 출구가 닫혔다.
“이것도 아니었나? 어째서 금고는 퍼즐을 못 풀게 하는 거지?”
금고가 문제를 푸는 과정을 보고 주인을 정한다는 걸 강신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답이 중요하지 않은 문제임에도, U.M.A가 굳이 정답으로 가는 길을 막는 게 조금 이상했다.
“너는 도대체 뭘 보고 싶은 거니, 푸는 속도가 느렸나? 아니면 그냥 힘으로 출구를 뚫는 게 맞는 건가?”
강신은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워 하나씩 계속 시도해봤다.
시도 횟수가 늘수록 벌칙의 고통은 강해졌지만, 강신은 그 고통을 참아내며 계속 시도했다.
횟수는 늘고 고통도 강해졌지만, 그 어떤 가설도 맞지 않았다.
사흘째 되던 날, 강신은 권영식이 포기할 때 느꼈던 개미가 온몸을 물어뜯는 듯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고통이 느껴지자 정말로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계획은 세웠지만 모든 가설이 실패했고, 이제는 심각한 고통이 느껴지자 강신은 포기하고 싶었다.
꼭 이 U.M.A가 아니더라도 보험을 만드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현실과 타협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날 강신은 퍼즐 푸는 걸 그만두고, 휴식을 취할 목적으로 다른 경기들을 구경하러 갔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북적댔고, 축제처럼 즐거워 보였다.
강신도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경기를 즐겁게 관람을 했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습관처럼 개인을 위한 금고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강신은 그곳에서 자신을 고생시킨 U.M.A를 바라봤다.
U.M.A는 자신이 실패한 이후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지, 마지막에 봤던 그 모습 그대로 있었다.
왠지 강신은 U.M.A를 보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는 공간에서 눈앞의 U.M.A는 자신의 주인을 찾고 있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많은 비밀 연구소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강신은 과연 이 U.M.A는 지금까지 몇 명의 주인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단 한 번도 주인을 갖지 못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보지 못했다면, 이 U.M.A는 어떤 기분일까.’
고작 쇳덩이에게 너무 지나치게 몰입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성신에서 U.M.A로 구분했다는 건 이것을 ‘생명체’로 인정했다는 뜻이었다.
왠지 강신은 자신의 본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U.M.A에게 동정심이 생겼다.
그래서, 강신은 미로 퍼즐의 말 역할을 하는 스틱을 꽉 잡았다.
강신은 오랜만에 오기를 부려 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