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3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33화
연예계 생활을 하다 보면 영상 메시지를 찍어야 할 일이 참 많다.
새로 시작하는 TV 프로그램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바빠서 참석하지 못하는 시상식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영상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지금 우리는 그런 영상을 찍는 중이었다.
“준비됐어, 얘들아?”
“준비됐어요.”
바로 미국에서 열리는 Teen Choice 어워드였다.
“큐!”
카메라 뒤편에서 매니저가 보낸 신호에 우리가 활짝 웃으며 구호를 외쳤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한국어로 인사를 마친 후.
가운데서 서핑 보드로 된 거대한 트로피를 든 중현이 곁에 서서 영어로 소감을 말했다.
「와우, Choice Music Group 상이라니! 작년에 이어서 저희 뉴블랙이 올해도 이 상을 수상했네요~! 저희를 지지해 주는 10대 여러분에게 정말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틴 초이스 어워드.
우리가 작년도에 슬라임을 맞았던 키즈 초이스와 같은 주최 측에서 개최하는 시상식이다.
행사의 의의를 말하자면….
Q.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싶은데 어떤 스타와 함께 하면 좋을까?
그런 질문에 대해서 해답을 주는 행사였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10대들 사이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그룹에게 주는 상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
‘일단 즐기자!’
작년에만 해도 경쟁자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1등을 했지만 올해는 꽤 접전이었다고 들었다.
[“누가 최고의 보이밴드인가?” – 뉴블랙과 문라이트의 팬덤이 틴 초이스를 두고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이다]미국 온라인 잡지에 실린 기사를 봤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수플레들과 문라이트의 팬덤이 투표를 두고 다툰 모양이었다.
석환 형을 통해서 미국 에이전시가 전해 준 소식을 들었는데….
-음원 성적이나 세계적인 앨범 판매량을 못 따라와서 그렇지. 미국 쪽만 따지면 거의 근접했어.
-벌써…?
-본토에서 활동하는 이점을 무시할 수가 없지. 우리가 한국 음방을 뛰고 있을 때, 걔네는 미국 토크쇼를 돌거나 행사를 뛰고 있으니까. 우리는 해외 투어지만 걔네는 국내 콘서트거든.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격차가 크지만, 북미를 비롯해 영미권에서는 거의 턱끝까지 따라왔다는 모양이었다.
지리적인 이점이 크다는 게 납득이 갔다.
우리는 스케줄이 바빠서 비행시간이 너무 커서 미국 시상식에 참가를 안 하는데, 거긴 그냥 1시간 차 타고 가면 되니까.
우리도 만약에 국내 시상식이었다면 잠깐 참가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문라이트가 데뷔한 서바이벌이 호주랑 영국, 캐나다에서도 대히트를 친 거 알지?
-알지.
넷플러스에서도 다양한 영미권 국가에서 1위를 찍었다고 들었으니까.
세계적인 프로듀서로 유명한 테리 오스틴이 직접 보이밴드를 제작한다며 업계가 들썩이고.
K넷의 함필수 전 제작국장이 전수해 준 K팝 보이그룹 오디션 성공 공식의 노하우까지.
정작 그 비법을 전수해 준 함필수 국장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바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미국식 서바이벌의 매콤함과 K 아이돌 노하우가 결합된 은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서바이벌로 데뷔하는 그룹들의 화력 알잖아. 로 데뷔한 원더 차일드만 해도 곧장 스트릿 보이즈랑 틴스피릿을 따라잡았는데, 저기는 오죽하겠냐.
그 결과.
계속해서 급속도로 규모를 불린 문라이트의 팬덤은 현재 우리의 북미 팬덤인 구름단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그 때문에 이런 틴 초이스 어워드의 수상을 두고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진 것 같았다.
아마 ‘이렇게 큰 화제성으로 데뷔했는데도 우리가 2위라고?! 이건 이상해!’에서 비롯된 심리들.
-틴 초이스는 ‘미국’ 시상식 아니야? 솔직히 뉴블랙의 ‘아시안’ 팬덤이 투표를 하면 미국인들이 무슨 수로 이기겠어
-난 뉴블랙 팬들이 너무 싫어. 걔네들은 이기적이고 자기들만 생각해
-한국인들이 콜린에게 헤이트 발언한 것 봤어??
-전혀 놀라울 것 없음. (웃음) 트위터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이 그랬어. 한국은 인종 차별이 세계에서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라고
-최근 2년간 미디어의 흐름은 정말 기괴하고 이상했어. 그 전까지 뉴블랙이 누군지 알았던 사람??? 아무도 모르던 그룹을 데려와서 띄워 주고 이상했지.. 솔직히 조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의심스러워. 중국에서 아시안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수를 쓴 거야
-결국 가짜는 패배하고 진짜가 승리할 것이다 (브이) (브이) (브이)
그중에서 차이나 머니를 동원해 뉴블랙을 띄웠다는 음모론 짤은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메시지로 돌렸다.
다들 하루에 웃음이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중이다.
아무튼 미국에서 이어지는 견제와 싸움을 떠나 일단 트로피는 우리에게 주어졌다.
“오케이.”
민기 형이 영상을 확인하며 말했다.
“그룹상은 찍었고, 이제 인터내셔널… 이거랑 우주 개인 상 하나 찍고 마무리 짓자.”
“바로 가요. 형.”
“잠깐만….”
미국 외의 국가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에게 주는 International Artist 상에 대한 수상 소감도 찍고.
내가 콜드 브라운과 함께 부른 가 Best Collaboration 상을 수상하면서 개인 소감도 찍었다.
“아이고.”
촬영이 끝나고 SNS 반응을 살짝 염탐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수플레들이 고생이 많네.”
“그니까요. 우리 이번에 미국 가면 좀 더 잘해 줘요.”
내 어깨에 비죽한 턱끝을 올리며 말하는 지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과 싸우느라 고생하는 팬들에게 가수가 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저 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더 좋은 무대를 보여 주는 것.
그렇게 해서 대중들의 지지를 더욱더 확보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 비교 불가능한 위치를 굳히는 것.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번에 최고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Overcooked~ overcooked~♬」
나의 흥얼거림에 리혁이가 화음을 더했다.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다른 동생들도 여기에 또 화음을 얹었다.
「아무래도 널 향한 사랑이 과했나 봐~♬」
그렇다.
우리에게는 이번에 역대급으로 잘 뽑힌 신곡 가 있었다.
‘기다려요! 수플레!’
‘우리 곧 갑니다!’
동생들과 꺄르륵 웃으며 손뼉을 짝짜꿍 하고 있을 때였다.
“저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박규호 대표님이 구석진 곳에 쪼그려 앉아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VCR 녹화는 다 끝난 거니?”
“아, 네! 대표님! 이미 한참 전에 끝났어요.”
지금 우리가 틴 초이스의 수상소감을 녹화한 곳은 바로 우리 회사 8층의 대표실이었다.
대표님 방이 예뻐서 VCR을 찍을 때 그림이 잘 나온다.
그제야 구석에서 벗어난 박규호 대표님이 다과를 꺼내오며 우리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아이고, 다들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
대표님이 우리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들 잠은 좀 자고 있니? 어제 몇 시간 잤어?”
“어제 한 3시간…? 그 정도 잔 것 같아요.”
“아이고야.”
“근데 틈틈이 많이 자고 있어요.”
워낙에 바쁜 시즌이었다.
곧 영어 곡으로 컴백도 있고, 요리 특집에 이어서 뉴니버스 시즌 1의 마지막 특집도 찍어야 하고.
“다들 힘들지?”
“아니욤.”
“그, 그렇구나…….”
다음 멘트를 준비 중이던 대표님이 우리 막내 때문에 혀가 꼬였다.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하루 종일 잠을 자도 시간이 남고, 여유가 넉넉한 시기가 찾아올지도 몰라요, 대표님.”
“그렇지.”
“하지만 그 말인즉, 저희의 연예계 랭킹이 하락했다는 거겠죠?”
“…….”
“저희는 그걸 두고 볼 수 없어요. 대표님.”
동생들이 주먹을 꼭 쥐었다.
“맞아요! 5인조가 0인조가 될 때까지 다 함께…….”
“저희는 디너쇼도 주경기장에서 할 거예요.”
“2100년 화성 콘서트 헤드라이너, 대현자 서리혁과 늙은이들… 후후후!”
100세까지 탑을 찍겠다는 우리의 포부에 대표님이 ‘어… 엇 그렇구나…’ 하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허허 웃으며 말하셨다.
“뭐, 언제든 안 힘든 시기가 있겠냐마는… 이제 앞으로 또 힘든 시기가 오겠구나.”
“네.”
“활동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고. 또 요즘에는 미국에서도 갑자기 웬 신인이 등장하지를 않나.”
박규호 대표님이 우리를 바라보고는 쓰게 웃었다.
“내가 특별하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참 마음이 그러네. 해 줄 수 있는 건 돈을 지원해 주는 것밖에 없고.”
“아니에요. 그 덕분에 저희가 활동을 잘하고 있는 걸요.”
“덕분이긴. 다 너희가 벌어 오는 돈인데, 나는 그냥 그걸 맡아놨다가 필요할 때 쓰는 사람인 거고.”
그런 말을 하던 대표님이 우리에게 말했다.
“그러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네.”
“우주는 이번에 영화 OST 녹음한다면서. 거기에 더 필요한 건 없니?”
“네, 준비가 워낙 잘 되고 있어서.”
그러면서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긴 했다.
“몇 가지를 추가하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녹음을 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뭐든지 말해 보렴. 하하.”
“진짜요?”
“그럼, 그럼.”
“진짜죠, 대표님…?”
“…??”
내가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음향 장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게 음향은 장비 차이가 좀 있거든요. 마이크가 잡아내는 소리 같은 게 조금씩 달라서… 특히 영화 음악의 경우에는 현장감이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잖아요.”
“그렇구나. 나는 잘 모르는 이야기라… 그래서 금액이 얼마 정도 되니?”
“아, 그게요. 대략…….”
내가 대표님에게 바짝 붙자 리혁이가 중얼거렸다.
“왜 또 소곤거리는 거야?”
“우주 형이 그랬는데, 충격적인 소식일수록 작게 소곤소곤 말하면 충격이 적어진대여.”
대표님의 귓가에 내가 금액을 소곤거려 주었다.
항상 영롱하게 반짝이던 대표님의 정수리 광채가 곧이어 희미하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 * *
주말 동안 비주와 함께 음악 방송을 돌면서 의 1위 트로피를 수집한 후.
바글바글.
레몬 엔터의 대회의실에 들어서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모두 안녕하세요~!”
넋이 나간 얼굴로 내 뒤를 따라오는 대표님, 그리고 이사님과 함께 회의실에 모인 이들과 악수를 하거나 인사를 주고받았다.
“선배님, 오셨어요?”
“안녕.”
곧장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가는지, 재벌 남주 특유의 쉼표 머리를 한 이견우 선배가 손을 들어 보였다.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기가 빨린 표정이었다.
선명주 역할을 맡은 이견우 선배를 지나, 우리 엄마 역을 맡은 여은선 배우를 비롯해 주요 출연진과 인사를 나눈 후.
“오시는 길은 편안하셨어요, 감독님?”
“네.”
티셔츠 차림으로 늘씬한 옷맵시를 자랑하는 데보라 킴 감독님과도 악수를 하며 손을 흔들었다.
“어제 한국에 들어왔어요. 우주 씨는 못 본 사이에 머리카락 색이 파랗게 바뀌셨네요?”
“유닛 활동을 했어요.”
“맞아! 그거 노래할 때마다 비 온다면서요.”
잠시 가 화제가 된 까닭에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왔다.
날씨가 너무 덥다며 비 좀 내려 달라고 하는 말에 웃고는 다른 스탭들과도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OST 관련 미팅이기도 하고, 제작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보니 스탭들이 꽤 빠져 있다.
“최 디렉터님은요?”
캐스팅 디렉터인 존 덕규 최 씨가 안 보였다.
누군가 말했다.
“캐스팅이잖아요. 제작 후반부에는 관여할 게 없기도 하고. 지금은 에 가 있어요.”
내년도에 개봉하는 기대작 히어로 영화에 가 있다는 소식에 고개를 끄덕일 때.
시크릿 에이전트라는 키워드에 뭔가 떠올랐다.
지호가 이번에 카메오 정도로 나오는 게 저 영화 아니었나?
거기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말에 내가 감독님에게 소곤거렸다.
“혹시…….”
“네, 맞아요.”
감독님이 속삭였다.
“저번에 선명주 역 오디션에서 지호 씨를 굉장히 좋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
저번에 우리 아빠 역할을 뽑을 때 막내가 자기도 기회를 한 번 달라면서 오디션을 봤다.
-아들….
조금 장난도 있긴 했지만 그때 훌륭한 연기력을 선보인 막내였다.
그걸 눈여겨봤는지 다른 영화로 간 캐스팅 디렉터가 지호를 추천한 모양이었다.
당시에도 어떻게든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어 보려고 했던 지호에게 기특함을 느꼈는데, 이렇게 성과를 거둔 막둥이의 모습에 괜히 뿌듯함이 느껴졌다.
“자. 그럼 앉을까요?”
다 같이 안부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착석했다.
[Sound of the Sun – OST 미팅]오늘은 바로 의 OST 녹음에 대해 안내를 하고 회의를 하는 시간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Hello!]회의실 스크린에는 뚱뚱한 체구의 아시아계 작곡가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번 영화의 공동제작자이자 브로드웨이의 전설인 프랭크 차우.
그리고 그 옆에는 그를 보좌하는 음악감독 트래비스 월콧이 통역사를 끼고 배석해 있었다.
내가 프랭크 차우에게 물었다.
「시작해도 될까요?」
[써니,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네, 이제 영화의 OST 녹음을 할 시간입니다.”
엄밀히 말해서 영화에 사용할 사운드 트랙은 한참 전에 녹음이 다 끝났다.
미국에 있는 프랭크 차우가 유명 재즈 뮤지션들을 동원해서 생생한 세션을 녹음했고.
출연진들도 현장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제 엔지니어들이 마법을 부릴 시간만 남았을 뿐. 영화에 들어갈 사운드 자체는 모두 완성된 셈이다.
그래서 지금 녹음을 하려고 하는 건 바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앨범으로 풀게 될 앨범의 음원이었다.
뮤지컬도 실황 라이브 음원과 스튜디오에서 완벽하게 녹음하는 OST가 따로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촬영 현장에서 미비했던 음악에 대해서도 녹음을 할 예정인데요.”
예를 들어서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 때, 카메라가 멀리서 풀샷으로 잡는 그런 장면은 녹음을 할 수 없었다.
붐 마이크를 가져다 댈 수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중에 후녹음을 하기도 하는데, 메아리나 공간감이 다른 소리가 문제가 되곤 한다.
“현장에서 부른 것과 소리가 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잖아요. 그 부분을 방지하고 최대한 현장감을 살릴 수 있도록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해 놓았습니다. 저희 대표님 덕분에….”
와아아아- 하는 사람들의 박수에 대표님이 아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녹음에 관해서 진행할 만한 사안들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
“질문 있으신가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
“그럼 바로 녹음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 *
레몬 엔터 2층의 대형 녹음실.
이번 에 출연한 배우들이 가사지를 들고 고개를 까딱까딱하고 있었다.
‘이제 막바지다.’
지난 몇 달 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왔던 배우들이었다.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너에게서 호되게 혼나면서 받은 코칭.
브로드웨이의 안무가에게 전수 받은 안무.
강철 체력으로 유명한 이견우도 중간중간 링거를 맞고 촬영을 할 정도로 고된 스케줄이었다.
어느 영화나 마찬가지겠지만, 출연진이나 제작진 모두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처럼 촬영을 했던 영화.
‘그래도 느낌은 좋아.’
신인 배우이자, 이번에 이명은 역할을 맡았던 배우 여은선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실제 영화가 어떻게 뽑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망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아, 진짜 다시 들으니까 너무 좋다.”
“음악이 너무 좋지 않아요? 촬영장에서 질릴 만큼 들었는데도, 막상 한국 오니까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출연진들이 수군수군했다.
지난 몇 달간 질리도록 들었던 노래가 다시 듣고 싶어질 정도니, 노래의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천재의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가 쓴 음악들을 현대적으로 변용해서 가사를 추가한 음악들.
여은선이 녹음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금 OST 녹음을 하기 위해 와 있습니다~ 여기다 인사해 주세요. 오빠.”
“안녕하세요. 선명주 역할의 이견우입니다.”
“오늘 녹음을 앞둔 소감이 어떠세요?”
“자신 있습니다.”
이견우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음치나 박치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던 노래 실력은 지금 준수하게 바뀌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노래를 부르는 방법만 몰랐을 뿐, 이미 발성이 완성되어 있던 탑 클래스 배우였으니까.
‘반응이 기대되는군.’
촬영을 거치며 더욱더 완성된 그의 보컬을 보며 우주가 얼마나 깜짝 놀랄지 기대가 됐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200%…!’
정말 노래 부르다가 화장실로 뛰어가서 토를 몇 번이고 했을 만큼 질리도록 연습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최상의 실력으로 녹음하는 OST뿐.
모든 배우들이 후훗 웃고 있을 때였다.
달칵-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우주선이 들어오면서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우주가 들어온 거야 이번 앨범의 작곡과 편곡을 맡았으니 당연한 일이긴 한데….
“안녕하세요!”
“저희도 도와주러 왔어요~!”
졸개들까지 같이 들어온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4블랙은 왜 왔지?’
’뭐지?’
그동안 우주가 엔지니어들과 녹음 부스로 들어가 마이크 위치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일까.
오늘따라 유독 더 눈이 반짝이고, 집중하는 얼굴로 우주가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첫 번째 넘버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이견우 선배님.”
“네!”
“잘 부탁드릴게요~”
녹음 부스에 들어가서 헤드폰을 낀 이견우가 가볍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윽고 본격적인 녹음이 시작됐다.
하지만 첫 소절이 끝나기 무섭게 우주가 녹음을 끊고 토크백 버튼을 눌렀다.
“선배님.”
-네…?
“다시 한번 첫 소절 불러보시겠어요?”
-네.
이윽고 이견우가 노래를 부르고는 눈치를 슬쩍 살폈다.
출연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완전 잘했는데…?’
우주가 말했다.
“지금 소리가 완벽하게 다 안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요. 잠시만 녹음부스 바깥으로 나와 보시겠어요?”
-어… 네.
방금 전까지 자신감 최대치였던 한류 배우가 소심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배를 두드려 주면서 복식호흡에 대해 알려 주기라도 하는 건가 싶을 때, 우주가 카메라 버튼을 끄고 말했다.
“얘들아.”
“네!”
“잠깐 도와드려라.”
4블랙이 이견우의 팔을 양옆에서 붙잡았다.
“?!”
까드득- 하면서 손가락을 오므리며 손톱에 후후 바람을 부는 서리혁을 따라 나가는 일행.
곧이어 문이 닫혔다.
“??”
“??”
갑자기 붙들려 나간 이견우의 모습에 배우들이 눈을 크게 뜰 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막아주기 위해 피아노를 감미롭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악…!
“?”
-악! 악!
“!”
그러다 갑자기 잠잠해지는 소리.
‘죽었나?’
달칵-
문이 열리면서 이견우가 식은땀을 흘리고 들어왔다.
몇 분 사이에 꼬질꼬질한 오징어처럼 변한 꽃미남을 향해 우주가 활짝 웃었다.
“어떠세요? 소리 한 번 내 보시겠어요?”
“아~ 아~~”
모두가 일제히 눈을 크게 떴다.
‘다르다!’
방금 전에도 발성이 좋긴 했다.
막힌 것 없이 탁 트인 느낌.
그런데 지금은 소리가 정말 성대의 매끄러운 표면을 통과하는 것처럼 시원하게 들려왔다.
4블랙이 뿌듯하게 웃었다.
“짜잔. 저희 역할입니다.”
“도와드리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만들지만, 저희 뉴블랙은 고래를 K팝 아이돌로 만들죠. 후후후.”
그 말에 배우들이 이견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때요?’
주연 배우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너희는 이걸 꼭 피하라는 듯이.
그동안 우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도움이 또 필요하신 분?”
“…….”
미친 듯이 가사지에 집중하는 배우들.
그날, 의 모든 출연진은 그동안 잠재되어 있었던 기량을 최대치로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