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3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35화
산뜻한 스윙 재즈가 흘러나오면서 영화사 로고가 나온다.
평소와는 다른 색깔의 로고.
고전적인 재즈 클럽에 어울리는 낡은 조명이 마치 영화사의 로고를 비추는 것만 같다.
제작사와 CG 회사의 로고들이 재즈 음악과 함께 흘러나올 때.
[Silver Screen Pictures Presents]배급사를 알려 주는 자막이 흘러나오면서 화면이 한 남자의 발치부터 훑기 시작한다.
텅 빈 공연장.
그곳에서 안경을 낀 채 피아노를 연주하는 천재 피아니스트가 있다.
혼자서 재즈 음악 연주에 열중하는 남자에게 카메라 앵글이 서서히 다가갈 때.
[반갑습니다. 드디어 오셨군요.]선명주가 카메라를 향해 영어로 인사했다.
마치 제4의 벽을 넘어 카메라 뒤편의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듯한 연출이었다.
[아마도 몇몇 분들께선 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계시겠지만, 대다수의 관객 분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러니 잠시 그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죠.]왼손으로 즉흥 재즈 멜로디를 연주하던 선명주가 손을 들어 소개한다.
[오늘 이야기의 주연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저의 사랑스러운 부인 이명은입니다!]박수 소리와 함성 소리 효과음.
그의 피아노 근처에 조명이 내리쬐며 첼로를 연주하며 미소를 짓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렇게 한 명씩 소개할 때마다 조명이 밝아 오르고.
음악이 점점 생동감 넘치게 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재즈 음악에 흥이 오르면서 선명주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잠시 연주를 들려 드리죠.]대사에서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연출.
즉흥적인 연주 속에서 피아노 연주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즐겁게 웃고.
첼로가 음악을 더해 주고.
트럼펫이 고개를 들고 마칭 밴드처럼 흥겨운 연주를 하면서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
레몬 엔터의 간이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던 관계자들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시작이 좀 약한 것 같은데.’
뮤지컬 영화의 핵심은 오프닝이다.
오프닝에서 어떤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는가?
5분 만에 관객을 이 뮤지컬 영화의 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지금의 오프닝은 조금 임팩트가 약한 느낌.
‘음악이 나쁜 건 아니야.’
음악이 별로인 건 아니었지만 뭔가 미묘하다.
제작이나 홍보 등에 관여한 스탭들이 다소 불안한 느낌을 가지며 시청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자, 이제 필요한 사람들이 모두 모였으니 시간을 거슬러 가 보도록 하죠.]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서서히 느려진다.
[그럼 어떻게 거슬러 가냐고요? 제 생각에 인생은 재즈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죠. 약간의 테크닉만 있다면 말입니다.]좌에서 우로 움직이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우에서 좌로 간다.
[천천히, 거꾸로.]그러면서 지금까지 즉흥으로 연주하던 멜로디를 거꾸로 연주하기 시작하는 선명주.
“?”
“??”
그의 손가락이 점점 빨라지면서 지금까지 음악을 연주하던 재즈 뮤지션들 역시 거꾸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다소 미묘하게 들렸던 멜로디가 환상적인 하모니로 탄생하기 시작하면서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선명주가 전주를 연주하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그의 눈이 반짝이며 빛난다.
[재즈와 인생의 공통점을 아십니까?]집중해서 그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선명주가 눈을 찡긋하면서 말했다.
[그건 바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그러면서 첫 번째 넘버 의 멜로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약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화려한 재즈곡이 관객들을 영화의 매력으로 빠지게 만드는 가운데, 관객들의 감탄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 *
『감독과 배우들이 들려주는 음성 해설』
선명주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씬.
[이견우] : 1차 내부 시사회 때 분위기가 떠오르네요. 그때 감독님이 굉장히 긴장하고 계셨잖아요. [데보라 킴] : 그렇죠. 정말 손에 식은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긴장을 했어요. 어찌나 떨리던지……. [이견우] : 다들 처음에는 어…? 하는 반응이었죠. 왜냐하면 노래가 생각보다 약하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러다가 지금까지 연주하던 음악을 거꾸로 연주하면서 첫 번째 멜로디가 시작된다.
[데보라 킴] : 이 장면부터 분위기가 완벽하게 반전됐죠. [여은선] : 맞아요. 그때부터 사람들 표정이 ‘와-’ 하는 표정으로 다들 음악을 들으시더라고요. [데보라 킴] : 그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느낌이 왔어요.화면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선명주.
[데보라 킴] :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이 영화 반드시 성공하겠구나 하고 말이에요.* * *
내 곁에서 연신 와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와아아아아…….”
지호가 입가에 손을 올린 채 감탄하고 있는 것 같다.
비주와 중현이, 리혁이도 저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며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지금 ‘~것 같았다’라는 표현을 쓰냐면, 나 역시도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만약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노래는 익숙하다.
아빠의 곡 을 내가 뮤지컬 음악으로 편곡을 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영상 연출이 될 줄은 몰랐다.
-Time Travel
아빠가 작곡가로서 첫 번째로 쓴 곡이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도 하고, 과거 회상으로 넘어가는 초반 씬에도 어울리는 곡이었다.
아빠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곡에는 내가 항상 소망하는 것을 담았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에 부모님을 살릴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처음에는 영어로 노래를 하던 성인 선명주.
점차 가사가 한국어로 변하더니 목소리가 어려지기 시작하면서 아역 선명주로 넘어간다.
보육원 뒷마당에서 그네를 탄 채, 달을 바라보며 구슬피 노래를 부르는 선명주.
『우리가 만약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있다면-』
그러다가 고개를 떨군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친척들이 모두 양육하기를 거부하면서 보육원에 맡겨진 아이.
거기서부터 시작한 영화는 빠른 템포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삶의 의지가 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아이가 점차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고, 변하기 시작하고.
『나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써 보려 해-♪』
항상 시간을 거슬러 가고 싶어 했던 아이가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바뀐다.
더 이상 시간을 거슬러 가고 싶지 않다고.
이제 새로운 페이지를 써 보겠다며 힘차게 노래하면서 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우와…….”
좋은 영화만 보면 눈물을 글썽이는 우리 막둥이가 촉촉한 눈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연신 웃었다.
다른 동생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좋은 노래를 들으면 고개를 까딱까딱이며 저도 모르게 행복한 미소가 나오는 리혁이는 물론이고.
영화가 재미있으면 좋아하고 별로면 그냥 그런 반응을 보이는 비주와 중현이도 팝콘을 우물거리며 우와- 하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우와….”
“오오오오…….”
“와아.”
옅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내 옆자리에 앉은 김보라 감독님이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연신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배우들도 영화를 보다가 관객들 반응을 보다가 하는 식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그럴 만했다.
“와 영화가…….”
진짜 잘 뽑혔다는 말을 중얼거리는 지호의 말에 나도 공감하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정말 모든 것이 완벽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 빼고는 모든 게 완벽했다.
[쪽-]로맨틱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동안 엄마의 뺨에 아빠가 뽀뽀를 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몸부림쳤다.
“에이……!”
찌그러진 캔처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가운데.
내 반응에 주변 사람들이 마구 웃었다.
“아으으으…….”
이유는 모르겠는데 얼굴이 벌게지고 그냥 민망하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두 눈을 가리며 말했다.
“무슨 시도 때도 없이 키스를 해….”
아니, 아빠 일 안 하냐고.
정말 틈만 나면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들의 장면에 몸서리를 치며 괴로워했다.
그제야 내가 잊고 있었던 의 서브 테마가 떠올랐다.
-선명주와 이명은의 화려한 러브 스토리!
주변 사람들은 ‘어머, 어머!’ 하면서 로맨틱 예능의 패널들처럼 꺄르르 웃어 댔지만 나는 괴로웠다.
‘그만… 그만 좀 키스해!’
나중에는 티셔츠를 들어 올려서 그 속에 얼굴을 숨길 때였다.
“우주야, 우주야.”
내 뒷줄에 앉아 있던 이견우 선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
고개를 돌려보니 이명은 역의 여은선 씨와 이견우 선배님이 나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
두 배우가 영화 장면을 따라 하며 손을 맞잡는 시늉을 했다.
“……!”
못 볼 걸 본 기분이다.
내가 고개를 획 돌리자 뒤에서 배우들이 통쾌해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녹음 복수 성공!”
“잘했어요, 오빠.”
배우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를 뿐이었다.
그렇게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들어 다시 스크린을 바라보았을 때.
아름다운 남녀의 입술이 포개어지고….
“아아악…….”
왜 또 키스하냐고!
* * *
부모님이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괴로워서 몸부림치는 누군가의 흐느낌에 다들 웃는 한편.
【 Sound of Sun 】
어느새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영화 로고를 바라보며 다들 놀랐다.
‘벌써 끝났어?’
그리 짧은 러닝타임도 아니었다.
1시간 50분 정도 되는 시간인데도 그야말로 시간이 삭제된 것처럼 사라져 있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뉴블랙의 박수를 시작으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박수를 쳤다.
박규호 대표가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으며 ‘나의 투자는 옳았다…’ 하며 정수리를 들썩이고.
스튜디오 레몬의 관계자들을 비롯해 모두의 표정이 좋았다.
‘영화가 진짜 잘 뽑혔다!’
특히나 뮤지컬 영화로서 잘 뽑혔다고 할 수 있었다.
내부 시사회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김보라 감독이 우아하게 일어나서 꾸벅 인사했다.
그러곤 연습실 조명의 조도를 취침등으로 올렸다.
무드등 정도의 조명.
레몬 엔터를 처음 방문한 배우들이 수군거렸다.
“뭐야. 왜 연습실에 취침등이 있어?”
“여기 뉴블랙 연습실 아닌가…?”
대체 왜 연습실에 취침등이 있는 건지 의문을 품을 때.
김보라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Q&A 및 피드백 시간을 진행할 텐데요. 아직 다들 영화의 여운에 젖어 계신 것 같아서 조명은 살짝 은은한 정도로 유지하겠습니다.”
다들 웃으며 공감했다.
집에서 불을 끄고 영화를 막 보다가도 불이 탁 켜지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곤 하니까.
“다들 영화는 마음에 드셨나요?”
“네!”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셨어요?”
지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대사랑 음악이 이어지는 게 진짜 자연스러워서 너무 좋았어요. 영화 전체가 음악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머, 감사합니다. 지호 씨.”
“다음 영화에는 절 캐스팅해 주세요!”
“영광이죠~”
둘이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오는 한편.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연결이 자연스러웠어.’
뮤지컬 영화의 핵심 관건은 바로 대사와 음악 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연들이 대사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노래로 넘어가는 식으로.
못 만든 뮤지컬 영화들은 대개 ‘자! 지금부터 노래한다! 노래할 거야!’ 하면서 신호를 줘서 몰입이 깨지곤 했다.
“로맨스 씬의 연출이…….”
“저는 마지막 엔딩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았던 것 같네요. 그 부분에서 선명주 씨가…….”
“배우 분들의 연기력이 정말….”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력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시너지가 잘 일어난 느낌.
‘이건 무조건 중박 이상은 친다!’
그런 예감 때문인지 오늘 관객으로 참여한 관계자들의 표정은 몹시도 밝았다.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인 실버 스크린 픽처스(Silver Screen Pictures) 측에서 지원한 제작비만 해도 4,800만 달러.
한화로 500억에 달하는 금액이다.
할리우드에서야 1억 달러 이하 영화는 저예산 영화로 취급한다지만, 한국 영화에서는 역대 1위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인 관계자들 모두 매일 밤 잠이 안 오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한시름 놨다.’
아직 CG나 후처리가 되지 않아서 살짝 만듦새가 엉성해 보였지만 영화의 퀄리티 자체가 끝내줬다.
어찌나 퀄리티가 좋은지 이대로 개봉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혹시나 여기서 이것저것 더 추가되어서 안 좋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잘 뽑혔다.
그리고.
“영화 음악이 진짜 좋았죠?”
김보라 감독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이 이 영화의 음악 대부분을 편곡하거나 작곡한 선우주를 일으켜 세웠다.
“다들 우주 씨에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쑥스러운 얼굴로 웃는 레몬 엔터의 최고 권력자에게 다들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진심이 담긴 환호였다.
‘음악이 다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뮤지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다.
시작이자 끝.
아무리 뮤지컬 영화의 퀄리티가 별로여도 노래가 좋으면 흥행하게 되어 있다.
괜히 유명 영화사들이 기존에 성공한 뮤지컬을 영화화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의 음악은….
‘대박이야.’
일반인의 귀에는 잔잔할 수 있는 재즈 음악을 뮤지컬 식으로 화려하게 편곡을 했고.
영화 연출과 합쳐져 곡에 서사가 담겼다.
방금 전까지 선명주의 음악을 잘 몰랐던 관객들도 이제는 음악을 들으면 ‘저 곡에는 저런 비하인드가 있어’ 하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우주의 창작곡이었다.
“두 곡 다 너무 좋던데요. 은 초중반부를 확 이끌었고, 후반부는 이 끝냈어요.”
“진짜… 너무 좋더라.”
“음원은 언제 풀려요?”
선우주가 부모님을 위해 작곡한 테마에 대해서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나 선명주가 어떤 사람인지, 그걸 제대로 보여 준 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다.
우주가 머쓱한 얼굴로 웃고, 졸개들이 ‘우리 형이얌! 히히!’ 하고 우주의 팔짱을 붙잡고 하찮게 웃을 때.
김보라 감독이 웃으며 물었다.
“칭찬은 여기까지 들을까 싶네요. 혹시나 다른 피드백이 있으신 분? 요건 아쉬웠다거나.”
“음…….”
“조금이라도 걸리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는 게 좋아요. 여기서 안 털고 가면 나중에 문제 생겨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말할 구석이 없었다.
별로인 영화는 별로인 점을 수백 가지 말할 수 있지만, 좋은 영화에 대해서 별로인 점을 말하라면 애매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찾자면….
‘영화의 빌드업이 조금 약한 것 정도?’
전개 속도가 빠르다 보니 깊게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뮤지컬 영화의 러닝 타임이 110분인데 그중에서 음악의 분량만 30분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영화의 구조적인 한계이니 그렇다 치고….
“인종 차별을 당하는 장면들이 좀 있던데, 그 부분은 괜찮을까요? 서구권 관객들 입장에서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배급사와 추가적으로 협의를 해야겠지만 아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실제의 5% 정도만 고증을 하기도 했고.”
“5%…?”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주먹을 꽉 쥐고, 영화 속 나쁜 놈들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들이 실제의 5%라니.
굉장히 순화했다는 것에 다들 혀를 끌끌 차고 있는 한편.
여러 가지 보완할 점을 피드백하면서 Q&A 시간이 끝났다.
“이제 끝낼 시간이네요. 또 말씀하시고 싶은 게 있는 분?”
“저요.”
마지막으로 우주가 손을 들었다.
이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핵심 인물이 손을 들면서 김보라 감독의 눈이 커지고 다들 침을 삼켰다.
‘뭐, 뭐지?’
과연 어떤 예리한 발언을 할 것인지 모두가 호기심을 품을 때.
우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키스씬의 분량에 대해서…….”
“여기까지 Q&A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이잉….”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의 1차 내부 시사회가 끝난 후.
회사에는 연신 즐거운 웃음이 흘렀다.
“하하하하하!”
“하하, 아이고 웃음이 나오네~!”
그만큼 영화가 잘 뽑혔기 때문이었다.
100년 동안 앓던 이를 뽑은 것처럼 행복하게 웃는 직원들.
-이제 홍보만 잘하면 된다!
영화는 잘 뽑힌 걸 확인했으니 이제 마케팅만 남은 단계였다.
그래서 김보라 감독님이 조금 더 다듬은 버전을 우리의 투자사이자 미국 최대 배급사 중 하나인 실버 스크린에 보냈다고 들었다.
곧장 반응이 왔다.
“배급사에서 만나자는데.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만나야지.”
이제는 참 순탄하게 흘러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때.
석환 형이 말을 이었다.
“근데 한국으로 오겠대.”
“한국으로…?”
석환 형도 찝찝한 표정을 짓고,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중현이가 물었다.
“왜 그래요, 형?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만나러 오는 걸 수도 있잖아요.”
“중현이 형.”
막내가 나를 대신해서 말했다.
“저기 영화사는 이번에 500억이나 써 준 갑이잖아요.”
“그치.”
“형한테 500억을 투자해 준 미국인이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갑자기 형네 집 앞으로 오겠대요. 좋은 이야기면 자기 집으로 불러서 거드름을 피울 텐데, 굳이 형네 집으로 와요. 그럼 무슨 생각이 들어요?”
“어… 나한테 뭔가 잘못한 게 있나?”
“바로 그거예요.”
“…….”
동생들이 ‘어?’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석환 형이 보여 준 이메일 속에서 반짝이는 필름 로고.
[Silver Screen Pictures]왠지 모르게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