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3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38화
의 모든 관계자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레몬 엔터의 사무실에서 검은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웃고 있었다.
“좋은 타이밍이야.”
여우를 닮은 미남의 얼굴 위로 짙은 미소가 번졌다.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새로운 계약서.
[사운드 오브 선의 수익 분배 조건에 관한…]제작이사 조규환이 계약서를 차분하게 살폈다.
회사 법무팀이 수정한 계약서에는 제작사인 스튜디오 레몬이 기존보다 더 높은 수익 분배 비율을 가진다는 조건이 쓰여 있었다.
본래였다면 절대 작성되지 않았을 계약서였지만 상황이 바뀐 덕분이었다.
영화의 포지션이 바뀌었으니까.
올해 초에 배급사에서 투자를 했을 때만 해도 영화의 포지션은 다음과 같았다.
-영화가 잘 뽑히면 나름 밀어 줘 볼까?
예산만 저예산일 뿐.
할리우드 최고의 스탭들이 참여하고, 각본도 매력적으로 뽑힌 영화였다.
거기에 선우주가 맡은 음악들은 또 어떤가?
실버 스크린 측에서 OST를 듣고는 추가로 1,000만 달러를 더 쾌척했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원래대로면 아시아 프로모션을 비롯해 나름대로 전 세계 프로모션을 신경 써 줄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사의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
-4억 달러를 들인 히어로 영화가 쫄딱 망했다!
어느 정도로 망했냐면 현재 실버 스크린의 CEO가 주주들에게 사임 압박을 받고 있을 정도.
그리하여 수천억의 적자를 보게 생긴 영화사의 수뇌부가 부랴부랴 예산을 삭감하기 시작했고, 은 그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당연히 영화사에서의 포지션도 완벽하게 바뀌었다.
-돈이 없네. 이거 홍보 돌리지 말고 적당히 한국 내수용으로 팔아먹고 손익분기점만 넘기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던 미팅이었다.
당연하게도 돈을 대준 배급사가 그렇게 하겠다는데, 제작사 측에서 뭐라고 할 만한 힘은 없었다.
단지….
‘기회를 이용할 뿐이지.’
드와이트 굿맨과의 미팅이 끝나고 선우주가 모든 걸 뒤엎어 버릴 계획을 떠올리고 있었을 때.
그는 기업가다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
조규환은 곧장 수익 분배 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떠올렸다.
-실버 스크린은 현재 재정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레몬 엔터가 수익 분배를 개선하는 조건으로 투자비의 일부를 반환한다면?
500억에 달하는 투자비 중에서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준다고 하면 배급사에서 싫어할 리가 없다.
당장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거기에 그는 배급사를 설득할 수 있는 완벽한 논리도 가지고 있었다.
-이 영화의 한국 흥행을 기대한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현재의 투자 비율대로 가면 이 영화는 한국에서 어마어마한 흥행까지는 못할 겁니다.
-왜죠?
-스크린 쿼터에 걸리거든요.
현재 미국 배급사인 실버 스크린의 100% 투자로 이루어진 은 미국 영화다.
그 말인즉, 스크린에 한국 영화를 일정 기간 이상 걸어야 한다는 스크린 쿼터제에 걸린다는 것이다.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음향 사운드가 빼어난 특별관에서 더 큰 수익을 뽑을 수 있죠. 하지만 다른 한국 영화가 개봉하면 곧바로 해당 특별관에서 밀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어…….
-일반 상영관보다 더 수익이 높은 특별관들은 물론이고, 국내 흥행에서도 다른 한국 영화에 상영관이 밀릴 가능성이 높죠. 그때 개봉하는 다른 한국 영화들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배급사 측은 당연하게도 솔깃해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미 합작 영화로 가야죠.
-으음…….
-한국 영화로 인정을 받으려면 한국 제작사의 투자 비율이 20%를 넘어야 합니다. 그 전제를 통과하고,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한국 영화로 인정받을 수 있죠. 저희가 검토한 결과, 현재 점수는 충족하고도 남습니다.
처음부터 ‘우리 투자 100퍼센트 아니면 지원 안 해 줌’ 했던 배급사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조규환 이사가 미소를 지었다.
‘완벽해.’
현재 재정적으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영화사의 상황.
거기에 영화사 측에서 직접 ‘한국 흥행이 중요하다’고 말한 논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그 결과.
[사운드 오브 선의 새로운 수익 분배 조건]따끈따끈한 계약서가 완성됐다.
스튜디오 레몬이 투자비 일부를 돌려주고 수익 분배에서 더 큰 몫을 챙기는 계약.
조규환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120억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
제작비 500억에서 레몬 엔터가 부담한 120억.
이 정도만 해도 한국형 블록버스터 한 편은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레몬 엔터가 뉴블랙으로 돈을 쓸어 담고 있어도 이 정도의 액수는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그러나 여태까지 레몬 엔터를 키워 온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영화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유달리 반짝이던 누군가의 눈빛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저한테 좋은 계획이 하나 있어요.
불꽃놀이로 데뷔할 때부터 지금까지 우주가 그런 눈빛으로 말할 때는 항상 큰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니까 대표님….”
“흑흑.”
소파에 앉아서 꺼흐흑 통곡하는 박규호 대표를 바라보며 조규환 이사가 미소를 지었다.
“120억이 큰돈이긴 하지만 회수할 겁니다.”
“꺼흐흑…!”
울고 있는 대머리의 중년인을 내버려 둔 채 조규환 이사가 창밖 청담동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주야. 믿는다.’
* * *
일이 커져 간다.
“우주 씨!”
“네, 감독님!”
“이번에 프로모션 영상 찍는 거 관련해서 촬영 스탭들이 한국으로 잠시 방문하기로 했어요.”
“네?”
“그리고 외국 배우들도 다 불렀어요~!”
“네??”
프로모션 영상을 찍겠다고 한국을 방문한다는 의 촬영 스탭들과 외국 배우들.
“우주야.”
“네, 대표님.”
“우리가 120억 투자하기로 했단다.”
“네??”
“대표님이 우주만 믿을게….”
“네?!”
김덕순 여사의 표현을 빌리지만 환장해서 팔짝팔짝 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충격적인 소식에 내가 연습실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지? 왜 일이 커지는 거지?”
쯧쯧- 하는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역광 때문인지 유독 더 못되게 생겨 보이는 리혁이가 홍차를 얄밉게 홀짝였다.
“본인이 계획해 놓고 뭘 놀래요.”
“아니….”
내가 해명했다.
“내가 계획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단 말이야.”
“그럼 뭐였는데요?”
“그냥 최선을 다하는 무대를 하려고 했지. 거기에 몇 가지 마케팅 전략을 곁들이는 정도로….”
그러다가 영상이 정말 핫하게 떠오르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마는 거였다.
원래 계획은 그랬다.
“이 계획의 최고 장점이 리스크가 없는 거였는데…….”
동영상을 올려서 반응이 안 좋아도 잃을 게 없는 게 최고 장점이었는데.
-꺄르륵! 선우주 믿고 120억 원 바로 투자하기!
-우주 씨! 할리우드 스탭들이랑 배우들 다 불렀어요!
주변 사람들이 마구 리스크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좋은 계획이 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내 앞길에 황금으로 만든 카펫을 깔아 주는 느낌.
“저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지호의 말에 내가 반응했다.
“음?”
“형, 그 표정 똑같이 해 봐요. 갈빗집에서 이사님이랑 팀장님한테 계획 있다고 말했을 때 지은 표정.”
내가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표정을 따라 했다.
“저한테 좋은 계획이 하나 있어요.”
“오…….”
중현이가 감탄하고는 답했다.
“되게 될성부른 떡잎 같은 표정이에요. 물을 주면 엄청 큰 바오밥나무가 되겠구나 하는.”
“그…래?”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형만 믿고 따라가면 돈벼락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이에요. 믿음직스럽고, 뭔가 일을 저지를 것 같고.”
“맞아요.”
특히나 비주가 초롱초롱한 얼굴로 답했다.
“형, 그 표정 찍어 보게 또 해 주세요.”
“…저한테 좋은 계획이 하나 있어요.”
“허어.”
“막 투자하고 싶어지는 그런 표정이니?”
“네! 제가 가진 전 재산을 투자하라고 해도 믿고 맡길 수 있어요.”
몽롱한 얼굴로 바라보는 비주에게 내가 물었다.
“그럼 보증….”
“보증은 안 돼요.”
단칼에 거절당하는 나를 바라보며 동생들이 키득거렸다.
그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서는 엉덩이를 툭툭 털었다.
“아우으으…!”
“아우 부르셨나요.”
“감탄사였단다. 중현아.”
머쓱해하는 중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해도 긴장감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진짜 어떡하냐. 이거 부담돼서.”
일이 커지니 어깨가 확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비주가 힘내요! 하면서 어깨를 주물러 주는 동안 심호흡을 했다.
리혁이가 가사지를 보며 말했다.
“자, 그럼 다시 한번 가 보자고요.”
“그래.”
“재즈가 베이스인 곡인 만큼 너무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어요. 자유롭게 불러요. 느낌 위주로 봐 줄 테니까.”
우리 메인보컬 및 다른 졸개들의 도움을 받아 을 연습했다.
내가 부를 노래의 가사지에 빼곡하게 메모를 하고 있는 리혁이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날 도와줘도 시간 괜찮겠어?”
“?”
“이번 주에 차우현 선배랑 경연 있잖아. 그거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할 텐데.”
“뭐,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지금은 그대 걱정이나 해요.”
리혁이가 덧붙였다.
“지금은 이게 더 나한테 중요하니까.”
“그래?”
“할리우드 배급사가 형을 무시했잖아요. 본때를 보여 줘야죠.”
“리혁아….”
내가 살짝 뭉클한 얼굴로 가슴에 양손을 올릴 때.
뾰족한 삼각형이 말했다.
“우리 멤버는 내가 무시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는 꼴은 못 봐요.”
“너의 글러먹음에 감탄해야 할지, 우애에 감동해야 할지.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는 기분이야.”
“지금 말장난 할 시간 없어요. 얼른 불러요.”
“네.”
그렇게 동생들의 열렬한 응원과 도움으로 의 준비를 마친 후.
내일 프로모션 영상 촬영을 위해 회사를 미리 방문했다는 김보라 감독님을 찾았다.
“나 잠깐 감독님 뵙고 올게.”
“저도 같이 가요!”
지호가 헐레벌떡 따라붙었다.
“지호 너는 왜?”
“이제 영화제 나가서 상 엄청 타실 감독님인데 눈도장 열심히 찍어야죠~”
“좋은 마인드로구나.”
막내를 멈춰 세우고는 가르마를 슥슥 넘겨주어서 단장을 시켰다.
그동안 사탕을 우물거리던 지호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 한기영 감독님도 같이 오셨다면서요.”
“맞아.”
의 촬영 감독이자 내일 프로모션 영상을 찍어 주기로 한 분이었다.
지호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분이 원래 한국 영화 업계에서 활동하다가 할리우드로 넘어가신 분이거든요? 영상미가 진짜 좋아서 유명 감독님들도 같이 작업하자고 줄 선대요.”
“그래?”
그렇게 신이 나서 영화 이야기를 하는 막내와 같이 김보라 감독님이 있다는 연습실로 향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음?”
“으음?”
왠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안에서 엄숙한 분위기로 앉아 있는 한 남녀 때문이었다.
카메라를 세팅해 둔 채 의자에 앉아서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김보라 감독님과 한기영 촬영 감독.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듯이 바라보던 두 감독님이 얼마 안 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달칵-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도 고개를 안 돌리는 두 사람.
“우주 씨예요?”
“넹, 그리고 저 왕지호도 있습니당~”
“지호 씨도 어서 와요~”
그런 말을 하던 김보라 감독님이 주변 의자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둘 다 이리 와서 앉아요.”
“네.”
같이 자리에 앉으면서 물었다.
“그런데 뭘 보고 계세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죠.”
“타이밍이요?”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여름철의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것 정도.
그런 석양을 바라보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지호는 뭔가 알아챈 것처럼 웃을 때였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던 한기영 촬영감독님이 김보라 감독님을 불렀다.
“지금인 거 같지?”
“네.”
그가 일어나서 카메라를 확인하고 있을 때였다.
화아아아아악-
해가 저물면서 완벽한 각도를 이루고, 순간 눈부신 석양이 연습실에 가득 들어찼다.
가끔 석양을 보며 묘한 감정에 젖어들 때의 그런 빛.
하지만 잠시 동안 흘러들어온 석양빛은 곧바로 다른 건물에 가려지면서 사그라졌다.
한기영 감독님이 날 불렀다.
“우주 씨, 잠깐 이리 와 봐요.”
“네.”
그가 방금 찍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순간적으로 아름다운 석양빛이 들이치면서 근사한 역광이 지는 연습실 풍경.
그림자마저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영상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촬영 감독님이 말했다.
“이걸 왜 보여 주는지 궁금하죠?”
“네.”
그가 웃으며 말했다.
“이 순간이 바로 우주 씨가 의 하이라이트를 부를 타이밍이 될 거예요.”
* * *
다음 날.
레몬 엔터의 연습실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안녕하세요!”
“어머, 선배님 오셨어요? 오시는 길은요? 오늘 차 엄청 막히던데….”
“다들 잘 지냈어?”
의 촬영을 함께 하며 동고동락했던 한국 배우들이 서로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중견 배우가 목을 풀고 있는 이견우에게 물었다.
“견우는 또 드라마 촬영 들어가지 않니? 안 바빠?”
“바쁘죠.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요.”
그 말에 중견 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견우의 말마따나 배우들에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국민 아이돌과 함께 하는 프로모션.
전기 영화 주인공의 아들이자, 현시점 세계 최고의 보이밴드로 활약 중인 인물이 영화 홍보를 도와준다.
이건 없던 시간이라도 내야 할 스케줄이었다.
그렇게 한국 배우들이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있을 때.
「견우, 오랜만이에요!」
「반가워, 로니.」
이 영화에 선명주의 절친 역할로 출연한 로니 루카스를 비롯해 미국 배우들이 안면을 튼 한국 배우들과 인사를 나눴다.
“우와아…….”
최근 할리우드에서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젊은 남자 배우가 연습실에 들어서면서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더티 블론드 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 아래로, 다소 성스러운 성직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꽃미남이 있었다.
‘진짜 잘생겼다.’
‘눈에서 막 반짝반짝 빛이 나네. 쟤가 요새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그러던데.’
‘요새 미남 기근이라더니… 할리우드에서 띄워 줄 만하네.’
얼마 전에 뉴블랙이 수상한 틴 초이스 어워드에서도 배우 부문에서 압도적인 인기로 상을 받은 배우였다.
최근에는 차기작으로 엑소시즘과 관련된 영화를 찍고 있다는 배우를 보며 다들 신기해하는 한편.
「하하하!」
이윽고 유명한 재즈 뮤지션 역할을 맡은 흑인 배우들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연습실에 등장했다.
작중에서 재즈계의 레전드 색소폰 연주자, 윈스턴 로스를 연기한 윌리 존스에게 이견우가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윌리? 먼 길이셨을 텐데.」
「당연히 와야지.」
그가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사실 이 영화에 출연한 것도 우주 때문인걸. 손녀가 당장 이 영화에 출연하라고 성화를 부리던 걸 생각하면….」
「저도 우주 때문에 잡혀 왔… 아니, 출연했죠.」
「그래서 오늘의 주인공은 어디 있지? 얼른 만나 보고 싶은 걸.」
「곧 올 거예요.」
아직까지 우주를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미국 배우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주인공을 기다렸다.
그들 역시 소식을 들은 터였다.
-실버 스크린 측에서 홍보비를 5%만 주겠답니다.
모두 극대노했다.
특히 흑인 배우들의 분노가 극심했다.
-소수 인종들 중심이라고 홍보비를 안 주겠다는 건가?!
미국에 진출한 중반부터는 선명주와 흑인 뮤지션들이 대거 주연격으로 활동하는 영화였다.
아시아계뿐만 아니라 소수 인종을 포괄하는 주제의식의 영화.
그런 까닭에 이번 프로모션 영상에 한 손 거들기 위해 한국으로 날아온 그들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눈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을 때.
달칵-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등장하면서 다들 헛숨을 삼켰다.
「Holy…….」
첫째로는 어마어마한 비주얼 쇼크를 선사하는 실물 때문이었고.
둘째로는 선우주가 자신의 아버지와 비슷한 의상을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우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하는 선우주.
이번 녹음에서 시달렸던 한국 배우들이 익숙하게 인사를 받고, 미국 배우들이 ‘허어어…’ 하고 있을 때.
세팅을 준비하는 김보라 감독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우주가 배우들에게 영어로 안내를 해 주었다.
「영상 촬영은 6시간 뒤에 있을 예정이고요. 그 전에 리허설을 좀 해 볼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다시 한국어로 전하는 말에 한국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배우들이 수다를 떨었다.
「대기 시간이 굉장히 긴데…?」
「리허설 하고 나면 남는 시간 동안 어디에서 쉬는 거지? 어디 쉴 곳이 있나?」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윈스턴 로스를 연기한 중견 배우, 윌리 존스가 근처에서 성호를 긋고 있는 로니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뭐 해?」
「미리 기도하고 있는 중이에요. 이번 리허설 시간이 부디 무사히 지나가기를….」
「?」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그에게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신인 배우가 설명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써니랑 같이 무대를 해 봐서 아는데요, 윌리. 저기서 6시간 뒤에 녹화를 한다는 뜻은요. 리허설을 잠깐 하고 6시간 동안 대기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
「6시간 동안 연습을 하겠다는 뜻인 거죠.」
「!!」
미국의 배우들이 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눈이 딱 마주친 우주가 그들에게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
「…….」
그리고.
「도와주세요… 제가 마주한 악의 힘이 너무나도 강대합니다…….」
그런 그들의 옆에서 로니 루카스가 마치 사탄을 물리치는 엑소시스트 같은 기도문을 계속해서 암송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