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4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44화
사천왕 VS 가왕 선우주 컨셉으로 VCR을 찍은 후.
“꺄르륵!”
“꺄륵!”
가왕 대기실로 돌아온 우리는 가면을 벗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짝!
“다들 너무 잘했다. 너무 잘했어~”
“재미있는데요?”
중현이가 흡족한 얼굴로 곰 가면을 벗는 가운데 우리가 지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떠신가요, 왕 선생님. 저희 연기가?”
“음.”
지호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10점 만점에 연기 점수 1점, 개그 점수 9점으로 총 10점 만점입니다.”
“만저어어엄-!”
하지만 즐거워하는 우리와 달리 소파에 주저앉아 고뇌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메인보컬 서리혁 군 되시겠다.
“어으으…….”
새하얀 얼굴 위로 빨간 홍조를 띤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리혁이.
“내가 대체 뭘 한 거지…….”
“괜찮아.”
“나는 이런 캐릭터가 아닌데.”
“그치. 하지만 너는 지금 가왕 선우주잖아. 나였다면 분명 그렇게 했을 거야.”
자기가 해 놓고 창피한지 몸을 배배 꼬는 리혁이를 토닥여 주었다.
찬 물병을 들어서 뺨에다 가져다 대던 리혁이가 투덜댔다.
“항상 느끼는 건데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이상한 아이디어는 비주 형 입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나? 왜…?”
“억울해하지 말아요. 형. 이거 형이 낸 아이디어잖아요.”
그렇긴 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다 같이 TBC 방송국으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비주의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우리 다 같이 응원하러 가는 건 어때요?
잔뜩 긴장해 있을 리혁이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응원을 하러 가자는 이야기.
그때 지호가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린 뭐 해요? 엄청 심심할 거 같은데.
-음. VCR 찍을까?
그리하여 비주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내놓은 장면이 바로 방금의 VCR이었다.
당연하게도 피디님은 우리가 찬조 출연하겠다는 이야기에 반색했고, 간단한 종이 가면까지도 제작해 주었다.
[아아~]지호가 음성변조 장치가 달린 여우 가면을 쓰면서 ‘와~ 대박 신기해!’ 하면서 좋아하고 있을 때.
중현이는 대기실에 차려진 과자 뷔페를 탐색하는 중이었다.
제작진이 정성스럽게 과자들을 접시에 담아 뷔페처럼 차려 놓은 테이블이었다.
[감사합니다♡] [TBC 미션 싱어 제작진 일동]정성스럽게 쓰인 제작진의 손편지들.
“그럴 만도 하지.”
접시를 들고 과자들을 담던 민기 형이 말했다.
“어제 순간 시청률이 신기록 썼다더라.”
“어? 저랑 리혁이가 붙은 배틀이 최고 시청률 아니었어요?”
“그건 평균 시청률.”
“아아.”
민기 형이 말했다.
“어제 차우현 씨랑 리혁이가 붙기 직전에 순간 최고 시청률이 피크를 찍었다더라고.”
다들 서리혁 VS 차우현을 보기 위해 그 순간에 채널을 돌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가요계의 샛별과 노래의 신이 맞붙게 되는 장면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의 앞에 등장한 것은…….
[저는 가왕전에 도전하지 않겠습니다.]차우현의 가왕 도전 포기 선언이었다.
모두가 열광했다.
어떠한 전략적인 고려나 계산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라 정말 순수한 음악적인 열정이 담긴 말이었으니까.
-지금의 너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와라. 그때 너와 맞붙겠다.
그리하여 인터넷이 난리가 나게 되었다는 모양이었다.
“어디 보자….”
최대한 칼로리가 적은 과자 위주로 접시에 담고는 소파에 앉아 어제 인터넷 반응을 모니터링했다.
리혁이 경연 준비 때문에 어제는 TV를 아예 못 봤으니까.
안타깝게도 실시간 반응은 못 봤지만,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어딜 가든 미션 싱어 관련 글이 보였다.
-난 왜 못봐?ㅠㅠㅠㅠㅠㅠㅠㅠ
-하씨 방청객들 개부럽다.. 우리 2주 기다려야 하는데
-차우현 자신감 진짜 부럽다. 나도 저렇게 자신감 넘칠 정도로 실력을 가져야 하는데
-ㄹㅇ
-나였으면 그냥 바로 도전해서 가왕 타이틀 땄음. 당장 2주 뒤에 내가 가왕이 될지 안될지도 알 수 없는데
-2주 뒤에 만나자: 그때도 내가 올라갈 거다
-근데 이러다 백시연이랑 붙어서 떨어져도 웃길듯ㅋㅋㅋㅋㅋㅋㅋ
대부분 차우현 선배의 자신감을 찬양하는 댓글들이었다.
인터넷 뉴스도 댓글로 바글바글하고, 카페나 커뮤니티에도 온갖 게시글이 물밀 듯이 올라오고 있었다.
혹시나 리혁이에 대해 쓰는 댓글이 있나 살폈지만…….
-리혁아 고생했다ㅠㅠㅠ
-미리 수고했다
-겜 끝났네 ㅅㄱ
-리혁이 열심히 왕관 닦아 놓고 있어야 할듯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여기까지 고생 많았으니 이제 갈 때가 됐다 하는 반응들.
그런 반응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딱 원했던 반응이다.
솔직히 ‘리혁이가 그래도 막 바로 밀리진 않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있었다면 오히려 걱정이었을 텐데.
기대치가 낮은 상황이라 더 좋았다.
기대치가 10인 상황에서 100을 보여 준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분명 달라질 테니까.
“리혁아. 부담 가지지 마.”
“?”
“봐봐. 인터넷에서 아무도 너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어.”
“그걸 지금 응원이라고 하는 거예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리혁이에게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혁이가 말했다.
“하지만 수플레들은 다르잖아요.”
“응?”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닌데?”
“??”
토독- 하며 미튜브 댓글창을 보여 주었다.
-리혁아 고생 많았엉ㅠㅠㅠㅠㅠ
-가왕들의 모임에 차우현의 등장이라..
-지금까지 수고 많았고 언제나 널 사랑해
-결과가 어찌 됐던 너는 우리의 영원한 별..☆
아무리 봐도 놀리는 댓글이 가득한 분위기에 리혁이가 파르르 떨었다.
그러곤 우리에게 동의를 구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 그래도 멤버들의 기대도 있고.”
“엥?”
휴대용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던 지호가 대꾸했다.
“전 아무 기대도 없는데염.”
“너야 그럴 수 있지만 비주 형이랑 중현이 형은…….”
하지만 그 둘은 각자 관심사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뜨개질 책을 보면서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는 비주,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핸드폰을 공책처럼 돌리며 노는 중현이.
리혁이가 날 바라보자 내가 준비된 멘트를 말했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오직 너를 바라보며 기대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단다.”
“딱히 별 보탬은 안 되는 거 같은데…….”
리혁이가 쳇 하고 투덜거리면서 목을 풀었다.
그 모습에 다들 웃었다.
다들 말로는 별 관심 없다고 하지만 리혁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면서 케어하는 중이었으니까.
그때 비주가 물었다.
“참. 형 어제 뉴니버스 반응 봤어요?”
“아, 맞다.”
에 몰두해서 어제 뉴니버스의 도깨비 식당 편도 방영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온라인을 슥 둘러보자 글들이 보인다.
일머리를 칭찬하는 글, 안 싸우는 게 참 신기하다는 글, 다들 열심히 일하는 장면이 좋다는 것 등등.
도깨비 식당에 대한 다양한 호평을 지켜보는 가운데…….
“허어!”
포털에 뉴니버스를 검색하고는 놀랐다.
[뉴니버스 프로젝트 :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예능 · 15세 이상
▷ 최신 시청률 : 17.8% (13회)
▶ 최고 시청률 : 17.8% (13회)
15.8%로 시작한 도깨비 식당의 시청률은 점점 20퍼센트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케이블 예능 역대 시청률 1위인 여행 예능 의 시즌 2를 넘은 것은 물론이고, 신기록을 쓰고 있는 상황.
동생들과 기뻐하는 타이밍도 놓칠 만큼 놀라고 있을 때.
[오늘자 해양수산부 SNS 근황]눈에 띄는 글을 발견하고 클릭했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korea_mof]흠 이제 2.2퍼센트 남았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바로 정책광공이라는 건가요
-저 짧은 문구에서 느껴지는 기대감과 설렘
-당연한 게 해수부 입장에선 마이너였던 남극 이슈가 메이저로 떡상할 기회임ㅋㅋㅋㅋㅋ
-얘들아 남극 가자!!
-다들 지금부터 마인드 컨트롤 하렴ㅎㅎ
-3개월 후 선우주: 허허.. 빙산은 빙산이고.. 얼음물은 얼음물이도다.. (펭귄들과 춤을 추면서)
-펭귄들이랑 춤은 왜 춰ㅋㅋㅋㅋㅋㅋㅋ
매니저들과 스탭들만 키득거리고 우리가 멍하니 다가오는 빙산을 외면하고 있을 때.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기능 하나는 있는 것 같아요.”
“?”
“갑자기 차우현 선배와의 대결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왠지 모르게 달관한 듯한 리혁이의 표정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 * *
상암 TBC 공개홀.
라는 로고가 붙어 있는 녹화장 앞은 지금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어유, 정신없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흘러나오는데도 땀을 훔칠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방청객들이 줄어들지 않는 줄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었다.
“왜 이렇게 입장하는 데 오래 걸려?”
“원래 이런 거 아니야? 앞에서 지금 하나하나 서약서 받고 있나 봐.”
대부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라 잘 모르고 있었지만, 평상시의 녹화보다 훨씬 입장이 지연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부터 비밀 유지 서약 관련해서 안내 말씀드릴게요. 오늘 경연에 대한 그 어떠한 정보도 유출시키면 안 되시고요. 2주 후 최종 경연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오늘 경연에 대한 정보는…….”
제작진이 신신당부의 말을 전했다.
“…따라서 경연 내용을 유출할 경우에는 법적인 제재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금까지 고지해 드린 내용 중에서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실까요?”
“아뇨. 없어요.”
“그럼 정자로 서명 부탁드립니다.”
100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 서약서의 내용을 쭉 읊어 주며 당부하는 제작진.
그들 역시 목이 쉴 정도로 쉴 새 없이 일하는 중이었다.
‘오늘 경연은 보안이 생명이다.’
특히나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어제 차우현이 선전 포고를 한 이후 오늘 경연은 대중들에게 있어 어마어마한 관심사였으니까.
‘진짜 차우현이 올라가려나? 백시연이 갑자기 올라가 버리는 거 아냐??’
‘윤찬혁 같은 급이 뉴페이스로 등장하는 거 아냐?’
어찌나 관심이 많은지 온라인에 이런 사기 글들이 올라올 정도.
[미션 싱어 암표 팝니다.] [미션 싱어 방청 추첨 대신 해 드립니다. 성공률 100%! 간략한 개인 정보를 기입해서 보내 주세요] [뉴블랙 리혁 VS 차우현 편 방청권 양도]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그로들도 판 치고 있었다.
[낼 미션 싱어 결과 알려 주는 넘 있으면 형이 10만원 입금해 준다 ㅋ.ㅋ] [미씽 결과 공유해 주실 분!! 오픈챗방 들어오세요]그야말로 경연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열기였다.
잔뜩 설레어 하는 방청객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던 박연희 피디가 스튜디오로 돌아와서는 침을 삼켰다.
‘보안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던 조연출이 말했다.
“이번에 관심도가 장난 아니네요.”
“그러게, 난리통도 이런 난리통이 없다.”
프로그램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한 였다.
가왕 선우주가 하차한다고 하더라도 차우현, 백시연, 더 문, 연과 같은 4천왕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
거기에 이 소식을 듣고 있던 다른 은거 기인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와, 확실히 차우현 씨 임팩트가 세긴 하네요.”
“그렇지. 뭐 그것도 있지만….”
박연희 피디가 조용히 웃었다.
“사실 이만큼 화제가 된 건 리혁 씨 실력 때문이지.”
“무슨 말씀이세요?”
“겉으로만 보면 차우현 씨가 귀여워하는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
그녀가 물었다.
“하지만 정말 리혁 씨 실력이 부족했으면 그런 말을 안 했을 거잖아?”
“그렇죠. 차우현 씨가 실력을 인정해 준 거니까.”
만약에 리혁의 실력이 부족한데, 차우현이 그냥 귀여워하는 후배라고 기회를 줬다면?
100퍼센트 뒷말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온라인에는 ‘시청률 올리려고 짜고 쳤다’ 하는 말이 하나도 안 보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들 리혁 씨가 이길 거라는 기대는 안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기대하고 있는 거거든.”
만약에 서리혁의 승률이 0%에 수렴했다면 이 경연은 큰 화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서리혁이 이길 확률은 지금도 낮다.
10% 남짓.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 경연에 그토록 호기심을 품는 것은….
“마냥 쉽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지. 다들 지난 몇 주 동안 방송을 보면서 알고 있는 거야. 리혁 씨가 잘하는 걸.”
지금까지 한 달 반 가까이 가왕으로 집권하면서 서리혁은 그야말로 가왕의 품격을 보여 줬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물리치고.
동생아! 사랑한다! 하면서 탈락 위기에 빠뜨리는 괴인도 무찌르고.
정말로 차우현과의 배틀에서 볼거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면 이 경연은 흥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랭킹 33위 최고의 유망주 VS 랭킹 1위 챔피언
모두가 유망주가 이기기 힘들다는 건 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사람들이 그 과정을 궁금해 한다는 건, 모두가 무의식적으로는 서리혁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조연출이 공감했다.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네요. 진짜 실력이 부족했으면 다들 관심이 없었겠죠.”
“그렇지.”
그 말을 하며 의 메인 피디가 발걸음을 옮겼다.
라는 로고가 스크린에서 반짝이는 걸 바라보며 그녀가 지시했다.
“준비 철저히 해.”
“넵.”
“오늘 우리는 최고의 쇼를 보여 주는 거야.”
스탭들이 기기를 조정하면서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서리혁과 차우현이 잔치를 열었으니, 이제 그들이 호화스러운 잔칫상을 차릴 시간이었다.
* * *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됐다.
리혁이가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대기실에서 TV로 경연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와.”
지호가 팝콘을 우물거리며 감탄했다.
“진짜 다시 봐도 라인업 빡세네요. 저였으면 저기서 바로 순살치킨 됐을 텐데.”
“그나마 리혁이니까 버티는 거지.”
환호 속에서 등장하는 4천왕을 바라보며 나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비주가 내게 물었다.
“오늘 도전자들은 누구누구예요, 형?”
“가면을 쓰고 있어서 잘 모르겠네.”
그때 TV 화면 속에서 ‘귤 따는 제주 소년’이라는 닉네임으로 나온 분이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엄마가 섬 그늘에 귤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고독을 즐기네~]고독이란 키워드와 제주도가 연결된다.
이라는 최대 히트곡이 있고, 제주도 출신으로 유명한 발라드 가수.
“정운형 선배님 같은데.”
“아, 옛날에 우리랑 불꽃놀이 때 같이 활동했던 분이여?”
“응. 힌트가 있으니까 조금 알겠다.”
“그럼 저분은요?”
“아니, 나도 다 아는 건 아닌… 아, 저분은 알겠다.”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속속 이름이 떠오른다.
나를 위키피디아처럼 취급하는 졸개들에게 ‘다 아는 건 아니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 아는 이름들이었다.
그렇게 라인업을 맞힐 때, 중현이가 말했다.
“오늘 도전자들 라인업도 쟁쟁하네요.”
“그치. 원래였더라면…….”
원래였더라면 분명 쟁쟁했을 실력파 가수들의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혹시 가왕 선우주를 무찌르러 왔나요~?] [예.]흑장미 가면을 쓴 백시연 선배님이 까르르 웃었다.
그러면서 척 가라앉는 음성 변조 목소리.
[…하지만 나부터 무찔러야 할 걸?]보고 있는 우리가 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쟁쟁한 가수들이 출연했지만….
“와…….”
거의 90대 10의 표차로 쓰러지는 도전자들이었다.
마치 사천왕이 후후후후! 하면서 패배해서 널브러진 도전자의 위에서 광소를 하는 느낌.
특히나 차우현 선배는 불도저처럼 적들을 밀어 버리고 있었다.
1차전에 맞붙은 정운형 씨를 89대 11이라는 표차로 밀어 버리고는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입니다!] [너희는 인간계냐! 나는 천상계다! 이런 말을 하는 것만 같네요. 정말로 막강합니다.]특히나 저 선배와 경연 프로를 찍은 바 있는 우리는 경악하고 있었다.
상대의 마음이 읽혔으니까.
-일단 올라가고 본다.
리혁이과 맞붙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기기 위한 선곡들만 가지고 온 선배였다.
“진짜 작정하고 오셨네.”
“그, 그러네요. 리혁이 형 괜찮나?”
TV 속에서 옥좌 위에 앉아 있는 해바라기 가면이 마치 식은땀을 흘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결승전에서 백시연 선배를 65대 35로 이긴 차우현 선배가 가왕전 도전자로 확정된 후.
탈락자들의 고별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잠시 대기실로 돌아온 리혁이를 우리가 토닥였다.
“걱정 마요. 나는 마음 비웠어요.”
“그래. 비워야지.”
“맞아여. 형이 안 비우면 어쩌겠어여.”
캬악! 하며 극대노하는 리혁이를 열심히 토닥토닥해 주었다.
“후우우…….”
리혁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똑똑.
“가왕 선우주님. 가왕전 준비 들어가실게요.”
“네~”
메이크업 스탭들이 다가와 말없이 리혁이의 메이크업을 고쳐주었다.
평상시에 가볍게 하던 것과 달리 오늘은 정말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에 화장이 짙게 들어갔다.
눈을 감고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리혁이가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준비됐어?”
“네.”
잘게 떨고 있는 리혁이에게 우리가 다가가서 펭귄처럼 안아 주었다.
“지고 와도 돼요. 형. 재미있게만 하고 와요.”
“리혁아. 고생했어.”
“재미있게 하고 와.”
다 같이 살포시 안은 채 으으으~ 하면서 몸을 요리조리 비틀었다.
새하얗게 질린 리혁이의 얼굴 위로 뽀얀 열기가 감돌았다.
“다들 정말 고마워요. 지난 2주 동안 분석해 주고, 편곡 도와주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도와줬잖아요.”
상대가 결연한 표정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오늘 그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 주고 올게요.”
그 말을 하며 가면을 쓴 리혁이가 대기실을 나섰다.
마침내 우리의 메인보컬이 역대 최고라 불리게 될 가왕전에 출격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