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4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45화
가왕전이 시작하기 전.
“와아아아아아아아-!”
“감사합니다!”
작별 무대를 마친 탈락자들이 방청객들에게 인사했다.
떠나보내는 방청객들도, 떠나는 탈락자들의 얼굴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흐아…….”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탈락자가 다른 가수에게 말했다.
“진짜 너무 아쉽다.”
“저는 회사 돌아가면 뭐라고 할 거예요~ 아니 우리가 이분들을 어떻게 이기냐고.”
평소였더라면 1라운드 정도는 가뿐히 통과해서 다음 주까지도 살아남을 실력을 가진 가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빴다.
천하제일인이 기다리는 관문 앞에서 문지기들이 서 있는데…….
-잠깐만, 맹주님이 왜 저기에 계시지?
-자네 그 소문 못 들었나? 맹주님이 이번 천하제일인을 차기 맹주로 점찍었다더군!
가요계의 최고 존엄으로 불리는 인물이 마이크를 움켜쥔 채 문 앞을 턱 막아서고 있고.
그걸 피해서 옆문으로 돌아가니….
흑장미 가면을 쓴 여성 락 보컬의 정점이 서 있었다.
-우리 귀여운 가요 초출들이구나?!
-초출은 아닙니다만….
-경력 20년 넘니?
-…….
-그럼 초출이야.
동서남북 어디를 가든 4천왕과 만날 수밖에 없는 대진표.
평소의 미션 싱어였다면 결승까지도 갈 만한 실력자들이 처절한 패배를 겪게 된 날이었다.
“하도 순살이 돼서 저 2000원 정도 비싸진 거 같아요.”
누군가의 농담에 다들 웃을 때.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가수들이 곧장 헙 하고 침을 삼켰다.
고오오오오오오-
그곳에 서 있는 인물 때문이었다.
황제가 입을 법한 보라색 망토를 둘러쓴 거구의 남성이 하프 가면을 쓰고 있었다.
‘차우현 선배님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190cm의 몸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수들은 다른 의미로 위압감을 느꼈다.
-모든 발라드 가수들이 이상향으로 꼽는 정점의 보컬.
-음색, 기교, 발성,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신들린 노래 솜씨.
이런 타이틀이 주는 아우라 때문이기도 했지만….
꿀꺽.
‘무섭다.’
‘와 포스가….’
코앞에서 마주한 차우현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무언가에 집요하게 몰두하는 사람들은 항상 특유의 광기가 넘실거리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안녕하세요.”
헐레벌떡 고개를 꾸벅하는 이들에게 하프 가면이 범상한 태도로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차우현을 통과하려던 이들은….
‘어?’
‘리혁 씨다.’
차우현에게 가려져 있던 서리혁을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검은 망토 위로 해바라기 가면을 쓰고 있는데, 그 위로 앙증맞은 티아라 왕관이 있었다.
평소였더라면 귀엽게 봤겠지만….
[…….]오늘은 서리혁의 분위기도 범상치 않았다.
물론 무대 위에서야 ‘꺄르륵!’ 하면서 선우주를 흉내 내며 누구보다 하찮고 친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백스테이지에서 직접 마주한 가왕의 분위기는 그들이 생각한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
‘독기가 느껴지는데.’
‘와. 어려도 장난 아니구나.’
차우현에게서 느껴지는 것이 강자의 아우라라면 여기서는 독기와 혈기가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탈락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는 서리혁.
1미터의 거리를 두고 대기하고 있는 두 가수들의 긴장감 어린 분위기를 바라보던 탈락자들이 얼른 자리를 떠났다.
여기서 더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다.
“와…….”
복도에 나오자마자 누군가 숨을 토했다.
“분위기 장난 아니다. 그쵸?”
“그니까요.”
가만히 있어도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차우현의 아우라도 아우라지만….
“리혁 씨 진짜 대단하다. 차우현 선배가 옆에 있는데 기에서 밀리는 느낌이 없어요.”
“진짜, 나였으면 엄청 기죽었을 거 같은데.”
“오히려 아득바득? 그런 게 느껴지던데요. 절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겠다 하는 그런 거요.”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감탄하는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어지간한 가수는 기세 싸움으로 눌러 버리는 차우현 앞에서 기죽지 않는다는 뜻이 무엇이겠는가.
‘그만큼 실력이 뒷받침 된다는 거지.’
차우현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서리혁은 그만한 자격이 있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의 가왕전으로 증명해 왔으니까.
솔직히 4천왕이 없는 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서리혁을 이기고 가왕이 될 자신까지는 없었다.
‘저건 타고난 영역이야.’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합쳐져서 탄생한 20대의 괴물 보컬.
현시점 대한민국 20대 보컬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보컬에게 그들이 기대감을 품었다.
과연 무엇을 보여 줄지.
“얼른 대기실 가서 봐야겠어요.”
“저도요.”
모두가 대기실 TV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뿐만 아니라 오늘 현장에 참여한 모든 인원들이 TV 앞에 모여서 실시간으로 경연을 지켜보고 있을 때.
[흐음.]모두의 예상과 달리 1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차우현과 서리혁은 살가운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가왕 선우주야.] [네, 오르페우스 님.] [내가 준 링크는 잘 받았니?] [네. 덕분에 목에 좋은 차 마시고 왔어요.]최상의 컨디션으로 왔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리혁.
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리혁에게 건네주었다.
목캔디였다.
[끝나고 먹어.] [감사합니다.]그리고 다시 감도는 침묵.
경연을 앞두고 살짝 긴장해 있는 두 가수가 조용히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 님. 올라가시겠습니다!”
스탭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하프 가면이 뽀짝뽀짝한 체구의 해바라기 가면에게 몸을 돌렸다.
어깨를 부드럽게 툭툭 두드려 주는 손길.
[먼저 가 있을게.]그 말을 하며 노래의 신이 무대 위로 걸어올라갔다.
마치 지금부터 보게 될 것이 네가 미래에 보여 줄 모습이라고 하듯이.
“와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환호성이 쏟아지는 무대를 바라보며 서리혁은 조용히 마이크를 쥐었다.
* * *
누구에게나 긴장하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20년에 가까운 경력을 가진 가수라도 무대 위에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떨리는군.’
차우현이 잘게 떨리는 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이브레이션이 잘 들어가겠어.’
그 어떤 프로 가수도 무대를 앞둔 중압감과 긴장감은 완벽히 해소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긴장감까지 이용할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인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환호하는 방청객들을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자리에 섰다.
그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그는 차우현이었다.
[네,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에도 가왕전에 도전하게 된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 [과연 어떤 무대를 보여 줄지 너무 기대되네요.]서서히 조명이 꺼지면서 방청석이 어둠으로 물드는 가운데.
핀 조명이 하프 가면에게 내리쬈다.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차우현이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이기기 위한 노래는 충분히 불렀다.’
서리혁과 붙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지금까지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곡 위주로 골랐다.
자칫하다가 백시연이 120%의 무대를 터뜨리면 결승까지 못 올라가니까.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그저 먼저 올라와 있는 후배에게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들려주기만 하면 될 뿐.
-리혁이에게 무슨 노래를 들려줄까?
출연하기 전부터 한참을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그는 서리혁을 굉장히 좋아했다.
‘나를 보는 것 같아.’
매니저는 전혀 아니라고 ‘형님은 중현 씨 과예요’ 라고 했지만 차우현은 굳게 믿었다.
공통점이 많다고.
그중 하나를 꼽자면….
-향상심.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해서 더욱더 올라가려는 마음.
3년 전 명곡단 촬영할 때만 해도 병아리 같았던 리혁은 지금 불사조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보컬 스타일 또한 그와 더욱 비슷하게 변해 있었다.
리혁이 일부러 그를 따라 한 건 아니다.
산을 올라가는 루트는 여러 개여도 결국에 정상은 하나이듯, 보컬의 극의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스타일이 비슷하게 변하는 것이다.
이번에 에서 가왕으로 활약 중인 서리혁을 보면서 차우현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얼마나 보컬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하는지, 또 얼마나 연습을 해서 저 수준까지 올라갔는지.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후배.
그랬기에 차우현은 들려주고 싶었다.
앞으로 후배가 가야 하는 길,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하면 어떤 경지에 닿을 수 있는지.
후우-
옅은 숨에 긴장이 흩어지듯 날아가고 노래의 신이 차분하게 읊조렸다.
조금 천천히 떠나도 될까요
오늘이 노을로서 스러지기 전에
3년 전 뉴블랙이 부른 드라마 의 OST 였다.
당시 음악 방송에서 뉴블랙의 타이틀곡 과 동시에 1위 후보에 올랐던 OST 명곡이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나는 과거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가사가 그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왔다.
무엇이 나를 밀고 있나요
조금 천천히 가고 싶을 뿐인데
단순히 부드럽게 읊조리는 것뿐인데도 사람들의 가슴에 시린 듯한 감정이 전달되어 왔다.
살짝 허스키한 음색으로 부르는 도입부.
가만히 있어도 압도되는 성량이 물결처럼 퍼져 나가면서 사람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간은 흘러 모두 앞서 가는데
조금은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빛 바랜 추억 사진을 연상케 하는 보컬이었다.
차우현은 조용히 눈을 감고 감정에 몰입했다.
누구나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냥 이 순간을 붙잡고 싶은 때가 있다.
혹은 그저 이 상태에 머물러 있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둘씩 멀어져 간다.
대학 시절 함께 한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 가기 시작하고, 주말이면 등산을 다니던 부모님이 어느 순간부터는 주름진 얼굴로 집에 머물기 시작하고.
졸업 사진이 담긴 앨범의 종이는 점점 누렇게 변해 간다.
손아귀에 쥔 모래가 흘러가는 것처럼, 평소 느끼던 감정을 담아 노래하는 차우현이었다.
조용히 지켜보던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살짝씩 배어나온 눈물을 힐끔 훔친다.
그가 노랫말로 전하는 감정에 동화된 것이다.
변함없이 하루가 흘러가겠죠
모두가 내일을 노래하지만
나는 당신을 위해 불러요
어제를 위한 시(詩)를-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해 준 어제를 향해 바치는 시.
노래의 신이 힘 있는 목소리로 후렴을 불렀다.
우우우우-
가볍게 하울링을 한 차우현이 마이크를 들었다.
고단했던 밤이 끝나면
또 다른 어제가 찾아올 거예요
의 OST에서는 주인공을 위로하는 것 같았던 노랫말이 방청객들을 어루만져 준다.
1절에서 2절로 넘어가는 구간이 나올 때.
그제야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던 패널들이 긴 숨을 토했다.
“와…….”
“미쳤다.”
방청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차우현이 왜 가요계의 최고 존엄으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다.
‘전달력이…….’
차우현이 부르는 노래의 모든 기교, 창법 등이 하나의 본질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바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에 있는 감정을 이끌어 내어서 공명을 이끌어 내는 것.
그리하여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것.
-이것이 노래다.
…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무대였다.
노래가 2절로 넘어가는 동안 차우현은 조용히 객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그는 이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꼈다.
-차우현 씨는 왜 가수가 되셨나요?
-노래가 좋아서요.
과거 신인 시절 인터뷰에서 성의 없는 발언이라고 욕을 먹었지만 그는 진심이었다.
가수들은 기본적으로 노래하는 게 좋아서 데뷔한 사람들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감정을 노랫말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노래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독백이었다.
말을 할 수 없는 관객들의 표정과 호흡을 실시간으로 느끼면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 천천히 떠나도 될까요
내일이 햇살로 다가오기 전에
방청석에 흐르는 공기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그의 기교가 살짝씩 바뀌어 간다.
본능적인 재능으로 방청객들의 감정과 교감하면서 차우현은 조용히 노래의 피치를 높여 갔다.
‘보고 있겠지.’
후배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보여 주고 있는 선배 가수였다.
* * *
가왕 대기실.
“와…….”
“와아아아…….”
연신 감탄사만이 나올 뿐이었다.
동생들은 물론이고 매니저들도 입을 떡하니 벌리고 쳐다보고 있다.
최애인 리사 선배가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면 평소 무관심한 민기 형도 입을 틀어막고 있다.
“미쳤네…….”
“진짜 노래의 광인이다.”
맨날 가수들 무대 보는 것이 직업이기에 어지간한 무대는 그런가 보다 하는 스탭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호가 말했다.
“아니, 형들. 저거 OST 우리가 불렀을 때는 이런 느낌 아니었잖아요??”
“전혀 아니었지….”
비주가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걸 어떻게 혼자 부르시지? 애초에 이건 솔로곡으로 설계한 곡이 아니잖아요.”
“그, 그렇지.”
사실 저 곡을 쓴 작곡가인 내가 제일 당황하고 있었다.
단체곡의 장점이 무엇인가?
그건 바로 혼자서는 부를 수 없는 난이도의 노래를 파트를 나눠서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제시’는 혼자 부르기에 녹록한 곡이 아니었다.
근데 저걸 솔로곡처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차우현 선배를 바라보며 경외심을 느꼈다.
중현이가 말했다.
“저 선배님은 가왕이 아니네요. 가신(歌神)이에요.”
“진짜 가신…….”
TV 속에서 방청객들이 눈물을 머금고 있는 장면이나 패널들이 턱이 빠져라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호가 탄식했다.
“리혁이 형 어떡하죠.”
“지금 아마 떨고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지금이라도 무대 아래로 뛰어가서 안아 줄까요?? 우리 형 어떡하지.”
“너무 걱정하지 마. 리혁이도 잘할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들을 안심시킬 때.
원석이 형이 말했다.
“근데 지금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선우주 VS 선우주 싸움이긴 하다.”
“?”
“어제에 관한 시는 네가 쓴 곡이잖아. 리혁이가 부를 노래는 네가 편곡해 준 곡이고.”
“그…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갑자기 위기감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리혁이가 ‘이번에도 당신이 내 앞길을 막았어!!’ 하면서 나를 짤짤 흔들어댈 미래가 그려졌다.
그에 상관없이 우리 매니저는 즐거운 모양이었다.
“차우현 씨가 이번에 노래 부르면 다시 주목 받을 거 같은데?”
“그…렇긴 하네요.”
즐거워야 할 일이긴 한데, 지금은 리혁이의 경연을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달갑지가 않다.
내가 중얼거렸다.
“나 저때 왜 이렇게 곡을 잘 썼지?”
“저때 형 삘 받았잖아요. 음악감독님이랑 작업하면서.”
사실 ‘어제시’가 경연곡으로 쓰인 건 처음이 아니었다.
여러 경연에서 쓰였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를 향한 무기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아니.
사실 내 잘못이라기보다는 부르는 사람이 너무나도 강해서 그런 일이었다.
막대기만 휘둘러도 명검이 되는 노래의 신이 반짝반짝한 칼을 손에 쥐고 있는 거니까.
“그나저나 진짜 잘 부르신다…….”
막내가 넋 놓고 보는 모습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모든 가수들이 이상향으로 꼽는다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무대였다.
그리고….
무대를 보고 있다 보니 왠지 모르게 차우현 선배가 속으로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리혁아. 보고 있니? 네가 가야 할 길이란다.
자상한 목소리.
-리혁아. 노래는 이런 식으로 해야 돼.
진심으로 승부에 임하면서도, 애정하는 후배에게 무엇인가 전달해 주고 싶어 하는 진심 어린 분위기.
“…….”
“…….”
우리 모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중현이가 중얼거렸다.
“저렇게 진심 가득한 무대를 하고 싶어 하는 선배님한테…….”
우리가 뭘 했는지를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꺄르륵! 차우현 선배님의 10년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면 되느냐? 지금부터 치사하게 약점을 공략하는 겁니다!
-차우현 선배 입장에서 와! 게임 더럽게 하넹! 하는 말이 나오도록 무대를 준비하는 거죠.
다들 모른 척하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와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의 멋진 무대였습니다!]하프 가면을 쓴 오르페우스가 가볍게 고개를 까딱하고는 무대를 내려가고.
오늘의 주인공이 무대 위로 걸어올라오고 있었다.
[말씀드린 순간! 가왕가왕가왕 & 국힙원탑 가왕 선우주가 등장하고 있습니다!]거창한 타이틀에 다들 웃음을 터뜨릴 때.
비주가 물었다.
“어떨 것 같아요. 형?”
“솔직히 여전히 쉽지 않지.”
내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승산이 없는 건 아닌 거 같아.”
내가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무대에서 파란 조명이 깔리며 스크린이 화려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 *
경연장.
서리혁이 해바라기 가면을 쓰고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어떡해, 나 너무 떨려.”
“나도!”
“와… 드디어 리혁이 무대…….”
방금 전 역대급 무대를 보여 준 차우현에게 서리혁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두가 기대감을 품고 있을 때.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파란 조명이 리혁이 주변을 맴돌았다.
마치 은하수처럼.
[나는-]스탠딩 마이크 앞에 선 리혁의 목소리가 독백처럼 울려 퍼진다.
[나는 태양계를 돌고 있는 혜성입니다.]스크린 위로 별들이 물결 치고 그곳을 통과하며 멀찍이 가로지르는 혜성이 나온다.
[76년마다 한 번씩 지구별을 방문하죠.]별빛처럼 아름다운 목소리에 다들 와- 하며 노래의 일부인 것처럼 들을 때.
[나는-]스탠딩 마이크 앞에 선 리혁의 목소리가 대화하는 목소리에서 노래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Halley-
그 말과 함께 어쿠스틱 기타의 경쾌한 전주가 시작됐다.
마치 우주 공간을 가로지르는 혜성처럼, 시원하고 곧게 뻗는 멜로디가 귀를 적셔 오면서 관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마치 서리혁이 그런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보여 드릴게요. 선배님.
팝스타처럼 즐겁게 두 팔을 벌리며 만끽하는 해바라기 가면 위로 별빛 조명이 내리쬔다.
최고의 인재들이 전략을 세우고, 빌보드 1위 작곡가가 편곡한 리혁의 무대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