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5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51화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로 쭉 느끼고 있는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본업 외적인 일에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본업에서 전략을 세우는 거야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이 무대를 잘할 수 있고, 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해야 돋보일 수 있는지, 레드카펫에서 어떤 의상을 입어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을 것인지.
그런 부분을 열심히 고민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네가 이기고 있는 것 같지?
방금 전 들었던 말은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기고 싶으면 무대를 잘하거나 팬덤을 모으거나 하면 될 일이지, 나를 도발해서 멘탈을 무너뜨리겠다는 생각이 엿보이는 발언이었으니까.
연예계는 정치와 계략으로 탑을 찍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떼잉~”
이제 스무 살 즈음 됐을 어린 친구가 그러고 있으니 잠시 한숨이 나왔다.
지호가 자기가 대신 창피하다는 듯 말했다.
“근데 저런 건 진짜 주변에서 누가 얘기해 줘야 되는데.”
“응?”
“저런 애들 꽤 있잖아요. ‘후후후! 내가 다른 사람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 하면서 머리 좋다고 착각하는 애들이요. 저거 분명히 다른 멤버 애들도 다 알고 있을 텐데.”
“본인만 나중에 창피한 거지, 뭐.”
리혁이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저런 어설픈 스킬로는 들통이 안 날 수가 없는 수준이다.
“알아서 하겠지.”
내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걸음을 옮길 때.
비주가 신기하단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형은 어떻게 바로 대처를 했어요? 저였으면 당황해서 머뭇거렸을 텐데.”
“TJ에서 비슷한 일이 꽤 있었어.”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초등학생 때였나.
상대평가에서 탈락 위기였던 중학생 형이 있었는데, 평가 무대를 코앞에 둔 나에게 욕을 속삭였었다.
그래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기소개하신 건가요…?’ 하면서 넘겼던 기억이 있었다.
“떼잉…….”
초등학생 때의 대처가 아쉽다.
지금이었다면 좀 더 세련되게 넘길 수 있었을 텐데.
어쨌거나 당시 분을 이기지 못한 그 형은 무대를 망치고 방출됐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렇게 잠시 과거 회상을 하다가 불현듯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나를 키운 건 8할이 TJ였군.”
“?”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말을 하면서 동생들에게 스윽 달라붙었다.
“좋구나~”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는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다들 머리를 쓸 줄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라 멤버들끼리는 그러지 말고 재미있게 지내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거니까.
물 흐리는 사람 하나만 있어도 피곤해지는 그룹 생활에서 이런 분위기는 정말이지 축복이었다.
“내가 참 멤버 복은 타고 났다.”
“꺄르륵!”
오늘따라 더욱더 귀여워 보이는 졸개들을 쓰다듬으면서 백스테이지로 이동했다.
[Video Music Awards]본래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공연장이 21세기의 첨단을 달리는 무대로 탈바꿈해 있다.
현장 스태프들이 바퀴 달린 피아노를 무대 위로 밀고 있을 때.
「Hey-!」
무대 위에서 팔짱을 끼고 있던 한 남자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검은 티셔츠에 카키색 카고 바지.
수염을 매끄럽게 다듬은 미남형 외모.
슬림한 몸매에 금붙이 반지를 잔뜩 끼고 있는 동부 힙합의 수장, 콜드 브라운이 환히 웃었다.
「아니, 이게 누구야!」
콜드 브라운이 속사포 랩을 퍼부었다.
「세계 최고의 미남이자 말 한마디로 천만 시청자를 이끌어 내는 희대의 패셔니스타, 사람들을 홀리는 악마의 무대 재능! 나의 귀염둥이 만능 그래미 자판기 써니 아닌가!」
내가 화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동부 힙합의 왕이자 그래미 빼고 전부 다 가진 남자! 하지만 이제 곧 그래미도 가지게 될 희대의 천재 래퍼이자, 백악관에도 초청 받는 최고의 사회 운동가 콜드 브라운 아니신가요?」
상대가 왈칵-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써니, 오, 써니!」
「콜드!」
「꺄르르륵!」
「하하하하하!」
서로 악수를 나누면서 어깨를 슥 부딪혔다.
뒤에서 졸개들이 중얼거렸다.
“와 그거 같아여. 그 물감 묻히고 반반 짝짝이 나오는 거.”
“데칼코마니겠지.”
“지호 잘했어. 그런 거 궁금하면 미국에서는 꼭 한국말로 물어봐야 돼. 알았지~? 영어로 하지 않기 형이랑 약속~”
놀랍도록 흡사한 점이 많다며 중얼거리는 졸개들을 무시하며 콜드와 내가 꺄르륵 웃어 댔다.
나와 인사를 한 콜드 브라운이 졸개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다들 잘 지냈어?」
「넹.」
평판 관리의 화신이라 불리는 인물답게 동생들에게도 일일이 자세한 안부를 묻는 콜드였다.
「비주, 얼마 전에 우주랑 같이 활동했다면서? 음악만 틀면 비가 내린다고 그러던데.」
「네, 근데 정말 우연의 일치였어요.」
「지금 한국으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서 한국 사람들이 농담한다면서. 우비즈가 불렀다고. 하하하!」
생각보다 자세히 다 알고 있는 콜드 브라운이었다.
아마 개인 비서를 통해서 ‘뉴블랙 안부 물어볼 거니까 조사해 와~’ 하고 시킨 것 같다.
역시 오랫동안 탑의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한편.
나도 콜드에게 말했다.
「그 소식 봤어요? 이번에 그래미 수상 확률 뉴스를 봤는데 우리 노래가 제일 높더라고요.」
아직 후보가 발표된 것도 아니라서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내년 그래미 본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였다.
도박사들이 베팅을 한 모양인데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최근에 흑인 뮤지션들이 너무 물 먹어서 슬슬 그래미 측에서 ‘옛다!’ 하면서 선심성 상을 줄 때가 됐다는 것.
또 하나는 그래미에서 높게 쳐주는 재즈가 힙합과 접목되어서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것.
콜드가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히죽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지. 수상 확률은 더욱더 높아질 거야.」
「……?」
콜드 브라운이 말했다.
「네가 홍보한 말이야. 선명주 님의 일대기잖아. 는 선명주 님과 서사적인 연관성이 있는 곡이고.」
「그렇죠.」
「이 영화가 만약 북미에서도 흥행을 하게 된다면 곡에 서사가 담길 것이고…….」
침을 꿀꺽 삼킨 내가 답했다.
「수상 확률이 더욱더 높아지겠네요.」
「그렇지.」
콜드 브라운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도 요즘 과 관련된 떡밥을 인스타에 올리고 있는 중이야. 내가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으니까.」
이번 영화에서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버디 러셀(Buddy Russell) 역할로 짧게 카메오 출연한 콜드 브라운이었다.
6700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가 열심히 홍보해 주고 있다는 말에 동생들과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수상 확률을 서서히 올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축음기 모양의 트로피를 들고 있게 될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무대도 중요하죠.」
「그렇지.」
콜드와 내가 히죽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래미에 대한 탐욕과 욕망이 이글거리는 콜드의 눈동자 위로 마찬가지인 나의 얼굴이 보인다.
내가 멀찍이 둥둥 떠다니는 우주 비행사 인형을 바라보며 달 착륙 발언을 변용했다.
「이것은 작은 무대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래미로 향하는 우리의 위대한 도약이 될 거예요.」
「가자. 나의 귀염둥이 암스트롱.」
「후후후!」
「후후후후!」
리허설을 하러 가기 위해 움직이는 우리의 발걸음 뒤로 동생들의 응원이 들려왔다.
그 속에서 선명히 들려오는 막내의 해맑은 목소리.
“와. 근데 우주 형이 방금 따라 한 거 루이 암스트롱이죠? 그 달 최초 착륙하신 분.”
“……!”
리혁이의 복장 터지는 소리도 함께였다.
* * *
오후 7시 30분.
레드 카펫 행사가 진행 중인 라디오 시티 뮤직홀 부근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팝스타들과 유명 배우들이 리무진에서 내릴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포토월 앞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에게 사진 기자들이 흥분한 고함을 지르고.
경찰들이 철제 울타리 너머에서 구경 중인 군중을 통제하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세요! 뒤로!”
오늘 행사와 관련되어 NYPD의 경관들이 진땀을 빼며 현장 통제를 하고 있었다.
치익- 하고 무전기가 정신없이 울린다.
[6th 애비뉴 부근에서 신호등 위로 올라탄 남성이 있으니 주의 바람. 근처 경관은 조치 바란다.]신호등을 타고 올라가서 알몸으로 ‘MTV가 내 머리에 마이크로칩을 심었다!’ 하는 남성을 체포하는 등, 정말이지 여기저기서 과부하가 걸릴 만큼 많은 정보량이 폭주했다.
“휴우.”
하지만 그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현장에서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보이밴드 팬덤 간의 긴장감이었다.
경찰관들이 껌을 씹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기가 수플레고… 저기가 선샤인이라는 건가?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군.”
“구름색이 수플레야.”
“내가 구분하는 법 알려 줄게. 무장 차이를 보면 알 수 있어.”
그 말대로 양쪽 다 응원도구로 무장한 건 똑같았지만 그 정도의 차이가 굉장히 컸다.
경관들이 침을 삼켰다.
‘수플레들이 착하길 바라야겠군.’
양측 무장 차이를 보았을 때 문라이트 측이 압도적으로 불리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불 들어오는 방망이는 뭐지?”
“응원봉이라던데.”
“다른 가수의 팬들을 때려눕혀서 뉴블랙을 응원해 주는 뭐 그런 건가? 흉악해 보이는데…….”
NYPD가 쓰는 삼단봉처럼 튼튼해 보이는 달봉이.
심지어 누군가는 간달프의 지팡이처럼 1미터짜리 봉을 들고 있었다.
“저거… 규제 안 해도 되나?”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야구 방망이와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양측 팬덤 사이에서 서로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있긴 해도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먹물 깨나 먹었다고 자부하는 한 경관이 말했다.
“내가 책에서 읽었지. 저게 바로 ‘힘에 의한 평화’거든. 강력한 방위력을 통해 상대의 침략을 예방하는 거지. 우리가 국방 예산에 수천억 달러를 쓰는 이유와 같은 원리야.”
“역시 개쩌는 무기를 들어야 못 덤비는 거군.”
그에 반해 핫도그 같은 라이트스틱을 들고 있는 문라이트의 팬덤은 참으로 빈약해 보였다.
그렇게 생각보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경찰들이 가볍게 통제하고 있을 때.
“와아아아아아아악-!”
한 리무진이 다가오면서 함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왔군!’
‘그들이다!’
펜스가 흔들릴 정도로 함성을 커져 가는 동안, VMA 진행 요원이 리무진의 문을 열었다.
수플레들뿐만 아니라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새롭게 떠오르는 패션 아이콘!
올해 봄에 열린 멧 갈라에서도 최고의 패셔니스타로 선정된 이들의 등장.
작년 VMA에서도 우주 비행사 복장을 입고 온 이들이 올해는 무엇을 입고 등장했을지 기대감을 품을 때.
‘…? 평범한데?’
핑크색 카펫에 척 내린 것은 고급스러운 정장 구두였다.
모던한 패션.
마치 20세기 초중반의 재즈 뮤지션이 입었을 법한 스트라이프 정장을 입은 이는 바로…….
“지호-ya!”
“킹지호!”
뉴블랙의 막내 지호였다.
넷플러스 를 본 이들도 ‘어!’ 하면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를 알아보았다.
콧대 높고 정석적인 배우상이라 할 만한 얼굴.
그런 미형의 얼굴이 고전적인 재즈 뮤지션의 정장 의상과 어우러질 때.
“?”
“??”
지호가 리무진에서 내리면서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지호의 얼굴이 보일 때까지만 해도 와아아! 했는데, 그늘진 리무진 속에서 지호가 머리까지 빼자 이색적인 것이 드러났다.
“!”
“!!”
그것은 바로 모자였다.
트럼펫 모양의 초현실주의적인 모자를 쓴 왕지호가 나타나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트럼펫을 머리 위에 얹은 것 같다.
“Hi~!”
다들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하나둘씩 내렸다.
뿌듯한 얼굴로 내리는 드럼 모자의 김중현, 색소폰 모자의 비주, 기타 모자를 썼지만 나머지와 엮이기 싫다는 듯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리혁까지.
그리고.
‘오오오오오!’
피아노를 세로로 세운 듯한 모자를 쓰고 있는 선우주가 내리면서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발랄하게 걸어온 5인조가 펜스 앞의 팬들에게 한 바퀴 몸을 회전해 보이고는 퍼포먼스를 하듯 양팔을 펼쳤다.
“와아아아아아아!”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냈어요?”
“네!”
팬들에게 가볍게 사인을 해 주거나 셀카를 찍어 주는 팬 서비스를 하던 뉴블랙이 레드카펫에 입장한다.
포토월에서 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한 후.
리포터들이 벌떼처럼 달라붙었다.
“와우! 오늘 의상이 정말 멋지네요! 정말 아이코닉해요.”
“감사합니다.”
“어떤 컨셉인가요?”
우주가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뉴욕 하면 유명한 것이 바로 재즈잖아요.”
“그렇죠!”
“마침 오늘 VMA가 열리는 곳이 라디오 시티 뮤직홀이더라고요. 이곳에서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분들이 자주 공연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에 대한 리스펙의 의미로 정장을 입었습니다.”
청산유수 같은 말에 리포터가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웃음을 터뜨리며 모자를 가리켰다.
“그럼 모자는요?”
“오늘 어워드의 컨셉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통 있는 라디오 시티 뮤직홀 위로 저렇게 우주 비행사 인형이 떠다니고, 21세기의 첨단을 달리는 디자인으로 장식되어 있잖아요.”
“정말 그러네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바로 오늘 의상 컨셉입니다.”
오래된 건물 위로 VMA의 최신 장식물들이 어우러진 모습과 뉴블랙의 패션이 일맥상통해 있었다.
리포터가 감탄했다.
‘괜히 패셔니스타라고 불리는 게 아니구나!’
저번 VMA에서는 우주 비행사 복장을 입어서 ‘미국이여! 우리가 왔다!’ 하는 패기 가득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메시지가 있었다.
-여러분의 음악을 리스펙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모습도 보여 줄게요!
리포터가 눈을 반짝이며 ‘과연 패셔니스타!’ 하는 표정에 선우주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멤버들만 슬쩍 식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여기 오기 전까지 공연장 역사도 몰랐으면서…….’
‘우주 형이 패셔니스타. 내가 농사 짓다가 노벨수학상 타는 느낌인가.’
‘너무 잘생겼어… 어쩜 좋아.’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다른 인터뷰어에게 넘어가는 뉴블랙.
그러면서 문라이트에 대한 어그로성 질문들은 마치 오징어처럼 유연하게 회피하는 5인조였다.
‘얄밉다!’
인터뷰어들이 마음속으로 주먹을 꼬옥 쥐는 동안 뉴블랙이 꺄르륵 웃으며 시상식장으로 입장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동안 또다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검은 대형 리무진.
그 속에서 7인조 보이밴드 문라이트가 팬들의 열기에 흥분해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가 보자!”
“VMA 한 번 먹어 보자!”
‘Yeah!’ 하면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 세상은 우리 거다!’ 하는 7인조 아이돌.
“…….”
하지만 모두가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콜린 에반스는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번역기를 토독토독 두드리는 손가락.
[Bo..]그가 기억을 되새기며 입력했다.
[Bom Gam Za..] [번역 중입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영어에서 한국어로 옮기자 ‘봄감자’라는 한국어 문구가 떠올랐다.
그걸 잘라서 다시 번역기에 돌렸다.
[Spring potato]봄감자.
“아니야. 이게 아니야…….”
콜린 에반스가 세팅된 머리를 쥐어뜯지도 못하고 미간만 긁으며 중얼거렸다.
“Bom… Ga… za?”
[Let’s go spring]“Gom Gam Za…?”
[Bear potato]머릿속에서 포효하는 곰과 둥실둥실한 감자.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참다못한 콜린 에반스가 중국계 미국인 멤버인 패트릭 우(Patrick Wu)에게 물었다.
“패트릭, 너 봄감자가 한국어로 뭔 뜻인지 알아?”
“난 하프 차이니즈라고. Bro, 넌 대체 뭐가 문제니.”
미식축구 선수 같은 외모의 체격 좋은 멤버가 뭔 개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라면 우아하게 ‘미안~’ 하며 불쾌해하는 반응을 달랬을 콜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씨. 뭐지?’
레드 카펫에 입장하는 동안에도 둥실거리는 감자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 * *
VMA가 열리는 라디오 시티 뮤직홀.
공연장 2층의 야외 로비에서 가수들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는 사전 무대(pre show)를 마친 후.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됐다.
[2018 MTV Video Music Awards]300만 명의 시청자들이 TV를 틀고,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수플레들이 꾸물거리며 스트리밍으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올해 오프닝은 누구지?’
VMA의 오프닝 무대는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MTV 측에서 띄워 주는 신예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여 줄 때도 있고, 최근 가장 핫한 히트곡을 보여 줄 때도 있고, 올해 대상 후보로 오른 가수의 신곡 공개 무대를 할 때도 있고.
과연 올해의 오프닝은 누굴까 궁금해 할 때.
“오.”
어두컴컴한 무대 위로 조명이 서서히 밝아 오른다.
검버섯이 가득 피어오른 주름진 피부의 흑인 뮤지션이 손에 트럼펫을 쥔 채 무대 위에 서 있다.
‘!’
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얼굴.
‘버디 러셀!’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로 불리는 인물이 무대 위에서 트럼펫 연주를 시작한다.
“와…….”
잘 모르는 사람도 알 수 있을 만큼 재즈의 소울을 자극하는 연주.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웅성거렸다.
“그런데 이거 누구 무대지?”
“그러게.”
하지만 재즈 뮤지션이 연주하는 멜로디를 듣던 이들이 이윽고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이거 그거잖아. Sun!”
현재 2억 뷰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의 메인 멜로디.
거기에 곧장 피아노 연주가 깔리기 시작한다.
주황빛 조명.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조명 아래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미청년이 드러난다.
‘우주!’
그리고 그 옆에서 마찬가지로 재즈 정장을 입은 채 서 있는 콜드 브라운.
모두가 알아차렸다.
올해의 오프닝은 2018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곡이자 최장기간 빌보드 1위 중 하나로 꼽히는 였다.
“우와아…….”
처음에는 으로 시작되었던 멜로디가 서서히 로 기막히게 바뀌어 가는 한편.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리듬을 타는 동부 힙합의 수장.
그리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뉴블랙의 리더와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의 트럼펫, 재즈 밴드의 라이브가 어우러진다.
“와…….”
TV를 보던 누군가 말했다.
“그런데 버디 러셀은 대체 어떻게 섭외한 거지?”
“그러니까 말이야.”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이 끼어 있는 것을 바라보며 시청자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혹시 최근 의 OST를 보고 감탄했던 걸까.
재즈 뮤지션 선명주에 대한 인연, 혹은 현재 흑인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콜드 브라운과의 인연 때문인가.
시청자들이 낭만적인 스토리를 상상하며 지켜볼 때.
노구를 이끌고 무대 위로 올라온 버디 러셀은 눈을 감고 트럼펫 연주를 하는 중이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선생님. 저희 가수들의 VMA 무대에 선생님의 트럼펫을 모시고 싶습니다. 의미가 클 거예요.
-내가 젊은 애들 무대에 뭣 하러 나가? 그럴 일 없어.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통장에 입금되는 금액.
-다시 한번 고려해 주시겠습니까? 후후후.
촤르르 올라가는 잔고 소리처럼 젊은 천재의 피아노 연주가 흥겹게 들려온다.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 버디 러셀이 눈을 감고 그윽한 미소를 지은 채 박자를 맞췄다.
‘돈돈돈돈돈- 돈돈-’
노인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트럼펫도 이렇게 감미로울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는 거장의 연주.
거기에 그래미에 대한 탐욕으로 불타는 두 가수까지.
‘우와…….’
‘천재들의 공연…!’
VMA 역대 최고의 오프닝 무대 중 하나로 꼽히게 될 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