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6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61화
이벤트 매치.
스포츠에서 평소 보기 힘든 독특한 매치를 부르는 말로 여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K리그 올스타와 프리미어 리그 팀이랑 붙으면 어떨까요?! 궁금하시죠?
-격투기 선수랑 곰이랑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저희도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독특함 때문에 평소였다면 관심이 적었을 대중들도 관심을 보이는 게 바로 이벤트 매치였다.
특히나 이벤트 매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명성이 높을수록 이런 화제성이 더 커지는 편.
그런 면에서 현재 한국 가요계에는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슈퍼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차우현 VS 서리혁]가요계의 살아 있는 전설과 무패행진을 기록 중인 천재 보컬!
최근 벌어졌던 VS 싸움 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최고로 끌어모으고 있는 배틀이었다.
연예계에 관심이 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투표 글이 업로드 될 정도.
[다들 오늘 누가 이길 것 같나요?]차우현 : 2376표 (72.6%)
리혁이 : 897표 (27.4%)
당연하게도 차우현의 압승을 점치는 결과가 대부분이었다.
-와 생각보다 리혁이가 높네요??
-운빨 + 우주 편곡 (아마도?) + 무작정 서리혁 투표해 줄 현장팬..? 요렇게 생각한 거 아닐까요
-이건 리혁이가 10년 더 하지 않는 이상은 못이기죠ㅋㅋ
-뭔 뉴블랙이 897표ㅋㅋㅋ 여자들이 와서 투표했나요?
-실제 승률은 15% 정도 되긴 할듯ㅋㅋㅋㅋ 물론 이것도 진짜 어마어마한 거긴 해요
대체로 ‘차우현이 이길 것이다’가 8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우현이 컨디션이 나쁘고, 리혁이가 잘하면 이긴다’가 15%, 그리고 5%가 ‘리혁이가 이길 듯’ 하는 반응.
리혁의 승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수플레들은 감격하고 있는 중이었다.
“와아…….”
어찌 보면 이런 반응은 모두가 가왕으로서의 리혁을 인정해 주고 있다는 것과 같았으니까.
만약 두 달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여러분! 서리혁 VS 차우현 붙는대요!
에 출연해서 가왕의 이미지를 얻기 전의 리혁이 차우현과 붙는다고 말을 했다면?
인터넷 반응이 불 보듯 훤했다.
-뭔 깡으로 붙는다는 건지ㅋㅋㅋㅋㅋㅋㅋ
-야 이건 너무 갔다
-아이돌 vs 가요계 레전드?? 장난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얼척없어서 웃음만 나오네
-세계 재패한다 뭐다 띄워 주니까 가요계 레전드가 ㅈ으로 보이누ㅋㅋ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차우현이 이길 거라고 예상은 해도 ‘저 매치가 가당키나 하냐?’ 하며 욕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인즉, 이 매치 자체가 성립할 만하다고 여긴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건 서리혁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실력 좋은 아이돌 보컬1]이었지만, 지금은 [가요계의 샛별] 같은 이미지였으니까.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리혁이 노래를 잘해도 이미지 변신이란 건 1~2주 만에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혁이가 가왕을 두 달 정도 했나?’
4연속 가왕을 했으니 8주 출연, 그리고 이번 차우현과의 매치까지 치면 총 10주.
그 기간 동안 수플레들은 팝콘을 뜯으며 네티즌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직관했다.
[Lv.1 서리혁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실력파 가수들의 싸움에 아이돌의 등장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
-리혁이 예능하러 왔나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ㅋㅋ
[Lv.1 서리혁 님이 Lv.37 조유리를 물리치셨습니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조유리가 개발렸어??
-리혁이 보컬 미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유리 컨디션 별로였나.. 인성 쓰레기라고 소문 자자해도 실력은 인디 최정상인데
-코이츠www 이제 실력도 쓰레기ww
-솔까 운빨인 듯ㅇㅇ
[Lv.38 서리혁 님이 Lv.??? 선우주 님과 조우하였습니다] [‘뉴블랙 내전 승리’ 타이틀 획득!]-리혁이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저 그룹이 전체적으로 좀 미쳤구만
-간지 오진다ㅋㅋㅋ 선우주도 다른 때였다면 가왕 먹었을 텐데 리혁이가 이겨 버리네
-이번에 좀 아슬아슬했다
-그래도 가왕은 가왕이다
[Lv.67 서리혁 님이 3연속 가왕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래도 찬양 안 해?’]-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서리혁!
-가왕니뮤ㅠㅠㅠㅠ
-아아.. 그만 서며들어 버렸다
-서명하시오 동무! ‘서리혁은 정통 보컬이다’
이런 식으로 두 달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미지 변화를 성공시킨 뉴블랙의 메인보컬.
그 때문에 사람들이 차우현과 리혁의 매치가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전이었다면 차우현과 함께 링 위에 오르는 것도 돌을 던지며 야유했을 텐데, 지금은 팝콘을 뜯는 것이다.
‘개꿀잼.’
온라인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수플레들의 귀에 들려왔다.
“아, 오늘 집 일찍 가야 돼.”
“왜?”
“서리혁 VS 차우현 봐야 됨.”
“그 리혁이 나오는 거 오늘인가? 어디서 하는 거야? HBS였나.”
‘TBC예요! 저희 귀염둥이 말랑콩떡 천재보컬 귀요미 서리혁이 출연하는 미션 싱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는 지금 마음속으로 말을 하고 있지만요. 후후후!’
마음속으로 대답하는 수플레들.
그렇게 평소에 를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리혁이 나오는 거’라고 불렀던 이들도 TV를 켤 정도로 어마어마한 화제성이었다.
특히나 이번 화제성에는 출연진의 라인업도 한몫했다.
[Lv.89 서리혁 님이 ‘내가 가왕이다’ 스킬을 시전하셨…]띠롱!
[Lv.??? 백시연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Lv.105 더 문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Lv.112 연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재미있는 컨텐츠가 업데이트 됐다길래 오랜만에 접속했어요’]최고 레벨이 99인 줄 알았던 방에 100이 넘는 괴인들이 참전해 버린 것이다.
그들 중에는 랭킹 1위도 끼어 있었다.
[Lv.223 차우현 님이 참전하셨습니다]오랜만에 재접속한 가요계의 고인물.
최근 들어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랭킹 1위가 참전을 선언하면서 모두가 열광했다.
보통 때였어도 큰 화제가 되었을 텐데…….
거기서 화제성을 더 끌어 올리는 고인물의 충격 선언!
-뉴비님 2주 뒤에 풀템 장착해서 오세요.
-……!
그리하여 터져 버린 의 실시간 시청률.
시청자들이 TV를 틀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결판이 난다!’
연령가 알림이 끝나고 나오는 프로그램 오프닝.
[와아아아아아아아-!]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환호하는 방청객들!
역대급 화제성으로 신이 나 있는 연예인 패널들과 중계진!
[지금부터 미션 싱어의 최종 라운드를 시작합니다!]모두가 기다려 왔던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마침내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 * *
이번 주의 오프닝은 바로 차우현 VS 백시연이었다.
음산한 장미 가면을 쓴 여신과 하프 가면을 쓴 노래의 신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선다.
-레전드 vs 레전드
-둘 중 누가 이겨야 리혁이가 할 만함?
-사실 누가 이겨도 희망은 없음ㅋㅋㅋㅋㅋ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임ㅋㅋㅋㅋㅋㅋ 둘 중에서 이긴 애랑 인간이 붙어야함
-근데 차우현이 이기면 우리가 더 재미있음 (중요)
모두가 야식으로 주문한 치킨 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차우현이 이기겠지?”
“차우현이 이길 거 같은데.”
평소였다면 막상막하라 승패를 알 수 없겠다는 말이 나왔겠지만 왠지 모르게 차우현이 이길 것 같다고 생각하는 대중들.
이유는 간단했다.
‘차우현이 붙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진중한 가왕 같은 이미지의 차우현.
워낙 말수가 적어 한마디 한마디가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가요계의 최고가 선언했다.
아니나 다를까.
[네!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의 승리입니다!]“저럴 거 같긴 했어.”
“확실히 선곡을 똑똑하게 했네. 결승전까지는 무조건 이기겠다 하는 생각으로 나왔나 봐.”
“와 백시연 표수 봐. 차우현이 저렇게 선곡을 해도 쉽지 않네.”
시청자들이 ‘히야…’ 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귀가 즐겁다. 진짜.’
경쟁하는 가수들 입장은 죽을 맛일지 몰라도 대중들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국내 최정상 보컬들이 펼치는 대결.
목소리의 잔향이 남을 만큼 빠르고 시원한 곡으로 허를 찌르는 백시연과 그걸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차우현.
그리고 그걸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옥좌 위의 해바라기 가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안한 눈동자
-저승사자가 오고 있는데 막지를 못함ㅋㅋㅋㅋㅋ
-우리는 웃는데 진짜 저 입장에서 얼마나 무서울까ㅋㅋㅋ
-아 진짜 개웃곀ㅋㅋㅋㅋ 가왕이라 하차도 못하고ㅋㅋㅋ
겹겹이 둘러싸인 방어막을 하나씩 뚫고, 이제 최종관문까지 통과한 대마왕의 등장.
[…….]옥좌 위에서 일어난 리혁이 쓸쓸한 뒷모습으로 경연을 준비하기 위해 퇴장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왜 이렇게 저 하찮은 모습 귀엽지
-서며들었다
-귀요미ㅋㅋ
그동안 오늘 탈락한 도전자들이 해탈한 얼굴로 ‘저를 기억해 주세요’ 하면서 고별 무대를 했다.
“아이고.”
“저 사람들도 다른 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지. 장기 출연하는 거 아니면 이게 훨씬 나을걸? 이 많은 사람들한테 얼굴 공개되는 거잖아.”
그 말대로 오늘 탈락자들이 정체를 공개하면서 실시간 검색어에 그들의 이름이 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탈락자들의 시간이 끝난 후.
[마침내…….]중계진이 감회 가득한 코멘트를 날렸다.
[그 시간이 되었네요.] [예.] [정말 우리 미션 싱어 역사상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정말 빅매치거든요.]미션 싱어의 특징 중 하나인 스포츠 경기 같은 해설.
격투기 선수들처럼 가면을 쓴 두 인물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화면 아래로 스탯이 적혀 있다.
현장에서 방청객들에게 안내방송이 나오는 동안 중계진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둘 다 승률은 말할 것도 없죠. 승률 100%입니다.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요.] [캐스터님이 보시기엔 어떠십니까?]TV 화면으로 무대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 거구의 하프 가면이 나온다.
마치 링 위의 복서 같은 모습.
[아무래도 오르페우스가 이길 확률이 굉장히 높죠.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으로 피지컬과 경험의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정말 어려운 싸움이죠.] [네.] [왠지 도전자는 오르페우스인데, 상황이 뒤바뀐 것 같아요.]중계진들의 웃음.
전문가들이 추측한 판세 역시 시청자들이 생각한 것과 100% 일치했다.
물론 이런 해설을 듣는 사람들 중에서 예리한 사람들은 묘한 뉘앙스를 캐치하기도 했다.
“이거 제작진이 일부러 그쪽으로 유도하는 거 같은데?”
“그치?”
“리혁이 무대 뭐 있나 봐.”
일부러 리혁의 무대에 기대치를 낮추게 해서 반전의 효과를 더 크게 하려는 제작진의 계략이었다.
그걸 눈치챈 이들이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을 때.
[네! 그럼 가왕전의 첫 무대!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의 무대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현장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지고 차우현이 무대를 시작한다.
촤악 내리쬐는 하이라이트 조명.
『어제에 관한 시(詩) | 뉴블랙』
작사 뉴블랙 | 작곡 우주 | 편곡 김승수
▷ ‘미션 싱어’ 버전이 궁금하시다면 망고에서 만나 보세요!
하프 가면이 조용히 마이크를 들었다.
조금 천천히 떠나도 될까요
오늘이 노을로서 스러지기 전에
뉴블랙이 부른 OST가 솔로곡으로 재탄생해서 사람들의 귓가로 들려온다.
“와…….”
팔뚝에 쭉 올라오는 닭살.
차우현이 각 잡고 부르는 무대에 다들 놀랐다.
‘가사가 4D로 들리네.’
무형의 노랫말이 정말 어떤 형체를 가진 것처럼 다가온다.
정말 노을이 스러지는 것처럼 차우현의 목소리가 어스름하게 옅어진다.
-와
-사람 마음을 흔드는 노래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직 거장이라 불릴 나이가 아닌데 거장 대우를 받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가슴 시리게 만드는 노래.. 진짜 이 사람은 가왕입니다
-다들 드립치다가 진지해진거 봐ㅋㅋ
TV 화면 속에서 차우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릴 때마다 눈물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하루하루 흘러가는 야속한 시간, 그에 영향을 받아 서서히 연약해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앞으로 좋은 날이 있을 거라 위로하고, 힘겨운 날들은 이겨 낼 거라고 이야기하는 인간 찬가.
-뉴블랙 노래 중에 이런 게 있었어? 진심 띵곡인데
-슬립 ost로 나왔어
-아..
-어제시가 명곡이긴 한데 차우현이 감성을 미치게 잘 살렸음
잔잔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로 레전드의 품격을 보여 주는 차우현.
그 무대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사람이 좀… 좋은 사람인가 봐.”
“그러게.”
분명 차우현은 노래만 하고 있을 뿐인데 저 모습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리혁아. 보고 있니?
후배의 노래를 골라서 마치 후배에게 앞으로의 길을 보여 주는 느낌.
사람들이 상상한 피 튀기는 혈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나의 진심을 보여 주겠다는 듯 열창하는 가요계 대선배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묘한 울림을 주고 있었다.
-차우현이란 사람 자체가 멋있다
-그저 빛
-아인슈타인: 내 이론을 정정한다. e=mc에서 mc는 Mister Cha였다
-하울링 진짜 멋있다
-아 왜 눈물 나냐ㅋㅋㅋㅋ 그냥 무대하는건데
-차우현이 진짜 대단한 점은 단순히 보컬 때문만이 아님. 딱 보컬만 따지면 이 사람이랑 비슷한 실력자들이 많음. 하지만 가사 자체가 온몸으로 와닿게 부르는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더라
-승부가 아니네.. 가르침이구나
그렇게 후배에게 넘어야 할 벽이 어떤 것인지 보여 준 차우현이 마이크를 내리면서 무대를 마쳤다.
[와아아아아아아-!]여전히 감동에 젖어 있는 관객들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콕콕 찍거나 박수를 보낼 때.
저벅저벅.
차우현이 내려가고 가왕이 올라온다.
[네,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오늘의 디펜딩 챔피언.] [가왕-가왕-가왕-가왕, 그리고 국힙원탑 가왕 선우주입니다.]소개에 짤막하게 웃음을 터뜨리던 시청자들이 이내 웃음을 멈췄다.
“와…….”
“리혁이도 작정했나 보네.”
방송 내내 멘탈이 털려 보였던 옥좌 위의 모습과 달리 진중하기 그지없는 모습.
평상시의 가왕 선우주 컨셉도 벗어던질 만큼 진지해진 자태로 무대 위로 올라오는 가왕이었다.
‘와. 워킹 진짜 간지…….’
뚜벅뚜벅 걸어 올라오는 리혁의 모습에 수플레들은 왠지 모를 설렘을 느꼈다.
그들의 가수가 하는 손짓, 발짓, 자세 등에서 느껴지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꿀꺽-
수플레들이 침을 삼키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
파란 조명이 별바다처럼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독백하듯 읊조리는 목소리.
[나는 태양계를 돌고 있는 혜성입니다.] [76년마다 한 번씩 지구별을 방문하죠.]몽환적인 별들의 흐름이 스크린에 휘몰아친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해바라기 가면이 읊조렸다.
[나는-]그와 동시에 노래 목소리로 바뀌는 가왕의 보컬.
Halley-
현장에서 ‘와아아아아아-!’ 하는 함성이 터져 나오는 동안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흘러나왔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드럼.
전주에 끼어든 바이올린 소리가 산뜻한 멋을 내면서 사람들이 즐겁게 웃었다.
“우와아아아-.”
저도 모르게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보고 와- 하고 웃을 때의 그 표정.
혜성처럼 시원한 멜로디가 모든 걸 가로지른다.
『Halley | 민지부조화』
작사·작곡 박민지 | 편곡 우주선
▷ ‘미션 싱어’ 버전이 궁금하시다면 망고에서 만나 보세요!
청춘 영화의 한 장면에 어울릴 법한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방청객들이 눈을 반짝이며 뜰 때.
해바라기 가면이 스탠딩 마이크를 잡았다.
온 우주를
힘껏 가로질러 와
직접 마주한 넌
숨막히게 아름다웠지
청량의 의인화라고 불러야 할 법한 보컬.
떠오르는 록스타처럼 리혁이 즐겁게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자신만만한 태도.
-제가 쉽게 질까요?
패기 넘치는 젊음이었다.
‘이거지!’
그들이 리혁에게 기대하고 있던 최고의 모습이었다.
-아 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이거지
-아 너무 좋아ㅋㅋㅋㅋㅋ 이런 거 기대했다구
-리혁아 믿고 있었다
-‘편곡: 우주선’ㅋㅋㅋㅋㅋ 악착같이 어떻게 해 보겠다는 의지
-차우현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데 이제 강철집게로 붙잡는 아이돌ㅋㅋㅋ
‘얘 봐라?’ 하면서도 즐거워하는 방청객들과 시청자들.
어찌 보면 발랄하기도 하고, 진중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가장 즐거워 보이는 모습.
“쟤는 저 몸에서 어떻게 저 소리가 나온디야.”
“몸이 악기네. 그냥.”
“저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타고 났어. 어쩜 애가 저렇게 반짝반짝하냐.”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같은 분위기였다.
다른 의미로 시청자들의 눈가가 살짝 촉촉해졌다.
뭔가 야구 경기의 응원가를 부를 때나 축제에 참여했을 때, 뭉클해서 감동에 젖어들 때의 그런 느낌.
‘좋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감격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팬들이었다.
‘진짜 아이돌 그 자체……!’
무대 위의 서리혁을 수식할 만한 단어는 단연코 아이돌이었다.
어쿠스틱 기타가 어느새 일렉 기타로 변해 가고, 모두가 리듬을 맞춰 손뼉을 치고 있다.
이제는 스탠딩 마이크 대에서 마이크를 뽑아 든 해바라기 가면이 무대를 누비며 관객들의 환호를 즐긴다.
-가수 영화에서 마지막에 성공하고 부르는 노래같애ㅠㅠ
-진짜 좋다..
-밴드 분들이랑 소통하는거 넘 좋다ㅠㅠㅠㅠ
-압도적인 성량.. 밴드 사운드.. 오늘 내가 묻힐 곳은 여기다
-와 다른 소리를 본인 목소리로 다 뚫어버리네ㅋㅋㅋㅋ 진짜 돌았다ㅋㅋㅋㅋ
-다들 후렴 뉴블랙 메보용 창법인거 알아?
-리혁아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시청자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어…….”
[가왕 선우주]라고 달고 나온 이름표.의 후렴구에서 창법을 살짝 바꾼 리혁이 뉴블랙 메인보컬의 스타일대로 부른다.
거기에 편곡으로 적힌 우주선이라는 이름까지.
“어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지금까지 뉴블랙의 무대를 최소 한 번씩은 본 적이 있는 대중들이었다.
그런데 그때 노래를 부르던 리혁과 지금 Halley를 부르는 리혁의 실력은 동일했다.
그럼에도 평소 뉴블랙 멤버들이 딱히 뒤떨어진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어?”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하던 뉴블랙의 기존 이미지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는 수플레들.
‘드디어…!’
우리 애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대중들도 알게 될 거라며 수플레들이 설레하고 있을 때였다.
헤벌쭉 웃고 있던 수플레들에게 빵실빵실한 한 팬이 뛰어왔다.
-얘들아!!!! 지금 우리 이럴 때가 아니야!! 적이 침입했어!!
수플레들이 흠칫 놀랐다.
-외적인가!’
문라이트 팬들이 갑자기 역습을 시작했나 싶어 해외 음원사이트를 찾아보던 수플레들이 갸웃했다.
-아무 일 없는데?
-거기 말고! 국내!
-국내?
이윽고 국내 음원 사이트에 접속한 수플레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다음 시간대 차트가 궁금하다면? 5분 차트!]1위. 가왕 선우주 – Halley
2위. 노래의 신 오르페우스 – 어제를 위한 시(詩)
3위. 뉴블랙 – Overcooked
TV에서 가 나오는 동안 휴게실에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지호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물었다.
“우리 최근 3년 동안 발매일에 실시간으로 밀린 적 있었어요?”
“어… 없지.”
내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이… 이… 이게 되네…….”
“…….”
“…….”
지금 상황에서 몹시 부적절한 말이었다는 듯 동생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비주가 침을 삼키고 물었다.
“그래도 주간 1위는 오버쿡이 수성하겠죠?”
“아마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실시간 차트를 보면 추이가 대충 보인다.
리혁이가 숫자를 읽으며 말했다.
“진입 수치만 따지면 오버쿡을 상회하는데요.”
“…….”
“…….”
우리가 다 같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미묘하다!’
우리 음원이라고 해도 어쨌든 패배는 패배라고 생각하면 적신호인데…….
근데 지금 화제성을 생각하면 굉장한 시너지가 날 수 있어서 청신호에 더 가깝긴 하다.
“청신호긴 한데 뭔가 그렇다고 완벽하게 청신호도 아닌 것이…….”
중현이가 불쑥 말했다.
“흑신호 아닐까요.”
“왜?”
“다른 건 몰라도 주변에서 엄청 놀릴 것 같은데요.”
“…….”
왠지 모르게 정답 같은 말.
그렇게 오버쿡의 국내 활동에 빨간불도 파란불도 아닌… 정체불명의 검은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