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6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67화
한때 리혁이에게 인류의 기원에 대한 설을 들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
-네.
-대체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 아프리카에서 인간이 기원했다는 설이에요. 그 후손들이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현생 인류로 재탄생을 하게 됐다는 그런 거죠.
-은근슬쩍 아프리카 얘기하면서 파프리카 빼지 마라. 리혁아.
-맛 진짜 없단 말이에요.
그런 현생 인류의 기원을 떠올리며 내가 상대에게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 모두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거 아닐까요?」
「오호.」
순간 당황해서 아무 말 대잔치를 했는데 NBA 레전드가 몹시 대만족한 웃음을 터뜨렸다.
어떤 포인트에서 좋아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동안이나 웃던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네가 방금 한 말이 굉장히 일리가 있어. 나중에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를 해 줘야겠군.」
그렇게 길쭉한 턱수염을 쓰다듬던 레니 존스가 말했다.
「하지만 내 질문은 직계 조상님 중에 혹시 흑인이 있냐는 거였네.」
「어, 잠시만요…….」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떠올렸다.
혹시 할머니가 ‘너 사실은 말이다’ 하면서 조상님 중에서 해외에서 오신 분이 있다고 한 기억이 있는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그래?」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NBA 레전드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압도적인 유연성, 신체에서 보이는 탄력…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마법 같은 동작들까지, 말도 안 되는 건 알지만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런 의문이 들어서.」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없나…?」
정말 편견 없는 눈으로 의심을 하는 노인에게 나와 중현이가 어색하게 웃어 보일 때.
「레니! 거기서 뭐 하고 있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모두 고개를 돌렸다.
반갑게 인사하며 걸어오던 콜드 브라운이 NBA 레전드 뒤에 가려진 우리를 발견했다.
「어? 너희도 왔구나.」
「오랜만이에요. 콜드.」
내가 반갑게 인사하는 동안 중현이의 눈이 행복으로 물들었다.
존경하는 래퍼+스포츠 레전드의 조합.
뜨거운 콧김이 내 귓가에 느껴진다.
“…형, 저 지금 숨이 멎을 거 같아요.”
“진정혈이라도 눌러줄까?”
“네.”
“후우우…….”
진정하라고 중현이 팔의 진정혈을 꾸우욱 눌러 주는 한편.
콜드 브라운이 노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아, 이 친구한테 조상님 중에 흑인이 있냐고 궁금해서 물어봤거든.」
콜드 브라운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레니 존스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럴 만했다니까. 이 친구 동작을 봤어야 해. 그래서 물어봤더니 여기 우주가 뭐라고 했는지 아나?」
아까 내가 해 줬던 말을 들려주니 콜드도 굉장히 대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NBA 레전드에게 말했다.
「그리고 뉴블랙에서 운동 잘하는 멤버는 따로 있어요. 여기 중현이요.」
「중현?」
「고구마(sweet potato)라고 불러 주셔도 돼요. 이 친구 랩 네임이 그거라서.」
「그래. 고구마 군.」
이름이 불려서 감격한 중현이에게 레니 존스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자네도 뭔가 보여 줄 수 있는 게 있나?」
「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중현이가 농구대를 보고 말했다.
「덩크?」
「덩크…? 그 얄쌍한 몸에 그 키로……?」
키가 2미터 10이 넘으면 180 정도는 굉장히 쁘띠하게 보이시는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인종별로 조금씩 다르긴 한데, 아시안은 185 정도는 되어야 덩크가 수월하다는 모양이다.
탄성과 점프력이 중요해서 그렇다나.
“형 저 해도 돼요?”
“가서 해 봐.”
피구공을 가볍게 든 중현이가 농구대를 향해 달려간다.
필사적인 달리기가 아니라 그냥 산책하듯이 가볍게 뛰어가서, 그냥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고.
그대로 공을 골대에 넣는다.
촙-!
…하고 공이 망에 살짝 감기는 동안 중현이가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정말 사뿐해서 보는 사람의 눈에는 ‘덩크라는 거 꽤 쉽구나’ 하는 감상을 주는 느낌이다.
「워……!」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국 배우 중 하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웅성거리는 소리.
「뭐야? 뉴블랙이야?」
「피지컬이… 저게 되나……?」
「와.」
누군가 중현이에게 대박이라며 엄지를 들어 보일 때.
고개를 돌린 나에게 NBA 레전드와 미힙원탑이 동시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게 보인다.
콜드 브라운이 중현이에게 물었다.
「중현.」
「네.」
「얼토당토않다는 거 알지만… 혹시 조상님 중에 흑인이 있어?」
「네?」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잠깐의 연습 시간을 마친 후.
대기실에서 동생들과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매점에서 파는 핫도그를 우물거리던 지호가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아까 덩크는 왜 한 거예요?”
“그게…….”
지호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 주며 상황을 설명하자 졸개들이 박장대소했다.
비주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분들이 보시기에도 진짜 범상치 않았나 봐요.”
“그러게.”
처음에 진지하게 물어봐서 조금 당황했다고 이야기를 하니 리혁이가 설명해 주었다.
“문화 차이일 거예요. 미국 쪽은 워낙에 ethnic background라고 해야 되나. 그게 진짜 다양하거든요.”
“아. 그래서 그런 건가?”
“아마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런 걸 거예요.”
다인종 국가에서 사는 사람들과 한국인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동생들과 점심 식사를 하며 긴장도 풀 겸 수다를 떨었다.
“아, 김치 먹고 싶다.”
“저도요.”
“자꾸 기름진 것만 먹으니까 속이 느글거리네.”
밥 위에 김치를 스윽 올려서 조미김에 싸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워할 뿐이었다.
이게 향이나 냄새가 강한 음식들은 이런 곳에서 먹기가 좀 애매하다.
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어서.
김치와 고추장을 찾으며 힘들어하는 우리를 바라보며 막내가 생글생글 웃었다.
“이건 형들이 너무 나약해서 그런 거예요. 저랑 리혁이 형은 아직 괜찮거든요?”
훗- 하며 웃는 막내와 ‘뭐…’ 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는 리혁이의 모습에 우리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얘네 지금 스물한 살이랑 스물두 살이지?”
“둘 다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봐요. 이제 1~2년 남은 거 같은데요.”
“얼마 안 남은 거 같아요.”
너희도 이제 한두 해 지나면 우리처럼 울부짖게 될 거라고 하지만 동생들은 믿지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음료를 사기 위해 대기실을 나섰을 때.
마찬가지로 매점을 향해 가고 있던 문라이트 멤버들과 눈이 마주쳤다.
“Hi.”
“Hey.”
친근하게 인사하면서도 서로 적절하게 거리를 두었다.
멤버 중 하나인 헌터가 의례상 말했다.
「Overcooked 좋던데요.」
「고마워요. All I Want도 잘 듣고 있어요.」
사진이 찍힌다면 화기애애하게 보일 분위기.
하지만 현재 1위와 2위를 두고 곡을 경쟁하는 상황인 만큼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런 이유로 안부 정도를 주고받으며 멤버들끼리 가볍게 대화를 나눌 때.
「……?」
내 근처에서 알짱거리던 콜린 에반스와 눈이 마주쳤다.
문라이트 최고 인기 멤버이자 여우를 닮은 외모의 미남이 눈을 가늘게 뜬다.
마치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내게 슥 다가오더니 속삭인다.
“Bom Gam Za.”
마치 큰 욕이라도 한 것 같은 의미심장한 표정.
‘어떠냐?’ 하고 바라보는 이의 모습에 순간 당황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혹시 그걸 욕으로 알아들은 건가?
너무나 진지한 상대의 표정에 나 역시도 적절하게 반응을 했다.
“헉…….”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 표정을 짓자, 콜린 에반스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멀어졌다.
되갚아 줘서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
나는 여전히 입으로 손을 가린 채 웃는 표정을 숨기고 있을 뿐이었다.
“?”
문라이트와 이야기를 마친 동생들이 나를 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웃고 있어요? 대나무에 매달린 강아지 짤처럼.”
“그…….”
방금 전 일을 설명해 주며 말했다.
“쟤는 이제 봄감자가 욕인 줄 알 거야. 하지만 한국어 통역사에게 물어봐도, 그 어떤 사전을 찾아 봐도 의문은 풀리지 않겠지.”
“!”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형도 진짜 성격 안 좋아요.”
“확실히 네가 할 말은 아니긴 하구나. 아얏! 왜 때려?”
“내가 성격이 안 좋아서 그런가 봐요.”
못돼먹은 삼각형을 바라보며 으이구 하고 있을 때.
경기장의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곧이어 경기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오늘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 분들은 라커룸에 모여 주시기 바랍니다.]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 * *
라커룸.
아마도 하키나 NBA 경기가 열리면 선수들이 쓰는 공간에 지금 연예인들이 모여 있었다.
[TEAM CANADA]단풍나무가 새겨진 캐나다 국기가 벽에 걸려 있는 가운데.
나와 중현이는 각자 ‘SUN’, ‘KIM’ 이 새겨진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반팔에 반바지, 그리고 무릎 보호대.
빨간색 사이로 흰 줄이 있는데 거기 ‘CANADA’라고 굵직하게 새겨져 있는데, 디자인이 예쁘다.
「우리 셀카 찍어요!」
검은 머리카락에 자그마한 키의 가수.
영국 싱어송라이터 켈리 넬슨이 핸드폰을 들고 하는 말에 다 같이 모여서 셀카를 찍었다.
다양한 국가의 연예인들이 섞여 있다.
한국인 둘에 영국인 하나, 호주인 하나, 뉴질랜드 사람 하나… 그리고 캐나다 사람 다섯 명.
내가 곁에 앉아 있는 헤일리에게 작게 물었다.
「캐나다에서는 더 안 나오는 건가요?」
「나올 사람들이야 많지. 근데 이제 나와서 공 맞으면 뼈에 금이 가는 노땅들이라서.」
「…….」
「그 사람들은 오늘 관계자로 많이 올걸?」
레전드로 꼽히는 캐나다의 가수나 배우들은 VIP석에서 관람을 할 거라는 모양이었다.
그동안 캐나다 팀의 일일 코치를 맡은 감독님이 들어왔다.
「일단 오늘의 엔트리를 발표하겠습니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여섯 명의 이름이 발표됐다.
헤일리 블루를 포함해 캐나다 연예인 다섯, 그리고 영국인인 켈리 넬슨.
혼성팀의 경우에는 여자 선수를 2명 이상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룰이라서 그렇게 2명 들어가고.
아무래도 캐나다 VS 미국인 만큼 선발은 캐나다 사람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후보 선수들은 중간중간 경기 상황을 봐 가면서 투입될 예정입니다. 질문 있으신 분?」
자신을 초롱초롱 바라보는 유명인들의 모습에 살짝 부담스러워하던 감독이 콧잔등을 긁었다.
「그럼 간단하게 룰과 전략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선수 수준의 경기가 아니기도 하고, 재미를 주는 이벤트 매치인 만큼 룰도 널널하게 적용하는 경기.
각자에게 포지션을 할당해 주는 가운데, 나와 중현이의 영상을 보던 감독님이 말했다.
「두 분은 혹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신 적 있나요??」
다른 팀원들도 비슷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봤다.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많이 하긴 했어요.」
「허어어, 한국에서는 피구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군요. 캐나다도 그러면 참 좋을 텐데.」
「어, 그, 그게…….」
피구인이 한국의 체육 시간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모습에 어떻게 설명하기 힘들어서 넘어갈 때.
「어쨌든 두 분은 오늘 우리의 히든카드입니다. 경기 중후반부에 비밀병기로 내보낼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전략을 말씀드리자면…….」
여러 가지 전문적인 용어가 섞인 전술을 들으면서 머릿속에 저장을 하고 있는 한편.
경기를 앞두고 캐나다 총리 부인이 라커룸을 방문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인물이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는 격려 스피치를 했다.
「오늘 정말 수많은 캐나다인이 이 매치를 보게 될 겁니다. 다치지 않게 안전하고 멋진 경기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라커룸에 모인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총리 부인이 말을 이었다.
「오늘 이 자리를 빛내기 위해 모여 주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캐나다가 속한 우리 영연방의 브리튼, 호주, 뉴질랜드…….」
…를 말하던 이와 한국인인 우리의 눈이 딱 마주쳤다.
‘저희도 있어용!’
‘……!’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총리 부인의 눈빛.
여왕의 은총이 함께하는 영연방에 갑자기 우리나라가 뿅 하고 끼어 있었다.
「…영연방과 전략적 동반자인 한국에 감사드립니다.」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 * *
슈퍼노바 닷지볼.
최근 들어 북미의 온라인상에서 가장 핫한 이벤트를 꼽으라고 하면 누구나 언급하는 경기.
-캐나다 VS 미국. 누가 더 스포츠를 잘하나?!
이런 이벤트 매치를 앞두고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벌써부터 북적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여긴 지금 슈퍼노바 닷지볼이 열리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입니다! 저는 로라 루고요.”
“오늘 열리는 캐나다-미국 양국 친선 경기는…….”
중계 카메라 앞에서 리포터들이 마이크를 들고 오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배구 코트와 똑같은 크기의 피구 코트가 카메라에 잡힌다.
그리고 벽마다 걸려 있는 스폰서 광고들.
TV 중계 화면에는 Supernova Dodgeball이란 로고가 큼지막하게 뜬다.
[드디어 모두가 기다렸던 그날이 왔습니다. 슈퍼노바 닷지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캐스터와 해설자들이 경기를 앞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피구라는 종목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죠? 체육 시간에 한 번쯤은 해 보셨을 테지만 아무래도 생소할 분들을 위해 간단한 룰을 설명 드리겠습니다!]방송국들이 혼을 갈아 만든 룰 설명 영상들이 흘러나온다.
[간단합니다. 센터 라인에 6개의 공이 나열되고요. 각 팀은 그중 자신들 몫인 3개의 공을 향해 달려갑니다!]저마다 자신의 우측에 있는 공 3개로 달려가고.
중앙선 근처에 선이 하나 더 있다.
[그리고 그 공을 가지고 돌아와서 이 선을 넘어와야 공에 효력이 생깁니다. 이때부터 던질 수 있는 거죠.] [집자마자 던지는 게 아닌 거군요?] [그렇습니다.]그러면서 경기 방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간단합니다! 공을 던져서 상대 팀을 전원 아웃시키면 승리! 그리고 상대가 던진 공을 붙잡으면 상대를 탈락시키고, 처음 죽은 우리 팀을 순서대로 한 명씩 살릴 수 있습니다!] [아웃의 기준은 뭔가요?] [신체 어떤 부분에 닿기만 해도 아웃이고요. 한 가지 예외 경우가 있다면 손에 쥔 공으로 공을 튕기면 아웃이 아닙니다. 대신 튕겨 낸 공에 같은 팀이 맞게 된다면 팀원이 아웃됩니다.] [아하!] [그리고 금을 밟아도 아웃입니다.]이어지는 여러 가지의 독특한 룰 설명에 미국과 캐나다의 시청자들이 뒷목을 긁적였다.
‘뭐가 많네.’
‘피구도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하네.’
미식축구와 하키 룰은 줄줄이 꿰고 있는 것과 달리 전문 스포츠로서의 피구는 낯선 종목이었다.
소파에 앉아 맥주를 들이켜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물었다.
“시작했어?”
“아니, 아직.”
미식축구 경기를 함께 보듯이 오늘은 저녁에 파티를 열어서 다 함께 보는 이들도 많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캐나다 사람들끼리 모이고.
미국인들은 또 미국인들끼리 모이고.
피자와 맥주, 콜라 등을 들이켜면서 다들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개꿀잼!’
간만에 복잡한 시사 이슈에서 벗어나 꿀잼 이벤트를 직관할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장에서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나뉘어서 응원하는 양국 관중들도 엄청 설레 보인다.
[현장 분위기가 엄청 들떠 있네요! 인터뷰 들어 볼까요?]뺨에 캐나다 국기를 페이스페인팅한 7살 소녀가 꺄르르 웃는 모습이나, 불룩 나온 배 위로 ‘USA’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껄껄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 재미있겠다.’
‘현장 직관하면 진짜 재미있을 텐데.’
그렇게 모두가 설레는 얼굴로 자신들의 2시간을 책임져 줄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음?”
“으음?”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한국인들은 눈을 깜빡이며 TV 채널을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상한 소식 때문이었다.
-‘글로벌 스타’ 뉴블랙, 캐나다-미국 친선 피구 경기 참전
아침에 일어나 붕어눈으로 핸드폰을 보던 한국인들.
해장국 집에 나오는 TV 뉴스를 보거나, 차량에서 라디오 뉴스를 듣던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곤 주변에다가 이 소식을 전달했다.
“뉴블랙이 미국에서 피구 한다는데?”
“그럴 수 있지.”
“캐나다랑 미국 연예인들 총출동한다고 그러던데…?”
“??”
“거기 총리 부인이랑 대통령 부인도 온다던데…….”
“???”
처음에는 ‘피구ㅋㅋㅋㅋ’ 하던 이들이 눈을 깜빡였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중계를 해 준다는 소식에 다들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스포츠 경기 중계처럼 ‘어느 팀을 응원하시나요?’ 하는 댓글에 [캐나다]와 [미국]이 나뉘어 있다.
-혹시 지금 뉴스 보고 오신분???
-저요
-이거 뭐예요?? 미국판 돌림픽 같은 거임?
-피구ㅋㅋㅋㅋㅋ 하다가 이벤트 스케일이 뭔가 이상해서 들어옴ㅋ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는 6.25때 파병국가입니다. 드디어 그 보은을 하는군요
-미국: ?
일단 무슨 이벤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 두 나라의 셀럽들이 총출동한다는 이벤트에 뉴블랙이 나온다는 요상한 소식에 뺨을 긁적이며 화면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이었다.
[각 선수단 소개입니다!]촤르륵- 하면서 양 팀 라인업이 나온다.
한국인들도 다 아는 이름들이 즐비한 가운데 ‘SUN’과 ‘KIM’이 적힌 라인업이 후보로 등록되어 있다.
-라인업ㄷㄷㄷㄷㄷㄷ
-캬 블랙이들 성공했구나
-근데 왜 캐나다?? 미국팀이 왜 아니지
-뜬금포 태극기ㅋㅋㅋㅋㅋ
선수 국적이 표기된 명단.
캐나다 국기와 영국 국기, 호주와 뉴질랜드 국기 등이 섞여 있는 곳에서 [KOR]과 태극기가 눈에 띈다.
그러면서 각 팀 엔트리를 설명해 주는 해설진.
유니폼을 입은 채 찍은 프로필 사진들이 하나씩 흘러나오고 있을 때.
[다음은 팀 캐나다의 용병이자 뉴블랙의 햇살 같은 리더죠? 썬입니다.]“어머머…….”
“어이구.”
붉은 스포츠 유니폼을 입은 절세미남.
남녀 상관없이 ‘와…’ 하면서 바라보게 되는 비주얼.
-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안 어울리는옷이 없구나
-? 그런데 왜 사복은
-유니폼이 이쁜건가 애가 이쁜건가
한국인들이 캬… 하면서 감탄하고 있을 때.
‘아니야. 걔네 우리 대표 아니야!’
‘아니라고!’
한국인들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