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9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91화
피도 눈물도 없는 K 아이돌판.
식스티 세컨즈와 TNT의 공백 이후 벌어진 춘추전국시대를 일통한 천하제일 세력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수플레! (짝!) 수플레! (짝!)
수플레였다.
평소에는 데굴데굴 구르며 떡밥만 받아먹는 팬덤이기는 하나, 전투력을 발휘할 때만큼은 대한민국의 모든 팬덤이 숨죽일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예외였다.
“어…….”
“어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평소처럼 뉴블랙 글을 올리며 놀려던 수플레들이 멈칫했다.
‘분위기 미쳐 돌아가네.’
K 아이돌판의 확고한 원탑 팬덤이지만 오늘만큼은 사려야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돌림픽 때문이었다.
보컬, 댄스, 랩 등으로 아이돌판 실력을 가리겠다는 TBC의 야심찬 신규 프로그램.
[누가 과연 아이돌 최강자인가?!]사실 취지만 보면 그럴싸하다.
노래와 춤이 주 종목인 아이돌들을 데려다가 매번 육상이나 리듬 체조, 혹은 E스포츠를 시켰던 기존의 돌림픽.
하루 종일 녹화를 하며 아이돌과 팬들 모두를 혹사시키기로 유명하며, 매년 갑질 이슈가 터져 나와서 돌팬들 사이에선 최악의 프로그램을 꼽으라고 하면 부동의 원탑을 유지하는 프로였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돌들의 부상 문제.
-NYX 뮤리, 日 콘서트 앞두고 ‘돌림픽’ 발목인대 부상.. TBC “몹시 유감.. 안전관리 소홀은 아냐”
한 번 다치기라도 하면 스케줄이 한 달은 마비되는 등등.
문제는 지상파 방송국의 파워 때문에 부상을 당해도 항의할 수 없고, 잘나가는 아이돌이 아니라면 핑계를 대면서 불참할 수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돌림픽의 취지는 훌륭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아이돌을 모아 놓았으면 당연히 본업으로 배틀을 시켜야지!
취지는 옳았다.
하지만 아이돌 팬들이 식겁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줄세우기 항목이 또 늘었다!’
매일 같이 싸움판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순위 경쟁 때문이었다.
-누가 1군 아이돌 3대장인가?
-(중국 공구는 제외한) 초동 판매량 순위가 어찌 되는가?
-총판매량 순위는 어찌 되는가?
-멤버별 포카 시세는 어떻게 되는가?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을 배제한) 미튜브 조회수 순위는 어떻게 되는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매년 새로운 싸움 주제가 계속 생겨나는 마법!
지금이야 다들 자연스럽게 초동 판매량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초동 순위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저, 일본에서나 따지던 거를 왜 국내에 수입을 시켜서…….’
그리고 이런 순위 싸움은 필연적으로 어마어마한 견제와 악플 등을 낳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국이 여기에 불을 질렀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아이돌판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돌림픽 순위 (남자)]보컬
(금) 에이플비 케빈
(은) 아이리스 레드
(동) 원더 차일드 승한
댄스
(금) 트릭스터 서웅
(은) 틴스피릿 연후
(동) 에이플비 하루
랩
(금) 1위. 스트릿 보이즈 LB
(은) 2위. 스트릿 보이즈 한조
(동) 3위. 스트릿 보이즈 유건
부진한 성적을 보인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악플이 넘쳐 나고 있었다.
-느그 오빠들 술담배 쳐할때부터 알아봤다ㅋㅋㅋㅋㅋ
-와 이딴 실력으로 그 인기..??? 진짜 내가 망돌이면 오늘 돌림픽 무대 보면서 피눈물났다
-음향 후보정 빠지니까 실력 다 뽀롱났죠?ㅋㅋ
-아..ㅠㅠㅠㅠ 저 막 자기가 라이브하고 머쓱해하는 저 표정 대리수치 느낌ㅠㅠㅠㅠ
-그냥 육상하는게 이미지에 더 나았을듯ㅋㅋㅋㅋㅋㅋ 진짜 내가 다 창피..큐ㅠ
조롱이 넘쳐 났다.
특히나 그 원인은 바로 TBC의 선곡 때문이었다.
-준비할 시간 없지? 너희들 곡으로 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주지 않겠다는 듯 본인들 곡을 부르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인터넷은 폭발했다.
-자기 그룹 곡을 자기가 못부르면 어카냐 진짜ㅋㅋㅋㅋㅋ
-얘 실력멤이라고 팬들이 부둥부둥하지 않았어??
-좀 깬다
-저 연차에 이 정도면 가망이 없다고 봐야.. 팬들만 현실부정하고 있는 거 같아서 안타깝다
-6년차 될때까지 머했냐 진짜ㅋㅋㅋㅋ
-여돌들은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은 듯
댓글 홍수 속에서 아이돌 팬들은 정신이 혼미했다.
‘미쳐 돌아간다. 미쳐 돌아가.’
악플과 실드 사이에서 양쪽 모두 서로 돌아 버린 얼굴로 댓글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이 30분마다 한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
눈치 빠른 팬들은 그 모습을 보며 탄식했다.
‘아… 안 되는데. 이렇게 관심 주면 안 되는데.’
욕하면서도 시청률이 높아서 우후죽순 생기는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처럼, 이렇게 화제성이 높다는 뜻은…….
‘앞으로 이제 매년 한다는 뜻이잖아.’
아이돌 팬들 입장에서 매년 명절마다 싸움판을 벌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수플레들은 조용히 있었다.
‘그냥 우리는 가만히 있자.’
어차피 돌림픽에 출연도 안 한 입장이라 SNL 출연 떡밥 등을 우물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음?”
“으음?”
우후죽순으로 올라오는 아이돌 티어표 속에 그들의 최애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보는 보컬 티어표]*반박시 니 말 맞음
S : 리혁
A+ : 우주
A : 케빈, 레드, 승한
아이돌 팬들이 벌써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티어 표에서 뉴블랙의 각 멤버들이 S 랭크에서 위치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근 리혁은 에서 차우현과 맞붙었고, 비주는 의 최다 우승 경력이 있었는데 이번 댄스 배틀의 1위와 3위도 의 출연자였으니까.
그리고 중현 역시 스트릿 보이즈의 삼인방과 함께 S 랭크에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중현이 어디에 나와서 랩 실력을 검증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주가 콜드 브라운이랑 곡 내서 그렇구나.’
선우주가 세계 최고의 래퍼 중 하나와 콜라보를 해서 랩을 했는데, 그보다 랩 실력이 더 낫다고 평가받는 중현을 내려치기 할 수 없어서였다.
그렇기에 관건은….
-ㅅㅇㅈ 보컬 S라고 봐야 하지 않음??? 이건 좀 내려치기 같은데.. 애초에 은케빈이 ㅅㅇㅈ 제자 아님??
-지호 보컬 저것보다 더 나음
-왕지호는 약간 올라운더 스타일 아닌가
-아니 애초에 연기멤이잖아ㅋㅋㅋㅋㅋ 다른 그룹가면 1인분이 아니라 메인이겠고만
다른 아이돌 팬들이 지호와 우주의 티어가 어디에 있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며 논리 배틀을 하는 상황.
하지만 S나 A냐의 차이일 뿐.
사람마다 기준은 달라도 결국 최상위권에 위치한 최애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출연도 안 했는데 다른 아이돌 팬들이 금메달 위의 플래티넘 메달을 걸어 주고 있었다.
최근 미션 싱어와 슈퍼노바 닷지볼의 무대에서 보여 준 임팩트 때문에 모두가 뉴블랙을 불변의 원탑으로 인정하는 상황.
-야! 숯불들아! 받아라! 플래티넘 메달!
-???
-너네 1등이니까 돌림픽 나오지 말고.
수플레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른 아이돌 팬들이 건네주는 메달을 목에 걸었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메달 뒤편에 ‘이거 먹고 너넨 얼씬도 하지 마’ 하는 문구가 쓰여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 * *
비슷한 시각.
기획사들 역시 난리가 나 있었다.
-TBC 아이돌 올림픽, 최근 3개년 최고 시청률 갱신
명절날 아이돌들이 보컬, 댄스, 랩으로 진검승부를 한다는 컨셉 때문에 시청률이 확 올라간 프로그램이었다.
그 때문에 희비가 갈리고 있었다.
“선방했다.”
“인터넷에 악플도 별로 없는 거 같더라고요. 팬들도 잘 방어해 주고 있는 거 같고.”
“이 정도면 뭐…….”
선방한 그룹들의 회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대표님. 우리 애들이 실트 1위입니다.”
“정말?!”
“메인보컬 노래 연습 좀 시키라고…….”
“…….”
“…보컬 레슨 좀 알아볼까요?”
나쁜 의미로 주목을 받은 이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들만큼 웃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언니! 이거 봐! 언니 검색어 1위 했어!”
“진짜?!”
항상 비주얼만 좋지, 실력은 별로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던 원탑 걸그룹 세레니티의 메인보컬 설하가 멤버들과 함께 꺄아악! 하면서 손뼉을 치며 기뻐하고.
“후후후후.”
“부동의 힙합 원탑 스트릿 보이즈.”
“그리고 그런 스보의 원탑 감나무… 아아악!”
언더 출신으로 시작해서 랩 순위를 싹쓸이한 스트릿 보이즈가 하찮게 웃으며 기뻐하고.
“그래도 1군 중에서 보컬 메달 딴 거 우리밖에 없지 않나? 다른 선배들 4등 5등이고.”
“잘했다. 잘했어.”
원더 차일드의 멤버들이 이 정도면 잘했지 하면서 기뻐했다.
이번 돌림픽이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덕분에 실력을 선보인 이들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티끌 하나하나 주목하는 아이돌 팬들과 달리 머글들은 대체로 좋은 점에 주목하고 있었으니까.
-헐.. 생각보다 잘하는 애들 많네ㅋㅋ
-확실히 대한민국이 인재풀이 좋긴 좋아~
-솔로 데뷔할 애들 다 아이돌로 갔다더니 ㄹㅇ이었네ㅋㅋㅋㅋ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인 듯
-케빈아..??? 너 그런 애 아니잖아
-잘하는 애들은 잘하네ㅋ
-실력 있는 애들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얘들아!”
“대표님!”
“너희 이거 봤니?! 너희 실시간 검색어 올랐어!”
에이플비의 멤버들이 소속사 대표와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보컬 부문에서 1등을 한 덕분인지, 하은성이 무대에서 불렀던 그룹 곡이 역주행을 하고 있었다.
“음? 은성이 형?”
“…….”
평소처럼 깨방정 웃음이 아니라 물기 젖은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는 하은성.
‘이게 되는구나….’
예능에서 몸이 부서져라 뛰었을 때도 주목 받지 못했던 그룹의 인지도가 쭉쭉 늘어나고 있었다.
“…….”
“형 울어?”
양손으로 눈가를 덮은 채 펑펑 우는 하은성을 바라보며 멤버들이 당황했다.
한참 동안 울던 하은성이 ‘잘됐다…’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다들 와악 하며 기뻐했다.
15년도에 데뷔한 이후로 항상 비슷비슷한 성적을 기록했던 그룹에 모두가 기다리던 돌파구가 찾아온 느낌.
그리고.
이런 반응은 이번에 보컬 부문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보이그룹 아이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TV리뷰] 아이리스의 이유 있는 ‘역주행’
거실에 둘러앉은 이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진짜 끝이 아니었구나.”
“끝이 아니었어….”
슬슬 해체 단계로 접어들고 있던 7인조 보이그룹.
저마다 공무원 시험이나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스케줄이 대반전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실력 있는 아이돌들이 더 떴으면 좋겠다며 응원을 보내 주는 대중들.
‘감사합니다. 진짜.’
그렇게 새롭게 기회를 얻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는 한편.
아이돌 기획사들 사이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거 제대로 준비해야 하는 스케줄이구나!
몇몇 그룹의 곡들이 역주행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획사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매년 명절마다 빡세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바람은 연습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네?”
-오디션 보러 오셨잖아요. 저번에.
“네. 그랬죠….”
-다시 한번 와 주실 수 있을까요?
원래도 메인보컬이라고 하면 무조건 모셔갔던 아이돌 업계.
하지만 노래를 잘해도 과거의 선우주 급으로 춤이 부족해 포기한 이들도 적잖이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오고 있었다.
“저… 오디션 볼 수 있나요?”
-네. 그럼요.
“……!”
기쁜 얼굴로 통화를 끝내고 비명을 지르는 지망생들.
뉴블랙의 리더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과거의 자신과 똑같은 처지였던 이들을 구원해 주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는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 * *
딩동!
하은성 [감사합니다. 형.]
막 뉴욕에 도착한 나의 핸드폰 위로 알림이 떴다.
내가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나 [은성이 촬영 중이구나]
나 [무슨 미션이니??]
무슨 말을 해 주면 되냐고 하니 성난 뱁새 이모티콘과 함께 ‘진짜 고맙다구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웃으면서 나중에 보자고 답장을 했다.
비주가 관심을 보였다.
“누구예요?”
“은성이가 고맙다고 보냈어.”
“아~”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 잘돼서 좋은 거 같아요. 저도 아까 하루한테 역주행 축하한다고 메시지 보냈거든요.”
“잘됐지.”
곡이나 실력에 비해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해서 아쉬웠던 그룹이라 기분이 좋았다.
은성이와의 친분도 있지만, 에이플비의 소속사인 숨 엔터의 조동완 대표님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분도 거의 10년 정도 맨땅에 헤딩하셨으니까.”
TJ 엔터에서도 앞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거라는 평을 받았던 임원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본인만의 회사를 차리셨는데, 한동안 고생하다가 이제야 빛을 보는 분위기였다.
“음, 잘 됐네.”
여전히 돌림픽 뉴스로 시끌시끌한 한국 상황을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우리도 할 일을 해야지.
“어우, 쌀쌀하다.”
벌써부터 쌀쌀한 기운이 돌고 있는 9월 말의 뉴욕.
호텔에 짐을 풀고는 곧장 차량을 타고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30 록펠러 플라자로 향했다.
뉴욕이 나오는 미드나 영화를 보면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건물 앞에서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며 꺄륵! 하는 장면이 나오곤 하는데, 그게 바로 이곳 록펠러 센터다.
30 록펠러 플라자는 그런 록펠러 센터의 일부인데 미국의 지상파 방송국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이다.
오늘 SNL 녹화가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SNL]40년 가까이 코미디 프로의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그램.
처음에는 어느 정도 위상인지 잘 몰랐는데, 미국의 신인 연예인들이 ‘오 마이 갓! 내가 SNL에 언급되다니!’ 하며 오열하며 기뻐하는 인스타 영상을 보면서 어떤 느낌인지 파악을 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꿈꾸는 게 바로 여기서 호스트로 출연하는 거라나.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저 좀 헷갈리는데. 호스트가 그러니까 연기하는 거예요?”
“그렇지.”
“부럽다.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연기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거잖아요.”
이런 SNL의 특징은 매 회마다 호스트(host)가 달라진다는 것.
꽁트를 짜고 연기하는 크루들이 그 회차의 호스트를 중심으로 극을 촬영하는 것이 기본 형식이다.
여기서 우리가 맡은 뮤지컬 게스트(musical guest)는 초대 가수 느낌.
그래서 홍보할 때도 이런 식이다.
[오늘의 호스트는 알렉 웨스트! 뮤지컬 게스트는 헤일리 블루입니다!]보통이라면 노래 두어 곡 정도를 부르는 것이 뮤지컬 게스트의 역할인데.
가끔 우리처럼 SNL 측에서 ‘초대 가수야! 너희 꽁트 하나 해 볼래?’ 하면서 기회를 준다는 듯했다.
우리 모두 차량 안에서 꺄르륵 웃으며 기뻐했다.
“사실 코미디라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언어 활동이거든요. 우리가 미국 코미디 보면 안 웃기잖아요. 그런데 우리를 불러 줬다는 건 우리의 영어 실력을 인정한다는 말이거든요. 후후후후!”
이상한 포인트에 기뻐하는 메인보컬.
“연기한다! 연기! 내가 코미디 연기를 한다니……!”
새로운 장르를 연기한다며 기뻐하는 막내.
“후후후! 드디어 K 예능의 맛을 미국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시간인가.”
본업을 하게 되어 기쁜 나까지.
중현이가 비주에게 슥 몸을 기울였다.
“가끔 생각하는 건데 우리가 제일 정상 같지 않냐.”
“네가 할 말은 아니야. 김중현.”
“단호하네. 단호박 파이나 먹어야지. 애플파이 줄까?”
“응.”
우물우물.
모두가 행복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SNL 녹화가 이루어지는 8H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말 그대로 8층에 있는 스튜디오였다.
「일찍 오셨네요!?」
SNL의 스탭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스튜디오 8H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SNL 첫 출연이라 여러모로 궁금한 게 많으실 거예요.」
우리 컨텐츠를 찍는 뉴블랙 TV 팀과 SNL의 비하인드 팀이 카메라를 들고 우리에게 따라붙었다.
아마 저쪽 컨텐츠에는 ‘뉴블랙과 함께하는 8H 스튜디오 투어!’ 같은 제목으로 올라갈 것 같다.
「여기가 바로 메인 녹화가 펼쳐지는 곳이에요!」
「오…….」
미튜브에서 자료 영상으로 찾아보았던 스튜디오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우리의 감상은….
‘작다!’
‘엄청 작네요.’
생각보다 녹화장이 작았다.
미국 최고의 코미디 프로라는 유명세만 아니었다면 ‘뭐지. 이 낡은 스튜디오는…’ 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말 예쁘게 하기 전문인 우리 영애님이 웃으며 말했다.
「소극장처럼 고즈넉한 멋을 풍기는 장소네요. 이 안에 담긴 전통과 역사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렇죠? 무려 70년의 역사랍니다!」
비주의 코멘트에 기뻐하던 스탭이 우리를 차례차례 안내했다.
컨트롤 룸.
탈의실.
의상실 같은 곳은 생방송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 가볍게 인사만 나눈 후.
「여러분의 대기실은 이쪽입니다.」
배정 받은 대기실로 가기 위해 움직일 때였다.
복도를 지나가고 있는데 어느 방에서 소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 오늘 스케치에 쓰일 동물이 말썽인가 보네요.」
「?」
근처에 서 있던 SNL 스탭들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hi’ 하는 이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귀여운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우와…!”
우리 막내가 외쳤다.
“토끼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털을 지닌 토끼가 있었다.
스탭들이 말했다.
「이따가 녹화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친구가 말썽이어서요. 갑자기 성질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이 귀여운 토끼가요?」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토끼와 눈을 마주칠 때.
삐이이이이익-!
토끼가 몸을 곤두세우며 지호를 째려보았다.
화들짝 놀란 막내가 내 뒤에 숨었다.
“엄마얏! 누나! 아니, 우주 형!”
“지호야. 아버님 이름도 가끔 불러드리고 그래…….”
“아빠 이름은 직원 분들이 많이 불러 줄 테니까 괜찮아여. …근데 그것보다 쟤 좀 어떻게 해 줘요. 형.”
“왜?”
“저를 째려보고 있잖아요. 원래 맏형은 막내를 지켜 줘야 할 책임이 있는 거예요.”
지호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SNL 스탭이 말했다.
「아무튼 골치 아프네요. 곧 녹화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친구가 밥도 안 먹고, 지금 성질을 부리고 있어서…….」
스탭이 양배추 잎을 내밀어도 토끼가 정색하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
토끼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경계하고 있을 토끼를 위해 양손을 들어 보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음?”
“Huh…?”
왠지 모르게 온순해진 토끼.
SNL 스탭이 눈을 깜빡이며 내게 양배추 잎을 건네주었다.
「써니. 실례가 아니라면 혹시 이거 좀 한 번…….」
「네? 네.」
내가 양배추 잎을 토끼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토끼가 온순한 자세로 잎을 오물오물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친구 생각보다 온순한데요?」
「…….」
왠지 모르게 동생들이 나를 눈으로 욕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