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9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96화
잠시 후.
“오오오오.”
“호오오오오오.”
동생들과 얼굴을 찐빵처럼 맞대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지금 1시간째 반복중
-왜 아무도 나한테 얘네가 이렇게 웃긴 애들이라고 말해 주지 않은 거야 (폭소 이모티콘)
-위키피디아에서 왜 코미디언이라는 직업이 달려 있나 했더니 이런 거였군
-그거 알아? 뉴블랙은 한국에서 코미디로 상도 탔어.
“우리가 코미디 상을 탄 적이 있나?”
“한국예술대상에서 예능상 탔던 거 말하는 거 같은데요. 그거밖에 안 떠오르긴 해요.”
“아. 그거.”
-내 생각에는 이대로라면 뉴블랙이 금세 SNL의 최애(favorite)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봐.
-알고리즘의 축복이 시작됐군.. 뉴블랙의 영상이 자꾸만 뜨고 있어. 그런데 왜 써니가 외발자전거를 타면서 리코더로 타이타닉 OST를 불고 있는 건지 설명해 줄 사람 있어?
┕뒤에서 동료들이 쫓아오고 있거든.
┕OH. 그런 거였군. 동료들이 뒤에서 쫓아오면 리코더를 불면서 외발자전거를 탄다.. 정말 명쾌한 설명이야
“이런 거 볼 때마다 외발자전거 참 잘 탔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15년도 영상 하나로 몇 년을 해 먹고 사는 거야. 흐핫핫!”
“연관 동영상 봐요. 중현이 형이 소들한테 공산당 선언하고 있는 영상도 뜨고 있어요.”
“소오오름.”
“여기 버니맨 영상도 조회수 엄청 높아요.”
“진짜?”
-가면 쓴 써니의 얼굴이 너무나 섹시하다
-나만 저 모습이 섹시해 보이는 거야???? 나만??? 나만 이상한 눈에 필터 낀 거 아니지??
-나는 마침내 나의 배우자를 찾았다. 수플레들은 너의 가수를 내게 내어 놓을 준비를 하도록
찬양 가득한 댓글에 동생들이 에휴 했다.
“괜히 봤다.”
“에휴.”
“에이…….”
“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들이었다.
“형이 외국 사람들한테 잘생겼다고 칭찬 받는데 기뻐해 줘야지. 평소에는 좋아하면서.”
“형이 잘생겼을 때 칭찬 받는 건 좋아요.”
중현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잘생기지 않아야 하는 상황인데도 잘생겼다고 칭찬 받으면 기분이 좀 그래요.”
“전적으로 동의해요.”
“가끔 그럴 때가 있죠….”
“진짜 짜증 나여. 저 풀메 하고 라방 중인데 이 형이 쌩얼로 등장한 거 기억해요? 라방은 내가 했는데 수플레들이 영업글로 이런 걸로 홍보하고.”
어떤 느낌인 건지 대충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었다.
와글와글.
호텔 조식을 먹으며 동생들과 함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SNL 영상의 댓글들을 확인했다.
“전반적으로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요?”
리혁이가 스크롤을 내리며 말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비슷해요. 우리 보고 웃긴다면서 영상 공유하고 있고, 확실히 SNL이라서 같은 코미디여도 토크쇼에 비해 파급력이 남다르네요.”
“게다가 시즌 첫 회였으니까.”
“그 점도 부정할 수 없죠.”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온라인상에서의 파급력이 대단하다.
한국이었으면 실시간 검색어 1위였을 것 같은 분위기.
핸드폰 삼매경 중인 지호가 좋아했다.
“와. 관심 대박이다. 여기가 한국으로 치면 옛날 개콘? 그런 느낌이라고 했죠?”
“엄밀히 말하면 다르긴 한데 인지도 면에서는 비슷하지.”
“진짜 대박이당.”
손가락으로 슥슥 핸드폰 화면을 내리는 지호의 얼굴에 행복함이 가득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신하게 웃는 형 라인.
“꺄륵!”
“어머머.”
우리가 출연했던 SNL 스케치에 대해서 미국인들이 좋은 반응을 보일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대중들을 즐겁게 웃기는 것이니까.
우리가 한국에서 국민 아이돌이라는 호칭을 얻게 된 것의 9할이 예능이었다.
그처럼 지금 SNL의 반응이 좋다는 것은…….
“이제 미국의 대중들에게도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거지. SNL을 본 미국의 TV 쇼들이 앞으로 우리에게 코미디 관련 프로젝트가 있으면 자신 있게 제안할 테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본모습을 드러냈는데도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박수를 치며 웃는다는 뜻은?”
“이제 멋진 연예인 코스프레를 안 해도 된다…?”
“정답.”
내가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제 미국에서도 우리의 본모습을 보여 주자.”
“와아아아아아아!”
“자유다…!”
손뼉을 짝짜꿍하면서 뉴블랙 본모습 해방의 날을 선언하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딱히 본모습을 감춘 적도 없었잖아요?”
“중현아. 저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을 매우 쳐라.”
“네.”
중현이가 리혁이의 양송이 스프에 후추를 많이 쳤다.
우리 메인보컬이 중현이의 등짝을 팡팡 때리고 있는 동안, 다시 미튜브를 살폈다.
“무대 영상들 추이도 좋네.”
토끼 삼촌 꽁트보다는 낮지만 벌써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무대 영상들이었다.
오버쿡 무대 영상을 내려서 주르륵 댓글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음?”
영상이 바뀌었다.
미튜브에서 알고리즘으로 자동 추천한 영상.
[I am Bunny-man.]내가 버니맨 가면을 쓰고 자기소개하는 영상.
SNL 영상이 다시 흘러나온 건가 싶었는데, 곧장 거기에 오토튠이 깔리기 시작했다.
느릿하게 반복되는 영상.
[I am~ Bunny—maaaaaan-]짧은 장면을 무한반복하면서 내가 둠칫둠칫하는 영상.
그러면서 수십 개의 화면으로 나뉘더니 내가 영상 속에서 중현이와 둠칫둠칫하고 있었다.
[Bunny- Bunny-] [삼촌들과 함께라면 착한 어른이-] [Bunny-man]병맛스럽게 편집한 영상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이와 지호가 폭소하면서 내 어깨를 붙잡고 있는 동안 나와 중현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형, 이게 뭐죠.”
“…나도 모르겠는데. 아니 이게 뭐지? 이 병맛 영상은 뭐야?”
오토튠과 EDM으로 점철된 토끼삼촌 리믹스 영상.
내가 영상을 끄기 위해 손을 뻗자 동생들이 말렸다.
“봐봐요. 형. 조회수 200만 뷰예요.”
“이런 게?”
황당한 기분으로 영상을 감상했다.
버니맨을 가지고 알차게 리믹스를 뽑아먹는 영상인데… 어처구니없는 건 그 와중에 노래가 좋았다.
“누구지?”
미튜브 계정이 보인다.
DJ라고 적혀 있는데 어느 DJ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재능이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DJ_SUB_marine]손가락으로 화면을 슥 내린 내가 영상의 주인공이 누군지 한 번 확인하려고 할 때였다.
“형, 이미 구독 중인데요?”
“??”
계정을 클릭하자 몇몇 작업물들이 올라온 게 보였다.
평창 리믹스 같은 익숙한 단어가 보이면서 그제야 이게 누구의 계정이었는지를 떠올랐다.
이름에 들어가는 섭(SUB).
해병대 출신이라 marine이 들어갔다는 닉네임 설명.
평창에서 DJ 활동을 했던 인물.
곧장 범인이 잡혔다.
“김형섭……!”
범인은 바로 편곡 천재로 불리는 프로듀싱팀의 막내였다.
* * *
레몬 엔터.
프로듀싱팀 사무실.
“으으…….”
곱슬머리에 약간의 주근깨.
마우스를 딸깍이던 수더분한 인상의 청년이 몸서리를 치면서 김지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쌤?”
“갑자기 오한이 느껴져서….”
김형섭이 코를 비비며 말했다.
“뭔가 굉장히 불길한 게 다가오고 있는 그런 느낌인데. 혹시 선우주인가?”
“우주 선배님이라면 흉조가 아니라 길조 아닐까요?”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군.’
김형섭은 연습생의 가치 없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노트북으로 마우스를 딸깍이면서 연습생에게 손가락을 까딱했다.
“이거 봐봐.”
“네, 쌤.”
“…그나저나 쌤 말고 형이라고 하면 안 될까? 내가 93인데 쌤 소리 들을 나이는 아닌 것 같아서.”
“그래도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는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섭이 으음 했다.
‘그래도 쌤 호칭은 별로인데.’
살짝 민망한 기분.
예의 바른 고등학생을 바라보던 김형섭은 얼마 전 선우주가 프로듀싱팀 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작곡 재능이 보이는 친구예요. 이 친구에게 작곡을 가르치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말에 프로듀싱팀 직원들 모두가 뉴비에게 뛰어들었다.
뉴블랙을 데뷔시킬 때부터 조규환 이사가 회사 직원들에게 교육시킨 철학이 있었으니까.
-앞으로는 아이돌도 곡 쓰는 가수들이 미래가 될 겁니다.
아이돌 멤버 중에서 반드시 작곡/작사 멤버가 하나씩은 있어야 한다는 철학.
물론 그 말뜻이 ‘모든 아이돌이 선우주만큼 작곡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하면 전혀 아니었다.
-가수들도 저마다 무대에서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을 겁니다. 그 와중에 작사나 작곡에 재능이 있는 멤버들이 있다면 자신들의 색채를 더 잘 보여 줄 수 있죠.
작곡이나 작사는 외국어와 비슷하다.
언어를 알아야 외국인과 소통을 할 수 있듯이, 작사 작곡 능력을 배양한 이가 있으면 아이돌들이 자신이 무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조 이사의 생각이었다.
프로듀싱팀 역시 그에 동의했다.
그리고….
‘우주가 재능이 있다고 인정을 했어.’
김형섭이 옆자리에서 두 손을 모은 채 열심히 강의를 경청하는 김지혁을 곁눈질했다.
준수한 외모와 성숙한 피지컬.
안경을 쓴 채 이지적인 눈매로 집중하는 이 연습생은 정말로 재능이 있었다.
프로듀싱 팀 모두가 며칠 동안 테스트를 해 보고는 결론을 내렸으니까.
-애가 싹수가 보이는데?
-우주만큼은 아니긴 한데… 이 정도만 해도 잘 키워 내면 보기 드문 작곡돌이 될 거야.
-그래도 그게 어디야?
선우주의 작곡 랭크가 SSS+ 정도 된다면 이쪽은 A- 정도까지의 잠재력이 보이는 느낌.
물론 현재의 수준으로는 C 정도에 불과하긴 했다.
그래도 데뷔 시점까지 한두 단계 정도 올려놓는다면, 데뷔 작업에 들어갈 때도 주축이 될 거란 게 중론이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열심히 공책에 필기하고 있던 김지혁이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오늘 레슨은 여기까지 하자고.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쌤.”
고개를 꾸벅 숙이는 김지혁을 보며 김형섭이 미소를 지었다.
‘여러모로 선우주 같은 애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선우주처럼 재능이 미친 수준이 아니어서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중에 ‘크하하하하!’ 하면서 회사 직원들을 갈아마시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저 가 보겠습니다.”
“응, 내일 또 보자. 궁금한 거 있으면 톡으로 물어봐.”
“넵!”
부드럽게 웃으며 문을 닫는 연습생.
달칵-
이윽고 문을 닫고 나선 김지혁의 표정이 돌변했다.
눈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더, 더 배워야 해. 우주 선배님한테 직접 배우기 전까지 예습을 미친 듯이 해야 한다.’
최애가 피 같은 시간을 희생해 레슨을 시켜 준다는데 예습 정도는 미친 듯이 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지혁이 종이를 촤악 펼쳤다.
“다음 일정이…….”
곧장 다음 작곡가들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이동한 김지혁이 이번에는 나상윤 팀장을 찾았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지혁이 왔니? 그래. 여기 앉아 보자.”
그리고 이런 열정 가득한 연습생을 바라보는 프로듀싱팀 직원들의 눈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성실함과 예의로 무장한 제자였으니까.
처음에만 해도 의무적인 기분으로 가르치려던 작곡가들도 이제는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시는 제2의 선우주를 탄생시키면 안 된다!
그랬기에 엇나가서 ‘꺄르륵!!’ 하는 광인이 되지 않도록 제자의 인성에도 온 힘을 기울였다.
“지혁아.”
“네!”
“한 작곡가가 온 힘을 다해 작곡한 결과물이 있어. 그런데 그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나상윤 팀장이 손가락을 펼쳤다.
“1번. 혹시 완성본인가요? 2번. 완성하면 좋은 곡이 될 거 같아요. 3번. 곡이 너무 좋아요!”
“일단은 3번이지 않을까요? 열심히 한 거니까.”
“그렇지?! 그래! 바로 그거야! 앞으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렴.”
“??”
자신의 손을 붙잡고 기쁘게 흔드는 나 팀장을 바라보며 병아리 연습생은 삐약거릴 뿐이었다.
‘뭐지?’
레슨 때마다 중간중간 인성교육을 시도하는 작곡가들의 모습에 그저 의아할 따름.
하지만 나상윤 팀장은 속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아이를 바르게 키워야 한다!
그렇게 작곡가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어느 고등학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갈 때.
유리창 너머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조규환 이사가 고개를 돌렸다.
“지혁이는 어떤 것 같아?”
“잘하고 있어요. 애가 눈치도 빠르고, 확실히 하나 가르쳐 주면 서너 개는 캐치하더라고요.”
“흐음.”
“일단 우주가 키워 보자고 말한 애니까. 신경 쓰고 있죠.”
그 말에 조 이사가 물었다.
“우주한테도 현재 어느 정도 진도 나가고 있는지 이야기했어?”
“네. 되게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재 어디까지 가르치고 있고, 어떤지 의견 전달하고 있어요.”
“우주는 뭐래?”
심도 있게 레몬 엔터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직원들.
하지만 그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A&R팀의 서필근 과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뭐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직원들의 대화가 그에게는 마치 이런 식으로 들렸던 탓이었다.
-주상께서 요즘 세자 전하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시네.
-중신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사옵니다…!
서필근 과장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기분 탓일 거야. 아마도.’
불현듯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꺄르륵 하는 웃음소리가 맴돌았다.
* * *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무슨 느낌이 오는데요, 또.”
“누군가 내 욕을 하고 있어.”
“?”
리혁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대꾸했다.
“그건 상수 아니에요? 우린 늘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있어요.”
“아니야. 이건 그런 느낌이 아니야. 누군가, 그것도 나와 친밀한 누군가가 나의 욕을 하고 있어.”
내가 고개를 획 돌렸다.
“헉.”
“너였니, 중현아?”
“죄송해요. 형.”
“조심해. 중현아. 형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그때 지호가 물었다.
“그럼 제가 지금 무슨 숫자 생각하고 있게요~?”
“숫자 일.”
“!!”
왜냐하면 우리 막내는 귀찮아서 숫자를 깊게 생각할 머리가 없으니까.
놀란 막내가 ‘와! 궁예 같아요!’ 하면서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해 주는 걸 무시하며 손을 흔들었다.
“바이바이! 뉴욕!”
“또 만나요!”
멀리서 망원렌즈로 찍고 있을 파파라치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전세기에 탑승했다.
SNL 이후로 뉴욕에서 인터뷰 일정을 마친 우리는 다시 투어를 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남은 목표는 후쿠오카 돔과 도쿄 돔.
그리고 중간에 국내에서 대학 축제.
곧 다가오는 10월 달의 일정을 살피고 있던 나에게 지호가 말했다.
“형. 형.”
“응?”
“저 그거 언제 이야기해 줄 거예요. 히어로 영화 얘기.”
“아 맞다.”
SNL의 여파와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잊고 있던 주제였다.
애프터 파티에서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히어로 영화에 출연해 보지 않겠나?’ 하며 제안했던 이야기.
비주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래서 어떤 걸로 출연해 달라고 하신 거예요? 히어로?”
“빌런이래.”
“……빌런?”
비주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치만 형은 빌런의 상이 전혀 아닌데.”
“그치?”
내 말에 지호가 속닥속닥했다.
“그런 대사를 해 보라고?”
“넹.”
내가 하찮은 표정을 지으며 연기했다.
“후후후! 나의 부하들아!! 저 사과 농장을 불태워라-!”
“다시 보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과수원 사람들이 힘들게 가꾼 사과 농장을…….”
나의 악행(?)에 비주가 실망하고 있는 동안,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멤버들과 스탭들에게 설명했다.
“라는 히어로 영화인데 혹시 아는 사람?”
“…….”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한국에서 흥행이 좀 별로였다고 그러긴 하더라고요. 그거 후속작에 출연해 달라고 했는데.”
“그런 영화가 있었나?”
“한국 성적이 93만이었대요. 보통 히어로 영화는 굉장히 낮아도 150만 정도까지는 가니까.”
그렇게 어떤 영화인지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나도 영화를 본 게 아니다 보니 설명이 힘들었다.
우리 영화광 막내가 제안했다.
“형, 그러면 우리 이륙하고 나서 저거 영화 볼까요?”
“그럴까?”
어차피 비행시간도 길기에 일단 영화를 같이 보기로 했다.
다 같이 팝콘을 준비하거나 영화를 볼 준비를 하는 동안, 막내가 막 오븐에서 꺼낸 듯한 큼지막한 용기를 가져왔다.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음식을 보며 내가 물었다.
“그건 뭐야?”
“아. 혹시 영화 보다가 갑자기 질투 나고 그러면 그때 먹으려고 미리 준비해 놨어요.”
“?”
“연습생 시절의 저는 조그마한 떡볶이를 먹으면서 울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의 저는 달라요. 한때 계단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즉석 떡볶이를 먹던 저는 월드 스타가 되어서-.”
막내가 당당하게 선언하며 내용물을 공개했다.
“이제 2만원짜리 차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이 됐어요!”
“……!”
엄청 뿌듯해하는 얼굴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