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098)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098화
중현이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진짜예요? 진짜로 형 메인 빌런 제안 받았어요?”
“응.”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안 믿겼다.
-메인 빌런이요? 제가요?
히어로 영화에 대해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메인 빌런이 중요하다는 건 알고 있다.
빌런이 매력적일수록 히어로 영화의 퀄리티가 더 높아지니까.
그래서 그만큼 중요한 자리에 검증되지 않은 신인 배우인 나를 쓰겠다는 게 의아했다.
“보기 드문 일이긴 해요.”
막내가 떡볶이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원래 히어로 영화 국룰이 빌런은 업계 고참 배우 쓰는 거거든요. 히어로는 신인 배우로 캐스팅하고, 빌런 역에는 연기력이 검증된 아카데미급 배우 써요.”
“왜?”
“단가 때문에 그래요. 빌런은 한 편만 내보내면 끝인데, 히어로는 편수 많아질수록 몸값이 높아지니까.”
그래서 초장부터 히어로에 유명 배우를 쓰는 일이 드물다는 거였다.
“진짜 계산이 빠른 업계구나….”
“그것도 있고, 히어로는 연기 적당히 해도 괜찮은데 빌런은 연기 못하면 진짜 큰일 나거든요.”
지호가 나를 보며 부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감독님이 그만큼 형을 좋게 봤다는 뜻이에요.”
“부담스러울 만큼 칭찬하시더라고.”
SNL 애프터 파티에서 감독님은 장장 1시간에 걸쳐서 나를 설득했다.
-단순히 너의 유명세 때문에 제안하는 게 아니야. 네가 나왔던 시트콤에 대해서도 알고 있거든. 써니, 네 연기가 어느 정도인지도 알고 있어.
석환 형이 물었다.
“그 감독이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 이야기했어?”
“일단 액션 연기에 고점을 주시더라고. 액션뿐만 아니라 몸으로 연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배역이래.”
“어떤 역할인데?”
“그… 뭐였더라. 이름이 팽이라고 했는데.”
“팽이요?”
비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버섯 부치는 시늉을 했다.
”팽이버섯할 때 팽이요?”
“아니. fang이라고 했던 것 같아. F-a-n-g.”
“송곳니라는 뜻이네요.”
리혁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거.”
“음… 어디 보자…… 어, 나왔다.”
매니저인 민기 형의 말에 다들 태블릿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개미위키 문서였다.
【 팽 (실버 코믹스) 】
1977년부터 지금까지 시리즈에서 활약 중인 슈퍼 빌런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리혁이가 요약해서 말했다.
“판본마다 기원이 다르긴 한데, 대체로 인간에게 가족과 터전을 잃은 늑대가 사람으로 변신해서 탄생한 악당이래요. 대자연의 힘을 다루는 능력으로 인간 문명을 파괴하는 게 목적이고.”
“판본마다 기원이 다르다는 게 무슨 소리야?”
“만화책마다 이 악당의 탄생 스토리가 다르다는 모양인데요…?”
“??”
지호한테 무슨 소리인지 묻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영화가 아닌 만화는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멤버들과 얼굴을 맞대고 문서를 정독했다.
대략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가디언즈의 아치에너미이자, 시리즈에서 인기 순위 Top 3 안에 들어가는 빌런.
“인기가 진짜 많은가 봐요. 실버 코믹스 전체 투표에서도 빌런 순위로 13위인가 그렇대요.”
“근데 내가 맡아도 괜찮을까? 캐릭터랑 안 맞는 거 아니야? 인종이 안 맞을 수도 있잖아.”
“이거 봐봐요.”
-빌런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 버전이 있는 빌런.
“자연을 상징하는 빌런이라서 모습이 엄청 다양하대요. 히스패닉 버전도 있고, 동양인으로 나오는 버전도 있고. 여자로 나와서 히어로 중 하나와 결혼하는 스토리도 있고.”
“캐스팅 걱정은 안 해도 되겠… 잠깐만, 무슨 스토리가 있다고?”
애초에 인간이 아닌 늑대가 인간으로 변신한 거라 그런지, 인종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늑대가 사람이 됐다는데 무슨 인종인지가 중요해??’ 같은 느낌.
설명을 주르륵 읽던 우리 막내가 말했다.
“근데 보면 볼수록 왜 감독님이 형을 캐스팅하겠다고 하는 건지 알 거 같아요. 연기도 잘하지만 이게 동물이 사람이 된 거잖아요.”
“그치.”
“진짜 막 늑대가 사람이 된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하는데 형은 그런 거 잘할 거 같아요.”
중현이도 동의했다.
“맞아요. 형, 우리 개천절 특집으로 뉴블랙 TV에서 단군신화 찍었을 때 웅녀 연기 잘했잖아요. 수플레들이 진짜 곰이 사람이 된 것 같다고 신기해하고.”
“그랬지. 그때 참 재미있었는데.”
“진짜 재미있었죠. 허헛.”
웅녀가 되어서 환웅을 연기한 중현이와 일기토를 벌였던 추억이 눈앞을 아련하게 스쳐 갔다.
그때 지호가 말했다.
“그리고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감정 연기도 중요하잖아요. ‘인간, 너희가 내 터전을 파괴했으니 너희의 터전도 파괴해 주겠다…!’ 이런 거 잘못하면 진짜 유치해지는데 형은 얼굴로 개연성을 만들 수 있구.”
그 말에 내 얼굴을 바라보던 스탭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으으음.”
“확실히 일리가 있어.”
“다른 건 몰라도 겉모습은 몹시 훌륭하지.”
감독님이 캐스팅 제안의 이유 중 하나로 외모를 언급했는데, 스탭들 반응을 보아하니 대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다만 조금 납득이 안 가긴 했다.
“그래도 외모보다는 연기력이 더 중요하지 않나? 관객들한테 납득을 시켜야 하는 거니까?”
“형형.”
“응?”
“슬픈 표정 지어 봐요.”
“갑자기 그러면 어떻게 몰입을 해.”
“할머님 생신 케이크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상황이에요.”
“…….”
삽시간에 눈이 글썽글썽해지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막내가 우리 스탭들에게 손짓했다.
“다들 얼른 보세요! 저런 얼굴로 인간을 멸망시키겠다고 선언하는 거예요!”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유~ 멸망해야지, 뭐.”
“까짓 거 멸망 한 번 해 주지.”
“인간이 잘못이 참 많아.”
조용히 수긍하는 반응들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그런 반응들을 타박하고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 TF팀장이 물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때. 우주야?”
“잡아야지.”
파티장에서 이야기를 들었던 때부터 지금까지 쭉 고민했지만 결론은 한결같았다.
“개인으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기회라고 생각해.”
할리우드에서 연출 잘하기로 소문난 존 에드워즈 감독이 덕후의 마음으로 제작하는 작품.
“다만 이게 스케줄을 얼마나 잡아먹을지를 모르겠네. 그룹 활동에 지장을 주면 곤란하고.”
드라마 촬영을 해 본 적은 있어도 영화 촬영은 처음이라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다.
석환 형에게 그 부분을 이야기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작사 측과 협의가 잘 된다면… 출연을 해 보고 싶어. 오랜만의 연기기도 하고.”
“한 번 협상을 해 볼게.”
“근데 진짜 어지간한 거 아니면 꼭 촬영 들어가요.”
리혁이가 말했다.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오겠어요.”
“맞아요.”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나 아까운 기회라는 게 동생들의 의견인 듯했다.
호로로로록-
지호의 떡볶이 들이켜는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큰 기회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막내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지호 너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저요?”
“히어로 영화 카메오 출연하기로 한 거.”
지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영상 미팅만 두어 번 정도 했어요. 아직 배역도 제대로 설명 안 해 주고.”
“아직 배역을 모른다고?”
“원래 히어로 영화가 그래요. 오디션 볼 때 무슨 배역인지도 설명 안 해 주고. 저도 그래서 두루뭉술하게만 들었는데…….”
지호가 기억을 떠올리는 얼굴로 말했다.
“무슨 카멜레온 같은 변신 능력자래요.”
“그래?”
“이게 형이랑 저랑은 사정이 다른 게, 원더 코믹스 쪽 영화들은 워낙 흥행을 해서 보안 지키는 게 넘 심해요. 대본도 무슨 시간 지나면 파일 삭제되는 태블릿 그런 걸로 준다고 하던데요.”
무슨 차이인지 알 것 같다.
업계 1위라서 ‘너 출연 안 할 거야?’ 하고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히어로 프랜차이즈와 당장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 자세한 내용까지 밝혀가며 나를 섭외하려는 프랜차이즈의 차이.
“…안 되겠어요. 치킨집으로 천만 찍어야지.”
올해 연말에 촬영에 들어간다는 를 말하는 모습에 내가 웃으며 말했다.
“잘 될 거야.”
내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중현이가 잘 된다고 했잖아.”
“아…….”
지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김중현 책이나 한 번 볼까요?”
“아, 그럴까? 중현아. 그거 꺼내 보자.”
중현이가 주섬주섬 더플백에서 두툼한 책을 꺼냈다.
“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의 시청률을 예측할 때 부우욱- 하고 찢겼던 중현이의 마법책.
중현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제 시즌 2로 돌아온 젤리 성경입니다. 후후.”
찬란한 광채가 보이는 듯한 검은색 표지.
황금빛 제목.
[JH’s Magic Book II]다 같이 손을 모은 채 책을 바라보았다.
책 위에 손을 올린 중현이가 눈을 감으며 물었다.
“마법의 젤리 성경님. 과연 우주 형이 이 영화의 출연을 수락하는 게 좋은 일일까요?”
“젤리젤리. 마법젤리.”
다 같이 옴마니반메홈처럼 문구를 암송하는 동안 중현이가 책을 촥 펼쳐들었다.
요란하게 처리된 폰트.
[까악까악—!]“엇… 안 돼! 까마귀 울음소리!”
“리혁아. 저거 거꾸로잖아.”
“아. 오랜만에 봐서 헷갈렸어요.”
중현이가 책을 빙글 돌렸다.
[*고대 로마에서 까마귀는 길조로 여겨졌다]“그, 그런…!”
“젤리님께서 성공을 예언하셨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젤리님께서 출연하는 게 좋다고 점지를 해 주셨구나.
“저, 저도 질문 하나 있어요!!”
막내가 중현이에게 들뜬 얼굴로 말했다.
“저 영화 잘 될지 물어봐 주세요!”
“둘 중에 어떤 거?”
“제가 주연으로 나오는 치킨집이요!!”
“흐음.”
우리 셋째가 눈을 감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지호가 출연한 치킨집 영화가 잘 될까요?”
“젤리젤리. 마법젤리.”
촥!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저게 뭔 뜻이에요?”
“속담일걸. 허탕친 걸 말하는 거야.”
“어…….”
빙글.
[하지만 당신이 닭이었다면?]“젤리님!”
“역시 젤리님이야!!”
모두가 젤리님의 영험한 효험에 박수를 치며 좋아하고 있는 동안 지호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기왕 한 김에 이것도 해 봐요. 한국에서 선우주의 영화보다 왕지호의 영화가 더 잘 된다?!”
“흐음.”
제작비 수천억이 들어갈 예정인 히어로 블록버스터 VS 치킨집 4남매가 외계인과 싸우는 병맛 코미디 영화.
중현이가 눈을 감고 책을 촥! 펼쳤다.
[코끼리와 개미의 싸움]누가 봐도 명약관화한 싸움을 칭하는 단어.
바로 그때였다.
빙글-
개미의 승리.
장난스럽게 질문했던 지호는 물론이고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
……젤리님?
이게 무슨 뜻인 거죠?
* * *
젤리님으로부터 알 수 없는 점괘를 받아 든 후.
다시 일본으로 복귀한 우리는 후쿠오카 돔에서 2일간 콘서트를 진행했다.
수만 명의 함성.
초대형 스크린에 흘러나오는 달봉이의 물결.
이틀간 공연을 끝내고 나서도 그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돔이 좋긴 좋구나….”
“진짜 너무 좋아요.”
수만 명의 관객들이 우리를 향해 환호해 주고 있다는 것도 좋지만, 돔 특유의 실내 공연이 너무 좋았다.
오사카 돔 때부터 느꼈지만 왜 가수들의 최애가 돔 공연인지 알 것 같다.
“일교차가 없는 게 진짜 좋네요.”
리혁이가 말했다.
“몸살 걸리기 딱 좋은 날씨인데 실내라 좋아요.”
“맞아.”
어느덧 10월로 접어들어서 일교차가 심한 상황이었다.
야외 공연이었다면 리허설을 하는 낮에는 햇볕 때문에 더웠다가 저녁에는 기온이 급락해서 몸이 으슬으슬했을 날씨.
하지만 돔은 실내라 그런 일교차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주변 입지만 괜찮으면 소음도 덜 신경 쓰이고요.”
“확실히 그런 점이 있지.”
아무튼 결론은 간단했다.
대규모로 하는 돔 공연은 정말 좋다는 것.
“형들.”
막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우리 열심히 해서 한국에 돔 크게 지어 볼까요?”
“…그게 될 거 같니?”
“원래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거예요. 솔직히 우리가 전세기 타고 다닐 거라고 누가 예상했어요?”
“그거랑 돔은 다르지.”
“에이~ 꿈을 응원해 주기는커녕 초 치는 형들.”
건설비만 1조 원 가까이 들어가는 대규모 돔을 쉽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다들 웃을 뿐이었다.
그렇게 후쿠오카 돔 콘서트를 마무리한 직후.
곧 다가오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와 도쿄돔 콘서트를 남겨 둔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다.
-뉴블랙, 대학축제 특집.. 광주 3개 대학 연합 축제 참가한다
목적지는 광주광역시.
뉴니버스 대학 축제 특집의 마지막 축제 장소 중 하나인 전남대, 호남대, 조선대의 3개 대학 연합 축제가 열리는 곳.
다른 대학들과 달리 10월에 메인 축제인 대동제를 연다는 점에 우리가 가점을 주었던 프로젝트였다.
“광주도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데뷔 초에 전국 팬사인회를 돌면서 진행했을 때 방문했던 기억.
소극장 투어를 진행하면서 전국노래자랑 같은 TV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러고 보니 비주는 메트로 때 방문하지 않았었나?”
“맞아요.”
우리가 의 국내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 전국 광역시의 지하철 안내방송을 했을 때, 비주가 광주를 방문해서 안내 방송을 진행했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음?”
“으음?”
차량을 타고 광주 시내를 이동 중이던 우리의 눈앞에 무언가 스쳐 갔다.
[뉴블랙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펄럭이는 대형 현수막.
오버쿡 복장을 입고 엄지를 들고 있는 우리의 사진이 시청 앞에서 펄럭거리고 있었다.
“?”
“??”
원석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방문한다고 며칠 전부터 수플레들이 대거 방문했대. 상권들 매출이 400% 증가했다더라.”
“……왜요?”
오늘 공연은 대부분 해당 대학의 재학생들만 입장할 예정이라 수플레들은 공연도 못 볼 텐데.
원석이 형이 말했다.
“그냥 온 것 같던데…? 너희 온다고.”
“…….”
“다들 열심히 밥 먹으러 다니고 있대.”
“그… 다들 잘 먹긴 하죠.”
관광지에서 혼자 3인분을 먹는 총각들/아가씨들로 지칭되고 있다는 수플레들의 명성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플레들이 매출을 4배 가까이 올려 주면서 광주의 상인들이 즐거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다 왔다.”
오늘 합동 축제의 하이라이트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했다.
쿠당탕탕탕탕-
쨍쨍!
삘릴릴릴릴리-
요란한 소음에 바깥을 내다본 우리가 경악했다.
“……이게 다 사람이야?”
“와.”
목적지인 광주월드컵경기장 주변이 축제 현장처럼 변해 있었다.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풍물놀이 공연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
주차장 전체를 아예 부스들로 꾸미고 있었는데, 요리를 포함해서 온갖 것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상인들의 부스도 있었다.
“다들 진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시는구나.”
“그러게요.”
그렇게 말하다가 멀찍이서 달봉이를 팔고 있는 레몬 엔터의 부스가 보였다.
사람들이 엄청 모여서 핸드폰을 들고 있는 곳.
“뭐지. 누구 왔나?”
“유명한 사람이 있나 본…….”
바로 그때 우리의 눈에 누군가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대표님?”
아르바이트생 복장을 입은 박규호 대표님이 인자한 얼굴로 달봉이를 판매하고 계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역시 대표님이야…….”
저렇게 성공했는데도 직접 달봉이를 팔고 계신 대표님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석이 형이 물었다.
“인사드릴래?”
“아니요! 괜찮아요!”
부우우웅- 하고 레몬 엔터 부스 근처를 지나 월드컵경기장 내부로 직행할 수 있는 곳에 도착했다.
곧장 현장 감독님과 미팅을 가졌다.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요. 오늘 여러 가지 일정들이 있기 때문에…….”
월드컵 경기장에서만 여러 행사가 있다나.
본 공연에서만 3만 명 이상이 몰릴 예정이라 이른 오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자, 그럼 리허설 들어가실 텐데….”
감독님이 우리의 옷차림을 보고 말했다.
“지금 실내로 바로 들어오셨다고 했죠?”
“아, 네.”
“두툼하게 입고 나가셔야 할 거예요. 일기예보를 보니까 오늘 날씨가 초겨울 날씨라고 하더라고요.”
가볍게 바람막이를 걸치고는 졸개들과 함께 리허설 현장으로 나갔다.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추워 봐야 얼마나…….”
휘이이이이이잉-
말없이 바람막이의 지퍼를 반쯤 올렸다.
“에취!”
리혁이가 곧장 재채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초겨울같이 매서운 찬바람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벌써부터 온몸이 으슬으슬한 기분.
따스한 돔에서 몸을 지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에게는 몹시 가혹한 날씨였다.
내가 지퍼를 올리며 나직이 말했다.
“중현아.”
“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돔을 지을 수 있을까?”
“잠시만요.”
중현이가 책을 촤악 펼쳤다.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 하지만, 이루어지는 건 우주에 달려 있다]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운에 좌우된다는 격언.
빙글.
[(선)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