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2)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2화
오전 10시.
한국의 직장인 수플레들은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루팡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눈은 몰래 세팅해 놓은 핸드폰 화면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2018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특별 생중계!]종편 채널 IBC에서 생중계해 주고 있는 미국 시상식.
화면 속에서 흑인 코미디언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개그를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마구 자지러진다.
‘…뭐지? 우리 애들 관련인가?’
뉴블랙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걸 보아하니 멤버들과 관련된 농담인 듯했다.
호기심에 화면을 바라보던 직장인 수플레들이 근처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핸드폰 버튼을 톡 눌렀다.
상사가 유령처럼 뒤를 스으윽 지나갔다.
‘아으… 너무 궁금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판을 두드리면서 덕순거리는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직장인들.
그래도 대학생 수플레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후후후후후.’
도서관에서 전공 서적을 펼친 채 이어폰을 꽂은 수플레들.
그들의 귓가로 해설자들의 말이 들려온다.
[장내에 폭소가 가득하네요. 최근 미국 경찰의 인종 차별 사건이 미국 내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아마 뉴블랙의 신곡으로 그것을 풍자한 것 같습니다.]유명 음악평론가가 차분하게 설명하고, 예능에서 미국인 패널로 활약 중인 네이슨 웹이 유창한 한국어로 설명했다.
[여러모로 뉴블랙의 달라진 위상을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런 풍자 개그를 하려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걸 주제로 해야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오버쿡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단 거죠.] [네, 그렇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하네요. 시작은 영국의 천재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인물이죠? 켈리 넬슨입니다.]흑발의 미녀가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감미로운 사랑 노래를 부르는 동안, 수플레들은 잠시 화면을 축소했다.
-켈리 넬슨 조녜
-존나 이쁨 ㅁㅊ
-콜린 에반스랑 사귄다는 가수가 얘야??? 자꾸 콜린 카메라로 잡아 주네
-ㅇㅇ 맞음
-문라이트 멤들은 왤케 정이 안가냐;
-그것은 우리가 수플레이기 때문.. 미국사는데 얘네 인기 진짜 많더라
한국인 중에서는 출연 가수가 뉴블랙뿐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AMA를 시청하는 건 대부분 뉴블랙의 팬들이었다.
그 밖에는 주로 문라이트를 좋아하는 팬들이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한국이라고 해서 문라이트를 좋아하는 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워낙에 인구수가 적어서 자기들끼리 조용히 덕질을 할 뿐.
수플레들과는 딱히 접점이 없었다.
“흐음.”
그들을 둘러보던 수플레들의 눈이 AMA를 보고 있는 다른 시청자들에게 향했다.
‘아직은 아니긴 한데…….’
미묘한 징조들이 눈에 띄었다.
뉴블랙의 안티들이 문라이트 덕질로 나아가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떤 포인트에서 감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뉴블랙에 대한 반감이 문라이트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예의주시해야겠어.’
뉴블랙에 대한 루머를 퍼뜨리기로 유명한 세력들이다 보니 경계심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정탐을 마친 수플레들은 다시 평소의 빵실빵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떡밥!’
수플레들의 눈에 게시글이 들어왔다.
[한글날 기념 뉴블랙 AMA 레드카펫 의상]보기만 해도 절로 헤벌쭉한 웃음이 나왔다.
검은 한복에 하얀 옷고름을 맨 서리혁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모여 있다.
-와 의상 진짜 미쳤다
-좋긴 한데 뭔가 통일성이 좀 없는 느낌..
┕맞는말인게 디자이너들이 다 다름ㅋㅋㅋㅋ 저기 브랜드들에서 디자이너 보냈대
-우주 의상 진짜 예쁘다 한글꽃 같애
-근데 왜 오늘 레카 대형 왜 리혁이가 중심이야???
-인터뷰 피셜) 리혁이 최애가 세종대왕님이라서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최애 굿즈 발매일 기념은 ㅇㅈ이지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Sejong the Great’을 언급하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메인보컬의 모습에 다들 귀여워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다들 너무 예쁘다.’
화려한 귀걸이가 인상적인 비주를 시작으로 한글꽃으로 장식된 우주의 의상까지.
손으로 꾸욱 눌러가며 [사진 앱에 저장]이나 [이미지 저장] 버튼을 열심히 눌러 대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렇게 레드카펫 떡밥들을 바라보는 수플레들.
[네, 다음은 우리의 자랑! 뉴블랙이 노미니된 부문이죠?]해설자들의 음성 속에서 뉴블랙이란 키워드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Favorite Pop Duo/Group 부문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인기 그룹상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 이번에 가장 투표가 치열했던 부문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한국의 수플레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북미의 구름단이 전 세계의 수플레들에게 ‘도움!!!!’ 하면서 SOS 신호를 보냈으니까.
어찌 보면 이번 AMA 투표에서 가장 결과를 알 수 없는 부문이기도 했다.
‘쟤네도 화력이 진짜 세서.’
북미와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문라이트.
그중에서 뉴블랙이 가장 약세인 유럽 지역에서는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고, 북미에서는 거의 턱끝까지 화력을 쫓아오고 있는 수준이었다.
어드벤티지의 차이 때문이었다.
한국 가요계에서 한국 가수와 대만 가수가 경쟁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으니까.
‘이번에 진짜 오버쿡이 터져서 망정이지.’
수플레들이 얼마 전을 떠올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2000년 최고의 인기곡이었던 를 리메이크한 문라이트가 뉴블랙을 성적으로 누르려고 하던 찰나.
-짜잔! 귀염둥이 오버쿡 등장..☆
뉴블랙이 로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키면서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수성했다.
거기에 슈퍼노바 닷지볼 → SNL로 이어지는 콤보까지.
북미에서 비등비등한 팬덤 숫자로 위협하던 문라이트를 압도적인 대중성으로 찍어 누른 셈이었다.
‘와, 이래서 대중성이 중요한 거구나.’
처음에는 에 아쉬움을 느낀 수플레들도 있었다.
-좋기는 한데… 너무 대중픽 아닌가??
빡센 안무와 칼군무, 중독성 있는 파워풀한 곡을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가벼워 보이는 느낌.
하지만 이번에 뉴블랙이 가져온 결과를 본 수플레들이 스스로를 반성했다.
‘대중성으로 안 찍어 눌렀으면 북미 쪽에서 먹혔겠는데……?’
물론 문라이트가 성장한다고 해도 전 세계에서 뉴블랙만큼 거대한 팬덤을 거느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북미에 한정하면 수플레들과 비등비등한, 아니 어쩌면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뉴블랙이 대중성이 약한 곡을 들고 왔다면…?
가뜩이나 미국, 캐나다인으로 구성된 보이밴드를 띄워 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었던 현지 방송 관계자 및 언론이 어떤 식으로 나왔을지는 뻔했다.
-슈퍼-보이밴드의 자리를 두고 문라이트가 승리를 거두다
-차세대 보이밴드 문라이트!
-‘그들의 미소에 순간 북미 대륙이 흔들렸다’.. 여심을 뒤흔든 일곱 미청년의 비결
한 번 띄우기 시작하면 미칠 듯이 푸시를 넣는 저쪽 연예계의 특성상 삽시간에 뉴블랙이 밀려났을 가능성이 컸다.
“으으…….”
특히나 덕질은 소위 1군이라 불리는 쪽으로 쭉쭉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북미에서도 삽시간에 팬덤 숫자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었다.
언론에서 매일 같이 문라이트를 띄워 주고, 학교에서도 또래집단이 ‘문라이트!’ 하면 라이트한 팬들은 조용히 뉴블랙 포스터를 떼어 내고 문라이트로 교체하는 것이다.
‘……진짜 아찔한 상황이었구나.’
오버쿡 발매 전에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야 그런 상황들을 눈치챈 수플레들이었다.
‘그래도 뭐….’
가슴을 쓸어내린 수플레들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한시름 덜었다.’
의 세계적인 대흥행.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북미, 남미 등등.
일본이나 영국 같은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전 세계 어딜 가든 차트 1위에 적혀 있는 뉴블랙의 신곡.
미튜브만 틀어도 그 인기가 짐작이 갔다.
[뭐지? 지금 여기 아프리카인데…??]아프리카에 여행을 온 여행 미튜버가 시골 찻집에서 들려오는 에 눈을 깜빡이고.
[오늘은 친구들과 함께 뉴블랙 분들의 곡을 연습하는 날이에요 >ㅇ<]캐나다에 사는 학생이 올린 브이로그에서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이벤트를 위해 안무를 연습하고.
[Korea?] [예스! 코리안.] [Overcooked~ Overcooked~] [와, 대박이다. 여기 사람들이 다 알아.]해외로 여행을 가는 TV 예능에서 배우들에게 길거리의 행인들이 ‘코리안?’ 하면서 설탕 뿌리는 안무를 하는 장면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인기.
노래가 사회 현상처럼 퍼져 나가면서, 문라이트와 뉴블랙의 구도에서 뉴블랙이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갔다.
달리기 계주로 치면 뉴블랙과 문라이트 사이에 1바퀴 정도 넘는 격차가 난 셈.
‘대중성 최고.’
팬덤형 가수도 대중을 잡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진리를 깨달으며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끄덕할 때.
유명 재즈 뮤지션과 아시아계 여배우가 등장해서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인기 그룹상의 수상자는 바로….]아시아계 배우가 생긋 웃으며 뜯긴 봉투 안의 이름을 불렀다.
[뉴블랙.] [와아아아아아아아아-!]현장 수플레들이 비명 같은 함성을 터뜨리고, 카메라 포커스를 받은 뉴블랙 멤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감을 하기 위해 리더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올라가는 멤버들.
마이크 앞에 선 우주가 트로피를 받으며 시상자와 가볍게 포옹을 하고는 소감을 시작했다.
“……!”
몰래 시청하고 있던 직장인들이 책상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겼다!’
솔직히 너무나 당연한 결과긴 했다.
절대적인 팬들의 숫자는 수플레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그랬기에 북미의 수플레들은 이런 것에 손에 땀을 쥐고 기뻐하는 본진의 언니들을 보며 갸웃했다.
-언니들?? 다들 왤케 놀라요?? 우리 오빠들 각이었는뎅?
-얘들아.. 한국에는 압도적인 투표 1위를 해도 심사점수로 역전을 시키는 어워드들이 있단다ㅎㅎㅎ
-심지어 심사점수로도 역전이 안 되는데 상을 주고 그래ㅋㅋ
한국의 수플레들이 고개를 저으며 인자하게 웃었다.
‘미국 애들이 알 리가 없지.’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을 겪어 본 적이 없을 미국인들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한 이야기일 것이었다.
어쨌거나 수플레들이 기쁨을 자축하고 있을 때.
현장의 문라이트 팬들이 소감을 말하고 있는 우주를 방해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소감이 불가능할 정도로 야유를 퍼붓는 모습에 현장의 연예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서로를 바라본다.
그때 조용히 야유를 듣던 우주가 생긋 웃었다.
[Are you done? (끝났어요?)]그 말에 현장의 수플레들이 열화와 같은 함성을 터뜨렸다.
다른 연예인들도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머쓱해진 문라이트 팬들이 야유를 다시 하려다 주춤하고, 가볍게 소감을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기분 좋은 얼굴로 내려갔다.
-그래 이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
-미국판 예의를 지켜 주세요
-요찬아 보고 잇니??? 우주 또 상탔다
-꾸준히 끌올되는 킹찬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플레들도 ‘캬!’ 하면서 축배를 들었다.
그러면서 과연 미국의 문라이트 팬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 조용히 트위터를 염탐했다.
-AMA는 투표가 공정하게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해명해야 될 거야
-TV 보고 있는데 조금 당황스럽다. 문라이트 팬들 야유 뭐야?? 너무 무례해
┕그들은 진정한 문라이트 팬들이 아니야. 우리도 그런 언행에는 동의하지 않아
┕일부 몰지각한 팬들일 뿐이야
-!!투표 조작!! AMA
-개인적으로 북미의 로컬 시상식에 아시안 투표는 제한해야 한다고 봐. 돈에 미친 AMA는 모른 척하겠지만 말이야
-내 말이. AMA에서 A가 American인 건 다들 잊은 거야??
-AMA = Asian Music Awards (폭소)
인종 차별까지 하면서 난리를 치는 이들을 바라보며 수플레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으아악! 너넨 뭐야! 짜증 나는데 춤추지 마!
-덩실덩실~
행복한 수플레들이었다.
* * *
총 5개 부문의 노미니.
지금까지 이뤄진 4개 부문 시상에서 우리는 트로피 3개를 얻었다.
[감사합니다!]아무래도 수상 후보를 정한 뒤에는 인기투표를 통해 선정하는 식이라 타율이 좋은 편이었다.
내 개인으로는 콜드 브라운과 함께 올해의 콜라보레이션 상을 수상했고.
안타깝게도 베스트 힙합송 부문에서는 팬덤 강하기로 유명한 여성 래퍼들의 콜라보 곡에 밀려서 수상을 못했다.
그리고 인기그룹상과 함께 우리가 수상한 또 다른 상은 바로….
[Tour of the Year]올해의 투어 상이었다.
월드 투어를 하는 가수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들을 선정해서 상을 주는 부문.
“와. 이걸 탔구나.”
우리가 이런 부문에 후보로 들었다는 데서 새삼스럽게 투어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석환 형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너희가 전 세계 투어 랭킹 3위야.
-!
-너희 티켓 매출이 2억 6천만 불인가 그렇거든.
205만 명을 동원해서 총 2억 6천만 불의 수입을 올린 우리의 월드 투어.
-2위인 헤일리 블루가 3억 달러인가 하는데… 사실 굿즈 포함한 총 매출을 비교하면 너희가 2위긴 해. 3억 5천만 달러에서 4억 달러 정도 할 테니까.
구매력 강하기로 유명한 북미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돌고, 일본에서 돔 투어를 돌면서 거의 5000억의 매출을 올린 우리의 월드 투어였다.
어쩐지 요즘 대표님의 광채가 유독 반짝반짝인다 했더니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던 거였다.
내가 옆자리의 뾰족이에게 속삭였다.
“그 유명 만두 1년 매출이 1조 원이었던가?”
“맞을걸요.”
“더욱더 힘을 내야겠군.”
투어로 만두를 이기는 그날까지 더욱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워드를 관람했다.
마지막에는 무대까지.
[다음 무대는 지금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그룹이죠?] [여러분을 오버쿡하게 만들어 버린 글로벌 슈퍼스타입니다. 뉴블랙!]환호하는 관객들 앞에서 한글날을 기념한 특별 무대를 펼쳤다.
평소에 입은 야채탈 대신에 다양한 문자들을 형상화하는 옷을 입은 댄서들 속에서 한글과 관련된 옷을 입은 우리가 춤을 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점점 가열되면서 뜨거워지는 안무 속에서 다양한 전 세계의 언어가 하나 되는 퍼포먼스.
이런 무대를 기획한 비주와 연신 웃음을 교환하며 무대를 마쳤다.
객석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헤일리가 엄지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무대 좋던데?」
「그래요?」
파란 머리카락의 여신이 흥분한 얼굴로 주먹을 쥐어 보였다.
「다른 나라 언어들을 다 패버리고 너네 글자가 짱 먹는다는 컨셉 아니야?」
「…….」
틴스피릿아. 보고 있느냐.
여기 너희의 영혼의 짝꿍이 있다.
비주가 아하하 웃으며 말했다.
「전혀 아니었어요….」
「그래? 너네가 너무 돋보여서 그렇게밖에 안 보이던데.」
분명 의도는 전 세계 언어의 화합이었는데, 전달된 건 ‘후후후! 한글이 다 조진다!’인 모양이었다.
한글날이니 어쩌면 그게 더 취지에 맞는 걸지도….
“아이고, 고생했다.”
“고생했어요. 물 좀 줄까요?”
“엉.”
무대를 마친 졸개들과 자리에 앉을 때.
우리 옆에 앉아 있던 문라이트 멤버들도 [New Artist of the Year]을 수상하기 위해 나섰다.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을 시상하기 전 차례에 있는 신인상으로 미국 가요 시상식에서 본상인 제너럴(general) 부문으로 꼽히는 상이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선샤인!]환호하는 문라이트 팬들의 함성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다행이다.’
아닐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혹시 수플레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아까 상대가 그랬던 것처럼 야유를 하는 게 아닐까 조금 걱정했던 터였다.
이런 건 품위 있게 넘어가는 게 베스트라서.
그렇게 문라이트의 신인상 수상이 끝나고, 유명 가수들이 레전드 가수에게 헌정하는 무대가 이어진 후.
[그래미 수상자이자 로큰롤의 왕, 션 트래비스를 소개합니다!]90년대의 인기 락스타가 헝클어진 흑발 아래 선글라스를 쓴 채 걸어 나왔다.
깔끔하게 정돈된 턱수염을 자랑하는 락스타가 이런저런 감동적인 멘트를 한 후.
[ARTIST OF THE YEAR]전광판에 떠오르는 문구를 바라보며 우리가 침을 꿀꺽 삼켰다.
에이전시에서 우리가 오늘 수상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말해 준 부문이자 AMA의 대상.
두근두근-
심장이 떨려 왔다.
과연 상을 탈 수 있을까- 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저 상이 상징하는 것 때문이었다.
마치 거대한 철문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꿈꾸던 하늘 너머 우주로 향하는 계단을 지키고 있는 관문.
“…….”
말없이 동생들과 손을 붙잡고 있을 때.
락스타가 휘적휘적 봉투를 꺼내고는 찌익 뜯었다.
걸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메리칸 뮤직어워드의 올해의 아티스트 상은…….]이윽고 흘러나오는 세 단어.
[The New Black.]뜨거운 환호성 속에 동생들과 내가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