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7)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7화
놀라서 달려온 비주가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형? 어디 다친 데 없어요?”
“응.”
내가 낙법으로 착지한 채 후후후 웃어 보였다.
“보다시피 낙법으로 착지했지롱.”
그러고는 끙차 하고 벌떡 일어났다.
지호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형! 왜 이렇게 약해졌어요?!”
“네가 너무 커진 거야….”
고등학생 때의 지호였다면 와락 달려들어도 하핫! 우리 막내! 하면서 빙글빙글 돌려줬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커도 너무 컸다.
예전에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두던 내가 이제는 동일한 눈높이에서 보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아무튼 축하한다. 진짜 잘됐네.”
“그죠?? 저 지금 소식 듣고 엄청 놀랐어요. 카메오 출연이라고 생각해서 기대 내려놓고 있었는데…….”
크으 하며 지호가 두 팔을 흔들었다.
“진짜 형 때문인가 봐요. 형 가디언즈 출연 소식 나오고 나서 갑자기 연락 온 거 보면.”
“그런가? 어쩌다 타이밍이 겹친 걸 수도 있지. 네 연기를 좋게 본 걸 수도 있고.”
“아뇨. 그럴 리 없어요. 여태까지 경험한 할리우드 사람들 생각하면 절대 그럴 리 없어요.”
단호한 대답에 웃음이 나왔다.
하긴 한국 최고의 톱스타 중 하나인 이견우 선배를 두고도 내가 알 바냐 하는 식으로 나왔던 할리우드를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의식 과잉 방지 필터를 빼고 보니 지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정말 나 때문인가?”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죠.”
리혁이가 말했다.
“우리나라가 히어로 영화 쪽에서도 큰 시장이잖아요. 그리고 우리 팬들도 많은 편이고. 실버 코믹스가 물 들어오는 거 보고 자기네도 물 들어오게 하겠다는 것 같은데요.”
“호오오… 나 덕분이란 말이지.”
흐뭇하게 웃은 내가 지호에게 손짓했다.
“지호야!”
“형!”
“감사하지?”
“진짜 우리 형 최고…!!”
와아아아악-! 둘이서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모습에 리혁이가 고개를 젓고, 중현이와 비주가 끼어서 뛰었다.
“우리 막내 히어로 영화에서 비중 크게 출연한다~! 명품 조연이다!”
“단독 시리즈 가자!”
“연기력으로 월드 스타 가자!”
다 같이 잘 됐다면서 막내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
내가 다시금 두 팔을 펼쳤다.
“다시 뛰어와라, 지호야. 형이 들어 줄게.”
“형!”
미튜브에서 보았던 서커스 동작을 선보이기 위해 내가 스스슷-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였다.
턱-
내 어깨에 얹힌 손.
고개를 돌리자 악귀처럼 웃고 있는 우리 윤석환 팀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우주야.”
“…응?”
“도쿄돔 콘서트.”
“자제하겠습니다.”
공손히 대답하고는 지호에게 손짓했다.
“자. 우리 귀염둥이 막내. 제자리 점프.”
“넹!”
깡총!
제자리에서 10cm 점프를 한 막내를 붙잡고 한 바퀴 빙글 돌려주면서 기쁨의 춤을 추는 내 모습에 석환 형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뉴블랙이 일본에 입국하고 있을 때.
한국의 언론들은 난리가 나 있었다.
“뉴블랙네 소속사는? 지금 연락해 보고 있어?”
“이 사람들 수화기 내려놨는데요? 임원들 연락처도 지금 계속 통화 중인 그런 상황이에요.”
“그럼 뉴블랙은?”
“지금 일본에 콘서트 하러 가 있대요. 거기 있는 특파원들 보내서 취재 시도해 볼까요?”
항상 바쁘게 움직이던 연예부뿐만 아니라 기성 언론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단독] 뉴블랙 우주, 가디언즈 2 출연 외신 보도
단순히 한국 배우가 히어로 영화에 출연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자들과 네티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우주가 캐스팅된 역할이 메인 빌런이었기 때문이었다.
-뉴블랙 우주, 가디언즈 2 출연 확정.. 역할은 메인빌런 ‘팽’
처음에만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친! 이거 봤어? 우주 히어로 영화 나온대.”
“아 진짜? 카메오인가??”
“조연 그런 거 아니야? 미국에서 인기 엄청 많긴 한가 보다.”
인기 많은 연예인들을 이벤트성 히어로로 캐스팅하는 경우로 받아들인 한국인들이었다.
대충 적당히 내보내서 팬들에게 ‘자! 너희 최애 보러 티켓을 구매해라!’ 하는 정도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아닌데? 메인 빌런이라는데?”
“????”
외신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이 뭔가 이상했다.
“선우주가 맡을 역할은 실버 코믹스의 유명 빌런… 그렇다는데?”
“진짜?”
“영화에서도 핵심 빌런이래.”
“?!”
정말 큰 배역이었다.
처음에만 해도 오 대박~ 정도로 반응했던 네티즌들의 동공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ㅁㅊㅁㅊㅁㅊ
-미쳤네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으로 중요한 배역이었네 ㅁㅊ
-와 우주 차기작 안하나 아까워하고 있었는데 바로 할리우드로 가 버리네ㅋㅋㅋ
-존버 성공ㅠㅠㅠㅠㅠㅠㅠ
모두가 흥분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근데 가디언즈 1 언제 나온 영화야??
-그거 엄청 망했음..ㅋㅋㅋ
-국내에서 100만?? 그 정도밖에 안 본 거 같은데
가디언즈 1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1편이 너무 망해서 인지도가 없는 상황.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설레발이라며 디스하는 네티즌들도 없잖아 있었다.
-이미 망한시리즈 2편 아님?? 망한 시리즈라서 ㅅㅇㅈ 들어간거 뻔한데
-1편 망했는데 2편 잘된 거 아직까지 못본듯ㅋㅋㅋㅋ 제작사가 팬덤빨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나보네
-원더도 아니고 실버 코믹스ㅋㅋ 여기 지금 망하기 일보 직전 아니야?
-하여간 김치들 설레발은 알아줘야 함
-히어로 영화에 똥양인 들어간다니까 신났나 봄ㅋㅋㅋㅋㅋ
-지금 외신들 아무도 관심 없는데 한국인들만 대서특필하는 듯.. 창피하다ㅋㅋ
하지만 이런 반응들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잘 되면 좋은 거 아닌가?’
벌써부터 비하를 하면서 저주를 하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이상한 말이 가득 나올 만큼 큰 메이저 이슈가 바로 이런 히어로 영화였다.
[다음 소식입니다. 국민 아이돌 뉴블랙의 리더 우주가 실버 코믹스 영화 에 핵심 역할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입니다. 가디언즈는 미국의 유명 코믹스 시리즈로…….]TV 뉴스에서도 우주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뜨고.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도 열심히 가디언즈 1편을 송출하고 있었다.
『가디언즈 1부 – ‘그’가 출연하는 영화의 전작이 궁금하다면?』
미튜브도 마찬가지였다.
벌써부터 선우주를 합성한 썸네일을 자극적으로 올린 미튜브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었다.
[선우주 출연.. 가디언즈의 모든 것] [우주가 맡는다는 ‘팽’ 코믹스 요약 “존나 쎕니다”] [만화 읽어주는 남자 : 빌런 팽(Fang) 편 上]네티즌들의 머릿속에 정보가 쑥쑥 들어왔다.
미튜버들의 내레이션.
[팽은 실버 코믹스에서 개근 중인 빌런인데요. 세계적으로 환경운동이 대두되던 1970년대부터 등장한 역사 깊은 빌런입니다.]요상한 털 망토를 입고 있는 초창기 버전.
[인간에게 가족을 잃은 늑대가 어느 날 특별한 능력을 얻어 사람으로 변신하게 되는데요. 코믹스 설정집에 따르면 파워 랭킹에서 A등급에 속하는 빌런입니다. A등급에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유명 빌런들이…….]아무튼 짱 세다는 설정.
[독특한 능력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완보동물의 능력을 이용해 핵폭발에도 버티는 장면을 코믹스에서도 보여 준 적이 있죠.]핵폭발 현장에서 고치 같은 것을 두르고 있는 빌런의 장면이 흘러나온다.
[거미처럼 거미집을 지어서 히어로들을 가두기도 하고, 보호색을 사용해 인공위성을 농락하기도 하면서 정말 다양한 능력을 보여 주죠. 인간이 자연의 힘 앞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 주는 슈퍼 빌런입니다.]한국인들이 눈을 반짝 빛내며 경청했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도 한국 선수가 활약을 시작하면 전문가가 되듯이, 삽시간에 가디언즈 시리즈의 전문가가 되어 버린 한국인들이었다.
수플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오오오. 그런 거였군.’
그렇게 검색을 이어 가는 수플레들의 입가에는 연신 웃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후흐흐흐하하하하…!”
“진정해라. 수플레.”
“얘들아! 오늘 내가 라볶이 쏜다!”
“고맙다. 수플레…!”
최애가 히어로 영화에, 그것도 핵심 역할로 출연을 한다고 하니 신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반응도 대부분 좋았다.
다들 신기해하거나, 잘할 것 같다며 응원해 주는 분위기.
유일하게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면….
‘여기 팬들 난리 나는 거 아니야?’
보통 실사화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바로 원작 팬들 아니던가.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들이 나올 때마다 원작과 싱크로를 비교하듯이.
그 때문에 실버 코믹스의 팬들이 ‘뉴블랙의 썬?! 이건 내가 알던 팽이 아니야!’ 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경축) 실버 코믹스 팬 일동은 우주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한국의 실버 코믹스 팬들이 온라인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제발ㅠㅠㅠㅠㅠ 떡상하자 진짜 이번이 마지막ㄷ이다
-가디언즈2까지 떡락하면 우린 희망이 엄서..ㅠ
-에드워즈 감독님 믿습니다
-진짜 우리 관심 이렇게 받아본거 얼마만이냐ㅋㅋㅋㅋㅋㅋ
-엥 다들 분위기 왜 이럼?? 이제 초딩들이랑 빠순이들 존나 몰려올텐데ㅋㅋㅋ
┕미친새끼야 지금 우리 망하기 일보직전이라고 ㅅㅂ 팬 한줌한줌 유입이 소중한데 소속 뭔지 따지고 앉아잇냐??? 너 새끼는 평생 망한시리즈만 빨아야 직성이 풀리냐
┕진정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빡치는거 왤케 웃기지ㅋㅋ
-드디어 우리에게도 봄이 온다ㅠㅠㅠㅠㅠㅠㅠ
수플레들이 흐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중소 아이돌이 처음으로 망고 일간 차트에 진입한 느낌인가.’
원더 코믹스에 비해 다소 밀리는 포지션이라 그런 듯했다.
본토의 실버 코믹스 팬들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굳이 히스패닉이나 흑인도 있는데 아시안 버전의 팽을 해야 하는 거냐며 별로라고 하는 덕후들도 있었지만 금세 진압되는 분위기.
1편이 망했는데 지금 인종을 따질 때냐고 하는 댓글이 다수였다.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그렇게 원작 팬들이 ‘제발 살려 줘ㅠㅠㅠ’ 하고 있는 반응을 보고 있던 수플레들에게 새로운 알림이 떴다.
[한국 관객들을 위한 가디언즈 2 존 에드워즈 감독 인터뷰]차분하게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한 남자의 썸네일.
영상을 누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음?’
몇 년 전보다 살이 붙어서 처음에는 못 알아봤지만 금세 누군지 알아차렸다.
[아마 한국 분들에게는 노스탤지어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겠네요. 반갑습니다. 존 에드워즈입니다.]눈을 찡긋하는 중년 감독.
-헐 국뽕좌
-국뽕좌는 뭐야ㅋㅋㅋㅋㅋㅋㄱㅋ
-임팩트가 확실히 강하긴 했지
15년도에 노스탤지어로 내한했을 때 정말 온갖 컨텐츠를 섭렵하며 홍보했던 유명 감독이 한국인들에게 구애의 춤을 펼쳤다.
[아마 지금쯤 여러분은 한국의 자랑, 뉴블랙의 써니가 메인 빌런 팽이라는 캐릭터로 섭외되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겁니다.]존 에드워즈 감독이 차분하게 가디언즈 시리즈에 대한 소개를 했다.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1편이 여러분께 많은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2편은 기존과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걸 약속드립니다.]1편을 보지 않아도 2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 영화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
그의 뒤편으로 아리랑 BGM이 어렴풋이 깔리기 시작했다.
웃음을 터뜨리던 한국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 한국 손익분기점 말해 보세요.’
그 말에 답하듯 영상 속 존 에드워즈 감독이 아련하게 먼 산을 바라보았다.
[500만이 넘는 관객이 저희를 찾을 수 있도록…….]‘500만이군.’
‘확인.’
그렇게 실버 스크린 스튜디오에서 올린 영상을 보며 다들 즐거워하고 있을 때였다.
-가디언즈 세계 흥행 성적 보셈ㅋㅋㅋ 듣보 영화임
-벌써부터 국뽕 컨텐츠 말아보는 거 보면 뻔하쥬??
-원더도 아니고 실버 코믹스에 이 정도 호들갑ㅋㅋㅋㅋㅋㅋㅋ
-ㄹㅇ 원더면 또 몰라
2위인 실버 코믹스에서도 메인 시리즈가 아닌 에 너무 열광한다며 비웃는 네티즌들.
하지만 바로 그때, 새로운 소식이 하나 더 떴다.
-[단독] 뉴블랙 지호, ‘시크릿 에이전트 3’에 조연 출연.. 역할은 미정
실버 스크린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걸 보며 놓치지 않겠다는 듯 ‘우리도 뉴블랙 있다!’ 하며 홍보하는 원더 코믹스.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
“??”
의 경우에는 ‘그런 게 있었나?’ 하는 반응이었지만 시크릿 에이전트는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랜차이즈의 간판 작품 중 하나.
실버 코믹스 정도에 호들갑 떠느냐며 했던 이들이 조용히 사라지는 동안 한국인들이 눈을 크게 떴다.
뉴블랙의 리더에 이은 연기 멤버의 출연.
‘뭐지?’
‘올해 올림픽도 하더니… 무슨 한국인들한테 운수 같은 게 트였나…??’
* * *
인기 검색어가 이상하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1위. 뉴블랙 사주
“뉴블랙 사주는 또 뭐야?”
“인터넷에서 지금 유행하나 본대요.”
중현이의 말에 내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지호랑 형이랑 영화 출연하잖아요. 하는 일마다 잘 되는 것 같다고 사주를 궁금해하나 봐요.”
미튜브 캡처에서 역술인이 대운이 들어오고 어쩌고 하는 장면들이 보였다.
내가 의문을 품었다.
“근데 사주 같은 건 말이 안 되잖아? 나랑 한날한시에 태어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간만에 나랑 생각이 일치하네요.”
리혁이가 후후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내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너무 편협했던 것 같아. 사주에 내가 모르는 세상의 원리가 담겨 있을 수도 있지.”
“나랑 하이파이브하기 싫다고 솔직히 말해요.”
“아니야. 사주가 정말 맞을 수도 있어서 그래.”
눈으로 욕을 하는 우리 메인보컬을 바라보며 웃고는 온라인상의 뜨거운 반응을 마저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기지개를 쭉쭉 켰다.
“으으으으… 글자가 눈에 안 들어오네. 떨려서 그런가.”
“저두요.”
동생들과 몸을 부르르 떨면서 생수를 조금씩 들이켤 뿐이었다.
간만에 공연을 앞두고 많이 떨린다.
우리가 지금 바짝바짝 마르는 목을 축이고 있는 이 장소는 바로 도쿄돔.
[도쿄돔 콘서트 축하합니다 – 이웃집 일동]틴스피릿이 보내 준 화환을 비롯해서 동료들이 보내 준 꽃들이 대기실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
도쿄돔.
수많은 선배 가수들이 땀을 흘려 가며 노력해서 올라온 일본 최고의 공연장 중 하나.
요즘은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TJ에서 연습하던 시절만 해도 도쿄돔은 꿈의 공연장이었다.
아마 그때 당시 2000년대 후반에 연습하던 모든 이들이 생각하던 꿈의 커리어.
-음악 방송 1위하고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 하기!
이게 현실적인 꿈의 목표.
조금 높게 꿈을 꾸면….
-KMA에서 대상 타기!
그리고 만약에 어마어마한 초대박이 터진다면?
해외에서 최고점의 인기를 누린다고 가정했을 때 목표로 삼는 곳이 바로 이 도쿄돔이었다.
-세계적으로 성공하면 도쿄돔 가기!
여기까지 현실적으로 꿈꾸는 초대박의 끝이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주경기장 콘서트는 아예 비현실적인 영역이었다.
세대별 레전드 가수 정도는 되어야 가는 곳이 주경기장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목표의 끝을 상징하는 곳이 바로 도쿄돔이었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그러니까요. 인터넷에서 맨날 돔 투어 돌아야 진짜라고 했던 사람들 이제 좀 조용하겠네요.”
리혁이의 말에 지호가 말했다.
“그거 아니던데요. 요새 보니까 5대 돔 돌아야 일본 인기가 진짜래요.”
“…또 조건이 생겼어?”
스탭들과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때였다면 소인배들답게 부들부들 했겠지만 도쿄돔 콘서트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는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바로 그때.
달칵-
문이 열리며 원석이 형과 민기 형이 매니저들을 데리고 돌아왔다.
우리가 물었다.
“밖에 어때요??”
“사람이 진짜 말도 못하게 많아.”
“진짜요?”
매니저들이 보여 주는 영상 속에서 복작복작 들어오는 중인 수플레들이 보였다.
동생들과 내가 우와- 하며 행복해하고 있는 동안, 공연 스탭들이 우리를 호출했다.
“다들 준비할게요!”
“네.”
미리 입은 의상을 정돈하고, 메이크업 쌤들의 수정 보완을 받은 후에 복도를 나섰다.
경호원들, 댄서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공연 스탭들이 ‘화이팅!’ 하면서 웃어 주었다.
“와아아아아아- 멋지다!!”
“화이팅!”
평소와 달리 약간 긴장해 있는 우리를 풀어 주기 위한 격려들.
우리 역시 긴장을 풀기 위해 평범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이따 콘서트 끝나면 뉴니버스 마지막 회 볼 수 있나?”
“생방으로는 앞부분 조금 놓칠 걸요.”
“아쉽네.”
오늘 방영하는 뉴니버스의 대학축제 마지막 회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함성이 커져 간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스크린에서 나오는 오버쿡 MV에 보내는 일본 팬들의 환호성.
점점 커져 가는 스피커의 음악 소리가 심장을 울리는 가운데, 동생들과 함께 리프트에 쪼그려 앉았다.
탁 트여 있는 환호성이 온몸을 강타했다.
온몸이 짜릿하다.
“진짜 왔네.”
데뷔하고 나서 4년 만에 오게 된 도쿄돔.
다른 돔에서 느끼지 못했던 묘한 감흥을 느끼고 있을 때, 문득 무언가 떠올라 메인보컬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본에서 도쿄돔이 제일 큰 곳인가?”
“더 큰 데가 있기는 하죠. 스타디움도 있고.”
“그렇구만.”
그런 말을 하며 내가 멤버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는 스타디움 가 볼까?”
“좋아요.”
비주가 웃으며 손을 얹었다.
한때 현실적인 꿈의 끝이라 믿었던 곳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새로운 꿈을 꾸기로 했다.
[스탠바이 하겠습니다.] [쓰리, 투 원-]덜커덩-
서서히 올라가는 리프트 위에서 동생들과 내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공연장의 시원한 공기.
[여러분.]의 전주 속에서 내가 나직이 인사했다.
[드디어 저희가 이곳에 왔습니다.]확 밝아지는 조명과 함께 터져 나오는 불꽃.
뜨거운 환호성과 함께 도쿄돔의 콘서트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