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8)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8화
공연을 하는 내내 우리의 에너지는 최고조였다.
[도쿄돔!]“와아아아아아아아-!”
[다들 재미있게 놀 준비되셨나요?]“하이이이이이이이이-!”
거대한 함성이 우리의 몸을 뒤흔들었다.
대개 일본 관객들은 리액션이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 객석에서 방방 뛰는 수플레들은 만국공통인 것 같다.
[도쿄돔은 저희가 예전부터 꿈에 그리던 공연장 중 하나였어요.]비주가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서 저희가 공연을 하게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도 제 버킷리스트의 14번이었어요.]웃음을 터뜨리는 수플레들.
[정말 도쿄돔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사실 저희가 일본에서 이렇게 큰 공연을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솔직히 지금까지 했던 활동에 비하면 과분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
다른 동료 아이돌들이 일본어 타이틀을 내면서 활동했던 것에 비해 우리는 일본어 음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에서 길게 체류하면서 활동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특별히 배제했다기보다는 상황이 그랬다.
해외를 여유롭게 공략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으니까.
대형 기획사에서 이름을 알린 그룹이라면 일본 활동을 조금 하고 와도 괜찮지만, 중소 기획사 출신이었던 우리는 해외에 나갔다 오면 국내의 인기가 리셋이 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인기를 꽉 잡고 나서는 일본 쪽에서 우리를 배척하기도 해서, 미튜브로 방향을 틀어서 일본 팬들을 공략하는 활동을 펼쳤던 게 전부였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아이돌들이 눈에 들어올 텐데도 우리의 팬을 해 준 수플레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요즘에 미국의 수플레들이 구름단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여러분도 애칭이 있으면 좋겠네요. 몽실몽실한….]중현이가 제안했다.
[계란찜(ケランチム)?]일본 수플레들이 단체로 웃음을 터뜨렸다.
계란찌무- 하고 말하는 중현이의 말에 주변에 있던 통역사 분이 일본식 계란찜은 다른 단어라고 했다.
지호가 발랄한 얼굴로 물었다.
[여러분. 계란찜(茶碗蒸し) 어때요?! 포근포근한 느낌.]“だめ(싫어)—!”
누군가의 격렬한 외침에 도쿄돔에 큰 웃음이 터졌다.
하긴. 나 같아도 외국 가수가 내한 공연에서 ‘이제부터 너희는 계란찜이다. 찜돌이 찜순이들!’ 하면 좀 웃길 것 같긴 하다.
멀찍이 다음 무대가 준비됐다는 수신호에 내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아무튼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내년에는 여러분을 뵙게 될 날이 더 많아질 수도 있겠네요.]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수플레들이 환호를 터뜨렸다.
해외 다양한 국가들에서의 활동.
우리는 내년에 발매할 인터내셔널 앨범을 홍보하기 위해 독특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 오버쿡을 통해 뜨거운 반응이 오고 있는 각국들.
세계 요리를 주제로 하고 있는 오버쿡 앨범의 수록곡들을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부르는 걸 기획 중이었다.
힌디어나 태국어, 일본어로 곡을 부른다든가 해서 다양한 나라의 팬들을 갈퀴처럼 끌어모으겠다는 야심에서 비롯된 기획.
[…그리하여 언젠가 여러분과 함께 도쿄돔보다 더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만날 수 있도록.]“와아아아아아아-!”
[그런 뉴블랙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힘차게 가 보겠습니다! 저희가 영혼을 불살라 보여 드릴 다음 무대는 바로…!]우리가 메인보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 리혁 군의 단독 무대입니다.] [리혁 상! 간바떼~!]막중한 책임감을 안겨 주고 떠나는 우리에게 리혁이가 눈을 흘겨 보이고는 이내 마이크를 들었다.
성가대처럼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노래를 시작하는 리혁이.
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성량이 나오는지, 기가 막힐 만큼 근사한 노래가 인이어를 통해 들려온다.
“휴우.”
무대에서 내려온 우리에게 매니저들이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메이크업 쌤들이 재빠르게 화장을 수정해 주고 땀을 닦아 주고 있는 동안 석환 형이 물었다.
“어때? 현장 사운드는 좀 괜찮아?”
“응.”
얼마 전 다른 돔에서 리허설을 했을 때 사운드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던 우리였다.
몇몇 돔들은 구조상 음향을 근사하게 만들기가 어렵다나.
하지만 오늘은 괜찮았다.
“도쿄돔만 전담으로 사운드 디자인 하는 팀이 있거든. 그 팀 불러서 이거 다 만든 거야.”
“이 정도면 괜찮아.”
약간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원래 돔 자체가 음향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그 모든 걸 상회했다.
얼마 전에 대학축제 특집으로 야외 축제를 했을 때 추운 날씨 때문에 고생했지만 돔에서는 날씨 걱정을 할 이유도 없고.
이렇게 대규모 관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도 몹시 마음에 들었다.
“얘들아.”
졸개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내가 말했다.
“우리 더 열심히 해서 돔 짓자.”
“넹. 근데 우리 돔 지을 돈은 누가 벌어요?”
내가 지호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해 주었다.
“당연히 너지.”
“…….”
“세계적인 대배우로 성장한 왕지호. 아카데미상과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에 출연한 대배우 왕지호의 사비로 짓는 왕돔.”
지호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세계적인 싱어송라이터로 대성공한 선우주가 짓는 파워-썬돔.”
“에이~ 그런 유치한 이름은…….”
“김덕순 돔?”
“…….”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았다.
“아니야. 그거 내가 하고 싶어도 안 될 거야. 할머니가 미쳤냐고 내 등짝을 때리러 올걸.”
옘병첨병을 외치면서 국자로 내 머리를 드럼처럼 연주할 홍콩할매가 떠올랐다.
“두둥탁… 두둥탁… 아마 에밀레종처럼 내 머리에서 소리가 나겠지.”
그런 말을 하던 내가 비주와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비주의 댄스 아카데미로 백만 수강생 돌파…?”
“힙합이 잘 터지면 고점이 겁나 높잖아여. 형. 중현이 형이 다른 래퍼들처럼 금목걸이 살 돈으로 돔 짓는 거예요.”
“오오.”
중현이가 시선을 회피하고 있을 때, 비주가 웃으며 제안했다.
“사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형.”
“?”
“리혁이를 세계적인 가수로 키우는 거예요.”
“호오. 좋은 생각이로고.”
결국 무대 위에서 아무 사정을 모르는 메인보컬에게 미루기로 훈훈하게 합의를 마쳤다.
리혁이가 개인 무대를 마치고 우리가 올라갈 준비를 하는 동안 시계가 보였다.
어느덧 9시를 넘긴 시각.
“…뉴니버스는 잘 되고 있으려나.”
오늘 마지막 회가 방영되는 뉴니버스에 대한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 *
뉴블랙이 한창 도쿄돔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때.
도쿄돔에 입성한 뉴블랙에게 축하 메시지를 달고 있던 한국의 수플레들은 오늘도 행복덕질을…….
-솔직히 2010년대 들어서 도쿄돔은 걍 기획사들 업적작 같은 거 아님?? 도쿄돔 요즘에 속된말로 개나 소나 감ㅋㅋㅋㅋ
-ㅇㅇ 2000년대 중후반 그때 도쿄돔 생각하면 안 됨
-요즘엔 솔직히 닛산 스타디움 정도 되어야 1티어지
도쿄돔에 대해 와글와글 떠드는 다른 아이돌 팬들.
수플레들이 분개했다.
‘그게 쉬우면 다들 가 보라고 해.’
‘우리 3일 전석 매진이라고! 너네가 말하는 건 이벤트성으로 하루 공연하고 마는 거잖아!’
3일간 15만 명을 채우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모습에 분개하자 또 화제가 바뀐다.
-5대 돔 투어해야 찐이지
-ㄹㅇ 삿포로돔 5만 명 채운다?? 그때부터야 찐이라고 할 수 있음
-역대 5대돔 가수들 라인업 보면 딱 견적나옴. 일본에서 체감 올 정도로 인기 있던 가수들뿐임
-3세대는 아직 틴스피릿 혼자인가? 텐티도 4대 돔이긴 하니까
수플레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진짜 돔무새들.’
앵무새들처럼 뉴블랙의 팬들을 돔으로 괴롭히는 이들이었다.
처음에 일본에서 인기가 굉장하다는 말에 ‘돔도 못 가는 아레나 쩌리래요~!’ 하며 이야기를 하더니, 오사카돔을 가니 ‘4대 돔을 돌아야 진짜다’ 라고 하고, 이제 4대 돔을 도니 5대 돔을 돌아야 진짜라고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글까지 올라올 정도였다.
[최근 주요 보이그룹 도쿄돔 입성기간]TNT (2010 데뷔) : 2014년 입성
틴스피릿 (2012 데뷔) : 2015년 입성 (역대 최단)
뉴블랙 (2014 데뷔) : 2018년 입성
별로 큰 차이도 없는데 누가 최단기간인지 따지고 있는 글.
수플레들이 떼잉 하며 혀를 찼다.
‘규호야. 다음에는 삿포로 돔 꼭 잡아라.’
아마 그때 되면 또 오리콘 차트부터 시작해서 TV 출연 횟수 등등을 비교한 자료들을 가지고 올 것이 뻔했지만,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돔무새들에게 해방되고 싶은 수플레들이었다.
하지만 말로는 참는다, 참는다 하고 있지만….
-진ㅉ ㅏ 개어이없고 황당하다 증말ㅋㅋㅋㅋㅋㅋ 일본투어 50만 명이 뉘집 강아지로 보이나
-네네네 인생최대 업적 내가수 5대돔이시고요~
-작년 일본투어 21만에서 올해 50만 된 건 안보이나 보네. 시력검사해서 안경 맞추는 거 추천해~
-경축) 5대돔 인정협회 탄생
-[속보] Q넷 돔 감별사 (Dome dectector) 1급 자격증 신설!
실제로는 절대 참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렇게 간만에 머리를 푼 아이돌 팬들이 치와와와 말티즈처럼 격렬히 싸워댈 뻔…했지만.
다른 아이돌 팬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수플레들의 눈을 돌릴 떡밥이 존재했다.
[뉴니버스 프로젝트 – 마지막 회]그런 자막이 상단에 떠오른 TV 화면.
광주 3개 대학 연합 축제를 마친 뉴블랙이 방송통신대학교의 축제를 진행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방송통신~!] [노래자랑!!]각양각색의 대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신명나게 장기자랑을 펼치면서 시청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젊었을 때 서커스단에서 일했다며 저글링 묘기를 선보이는 어르신.
꿈이 가수였다는 말답게 엄청난 노래 실력을 자랑하는 전직 회사원.
동생들과 함께 나와서 합창 무대를 보여 준 20살 초년생 등등.
-오늘 분위기 넘 좋다ㅠㅠㅠ 뭉클하고 재미있어
-김필부 할아버지ㅋㅋㅋㅋㅋㅋㅋㅋ 왕지호 때문에 눈 번쩍뜨이는 거 개웃겨
-이르으으음!!!!!!
-애들 진짜 분위기 잘 살린다. 노잼이나 갑분싸될 뻔한거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그거 다 살리네
일반인 출연자들과 환상적인 시너지를 자랑하고 있는 국민 아이돌.
뭉치기 힘든 다양한 관객층을 하나 되게 만들어서 분위기를 열광적으로 띄우고 있었다.
TV 속에서 70대 노인이 찌푸리면서도 웃고 있거나, 30대 관객들이 좋아하고, 어린아이들과 함께 있는 부모들도 좋아하는 장면들이 교차해서 흘러나온다.
물론 예능 자체로만 보면 도깨비 식당에 비해 다소 재미가 떨어지는 특집이긴 했다.
하지만….
“노래가 좋은 게 참 많네.”
“그러게. 얘네도 노래가 참 듣기 좋아.”
과거 유명 예능들에서 음악 특집을 할 때처럼 흥미롭게 지켜보는 시청자들이었다.
망고 같은 음원 어플을 많이 이용하는 유저들이라면 뉴블랙의 노래가 익숙하지만, 많은 대중들에게 뉴블랙의 노래는 대부분 ‘길거리에서 들어 본 그 노래’ 정도의 인지도였다.
유명 예능에서 가수들과 예능인들이 콜라보를 해서 낸 곡들을 듣는 것처럼 뉴블랙의 곡을 새롭게 듣는 대중들.
‘노래가 좋은 게 참 많네.’
‘어이구, 잘하네.’
쩌렁쩌렁한 라이브.
화려한 선곡.
그리고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인데도 온 힘을 다해서 연습을 하고 준비하는 백스테이지의 모습들까지.
도깨비 식당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화제성이긴 했지만, 가수로서의 뉴블랙을 대중들에게 임팩트 있게 각인시키는 것에선 완벽한 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이제 이것도 마지막이야??”
“응. 내년이나 돼야 시즌 2가 나온대.”
뉴니버스 프로젝트의 말미.
대학축제 특집을 마무리하면서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왔다.
[한국대!] [와아아아아아아아-!]뉴블랙이 현수막을 펼쳐든 채 여러 대학교의 관객들과 사진을 찍는 장면들이 뭉클한 BGM 속에 흘러나왔다.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몇 달 동안 재미있었는데…….’
무려 20회 가까이 방영했던 뉴니버스의 시즌 1이 마침내 종영을 고하는 순간이었다.
잔잔하면서도 때로는 큰 재미를 주었던 방송.
불편한 것 없이 온가족이 보기에도 편하고 재미있었던 예능이 끝난다는 것에 묘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느껴졌다.
-시즌 2 언제 하냐ㅠㅠㅠㅠㅠㅠㅠㅠ
-즌2 바로 찍어줘
-안돼 내 야식친구ㅠㅠㅠㅠ
-혹시 뉴니버스 비슷한 예능 있으면 추천해줄 수 있어??
-없어ㅠㅠ
-대체제가 없으니까 시청률이 이렇게 나오는겨..
그렇게 모두가 종영을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TV에서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걸 보며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껐던 이들이 온라인에서 그들을 호출하는 댓글을 보았다.
-혹시 채널 돌린 사람ㅇ있으면 지금 돌아와!!! 쿠키 있다
-쿠키 있음!!!!!
‘쿠키가 있어?’
호기심에 TV를 다시 켜니 까만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빛.
[휘이이이이잉-]새하얀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는 설원.
성에가 낀 부리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펭귄 무리들이 나오면서 자막이 떴다.
[미지의 땅 남극.]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에게 뉴니버스가 눈을 찡긋했다.
[19년 봄. 뉴니버스의 스페셜 특집이 방영됩니다.]* * *
도쿄돔에서 3일간 콘서트를 마친 후.
“끄어어어어…….”
“그어어어어….”
우리는 좀비 같은 몰골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전세기에 올라타자마자 동생들이 좌석 위에 널브러졌다.
“어우으으…….”
다크서클이 깔린 눈을 초췌하게 빛내던 리혁이가 내게 말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스케줄 잡지 말아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어지간하면 힘들다 불평을 안 하는 졸개들도 피로를 호소할 만큼 어마어마한 강행군이었다.
일본, 미국, 일본, 미국, 한국, 일본 등등.
중현이가 피곤한 얼굴로 어깨를 주무르며 말했다.
“긴장이 풀리니까 더 힘든가 봐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책임감이 막중한 스케줄들을 앞두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 다 끝나고 나니 밀렸던 몸살이 와르르 쏟아지는 듯했다.
둑으로 막고 있던 몸살 기운들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끼며 동생들에게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관리 잘하자. 우리 피날레 콘서트 있으니까.”
“그죠.”
이제 며칠간 푹 쉬고 나면 주경기장에서 앵콜 콘서트가 2일간 있었다.
그래도 피날레 콘서트는 관객들과 우리 모두 즐기는 모드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심적 부담이 큰 스케줄은 아니었다.
언어도 다르고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해외 스케줄들이 항상 긴장인 거지.
“다들 좀 자 둬.”
“…….”
“이미 자는군.”
승객들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나온 기장님이 혼절해 있는 우리 애들을 보며 작게 웃었다.
기장님과 간단하게 비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고오오오오-
어두운 밤하늘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일기장을 펼쳤다.
저번에 졸아서 쓰지 못했던 페이지는 슥슥 넘기고.
여러 가지 상념을 정리했다.
“이제 올해도 거의 끝나 가네.”
불과 한 달 반만 지나면 2019년이 다가온다는 게 안 믿겼다.
짧은 비행시간 동안 올해 있었던 일을 정리하면서 노트북을 꺼내 곡 작업도 했다.
“확실히 청개구리 마인드가 곡 작업이 잘 되네.”
“?”
옆자리에서 고개를 갸웃하는 석환 형에게 내가 말했다.
“이번에 히어로 영화 관련해서 신경을 좀 쏟아서 그런지, 곡 작업이 잘 되는 거 같아. 희한하게 곡 작업에만 몰두하면 잘 안 풀리는데, 다른 걸 하다 오면 잘 되더라고.”
“원래 다 그렇지. 시험 기간에는 신문 칼럼만 봐도 재미있잖아.”
“확실히 그런 게 있네.”
다른 취미라도 가져 봐야 하나- 하는 말에 석환 형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내년에는 스케줄을 좀 줄여 봐. 개인 시간도 가지고. 사람은 로봇이 아니야.”
“올해는 좀 특수했잖아.”
한창 바빴던 15-16년도가 우리가 국내에서 라이징으로 치고 올라갔던 시기라면 올해 18년은 세계에서 라이징으로 치고 올라간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형 말이 맞아. 조금 인간적인 여유를 가질 때도 됐지.”
“그래.”
“근데 형… 나 취미가 있었나……?”
“…….”
“이럴 때 보면 나 스스로가 노잼 인간이란 사실만 실감하는 거 같아.”
“야. 네가 무슨 노잼이야.”
작게 웃던 매니저가 내게 말했다.
“아니면 작은 목표 같은 거라도 세워 봐. 개인적인 목표? 뭐 그런 거.”
“작은 목표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수첩으로 시선이 향했다.
올해 있었던 일정들에 대해 소감이나 피드백을 짧게 적어 두었던 것 중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
[한국대 일일 대학생 체험 : 재미있었음.. 뭔가 배워 보자]잠시 보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나 수능 다시 봐 볼까. 형?”
“너 혹시 취미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아니. 이거 진짜 괜찮은 거 같은데…? 대충 한 5~6년 정도 조금씩 꾸준히 공부해서 다시 대학교 지원하면 되잖아?”
이번에 대학 축제 특집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움이 있었다.
대학에서의 배움이란 게 내 생각보다 정말 재미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수능을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보지 못했던 13년도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던 차였다.
“요즘도 EBS에서 수능특강 팔고 있나. 음?”
“…….”
“형. 왜 그렇게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고 그래?”
“…….”
매니저가 나를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며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