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0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09화
84장. 레몬 보이즈.. 힘차게 뛰어라!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을 무렵.
나는 졸개들에게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네?”
리혁이가 되물었다.
“수능을 다시 보겠다고요?”
“엉.”
내가 후후후 웃었다.
“곡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 취미로 수능 공부를 하다 보면 가슴이 갑갑하고 스트레스도 쌓이고, 그러면 곡 작업이 얼마나 재미있어지겠어?”
“…….”
“그뿐만이 아니야. 이거 남는 장사라니까. 취미 생활을 하는데 나에게 대학 입학증이 떨어진다?? 완전 대박 아니야?”
“…….”
“…왜 다들 말이 없어?”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지호가 눈을 비볐다.
“형들. 저 지금 아직 꿈에서 못 깼나 봐요. 우주 형이 막 미친 소리 하고 있어요.”
“지호야. 형 제정신이야.”
“미친 사람들이 자기가 미쳤다고 하는 거 봤어요?”
리혁이의 말에 다들 공감하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공부하는 거야 좋긴 한데 우리 스케줄 생각하면 대학 다닐 시간이 안 나지 않을까요?”
“응. 그래서 조금씩 5~6년 정도 하는 거야. 그렇게 공부를 해 놓고 나중에 30대쯤 돼서 시간 널널해질 때 입학을 하는 거지.”
“…….”
“마침 생각났는데 어때. 비주야. 우리 같이 공부해 볼래?”
스터디 그룹? 하면서 눈을 초롱초롱 뜨는 나를 비주가 외면했다.
무엇이든 같이 하는 걸 좋아하는 우리 메인댄서마저 이런 반응이라니.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해 봐요.”
“괜찮지?”
“아뇨. 어차피 고집 세서 안 들을 거잖아요.”
“그렇긴 해.”
선선히 수긍하는 나에게 리혁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뭐 우리가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다가 탈이 날까 봐 그러는 거죠. 지금도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스케줄인데 거기에 공부까지 한다니까.”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가 사려 깊은 얼굴로 말했다.
“맞아요. 식물도 물을 너무 많이 주면 꽃을 피우기는커녕 오히려 상하잖아요. 그래서 탈이 날까 걱정이… 어, 잠깐만.”
말을 하던 중현이가 멈칫하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우주 형은 식물로 비유하면 향부자 같은 사람이니까. 어… 괜찮을 수도?”
“향부자?”
“한 번 논밭에 침투하면 쉽게 안 사라지는 잡초예요.”
“…….”
중현이가 혼자 턱을 매만지면서 중얼중얼하기 시작했다.
상념에 빠진 자연 덕후를 내버려 두고 시선을 돌리자, 멤버들이 말했다.
“아무튼 갑자기 공부한다고 무리하고 그러지만 않으면 우리도 찬성이에요.”
“저두요.”
비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예전부터 되게 아까워하고 있었거든요.”
“어떤 걸?”
“형이 수능 못 본 거요. 그때 모의고사 성적도 굉장히 좋았다고 했잖아요.”
비주의 말마따나 계속 마음 한편에 남은 아쉬움이긴 했다.
나 스스로 가지 않기로 판단했더라면 아쉬움이 적었을 테지만, 당시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응시조차 못 했으니까.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수능이라도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그래서 저는 형을 응원해 주고 싶어요.”
“고마워. 비주야. 근데 정말 취미로 할 거라서…….”
그 정도로 진지한 목표는 아니라고 말해 줬다.
언젠가 연예계 활동이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자아실현의 목표 정도.
졸개들이 어디 한번 잘해 보라는 듯한 표정으로 동의해 주었다.
왜 내가 허락을 맡는 구도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와.”
전세기에서 내려서 공항으로 향하는 복도에서 지호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저 문득 그 생각하고 소름 돋았어요. 형들.”
“?”
“우주 형이 만약 그때 수능을 봤으면 우리랑은 못 만났을 거 아니에요.”
“!!”
“우리가 타임머신 타고 가서 우주 형이 수능을 무사히 보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 봐요.”
지호가 손가락으로 전세기를 가리켰다.
“막 전세기가 지금 모래처럼 흩어지고… 밖에 지금 기자 분들 수십 명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지고…….”
“무슨 소리야. 내가 없어도 너희는 성공했어.”
“…….”
다들 별로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나도 내 상상을 말했다.
“아마 작곡가와 가수로 만남을 가지지 않았을까? 너희랑 만나기 전에는 내 목표가 잘나가는 프로듀서가 되는 거였으니까.”
“음…….”
중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 생각에 형은 대학을 갔어도 가수 됐을 거 같아요.”
“왜?”
“그냥 느낌이…? 뭔가 대국민 서바이벌 오디션 같은 데 나가서 싱어송라이터 선우주 이렇게 등장했을 거 같은데요. 지금쯤 혼자서 고척돔이나 주경기장에서 콘서트하고 있고.”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치면 끝이 없지 않을까…?”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가정법은 딱히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런 가정법대로 생각하면 나는 부모님에게 해외에 나가지 말라고 말려서 지금까지 같이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나가지 못했던 콩쿨에 출전해서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됐을 수도 있고.
TNT의 멤버가 되어서 태현이와 한빈이, 지훈이 같은 멤버들과 함께 살고 있을 수도 있었을 테고. 방금 동생들이 말했던 대로 대학교에 가서 이색적인 사건이 펼쳐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가지 않았던 그때의 길을 갔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졌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아쉬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치만 지나간 건 다 지나간 거지. 나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우리가 만나게 됐다는 거. 그래서 우리가 같이 함께하고 있는 거. 나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
우리가 안 만났더라면 하는 가정은 별로 의미가 없다.
우리는 만났으니까.
중요한 건 현재의 우리라는 말에 동생들도 이런저런 가정을 말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웃으며 동의했다.
“그러네요.”
“혹시 너희가 보기에 내가 그때 수능 날을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해서 말하는 거야.”
딩동-
내 핸드폰 알림에 동생들의 시선이 뺏겼다.
“뭐예요?”
“아. 수능 교재 주문한 거 배송 시작했대.”
“…본격적인 거 아닌 거 맞죠?”
“취미라니까.”
“그럼 몇 권 샀는데요?”
내가 뺨을 긁적이며 시선을 돌렸다.
“20권 정도…?”
“그건 취미가 아니잖아…!”
* * *
한국에 돌아온 우리는 간만에 푹 쉬었다.
소고기도 먹어 주고, 연습도 조금 하고, 하루에 7시간 정도 푹 숙면을 취하는 꿀 같은 휴식.
“어디 보자.”
회사에 출근한 내가 핸드폰 스케줄러를 바라보았다.
-[중요] 피날레 콘!! ★
-뉴블랙의 여행일기 III
-중현이 솔로 앨범 홍보 도와주기
-사운드 오브 선 프로모션
널널하다.
솔직히 최근 몇 달 간의 스케줄 중에서 제일 널널하다.
피날레 콘이야 그야말로 즐기는 자세로 임하면 되고.
여행일기도 사실상 휴식이고, 중현이 솔로 앨범도 적당히 SNS 홍보로 도와주는 거고.
그나마 사운드 오브 선 프로모션이 조금 고될 텐데… 그걸 제외하면 스케줄이 여유 그 자체였다.
“또 뭐가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사람을 툭 쳤다.
“야. 생각해 봐. 나 뭐 없을까?”
“음.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훤칠한 키에 귀공자 같은 페이스.
속눈썹을 착 가라앉히며 생각에 잠겼던 한별이가 말했다.
“오버쿡 떴으니까 뭐 해외에서 부르고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야. 막 와우! 오버쿡의 주인공을 모셨습니다- 이런 나라들 토크쇼.”
“거긴 사운드 오브 선 프로모션할 때 가려고. 영화 홍보 플러스 오버쿡 같이 해서.”
“음, 그러면…….”
농담으로 나 뭐 없을까? 하고 말한 건데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 주는 모습에 웃었다.
한별이가 말했다.
“여기 제일 중요한 걸 안 적었네.”
“?”
“귀염둥이 동생, 장한별 솔로 앨범 홍보해 주기.”
“그건 당연히 써 있지.”
밑으로 주르륵 내려서 보여 주니 상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녹음 준비는 많이 했어?”
“많이 했지. 많이 하긴 했는데 좀 떨린다. 나 정말 오랜만에 노래 부르는 거라서…….”
“단체곡 있잖아.”
“나 국내 곡은 파트 적은 편이었잖아. 영감님이 와 가지고 허허~ 한별이는 중국 가야 하니까 목 아껴~ 허허~ 그러면서 파트 칼질하고.”
1일 1 박태준 회장에 대한 디스를 시전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웃고는 격려를 해 주었다.
“잘할 거야.”
“잘해야지.”
복도 끝에 있는 녹음실 문이 가까워졌다.
2층의 대형 녹음실.
최신 장비가 갖춰져 있는 곳에서 프로듀싱팀 직원들과 A&R 직원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우주 하이~ 한별 씨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번 한별이의 한국 솔로 데뷔곡을 쓴 나상윤 팀장의 옆에 내가 앉았다.
총괄 프로듀서 역할은 내가 하고 있었지만, 곡을 쓴 작곡가는 나상윤 팀장님이었다.
내가 쓴 곡을 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는데, 이에 나와 한별이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포커스가 너무 한쪽에 쏠린다.
내가 프로듀싱을 한 거라면 괜찮다.
이번에 장한별 앨범이 나오는데 선우주가 프로듀싱을 했다더라 하는 건 괜찮지만 곡을 써 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마 나는 주목을 못 받고 형한테만 주목이 다 갈걸?
-맞아.
곡이 잘 되거나 한별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그게 한별이의 성적이 아니라 작곡가 선우주의 성적이 될 가능성이 컸다.
특히나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솔로 아티스트 장한별의 의도와도 안 맞는다.
-대중형 가수.
이미 태현이가 탑으로 꽉 잡고 있는 아이돌 솔로판은 몹시 불리하다.
가수 본인도 이미 TNT라는 아이돌로서 성공한 상황이기에 아이돌 솔로로 성공하기보다는 대중적인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려면 중국 활동 때문에 대중들이 잘 몰랐던 한별이의 인지도를 알리는 게 필수.
이들에게 장한별이란 가수가 있어요- 라고 어필하는 것이 목적인 상황에서 내가 쓴 곡으로 나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티스트보다 내가 더 돋보이는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곡을 쓰기보다는 프로듀싱팀과 외부에서 곡을 공모해서 선별했다.
그 결과가 나상윤 팀장님이 쓴 곡이고.
“자.”
내가 목을 풀고 있는 한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준비됐어?”
“넵.”
“그럼 가 보자.”
느긋하게 녹음 부스에 들어간 한별이가 가볍게 목을 풀었다.
A&R팀 직원 중 하나가 감탄했다.
“와. 벌써부터 좋은데요?”
“워낙 잘 부르는 친구예요. TJ에서 노래만 하면 인기 없다고 대부분 춤 위주 활동을 시켜서 그렇지.”
감미로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헤드폰을 낀 채 가사를 흥얼흥얼하면서 목을 풀고 있는 가수.
이제 내년이면 10년 차가 되는 연예인이다 보니 본인만의 녹음 루틴이 딱 잡혀 있는 느낌이었다.
딸깍-
토크백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준비되면 말씀해 주세요. 한별 씨.”
-네.
심호흡을 후- 하며 토하던 한별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준비됐습니다.
“그럼 갈까요?”
-그 전에 한 가지만 말씀드려도 될까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별이가 당부를 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으면 바로 짚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서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이기도 해서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건 일이잖아요.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한별이가 중화권에서도 톱스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조심스러워하는 게 없잖아 있었다.
저쯤 되면 녹음할 때도 작곡가들이 정말 짚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아하하~ 하면서 웃고 넘기니까.
대충 요런 느낌이다.
-저거 넘어가도 괜찮아요, 피디님?
-야. 그럼 내가 저기다 대고 어떻게 또 몇십 번이고 다시 하라고 그러냐. 그냥 기계로 만지는 게 낫지.
-근데 이거 좀 아쉬운데…….
혹여나 이런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하는 한별이의 당부에 내가 답했다.
“한별 씨.”
-네?
“걱정하지 마세요. 오히려 10시간쯤 지나면 한별 씨가 저에게 요청을 할 거예요. 특별 대우를 해 달라고.”
-바로 그거예요.
흔쾌히 웃던 한별이가 동의하는 모습에 다들 신기해했다.
“보통 10시간 이야기 들으면 기겁하던데.”
“저 친구랑 저랑 태현이, 이렇게 몇몇이서 TJ에서 연습 메이트였어요.”
“아.”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근데….
한별이가 멈칫하고는 물었다.
-진짜 10시간은 아니지?
“…….”
생긋 웃는 내 모습에 상대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날.
우리 모두 행복한 마음으로 명반을 완성했다.
-돌았어. 형이랑 한태현은 진짜 돌아 버린 사람들이야.
“화가 나지?”
-응.
“그래. 그거야 한별아. 그 분노의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보자.”
-!%!%
…뭐, 영어와 중국어가 섞인 욕을 먹기도 하면서.
* * *
한별이의 앨범을 멋지게 완성시킨 후.
앵콜 콘서트를 앞두고 우리는 휴식도 할 겸 가벼운 방송 녹화 촬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GO! BUSTERS—!]바로 우리의 계열사인 DNS 미디어에서 데뷔하는 신인 아이돌의 데뷔 리얼리티였다.
오늘 촬영 일정은 대주주로서 레몬 엔터 연습생 VS DNS 미디어 데뷔조의 홍보를 도와주는 것.
그렇다면 저 연습생들이 배틀을 하는데 너희는 역할이 무엇이냐 한다면…….
“여기가 심사위원석이에요.”
“아, 네.”
K넷 스탭들이 공손하게 촬영에 대해 안내를 해 주었다.
“이따가 입장하시는 컷 딸 거고요. 혹시 시간 가능하시다면 간단한 인터뷰를…….”
눈치를 흘끔 살피는 PD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네, 그럼 준비 잘 부탁드릴게요.”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는 신이 나서 2층의 대형 연습실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스탭들을 바라보았다.
지호가 힝 하며 말했다.
“부럽다. 나도 심사위원 하고 싶은데.”
“할래?”
“아녀. 저 사실 점수 매기고 평가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연습생들 격려해 주는 멋진 선배 할래요.”
다들 짧게 출연은 해 줄 것이지만 오늘 무대를 심사해 줄 심사위원은 나와 리혁이 둘이다.
오늘 촬영에 참여하는 스보에서 둘만 오기로 했는데 마침 한조와 기원이어서 그렇다.
리더+메인보컬 조합.
옆에서 아쉬워하는 비주를 달래 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애들은?”
“대표님이랑 이야기 나누고 있나 봐요. 오늘 무대 앞두고 격려해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구만.”
대충 흘려넘기던 내가 물었다.
“근데 오늘 DNS에서 임현식 대표님도 오시나?”
“그럴걸요.”
“일 났네…….”
가요계에서 앙숙으로 소문난 두 대표님과 함께 방송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력이 소진되는 기분이었다.
* * *
TJ 엔터.
레몬 엔터와 맞은편에 있는 회사 사옥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오늘 레몬 앞에서 무슨 촬영하나?”
“그런가 봐.”
레몬 엔터의 앞에 카메라맨들이 서 있기 때문이었다.
뉴니버스 같은 뉴블랙 컨텐츠라도 촬영하는 건가 의문을 품은 TJ 직원들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어? 뭐 찍나 봐.”
“뉴블랙인가? 뉴블랙?”
“와.”
그렇게 붐비고 있는 레몬 엔터의 앞에 커다란 차량 두 대가 섰다.
“와아아아아…! 아아아?”
“와아?!”
문이 열리면서 환호성을 외치던 사람들이 머뭇거렸다.
‘…뉘신지?’
알록달록한 머리색을 한 아이돌들이었는데 전부 초면이었다.
그러다가 그 속에서 솜사탕 같은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귀염상의 래퍼가 눈에 들어왔다.
“홍주다!”
“누구? 계홍주?!”
유명 힙합 서바이벌에서 이름을 알린 의 준우승자.
그 유명세에 다들 ‘와아-’ 하고 있는 동안 신인 아이돌들이 시민들을 향해 90도 각도로 인사했다.
“엑스! 버스터!”
“안녕하세요. 신인 아이돌 엑스 버스터입니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시민들에게 쭈뼛거리거나 침을 꿀꺽 삼키며 허리 숙이는 데뷔조.
그들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또 다른 차량이 도착하면서 환호가 터졌다.
“와아아아아아…!”
유명 아이돌인 스트릿 보이즈의 리더 한조와 메인보컬 기원이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었다.
기원이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신인 아이돌 데뷔 평가 봐주러 왔어요~”
“저희 회사랑 레몬 엔터 연습생들이 붙거든요.”
그렇게 대중들이 SNS에 쓸 말을 읊어 주는 동안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등에 무언가 닿았다.
툭-
“음……?”
…하고 시선을 돌린 구경꾼들이 슬금 물러났다.
험상궂은 불독 같은 얼굴.
정장을 입은 키 작은 사내가 레몬 엔터 사옥의 꼭대기 주변 층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유달리 반짝이는 창문.
‘기다려라. 대머리.’
DNS 미디어의 임현식 대표가 크흐흐 웃었다.
‘오늘 우리의 데뷔조가 너희를 완전히 부숴줄 테니까. 흐하하하하!’
그리고.
그런 그를 레몬 엔터의 꼭대기 층에서 지켜보는 인물이 있었으니…….
‘어디 해 보거라. 현식이 이놈. 후후후후.’
사악한 소림사 스님처럼 웃는 박규호 대표였다.
그렇게 두 남자의 치열한 눈싸움이 펼쳐지는 동안.
반짝-
레몬 엔터 사옥 벽에 새겨진 [규호♡현식]이란 낙서가 예쁘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