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1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16화
가슴이 콩닥거린다.
“저 문 너머에 알래스카의 수플레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낯선 땅에서 우리를 기다렸을 팬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렜다.
“지금까지 텍사스나 플로리다 같은 곳은 가 봤어도 알래스카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잖아. 우리 온다는 소식에 수플레들도 엄청 설렜을 거야. 그치?”
“…….”
“…….”
잔뜩 설레서 떠드는 나의 말에도 동생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 내쉴 뿐.
퀭한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는 멤버들에게 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다들 왜 그래? 안 설레?”
“내가…….”
리혁이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한숨도 못 잤어요. 왜겠어요?”
“비행이 불편했나?”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
리혁이가 나팔바지를 펄럭이며 꽃무늬 맨투맨을 손으로 잡아 흔들었다.
“내가 이걸 입고 팬들을 만나야 한다고-!!”
“?”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갔다.
“예쁜데?”
“제발, 본인의 심미안이 정상인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어요. 아니 진짜 어떻게 이대로 팬을 만나냐고…….”
멤버들이 울상을 지었다.
“저 안 나갈래요. 집 가고 싶어요. 아빠 보고 싶어요.”
“형, 진짜 저희 이대로 나가요?”
“형이 입으라고 한 옷들… 아무리 봐도 고구마 해충 같은데.”
다들 간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단호했다.
“나는 너희를 약하게 키우지 않을 거야.”
“……!”
“눈으로 욕해도 소용없어.”
이대로 팬을 만날 수는 없다며 괴로워하는 동생들에게 내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금은 조금 창피할지도 몰라. 하지만 10년이 지났을 때, 너희는 재평가를 받게 될 거야.”
“너무 텀이 길지 않아요…?”
“가자! 비주야!”
먼 산을 바라보는 비주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질질질-
질질질질-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가는 졸개들의 맨 앞에서 내가 걷자 자동문이 지잉 하고 열렸다.
그 순간.
수플레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꼒!!”
“억!”
“끼엑-!”
수백 명의 수플레들이 요상한 반응을 보였다.
플래카드를 떨어뜨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히끅!”
…반응이 굉장히 격하네.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있던 관광객 커플도 입을 떡하니 벌리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신기한 걸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다들 안녕하세요-!」
우리가 손을 흔들면서 수플레들이 고개를 숙인 채 와아아아- 했다.
보통 눈을 마주치고 좋아해야 하는데, 막 눈을 둘 데를 몰라서 괴로워하는 그런 느낌.
「호오….」
내가 알래스카의 수플레들에게 물었다.
「수플레! 혹시 부끄러워요?」
「네…!」
「역시.」
「Oppa들이 부끄러워요-!」
「…….」
부끄럽다는 게 그 뜻이었나.
중현이가 영어로 궁서체 말투를 구사했다.
「우리 자유의사 없었다. 이 사람이 강제로 우리에게 옷을 입혔다. 우리는 지금 고통 받고 있다.」
「도와달라.」
지호도 같이 가세하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가 핸드폰 전광판 앱으로 [SOS]를 띄우는 걸 보며 웃고는 수플레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처음에는 조금 부끄러워했던 것 같지만 얼마 안 가 엄청 반가워하기 시작했다.
팬들과 셀카를 찍거나 악수를 하며 물었다.
「오래 기다렸죠?」
「네.」
「저희도 보고 싶었어요.」
한 번도 안 본 사이에 보고 싶다는 말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는 것 같았다.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그러자 수플레들이 플래카드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빙하가 그려진 플래카드 위로 우리의 얼굴들이 합성된 사진들.
[Welcome to Alaska]우리의 사진이 북극곰과 이글루와 합성된 걸 보며 빙긋 웃었다.
정말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 * *
팬 서비스를 하는 데만 거의 1시간이 걸렸다.
다시 오기 힘든 곳이라 팬들에게 더 공을 들였던 것도 있지만, 인파가 계속 불어났기 때문이었다.
「저도! 저도 같이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
「네덜란드에서 왔어요. 지금 당신들 노래가 우리나라에서 엄청 인기라는 거 알아요?」
「르완다에 있는 제 친구들에게 인사해 주실 수 있나요? 친구가 팬인데 이름은 밀턴이에요.」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면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공항 앞에서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탈 때도 형광조끼를 입은 안전요원이 ‘Hey’ 하면서 우리에게 아는 척을 할 정도.
“와. 오버쿡 진짜 장난 아니다.”
지호가 형광 목도리를 풀면서 감탄했다.
“사람들이 우리 다 알아요. 아까 지나오는데 공항 매점 아주머니가 우리한테 손 흔든 거 봤어요?”
“봤지.”
“어떻게 다들 알지…?”
우리가 상상했던 알래스카 분위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본래 상상했던 건 춥고 눈이 가득한 도시에서 우리를 보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사람들.
흔히 연예인들이 북유럽으로 여행 촬영을 갈 때 현지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보였던 그런 장면을 상상했다.
그런데 정말 보이는 사람마다 ‘뉴블랙!’ 하고 있으니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따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될까요?」
껌을 질겅이고 있던 현지 운전기사도 자기 딸이 팬이라면서 손으로 셔터 누르는 시늉을 했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공항 밖에 나와서 손을 흔드는 수플레들을 향해 창을 열었다.
「다들 고마워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멀어지는 동안에도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수플레들.
팬들이 완벽하게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우리도 차창을 닫았다.
“어우, 추워.”
“춥네요.”
한국에서는 단풍이 물든 계절인 10월.
이곳 알래스카 역시 마찬가지로 가을이었는데 한국의 가을보다는 조금 추운 편이었다.
비주가 가이드북을 뒤적이며 말했다.
“한여름에도 한국 초가을 같은 날씨래요.”
“그렇구나.”
차량이 앵커리지의 도로를 달리는 동안 우리가 신기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눈이 없네?”
흔히 알래스카 하면 상상하는 것은 눈 덮인 설원과 빙하, 이글루 같은 광경들이었는데…….
우리 눈에 보이는 건 그냥 쌀쌀한 가을 풍경이다.
현지 가이드에게 듣기로는 4계절의 구분이 꽤 뚜렷한 편이라나.
우리가 알고 있는 알래스카는 겨울 무렵 혹은 북극에 가까운 땅들이고, 실제의 알래스카는 여름에는 푸르른 녹음이 우거지고 동물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그런 장소인 듯했다.
비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저희 근데 이제 뭐 해요?”
피디님이 대답했다.
“다들 출출하시죠?”
“네-!!”
“일단 앵커리지에 있는 코리안 가든이라는 식당으로 향하는 중이에요. 불고기와 비빔밥, 해물파전이 있는 곳입니다.”
“!”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였다.
“그러고 나서 자유 여행이 시작될 텐데요. 여러분이 가 볼 만한 곳들을 추려 놨으니 자유롭게 선택하시면 돼요.”
이번 여행의 테마는 생존.
전반부는 자유 여행, 후반부는 야생 체험 등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야생에서의 생존도 중요하지만 문명사회에서의 생존도 중요하잖아요? 여러분이 과연 제작진의 도움 하나 없이…! 여행을 잘하실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계획…….”
계획 담당인 중현이가 심란한 얼굴로 지도를 받아 들면서 내가 제작진을 흘끔거리며 중현이에게 속삭였다.
“중현아.”
“네.”
“농사라고 생각해 봐. 오늘 밭일은 어디 나갈까 하고.”
“!”
그 말에 중현이가 눈을 크게 뜨며 여행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던 리혁이에게 내가 말했다.
“리혁아.”
“네.”
“분량 뽑자.”
고개를 끄덕이던 리혁이가 안경 케이스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지호가 박수를 쳤다.
“지금부터 서 리더가 알려 주는 알래스카 상식 코너~!”
“와아아아아아아-!”
리혁이가 알래스카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알래스카는 굉장히 큰 땅이에요. 보통 미국에서 크다고 알려진 텍사스 주가 한반도 면적의 3배 정도 되거든요? 하지만 여기는 8배 정도 돼요. 미국에서 제일 큰 주죠.”
그 말대로 멀찍이 앵커리지를 감싸고 있는 만년설의 산맥이 웅장했다.
“반면에 인구는 엄청 적어요. 전체 인구가 74만 명이고, 우리가 지금 있는 앵커리지가 알래스카 최대 도시인데도 인구가 30만 명밖에 안 되거든요. 춘천시랑 비슷한 인구예요.”
그 뒤로 리혁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원주민들이 잘 살고 있었는데 백인들이 와서 깽판을 치고 자기네 땅으로 만들고.
“원래 러시아 땅이었는데 당시 러시아가 재정 부담이 심해서 미국에게 돈을 받고 팔았어요.”
그것 때문에 당시 해당 거래를 주도했던 미국의 외무부 장관이 욕을 옴팡지게 먹었다나.
“왜 쓸모없는 땅을 사냐고 당시에 엄청 조롱을 당했는데…….”
“알고 보니 자원 뿜뿜?”
“맞아요.”
갑자기 금이 발견되면서 알래스카에서 골드 러시가 펼쳐졌는가 하면, 1960년대 들어와서는 석유까지 나왔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최근에 와서는 ‘알래스카 구매는 신의 한 수였당~’ 하고 여기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이내믹하구만.”
알래스카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으니, 이 땅에 대한 이해력이 좀 더 높…….
꼬르륵-
높아지기보다는 배가 고파진 것 같다.
온라인으로 한국 음식 식당의 메뉴들을 검색하는 동안 중현이가 우리에게 말했다.
“얼추 여행 코스 짰어요.”
“잘 짰어?”
“네. 볼래요?”
이윽고 중현이가 짠 계획표를 본 우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잘 짰다.’
‘엄청 잘 짰네??’
상대가 뭘 하건 간섭하거나 왈가왈부 할 수 없는 게 이번 리얼리티의 컨셉이라지만…….
생각보다 진짜 잘했다.
그런 표정이 티가 났는지 중현이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계획이 필요해요.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데 모든 작물을 완벽하게 기르려고 하면 탈이 나거든요.”
“그렇지.”
“그래서 여행지들을 고구마 밭으로 생각을 했어요. 꼭 가야 하는 고구마 밭, 나중에 가도 되는 고구마 밭. 어떻게 하면 해가 지기 전까지 농작물을 다 둘러볼 수 있을까.”
“호오… 여행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정말 선택과 집중이 딱 잘 되어 있는 계획표.
멀찍이서 피디님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잘 짰지??”
그걸 바라보며 동생들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각자 맡은 임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이번 여정.
‘어쩌면…….’
‘……생각보다 잘 풀릴 수도 있다?’
기대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 * *
뉴블랙의 여행일기 제작진.
그들은 프로 예능 제작진이었다.
그 말인즉.
-출연진이 고통 받아야 우리가 즐겁다…!
으아아아악- 하고 고생하는 모습이 나와 주어야 시청자들도 만족하고 제작진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여행일기 제작진은 지난 2시즌 동안 불행했다.
-노래방 기계로 100점 맞으면 용돈 더 주실 건가요??
시즌 1 제주도에서는 용돈을 건 온갖 미니 게임으로 제작진을 농락했던 뉴블랙.
바로 다음 시즌인 호주에서는 한정된 예산을 주면서 청춘 여행을 하라고 했더니.
-버스킹 할게요~ 꺄륵!
버스킹으로 떼돈을 벌어서 호화 여행을 다녔다.
그 때문에 이번 리얼리티에서 제작진은 단단히 이를 갈았다.
-이대로 패배할 순 없어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승리를 거두어야 합니다!
-옳소!
-어떻게 해야 이 여행이 좌충우돌이 될 수 있지?? 뭐 의견 좋은 거 없니?
그 결과 마라톤 회의 끝에 나온 방침.
-멤버들 간의 역할을 바꾼다.
평소 멤버들이 제일 못하는 걸 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추진한 특집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시작부터 엉망진창.
이상한 옷을 입고 출국한 뉴블랙을 보면서 제작진은 즐거워했다.
‘이제 얼마나 엉망일까!’
크큭… 웃으며 지켜보려고 할 때.
본격 여행이 시작되면서 제작진의 예상과 전혀 다른 장면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길 찾기 담당인 비주.
비주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길을 잘 찾아가고 있었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비주 진짜 길 못 찾는데.’
정신을 차려 보면 혼자서 1km 떨어진 곳에 있다거나 기상천외한 곳에 있는 사람이 비주 아니던가.
그런데 놀라울 만큼 길을 잘 찾고 있었다.
“?”
“??”
놀란 얼굴로 바라보는 제작진에게 비주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항상 길을 잘못 들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쪽이다! 싶을 때 계속 반대로 갔거든요.”
“……!”
발상의 전환.
늘 길을 틀리니 그걸 또 한 번 바꿔 보았다는 이야기에 제작진이 눈을 크게 뜨며 당황했다.
‘이… 이게 아닌데…….’
비주가 길을 헤매고 멤버들이 외딴 곳에서 ‘여기가 어디야?’ 하거나 혹은 뒤따라가면서 가슴을 팡팡 치면서 환장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제작진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 리더님!”
“네.”
“이제 저희 어디로 가면 될까요? 호수에서 배 타는 체험을 할지, 국립공원으로 갈지.”
제작진이 리혁을 리더로 뽑은 이유가 무엇인가?
-어…….
그것은 리혁이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알고 있는 지식도 많고, 생각도 많기 때문에 판단을 잘 못 내린다.
그런데….
“동전 던지기로 결정할게요.”
“?”
10센트 동전을 꺼낸 리혁이 동전을 빙그르르 탁 튕기면서 결정을 내렸다.
“뒷면이네요. 국립공원 쪽으로 가요.”
“예이이이-!”
그야말로 속전속결.
한참 동안 고민을 했어야 할 리혁이 바로 결정을 내리는 모습에 그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리혁이 비결을 밝혔다.
“저의 장점은 선택지를 잘 압축한다는 거예요. 최적의 선택지를 잘 뽑아내죠. 단점으로는 그 최적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데 굉장히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는 거고요. 여기서 포인트는 어느 선택지를 고르든 효용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거든요. 그럴 바에야 시간을 단축하는 게 훨씬 낫죠.”
그런 이유로 동전 던지기를 한다는 것.
그렇게 각자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에 제작진이 간절한 얼굴로 막내를 바라보았다.
‘지호야!’
‘지호야, 네가 유일한 희망이다!’
이제 기댈 것은 지호의 과소비였다.
흥청망청 기념품 소비를 한 지호가 텅 빈 지갑을 보면서 ‘어?! 돈이 없다?’ 하면서 제작진에게 ‘돈 좀 주세요!’ 애원하고.
이제 제작진이 깔깔 웃으며 미션을 주면 되는 거였다.
‘완벽한 계획이다.’
분명 계획은 그랬다.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지호야. 나 이거 사도 돼?”
“안 돼요.”
기념품 상점에서 빙하 모양의 장식을 든 형들에게 지호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거 사면 오늘 하루치 예산으로 책정한 금액을 초과해 버려요. 우리 식사 예산 줄어서 안 돼요.”
“이이잉.”
“그래도 안 돼요.”
칼같이 재정을 관리하는 재벌집 아들.
흥청망청 ‘탕진잼~’ 했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냉철한 얼굴로 소비를 조절하고 있었다.
‘지호가 저럴 애가 아닌데??’
‘육아 예능 나왔을 때도 장난감 사 달라고 졸라서 애기들이 창피해하지 않았나?’
정말 이상한 것투성이였다.
멤버들이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 먹으러 간 동안 제작진이 모여서 긴급회의를 했다.
“이거 나만 이상해?”
“아니. 나도 그래.”
“어떻게… 아니, 이게 아닌데??”
마치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척척 해내는 뉴블랙.
그런 의문을 품을 때 누군가 말했다.
“근데 아까 우주가 뭐라고 몰래 얘기하는 거 봤어요.”
“그래?”
그 말에 제작진이 촬영본을 돌려보았다.
그러자 진상이 밝혀졌다.
-길… 어떡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비주야. 반대로.
스으윽 하면서 제작진의 눈을 피해 비주에게 속삭이고 유령처럼 떠나는 우주.
제작진의 시선이 멀찍이서 꺄르륵 웃는 리더를 바라보았다.
‘너였구나!’
리더 역할을 맡기지 않았어도 리더는 리더였다.
멤버들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해서 은근슬쩍 유도를 한 것이다.
촬영본을 돌려보자 다른 멤버들에게 슬쩍 흘렸던 말들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중현아. 농사라고 생각해.
여행 계획을 고민하는 중현에게 농사라고 생각하라고 하는 우주.
-리혁아.
항상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을 과하게 쓰는 리혁에게 동전을 스윽 건네주며 속닥속닥하는 우주.
그렇게 비밀이 밝혀지고 있을 때.
“근데 나머지는 다 그렇다 치고. 지호한테는 뭐라고 했길래 애가 저렇게 계산기처럼 바뀐 거지?”
이윽고 그들의 눈앞에 녹화본이 떠올랐다.
지호에게 슥 다가가는 우주.
-지호야. 돈 관리가 고민되지?
-넹.
-너는 오늘 아버님을 연기한다.
-……!
그들의 시선이 지호에게 향했다.
핸드폰에 지출 항목을 정리하면서 입을 모으며 집중하는 얼굴.
중얼중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별다른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 지출만 있는 상황이군. 최대한 비용 절감을 할 필요가 있어. 값은 싸지만 포만감이 있는 음식들로 먹이고, 부족한 영양소는 설탕 가득한 간식을 먹이면 될 거야. 관광 상품 소비를 줄여야 하니 형들의 흥을 자주 깨야겠어.”
왠지 모르게 악덕 사장 같은 내용.
뒷짐을 진 채 으으으음- 하는 막내의 얼굴 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 보이면서 제작진이 눈을 크게 떴다.
‘왕현탁 회장……!’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