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40)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40화
뉴욕의 유명 영화 극장.
경호원들이 철통처럼 지키고 있는 극장 안은 사람들로 혼잡스러웠다.
「밥! 오랜만이군.」
「존스, 이 자식. 아직도 안 죽고 살아 있었구나. 정정해 보이는걸.」
「다들 오랜만입니다.」
그들은 바로 원로 음악인들이었다.
이 영화에 직간접적으로 출연했던 재즈 음악가를 비롯해 당시 레코드사를 운영하던 인물들 등등.
지금은 은퇴해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보고 주름진 미소를 지었다.
「버디! 이 친구! 이리 오게나.」
최근에 선우주와 VMA에서 를 함께 했던 트럼펫 연주자 버디 러셀을 비롯해 재즈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얼굴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있었다.
객석에 앉은 선명주의 팬들이 입을 떡하니 벌렸다.
‘미쳤어. 버디 러셀이다.’
‘밥 시거…? 마이 갓.’
‘뭔 재즈 업계 명예의 전당을 모아놨네.’
최근 반세기 동안 재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들.
그 와중에 가장 전설로 꼽히는 인물도 등장했다.
「윈스턴! 이쪽일세.」
윈스턴 로스.
색소폰 연주자이자 재즈의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이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입장했다.
그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제기랄. 네놈들은 죽지도 않고 살아 있군.」
「나이도 들었으니 입이 좀 부드러워졌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야. 여전히 험하군 그래.」
그런 말을 하면서 포옹하는 음악가들.
재즈 클럽에서 시가를 피우며 수다를 떨듯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가득했다.
누군가 말했다.
「그나저나 다들 만나 본 적은 있나? 그 아들 말이야.」
「난 있지.」
「나는 아직 없어. 초청만 받았지.」
팝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선우주가 뉴블랙의 멤버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명주의 아들’로서 선우주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했다.
노인들이 기억하는 선명주는….
-안녕하십니까. 선명주입니다.
굉장히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하지만 음악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자부심이 넘쳤던 인물.
-당신들의 음악관과 저의 음악관은 다릅니다. 우리는 변화해야 해요. 옛것은 옛것으로 남겨 두어야죠. 이대로라면 우리는 일부만이 듣는 음악이 될 겁니다. 어쩌면 박물관에 남겨질 유물이 될지도 모르죠.
……꽤 건방진 친구였다.
그 때문에 당시 음악인들과 충돌도 잦았고,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틀어진 이들도 있었지만 그의 재능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했다.
매번 말로는 아니라고 해도 모두가 그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나는 아직도 아쉬움이 하나 남아.”
한 노인이 말했다.
“그때 당시는 그 녀석이 너무 건방져서 인정을 못하고 있었거든. 그 친구가 나보다 더 낫다는 걸. 그가 만드는 음악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어.”
“나 역시도….”
“나도.”
처음 말을 꺼낸 이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내가 꺼냈던 말도 안 되는 비난들을… 주워담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더군.”
“정말 끔찍한 일이었어.”
다들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99년도의 그 사고.
선명주와 그의 밴드가 세상을 떠나면서 재즈가 화려하게 타오를 수 있었던 불씨가 사그라졌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누군가 떨어진 낙엽을 보듯이 영화관 바닥을 보며 말했다.
“두고두고 마음에 아쉬움이 남더군.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다면… 그때의 내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그의 음악이 누구보다 재즈다웠음을, 그리고 너무나 아름다웠음을 이야기해 줄 텐데.”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수가 공감했다.
노인들의 아쉬움이었다.
이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상황에서, 가끔씩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런 상념들.
침중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화제를 돌렸다.
“자자. 이렇게 축 처져 있지 말자고. 좋은 날이잖아. 이 친구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그나저나 우리가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라??”
고개를 갸우뚱하던 원로 음악인들 사이에서 그나마 젊은 연주자가 말했다.
“썬의 아들을 이야기하다가요.”
“아. 그랬군!”
그들이 버디 러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땠어? 자네가 이번에 V… 그 젊은 애들이 보는 무대에서 같이 트럼펫 불렀다며.”
“난 돈 때문에 간 거라서 별로 접점이 없긴 했는데… 잘생겼더군.”
알맹이 없는 감상에 그들이 시선을 돌렸다.
“윈스턴. 자네가 제일 잘 알겠군. 자네가 가장 길게 그 친구를 지켜봤을 거 아니야.”
“뭐. 나보다는 폴 같은 애송이가 그와 더 오래 같이 지냈다만….”
윈스턴 로스가 허공을 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별로 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히려 엄마와 더 닮았더군. 예의 바르지만 칼 같던 그 녀석과 달리 부드러운 성품 하며 웃는 눈도 그랬고 하지만….”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런 말이 떠오르더군.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다는 말.”
“……?”
“우주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이 드네. 어쩌면 하늘이 두 개의 태양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이 그를 일찍 데려간 건 아닐까 하고.”
보면 볼수록 제 아버지와 판박이라는 말이었다.
그들이 턱을 매만졌다.
‘흠.’
‘잘 모르겠군.’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한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이 특별한지는 알기 힘들었다.
사실 우주에 대해 잘 몰랐으니까.
명주의 아들이 K팝 스타고, 미국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끄는 팝 스타가 되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상념을 이어 가던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곧 만나게 될 테니까.’
그들이 객석에 하나둘 앉을 때.
소란스러운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오더니 감독과 출연진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선명주의 팬들과 관객들이 환호했다.
다들 그들을 박수로 맞이해 주는 동안 대표로 걸어오던 우주가 인사를 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선우주입니다.”
손을 내미는 이와 악수하는 음악인들.
오늘 우주를 처음 본 원로 음악인들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잘 모르겠군.’
아름답게 생기긴 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좋은 점만을 물려받은 미모.
하지만 선명주를 처음 만났을 때 같은 강렬한 카리스마는 느끼지 못했다.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오셨으면 했거든요.”
“와야지. 손녀 사인을 받아야 하거든.”
누군가의 농담에 다들 유쾌하게 웃었다.
다른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동안, 아버지의 지인들을 반기던 우주에게 누군가 말했다.
“음악이 좋다고 들었는데. 명주의 음악을 기반으로 뮤지컬을 만들어 낸 건가?”
“네.”
“흐으음.”
미리 이야기를 듣긴 했다.
뮤지컬 장르에 맞춰서 재즈를 팝스럽게 바꾸었다고 하는 말에 다들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떨지 잘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 선명주의 아들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
“여러분들은 이 영화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겸손하면서도 당돌한 웃음.
너희는 내가 바꾼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며, 너무나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재즈 음악인들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아버지를 쏙 빼닮은 미소였다.
* * *
십인십색(十人十色).
열 명이 있으면 열 명의 생각이 다 다르다는 말처럼,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개개인은 저마다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된다.
나라별 영화 취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을 바라보는 미국 관객들의 감상은 한국과 확연히 달랐다.
‘흐으으으음.’
‘그렇군. 한국은 저때 가난했군. 흐음.’
한국인들이 선명주의 어린 시절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거나 그리운 느낌을 받을 때.
미국인들은 담담한 눈으로 한국 장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발리우드 영화나 스페인 영화의 한 장면을 바라보듯 집중이 잘 안 되는 분위기.
선명주의 팬들만 ‘저것이 썬의 고향…’ 하며 Gun-san City에 대한 관심을 표할 뿐이었다.
하지만 장면이 미국으로 전환된 순간.
반짝반짝-
미국인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그가 성장한 후 메인 배경이 뉴욕으로 바뀌면서 관객들은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뮤지컬 넘버 가사들이 영어로 바뀌기도 했고.
[NEW YORK CITY]누구나 향수에 젖어들 수밖에 없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오렌지색 태양 아래 빛나고 있는 쌍둥이 무역 센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90년대 특유의 색감과 그때의 패션, 유행이 완벽하게 고증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때 진짜 좋았는데…….’
어느 시기가 안 특별하겠나, 하겠지만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90년대는 특별한 시기였다.
평화의 시대.
경제 호황.
그야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절로 눈에 물기가 맺힌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 영화는 재즈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연배우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 그대로 재즈에 대한 헌사를 바치고 있는 영화였다.
뮤지컬 넘버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쓰이는 음악들.
예컨대 초반에 윈스턴 로스가 선명주에게 재즈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 그랬다.
[수업이 재미가 없나 보군.] [아니에요.] [거짓말엔 소질이 없구나. 심심할 테니 재즈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몇 가지 들려주마.]성냥을 그어서 파이프 담배에 불을 피운 노인이 피아노로 재즈 스윙을 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였지. 내가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에서 벌어진 이야기였어.]그러면서 화면의 색채가 변한다.
독특한 애니메이션 화풍.
과거 흑인들이 해방되기 이전의 세월부터 비롯된 재즈의 흐름을 설명해 주는 장면.
거기에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미국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인이 없으면 신발끈을 절대 매지 못했다는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니? 그 친구가 가장 중요한 공연을 앞두고, 부인이 아팠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네.] [일단 3번 페이지부터 연주하자꾸나. 그 이후에 들려주도록 하지.] [쳇.]관객들도 ‘뭐야, 무슨 이야기인데’ 하면서 궁금해하고.
윈스턴 로스가 미소를 지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을 때.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선명주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다들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바로 인종 차별 장면들.
‘저, 저런…….’
‘와. 저….’
많은 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 차별을 당했는지는 몰랐던 팬들이 주먹을 쥐고 일반 관객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직 당시 관계자들이었던 이들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저런 녀석이 있었지.’
‘다 알음알음 들었던 이야기군.’
각색이 아니라 100% 고증이었다.
당시 악역으로 묘사됐던 이들의 언행.
음악인들이 헛웃음을 지으며 영화를 보았다.
‘저때… 많이 힘들었겠군. 힘이 돼 줘야 했는데.’
가뜩이나 힘들어했을 인물에게 네가 하는 건 재즈가 아니니 뭐니 했던 몇몇 음악인들이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이들에게 보여 주듯 영화는 선명주의 승승장구를 그렸다.
그야말로 언더독 그 자체였던 인물이 점점 성공을 향해 다가가는 장면.
“…….”
“…….”
여러 장면이 나오는 동안 음악인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계속해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분명 별로였어.’
멋지기 그지없는 선명주의 음악을 왜 저렇게 유치찬란한 팝으로 바꿨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 상태 그대로 완벽한 노래인데.
하지만 다른 뮤지컬 넘버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그들은 서서히 빠져드는 기분을 느꼈다.
‘……알 수 없군.’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무슨 음악인가.
재즈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대답은 ‘아니오’였다.
물론 재즈에는 분명히 재즈라고 정의를 할 만한 부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귓가에 들려오는 곡들은 재즈와 재즈가 아닌 것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래서 어지러웠다.
‘정말이지 알 수가 없군.’
과거의 자신들이었다면 당장 저건 재즈가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음악은 그들이 듣기에도 무언가 재즈의 정수를 담아내고 있었다.
‘아마도 원곡 때문이겠지.’
음악인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또 수상 후보에 들지 못했네.] [그런가요.]큰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음악 시상식에서 하나도 노미니 되지 않았다는 소식.
영화 속에 나오는 당시의 음악 업계가 그런 말을 하는 듯했다.
너의 음악은 재즈가 아니라고.
그 말에 몇몇 음악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나라고 달랐을까?’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면 때문에 외면당했던 인물.
그리고 재즈라는 음악을 낯선 땅에서 온 이방인이 제 것처럼 한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
물론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에 의견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선명주를 박대하거나 차별한 인물은 하나도 없었다.
하나 그들이 과연 심사위원이었다면 당시의 선명주에게 상을 주었을지 의문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선명주가 좌절한 표정 대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We are like stars in the galaxy,
separate, but connected with gravity
(우리는 은하수의 별들과 같죠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선명주가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And I am the Sun.
(그리고, 나는 당신들의 태양입니다)
차분한 적막 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눈을 뜨고 마주한 건 어둠이었지
부유하는 허공 속에서
나는 그저 작은 먼지 하나 였음을
작디작은 먼지.
하지만 그 먼지 하나하나가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듯, 사람들이 그의 곁에 서기 시작한다.
그를 지지해 주었던 인물들.
그중에는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일부도 있었다.
화음이 하나둘 더해진다.
빛을 기다려야 하는 세상이라면
난 그런 세상 따위 원치 않아
피아노를 연주하던 배우가 힘차게 피치를 올려 간다.
이젠 내가 빛날 차례야
그러니 조용히 지켜 봐
환한 오렌지빛 조명과 함께 후렴이 울려 퍼진다.
나는 마치 태양과 같으니-
보아라
새로이 태어난 당신의 태양을
선명주의 팬들이 입술을 모으면서 눈물을 글썽이고, 일반인 관객들도 글썽이는 눈으로 지켜보는 동안.
음악인들은 귓가에 들려오는 음악을 주목했다.
‘이건…….’
선명주가 작곡한 노래가 아니었다.
아들이 작곡한 아버지의 테마곡.
하지만 오늘 들었던 그 어떤 곡보다도 재즈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곡이었다.
편곡된 다른 곡들에 반신반의했던 이들도 이 곡만은 재즈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그 어떤 방벽을 세워도
찬란한 빛은 막을 순 없지
영화 속에서 그들을 옥죄어 오는 방벽.
어둡고 무시무시한 방벽에 다들 겁에 떨지만 선명주가 찬란하게 노래를 이어 가면서 태양빛이 빛난다.
그러면서 그들을 옥죄던 장벽이 드러난다.
그건 바로 사람들이었다.
당시 소외되어 있던 선명주와 연주자들에게 모진 말을 했던 사람들.
그들 모두가 손을 맞잡은 채 옥죄어 오는 장면에 관객들도 같이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다.
꿀꺽-
자신의 외모를 비난하던 과거의 연인, 은행가가 아닌 악사의 꿈을 좇는 아들을 비난하던 아버지 등등.
선명주의 크루가 겁에 질려 있는 동안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모두가 눈을 질끈 감고 합창했다.
우리는 마치 태양과 같으니-
보아라
여전히 빛나는 당신의 태양을
모두가 함께 하며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
빛이 더욱더 환해지면서 주인공들은 자신들을 진정으로 옭아매던 것의 정체를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을 괴롭혔던 아버지도, 연인도, 친구도 아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거울처럼 자기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이들이 다가오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인물들.
결국에는 자신을 괴롭히던 건 자기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리는 마치 태양과 같으니-
보아라
여전히 빛나는 당신의 태양을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화음 속에서 자기 자신을 안아 주는 인물들.
스르르- 사라지면서 온전히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 선명주가 경쾌한 즉흥 연주를 이어 갔다.
‘이건…….’
음악인들의 눈이 커졌다.
저 즉흥 연주의 녹음이 누구의 손에서 이루어졌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들 썬의 솜씨군.’
멀찍이 우주를 바라보던 음악인들이 잠시 암전된 화면을 바라보았다.
정말 얼굴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저 화면 위로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실 거예요.
굳었던 팔짱을 푼 그들이 진정으로 음악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의 아들이 공언한 대로 영화의 음악은 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건 재즈가 아니라며 부정했던 인물들 일부가 생각에 잠긴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당시 선명주라는 음악인을 가두고 있었던 벽 중 하나가 자신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재즈라고 인정한다고 하지만 그때의 자신은 과연 인정했는가?
그동안에도 짧지만, 누구보다 위대했던 음악인의 생애가 흘러갔다.
마지막에 그의 아들, 그가 남긴 유산으로 이어지는 결말까지.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열화와 같은 환호 속에서 선명주의 팬들이 오열하며 일어나고, 관객들이 환호할 때.
일어나서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하는 우주에게 원로 음악인 하나가 느릿한 걸음걸이로 다가갔다.
“나는….”
수십 년 전에 해 주고 싶었던 이야기.
그때의 선명주,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선우주에게 해 줘야 할 말.
그가 다른 음악인을 대표해 어린 뮤지션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의 음악을 좋아하네(I love your music).”
You라는 의미에 단순히 너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 둘 다를 의미한다는 말을 하려던 노인이 멈췄다.
상대가 알아들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선명주의 아들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저도 그 말을 기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