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4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43화
의 시사회를 끝으로 미국 프로모션은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나머지는 영화사에서 알아서 할 일들뿐.
“흔히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 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 그러니 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는 말이 있어.”
“명언이죠.”
동감하는 리혁이에게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난 홍보에 있어선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
“!”
“후후후후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더 한다.”
“라이브로만 1700만 명 정도를 동원했으면 충분한 거 아닐까요.”
중현이의 말을 무시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보이시나요. 저의 효심이…?!”
비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을 듣고 있는 사람들 모두 즐겁게 웃고 있었다.
어제의 시사회가 끝나고 나서 다들 비슷한 분위기였다. 가만히 있어도 헤실헤실 웃음이 나오는 상황.
김보라 감독님이 말했다.
“우주 씨 덕분에 흥행 스코어는 걱정이 없네요. 라이브 시청자만 1700만 명이잖아요. 그것도 우주 씨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볼 정도로 애정이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거나 지인들을 데리고 오면 그게 얼마냐는 이야기인 듯했다.
우리 엄마 역할을 맡은 여은선 씨도 거들었다.
“그리고 어제 무대도 좀 좋은 게 아니었잖아요? 저 부르다가 눈물이 핑 도는데…….”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박이었지. 어제 수플레들이 떼창하는데 내가 다 눈물이 다 나더라.”
“지금 생각하니까 또 나네. 아이구 주책이야.”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불 딱 들어오는 순간 소름 쫙 돋지 않았어요?? 난 이 기억 평생 갈 거 같아.”
나도 공감했다.
그간 무수한 무대를 겪어 온 나도 어제는 눈물이 쏟아질 뻔했는데 같이 무대를 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감동적이었을까.
지금도 또 눈물이 나오려다가 눈물을 글썽이는 비주의 모습에 쏙 들어갔다.
“비주야. 왜 울어?”
“갑자기 그때 생각하니까 감동이어서…….”
눈시울이 벌게진 우리 둘째를 토닥여 주며 웃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탄 우리와 일행 모두 미국에서의 성과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휴우.”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라탄 스튜디오 레몬 관계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물었다.
“마무리는 잘 되셨어요?”
“네. 홍보 담당자 분 입이 귀에 걸렸네요. 미국에서도 첫 주 스코어는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거라고.”
감정변화가 적어 보이는 레베카 캐서디 씨가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는 이야기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웃으며 물었다.
“잘 돼서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혹시 뭔가 더 할 만한 홍보는 없을까요?”
“우주 씨.”
“네.”
“더 이상 하실 홍보가 없으세요…. 1700만 명 라이브로 우주 씨는 다 해내신 거예요.”
“그렇군요…….”
아쉽지만 뿌듯하긴 하다.
항상 ‘제가 뭘 하면 될까요?’ 라고 하면 기뻐하며 일감을 주던 홍보 관계자가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할 정도라니.
스스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 열심히 했다. 선우주.”
“오구오구, 잘했어요.”
놀리듯이 나를 토닥토닥해 주는 막내의 이마를 톡 치고는 째려보았다.
그렇게 동생들과 티격태격하며 기장님의 안내방송을 기다릴 때였다.
“그런데….”
스튜디오 레몬 관계자가 우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뉴블랙 분들은 지금 웃으실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저희요?”
“모르세요?”
“??”
회사 직원들이 다들 아하~ 하며 웃고 있는 동안, 우리와 사운드 오브 선 제작진이 관심을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12월에 음원 낸다고 하셨잖아요. 그거 지금 엄청난 경쟁자가 생겼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경쟁자가 생겼다고요?”
머릿속에 무수한 얼굴들이 빠르게 스쳐 갔다.
중현이가 말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캐럴 여왕님의 등장인가요. 그분이 오신 건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보다는 다른 쪽일 거 같은데… 예를 들면 문…….”
잠시 모두의 머릿속에 문라이트가 등장했다.
-핫하! 문라이트 등….
바로 옆으로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이제 경쟁자는 아닌 거 같고.”
“그렇죠.”
경쟁자가 맞기는 하다.
하지만 로 격차를 충분히 벌린 만큼 이제 강력한 경쟁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강력한 경쟁자라고 한다면 캐럴 연금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쟁쟁한 미국의 원로 가수들.
혹은….
-하하! 나의 개쩌는 캐럴을 들어라! 존만이들아!
곡을 잘 쓰는 파란 머리의 여신이라든가.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콜라보를 해 보았어요.
맨디 스파이스나 로건 스미스 같은 유명 가수들이 콜라보 곡을 낸다거나.
정말 다양한 이름이 스쳐 가는 동안 우리는 이상한 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보통 때라면 우리에게 경쟁자가 생겼다고 말해 줄 때 긴장한 얼굴로 말해 줄 텐데, 다들 농담하듯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내가 눈치를 채고는 물었다.
“혹시 토삼이인가요?”
“아니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어제 캐럴 있잖아요. 여러분들이 부른 옥토버 크리스마스. 그거 지금 대박 났는데 모르세요?”
“대박이 났어요…?”
“모르시는구나. 조회수 지금 장난 아닌데.”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은 했다.
우리 막내가 사람들 표정이 좋다고 말해 주기도 했고, 나 역시도 뭔가 있다고 느끼긴 했으니까.
하지만 어제 어떤 일들이 있었는가?
정말 화려한 넘버들의 공연이 있었고, 무대를 할 때는 맨해튼 전체가 오렌지색으로 물들었다.
그에 반해 는 아무 무대 장치 없이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때운 노래였다.
“곡 수정도 얼마나 걸렸지?”
“1시간 정도 걸린 거 같아요. 형이 피자 먹으면서 대충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그랬으니까.”
치즈피자를 먹으며 대충 곡을 작업했던 게 전부였다.
거기에 가사도….
“작사 얼마나 걸렸니. 리혁아?”
“쓰는 데는 30분이요. 자잘한 퇴고는 21시간 정도 걸렸고.”
가사도 큰 고민 없이 붙인 곡이었다.
내가 주문했던 내용을 리혁이가 그냥 영어로 적당히 느낌과 운율을 살려서 30분 만에 옮긴 노래.
-번역기님.
-왜요.
-대충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자고 하는 내용을 써 주세요.
커미션으로 가장 좋은 파트를 약속하고 만든 노래.
그렇게 노력을 크게 기울이지 않은 노래가 다른 곡을 이길 정도로 대박이라는 말에 의아했다.
하지만 다 같이 미튜브를 켠 순간, 눈을 비비며 조회수를 바라보았다.
[10,179,124회]1000만 뷰가 놀라운 게 아니었다.
우리 무대 영상은 기본 1000만 뷰씩은 잘 찍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올라온 시간이었다.
정말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1000만 뷰.
“와… 조회수 미쳤다. 보다 두 배는 높아요.”
“댓글 봐요. 와.”
배우들의 말에 내가 달달 떨리는 손으로 댓글창을 바라보았다.
반응이 너무 좋다.
영화와 12월에 나올 우리의 음원을 위협할 만큼.
“…….”
“…….”
동생들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추궁하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허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허공도 안전하진 않았다.
어디선가 엄마와 아빠가 ‘우주야…?’ 하고 눈을 가늘게 뜨는 느낌이라.
고개를 푹 숙인 채 내가 중얼거렸다.
“그… 일시적인 관심일 거야. 이런 걸로 우리의 핫 소스 음원에 영향을 줄 리가 없어.”
그런 말을 하며 새로고침을 했다.
“봐봐. 조회수가…….”
[11,038,254회]“…어? 1000만에서 1100만이 됐네??”
“…….”
“어? 이게 왜 되지??”
“…….”
동생들의 눈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 * *
인정해야 했다.
나는 미국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타임스퀘어 들썩인 뉴블랙, ‘October Christmas’에 美 뜨거운 반응
-‘오버쿡 글로벌 열풍’ 뉴블랙, 이번에는 캐럴이다?
-[해외 토픽] 토삼이 제치고 역대 최단기간 5000만 뷰 달성한 뉴블랙 신곡.. 레몬 엔터 상장은 언제?
는 정말 대박이 났다.
초대박이었다.
“아니… 이…….”
북미 쪽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
나는 몰랐다.
-우리 미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진심이야!
-진짜~?
구름단의 말을 들을 때도 ‘크리스마스를 열심히 챙기는구나!’ 정도인 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대한 이들의 열정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나 LA에서 살 때도 그랬어요.”
리혁이가 말했다.
“11월만 되면 한두 달 전부터 아예 크리스마스 장식을 걸어두고 느낌 내기 시작하거든요. 진짜 열정적인 사람들은 1년 내내 준비하기도 하고요. 옆집에 존이라는 아저씨가 살았는데 그분은 아예 나무를 베어 와서 트리를 만드셨어요.”
“그…렇구나.”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몰랐어. 그냥 설 추석 느낌으로 생각했지.”
그냥 크리스마스 되면 분위기 내려고 노래를 많이 듣는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를 내면서도 ‘이 사람들 취향에 맞으면 좋겠다~’ 하면서 사운드 오브 선 프로모션의 플러스 알파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게 왜 이렇게 대박이 터진 거지?”
“그러게요. 왜지?”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캐럴 업계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우리의 곡이었다.
한국에서 발매했을 때만 해도 작고 아담했던 아이가 미국에서 갑자기 킹콩으로 변한 것이다.
지금도 영상의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이 정도로 잘 될 줄도 몰라서 녹음조차 안 했다는 것.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첫 일정은 바로 의 녹음이었다.
“빠르게 갈게. 얘들아.”
[네.]“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가자. 행복한 느낌으로 불러 줘.”
영상 조회수의 추이가 미쳐 돌아가는 만큼 정말 신속한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곡을 손 보고, 프로듀싱팀이 밤샘을 하며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에 들어가고, TF팀은 음원 발매를 준비하고.
그동안 석환 형을 통해 여러 소식도 받았다.
“너희 신년 공연 일정 픽스했어.”
“그거 됐어?”
뉴욕에서 매년 열리는 새해 축하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었다.
각종 크리스마스 스케줄.
미국에 이 정도로 크리스마스 행사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놀라고 있는 동안 석환 형이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어쩌면 이 곡이 너희의 그 어떤 곡보다 오래갈 수도 있을 거 같다.”
“왜?”
“예감이 그래.”
역대급 시즌송이 될 수도 있다는 우리 TF팀장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동의했다.
갑작스러운 캐럴의 인기와 더불어 음원이 없다는 사실 때문인지 원곡인 , 그러니까 우리가 15년도에 연말 무대에서 불렀던 무대 영상 조회수가 급격하게 상승할 정도였으니까.
거기 달린 영어 댓글들이 보였다.
-이 영상의 조회수가 놀라울 만큼 낮다는 게 놀라워. 한국 사람들은 이게 좋은 캐럴이라는 걸 몰랐나?
-이런 곡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 곡을 그때 미국에 냈더라면 뉴블랙은 이미 글로벌 스타였을 거야
-Korean 너희만 좋은 걸 보고 있었구나
┕뭘 우리만 좋은 걸 봐ㅋㅋㅋㅋ 뉴블랙 뉴자도 모르던 양놈들이 갑자기 깝죽대는 거 개열받네
강렬한 한국어 대댓글을 보면서 웃고는 댓글들을 죽 읽어 보았다.
곡이 너무 좋다.
이런 곡이 왜 묻혀 있었냐 등등.
반응을 보니 석환 형이 왜 시즌송으로 오래갈 것 같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긴 하다.
“좋긴 한데…….”
사실 모든 가수들이 꿈꾸는 상황이 바로 시즌송의 흥행 아닌가.
봄 노래든 겨울 노래든 하나만 있어도 평생 활동이 가능한 효자곡이 바로 시즌송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커리어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곡이 탄생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다만 12월에 나올 신곡의 흥행이 걱정될 뿐이다.
영화야 크리스마스 음원의 흥행과 별개라서 상관이 없다. 하지만 곡이 발매하기 전인데도 벌써 이런 반응이라면 12월에 발매하게 될 는 고전할 게 분명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형.”
지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에게는 도라에몽 같은 분이 있잖아요. 홍서영 과장님이 뭔가 또 아이디어가 있을 거예요.”
그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진구에게 도라에몽이 있듯이, 우리에게는 홍보의 귀재가 있었다.
홀리데이 프로모션을 앞두고 남미 공략이라는 좋은 기획을 낸 희대의 천재!
“…해결책?”
에 관한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우리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말했다.
“네. 과장님이라면 뭔가 해결책을 아시지 않을까 해서.”
“안 그래도 해결책을 찾아내긴 했어. 너희의 를 어떻게 홍보해야 지금의 캐럴에 안 묻히게 될지.”
“!”
“그 방법은…….”
홍서영 과장님이 선언했다.
“핫소스를 1월로 미루는 거야.”
“네…?”
“12월에는 답이 없어. 얘들아. 너희 음원이 너무 세다.”
“그래도 남미는 괜찮지 않을까요?”
다른 TF팀 직원이 노트북을 돌려서 화면을 보여 주었다.
남미에서 가 어마어마하게 검색되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건 북아메리카뿐만이 아니라 남아메리카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세상에 어떤 가수가 자기 노래를 피해서 발매를 미루냐 싶지만… 그걸 너희가 해내는구나.”
홍서영 과장님이 훈훈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오히려 잘 됐어. 차라리 12월은 캐럴 프로모션을 도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오히려 1월에 발매하는 게 더 낫지.”
“그건 그래요.”
핫소스가 1월로 미뤄졌다는 말을 들으니 나 역시도 차라리 잘 됐다 싶긴 했다.
사실 홀리데이 시즌에 캐럴이 아닌 다른 곡을 내겠다는 것이 조금 무리한 계획이긴 했으니까.
일단은 갑작스러운 캐럴의 인기에 발맞춰 활동을 하자는 계획을 잡으며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서류를 정리하던 홍 과장님이 물었다.
“너희는 이제 일정이 어떻게 되니?”
“우주 형 따라서 일본 갈 거예요. 일본에서도 시사회 있으니까.”
“아.”
“일본 시사회 끝나고 유럽 시사회 돌면서 홍보하고 그러려고요.”
그런 말에 설핏 웃던 과장님이 날 바라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우주는 오늘 긴장되겠네.”
“네.”
“사람들 반응 보고 있어?”
“아뇨. 아직 긴장돼서 못 보고 있어요.”
상대가 이야기하는 건 바로 의 반응이었다.
오늘은 수능날.
전국의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는 오늘이 바로 국내 개봉일이었다.
[4호선 단톡방]이라는 말이 붙은 방에서 실시간으로 배우들과 스탭들의 톡이 올라오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못 보고 있는 중이었다.“이따 좀 마음의 준비가 되면 보려구요.”
시사회가 아닌 실 관람객의 평가.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았는데도 개봉 후에 반응이 안 좋아진 경우도 꽤 있는 만큼 신경이 쓰이고 긴장됐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긴 한데…….
핸드폰을 빼꼼 들어서 포털에 슬쩍 접속했을 때였다.
“음?”
옆자리에서 들린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리혁아?”
“수능에 우리가 나왔다는데요?”
“응?”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뉴블랙 때문에 수능 망함…이라는 말이 있다는데요?”
“??”
* * *
수능 시험장.
영어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이 눈을 부릅떴다.
‘정신 똑디 차리자!’
바야흐로 3교시였다.
1교시와 2교시에 혼신의 힘을 다 쏟고 나서 밥을 먹은 뒤, 몰려오는 식곤증에 눈이 사르르륵 감겨 올 시간.
다들 집중하며 샤프를 딸깍딸깍 하며 침을 삼켰다.
“후우우우…….”
감독관이 들어오고 누런 봉투에서 시험지가 나온다.
시험지가 배부되고 마침내 시작된 영어 듣기 평가.
문제 하나하나가 이어질 때마다 집중한 얼굴로 풀던 학생들이 귀를 쫑긋거릴 때였다.
14. 대화를 듣고, 여자의 말에 대한 남자의 응답으로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살짝 지직거리는 스피커 음향으로 남자와 여자의 대화가 들려온다.
레스토랑.
여자가 요리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면서 요청을 하고, 남자가 새로운 요리를 가져다주겠다- 하는 그런 쉬운 문제였다.
하지만….
[이 요리는 너무 오버쿡(overcooked)됐어요.]여자의 말 속에 나왔던 한 단어가 문제였다.
‘오버쿡… 오버쿡… 그저 조금 익혔을 뿐인데…….’
‘오버쿡… 오버쿡….’
갑자기 맴돌기 시작하는 노래.
문제가 끝나고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
그 말에 공감하듯 다들 픽 웃었다.
다음 문제 때문에 금세 웃음기가 사라지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리딩 문제를 풀어야 할 수험생들의 얼굴에 고통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 때문이었다.
「그저 조금만 익혔을 뿐인데~♪」
「아무래도 널 향한 사랑이 과했나 봐~♬」
수험생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아아아아! 멈춰!’
‘그만해. 내 뇌야. 그만.’
‘하씨….’
항상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조언.
‘공부할 때 노래를 듣지 말라’는 참으로 틀리지 않는 격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