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5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53화
쿠키 영상.
그러니까 히어로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에 두둥! 하고 ‘다음 영화 떡밥입니다!’ 하고 나오는 영상.
“거기에 나를 주인공으로 쓰고 싶다는데.”
“오오.”
중현이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역시 월드 스타네요. 형.”
“그것보다는 수플레들의 화력을 원하는 분위기더라고. 쿠키 영상을 떡밥으로 다른 히어로 영화들까지 보게 만들겠다는 것 같아.”
중현이가 흐음 하며 턱을 매만졌다.
“쿠키 영상은 몇십 초짜리인데 그거 보려고 수플레들이 올까요?”
“그치? 꼴랑 그거 보려고 수플레들이 과연 올까 싶긴 하네.”
내가 고개를 돌리고 다른 동생에게 물었다.
“만약 너희들이라면 내 쿠키 영상을 보겠다고 2시간짜리 영화를 볼 의향이 있어?”
“아뇨. 나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영화 재미있으면 보죠. 근데 그거 아니면 OTT 풀릴 때까지 기다릴래요.”
“저는 반드시 보러 갈 거예요.”
눈을 반짝이는 비주의 모습에 다른 동생들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비주의 반응을 보아하니 다른 수플레들도 별달리 다른 반응일 것 같진 않다.
지호가 물었다.
“근데 형, 어차피 쿠키 영상 찍을 거 아니에여?”
“찍어야지.”
나를 주인공으로 쿠키 영상을 찍어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단지….
“나… 쿠키 영상까지 찍으러 가면 무사히 살 수 있을까?”
“뭘 그런 것 가지고 엄살을…….”
“여기 내 스케줄표.”
내가 스케줄 표를 보여 주자 리혁이가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빼곡한 일정. 아니, 빼곡한 수준이 아니라 거의 촘촘하게 새겨져 있는 달력이었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스케줄 표와 나를 번갈아 보던 리혁이가 내 얼굴을 요모조모 살폈다.
“어디 보자. 한 번 살펴봐야겠어요. 눈동자를 잠깐 움직여 봐요. 이쪽으로 옳지… 잠깐만요.”
핸드폰 플래시를 손전등 삼아 마치 의사 선생님처럼 나를 진찰하는 동생이었다.
지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흑흑- 하며 연기를 했다.
“선생님. 이 사람의 병명이 뭔가요? 저는 이 사람이 없으면 밥을 먹고 살 수 없어요. 빵만 먹어야 해요.”
중현이가 대답했다.
“병명은 중증의 일 중독입니다.”
“어떻게 고칠 수 있죠…?”
“없습니다. 노답이죠.”
둘이 뭐 하는 거냐고 한심하게 바라보던 리혁이가 내게 말했다.
“뭐, 당장 찍으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 일단 어워드 끝나고 하는 걸로 하면 될 거 같아요. 다만 무리일 거 같으면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해요. 히어로 영화 쿠키 영상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니까.”
나 역시도 동의했다.
유명 히어로 영화는 있어도 유명 히어로 쿠키 영상은 없지 않은가?
히어로 영화 덕후들 사이에서라면 모를까.
일반인들에게 쿠키 영상이 큰 화제가 됐다고 하는 건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쿠키 영상은 정말 짧은 분량이라 촬영 강도가 안 높은 편이기도 하니 고려하는 거였다.
“12월 중으로 찍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가능하면 어워드들 끝나고 찍는 걸로 해야겠어.”
“그래요.”
“그것보다 리혁아, 나 말고 지호 좀 살펴줘.”
홍삼팩 하나를 뜯어서 쭙쭙 들이켜면서 지호를 가리켰다.
리혁이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왕지호는 왜요?”
“맞아여. 저는 왜여.”
입가에 흘러내리려는 홍삼을 훔치며 말했다.
“얘도 지금 안색이 별로 안 좋아.”
얼마 전부터 외계인을 무찌르는 치킨집 4남매 영화 촬영을 들어간 막내였다.
영화 촬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시트콤 촬영을 해 봐서 촬영 현장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주연도 아니고 조연인데도 그 정도로 힘들었는데, 우리 막내는 지금 주연으로 영화에 들어간 거니까.
주연으로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물론이고 영화 촬영장 특유의 긴장되는 분위기가 얼마나 부담이 될지. 노래하고 춤 춰야 하는 본업이 따로 있는 입장에서의 노동 강도는 상상하기조차 힘들었다.
“맞아요.”
비주도 동의하며 지호의 얼굴을 살폈다.
“요새 지호 다크서클도 좀 짙어진 거 같고. 눈도 충혈되어 있어서 걱정하고 있긴 했거든요.”
“저 진짜 괜찮은뎅.”
중현이도 증언했다.
“내가 봤을 때도 아닌 거 같은데. 지호 피부가 원래는 되게 반짝반짝했는데 요새는 냉장고에서 꺼낸 지 오래된 귤 같아요.”
“오래된 귤이라니…….”
핸드폰 셀카 모드로 볼을 부풀려 보면서 볼의 탄력을 확인하는 막내의 모습에 웃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집 아기인데…….’
‘얼굴이 반쪽이 됐어.’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지호의 성격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지호를 상상하면 투덜투덜하면서 형들한테 이이잉- 하는 그런 막내를 떠올린다.
물론 그게 맞다.
하지만 그건 일상 속에서나 ‘누가 제 주스를 훔쳐 갔어요!! (중현: 쪼릅… 흠칫)’ 하는 부분이지, 정말 힘든 순간에 있어서는 지호는 항상 말이 없어지는 편이었다.
-형들도 다 같이 힘든데요. 뭐.
그래서 혹시나 무리하고 있는데도 버텨야지-! 하는 것일까 봐, 괜히 신경이 쓰인다.
그런 우리의 눈빛이 느껴졌는지 지호가 손사래를 쳤다.
“저 진짜 괜찮아요. 촬영장 사람들도 재미있고, 또 지훈이 형이 저한테 되게 잘해 주거든요.”
“그래?”
“넹. 다들 친절하고, 촬영 스케줄도 잘 배려해 주고 있어서 문제없어요. 히어로 영화까지 합쳐지면 조금 빡세질 거긴 한데 거기는 어차피 제 분량이 큰 건 아니라서.”
“아. 맞다.”
“?”
내가 석환 형에게 받았던 서류 중 하나를 내밀었다.
“너 분량 늘어났다는데?”
“진짜요?!”
“이번에 [사운드 오브 선> 터진 뒤로 원더 코믹스에서 네 분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이야기를 했나 봐.”
“와! 대박!”
벌떡 일어난 지호가 내게 와락 안겨들었다.
“형! 진짜 형 덕분이에요!”
“꺄륵!”
“와, 저 그러면 엑스트라나 카메오에서 거의 조연까지 올라가는 거네여? 완전 대박이당.”
“꺄르르륵!”
우리가 손뼉을 짝짜꿍하면서 기뻐하고 있을 때였다.
항상 산통 깨는 걸 취미로 삼는 누군가 말했다.
“근데 그럼 왕지호 촬영 양이 두 배로 더 늘어나는 거잖아요?”
“어?”
“어…?”
나만큼은 아니지만 지금 과로 수준으로 일을 하고 있는 지호.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지호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형….”
“미안하다….”
“아니에여. 형. 형 덕분에 저는 분량이 늘어났는데여…….”
“울지 말고. 지호야.”
“저 기쁨의 눈물이에요.”
방금 전까지 꺄르륵 웃고 있던 지호와 내가 동병상련의 눈물을 흘리며 포옹을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데서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게 막내와 서로 토닥토닥해 준 후.
“슬슬 가야 되는 시간이네.”
“어디 가요?”
연습실 바닥에서 일어나 짐을 정리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방을 챙긴 내가 동생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한별이 앨범 홍보 도와주러.”
* * *
여기 내 친구가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그곳에서 오디션을 보고 한국으로 건너와 아이돌의 꿈을 꾸었다.
한국 생활은 쉽지 않았으나 빼어난 어학 실력으로 이겨 내었으며.
-태현아. 넌 어떻게 쟤보다 한국어를 못하니?
-젓가락질은 내가 더 잘해.
-여기 콩자반 집어 봐.
-나는 이럴 때 형이 진짜 밉다.
여기에 두루두루 잘 지내는 성격, 시원한 보컬과 준수한 춤 실력으로 무난히 TNT의 데뷔조에 뽑혔으며 데뷔 이후에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화장품 광고를 하면 중국에서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굿즈를 팔 때도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고.
이 정도로 중국 인기가 좋으니 당연히 소속사는 가수를 중국에서만 활동을 시키기 시작했고.
-저 한국에는 언제 가요?
-조만간 갈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하하하.
-저번에도 그 말씀 하셨….
-한별 씨가 지금 인기 최고조잖아요. 솔직히 한별 씨의 중국 활동으로 인해 TNT라는 팀의 중국 인기가 유지되고 있는 거거든요? 한별 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팀을 위한 일이면… 뭐. 하아.
중화권 최고의 톱스타 중 하나가 되긴 하였으나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회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평창 올림픽을 즈음해서는 아예 그 골이 터져 버렸다.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어서 멘탈을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 직원들이 찾아와 계약을 하자며 행패를 부렸으니까.
바로 그때, 영웅처럼 한 남자가 등장해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 주었으니…….
“그게 바로 나다. 이 말이지.”
“아. 틀린 말은 아닌데 진짜 반박하고 싶다.”
“깔깔깔!”
입을 앙다무는 한별이의 모습에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계속할까?”
“계속해 봐.”
그리하여…!
선우주는 장한별의 K-가수 성공기를 도와주기 위해 나섰고, 마침내 그는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떨리진 않아?”
“떨리지. 그런데 아직은 그 정도로 떨리진 않는 거 같아. 아직 발매를 하는 건 아니니까.”
오늘은 한별이가 앨범을 발매하는 날은 아니었다.
발매하려면 일주일 정도 남았다.
내가 오늘 한별이와 함께 하는 스케줄은 바로 예능 녹화였다.
“고마워. 형. 바쁠 텐데.”
“아니야. 이런 거라도 도와줘야지. 내가 직접 홍보를 해 줄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 한별이의 앨범 같은 경우에는 내가 관여하긴 했지만, 홍보에 있어선 최소치로 관여할 예정이었다.
우리와 TF팀이 원하는 건 ‘장한별’이란 아티스트에게 대중의 관심이 오롯이 집중되는 거였다.
그러니까 선우주가 만든 곡! 같은 타이틀 말고.
만약에 정말 무명 가수라면 이런 타이틀이 도움이 되겠지만 한별이처럼 이미 TNT로 인지도를 쌓은 상황에서는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대신에 예능 같은 곳에 함께 우정 출연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지원 사격을 해 줄 예정이었다.
“정말 고마워.”
한별이가 내게 생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왠지 모르게 국어책 말투.
“형의 이런 우정 가득한 도움은 잊지 않을 것이야. 나는 형과의 이런 우정을 지향해.”
“그래.”
내가 웃으며 문어체로 말했다.
“혹시 방금 지향이 아니라 지양이라고 한 건 아니니?”
“음~ 내가 그럴 리가 없지.”
그런 말을 하며 한별이가 내게 말했다.
“형이 내게 지금까지 해 준 건 고마워. 하지만 나는 오늘 승부에서 형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야.”
“후후후후. 내가 할 소리.”
“각오해. 형. 나 PBS 한국어 능력 시험 급수도 딴사람이야.”
“9월 평가원 모의고사 국어영역 만점자의 위엄을 보여 주지.”
“하지만 수능은 못 봤죠?”
“…….”
딜 교환에서 패배한 기분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한별이를 바라보았다.
“조금 이따 두고 보자.”
한별이가 하찮게 웃었다.
“후후후후! 후후후후!”
그런 우리의 곁에서 대기실에 붙은 프로그램명이 반짝였다.
[PBS 우리말 대격돌! 출연자 대기실]우주 님, 장한별 님
오늘 우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언어 실력의 자웅을 가리는 프로였다.
* * *
환한 조명.
방청객들.
사회자석에서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목을 풀고 있는 아나운서.
간만에 느껴 보는 방송국 스튜디오 녹화 환경이었다.
[우리말 대격돌!]출연자석에 서 있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도 있고, 방송에서 활약 중인 예능인들도 몇몇 보인다.
“안녕하세요. 재트 씨.”
“저… 저를 기억하고 계셨군요!”
“그럼요.”
호주 출신으로 한국에서 연기와 예능을 같이 하고 있는 호주인 재트 밀러 씨였다.
우리가 과거 [뉴블랙의 여행일기 : 호주편>을 찍을 때 일일 가이드로 붙었던 분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섞여 있는 분위기 속에서 나와 맞은편에 있는 한별이가 눈을 마주쳤다.
‘쉽지 않을 것이다. 후후후후!’
‘각오해. 형.’
평소보다 살짝 긴장해 있는 얼굴의 PD님이 내게 다가왔다.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저… 우주 씨.”
“네.”
“……녹화 시작해도 될까요?”
“네? 네.”
왜 내게 허락을 구하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승낙이 떨어지자 곧장 녹화가 시작됐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방청객들의 리액션과 함께 다 같이 손뼉을 쳤다.
“네! 너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말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한글과 관련된 뜻깊은 오프닝을 끝내며 아나운서가 큐 카드를 들었다.
“우리말 대격돌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와아아아아아!”
그다음은 출연진 소개.
하나둘 이름이 나오는 동안 사회자가 운을 뗐다.
“네, 그리고 오늘 아주 독특한 두 분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최고의 K팝 가수들을 모셨죠?”
원래는 대본상에서 ‘글로벌 킹왕짱 슈퍼스타 뉴블랙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아시아 최고 스타 TNT!’ 같은 문구가 있었는데 그냥 최고의 아이돌들로 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TNT와 우리가 각 시기의 최고 아이돌들이다 보니 이런 건 분란 나기 쉬워서.
“바로 TNT의 장한별 씨와 뉴블랙의 우주 씨입니다!”
“반갑습니다! 장한별입니다!”
“뉴블랙 우주입니다.”
사회자가 물었다.
“오늘 저희 프로그램에 발걸음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곧 제 앨범이 나오는데, 한국어로 된 앨범인 만큼 우리말을 겨루는 프로그램에 꼭 출연하고 싶었어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오늘 저의 어마어마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별이가 이번 앨범에 대해 홍보를 하는 동안 이어서 내게 돌아오는 시선에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친구의 우승을 저지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아! 정말 뜻깊은 마음으로 나오셨군요.”
“네. 평소에 이 친구가 국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엄청 자랑을 하거든요. ‘내가 형보다 한국어를 더 잘한다!’ 라고 하도 자랑을 해서,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국인의 명예를 걸고! 철저하게 보여 주겠습니다!”
“국가 대표의 마음으로 임한다. 네, 좋은 각오 잘 들었습니다.”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에 재트 씨가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아니, 한별 님은 한국인 아니었어요?”
“아니에요.”
한별이가 자신에 대해 소개를 쭈욱 하기 시작했다.
내가 눈인사로 감사 인사를 전하자 재트 씨가 미소를 지었다.
‘저 좀 키워 주십쇼. 우주 선배님. 후후후후.’
눈이 조금 부담스럽게 반짝이시긴 하지만….
어쨌든 예능적인 장면들을 뽑아낸 후, 곧바로 사회자의 호쾌한 외침과 함께 퀴즈쇼가 시작됐다.
“그럼 지금부터 우리말 대격돌!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
각 단계별로 난이도를 높여 가는 퀴즈쇼.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사람이 우승상금 100만 원을 챙겨 가는 구조였다.
시험을 보고 응모했다는 국문과 대학생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나와 한별이가 맹추격을 이어 갔다.
“다음 중에 옳은 말은 무엇일까요? 그녀의 안색은 몹시 (헬쑥 / 핼쑥 / 헬쓱 / 핼쓱) 해 보였다.”
“답은 핼쑥입니다.”
“정답입니다! 한별 씨의 점수 10점 올라갑니다.”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한국어를 잘하는지 어필하듯 한별이가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확실히 잘하긴 했다.
곧장 국문과 학생과 한별이가 공동 선두로 올라가는 동안 나에게도 문제가 주어졌다.
“우주 씨에게 문제 드립니다. 다음 중 어떤 말이 옳은 말일까요? 겨드랑이 땀을 일컫는 말은?”
전광판이 반짝인다.
[겨땀 / 곁땀]제한 시간이 똑딱거리기 무섭게 내가 바로 답을 외쳤다.
“답은 곁땀입니다.”
“네! 정답입니다!”
방청객들이 ‘어?’ 하면서 수군거리는 동안 한별이가 의외라는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내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정답이 겨땀이라면 이 문제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
“시험이란 것은 센스예요. 한별 씨. 꺄륵!”
내가 얄밉게 웃자 한별이가 입을 비죽였다.
웃음을 터뜨리는 방청객들에게 내가 마주 웃어 주는 동안 내 점수가 공동선두로 올라갔다.
그렇다.
나에게는 저 정도로 빼어난 국어 지식은 없었지만 정답을 맞히는 감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믿고 있는 구석이 하나 더 있었다.
“네! 한별 씨, 정답입니다!”
“한별 씨! 정답입니다! 이렇게 선두로 올라갑니다!!”
“정답입니다!”
점수 차이를 벌리면서 쭉쭉 올라가는 한별이를 보면서 나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네, 우주 씨. 문제 골라 주시죠.”
“30점 문제 고르겠습니다.”
“!”
“그리고 전화 찬스 쓰겠습니다.”
점수 차이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30점짜리 문제.
게다가 전화 찬스를 쓴다는 말에 방청객들이 웅성거렸다.
내가 전화를 걸려고 할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
시청률이 오를 거란 걸 직감했는지 아나운서도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렇다면 먼저 전화 연결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스탭에게 건네받은 핸드폰으로 도움을 요청할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뉴씨 집안 최고의 두뇌!
국립국어원이 탄생시킨 맞춤법의 악마!
이제 곧 반대편에서 전화를 받으면 20초의 제한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뚜르르르르르….
곧이어 누군가 전화 받는 소리가 들리면서 내가 미소를 지었다.
-여보세요.
[카운트다운 : 20초]아나운서가 문제 나갑니다! 하며 문제를 띄웠다.
“어, 여보세요. 리혁아 난ㄷ… 잠깐만. 리혁아?”
-아뇨. 중현인데요.
“리혁이는?”
-리혁이 지금 샤워 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