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5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54화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동공이 커다랗게 확장된 내 모습을 보고 방청객들이 빵 터진 가운데, 나는 불안하게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카운트다운 : 19초]그 아래 문제가 떠올라 있었다.
『중세 국어에서는 각 글자의 왼편에 점을 찍어 소리의 높낮이를 낮은 소리(평성), 높은 소리(거성), 처음이 낮고 나중이 높은 소리(상성), 세 가지로 표현하였다. 다음 문장에 해당하는 부분의 소리 높낮이는 어떠한가? (30점)』
모의고사에서도 나오면 항상 10분 가까이 들였던 중세 국어 문제.
그 아래 문장이 궁서체로 반짝였다.
불·휘기·픈남·ᄀᆞᆫᄇᆞᄅᆞ·매아·니:뮐·ᄊᆡ。
수화기 건너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중현아!!”
-네!
“지금 네가 최대한 빠르게 달려서 화장실에 있는 리혁이에게 간다면 몇 초가 걸릴까?”
-10초요.
“!”
눈을 질끈 감고 ‘안 돼!’ 하는 내 모습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카운트다운 : 15초]“리혁이를 한번 불러 볼래?”
-잠시만요.
곧이어 전화기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혁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떠니?!”
-지금 샤워하면서 노래 부르고 있나 봐요. 듣기 좋아요.
“!”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자 한별이가 배를 붙잡고 웃었다.
[카운트다운 : 10초]남들에겐 웃긴 상황이었지만 내게는 30점이 걸린 문제였다.
머리를 빠르게 굴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중현이가 맞힐 수 있을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불현듯 무언가가 반짝였다.
“중현아!!”
-네!
내가 문제를 불러 주고는 중현이에게 답을 맞히라고 했다.
“아무거라도 좋으니까 일단 찍어 봐! 지금 8초 뒤면 끊기거든?”
중현이가 빠르게 랩으로 속사포처럼 말했다.
-낮은 소리, 높은 소리, 나중이 높은 소리, 높은 소리요. 근데요. 형. 이거….
“중현아! 고맙다!”
통화가 끊기면서 아나운서가 미소를 지었다.
“네! 전화 찬스 끝났습니다. 정말 듣는 사람도 숨 가쁠 정도로 긴박한 대화였네요.”
“흐하하하하!”
그제야 숨죽이며 웃던 사람들이 대놓고 크게 웃었다.
내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원래는 리혁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려고 했거든요. 이 친구가 저희 집 국어 전문가라서…….”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중현이도 괜찮아요. 중현이에게는 신비스러운 힘이 있거든요.”
“오! 뭔가요?”
“바로 반대로 맞힌다는 거예요. 이 친구가 정답을 찍어 주면 그 반대로 가면 맞힐 때가 많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런 말을 하면서 한별이의 표정을 슥 살폈다.
혹시나 방금 중현이가 말한 것에 대해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려고 했지만 별다른 표정 변화를 관측할 수 없었다.
그제야 얘가 연습생 시절에 원 카드나 보드게임을 굉장히 잘했다는 사실이 기억난다.
“자! 그럼 정답 맞혀 주실까요?”
“네.”
내가 자신 있게 말했다.
“용비어천가의 문구죠? 마지막에 아니할세의 소리는 차례대로 높은 소리, 낮은 소리, 나중이 높은 소리, 낮은 소리입니다. 중현이가 말한 것 중에 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반대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자, 그럼 정답 확인하겠습니다!”
어떠냐는 듯 내가 한별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삐이이익-!]버저음이 울리면서 고개를 획 돌렸다.
아나운서가 탄식하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
“정답은 중현 씨가 말했던 대로 낮은 소리, 높은 소리, 나중에 높은 소리, 높은 소리였습니다.”
“???”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별이도 그제야 표정을 풀고 한바탕 크게 웃고 있었다.
그러자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급박할 때는 잘 몰랐지만, 자세히 보니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문제 풀이 센스가 있다면 바로 맞힐 수 있는, 그러니까 만약에 시험장에서 여유 시간이 1~2분 정도 주어졌다면 바로 유추해서 맞힐 수 있는 문제였다.
“아…….”
낮은 소리를 뜻하는 평성(平聲)에서 ‘평(平)’은 평범하다 할 때 들어가는 말이다.
가장 흔한 소리일 테니 점을 추가하는 건 비효율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무 점이 없을 것이고.
높은 소리에는 점을 찍어 표기하고, 나중이 높은 소리는 특성상 발생 빈도가 제일 낮을 테니 점을 두 번 찍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히 답이 도출되긴 하는데.
내가 놀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중현이가 정답을 맞혔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요란한 웃음소리 속에서 나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진짜 뭐지??
* * *
선우주가 한바탕 당황하고 있을 때.
방청객들은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퀴즈쇼를 지켜보고 있었다.
‘재미있다.’
올해의 예능인 후보에 오른 아이돌 아니랄까 봐, 국어 퀴즈쇼에서도 큰 웃음을 주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우주가 주먹을 쥐고 말했다.
“30점은 날아갔지만! 아직 역전의 기회는 있습니다. 승부는 끝난 게 아니니까요.”
“그런 것치고는 멘탈의 타격이 심해 보이는데요.”
“멘탈이라니요. 한별 씨, 지금 국어 퀴즈쇼에서 영어를 사용하시는 건가요?”
“퀴즈도 영어예요.”
“…….”
조용히 입을 다무는 우주를 바라보며 다들 웃었다.
그러고는 한국어 실력으로 선우주를 농락하고 있는 맞은편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장한별.
TNT의 멤버였다.
처음에만 해도 방청객들은 낯선 사람을 보듯이 장한별을 바라보았다.
‘TNT 장한별이 쟤구나…?’
TNT가 데뷔했던 2010년만 해도 아이돌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했었다.
그랬기에 당시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TNT에 대해서는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었다.
-쟤네가 요새 최고라며?
-아이돌 인기 최고라고 그러던데. 한태현? 걔가 인기 제일 많은 애라고 조카가 그러더라.
-학교에서 여자애들이 걔네 얘기만 한대.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가장 높은 건 한태현이었지만 장한별 역시 유명한 멤버였다.
해외에서 들려오는 소식 때문이었다.
[TNT 장한별, 중국 코스메틱 광고 대박.. ‘이것이 대륙 파워’]TNT에서 중국 인기를 담당하는 멤버라서 돈을 어마어마하게 쓸어 담는다더라 하는 소식들.
그 외에 한국 활동은 거의 없었으니 장한별의 이미지는 대부분 그런 쪽에 고착되어 있었다.
들리는 소식이라고는 중국 어느 퓨전 사극에서 주연을 맡았다더라, 중국 인기 투표 1위를 했다더라 하는 소식 정도였을 뿐.
그렇게 별다른 호감도 비호감도 아닌 이런 이미지는 오늘까지 이어졌다.
정확히는 이 퀴즈쇼 전까지는 그랬다.
‘흐음. 사람은 되게 착한 거 같네.’
도련님처럼 귀하게 자란 인상.
곱게 빗어 넘긴 머리.
전반적으로 선하게 느껴지는 인상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방청객들에게 플러스 이미지가 되고 있었다.
-한별이랑은 오랜 친구였어요. 연습생 시절부터 제게 의지하는 친구였고….
-의지 되는, 이 아니고요?
-한별 씨. 가슴에 손을 올려 보세요. 양심의 삼각형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소리 안 들리시나요?
우선은 선우주의 절친 중 하나라는 이미지부터가 플러스 요소였다.
우주의 이미지가 너무나 좋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연예계에서 발이 넓기로 유명한 뉴블랙의 리더지만 본인이 친구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극히 적었다.
[촬영장에서 만났죠. 그런데 우주 씨는 좀… 보기보다는 차가우신 느낌? 친해지려고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밥 한번 먹자고 하면 보통 예의상 그러자고 대답을 하잖아요?] [거절당했나요?] [아뇨.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신토끼에 출연한 2세대 아이돌이 후배인 뉴블랙을 돌려 까는 이야기를 했을 때, 오히려 욕을 먹었을 정도였다.
-ㅉㅉㅉ 본인 행실을 생각하시길
-너 같으면 너랑 친구하고 싶겠냐ㅋㅋㅋ 맨날 일하고 공부하는 애가 클럽충이랑 퍽도 친구하고 싶겠다
-넌 삼다리나 해명해
-얘는 참 한결같다ㅋ 입 여전히 털고 다니네
-내 구오빠지만 진짜 할 말하않..
-(Disappointed, But Not Surprised 짤.jpg)
연예계에서 행실이 나쁜 이들과는 거리를 두고 착실하고 똑 부러지게 일하는 이미지.
그런 국민 아이돌이 자신의 절친이라고 인증했다는 건 일종의 보증수표 같았다.
거기에서 1차적으로 약간의 호감이 들었고, 그다음으로는….
“정답 맞히겠습니다. 굳은살이 박힌이 아니라 굳은살이 ‘박인’이 되어야 합니다.”
“정답입니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서는….”
바로 어마어마한 한국어 실력이 장한별의 호감을 포인트처럼 적립해 주고 있었다.
방청객들이 쉬는 시간에 수군거렸다.
“쟤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저걸 다 맞히지?”
“진짜. 어디 가서 나랑 쟤 중에 누가 한국인이냐고 그러면 외국인들이 다 쟤 찍을 거 같아.”
“그니까, 장난 아냐.”
어지간한 한국인들도 못 맞힐 문제를 척척 맞히는 장한별이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러면서 장한별이 녹화 초반에 이야기했던 부분들도 와 닿았다.
-예전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계속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동안 정말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서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고요.
처음에 들었을 때만 해도 다들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분명히 한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저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한국에 와.’
해외에서 돈을 쓸어 담는다는데 굳이 한국에서 한국어 곡으로 활동을 하려고 한다?
상식적으로 그간 아쉬움이 남아서 한국에서 활동한다는 것과 해외에서 활동하기가 여의치 않은 이유가 있어서 그런다는 것 중에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녹화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으음…….’
‘진짜 잘하는데?’
단순히 돈이나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어 실력이 너무나 범상치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다양한 한국의 역사 지식까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훈민정음 창제 문구죠.”
귀화 시험을 볼 기세로 나오는 중국계 미국인의 모습에 다들 자연스럽게 호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저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저 정도의 실력을 만들 노력과 독기가 있다면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와…….”
방청객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카메라 뒤편에서 지켜보던 레몬 엔터의 TF팀 직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본방송 때도 비슷한 반응일 거 같죠?”
“백 퍼센트 좋을 거라고 봐요.”
이번 우리말 퀴즈쇼는 우주와 TF팀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그냥 예능 출연으로는 안 되고 무언가 의미가 있어야 해요. 유명하지 않은 예능이라도 한별이란 친구가 어떤 면을 지니고 있는지, 얼마나 이번 활동에 진심인지를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요.
-그럼 교양 프로그램은 어떤가요. 우주 씨?
-좋네요. 한국어 관련으로….
그리고 그들이 의도했던 목표가 대중들에게 먹히고 있었다.
장한별이란 아티스트가 그동안 얼마나 한국 활동을 하고 싶어 했는지, 그 진심이 전해진 것 같았으니까.
이런 한국어 퀴즈쇼는 그걸 보여 주기에 최적의 프로그램이었다.
“단점이라면 화제성이 높기 힘들다는 건데…….”
“그건 우주 씨가 있잖아요.”
“그렇죠. 걸어 다니는 우리의 화제성.”
“옷 하나만 입어도 화제가….”
“그건 아니야.”
누군가 딱 잘라 말했다.
“우주 씨는 안 유명했을 때도 사복으로 화제였어.”
“그랬죠…. 저 우주 씨가 실수로 배바지 만들어서 그날 스타일리스트분이 깡소주 까신 거 본 적 있어요.”
“근데 그거 지금 다시 보니 예쁘더라. 4년 전 옷인데 혼자 세련됐어.”
“예쁘더라고요.”
그 말을 하던 직원들이 멈칫했다.
‘어?’
‘어어…?’
진짜 패셔니스타가 맞기는 한 건지, 아니면 그냥 얻어걸린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TF팀이었다.
어쨌든 이 자리에서 시청률이 5~7% 나오는 국어 퀴즈쇼의 화제성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본방송을 시청한 사람은 적을지라도 얼마 안 가 온 인터넷에 관련 클립과 짤방이 떠돌아다닐 테니까.
“그래도 아까 전화 통화 빼고는 조금 심심한…….”
누군가 그런 말을 할 때였다.
장한별이 퀴즈를 맞히는 동안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우주 씨. 이 구절이 무슨 구절인지 아시나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글에 담긴 구절입니다. 이걸 맞히면 제 점수를 조금 나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씀해 보시죠.”
“…하여 인천항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관민상하(官民上下)가 환영하여 마지않았다.”
“…….”
포커페이스로 눈동자를 왼쪽 위로 슥 올리는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모르는군.’
‘모른다.’
우주가 새침한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꼭 알아야 하나요?”
“그래도 맞혀 보시죠.”
“모두가 환영했다는 구절을 보니 분명 좋은 일인가 보군요.”
“후후후후후.”
장한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곤 마치 함정 카드를 오픈하는 사람처럼 그가 정답을 공개했다.
“정답은 장지연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입니다.”
“……!”
창백하게 물들어가는 우주의 얼굴.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게 뭔데?’ 하고 있는 동안 장한별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네, 우주 씨가 꼭 알아야 하냐고 했던, 그리고 좋은 일이냐고 했던 문구가 담긴 글의 정체는 바로 을사늑약을 규탄하던 [시일야방성대곡>이었습니다.”
“야!”
“후후후후후.”
“야! 아니, 아니… 이게…….”
우주가 벙찐 얼굴로 ‘야!’하고 외치는 동안 방청객들이 역대급으로 큰 웃음을 터뜨렸다.
TF팀도 미소를 지었다.
누구라도 걸릴 수밖에 없는 함정 카드.
온라인에서 네티즌들이 우주를 대상으로 얼마나 신명 나게 놀려 댈지 짤방과 댓글들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화제성은 걱정 없겠네요.”
“그러게.”
“그나저나 우주 씨, 오늘 멘탈 타격이 상당하겠는데요. 아까 리혁 씨 샤워하느라 중현 씨가 대신 맞혀 준 것도 그렇고.”
“맞다.”
한 직원이 말했다.
“그런데 그거 진짜 중현 씨가 어떻게 맞힌 걸까? 보통 찍으라고 하면 다 반대로 찍잖아.”
“저도 신기하더라고요.”
“어떻게 맞혔지?”
레몬 엔터 직원들에게도 그야말로 미스터리 같은 이야기였다.
* * *
뉴블랙 숙소.
북슬북슬-
고양이가 몸을 털듯이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던 서리혁이 거실로 나오다 미간을 좁혔다.
“아. 뭐야. 누가 내 핸드폰 만졌어?”
에이- 하며 눈을 찌푸리는 리혁.
핸드폰 화면에 묻은 지문 자국을 안경 수건으로 슥슥 문지르고는 고개를 획 돌렸다.
꽃 화분에 물을 주다가 움찔-하는 중현.
“형이죠?”
“어? 아닌데.”
“이거 형 지문이잖아요. 우리 집에서 손가락 사이즈 이만한 사람이 형 말고 누가 있어요.”
“미안. 김비주 때문에 일단 아니라고 말하는 게 습관이 돼서.”
리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3단계 잠금을 풀었다.
“음? 이 형한테 전화 왔었네요?”
“응.”
중현이 꽃을 살피며 말했다.
“국어 퀴즈쇼 나간 거에서 뭐 맞혀야 할 게 있다고 하더라고. 전화 찬스 써서 너 찾았어.”
“진짜요?? 아… 내가 맞혔어야 하는데.”
‘리혁이도 이럴 때 보면 정이 참 많아.’
“맞힌 다음에 그걸로 하루 종일 생색내고 곡 하나 뜯어 갔어야 했는데…….”
‘성장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리혁이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맞혔… 아. 아니에요.”
“?”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위해 총총 떠나는 리혁을 보며 중현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우주 형은 맞혔으려나.”
왠지 모르게 자기가 말한 것과 반대로 했을 것 같았다.
물뿌리개를 내려놓은 중현이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고대의 마도서, 아니 젤리 성경을 들었다.
“우주 형이 과연 제가 말한 대로 정답을 불렀을까요? 젤리젤리 슈프림 젤리. 슈프림 양념 치킨… 오늘 먹어야지.”
중얼중얼하며 책을 촥 펼쳐 든 중현.
[형제의 우애는 황금과 같아라]빙글- 하고 책을 돌렸다.
사람의 신뢰란 참으로 얕다는 것을 알려 주는 젤리 책의 격언.
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말했구나. 이 형.’
중현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바보 같은 우주 형.”
그가 흐뭇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 고등학교 때 배웠는데….’
똑똑한 사람들도 때로는 바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