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5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59화
리무진 안.
“세상에…….”
고척돔 앞을 빼곡히 메운 인파를 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지막 순서라 이제 사람이 슬슬 빠지지 않았을까 했던 것은 내 착각인 모양이었다.
비주가 차창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말했다.
“다 저희 보려고 기다린 사람들인가 봐요.”
“수플레들인가?”
“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응원봉 모양이 달라요.”
확연히 수플레들과는 분위기가 다른 팬들이 많이 섞여 있긴 했다.
하지만 우리의 팬이 맞든 아니든 간에 눈빛은 비슷했다.
무언가를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 특유의 표정.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던 막내가 씩 웃었다.
“와. 울 나라에서 이런 시선은 진짜 오랜만이지 않아요? 맨날 예능인 보듯이 보다가.”
“그러게, 신기하네.”
아이돌 업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정말 연예인 기다리듯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니 조금 낯선 기분이다.
그러다가 넥타이를 아주 살짝 풀고 있던 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뭐 하니?”
“넥타이를 살짝 풀고 있어욤.”
“왜?”
“당연히 저의 섹시미를 뽐내기 위해서죠.”
“…….”
우리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겉모습만 보면 납득이 가긴 했다.
이제는 완연히 성인의 골격이 되어서 젖살도 빠지고, 성숙한 외견을 자랑하는 우리 막내.
하지만 왕지호라는 이름 앞에 ‘섹시’라는 키워드가 붙는 게 거북했다.
“뭔가 싫은데요.”
“공감하는 바야.”
리혁이와 내가 손뼉을 마주치는 동안 지호가 헹- 하며 말했다.
“형들이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어요. 난 성인이지롱. 내 맘대로 할 수 있지롱.”
“…….”
“우… 우리 누나 표정 연기하지 마요!”
지호의 첫째 누나가 지호를 혼낼 때 쓰는 표정을 따라 해 주니 아주 효과가 제대로였다.
금세 소심해진 막둥이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을 때.
-와아아아아아아아!
바깥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다들 몸을 풀었다.
내가 물었다.
“내가 먼저 내리고 싶다. 손.”
“저요.”
“저.”
중현이가 손을 들었다.
“저는 형 다음만 아니면 돼요.”
“왜?”
“고구마 박스에서 제일 맛난 고구마부터 먹으면 다른 고구마들이 맛이 없어지거든요.”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내가 웃으며 선언했다.
“그러니 내가 제일 먼저 내리겠다.”
“!”
“!!”
분개한 동생들이 반기를 들려고 했지만 곧장 리무진 문이 열리면서 그럴 틈이 없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고 생긋 웃었다.
“그럼 형 먼저 내린다.”
방금 전까지 따끈한 리무진 안에 있어서 그런지 냉기가 수트 안감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차갑게 식어 버린 뺨을 매만지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와아아아아아아아-!”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반겨 주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레드카펫을 이동했다.
손을 뻗는 이들의 손을 잡아 줄까 했는데….
라인을 지키느라 안간힘을 쓰는 경호원들의 모습에 포기하고 빠르게 이동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진행 요원의 손짓에 따라 움직였다.
하도 레드카펫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그냥 집에서 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자연스럽다.
어찌나 익숙해졌는지 비주도 이제는….
“어어, 비주야. 거기 관계자용 통로다.”
“엇… 흠.”
“형이랑 손 잡고 가자.”
수줍어하는 우리 둘째의 손을 붙잡고 걸어가는 내 모습에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네! 지금 뉴블랙이 입장하고 있습니다!]레드카펫 MC를 맡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K팝의 자랑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우리의 뉴블랙입니다.] [네.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아이돌이기도 하죠. 제가 예능인으로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들입니다~!]남자 MC를 맡은 은성이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포토월에서 열성적으로 사진을 찍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내부로 이동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두 MC가 반갑게 맞이해 주는데, 나 역시도 반갑게 마주 인사했다.
둘 다 구면이었다.
은성이야 당연히….
‘병장님~! 에헤헤헤헤!’
‘언제 철들래. 너.’
한결같고.
그 옆에 있는 아나운서 정효진 씨 역시 구면이다.
신인 시절에 이천시 축제에서 사회를 봐 주신 것부터 해서 그 뒤로도 여러 행사에서 인연이 있었으니까.
특히 떠오르는 건 14년도의 망고 차트 어워드였다.
그때는 데이드림의 홍콩 출신 멤버인 앤드루와 레드카펫 사회를 봤었는데….
[뉴블랙! 이리 오시죠!]그런 연상 작용 때문인지 불현듯 4년 전의 망고 차트 어워드가 떠오른다.
그때는 소개 문구가 어땠더라.
-올해를 뜨겁게 달군 신인 그룹이죠! 오늘 신인상 후보로 참석하셨죠?
-신인 그룹 중 최단기간 백만 뷰 돌파, 썸씽부터 시작해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정확히는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귓가로 올해의 우리를 소개하는 문구가 들려왔다.
[우선 대상 후보 축하드립니다. 올해 뉴블랙은 다방면으로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두었죠?] [네. 그룹으로서 빌보드 Hot 100 1위를 수차례 달성하였고, 오버쿡과 캐럴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다양한 예능에서도 맹활약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습니다.]어찌나 큐 카드의 글씨가 빼곡한지 MC들도 문구를 읽는 데 애를 먹을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솔로 활동으로서도 우주 씨가 역대 최장기간 빌보드 Hot 100 1위를 달성했고요. 우주 씨와 비주 시의 우비즈로서의 유닛 활동, 중현 씨의 솔로 활동. 그리고 지호 씨의 넷플러스 드라마와 최근의 영화까지. 그야말로 올 한 해를 대표한 아이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올해 활동을 다 읽었다가는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네요.]잔뜩 호기심을 드러내는 MC들의 질문에 차례대로 답하고는 동생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예전이었다면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동생들의 인터뷰를 지켜보았을 텐데.
어느덧 프로로 성장한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재치 있는 답변을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으아아! 형 먼저 내려요!
-저 안 내릴래요!
14년도 신인상 때만 해도 차에서 나 보고 먼저 내리라고 난리를 피웠던 것 같은데, 언제 다들 이렇게 컸을까.
“후후후후.”
레드카펫 인터뷰를 마치고 이동하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리혁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웃어요?”
“뭔가 내가 좀 더 어른이 된 기분이라서. 흠. 한껏 성숙한 나에 취하는 그런 느낌?”
“…….”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리혁이에게 팔을 두르고는 공연장으로 향하는 복도를 걸었다.
바깥에서 가수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대화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가운데, 우리가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
객석에서 환호하는 수플레들의 함성에 화들짝 놀란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허리를 꾸벅 숙이는 이들에게 우리도 같이 꾸벅하며 지나갔다.
너무 다들 각 잡고 인사를 해서 민망하다.
그중에는 우리 회사 소속 가수인 윤찬혁 선배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저희 후배입니다.”
“나도 알아. 그냥 왠지 이래야 될 것 같아서 그래.”
사회인의 본능이랄까- 하며 중얼거리며 먼 산을 보는 윤찬혁 선배의 말에 내가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어색하게 악수를 하고 나서 자리로 이동하려고 할 때.
이 자리에서 윤찬혁 선배와 함께 가장 고참인 태현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래도 나를 편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
“아이고. 우리 후배님 오셨습니까.”
“야.”
“죄송합니다. 후배님.”
“…….”
내가 살짝 째려보면서 웃었다.
그래도 나를 한껏 놀려먹으려는 눈빛의 사람이 너무나 반가웠다.
* * *
아우라.
흔히 누군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우아하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곽시연 실물 봤는데 미쳤음ㅠㅠㅠ 진짜 아우라가 넘실거림
-이견우 실물 보면 깜놀함 ㄹㅇ 얼굴이 아니라 일단 분위기부터가 일반인이랑은 다름
-아우라 대박이어서 저 사람 뭐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연옌이었음ㅋㅋㅋㅋ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아우라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각 개인이 자신의 눈 위에 필터를 씌우는 것에 가까웠다.
아름다운 사람.
멋진 무대 등.
어떤 대상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아우라라는 필터로 작용하는 것이다.
길거리에 서 있으면 평범하게 보이는 노인이지만, 그 사람이 대기업 회장이 되어 시찰을 나오면 직원들이 회장님의 뒤에 넘실거리는 아우라를 느끼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런 면에서 가수들은 지금 누군가의 아우라를 느끼는 중이었다.
꿀꺽-
가수들의 시선이 한 곳에 머물렀다.
마치 뒤에서 찬란한 광채를 풍기고 있는 것 같은 5인조.
아름다운 미모 덕분도 있지만 그들이 올해 거둔 업적에서 나오는 후광이었다.
‘아니, 뭐가 친근한 국민 아이돌이야. 말도 못 붙일 것 같은데….’
‘생각한 것보다 다들 더 냉하신데.’
차가워 보인다는 뜻이 아니라 범접하지 못할 듯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예능에서는 빙구처럼 웃고 다니던 이들이 지금은 살짝 가볍게 웃고 있는데 아예 다른 사람 같다.
‘어어, 눈 방금 마주친 것 같은데. 인사드… 드려야 하나? 어! 받아 주셨다!’
‘나랑 그냥 1년 차이 나는 선배인데 왜 그 느낌이 아니지…….’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선배님들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거 기사 보셨으려나.’
뉴블랙을 향한 시선 위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얽혀들었다.
동경심.
신기함.
그건 그들을 항상 곁에서 지켜보았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한조가 친구를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
“야.”
“왜. 뭐.”
“그냥 야- 라고 하고 싶었어.”
그러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는 한조.
“갑자기 네가 ‘우리가 야- 라고 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이럴까 봐.”
“이런 건 보통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반영한다고 하던데. 너 그럴 생각이었구나.”
“들켰군.”
“보다 더 성숙한 어른이 되십시오. 이현조 씨.”
두 리더가 만담을 주고받으며 키득거리는 동안, 틴스피릿은 뉴블랙의 막내를 둘러싸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야.”
“야야야.”
“야야.”
동갑내기 친구인 하현을 비롯해 지호에게 ‘야!’ 하면서 놀고 있는 또래 친구들.
지호가 그들에게 투덜거렸다.
“아, 왜 나한테만 그래. 리혁이 형한테는 안 그러구. 이 형도 나랑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틴스피릿이 고개를 획 돌렸다.
조용히 다리를 꼬고 앉아서 수트를 정돈하던 리혁과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팬들은 흔히 리혁을 고양이로 비유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2미터짜리 고양이 같았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그걸 호랑이라고 불렀다.
“…….”
그들이 시선을 슥 회피했다.
리혁이 ‘?’ 하는 동안 그들이 다시 지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야야야야.”
“야야.”
“…….”
지호가 입을 다문 채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동안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친구이고, 그들 역시 최고의 아이돌이긴 하나… 최근의 뉴블랙을 볼 때면 조심스러울 때가 있었으니까.
평소처럼 농담을 주고받다가 불현듯 한 번씩 ‘어?’ 하고 이들이 뉴블랙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다.
가요와 예능뿐만 아니라 이제는 영화까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사운드 오브 선>의 흥행까지 이어지고 나니 무언가 범접 못 할 위치에 오른 듯한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한조가 놀라워할 만큼 뉴블랙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저 정도 업적을 달성했다면 아무리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해도 자아가 비대해질 텐데.
너무나 궁금했던 한조가 물었다.
“너는 근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마인드를 똑같이 유지하냐.”
“그거 유지 못 했으면 네가 말하는 이 상황까지 못 왔을걸.”
친구가 그에게 속삭였다.
“그리고 비밀 하나 알려 줄까?”
“뭔데?”
“나 아직 목표한 거 반밖에 못 이뤘거든. 그때 되면 또 모르지.”
그러니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
뒤통수에 섬뜩한 감각이 일었다.
웃으면서 다시 고개를 스윽 돌리는 친구를 보며 한조는 속으로 침을 삼켰다.
‘진짜 미친 것 같은데. 뭘 더 해…?’
아무리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며 몸서리를 치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한태현이 와인색으로 물들인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끼어들었다.
“뭐야. 무슨 얘기 했어?”
“얘한테 비밀 얘기해 줬어.”
“뭔데?”
“너한텐 안 알려 주지롱.”
혓바닥을 내밀며 놀리는 모습에 한태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장한별이랑 놀더니 둘이 똑같이 유치하게 변했네. 초딩이야?”
“걔가 나를 닮은 거란 생각은 안 드니?”
“내 생각에는….”
그렇게 오랜 친구 둘이 투닥거리고,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는 자신들 나름대로 새로운 관계 정립을 하고 있을 때.
이 상황 속에서 가장 얼어붙어 있는 이들이 있었다.
“…….”
바짝 굳은 어깨.
또르르 굴러가는 눈동자.
머리에 리본을 달거나 프릴이 달린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신인 걸그룹 달리아(Dahlia)의 멤버들이 잔뜩 긴장해 있었다.
‘언니… 나 체할 거 같아.’
‘나, 나도….’
그들의 바로 앞자리에 있는 뉴블랙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그냥 뉴블랙의 존재가 신인 걸그룹에겐 긴장 그 자체였다.
심지어 올해 K넷 서바이벌로 데뷔해서 올해 걸그룹 초동 5위 안에 드는 성적을 낸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불리고 있는데도 그랬다.
“…….”
신입 사원인데 회장님과 임원들이 바로 앞자리에 있는 느낌.
자신들이 뒤통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대에게 느껴질까 싶어 허공의 조명을 세고 있을 때였다.
[지금부터 2018 망고 차트 어워드를 시작합니다!]화려한 VCR과 함께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오늘 어워드의 첫 무대를 맡은 럭키걸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대기할 무렵.
“저기.”
그들이 화들짝 놀랐다.
뉴블랙의 리더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그들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바라보는 신인들에게 선우주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몹시 정중한 목소리.
“저, 혹시…….”
“네에.”
겁먹은 양처럼 바라보는 이들에게 우주가 물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가 조금 재미있게 놀아도 괜찮을까요? 혹시 뒷자리라 정신이 사나우실까 봐.”
“…네? 네.”
“아. 감사합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주던 우주가 고개를 돌리면서 달리아 멤버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놀아도 되냐는 게 무슨 뜻이야?’
‘나도 몰라.’
그들에게 답하듯 앞에 앉아 있던 뉴블랙 멤버들이 속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래여?”
“놀아도 된대.”
“그래요? 그럼 꺼낼까요?”
부스럭- 부스럭- 하면서 자신들의 응원봉인 달봉이를 꺼내는 다섯 남자.
이윽고 럭키걸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뉴블랙 멤버들이 달봉이를 흔들었다.
“럭키럭키 럭키걸!”
“언제 어디서든 사랑해!”
“꺄륵!”
응원법까지 외치면서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주변의 가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군대에서도 느꼈고 연예계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연차가 차거나 좋은 위치가 되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점이다.
보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재미있게 놀아도 소위 말하는 ‘나댄다’는 눈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우리는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최근 들어 본업이 아닌 행사들이 많았다 보니, 특히나 국내 가요를 감상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까닭에 모든 게 즐거웠다.
“형! 저 진짜 재미있어요!”
“나도!”
음원 시상식인 만큼 정말 올 한 해 음원 총결산이라고 할 만한 무대들이었다.
인상적인 신인들의 무대.
빼어난 발라드 가수들의 무대.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돌이란 이것이다- 하듯 보여 주는 태현이의 솔로 무대.
틴스피릿과 스트릿 보이즈, 그리고 걸그룹 최고로 불리는 세레니티와 스칼렛의 무대 등등.
[네! 다음은 올해의 송라이터 상입니다! 우주선 작곡가님! 축하드립니다!] [다음은 베스트 댄스 부문인데요. 우비즈! 축하드립니다!]정말 다양하게 쏟아지는 트로피들을 챙겨 가면서 동생들과 즐거운 미소를 짓는 한편.
어워드의 마지막이 다가오면서 스탭들이 우리를 호출했다.
“준비 들어가시겠습니다.”
“네.”
나머지 무대를 못 본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제 준비에 들어갈 시간이었다.
무대 의상으로 갈아입고, 차분하게 목 상태를 점검하면서 가볍게 몸을 풀어 주고 있을 때.
현장을 총괄하던 민기 형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오늘 컨디션 어때?”
“컨디션은 좋죠. 중요한 건 흥이 올라와야 한다는 건데….”
내가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오늘 어워드 오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 은근 했거든요. 국내에서는 오랜만에 큰 그룹 무대라서, 너무 오랜만이라 즐거움보다는 긴장이나 낯섦이 더 클까 봐. 그런데….”
“그런데?”
“너무 즐거워요. 얼른 올라가고 싶을 만큼.”
상대가 씩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무대 부수고 와. 얘들아.”
중현이가 한쪽 눈썹을 치켜뜨며 정말이냐는 표정을 보내자 민기 형이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어어… 중현이는 말고.”
키득거리는 소리가 감도는 동안 내가 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 볼까? 올해 마지막 무대들 시작하러.”
“네!”
“둘- 셋-.”
“화이팅!”
멤버들과 화이팅을 하고는 무대로 향하는 복도로 나섰다.
올해의 가수가 누구인지를 보여 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