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7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75화
“저는 어려여. 형.”
“응.”
“물론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니구요. 스물하나도 아니고 무려 스물둘이 됐으니까.”
치이익-
침대에 앉은 막내가 맥주 캔을 따며 말했다.
“이제는 맥주도 먹을 수 있는 성숙한 왕지호. 후후후후.”
“그래그래.”
“암튼 중요한 건 제가 나이는 어려도 연기에 있어서는 형보다는 선배라는 거죠. 엣헴.”
그런 말을 하던 지호가 짓궂게 웃으며 침대를 팡팡 두드렸다.
“자, 언능 이야기해 봐요. 우리 우주 아가. 오늘 촬영 현장에서 무슨 고민이 있었어요?”
“연기를 하는데 너무 힘들더라고.”
“어떤 점이 힘들었는데요?”
내가 오늘 쿠키 영상 촬영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너희가 다치는 상상을 하니까 너무 힘들었어.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더라구.”
“음.”
“이런 건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시트콤 찍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어요?”
“응.”
2년, 아니 3년 전 일이라고 해야 되겠구나.
16년도에 시트콤 [우리 가족은 외계인>을 촬영했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지호가 맥주를 홀짝이고는 땅콩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그럴 일이 없었겠네요. 그때 배역이 무감정한 요원 역할이었잖아요.”
“그런 역할이었지.”
“그래서 이번에 좀 당황했을 거예요. 갑자기 감정이 휘몰아치니까.”
“응.”
“근데요. 형.”
막내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기가 원래 그래요.”
“…….”
“진짜 몰입해서 연기하면 하루 종일 감정 때문에 힘들 때도 있거든요. 메소드냐 아니냐를 떠나서 원래 연기란 게 그래요. 절대 진짜가 될 수 없는 게 연기라고 하지만, 관객들에게 보여 주는 감정만큼은 진짜여야 하거든요.”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
“넹.”
김우주 역할을 할 때는 겪지 않았던 일이라 당황스러웠는데, 막내의 말에 따르면 이게 보통이라고 했다.
내가 침대에 팔을 지지한 채 고개를 젖혔다.
“정극 연기라는 게 진짜 쉽지 않네.”
“시트콤이나 뮤직비디오 찍을 때랑 완전 다르죠?”
키득거리며 묻는 지호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생각 이상으로 힘드네. 각오 좀 해야겠어.”
“근데요. 형.”
“응?”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대신에 오늘 칭찬 엄청 들었죠?”
“응.”
“그만큼 형이 좋은 연기를 했다는 뜻이에요.”
지호가 말을 이었다.
“그거 아무나 가지지 못한 재능이거든요. 감독님이 레디- 액션! 할 때 딱 바로 감정 잡고 몰입하는 거 진짜 어려운 거예요.”
“그런가?”
“네. 그거 완전 대단한 건데.”
생각해 보면 예전부터 감정을 잘 잡는 편이긴 했다.
무대에 올라가서도 3초 정도면 감정을 딱 잡고 몰입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편이었고.
그래서 예전에 TJ에 있을 때 연기 선생님으로부터 떡잎이 보인다는 칭찬을 받은 적도 있었다.
치이익-
“지호야. 한 캔만 마셔.”
“오늘 힘들었어서 그래요.”
벌써 맥주를 두 캔째 마시는 막내를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고는 손을 내밀었다.
“나 거기 냉장고에서 루트비어 좀.”
“맥주 마시게요?”
“루트비어는 술 아니야. 탄산음료지.”
“아, 그 중현이 형이 솔의 눈 같다고 좋아하는 거요?”
지호에게 건네받은 차가운 캔을 잠시 뺨에 가져다 댔다.
나의 가족 같은 사람들이 다치는 상상을 해서 그런 걸까.
여전히 싱숭생숭한 기분을 차가운 감촉으로 녹여내려 시도하면서 캔을 땄다.
치이익-
맞은편에서 태블릿으로 대본을 보고 있는 지호에게 내 시선이 향했다.
항상 바보같이 웃다가도 대본을 볼 때면 고운 속눈썹이 딱 고정되고, 눈에 열기가 띤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 걸까.
영화 촬영 현장을 경험하고 나니 새삼스럽게 우리 막내가 대단해 보인다.
“지호야.”
“네.”
“형은 네가 자랑스러워.”
“알아요. 형들이 저 자랑스러워하는 거.”
“…….”
막상 칭찬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으니 열 받는군.
헤헹~ 하고 오뚝이 인형처럼 얄밉게 고개를 까딱까딱하던 막내에게 내가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하는 거야?”
“뭘요?”
“감정 잡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거.”
“저도 맨날 어렵죠. 대신에 형들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지호가 음 하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저는 힘들면 형들한테 와서 징징대면 되니까. 그럼 또 형들이 토닥토닥해 주잖아요. 배고프다고 하면 맛난 거 사 주고, 촬영 현장에서 힘들었던 거 있으면 형들이 들어 주고.”
“음…….”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까 괜찮아지던데요.”
“징징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건가.”
“그죠. 징징이 모드로.”
좋은 방법이군… 하던 내가 지호에게 물었다.
“그럼 난 누구한테 징징대야 하지?”
“아마도 할머님…?”
“듣기 싫은 소리 할 것 같으면 전화를 안 받더라고.”
“아, 울 아빠도 그래여. 막내로 자라서 그런가? 조금만 고민 상담하면 바쁘다고 끊으래. 그래서 아빠가 형보다 더 꼴등인 거예요.”
떼잉 하던 막내가 내게 말했다.
“아니면 우리 연기 메이트니까 저한테 힘든 거 얘기해 볼래요?”
“그래 볼까?”
“네. 한 번 해 봐요.”
내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고는 징징 모드에 돌입했다.
“지호야. 형 오늘 많이 힘들었쪄.”
“많이 힘들었쪄?”
“웅웅.”
“웅, 모가 힘들었으까~?”
“…….”
“…….”
속에서 무언가 거북한 게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지호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야, 이거 좀 아닌 거 같다.”
“그, 그러네요.”
“…….”
“…….”
그러고는 둘이서 빵 터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겼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늘처럼 연기 고민 생기면 너한테 상담할게. 덕분에 도움이 된 거 같아.”
“히히. 넹.”
내가 지호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내 이야기만 했네. 오늘 어땠어, 원더 코믹스?”
“친절하던데요. 요새 미국에서 가수로 잘나간다고 대접해 주는 분위기더라고요. 근데 딱 그 정도?”
촬영장 분위기를 떠올리던 지호가 말했다.
“아무래도 실버랑은 분위기가 좀 다를 수밖에 없어요. 형은 구원 투수로 등판한 거지만 저는 이미 잘나가는 판에 낀 거잖아요. 딱 너의 유명세만 얹어 주고 가라- 같은 분위기?”
“음. 익숙하네.”
“네, 조만간 런던에서 촬영 들어갈 거라는데… 제가 바꿀 거예요. 그 분위기.”
빼어난 연기를 선보여서 얻어 내야 할 것을 딱 얻어 내겠다는 포부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대견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국 촬영이랑 병행해도 괜찮겠어?”
“네. 여기서는 조연이라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
“힘들면 꼭 말하고.”
“……음.”
지호가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그래.”
대답이 조금 늦은 게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곧장 생글생글 웃는 막내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쿠키 영상을 촬영하고 LA에서 며칠간 휴식….
“이게 무슨 휴식이에요!? 휴식은 이런 게 아니라고!”
“리혁아. 조용히 하고 다리 찢기 더 해라.”
“아아아아악!”
“중현아. 좀 꾹꾹 눌러줘.”
…핫소스의 안무를 연습하면서 나름대로 휴식을 취한 후.
일정을 앞두고 멤버들 앞에서 의상 피팅을 했다.
“어때?”
“Mmm-hmm.”
미국식 제스처로 고개를 젓는 동생들에게 의상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선택된 것은 하얀 셔츠에 회색 조끼, 그 위에 정장 수트를 걸치고 페도라를 걸친 패션이었다.
“허어.”
비주가 폰카를 들고 좋아했다.
“이거예요. 형. 이게 제일 나은 거 같아요.”
“그래?”
“네. 진짜 옛날 재즈 뮤지션 같아요.”
“이게 아빠가 입었던 의상 중 하나거든.”
아빠가 과거에 입었던 당시의 패션을 요즘 식으로 리폼한 패션이었다.
복고풍이라고 해야 하나.
확실히 프랑스에 있는 나의 패션 메이트, 지미 로빈스 디자이너의 솜씨가 더해지니 근사했다.
내가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이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래도 아까 그 의상이…….”
“아아아아!”
“알았어.”
“이대로, 딱 이대로 가요. 형.”
그렇게 재즈 뮤지션 같은 복장을 갖춰 입고는 나와 비슷하게 차려입은 막내를 마주 보았다.
조끼를 입은 채 한 손으로 정장 외투를 탁 어깨쯤에 걸친 막내.
“자! 비주 형, 얼른 사진 찍어 주세요.”
“미안. 용량이 없어.”
“……자 아무나 찍어 주세요!”
중현이가 예의상 찍어 주고, 리혁이가 자기 셀카를 찍는 동안 지호가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최종 피팅을 마친 후.
나와 지호가 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우리 다녀올게.”
“이따 봐요. 형들~!!”
호텔방을 나서자마자 지호가 어깨를 둠칫둠칫거렸다.
“크으. 왕지호 골든 글로브 데뷔.”
“좋아?”
“넹. 형, 진짜 고마워요.”
오늘의 일정은 영화/드라마 시상식인 골든 글로브 시상식.
원래는 [사운드 오브 선>의 출연진과 제작진만 참석하는 것이지만, 할리우드의 시상식에는 플러스 원이 있다.
후보자가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영화 시상식에 정말 관심이 많은 우리 막내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원래는 제가 한국 배우 최초로 노미니 되는 게 목표였거든요. 이견우 선배님한테 순서를 뺏겼지만.”
“너도 나중에 가면 되지.”
“후후후후. 기대해 주세요. 형.”
기분이 업된 막내를 데리고는 리무진에 올라탔다.
시상식이 열리는 비벌리 힐즈의 호텔에 도착하자 환호와 셔터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뉴블랙이다!」
「뉴블랙!」
포토월 앞에서 지호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인터뷰에 응했다.
「써니, 이번 골든 글로브에 [사운드 오브 선>이 최다 노미니 작품 중 하나라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하게 받고 싶은 상이 있나요?」
「어떤 상이든 주어진다면 정말 기쁠 것 같네요.」
「향간에 있던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운드 오브 선>의 분류에 대해서…….」
아. 그거구나.
골든 글로브에서 [사운드 오브 선>을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넣느냐, 작품상 부문에 넣느냐를 두고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다.
전체 비중에서 영어가 50% 이상 들어가 있어야 작품상 후보에 노미니 될 수 있다는 규정인데, [사운드 오브 선>의 경우에는 70% 이상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냥 한국어가 들어간 영화를 왜 작품상에 넣느냐를 두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있던 모양이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규정에 따라 처리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인터뷰어들과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는 한편.
당연하게도 영화가 잘나가고 있는 만큼 어그로성 질문들도 있었다.
「사운드 오브 선은 실버 스크린이 배급한 미국 영화이지 않습니까? 한국 배우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서로 어처구니없다는 질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상황.
[사운드 오브 선>은 엄밀히 말해서 한미 합작 영화라는 사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깔끔하게 마무리 짓기로 했다.「전 세계 문화를 이끌고 선도하는 할리우드 아닌가요? 세계사적인 인종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 그… 그렇군요.」
자. 대답해 보아라.
반박하는 순간 올바르지 않은 자로 만들어 버리는 궤변으로 대답하고는 레드카펫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본 행사장으로 들어서면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써니!」
「지호~ 오랜만이에요.」
「나머지 다른 친구들은 어디 있어요?」
멧 갈라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장에서 인연을 다진 이들과 인사를 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앉아야 할 테이블까지 가는 그 짧은 길목을 수십 명의 문지기들이 지키는 느낌.
그렇게 네트워킹을 마치고 도착했을 때.
먼저 테이블에 앉아서 수많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둘러 싸여 있던 인물이 호탕하게 웃으며 날 반겼다.
“읐그느. (왔구나.)”
이견우 선배의 애처로운 눈빛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 * *
와글와글.
「켠우, 당신의 연기는 정말 멋졌어요.」
복작복작.
「이게 누구야? 빛나는 태양이 여기 있네~??」
시끌시끌.
「켠우. 혹시 사진 한 장 같이 찍어도 될까요? 다들 이리로 모여 봐요. 개쩌는 태양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에요!」
그에 답하듯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핫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러면서 내게 향하는 애달픈 시선.
‘구해 줘.’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어른입니다. 선배님.’
‘야.’
‘정말 즐겁네요.’
주변에 사람들이 진짜 많다.
가요계의 스타로 떠오른 나와 지호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 사람들도 사람들이지만, 이견우 선배는 오늘 이 파티의 주인공이었다.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사운드 오브 선>.
거기서 매력적인 선명주를 연기하던 아시아의 스타가 공식석상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으니 관계자들의 반응이 오죽하겠는가.
“휴우.”
겨우 한숨 돌린 이견우 선배가 말했다.
“너랑 있으면 너한테만 사람들이 몰릴 줄 알았는데.”
“오늘은 상황이 조금 다르니까요. 이분들은 저를 자주 봤지만, 선배님은 처음 만나는 거니까요.”
“나는…….”
“저기 한 분 또 오네요.”
어느 미국의 원로 배우가 이견우 선배에게 다가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걸고 사진을 찍는다.
그동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운드 오브 선>의 모두가 비슷했다.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김보라 감독님이 아버님과 함께 유명 배우들과 사진을 찍고 있고, 여은선 씨도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다른 배우들과 차분하게 친목을 도모하고 있었다.
마치 사교계의 주인공들 같은 분위기였다.
그만큼 [사운드 오브 선>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그때.
「어, 로버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관계자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왕림했기 때문이었다.
빗어 넘긴 하얀 머리카락.
꼬장꼬장한 얼굴.
‘나 성격 나쁘다’하는 글씨가 쓰여 있는 듯한 얼굴의 노인이 입장하고 있었다.
「반갑구만.」
할리우드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로버트 맥기니스 감독이었다.
지호가 ‘허어’ 하면서 입을 틀어막고 있는 동안, 사람들의 인사를 받던 원로 영화인의 눈길이 내게 향했다.
「안녕하세요.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었더군. 축하하네.」
가볍게 악수를 나눈 노인이 다른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막내가 손을 내민 채 울상을 지었다.
“제, 제가 손 잡으려고 했는데.”
“아. 미안.”
“으아아아아…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가서 악수해 달라고 해.”
“그럴까요?”
쪼르르 맥기니스 감독에게 달려간 지호가 뭐라고 말하자 상대가 흔쾌히 악수를 해 주었다.
내친 김에 셀카까지 찍는 지호를 보며 내가 작게 웃었다.
그동안 내 곁에 있는 배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휴우.”
로버트 맥기니스 감독이 등장하면서 관계자들이 메뚜기 떼처럼 모조리 그쪽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었다.
[웨스트 할리우드>이번에 우리 영화와 함께 골든 글로브에 최다 노미니된 작품이자,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가장 유력한 작품이었다.
한두 부문을 제외하면 우리와 수상 부문이 겹치는 작품.
특히나 다른 것도 아닌, 할리우드에서 50년을 넘게 지내 온 거장의 은퇴작이라 상을 쓸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아마 한두 개 정도 타면 많이 타는 걸 겁니다.
에이전트인 디안젤로 코스타 씨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여러분의 영화가 약해서가 아니라 맥기니스 감독의 은퇴 작품이니까요. 그리고 평론가들에게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그 때문에 수상에 대해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단지 우리가 엄청 중요하게 지켜보는 이유는 이 상이 ‘오스카의 풍향계’로 불리기 때문이었다.
골든 글로브를 지켜보면 올해 오스카에서 어떤 작품이 무슨무슨 상을 타겠구나 하는 것이 가늠이 된다고 할까.
백인 위주의 심사위원 구성을 비롯해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 지역에서 굉장히 권위 있는 시상식 중 하나였다.
“형.”
“응.”
“근데 풍향계가 뭐예요?”
“…….”
식겁한 얼굴로 바라보는 나에게 지호가 윙크를 하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저도 알지롱.”
“야, 그런 농담은 하지 마. 무서우니까.”
“히힛.”
그때 꺄르르 웃던 지호가 멈칫하고는 물었다.
“형. 근데 향은 무슨 향이에요?”
“향할 향…….”
“아아. 방향 향 알죠~”
이견우 선배가 옆에서 풉 하며 웃음을 참는 소리에 내 얼굴이 창피함으로 벌게졌다.
집에 가면 마법 천자문이나 좀 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신사 숙녀 여러분!]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이 곧 시작됩니다!]마침내 오스카의 풍향계로 불리는 어워드가 시작을 알렸다.
“바람 풍, 방향 향…. 오, 바람의 방향이네요?”
“…….”
“헐 대박 신기.”
“…….”
정말 미국이라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