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9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3화
“그러니까 내 알콜 소독제 때문에 이 사람의 알콜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는 이야기인 거네요?”
“그렇죠.”
“흥미로운 가설이네요.”
세종과학기지 연구자들의 말에 서리혁이 턱을 매만지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우주가 있었다.
홍조가 달아오른 뺨과 살짝 흐르는 땀을 제외하면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선우주였다.
서리혁이 걱정이 담긴 눈으로 물었다.
“……괜찮아요?”
“어.”
맏형이 뺨에 손을 올린 채 말했다.
“얼굴에 열감이 좀 있고… 약간 알딸딸한 느낌 빼고는 견딜 만한데?”
“진짜 이상하긴 하네요. 원래 이 정도만 마셔도 바로 잠이 쏟아져서 못 견딜 정도잖아요.”
“그치?”
우주가 헤실헤실 웃었다.
“너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술 좀 세졌나 봐. 헤헤헤헤.”
‘좀 취하긴 했군.’
세종기지의 연구자들과 제작진이 뉴블랙 멤버들에게 물었다.
“우주 씨 괜찮은 거죠?”
“지금 촬영 계속해도 되는 거 맞지? 아니면 조금 끊었다 갈까?”
멤버들이 선우주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취하긴 했네.’
몸을 못 가누거나 쓰러질 정도가 아니다 뿐이지, 아무한테나 헤실헤실 웃어 보이는 게 평소와는 조금 다르다.
비주가 말했다.
“잠깐 30분 정도 재우면 될 것 같은데요.”
“저도 찬성이에요. 어디 가서 실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 상태에서 촬영은 좀 애매해 보여요.”
“최근 일정이 너무 고되기도 했으니까요. 40시간 넘게 비행하는 내내 한 잠도 안 잤을 거거든요.”
그렇게 토론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종과학기지의 대원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가 진짜 좋구나. 진짜 가족 같네.’
무언가 그룹 멤버들끼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맏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제들 같았다.
TV상으로도 끈끈해 보였던 모습이 진짜였던 것이다.
카메라 바깥에서 진지하게 토론하던 4블랙이 이내 의자에 앉혀 둔 맏형에게 시선을 던졌다.
“일단 잠깐 재워서…… 음?”
살짝 풀린 눈으로 고개를 까딱까딱하고 있는 우주의 입에서 감미로운 멜로디들이 흘러나왔다.
“오.”
“오오.”
“우와!”
듣기 좋은 소리에 세종기지 대원들이 손뼉을 치며 감탄하는 동안 멤버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중현이 형! 막아요!’
‘예압.’
김중현이 선우주의 입을 텁 막았다.
“읍읍읍읍~ 읍읍~”
“…죄송합니다. 저희 형은 취하면 작곡을 하나 봐요. 저희가 못 들어 본 멜로디를 부르네요.”
“아이, 중현아. 형 그냥 노래 부르는 건데 왜 그래?”
기분이 좋은지 즉석에서 만든 곡을 흥얼흥얼하는 모양이었다.
입이 막힌 뒤에도 노래를 흥얼흥얼하며 헤실헤실 웃는 모습에 멤버들이 눈을 감았다.
만난 지 5년이 넘어서야 알았다.
‘……주사가 작곡이었군!!’
호주에서 취했을 때를 제외하면 선우주가 취한 모습을 볼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어디 가서 미공개 곡을 유출할 일이야 없겠지만 보안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대원 중 하나가 말했다.
“그러면 일단 2층에 있는 방으로 안내를 해 드릴게요. 거기가 여러분들이 묵을 곳이니까.”
“네.”
“형, 일단 가서 잠깐 좀 졸고 와요.”
멤버들의 말에 우주가 손사래를 쳤다.
“나 괜찮은데.”
“조금 취한 거라도 취한 상태로 방송 촬영을 할 수는 없잖아요. 일에 방해돼요.”
“그렇지. 일에 방해되지.”
취기가 오른 와중에도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니 바로 납득하는 뉴블랙의 리더였다.
그렇게 멤버들이 우주를 침대에 눕혔을 때.
안내를 맡았던 팽귀인 박사가 그들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멤버 분들이 참 우애가 좋네요.”
“우애라기보다는… 그.”
리혁이 살짝 붉게 물든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최상의 상태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런 거죠. 예능에서 취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는 거고.”
“하하. 그렇군요.”
“네, 지금같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는…….”
말끝을 흐리는 서리혁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떴다.
4블랙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깐만. 판단력이…….”
“……흐려졌다?”
서로를 바라보며 ‘!’ 하고 놀라는 멤버들의 모습에 팽귀인 박사가 부리를 매만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전히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이불을 덮고 있는 우주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눈길이 사악했던 것이다.
갑자기 리더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막내.
“형, 형.”
“?”
“저 저번에 형한테 잘못한 게 있어요.”
“웅웅. 괜찮아.”
“저도 있어요. 형.”
이 기회를 틈 타 고해성사를 하는 막내와 중현.
태블릿의 전자 문서를 뒤적이는 리혁.
“어디 보자. 여기에 저 사람한테 서명을 시킬 서류가…….”
“리혁 씨?”
“공동 생활 규칙 중에서 저 사람의 반대로 개정을 못 하고 있는 조항이 몇 가지 있거든요. 지금이 절호의 기회예요.”
날치기 법안 통과를 노리는 리혁의 모습에 팽귀인 박사가 멈칫했다.
‘우애가… 좋은 게 맞나?’
그래도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는 동안 유일하게 변치 않는 멤버도 하나 있어 보였다.
침대 맡에 앉아 우주를 내려다보는 비주.
찰칵-
“……?”
찰칵- 찰칵-
취기가 오른 리더의 모습을 개인소장하기 위해 열심히 폰카 버튼을 누르는 메인댄서의 모습에 팽귀인 박사가 눈을 깜빡였다.
‘……가족 같기는 하네.’
다른 의미로 정말 가족 같았다.
* * *
“아이고야.”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시야?”
시계를 바라보니 1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머리맡에 비주가 놓고 간 보온병의 따스한 물로 목을 축이고는 머리를 정돈하고 일어섰다.
“아, 안 취한 줄 알았는데.”
쓰러질 정도가 아닐 뿐이지, 한 모금에 사람들이 기분 좋게 취하는 정도까지 가 버린 것 같다.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1층으로 내려오니 식당에 앉아 있는 동생들이 보였다.
“어, 형 일어났어요?!”
부자연스럽게 일어나서 달려오는 막내.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로 쪼르르 달려와서는 내 눈치를 살폈다.
마치 내가 어디까지 기억을 하고 있는지 가늠해 보려는 분위기였다.
“다 기억한다. 요놈들아.”
“헙…!”
중현이와 지호가 헉, 하고 리혁이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정도로 판단력이 흐려진 건 아니었지만 동생들이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지켜보고 있던 터였다.
“뭐, 그건 그렇고 뭐 하고 있었어?”
“잠깐 티타임 가지고 있었어요. 형도 커피 한 잔 마실래요?”
“난 카페인 없는 걸로.”
아까 대원 한 분이 가져왔던 유빙을 둥둥 띄운 커피를 받았다.
목구멍이 시원해지는 맛을 느끼며 ‘캬-’ 하는 동안 구재영 피디님이 말했다.
“우주 네가 잠깐 잠들어 있는 동안 멤버들이랑 세종기지 내부 소개 영상들을 땄어.”
“오.”
기지 시설들을 소개 받는 시간을 가졌다는 모양이었다.
졸개들이 말했다.
“형, 그거 알아요? 여기 노래방 기계랑 안마의자도 있어요. 안마의자에 앉아서 노래 부를 수 있대요.”
“도서관에 남극 관련 자료들 진짜 많더라고요.”
“사우나도 있던데요?”
나중에 나도 한 바퀴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피디님에게 물었다.
“주방은 아직 안 돌았죠?”
“응. 너 기다리고 있었지.”
“잘됐네요.”
이번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남극 기지의 대원들에게 밥을 대접하는 거였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구재영 피디님이 조리대원을 데리고 돌아왔다.
“안녕하세요. 세종과학기지에서 조리를 담당하고 있는 하성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메라 앞이라 살짝 긴장한 태도로 자기소개를 하던 조리사가 우리를 안내했다.
“다른 주방이랑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그러네요.”
우리가 도깨비 식당 때 썼던 대형 솥이나 오븐 등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완제품으로 공수되는 편이어서 평소에는 그걸 조리해서 먹고요. 고기 구이라든가, 메인 메뉴들은 직접 만드는 편입니다.”
“국이나 국물은요?”
“저기 레토르트를 이용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만드는 양에 비해 다들 많이 남기시는 편이어서 음식물 낭비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방에 대해 소개를 해 주던 조리사가 우리를 창고로 안내했다.
온갖 소스들과 건식 재료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여기는 식자재 창고고요. 여러분이 이번에 가져오신 재료 중 일부는 저쪽 선반에 비치를 해 놓았어요.”
“아, 감사합니다.”
장부를 확인해 수량이 맞는지 확인하고는 조리사에게 물었다.
“평소 몇 명이 식사를 준비하시나요?”
“아침 식사 같은 경우는 한 명이 하고요. 저녁 같은 경우에는 이제 둘이 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얼마 안 되어서 뉴블랙 분들이 준비하실 때도 별다른 문제는 없으실 거예요.”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도깨비 식당 때 생각하면…….”
배경이 남극이라 힘들다 뿐이지, 인원 수를 생각하면 이런 힐링도 힐링이 없었다.
이른바 헬평 휴게소라는 이름이 붙게 된 뉴불백 대란.
일매출 2천만 원을 기록하기 위해 경이로운 노동 강도를 겪어야 했던 도깨비 식당 등등.
‘하아…….’
‘천국이다. 천국.’
고작 수십 명 분량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닦았다.
“고생 끝에 낙이 오기는 하는구나.”
“진짜 행복 촬영이네염.”
그러고는 조용히 웃고 있는 조리사에게 물었다.
“참, 저희가 알레르기 관련해서는 미리 전달 받았는데 혹시 대원 분들의 식성은 어떻게 되나요?”
“음.”
조리사가 뒤통수를 긁적였다.
“딱히 그것까지는 모르겠네요. 다 똑같죠. 맛있는 거 좋아하고 고기 좋아하고. 아마 이따가 대원들 식사할 때 지켜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네.”
“그럼 준비 들어갈까요?”
“네!”
우선은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같이 저녁 식사를 준비해 보기로 했다.
어차피 결전의 날은 내일이니까.
덜컹- 달그락-
여기저기서 꺼내오는 완제품과 재료들.
조리사의 지시를 따라 몇 가지 요리는 우리 손으로 직접 해 보면서 업무 현장을 파악했다.
‘쉽겠다.’
‘이 정도면 할 만하겠는데요.’
“왠지 내일 느낌이 좋아요.”
‘그치, 중현… 중현아?!’
모두가 눈빛만 주고받고 있는 동안 육성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우리가 기겁했다.
막내가 놀라서 중현이의 등짝을 팡팡 쳤다.
“형! 남극까지 와서 그런 말 하기 있어요, 없어요? 예감 드립 금지라고 했잖아요.”
“아니, 그래도 다른 때보다 일이 수월할 것 같아서…….”
“중현아… 왜 일을 힘들게 만드니.”
“아니…….”
내 말에 중현이가 억울해하고 있을 때.
재료를 나르던 조리사가 쿡쿡 웃으며 말했다.
“중현 씨 예감 드립 때문에 그래요?”
“네.”
“그거 진짜 통하는 미신이었구나.”
다른 조리사가 토치로 불을 피우며 말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진짜 할 만하실 거예요. 저희 대원들도 그렇게 인원이 많은 편도 아니고, 하루에 손님 수백 명 받았던 때에 비하면 천국일 걸요.”
“인원도 다섯이잖아요. 저희까지 필요 없을 거라 저희도 쉬고 좋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 순간.
구재영 피디님이 종종걸음으로 식당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우리가 시선을 주고받았다.
‘뭔가 문제가 생겼다.’
살짝 난처해하는 표정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구 피디님 뺨이 씰룩거리는데요?’
‘뭐지?’
좋은 일이 생겨서 신이 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구재영 피디님이 우리에게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얘들아. 혹시 식재료 여유분이 어떻게 되니?”
“충분하죠. 저희가 떠난 이후에도 드실 수 있도록 일부러 넉넉하게 챙겨 왔어요.”
“그러면 잘된 것 같네.”
“네?”
“혹시 외국인 손님들도 받을 수 있을까?”
“…….”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 될 거야 없죠. 그런데 어떻게… 기지 분들과 얘기가 된 부분인가요?”
“응. 이야기를 나눴어. 마침 곧 설이잖아. 전에 추석 때 다른 해외 기지 대원들과 친선 교류를 한 적 있다고 하시더라고.”
“아….”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사 대접을 하는 게 어떨까 해서.”
우리야 당연히 찬성이었다.
다른 나라 기지 사람들을 초청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그림도 딸 수 있고, 예능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도 뽑을 수 있고.
앞치마 허리춤에 손을 올린 리혁이가 물었다.
“몇 명 정도 생각하고 계세요?”
“아마… 주변의 인근 기지에 있는 사람들 모두?”
“…….”
우리가 조리사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많나요?”
“예, 많죠.”
“…….”
구재영 피디님이 해명하듯 말했다.
“이게 사실 우리가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고, 주변의 다른 기지들에서 먼저 문의가 들어온 거거든.”
“네?”
“우주가 연구자를 초청했다던데?”
“제가요?”
동생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특히나 중현이가 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내가 피디님에게 물었다.
“……제가 누굴 초청했다고요?”
* * *
소문의 시작은 한 독일 과학자였다.
기지에 돌아간 과학자의 말에 모두가 술렁였다.
“파울?! 진짜야? 뉴블랙한테 초청을 받았다고?”
“응. 정중하게 초대 받았지.”
파울 베크만이 턱수염을 매만지며 하얀 가운을 입었다.
다른 독일 동료가 손을 들었다.
“반론.”
“경청할게.”
“너의 착각 아니야? 뉴블랙이 동네 친구도 아니고, 최고의 스타인데 갑자기 초대를 했다고? 생판 처음 만난 과학자들을?”
“아니.”
파울의 말에 다들 김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렇지.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먼저 제안을 했지. 뉴블랙이 맛있는 식사를 대접한다는 말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었어.”
“흐음.”
“오라고 하더군.”
그 말에 독일 과학자들이 눈을 가늘게 떴다.
“너…!”
그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정말로 초청 받았구나!”
“믿고 있었다고!”
파울이 손을 들어 동료들의 흥을 깼다.
“하지만 초청을 받은 것은 나뿐. 너희까지 오라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군.”
“음…….”
“궁금하면 너희도 한 번 물어보는 게 어때.”
기지에 모여 있는 독일 과학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소식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도 퍼져 나갔다.
남극은 아주 거대한 대륙이지만 사람이 살 만한 곳은 극히 일부.
그 때문에 대부분의 기지는 모여 있었고, EU처럼 교류가 활발하거나 언어가 비슷한 권역은 서로 긴밀하게 소통을 하는 편이었다.
[뭐라고?]“후후. 우리는 뉴블랙의 초청을 받았다.”
[……!]“뉴블랙이 킹 세종 기지에서 한국 연구원들에게 자신들의 특제 요리를 대접한다더군.”
남극 땅에 소문이 퍼져 나갔다.
“그거 얘기 들었어? 뉴블랙이 유럽 연구자들을 단체로 초청했다던데?”
“그래? 그런데 왜 우리한테는 초청이 안 들어온 거지?”
“메일함 좀 살펴 봐봐! 뭐라도 들어왔을 수 있잖아.”
그리하여 다른 기지들도 세종 기지에 연락을 보내면서 일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 한국인들의 뽀짝뽀짝 설 파티였던 것이 갑자기 국제 컨퍼런스로 변해 가는 상황.
물론 그들 모두가 가게 된다면 뉴블랙이 힘들 것이야 알고 있지만.
‘몰라.’
과학자들은 알고도 모른 척할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남극에서 몇 달, 혹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이런 재미있는 걸 놓칠 수야 있겠는가?
세계 최고의 스타 중 하나가 남극에 방문하는 일도 드문데… 그들이 해 주는 요리를 먹고…….
“분명 공연도 해 주겠지?”
“안 보여 줄 리가 없어.”
어쩌면 공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뉴블랙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과학자들 사이에서 피 튀기는 혈전이 펼쳐졌다.
“자, 기지에 남을 필수인력을 지금부터 뽑아 보자고. 반드시 가야 되는 이유가 있는 사람 있으면 손 들어 봐.”
모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와이프가 뉴블랙 팬이야.”
“요즘 들어서 돌아가신 증조할머니가 떠오르네…. 기분이 울적해서 나들이를 해야 할 거 같아.”
“개소리 말고 다들 제비나 뽑아.”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 기지 역시 잔뜩 들떠 있었다.
“뉴블랙 파티에 간다!”
“YEAH—!!!”
환호성을 지르며 행복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 다른 동료에게 말했다.
“참, 에이미에게도 알려 줘야 하지 않아?”
“아.”
“지금 뭐 해?”
“아마 연구 때문에 정신이 없을걸? 지금 거의 몇 주 가까이 은둔해 있던데.”
“누가 알려 주자고. 걔 수플레 아냐?”
그 말에 누군가 어두운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현미경으로 공룡 화석을 바라보고 있던 고생물학자가 퀭한 눈으로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밖이 시끄럽던데 무슨 일이야?”
“그거 알아?! 우리 뉴블랙 파티에 간다.”
“오. 그래. 너희들이 거기 가는 동안 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야.”
신랄하게 비꼬며 되받아치는 에이미의 말에 다른 동료들이 말했다.
“아니, 진짜 뉴블랙 파티에 간다고.”
“?”
“너 연구 때문에 모르지? 지금 뉴블랙이 남극에 왔어.”
“???”
안경 너머 눈동자가 화등잔만큼 커졌다.
그녀가 벨로시랩터처럼 달려가 동료의 멱살을 잡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 봐. 당장.”
“그, 그러니까… 그…….”
수플레의 기세에 침을 삼킨 다른 연구자가 상황을 설명하면서 그녀가 뒷걸음질 쳤다.
“마, 맙소사.”
“어때?”
“사, 살아 있는 최애가 남극 땅에…….”
‘맞다. 얘 공룡도 덕질하지.’
이윽고 티라노처럼 기쁨의 포효를 하는 고생물학자의 모습에 미국 과학자들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데리고 가도 되나.’
‘가수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사냥하러 가는 것 같은데.’
원래 저 팬덤은 저렇게 전투적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납득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남극 땅에 와서 그 파티에 초청 받아 갈 확률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 파워볼 복권 당첨과 같은 확률일 것이다.
“뉴블래애애애애액-! 내가 간다아아아아아아아아-!!!! 흐하하하하!”
여기저기서 각 기지에 숨어 있던 다양한 국적의 수플레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그럼 가 볼까?”
“가 보자고.”
두툼한 방한복을 입은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트와 차량, 비행기 등에 몸을 실었다.
부아아아앙-
세종과학기지를 향해 설상차들이 호쾌하게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