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9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4화
“형.”
“중현아.”
“네.”
무언가 내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는 눈빛.
내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미안하다. 알고 보니 내가 초청한 거였네.”
“흠. 사과를 받아 주겠어요.”
“하지만… 형 덕분에 방송이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니?”
“…….”
“미안하다.”
내가 고개를 조아리며 눈치를 살피는 동안 지호가 말을 얹었다.
“저 고등학교 때 형이 그랬잖아여. 리혁이 형한테 잘못한 거 있어서 사과하려고 하니까, 지호야- 잘못을 했을 때는 말을 붙이지 말고 사과만 해- 라고 알려 주고 그랬는데.”
“…….”
“역시 자기 말은 자기가 못 지키는 게 국룰이네욤. 흐하하! 악!”
얄밉게 깐족거리는 막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복수하고는 중현이한테 머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메인보컬이 정적을 깨 주었다.
“음.”
리혁이가 펜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계산해 봤는데 재료는 충분할 거 같아요. 우리가 여러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료를 챙겨 왔잖아요? 외국 손님들 대접하고도, 우리 기지 대원들에게 따로 식사 접대할 양이 더 남을 거 같아요.”
“거기서도 또 남고?”
“네. 워낙 넉넉하게 가져왔잖아요.”
“오케이.”
내가 손뼉을 치며 동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럼 지금부터 작전 회의 들어가 보자.”
구재영 피디님이 카메라 너머에서 지켜보는 동안 가장 먼저 비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른 기지에서 온 명단은 받았어?”
“네. 여기 사람들 이름이 적혀 있고요. 각자 지니고 있는 알레르기나 채식 유무 같은 것도 체크되어 있어요.”
아무래도 유럽이나 미국 지역의 사람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만큼 개개인의 호불호도 다양했다.
새우나 땅콩 알레르기나 있는 사람,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어느 정도까지 채식인지 표시되어 있는 명단을 바라보며 동생들과 메뉴 구성을 했다.
“내일 점심 식사는 모두가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준비하면 될 것 같아요. 식수를 아껴야 하니까 매운 음식보다는 무난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를 메인으로 하고요.”
“도깨비 식당 때 메뉴를 재탕할까?”
“네.”
각국의 손님들과 함께 할 점심 식사는 무난한 양식 메뉴로 합의를 보았다.
중현이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저녁 때는 한식으로 구성하면 될 거 같아요. 다들 양식 먹어서 속이 더부룩한 상태일 거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 때는 한국인들끼리만 있을 예정이기에 덜 느끼한 메뉴들을 구성하기로 했다.
구재영 피디가 물었다.
“촬영은 어떻게 할까?”
“저희가 하기로 했던 미니 게임들은 저녁으로 미뤄 두면 될 거 같아요. 점심에는 간단하게 공연 정도만 하고.”
그런 식으로 한창 회의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다.
펭귄, 아니 팽귀인 박사님이 손을 흔들며 둠칫둠칫 다가왔다.
“회의 중이신가요?”
“예. 거의 다 끝나 가요.”
“덕분에 오늘 식사 맛있게 했습니다. 하하하.”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우리에게 박사님이 물었다.
“혹시 회의 끝나셨으면 잠깐 산책이라도 좀 하실까요? 요 근처에 젠투펭귄들이 많이 살거든요.”
지호가 놀랐다.
“…전투펭귄!”
“아뇨. 젠투펭귄입니다. 지호 씨. 명칭에 주의해 주세요.”
“넹.”
박사님의 냉랭한 대답에 지호가 소심하게 대꾸하는 동안 팽귀인 박사님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산책 한 번 나가실 생각 없으신가요? 펭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반짝반짝하는 펭귄들의 모습에 우리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펭귄!’
‘얼마나 귀여울까?!’
* * *
옷을 두툼하게 챙겨 입은 우리가 바깥으로 나왔다.
바닷가 근처라 그런지 해풍이 쌀쌀하게 불어오는 세종과학기지의 바깥.
“이 근방에서 저희 연구자들이 ‘펭귄마을’이라 부르는 곳이 있거든요. 거기는 여기 말고 저 뒷산 쪽으로 가야 나오는데, 그곳은 내일 가 볼 예정이에요.”
“아하.”
“오늘은 가볍게 이 주변을 산책해 보겠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물개랑 펭귄들이 많거든요.”
팽귀인 박사님의 통통한 뺨이 흥분으로 달아올랐다.
“다들 펭귄을 실물로 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뇨.”
동물원에서 봤다고 말한 지호 정도를 빼면 나머지 모두 펭귄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동안 펭귄이랑 인연이 많았지만 실물로 본 적은 없었거든요.”
펭귄은 우리와 굉장히 인연이 깊은 동물이었다.
데뷔 초에 명동에서 진행한 인형탈 이벤트에서 우리의 상징 동물이기도 했고, 팬들이 만든 미튜브 편집 영상에서도 우리가 뭉쳐 있는 게 펭귄 무리 같다는 비유도 자주 보았다.
방한화에 해변의 자갈이 채이는 소리를 들으며 그런 말을 하자 팽 박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요. 아마 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펭귄을 보시게 되는 건 처음일 겁니다.”
그러면서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다.
“우선 내일 가게 될 아스파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아스파요?”
모자를 눌러쓰던 리혁이가 말해 주었다.
“ASPA라고 남극 특별보호구역이에요. 연구 목적이 아니라면 진입이 힘들고, 설상차 등의 운송수단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죠.”
“정확합니다!”
박사님의 설명을 들어 보니 세종과학기지 근처에 우리나라 주도로 2009년에 만든 보호구역이 있다는 듯했다.
거기에 펭귄들이 대거 살고 있다나.
“아스파에서만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극의 야생동물과는 접촉이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먼저 다가간다든지 하는 접촉은 최대한 삼가 주시고요.”
“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물들한테 장난을 치듯 위협 행동을 하는 것도 금지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눈으로만 감상해 주세요^^] 표지판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 대화를 나누며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음.”
우리 중에 시력이 가장 좋은 중현이가 이마에 손을 얹고 말했다.
“펭귄들이 있는데요.”
“그래?”
“네.”
그 말대로 조금 더 가까이 가 보니 정말 펭귄들이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긴 하지만 물개들도 있었다.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해 보니 소수인 펭귄들과 달리 물개들이 꽤 많다.
크게 무리 지은 물개들이 우리를 슥 보고는 관심을 끄는 게 보였다.
“와. 펭귄 진짜 귀엽다.”
“허어어.”
아무래도 덩치 큰 인간들이 다가와서 그런 걸까.
우리 허리춤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키의 앙증맞은 펭귄 무리가 벌떡 일어나 우리를 경계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라고 말하는 듯한 분위기.
비주가 속삭였다.
“인사라도 해야 할까요?”
“펭귄들이 퍽도 우리 말을 알아듣겠어요. 형.”
내가 박사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박사님. 펭귄은 인사를 어떻…….”
“하앍.”
양뺨에 손을 올린 채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펭귄 덕후.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박사님이 민망함을 감추듯 흠흠-하면서 물었다.
“뭐라고 하셨죠. 우주 씨?”
“펭귄들은 어떻게 인사하나요. 이렇게 고개를 꾸벅하면 되나요.”
“아. 그건….”
젠투펭귄들에게 고개를 숙이려고 준비 중이던 우리에게 박사님이 말했다.
“교미하자는 신호입니다.”
“…….”
펭귄 커플들끼리의 뜨거운 인사라는 말에 우리가 먼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동안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펭귄들이 슬쩍슬쩍 다가오기 시작했다.
경계를 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들.
우리가 속삭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오오오.”
“다가온다! 다가온다!”
“어, 어떡하죠. 나 새 무서운데……?!”
리혁이가 내 등 뒤로 숨는 동안 한 발짝씩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펭귄들.
팽 박사님이 거칠고 뜨거운 덕후의 숨을 내쉬고 있는 동안, 우리의 코끝으로 냄새가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꾸리꾸리한 냄새.
“어?”
“어디서 그 비료 냄새 같은 게…….”
…라고 말하는 순간.
귀염둥이 펭귄들의 뒤에서 해풍이 훅- 하고 불어왔다.
“억….”
“으억…….”
비위 약한 우리 메인보컬이 헛구역질을 하는 동안 우리가 눈을 비비며 냄새의 정체를 바라보았다.
팽귀인 박사님이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 주었다.
“저도 처음에 냄새를 맡고 탈덕 위기에 처했었죠.”
“…….”
“황제펭귄들은 서식지 특성상 냄새가 괜찮은 편인데, 이 친구들은 조금 냄새가 강합니다. 몸에 분변을 묻히고 다니거든요. 하하하.”
나와 동생들이 충격에 빠진 얼굴로 펭귄들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얼굴과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냄새.
하지만 우리의 충격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팽 박사님이 흥미로운 눈으로 몇 미터 거리까지 다가온 펭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희한하네요.”
“뭐가요?”
“이 친구들이 이 정도 거리까지 다가오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호기심이 많거나 혹은…….”
우리를 흘끔 바라보는 눈길에 고개를 갸웃했다.
“혹은, 뭐인가요?”
“혹은… 포식자들이 하찮아 보이거나…….”
“…….”
“물론 여러분이 하찮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친근해 보였다~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펭귄들이 우리를 거인 호구들로 인식했다는 표현을 우아하게 바꿔 말해 주는 박사님이었다.
그동안 우리와 펭귄들의 시선이 서로를 마주했다.
둠칫둠칫.
하지만 5미터 거리까지 근접한 펭귄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라도 해 봐요.”
냄새 때문에 코를 막은 리혁이가 뒤에서 나를 쿡쿡 찔렀다.
“뭘 해?”
“그냥 아무거나 해 봐요.”
“…….”
곰곰이 생각하다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주 오래전 기억이지만 여전히 몸의 신경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까.
내가 팔을 날개처럼 펼쳤다.
둠-
박사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칫-
“황제펭귄…!”
펭귄들 앞에서 펭귄 걸음걸이를 선보였다.
과연 원작자(?)들의 반응은 어떨 것인가.
팽 박사님이 숨을 거칠게 쉬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
“…….”
조용히 지켜보던 펭귄들이 그 상태 그대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
“??”
하지만 계속 가는 것이 아니라 가다가 우리를 뒤돌아본다.
마치 따라오라는 듯이.
“따라오라는 건가요. 박사님?”
“예예. 우주 씨 무조건 따라가십시오. 저 친구들이 물속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꼭 따라붙는 겁니다.”
그렇게 펭귄들과의 기묘한 동행을 하며 따라갔을 때, 우리는 휴식을 취하고 있던 물개 무리 근처에 다다랐다.
젠투펭귄들보다 한참 덩치가 큰 물개가 경계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
둠칫둠칫둠칫!
젠투펭귄들이 빠른 걸음걸이로 둠칫거리며 물개들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물개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도망쳤다.
첨벙!
유유히 사라지는 물개를 바라보며 해변가에서 날개를 파닥거리는 젠투펭귄들.
펭귄들의 시선이 내게 닿는 게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빛으로 엄지를 척- 하는 듯한 느낌에 나와 졸개들이 눈을 깜빡였다.
‘뭐지?’
‘동료가 된 건가?’
곧장 물개 왕국을 향해 돌진을 시작하는 펭귄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눈을 깜빡였다.
* * *
“우주 씨! 부탁입니다! 저에게 그 비결을 알려 주세요!”
“아니, 이건 비결이 아닌데…….”
“대체 무엇을 했길래 펭귄들이 그토록 친근하게 다가오는 거지요?! 혹시 섬유유연제를 어떤 향을 쓰시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아니면 쓰시는 향수라도 알려 줄 수 있는지…….”
“아니, 박사님….”
멀찍이서 난처해하는 우주의 모습이 보인다.
카메라 감독과 오디오 감독, 그리고 양미현 작가와 촬영 관련 회의를 하고 있던 구재영 피디가 고개를 돌렸다.
“저기는 무슨 일이야?”
“팽 박사님 완전 흥분하셨는데. 부리로 쫄 기세예요.”
구 피디가 뉴블랙과 촬영을 하고 돌아온 조연출에게 물었… 아니, 질문을 던지려고 했다.
“우웁.”
“웁. 야, 너 냄새가 왜 이래?”
푸세식 화장실 구덩이에 빠졌다가 나온 듯한 냄새를 풍기는 조연출이었다.
아니.
그 정도로 심한 건 아니고, 누군가 조연출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푸세식 구덩이에 살짝 디핑소스처럼 담갔다 뺀 듯한 냄새.
“펭귄들이랑 근접 촬영을 하고 왔거든요.”
“펭귄? 펭귄들 만지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었어?”
“펭귄들이 먼저 다가온 거라서 괜찮아요.”
“?”
조연출이 허공으로 시선을 던졌다.
뭔가 이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한참이나 고민하는 표정.
그를 쳐다보는 선배들에게 조연출이 음, 하고 말했다.
“우주 씨랑 펭귄들이 동료가 된 거 같아요.”
“어…?”
“그… 그렇게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펭귄들이랑 동맹을 맺어서 물개들을 물리치고 세종기지 주변 땅을 점령했어요.”
“…….”
말을 할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분위기.
스탭들의 머릿속에서 펭귄들의 왕과 악수를 나눈 우주가 물개들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펼쳐졌다.
“아니아니, 그 촬영분 보시면 알 거예요. 우주 씨가 펭귄들 앞에서 펭귄 흉내를 냈거든요. 그랬더니 펭귄들이 우주 씨를 끌고 가서 물개 무리에게 돌격을 하더라고요.”
“그… 카메라 두고 가. 일단 가서 좀 씻고.”
“넵.”
하지만 대강의 상황은 이해했다.
여행 리얼리티를 찍으러 가서 갈매기를 맨손으로 붙잡고 다니는 괴인들 아니던가.
무언가 수를 써서 펭귄을 꾀어낸 모양이었다.
“우주 씨…!”
“죄송합니다. 박사님. 이따가 알려 드릴게요. 저희 내일 식당 준비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애절한 펭귄 박사의 외침.
통통한 얼굴에 펭귄을 닮은 그 얼굴을 본다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지만 뉴블랙의 리더에겐 통하지 않았다.
더 귀여운 동생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팽귀인 박사가 말했다.
“그,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식당 준비를 제가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우주의 시선.
하지만 구재영 피디와 동료들은 놓치지 않았다.
‘솔깃해하고 있군.’
우주가 머뭇거리면서 민망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이~ 박사님. 저희가 대접을 해 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박사님한테 도와달라고 하겠어요.”
해석) 한 번에 승낙하면 민망하니 다시 물어봐 달라.
팽귀인 박사는 암투가 난무하는 과학계에서 입지를 다진 인물답게 그 의미를 잘 받아들였다.
“외국에서 손님들이 오시는 상황 아닙니까. 같은 한국인으로 힘을 보태야지요.”
해석) 콜?
“아이, 죄송한데…….”
해석) 꺄륵.
그 말을 하던 우주가 입가에 손을 올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인테리어도 해야 되고, 할 일이 좀 많은데…….”
해석) 그대의 휘하에 노비가 몇이 됩니까?
“다 같이 도와야죠. 하하하!”
해석)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그 말을 하며 팽귀인 박사와 우주가 손을 맞잡고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곁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는 졸개들까지.
양미현 작가가 말했다.
“알래스카 방송에서도 그러더니 얘네는 어딜 가든 사람들을 거느리는 게 운명인가 봐요.”
곧장 우주가 팽귀인 박사에게 자신의 펭귄 몸짓을 전수해 주는 한편, 팽귀인 박사는 아주 놀라운 방법으로 동료들의 노동력을 동원했다.
조용히 땀을 흘리며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본 다른 동료들이 호롱불에 홀린 아귀처럼 놀라서 다가왔다.
“아니, 선배님이 왜…….”
“어어어어! 팀장님, 왜 일을 하고 그러세요? 예? 손님맞이요?”
“팽 박사님? 왜…?”
팽귀인 박사가 허허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도와주는 거야. 외국 손님들 맞이하는데 나라도 한 손 거들어야지.”
“…….”
“다들 쉬고 있어~ 온 김에 커피라도 한 잔 해.”
“…….”
뉴니버스 제작진이 서로를 바라보며 소곤거렸다.
“팽 박사님이 최선임 연구원이래요. 최고참이라고.”
“아아.”
곧장 새롭게 합류한 노비들이 울면서 뚝딱뚝딱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세종과학기지에 활기찬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오디오 감독이 말했다.
“벌써부터 심상치가 않네. 외국 손님에 펭귄들에… 여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레스토랑 개업할 분위기인데?”
“그러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꺄르륵 웃음소리 속에서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근두근한 제작진이었다.
* * *
다음 날 오전.
설상차와 보트, 비행기 등의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킹 조지 섬에 도착한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
“오랜만이네. 킹 세종 기지는.”
그런 말을 하던 연구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여… 여기가 맞나?”
“맞을걸?”
얼핏 보이는 세종과학기지 내부의 인테리어가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바깥에서 펄럭이는 흉흉한 검은 깃발까지.
“해적선…인가?”
“아니야. 수플레 깃발일걸.”
활짝 웃고 있는 빵만 아니었다면 해적깃발이었나 오해를 할 법한 깃발이 펄럭펄럭대고 있을 때였다.
품에 선물을 가득 안아 든 이들이 들어가려다가 멈칫했다.
“에릭? 왜 그래?”
“아니…….”
일행 중 펭귄을 연구하는 생태학자가 해변을 가리켰다.
“이 기지 주변에 펭귄이 이렇게 많았나?”
“음?”
“저기 봐봐.”
“…….”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펭귄 떼.
외세의 힘을 빌려 물개 점령지를 차지한 펭귄들의 여유라는 걸 모르는 연구자들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뭐지?’
뭔가 혼란스러운 일들이 한가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