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96)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6화
나의 본업은 가수다.
“흐하하하하하!”
“흐하하!”
하지만 사람들이 날 보고 폭소하는 장면을 볼 때면 왜 이리도 기쁜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 부업이 예능인인가?
둠칫- 두둠칫-
신명나게 펭귄 댄스를 출 때마다 여기저기서 자지러지는 관객들.
우리의 팬인 수연 씨와 에이미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웃고 있고, 세종기지의 대원들이 손뼉을 치며 폭소했다.
미국 기지를 비롯해 몇몇 흥이 많은 연구자들은 카메라 뒤에서 우리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중현아.’
‘네.’
‘가자!’
나를 번쩍 안아 든 대왕 펭귄에 힘입어 내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에서 춤을 추었다.
팽귀인 박사님과 연구자들의 경악한 음성이 들려왔다.
“황제펭귄의 비행…!”
「황제펭귄이 정말 비행을 했다면 저런 몸짓이었을 것 같군요!」
「그야말로 펭귄이로다!」
황제펭귄의 플라잉 댄스를 선보인 내가 대왕 펭귄에게 신호를 보냈다.
스으윽-
천천히 내려오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랜딩 자세로 앉은 내가 근엄하게 일어나면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후후후후.’
‘보고 있나, 수플레!’
5년 전 명동에서 춤을 추었을 때보다 한층 더 진보한 몸놀림!
졸개들과 흐뭇한 눈빛을 교환하며 머리에 쓴 탈을 벗었다.
뽀옥-
불현듯 그때의 일이 스쳐 간다.
그때 당시에 우리가 탈을 벗었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우리의 외모를 보고 터져 나온 감탄사.
그리고 ‘쟤네는 누구지?’ 하고 바라보던 호기심 가득한 눈빛.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자, 지금의 즐거움이 배가됐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남극 땅에서 우리를 향해 환호하는 사람들.
굳이 우리가 누구라고 자기소개를 할 필요도 없이 다들 우리를 잘 알아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핸드폰 카메라를 향해 인사했다.
[시청자 수 : 5,041,488명]굉장히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 * *
광란의 펭귄 댄스가 끝난 후.
뉴블랙 멤버들이 환복하러 간 동안 외국인 손님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였다.
바로 테이블에 놓인 왕봉이었다.
“신기하군.”
도깨비방망이를 본 것처럼 그들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이게 뉴블랙의 팬들이 응원을 할 때 쓰는 물건이라는 거죠? 안티 팬들을 진압하는 섬광탄이라거나 진압봉 용도가 아니고?”
“그렇다고 하네요.”
“이 정도 밝기면 군용으로 납품해도 되겠는데요?”
최대 밝기로 틀어 본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플레인 에이미 파킨스가 그들에게 말했다.
“내 방에도 하나 있어요. 이것보단 작은 건데…….”
“어때요? 쓸 만합니까. 닥터 파킨스?”
“블리자드가 불어오는 영하의 날씨에서도 어느 정도 구동을 하더라고요. 오래 버티지는 못하지만.”
“호오오. 하나 장만하고 싶군.”
제법 실용적인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전등을 쓰면 눈앞의 180도 각도 정도만 커버가 되지만, 이 달봉이(Mr. Dalbong)를 등대처럼 들고 다니면 360도의 시야가 다 커버되는 것 아니겠는가.
중국 기지에서 온 닥터 첸이 말했다.
“고향에서 아버지와 오빠가 이걸 챙겨 가서 밤낚시를 하곤 했죠. 물에 한 번 빠뜨렸는데도 여전히 작동이 잘 돼요.”
야외 공연에서도 문제없이 쓸 수 있도록 철저한 방수 기능까지.
연구자들이 눈을 깜빡였다.
‘응원용 라이트스틱이라고 하기에는 오버 스펙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환복을 마친 뉴블랙 멤버들이 걸어 나왔다.
그들이 카메라를 향해 이런저런 인사말을 건네는 동안 연구자들이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친근해 보이는 느낌이야.”
“나도.”
방금 전의 펭귄 댄스 덕분일까?
범접하기 어려웠던 첫 인상과 달리 지금은 이웃처럼 친숙한 기분이었다.
“이게 매력 포인트인가 봐요.”
“그러게.”
그때 팽귀인 박사가 우주의 기타를 들고 연구자들 틈에서 나섰다.
“잠시만요.”
“아, 닥터 펭.”
“써니에게 기타를 전달해 줘야 돼서요. 조심해 주세요.”
엉거주춤 비켜 주는 연구자들에게 팽귀인 박사가 말했다.
“4만 달러짜리 커스텀 악기라고 하더군요.”
“푸흡-!”
“콜록!”
커피를 홀짝이던 이들이 펄쩍 뒤로 물러났다.
‘친근하다는 말 취소.’
기타 현을 가볍게 퉁기던 우주가 카메라를 보며 씩 웃었다.
“안녕하세요. 수플레! 저희는 지금 남극에 와 있습니다! 남극의 킹 조지 섬에 있는 킹 세종 기지에 와 있고요.”
그의 눈짓에 리혁이 영어로 설명한다.
“킹 세종 기지는요. 한국의 위대한 왕에게서 이름을 따 와서…….”
수백만의 팬들에게 깨알 같이 고국의 위인을 설명해 주고, 세종과학기지와 남극 연구의 연혁에 대해 짧은 설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각국의 연구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된 사연도 흘러나왔다.
“여기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계세요. 다들 인사해 주세요!”
“와아아아아-!”
뉴블랙 멤버들이 카메라를 잠시 연구자들 방향으로 돌리면서 그들이 손을 흔들었다.
얼떨떨하다.
“느낌이 이상한데. 저 카메라 뒤에 수백만 명이 있다는 거지?”
“무려 700만 명이나.”
이 거대한 대륙의 자그마한 공간에서 700만 명 앞에 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괜히 다리가 후들후들하는 느낌.
그런 과학자들과 달리 뉴블랙 멤버들은 긴장한 티 하나 없이 편안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저희가 왜 이 방송을 켰는지 궁금하실 거예요.”
비주가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다.
“세계의 다양한 손님들 앞에서 할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저희의 이번 앨범 곡을 들려 드리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이번 앨범의 주제가 요리잖아요?”
“한국에는 가족을 표현할 때 식구(食口)라는 표현이 있어요.”
중현이 말을 이었다.
“직역하자면 먹는 입이라는 뜻인데, 한 집에서 살면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이에요. 그만큼 식사를 함께 한다는 건 의미가 큰 것 같아요. 가족들을 구분하는 단위가 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어 주니까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손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식사의 힘이었다.
인간과 인간이 관계를 맺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위.
친구를 사귈 때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고, 데이트를 할 때도 밥부터 먹지 않는가?
“음악 또한 요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각 나라의 정수가 녹아들어 있고, 같은 음악을 공유함으로서 긴밀한 관계가 되니까요. 맛있는 요리가 추억이 되듯이 좋은 음악 역시 추억이 되잖아요?”
우주가 기타 현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오늘의 공연이 여러분 모두에게도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으며 첫 곡 들어가 보겠습니다.”
“Overcooked 가 볼까요?!”
지호의 호쾌한 외침에 다들 환호로 답했다.
곧장 간단한 반주 아래서 뉴블랙 멤버들의 목소리가 식당을 메웠다.
“와우.”
“워어….”
특별한 음향 장치 하나 없었다.
스피커도 없고, 인이어는 물론이고 마이크도 없다.
그야말로 공연이 급조되었다는 티가 물씬 날 정도.
뉴블랙 멤버들이 숟가락을 마이크처럼 들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장치가 없다.
그럼에도….
Overcooked- Overcooked-
그저 조금 익혔을 뿐인데
다섯이 함께 만들어 내는 하모니는 그 자체로 완벽하고 풍성했다.
완벽한 콘서트.
메인보컬 리혁이 가볍게 부르는 노래가 천장을 뚫을 듯 피치를 올려 가면서 사방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마치 맑고 푸른 아우라가 리혁의 목소리를 타고 퍼져 나가는 것 같다.
곳곳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게…….’
뉴블랙의 무대를 코앞에서 목격한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게 가수구나.’
그들이 치열하게 연구를 하듯이, 매일 밤잠을 새워 가며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 것 같았다.
부드럽게 허밍하며 노래를 받쳐 주던 리더의 눈길이 연신 관객들을 훑었다.
사람들의 호흡과 반응, 감탄사에 따라 반주의 완급을 조절하며 지휘자처럼 멤버들을 이끈다.
“와아아….”
감탄하던 관객과 눈이 마주친 뉴블랙의 리더가 눈을 찡긋하고 웃고는 입술을 뗐다.
“그럼 바로 이어서 핫소스도 감상하실까요?!”
“Yeah!”
오프닝을 맡은 비주의 독특한 음색을 시작으로 멤버들이 차례대로 자신의 파트를 불렀다.
리듬을 타며 웃던 우주가 살짝 목을 긁으면서 그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너도 알잖아
부족한 그 느낌
멈출 수 없는
특별한 기분
‘불같다.’
누군가의 감상이었다.
‘뜨거운 불같아.’
메인보컬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깔끔하고 곧고, 정석적인 것이 특징이라면 리드보컬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한 차례 감정을 정제해 부르는 리혁과 정반대로 제 안에 담긴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뜨거운 불꽃.
부드럽게 부를 때면 햇볕처럼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고, 강렬한 목소리로 부르면 불꽃이 넘실거리는 것 같다.
그야말로 라틴팝의 정열적인 분위기에 걸맞은 보컬이었다.
‘진짜 부모와 판박이구나.’
영화 속의 선명주 커플이 떠오른다.
차분한 외모를 지닌 아버지와 화려한 미모를 지닌 어머니를 반반씩 물려받은 듯한 미모의 소유자가 부르는 노래에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흘러나오는 중현의 스페인어 랩에 남미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는 한편.
‘최고다!’
처음에만 해도 신기한 것을 바라보듯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도 어느새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괜히 시계를 바라보게 된다.
곧 있으면 기지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알찬 곡들이 흘러나왔으니까.
바로 그때.
‘다들 준비됐어요?’
연구자들을 향해 뉴블랙의 리더가 눈짓을 보내면서 그들은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남극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뉴블랙이 라이브를 하는 김에 남극에 대해 알리고자 했던 연구자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몇 명이지?”
“방금 800만을 넘겼어.”
뉴블랙이 라이브를 하면 어느 정도 인원까지 동원이 가능한지는 몰랐던 과학자들이 식겁했다.
물론 수백, 수천 명이 지켜보는 학술회에서도 발표하는 것이 연구자들의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수백만은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그… 내가 생각한 거랑은 좀 다른데…….’
그들의 심장이 거칠게 뛰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뉴블랙 멤버들은 태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리더가 기타 연주를 하며 말했다.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중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저희야 이번에 한 번 남극을 찾아온 손님이지만, 이곳에 몇 달 혹은 1년 가까이 상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일 뉴블랙과 달리 오랫동안 남극에서 상주하며 연구하는 과학자들.
그들을 소개하겠다는 듯 밑밥을 깔던 뉴블랙 멤버들이 손짓했다.
“엇… 그…….”
“그….”
과학자들이 우물쭈물 카메라 앞으로 다가왔다.
분명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뉴블랙 멤버들과 동료 과학자들뿐이지만 수백만 명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쑥스러울 수가 없었다.
자리를 권하는 척하며 손짓하던 뉴블랙의 리더가 그들에게 속삭였다.
“그냥 저희에게 이야기를 해 준다고 생각하시고, 평소 남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을 이야기해 주세요.”
카메라를 바라보지 말고 자신들의 눈을 바라보라고 말해 주는 뉴블랙 멤버들.
경청하겠다는 듯 눈을 빛내는 뉴블랙 멤버들을 향해 과학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라이브를 지켜보고 있던 시청자들.
[안녕하세요. 펭귄을 연구하는 과학자, 저의 이름은 팽귀인이라고 합니다.]한국의 과학자가 대표로 인사를 하면서 다들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성함이 팽귀인..???
-귀인이시다
-아니 박사님ㅋㅋㅋㅋㅋㅋㅋ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플레들도 큰 웃음을 터뜨리고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남극 과학자들이라고 했나?’
결연한 얼굴로 무언가 할 말이 많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그들도 집중했다.
물론 오버쿡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Souffle>를 못 들어서라는 이유도 조금은 있었다.
[저희는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일한 대륙, 남극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과학자들입니다.]지성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차분하게 대중들에게 말했다.
[아마 남극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굉장한 거리감을 느끼실 겁니다. 춥고 머나먼 땅. 하지만 잠시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 주신다면 얼마나 남극이 여러분의 삶, 지구와 밀접한 곳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저마다 연구 분야가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아십니까? 모래알갱이보다 크기가 작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플라스틱이 최근 남극의 해빙과 지표수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검출되었습니다. 곧 남극에 플라스틱 눈이 내릴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물질 순환과 탄소 흡수에 있어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남극 바다가 최근 들어…….] [해빙 면적이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본 적 없던 수치와 이상 현상이 목격되고 있어요.]그러니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 고 말하고 있었다.
리혁을 필두로 뉴블랙 멤버들이 과학자들과 그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동안, 수많은 수플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뉴블랙이 이걸 하려고 남극에 간 거였구나.’
아니었다.
‘이래서 간 거였어!’
외국 수플레들의 머릿속에서 아귀가 척척 들어맞고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를 덕질하는 한국의 팬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접하듯, 해외의 뉴블랙 팬들 역시 한국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뉴니버스라는 TV 쇼의 특집을 찍으러 간다 정도.
왜 남극까지 가나 했는데 이런 이슈를 알리기 위해 남극에 간 것이 틀림없었다.
[남극은 여러분의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남극은 떠오르는 화두예요(Antartica is the new black).]특히나 펭귄 박사의 마지막 한마디가 그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았다.
그리하여 수플레들 역시 가수의 뜻을 존중해 해당 이슈에 대한 소식을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곧장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는 키워드.
[#Antartica_is_the_new_black]남극에 대해 관심을 촉구한다는 뜻을 밝히는 키워드가 SNS에 화제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음?”
“이게 무슨 일이야? 남극이 왜 트위터에서 화제지?”
다양한 이들이 호기심을 빛냈다.
남극을 비롯해 세계를 누비는 환경 보호 단체들.
기후변화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지니고 있는 할리우드의 연예인들.
남극 문제와 관련이 깊은 국제기구들.
‘오…? 이게 되네?’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해도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이슈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게…….’
되는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답을 제시해 주듯 기사가 떴다.
-뉴블랙이 남극 보호와 관련된 TV 쇼 촬영을 하기 위해 남극을 방문하다
아니었다.
하지만 서구권의 몇몇 언론들이 이런 소식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뉴블랙의 방문 목적이 굳어졌다.
우선은 뉴블랙이 자신들의 방문 목적을 ‘TV 쇼 촬영이다’라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기도 했고.
북미나 유럽권의 사람들에게 ‘민족 명절이라 남극 기지의 사람들에게 땃땃한 밥 한 끼 해 드리러 갑니다~!’ 라는 한국 감성보다는 ‘환경 보호. 후후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국 본진의 팬들이 손을 뻗다가 내렸다.
‘그… 그게 아닌데…….’
‘아니, 고마운 오해기는 한데. 밥 해 주러 간 건데.’
‘그냥 오해하게 둬야지.’
그렇게 팬들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Antartica is the new black’을 검색어로 띄우는 동안 다양한 곳에서 움직임이 일었다.
수많은 관계자들의 머릿속에서 반짝이는 공식.
[중요 이슈 + 뉴블랙 = 관심]곧장 레몬 엔터도 해당 소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양한 협업 요청으로.
“팀장님.”
“응?”
윤석환 팀장에게 보고가 날아들었다.
“UN과 국제 환경 기구를 비롯해서 여러 단체들에서 이번 남극 TV 쇼가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는데요. 그….”
밥해 주러 간 건데- 라는 말을 뻘쭘하게 삼키는 직원의 말에 TF팀장도 머쓱한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앞으로 추진할 남극 캠페인에 함께 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좋은 기회 맞죠?”
“정말 좋은 기회지.”
작년도의 드라마틱한 성공 이후로 뉴블랙은 이제 어딜 가든 세계적인 스타라고 대우받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어느 나라든 간에 그 정도로 크게 성공한 이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일종의 책임 같은 것이 주어지곤 했다.
너의 그 영향력으로 무언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이건 좋은 기회야.’
윤석환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해야지. 멤버들한테 의견은 구해야겠지만.”
“저… 그런데 팀장님.”
“응?”
“그쪽에서 함께 하자고 하는 남극 캠페인들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남극 방문이 끼어 있더라고요.”
“…….”
“어떻게… 멤버들한테 연락을 할까요?”
현재 남극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멤버들에게 또 남극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
“어떻게 할까요, 팀장님?”
“일단… 내비두자.”
“역시 그게 낫겠죠?”
“겨우겨우 촬영 끝내고 돌아왔는데 또 남극 가야 한다고 하면 걔네 다 기절할 거야.”
TF팀장과 직원이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팀장님이 나중에 얘기해 주시겠지. 난 말 못해.’
‘직원들 시켜서 전달해야지.’
두 남자가 화기애애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