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199)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199화
설상차 안.
아웃도어를 입은 채 히터의 열기를 쬐고 있던 남자들이 보온병을 꺼내 들었다.
쪼르르륵-
달착지근한 코코아 향기.
코코아를 음미하던 세종기지 대원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캬.”
“이 맛이지. 코코아는 꼭 추운 데서 마셔야 맛있다니까. 비 오는 날의 뜨끈한 오뎅 국물 같은 거지.”
다들 맞장구를 치면서 웃음꽃을 피울 때였다.
“꺄르르르르르!”
“꺄르륵!”
멀찍이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면서 그들이 고개를 돌렸다.
“중현아! 나 잡아 봐라!”
“네!”
“꺄르르르르!”
파트라슈처럼 달리는 중현과 알프스 소년처럼 꺄르륵 웃어 대는 우주.
“흐하핫!”
그 모습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담으며 박장대소하는 비주.
“리혁이 형!”
“응? …억!”
“흐하하하하! 백발백중의 명사수 왕지호 등장!”
“야! 너 거기 안 서!?”
눈싸움을 하면서 유치하게 놀고 있는 막내 라인.
세종기지의 대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부럽다. 재미있게 노네.”
“히야, 나도 20대 때가 그립다. 20대 때는 저렇게 밤새 뛰어다녀도 다음 날 관절이 멀쩡했는데….”
“아 그리운 옛날이여.”
다들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코코아 잔으로 건배했다.
왠지 모르게 코코아에서 술맛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뉴블랙 멤버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며 부러워하던 사람들에게 누군가 말했다.
“꼭 우리 조카들 보는 것 같네. 키즈 카페에서 하루 종일 놀더라.”
“그거 봤어? 프랑스 쪽 연구인데 어린이들이 체력 좋은 이유가 근육의 질이 좋아서라더라. 근지구력이 국가 대표들이랑 동급인데, 근육의 부피가 작아서 젖산이 덜 쌓인대.”
“뉴블랙도 얄쌍해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다 근육이더라고. 그래서 어린이들이랑 비슷한가?”
과학자들이 뉴블랙과 어린이들 사이의 유사성을 탐구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사방이 적막했다.
방금 전까지 신나게 뛰어 다니던 뉴블랙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안 들렸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그들은 펭귄 무리처럼 한데 모여 있는 뉴블랙을 발견했다.
‘경치 감상하나?’
처음에는 다 같이 경치라도 보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세히 보니 구도가 뭔가 독특하다.
마치 작전 회의를 하는 펭귄들 같다.
머리를 맞대고 속닥속닥하는 모습에 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 하고 있는 거지?”
“회의…를 하나? 아니겠지?”
때마침 리더가 손뼉을 치면서 멤버들이 설상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우다다다다다다-!
리더를 중심으로 졸개 대형으로 우다다 뛰어 오는 뉴블랙.
무언가 바쁜 일이 생긴 것처럼 뛰어 오는 이들을 보며 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에요?”
뉴블랙 멤버들이 상기된 얼굴로 입김을 뿜어냈다.
“기지로 돌아가려고요!”
“벌써요?”
여기 온 지 1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돌아가겠다는 말에 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이들의 눈빛이 엄청 설레 보였으니까.
“네, 그럼 돌아갈 준비 하겠습니다~”
“다들 춥죠? 코코아 한 잔 할래요?”
“네!”
다른 대원들이 뉴블랙 멤버들에게 코코아를 나누어 주고 있는 동안, 설상차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던 한 대원이 누군가를 발견했다.
카메라에 담긴 장면을 확인하는 구재영 피디였다.
“피디님. 멤버들이 돌아간다고 하던데요?”
“예예, 들었어요.”
세종기지 대원이 구 피디에게 물었다.
“다들 엄청 신이 나 보이더라고요. 혹시 왜 그런지 아세요?”
“아마 우주가 영감을 얻었나 봐요.”
이어지는 말에 그는 왜 뉴블랙 멤버들이 그토록 신이 났는지를 깨달았다.
“여행지 오면 신곡 만들어서 가는 게 전통이거든요. 아마 이번에도 꽤 굉장한 게 나오려나 봐요.”
카메라를 든 구재영 피디가 하하 웃었다.
* * *
기지로 돌아온 우리는 곧장 방으로 모였다.
“그동안 작업이 막혔던 건 곡의 컨셉을 정하지 못해서였거든. 어떤 컨셉으로 가야 할지 모르니 쉽사리 건드릴 수가 없었어.”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현이가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때 있죠. 되게 좋은 멜로디가 떠올랐는데 그걸 가지고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정확해.”
비주가 물었다.
“아까 학교 컨셉이라고 했잖아요. 형. 그러면 곡이 어떤 느낌으로 바뀌는 거예요?”
“잠시만.”
내가 노트북을 켰다.
마우스를 딸깍이면서 대충 느낌을 잡을 수 있는 뼈대를 곧장 만들어 내고는 화면을 돌렸다.
“대충 이런 느낌으로.”
재생 바를 누르자 심플한 버전의 곡이 흘러나왔다.
[♩♪-♬♪]투박하기 그지없어서 핸드폰 벨소리와 큰 차이가 없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었다.
우리 멤버들의 귀에는 다르게 들릴 거라는 걸.
“…!”
아니나 다를까.
동생들도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드럼 비트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곡을 감상하는 멤버들.
나 역시도 눈을 감았다.
곧장 내 머릿속에 완성된 건물의 조감도처럼 완성본이 떠오른다.
-아름다움에 대하여.
…라는 부제가 붙을 만한 느낌의 곡이었다.
실제로 이 곡을 만들 때 기본 토대가 되었던 것이 바로 알래스카에서 목격했던 오로라였다.
세상사를 초월한 듯한 그 아름다움 때문이었을까.
내가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리스너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을 때만 해도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저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하지?
하지만 남극에 오면서, 특히나 방금 전 경험을 통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았던 오로라는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했지만, 어쩌면 누구랑 보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니었을까?
차가운 밤공기.
담요를 타고 전해지는 멤버들의 따스한 온기.
다 같이 소원을 빌 때의 웃음.
설렘과 기쁨.
만약 나 혼자 오로라를 보았더라면 그 정도로 감격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오로라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건, 동생들과 함께 하고 있던 그 순간이 아름다워서 그런 게 아닐까.
거기서 착안점을 얻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작년에 [미션 싱어>에서 청춘을 주제로 경연에 나섰을 때, 청춘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런 청춘처럼 아름다웠던 시간들.
그때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행복했었구나- 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러 가기 위해 뛰어갔던 기억,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반 대항 경기를 응원했던 기억,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면서 미니 콘서트를 했던 기억 등등.
돌이켜 보면 모든 순간에 웃음이 가득했다.
정말 별것 아닌 것에도 웃음이 나왔던 건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때?”
“진짜 너무 좋아요.”
그 결과 근사한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청량하지만 아름답다.
같은 청량함이지만 [불꽃놀이>나 [Coin>과는 결이 다르다.
불꽃놀이가 해변에서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를 보는 느낌이라면, 코인은 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아이들끼리 즐겁게 웃던 90년대 시절의 청량함 같은 느낌.
지금의 Aurora(가제)는 청량하고 아름다운 느낌이었다.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면 아마 텅 비어 있는 학교를 비롯해 여름날의 추억 같은 장면이 담기지 않을까.
지호가 말했다.
“약간 그런 느낌이네요. 청춘이었다..☆”
“그런 느낌인 거지.”
다른 멤버들도 자신의 감상을 밝혔다.
“솔직히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기는 한데… 뭔지 알 것 같아요. 관념적인 학창 시절의 즐거움? 분명 그런 기억이 없는데 듣고 있다 보면 왠지 추억이 하나 만들어지는 느낌이에요.”
“저는 고등학교 때 생각나는 것 같아요. 김중현이랑 그때 진짜 재미있었는데…….”
“저도요.”
중현이마저 그런 감상을 내뱉으면서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보통 곡을 들려주고 나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감상부터 나오는 건 좋은 징조였다.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할 뿐, 연출이나 개연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듯이.
“아….”
지호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거 들으니까 고등학생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 진짜 학교 가고 싶어요.”
“나도….”
“대학 생활은 딱히 생각 없는데 고등학교만큼은 다시 한번 제대로 다녀보고 싶긴 해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중고등학생 시절을 그리워하는 졸개들에게 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 학교 컨셉에는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어.”
“뭔데염?”
“우리 교복 입을 수 있어. 흐헤헤!”
동생들이 멈칫했다.
아마 5년 전, 그러니까 데뷔 초였다면 그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흐하하하! 이 형 교복 입고 싶대요~~!!
-웅, 우리 우주 교복 입고 싶었쪄? …죄송합니다. 형.
-교복이 입고 싶으면 제가 빌려줄까요, 형?
내가 무슨 교복 입고 싶어서 혈안이 된 사람인 것처럼 놀려 대던 멤버들의 반응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
“…….”
다 같이 먼산을 바라보았다.
다시 교복을 입을 수 있다는 말에 졸개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김비주 (25세, 졸업한 지 6년 경과.)
“음, 저는 찬성표 던질게요.”
김중현 (25세, 이하동문)
“아이, 뭐… 교복이야. 하지만 찬성이에요.”
서리혁 (23세. 졸업 후 4년 경과.)
“음흠흠, 형들을 위해서라면 저는 졸업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또 입어 주죠. 뭐.”
왕지호 (22세, 졸업 후 3년 지남.)
“…….”
“…….”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다들 시선을 회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나 놀릴 때가 좋았지?”
“옛날 일은 잊기로 해요. 우리.”
“맞아맞아.”
“지나고 나서 느끼는 것도 있으니까요.”
5년이 지난 후 동생들의 태세 전환에 끌끌 웃으며 노트북을 다시 돌렸다.
“그러면 다들 찬성인 거지?”
“사실 찬성이고 말고 할 것도 없죠. 이 정도로 곡이 좋은데.”
리혁이의 말에 다른 동생들도 동의했다.
그만큼 다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래. 그럼 타이틀곡에 대한 합의는 된 것 같고…. 이제부터 신규 앨범 관련 회의를 하자.”
“네.”
“브레인스토밍하게 아무 아이디어나 내 봐. 컨셉 관련해서도 좋고, 프로모션 관련해서도 좋고.”
곧장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중현이가 말했다.
“저는 이번에 오버쿡 만들면서 그게 너무 좋았거든요. 곡에 큰 의미를 담지 않았던 거요.”
“저도요.”
“그래서 이번에도 가사에 너무 의미를 담으려고 하지 말고, 조금 편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요?”
서기를 맡은 리혁이가 회의록을 작성하는 동안 내가 동의했다.
“동감이야. 이번에도 오버쿡처럼 노래의 주제보다는 본연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걸로.”
“네.”
[Overcooked> 이후로 우리가 얻은 깨달음이었다.깊은 고찰이나 주제를 담으려고 할수록 작업이 어렵고, 편하게 갈수록 작업도 잘 되고 성과도 좋다는 것을.
비주가 말했다.
“근데 아깝긴 하네요. 무언가 전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기는 한데…….”
“아니면 뮤비를 몇 개 찍는 건 어때요?”
리혁이가 그런 말을 할 때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지호가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번쩍 들었다.
“어! 어! 저 떠오르는 거 있어요.”
“뭔데?”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곡에 다 담는 건 좀 어렵잖아요. 차라리 뮤직비디오 말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는 어때요?”
다른 방식이라는 말에 우리가 궁금증을 보였다.
“다른 방식…?”
“저 신이 찍었을 때처럼 웹 드라마로 만드는 거예요.”
“오.”
“우리 신곡은 웹 드라마의 메인 타이틀 같은 컨셉으로 가는 거죠.”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지호가 핸드폰을 토도독 두드리면서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사실 제가 떠올린 건 아니고 틴스피릿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거든요. 연후가 얼마 전에 웹 드라마 찍었거든요. 연기해 보고 싶다고.”
“오.”
“학생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래요.”
[우리들의 연애 Ep1. 그렇게 사랑은 시작됐다>10대들에게 인기 많은 웹 드라마인 듯했다.
책가방을 어깨에 멘 연후가 불량한 자세로 여학생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야! 강시후! 비켜!
-…김수민.
-왜. 뭐.
-하나만 묻자. 너 나 좋아하냐?
-뭐래, 비키기나 해.
연후의 가슴팍을 팍 치며 밀어낸 학생이 갈 길을 가면서, 연후가 더벅머리를 긁적이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나오는 치명적인 미소.
-하. 쉽지 않네.
“풉!”
“푸흡!”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한 우리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흐하하하하!”
“흐하하!”
바닥을 팡팡 두드리면서 한참 동안 웃고는 행복한 얼굴로 영상을 저장했다.
비주가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
“어때요. 형? 카피 성공했어요?”
“잠시만… 응. 카피했다.”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내가 연후의 표정을 따라 하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안면근육까지 완벽하게 카피한 성대 모사였다.
“하… 쉽지 않네.”
“흐하하하하하하!”
“서울 돌아가면 바로 틴스피릿 숙소에 쳐들어가요. 우리.”
놀릴 거리 생겨서 기뻐하는 우리에게 지호가 말했다.
“암튼 연후가 이거 출연하는 김에 메인 OST도 불렀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해 보는 거 어때요?”
“괜찮은데?”
“그죠? 웹 드라마라서 비용도 많이 안 들고, 뭔가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바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좋은 아이디어였다.
노래에서는 노래만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그 외적인 것은 웹 드라마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하고.
중현이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가 웹 드라마를 찍으면 뭘 찍어, 지호야?”
“어? 글게요?”
TV에서 하는 학교 시리즈 같은 걸 찍기는 힘들다.
진지한 정극이니까.
나와 지호를 제외하면 다들 연기력의 한계가 있을뿐더러, 그 정도로 연기가 우선이 되는 건 주객전도였다.
지호가 물었다.
“아니면 조금 독특한 학교 이야기는 어때요? 뭔가 신비하고 어두컴컴하고 괴담도 있고.”
“괴담은 내가 반대.”
리혁이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지호가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 오로라 같은 걸 소재로 이용해서… 마법? 그런 거?”
“마법….”
어릴 때 보던 매직 키드 마수리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깐만….”
동시에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법…….”
“……학교?”
* * *
KG 인터내셔널 의류사업부.
산하에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이 종합상사 기업 부서에게 긴급한 소식이 날아들었다.
PR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우희선 차장이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
“뉴블랙 관련이라고?”
“네.”
곧장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뉴블랙이 소속된 레몬 엔터로부터 연락이 들어왔다는 말에 부장은 물론이고, 이사까지 회의실에 발걸음을 했다.
보고를 맡게 된 직원은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그냥 레몬 엔터에서 연락 하나 온 건데…….’
레몬 엔터에서 전화 한 통 가볍게 걸려온 것뿐인데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상사들.
하지만 과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뉴블랙이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고, 뉴블랙과 KG 인터내셔널 사이에는 지난 히스토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교복 브랜드 1등 에버드림!
신인 시절 뉴블랙이 광고에 출연한 이후로 교복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구축하게 된 브랜드 에버드림의 모회사가 바로 KG 인터내셔널이었다.
‘진짜 오랜만이네.’
보고를 기다리고 있는 우희선 차장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당시 에버드림의 광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뉴블랙과 만났던 인물이었다.
그때의 광고가 히트를 치면서 그 공로로 현재 그녀는 더 큰 프로젝트를 이끄는 위치로 승진해 있었다.
5년 동안 많은 게 달라졌다.
‘…뉴블랙이 전화를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의라니.’
첫 광고로 교복 광고를 찍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해 있던 신인 아이돌의 모습과 지금 레몬 엔터의 전화 하나만으로 전 부서 직원이 호출된 장면이 눈앞에서 대비된다.
그녀가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상석에 앉은 이사가 물었다.
“그래서… 레몬 엔터에서 뭐라고 연락이 왔지?”
“혹시 2014년도에 했던 에버드림의 마법 학교 CF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모를 수가 없었다.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던 유명 광고니까.
직원이 침을 삼키며 레몬 엔터의 연락을 전했다.
“뉴블랙 측에서 해당 광고의 판권을 구매하고 싶다고 합니다.”
“…?”
“웹 드라마를 찍을 예정이라고 하던데, 판권을 구매하게 되면 교복은 에버드림의 제품을 사용하겠ㄷ…….”
이사가 벌떡 일어났다.
“당장.”
“예?”
“당장 답장 보내. 공손하게.”
국내 굴지의 대기업 KG 인터내셔널의 이사가 활짝 웃으며 만개한 잇몸을 드러냈다.
“그냥 드린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