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00)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00화
때는 바야흐로 2014년.
교복 브랜드 에버드림의 광고 모델로 선정된 우리 뉴블랙은 참으로 귀엽고 풋풋했다.
“와, 이때 나 진짜 귀여웠네.”
“지호 봐요. 진짜 애기다. 애기.”
그때 당시 찍었던 화보들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중현이가 말했다.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확실히 신인 시절이라 그런가. 다들 흙 묻은 고구마 같아요.”
“떼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는 거죠. 중현이 형?”
“응응.”
우리 모두 공감했다.
헤어스타일링이 촌스럽고, 포즈가 어색해 보이긴 해도 확실히 신인 특유의 풋풋함과 귀여움이 있었다.
특히 지호와 리혁이가 정말 귀여웠다.
“이때 진짜 귀여웠는데.”
“사랑스러웠지. 카펫에 우유 엎질러도 용서가 됐어.”
“용서가 가능했던 건 당신이 아니라 내가 그걸 닦았기 때문 아닐까요?”
리혁이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교복을 입은 지호의 화보를 바라보았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아서 그런가?
몸이 좀 큰 걸 제외하면 항상 그 얼굴 그대로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시기의 지호는 정말 앳되고 파릇파릇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히히.”
우리의 칭찬에 뿌듯하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막둥이가 우리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때여? 저때도 귀여웠지만 지금도 엄청 귀엽져?”
“귀엽다. 아직은.”
20대 초반 특유의 광채가 남아 있긴 했지만….
우리가 훈훈하게 웃었다.
“머지않아 그 광채도 이제 사라지고 말겠지….”
“너도 이제 곧 자고 일어나도 피로 회복이 안 되는 몸뚱어리의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 후후후!”
“아아아!”
듣기 싫다는 듯 귀를 막는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그때, 다시금 화보를 보면서 추억을 회상하려는 우리에게 지호가 말했다.
“근데 제가 진짜 소름 돋는 거 알려 줄까요?”
“응?”
“저 지금 스물둘이잖아요. 저거 찍었을 때 우주 형 나이랑 동갑이에요.”
“…….”
동생들이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나와 지호를 번갈아 보았다.
“그때 우주 형이랑 지금 지호가 동갑…….”
“어?”
“아, 느낌 이상해요.”
지호가 키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죠? 저 그래서 저때 우주 형 보면서 그런 생각했거든요. 나도 5년 지나면 저렇게 되겠지 했는데…….”
“안 되지?”
“안 되더라구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그래. 시간이 지난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거든. 한 번 막내는 영원히 막내인 것이야.”
“이잉.”
“그러고 보니 저때가 네가 울면서 떡볶이 먹었던 때였는데.”
“얘 가출했잖아요. 그때.”
지금까지 수백 번 넘게 울궈먹은 레퍼토리가 흘러나오면서 지호가 입을 비죽이며 과자를 먹었다.
“암튼.”
지호가 말했다.
“제 아이디어 괜찮은 거 같지 않아요? 마침 저때 찍었던 광고 스토리가 마법 학교잖아요. ‘뒷내용이 너무 궁금해요~!’ 했던 수플레들에게 우리가 뒷내용을 보여 줄 수 있는 거예요.”
[에버드림 SNS CF – 마법학교 편]5년 전인데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광고였다.
[마법 학교 아이들>이라는 웹툰을 보고 있던 주인공이 웹툰 속 세계로 빙의하게 되고 마법 학교에 다니게 되는 스토리.마지막에 궁금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장면으로 끝났던 까닭에,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미튜브 영상에는 분개한 사람들의 댓글이 가득했다.
-수플레면 꼭 봐야 하는 광고라고 해서 봤는데 ㅅㅂ
┕222222
┕ㅋㅋㅋㅋㅋㅋ 우리판의 유구한 전통임
┕나만 보고 빡칠순 없다.
-이러고 뒷내용 안나온게 레전드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래서 뭐 어떻게 되는건데
-이거 중딩시절에 봤던거 떠오른다ㅋㅋㅋㅋ 애들 사이에서 개빡치는 광고라고 톡으로 공유하고 그랬는데
“중학생 시절에 톡이 있었어…?”
“엥? 형은 없었어요?”
“나 문자.”
“헐.”
왠지 석환 형이 있었다면 ‘학창 시절에 핸드폰이 있었다고…?’ 하는 말이 들려왔을 것 같다.
지호가 말했다.
“아, 원래 광고 사라진 게 아쉽다. 거기에 댓글 진짜 많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러게.”
우리가 본 건 수플레가 따로 올린 저화질 CF 광고였다.
원본 영상은 우리가 더 이상 광고 모델이 아니기에 업체에서 내린 상황이었으니까.
“지금은 누가 모델이려나?”
“남자 쪽은 플로리스요. MOP에서 데뷔한 틴스피릿 후배 보이그룹. 여자는… 누구였더라. 그 서바이벌 데뷔한 달리아?”
“아하.”
현재 에버드림의 모델을 맡고 있는 신인 아이돌 그룹들의 이름을 듣고는 시선을 돌렸다.
어쨌든 그때 당시의 광고를 구매해서 간단하게 웹 드라마로 찍어 본다는 기획은 정말 좋은 것 같았다.
리혁이가 미소를 지었다.
“뮤지컬 느낌 나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치?”
동생들과 회의를 하고, 한국의 TF팀과도 해당 내용을 공유하면서 우리는 이번 앨범의 독특한 컨셉을 잡을 수 있었다.
-곡마다 웹 드라마 한 편을 찍는다.
곡을 먼저 쓰고 곡에 어울리는 내용으로 웹 드라마를 찍어 보자는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뮤지컬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뮤지컬은 대본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넘버를 쓰는 것이긴 하지만, 노래와 스토리가 결합이 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니까.
지호가 손을 들었다.
“형들! 저 그러면 대본 써 보고 그래도 돼요? 저 대본 쓰고 연출해 보는 게 꿈이어서.”
“응응. 당연하지.”
어차피 소규모로 진행할 프로젝트라서 큰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리혁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번 기획 마음에 들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 얼마 전에 뮤지컬 쪽 공부를 좀 했거든요.”
“그래?”
“게다가 부담 없이 편하게 진행할 수 있으…….”
리혁이가 말을 하려다가 말고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
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정말 당부하는 건데요. 형. 이번에는 제발… 제발 일 좀 키우지 말고 조용조용 진행해요, 우리.”
“……내가 언제 일을 키워?”
“항상 일을 키우잖아요. 매번 부담된단 말이에요.”
맞아- 하면서 끄덕끄덕하던 동생들이 한마디씩 했다.
“이번에 작게 하기로 약속한 거예요. 형.”
“부담 없이 작게.”
“한 번쯤은 프로젝트 규모를 작게 하는 것도 좋잖아요. 신인 시절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나는 억울했다.
“아니 내가 언제 일을 키웠…….”
“우리가 왜 남극에 오게 됐죠?”
“…제가 시청률 공약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남극에서 왜 외국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게 됐죠?”
“…제가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거 봐요 하며 동생들이 혀를 끌끌 찼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알았어. 이번에는 진짜 우리끼리 소규모로 편하게 한 번 가 보자.”
“일 키우지 않기?”
“약속.”
다섯이서 새끼손가락을 걸고는 지장까지 찍는 시늉을 하며 웃을 때, 내가 잠시 머뭇거렸다.
“지금부터 약속하는 거지?”
“네?”
“이전까지 내가 일을 키워놨던 건 카운트로 안 치는 건가 해서.”
졸개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혹시 뭐 했어요?”
“아니. 내가 모르는 뭔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흐음. 그렇긴 하죠. 오늘 이전까지의 죄는 용서해 주도록 할게요.”
“아~ 다행이다. 뭔가 찜찜했거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하는 내 모습에 졸개들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 * *
세종기지에서의 마지막 하루는 기지 사람들과 보냈다.
앨범 회의도 좋지만 솔직히 우리가 남극에 다시 올 일이 언제 있겠는가?
세상의 끝까지 와서 방에 틀어박혀 곡 작업을 하는 것도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기에 마지막 날은 제작진과 우리 모두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중현 씨, 당구 한 판 할래요?”
“좋죠.”
“저는요? 저는요? 여기 귀염둥이 당구 초보 우주도 있는데~~!”
“우주 씨는 안 돼요.”
어째서인지 초보라고 주장했는데도 끼지 못한 내기 당구를 비롯해서.
“야이야이야~ 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흐하하!”
기지에 있는 노래방 기계 앞에서 다른 대원들과 신나게 춤을 추며 놀기도 하고.
“리혁이는?”
“지금 연구실들 돌아다니면서 구경 중이던데요.”
리혁이는 브이로그 카메라를 들고 연구실을 돌아다니고.
“일단 뉴불백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뭐냐면요.”
“잠깐만요, 비주 씨.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 좀 할게요.”
비주는 조리사들에게 기지에서 간단하게 먹을 만한 요리들의 레시피를 알려 주었다.
저녁에는 다 같이 간단하게 술과 음료를 홀짝이며 뒤풀이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남극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지나갔다.
“드디어….”
세종기지의 중심 건물인 세종회관의 현관에서 우리가 캐리어 가방의 손잡이를 쥔 채 섰다.
현관에 우르르 모여 있는 사람들.
각양각색의 아웃도어를 입고 있는 기지 대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쳐 갔다.
나이 든 대원 한 분이 말했다.
“아이고. 정이라는 게 참 무서워. 며칠밖에 안 됐는데 몇 년은 알고 지낸 사람 같네.”
“틀린 말은 아니죠. 몇 년 동안 우리는 뉴블랙을 TV로 봐 왔잖아요.”
누군가의 말에 대원 분이 구수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이고. TV가 무섭네. 며칠밖에 안 됐는데 몇 년은 알고 지낸 것 같아~”
“흐하하하!”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내가 대표로 인사했다.
“진짜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요.”
눈을 하나하나 마주쳤다.
하나같이 아쉬움이 그득그득하다.
“지난 며칠 동안 정말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갑작스러운 손님맞이를 하게 되셔서 힘드셨을 텐데도 따스하게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잊지 못할 촬영이 될 것 같아요.”
“아이고, 뭘….”
하나하나 붙잡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동안 기지를 대표하는 단장님이 우리에게 임명장을 내밀었다.
“우리도 하나 준비했어요. 명예 대원증인데….”
“허어어어.”
졸개들이 감격하며 받아드는 동안 내가 설명했다.
“저희는 감투 되게 좋아하거든요. 이런 증(?) 정말 좋아해요.”
“감사합니다! 저희 회사 진열장에 걸어 둘게요. 마침 토삼이 옆자리가 비어 있거든요.”
세상 행복한 얼굴로 명예 세종기지 대원 임명장을 받아드는 우리의 모습에 다들 박수 치며 웃었다.
구재영 피디가 말했다.
“자, 그럼 다 같이 기념사진 촬영하고 끝낼까요?”
“네!”
우리가 수플레인 수연 씨에게 손짓했다.
“이리 오세요.”
“어멋.”
다들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용트림을 하는 현장 속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는 손을 흔들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 뵙지는 못하겠지만 언젠가 한국에서 뵈어요~!”
“다들 행복한 명절 보내세요!”
세종기지 대원들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다음 앨범 대박 나세요!”
“뉴블랙 화이팅!”
“밥 맛있게 먹었습니다! 가시는 길 편히 살펴 가세요!”
배웅해 주는 사람들에게 꾸벅 숙여 보이고는 몸을 돌렸다.
세종기지 대원들이 으으 하며 몸을 떨며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줄 인원들만 나섰다.
인솔자는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팽귀인 박사님이었다.
부아아아앙-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서 처음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공항에 도착했다.
이륙 준비를 하는 비행기 앞에서 팽귀인 박사님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감사했어요. 박사님.”
“아쉽네요. 여러분이 며칠 더 있었더라면 젠투펭귄과 관련된 독특한 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저희도 다음 일정이 없었으면 더 머무르고 싶었어요.”
“이제 시상식에 가시나요?”
“네.”
우리의 눈에 비행기가 보였다.
남극에 있어서 그런지 아주 먼 세계의 일 같았던 것들이 훅 하고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래미도 있고, 아카데미도 있죠.”
“아이고, 큰 무대에 가시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을 보내 주는 박사님과 우리가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비행기 계단을 올라가며 또 한 번 인사했다.
“잘 지내세요, 박사님!”
“먼 곳에서 열심히 응원 보내겠습니다! 대원들이랑 다 같이 TV로 볼게요!”
“네!”
다른 세종기지의 대원들에게도 꾸벅 인사를 하면서 비행기 안으로 올라탔다.
창문 너머로 여전히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에게 우리도 같이 손을 흔들어 주는 것도 잠시.
우우우우우우웅-
육중한 비행기가 남극 땅을 날아올랐다.
삽시간에 멀어지는 지상.
막상 서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남극 땅이 드러나니 우리가 지금까지 있던 곳이 어디였는지가 실감 났다.
비주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왠지 아쉬워요. 남극에서 더 많은 걸 했어야 했나 싶고.”
“그러게. 다른 여행지랑은 좀 다르네.”
다른 여행지였다면 하지 못한 것들이나 아쉬움이 있어도 나중에 또 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남극은 특별했다.
일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곳.
나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닌지 멤버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도 창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멀어지는 남극 땅을 눈에 담아야겠다는 듯이.
“피디님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뭘, 나는 재미있었어. 원하던 것들을 다 찍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어.”
“원래는 남극 탐험 같은 거 하고 싶으셨죠?”
“응. 남극점 찍는 컨텐츠라든가.”
내가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 기회가 있으실 거예요.”
“너희랑?”
“에이플비의 케빈이라는 친구가 있거든요. 군대에서도 혹한기 훈련하면 잘 견디더라구요. 그리고 한조라는 친구도 있는데…….”
구재영 피디님이 피식 웃으면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동안에도 점점 멀어지는 남극 땅.
피디님이 내게 물었다.
“우주 너는 어땠어?”
“좋았어요. 그리고….”
새하얀 얼음의 땅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다시 올 날이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웃으며 아련한 눈으로 남극을 담았다.
점점 새하얀 눈의 땅이 멀어지면서 비행기가 구름 위로 올라왔을 때, 영어로 된 안내 방송이 들렸다.
[승객 여러분. 우리는 지금 남극을 벗어나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로 향하고 있습니다.]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 *
같은 시각.
남극의 미국 기지에 있는 과학자들이 컴퓨터 화면을 보고 오- 하는 소리를 냈다.
“방금 소식 들었어? 뉴블랙이 남극을 떠났대.”
“그래?”
“한국 기지에 있는 친구가 메일로 보내 줬는데… 젠장, 부럽군. 뉴블랙이랑 사진이라니.”
“너는 사진 못 찍었어?”
“바로 앞에서 밥 차려 주고 있는데 어떻게 사진까지 찍어 달라고 부탁해.”
“그건 그렇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 타임을 즐기던 과학자 중 하나가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미가 정말 아쉬워하겠네. 걔 진짜 뉴블랙의 광팬이잖아.”
“알려 줄까?”
“내비둬. 굳이 그 소식을 알려 줘서 좋을 것도 없지.”
세종기지에 다녀온 이후로 기분이 잔뜩 업 되어 있던 동료를 떠올린 이들이 피식 웃었다.
한 과학자가 물었다.
“그런데 에이미는 뭐 하고 있어? 한국 기지에 다녀온 이후로 연구실 안에서 안 나오네.”
“뭐… 뉴블랙한테 줄 선물을 준비한다고 하던데?”
“선물? 무슨 선물?”
“나야 모르지.”
그들이 의아해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이미 뉴블랙은 남극을 떠났는데 어떻게 선물을 준단 말인가?
하지만 그 주제는 이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과학자들이 최근에 개봉한 히어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한 고생물학자가 화두에서 사라졌을 때.
“흐으으으음.”
연구실에서 화석을 바라보고 있던 에이미 파킨스가 안경을 벗었다.
“그래. 이거야.”
화석을 바라보는 그녀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뉴블랙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탁탁-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자 컴퓨터가 3D 모델링으로 해당 공룡의 실물 예상도를 보여 주었다.
날렵한 몸.
뾰족한 주둥이.
왠지 모르게 얍삽한 얼굴.
쥬라기 공원에서도 작지만 무서운 공룡으로 나왔던 콤프소그나투스와도 나름 닮은 생김새의 이 공룡은 고생물학자 에이미 파킨스가 남극 대륙에서 새롭게 발견한 공룡 화석이었다.
즉, 이름 없는 공룡이라는 뜻.
타타탁-
에이미 파킨스가 후후후 웃으며 키보드의 자판을 두드렸다.
학계에 발표할 이 얍삽한 생김새의 공룡 이름은 바로….
[서리혁사우루스]에이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양뺨에 손을 올렸다.
‘정말 좋아하겠지?’
최애를 위한 수플레의 깜짝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