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0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03화
누구나 살면서 큰 후회로 남는 것들이 있다.
김덕순 여사에게는 그것이 과거에 딸과 사위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었다.
-엄마. 이번에 나랑 오빠 런던에 가거든. 거기 되게 예쁘다? 엄마도 이번에 같이 가자.
-장모님, 장사를 며칠 정도는 쉬셔도 괜찮잖아요. 이번에 함께 가시죠.
그냥 별것 아닌 고집이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피아노랑 바이올린을 배우는 시절도 아닌 그 옛날에 식당 장사로 번 돈으로 딸을 첼리스트로 키워 냈다.
살면서 식당 일을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일종의 자부심이요, 그녀의 훈장이었다.
그랬기에 딸과 사위가 선물을 들고 와서 해외로 놀러가자고 말을 해도 김덕순 여사는 고집스럽게 반응할 뿐이었다.
-내가 가면 가게는 누가 보냐?!
정말로 가게 일이 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그녀에겐 남은 것이 그것 하나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순이네 백반집>생긴 것만 멀쩡하지, 이런저런 사업으로 돈만 날리던 옘병할 남편과 달리 그녀를 평생 지탱해 주던 기둥이자 자존심.
‘사람에겐 자기 인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김덕순 여사의 인생철학이었다.
딸을 애지중지 키우긴 했지만, 딸과 사위가 거둔 성공이 그녀의 성공이겠는가?
사위가 벌어 오는 돈으로 편하게 먹고 살 수도 있지만 별로 동하지 않았다.
같이 놀러 다닐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딱히 돈을 쓰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이 적적하게 사는 삶은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김덕순 여사가 생각하기에 자신의 인생은 평생 가게를 운영하며 단골손님들, 주변 상인들과 함께 나이 들어 가는 삶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거절했다.
솔직히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한 번 가면 맛들릴까 봐 그러지.’
사위와 딸이 보여 주는 별세계에 발을 들이고 나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싫을까 봐.
-너무 좋을까 봐 그려. 나를 위해 주는 마음은 알겠지만 나는 그냥 살던 대로 쭉 살란다. 이 나이 먹고 이제 어디 놀러 다니는 것도 그렇고, 가게 일을 쉬자니 그것도 마음이 불편하고.
…라는 긴 속마음을 김덕순 여사는 당시 아주 짧게 표현했다.
-아,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허냐!
-에잇!! 엄마 미워!!
-저것이…!
-장모님, 제가 명은이랑 얘기 좀 해 보고 오겠습니다. 아유, 명은아… 명은아….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되는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조금 더 예쁘게 말해 줄걸.
그냥 해외에 나가 보자고 했을 때 나가 볼걸.
-…….
딸과 사위의 영정 사진 앞에 섰을 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여행 갈걸.
그랬다면 침대 맡 탁자 위에 딸의 졸업 사진이 아니라 런던에서 모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을 텐데.
나는 왜….
왜 그랬나.
다시 현실로 돌아온 김덕순 여사가 창문 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하늘이 예쁜 줄 알았으면 진즉에 비행기를 타 볼 걸 그랬다, 야.”
“그치.”
맞잡은 손주의 손을 어루만지며 김덕순 여사가 구름을 바라보았다.
‘명은아. 네가 있는 곳도 이렇게 구름이 예쁘냐.’
오늘따라 화사한 꽃을 닮은 딸내미의 얼굴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명은아, 명은아.
네가 그토록 타자고 했던 비행기를 내가 네 아들이랑 탄다.
“…….”
순간 목이 콱 막혔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그거 알고 있냐.’
네 아들이 지금은 네 남편이랑 너를 똑 닮게 자랐다.
커갈 무렵부터 어찌나 주변에서 얼굴 때문에 들러붙던지 애가 삐뚤어지지 않게 잘 키우느라 내가 고생이 참 많았다.
그래도 지금은 가수로 성공했고, 또 너네 영화도 만들어서 이번에 미국에서 상도 많이 받는댄다.
나도 잘 먹고 잘 산다.
내가 만든 불백을 이번에 브라질에서도 판다더라. 백반집이 지금은 엄청 으리으리한 건물로 이사 간 거 알고 있냐.
“할머니?”
손주의 부름에 김덕순 여사의 생각이 끊겼다.
“무슨 생각해?”
“그냥.”
김덕순 여사가 답했다.
“……느이 엄마 생각이 나서.”
“나도.”
애지중지 키운 손자가 그녀를 안아 주면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식이 어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긴 했으나, 딸이 엄마를 위해 세상에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딸과 똑 닮은 눈이 그녀를 보고 빙그레 휘어졌다.
“엄마 보고 싶다. 그치?”
“…….”
김덕순 여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주를 안아 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조손이 서로를 품에 안은 채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들을 바라보았다.
“어때, 할머니? 구름 진짜 예쁘지?”
“…그려.”
하지만 김덕순 여사가 보기에는 손주의 웃음이 더 예뻤다.
* * *
비행기가 LA에 무사히 착륙한 후.
우리가 할머니를 둘러싸고 짜잔 했다.
“짠~!”
“LA에 오신 것을 축하합니다~!”
“콩그레츌….”
“시끄럽다.”
“넹….”
해외에 온 것이 얼떨떨해 보이는 김덕순 여사를 데리고 입국장을 나섰다.
평소처럼 기다리고 있던 수플레들이 와아악-! 하고 환호성을 터뜨리는 가운데, 멋쩍은 표정으로 뒤따라오던 할머니와 수플레들의 눈이 마주쳤다.
“!”
“?”
웅성웅성.
눈을 휘둥그레 뜬 팬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Duck-soon! My Queen!!”
“All mighty Duck-Soon…!”
선글라스 너머 할머니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깜빡인다.
그러곤 내게 물어보았다.
“저… 저 사람들은 왜 내 이름을 부르고 그러냐.”
“해외에서도 할머니가 좀 유명인이거든.”
“아유….”
부끄러워하면서도 새침하게 손을 흔들어 주는 할머니.
이럴 때 보면 나의 관심을 바라는 끼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팬들의 열렬한 환대 속에서 입국한 나는 제일 먼저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섰다.
“관광하러 가자. 할머니!”
“…뭐, 연습하러 가야 된다고 하지 않았냐?”
“어떨 때는 연습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호텔 바깥으로 나서자 거구의 경호원이 할머니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부인.」
“예….”
「Yeah…?」
내가 웃으며 설명했다.
「할머니도 반갑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오. 그렇군요.」
뒷좌석에 탄 할머니가 내게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너 보디가드도 있냐?”
“응응.”
귀찮게 달라붙는 파파라치를 떼어 내거나 갑자기 달려드는 사람들을 제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 외에 미국 에이전시에 날아드는 온갖 이상한 편지나 협박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정신 건강을 위해 그 부분은 생략했다.
“내가 다른 데는 몰라도 뉴욕이랑 LA 만큼은 진짜 많이 돌아다녔거든. 손주 중의 손주 선우주가 풀코스로 모시겠습니다.”
“…….”
“박수.”
“와아아아. 아이구, 행복혀요~”
엎드려 절 받기 식으로 인사를 받긴 했지만 할머니의 얼굴에 깃든 행복함이 느껴졌다.
보디가드가 내게 속삭였다.
「Mrs. 킴의 기분은 괜찮으신가요?」
「예?」
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
「할머니 지금 최고로 행복한 상태인데요…?」
「???」
예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들은 할머니의 기분 상태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항상 똑같이 찌푸리고 인상을 쓴 표정 같아 보이지만 그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할까.
평생 김덕순 여사의 표정을 관찰하며 살아온 바, 지금은 몹시 행복한 상태다.
「비언어적인 표현을 관찰해 봐요, 브루스. 들뜬 사람처럼 발끝을 까딱까딱하고 있잖아요. 한쪽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올라가 있고, 눈썹의 찌푸림 각도가 30도 정도죠? 화날 때는 60도가 되거든요.」
보디가드가 그렇군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머니를 LA의 주요 명소에 데리고 다니면서 관광을 했다.
물론, 관광이라고 해 봐야 방문하는 곳마다 10분 정도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구야?」
「뉴블랙이야. 써니래!」
「어어? 진짜네!」
어딜 가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경호원들이 제지를 해도 사인을 해 달라거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 막을 순 없어서 결국 관광을 종료했다.
“…….”
LA의 한식당에서 시무룩하게 앉아 있는 나를 김덕순 여사가 위로해 주었다.
“속상하냐?”
“응. 오랜만에 둘이 관광 좀 해 보려고 했는데…….”
“내가 봤을 때 너랑 관광하는 건 틀려먹은 것 같고, 내가 그냥 따로 돌아다니는 게 낫겄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붙여 줄 가이드를 하나 구해야지.
할머니가 순두부찌개를 떠먹으며 말했다.
“날이 오늘만 날이냐.”
“그건 그렇긴 한데…….”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라 아쉬울 뿐이었다.
“사람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쉬운 겨. 비행기도 탔겄다, 너도 나중에 시간 남을 때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시간이 남는 날이 별로 없어서 그래….”
“그런 날이 오긴 올 거여.”
“그렇겠지?”
맞는 말이었다.
지금은 당장 시간이 안 나더라도 언젠가는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할머니가 손을 휘휘 저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나 얼른 가서 볼일 봐라.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그러더만.”
“그러면…….”
나는 아쉬움을 가득 담아 가방에서 주섬주섬 인형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주었다.
“그건 또 뭐시여?”
“내 인형이야. 할머니.”
“…….”
내가 애절한 눈으로 인형을 건네주었다.
“이걸 나라고 생각하고 가지고 다녀 줘. 관광지 가면 얘랑 같이 사진도 찍어 주고…. 가끔 생각나면 머리도 한 번 슥슥 쓰다듬어 주고. 거기 스위치 한 번 켜 보고, 나라고 생각하고 말 좀 걸어 봐봐.”
“옘병.”
그 말에 내가 건네준 인형이 지이잉- 하면서 밉살맞게 춤을 췄다.
[옘병~ 옘병~ 옘병~]“참고로 말 따라 하는 인형이야.”
“…….”
“그러니까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교훈을 명심하라구, 김덕순. 가는 말이 고와야~?”
“…….”
“뭐야. 왜 호응 안 해 줘.”
할머니가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인형에게 뭐라고 속삭였다.
지이잉-
[옘병첨병하고 자빠졌네~ 옘병첨병하고 자빠졌네~]신나게 춤을 추며 나를 농락하는 미니미 선우주의 모습에 할머니가 대견해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 * *
김덕순 여사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LA 관광을 시작하는 동안 나는 실버 스크린 스튜디오로 향했다.
슬슬 [가디언즈 2>의 촬영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촬영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른 주연 배우들은 촬영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다른 배우들은 잘 찍고 있나요?」
「그럼.」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대박이라니까. 써니, 네가 그 친구들 표정을 봤어야 해. 말리나랑 라이언의 표정이 그토록 좋은 건 처음 봤어.」
말리나와 라이언이라 하면 [가디언즈 1>의 남녀 주연이자, [가디언즈 2>에서도 동일한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다.
감독님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솔직히 내가 처음 감독직을 맡겠다고 했을 때도 그 친구들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거든. 1편이 그토록 망했는데 2편에 나오고 싶겠어? 그 친구들도 계약에 묶인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 때려치웠을 거야.」
「하지만 최근에 상황이 바뀌었군요?」
「그래. 바로 여기 있는 누구 덕분이지.」
감독님이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쿠키 영상이 나온 이후로 분위기가 엄청 좋아. 말은 안 하지만 여기 스태프들도… 오, 짐. 준비는 잘 되고 있나?」
「물론이죠. 보스.」
지나가던 스태프 중 하나가 감독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쌍으로 엄지를 들어 보이고 갔다.
누가 봐도 호의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봤지?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배우들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 이대로라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올 거야. 나중에 배우들이랑 붙을 때 기대해. 그 친구들이 널 만나면 키스를 갈길 태세거든.」
「좋네요.」
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게 실버 스크린 사의 임원과 나눈 대화였다면 조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나한테 영화 흥행을 기대려고 하고, 은근히 내게 성과에 책임을 질 것을 종용했을 테니까.
하지만 존 에드워즈 감독은 영화사와 달리 내게 그런 쪽으로 기대하지 않고 다른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연기야. 써니.」
감독님이 말했다.
「너도 알겠지만 2시간 분량 중에서 팽이 등장하는 부분을 다 합쳐도 30분 정도 될까 말까야.」
「알아요.」
각본에서 메인 빌런 팽(Fang)의 실질적인 분량은 많지 않다.
감독님이 크리처물(?)이라는 장르로 내게 설명한 바 있다.
-메인 빌런은 크리처물의 크리처와 같아. 처음부터 괴물이 전신을 드러내는 영화는 없지. 처음에는 희생자를 공격하는 발톱이나 실루엣만 나오다가 영화가 끝나기 30분 전에야 정체가 공개되는 거야.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은 금세 익숙해지거든. 히어로 영화의 빌런도 마찬가지야. 관객들이 빌런을 위협적으로 느끼려면 필연적으로 스크린에 노출되는 분량이 적어야 해.
히어로 영화를 비롯해 악역으로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긴 캐릭터들도 실제로 분량을 보면 그리 많지 않다나.
「대신에 분량이 짧은 만큼 그 하나하나의 임팩트가 굉장히 크지. 단시간에 고도로 집중한 연기가 필수야.」
존 에드워즈 감독님이 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촬영일이 됐을 때, 완벽한 팽이 되어서 내 앞에 나타나 줬으면 해.」
「믿고 맡겨 주세요.」
「당연히 믿지. 단지 내가 불안해서 계속 이야기하는 것뿐이야.」
매일매일 실버 스크린 스튜디오의 수뇌부로부터 압박이 들어온다며 하소연하는 감독님이었다.
「영화 관련해서 전권을 위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화가 안 오는 건 아니거든. 영화사 회장과 매일 통화를 하는 기분 알아? ‘그는 어떤가, 존? 써니는 잘하고 있나?’, ‘어떤가? 원더 코믹스와 경쟁해 볼 만한 영화가 나올 것 같은가?’」
감독님이 나를 의식해 말을 아끼긴 했지만, 아마 마음속으로는 영화사 수뇌부를 향해 신랄한 욕을 퍼붓고 있는 것 같다.
한숨을 푹푹 쉬는 감독님을 보며 화제를 돌렸다.
「참, 그러고 보니 슈퍼볼 광고는 준비가 다 됐나요?」
「그럼.」
이번에 나올 영화 광고가 어떨지 궁금했다.
미국에 체류할 때마다 드문드문 몇 장면을 추가로 찍기는 했지만 그게 스크린에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으니까.
-슈퍼볼 광고.
30초만 500만 달러, 그러니까 한국 돈으로 60억이나 되는 TV 광고다.
각 기업체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인 광고를 내보내고,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광고에 총출동하는 시간이다.
이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보통 할리우드 배우들은 미국에서 광고를 찍지 않으니까.
바로 미국 대중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TV 광고라고 하면 치질연고 광고, 치약 광고 같은 것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거기에 배우들이 출연하면 급이 떨어져 보인다고 생각을 한다나.
혹은 한물간 배우라고 생각한다거나.
하지만 슈퍼볼 광고만큼은 예외 취급이다.
그리고 당대의 최고 스타들이 광고에 출연하는 시즌이기에 영화사들 역시 최고의 기대작을 광고로 내보낸다.
「히어로 영화 중에서 최고 기대작은 아무래도 [가디언즈 2>와 [시크릿 에이전트 3>겠지. 공교롭게도 너와 지호가 출연하는 영화고.」
내가 물었다.
「하지만 개봉 시기가 좀 다르지 않나요? 저희는 빨리 나와야 11월이나 12월일 것이고…….」
「[시크릿 에이전트 3>의 후반 작업이 길어질 거란 소문이 있거든. 역대급 CG 기법을 사용한다나 봐. 벌써부터 CG 회사들 사이에서 불평불만이 자자해. 쓸데없이 CG를 많이 넣는다고.」
어찌 되었든 여러 이유로 미묘하게 경쟁작 관계인 듯했다.
전통의 프랜차이즈 강자인 원더 코믹스가 내놓는 후속편과 도전장을 내민 실버 코믹스의 후속편.
감독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예고편이 아니라 본편이니까. 예고편만 보고선 우열을 가릴 수 없지.」
「그렇죠.」
「그래도 기대해, 써니. 쿠키 영상만큼은 아니더라도 제법 재미있는 예고편이 뽑힌 거 같아.」
보고 가겠냐고 묻는 감독님에게 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기대감을 아껴 둘래요.」
「그래.」
촬영장 바깥까지 배웅을 나온 감독님이 나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그럼 아카데미 후보자 만찬에서 만나자고. 아, 그 전에 행운을 빌어 줘야겠군.」
존 에드워즈 감독이 윙크를 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 써니.」
「넵.」
그렇게 존 에드워즈 감독과 헤어져서 대기하고 있던 미국 매니저의 차량에 올라탔을 때.
마침 화면이 반짝이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콜드 브라운.
[Hey, Sunny.]그 아래 활짝 웃는 이모티콘이 담긴 문장이 보였다.
[그래미를 접수할 준비됐어?]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그날이 다가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