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1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13화
최근 들어 한국 미튜브는 급성장을 하는 중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미튜버에 도전하며 스타가 되기를 꿈꾸고, 방송국들도 우후죽순으로 채널을 개설하는 시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튜브는 외국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예능 영상을 다시 보려고 미튜브의 방송국 계정에 들어가면 깜찍한 알림이 뜨지 않았던가.
[동영상을 올린 사용자가 동영상을 해당 국가에서 볼 수 있도록 설정하지 않았습니다.]이 말뜻을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번역) 어제 예능에서 웃겼던 장면이 다시 보고 싶었구나? 저런, 안타깝게도 우리가 올린 이 영상은 너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일본 사람들을 위한 것이란다~! 자막이 달려 있는 걸 보면 모르겠니?
그러니 방송을 다시 보고 싶다면 방송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액티브 X를 설치하고, 1200원짜리 VOD를 구매하라는 뜻이었다.
혹은 방송사들이 만든 OTT에서 정기 결제를 하거나.
아주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정말로 얼마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방송국에서 알아서 예능 클립을 올리고, 시청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컨텐츠를 직접 기획하면서 미튜브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미튜브는 대세에 접어들고 있었고, 당연하게도 경쟁 또한 치열했다.
-남들이 안 한 거! 색다른 걸 해야 한다!
뷰티, 반려동물, 여행, 영화, 음악 등등.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다양한 분야의 미튜버들이 활약을 시작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특수를 누리는 분야가 둘 있었다.
[‘큰 거 온다’ 히어로 무비 슈퍼볼 트레일러 전격 분석] [시크릿 에이전트 3 예고편 총정리 | 섀도우 마스터 등장!?] [가디언즈 2, 본격 등장한 팽의 능력.. 미쳤습니다]하나는 바로 덕후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튜브 채널들이었다.
국민 아이돌의 두 멤버가 양대 히어로 영화 프랜차이즈에 캐스팅된 초유의 상황 때문일까.
평소보다 몇 배는 되는 댓글이 폭발하고 있었다.
-3:17 왕지호 폼 미쳤다ㄷㄷㄷ
-코믹스에서 섀도우 마스터 설정에 국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진짜 이번에 한국 국적 캐릭터로 등장하려나요??
-이집 물들어올 때 노 잘 젓네ㅋㅋㅋㅋ 예고편 분석 잘 봤습니다. 데블님의 정리능력은 여전히 깔끔하네요bbb
-가디언즈 2 예고편. 짧지만 짧았기에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써니’가 어떤 빌런이 될지 넘 기대되네요ㅎㅎㅎ
-지호가 캐스팅됐을 때만 해도 카메오 수준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배역이 바뀐 걸 보면 최근에 우주가 실버 코믹스에서 보여 주었던 활약 때문에 비중이 늘어난 것이려나요?? 데블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왕지호 분량 제발 많아라ㅠㅠㅠㅠ
평소 히어로 영화 팬이 아니었던 한국인들도 미튜브에 관련 영상이 뜨면 눌러 보고 있었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이게 올림픽 같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 할리우드가 세계 영화의 중심지가 아니라 그저 북미라는 지역을 대표할 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예고편 속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민 아이돌들을 볼 때면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거지.’
특히나 두 멤버를 언급하는 미국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댓글을 볼 때면 뺨이 씰룩였다.
‘그치. 둘 다 연기 엄청 잘하지. 미국 애들한테도 연기를 잘하는 게 딱 보이나 보다.’
‘가디언즈 2는 아예 우주가 나온 빌런으로 홍보를 잡고 가기로 했나 보네. 이거 개봉 언제 하지? 의리로라도 좀 봐 주고 싶은데. 한국인 파워를 이럴 때 한 번 보여 줘야…….’
‘슈퍼볼 예고편이 그렇게 화제성이 대단한 거였구나.’
영화 전문 미튜버들이 열심히 올리는 영상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는 한국인들이었다.
그리고 영화 미튜버들과 함께 노를 젓는 이들이 또 있었으니, 바로 해외 연예계를 다루는 미튜버들이었다.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 총정리]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본 ‘사운드 오브 선’의 수상 확률?] [마침내 그래미 수상한 콜드 브라운.. 우주에게 ‘억’ 소리 나는 선물?!]작년 말 세계 극장가를 강타한 이 영화가 과연 아카데미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그 때문에 해외 도박사들의 베팅이나 역대 아카데미 수상자를 분석한 영상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조회수가 폭발하니 미튜버들도 신이 나 있었다.
‘노를 저어야 한다!’
‘수익 창출! 수익 창출!’
물론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가끔 정파가 아닌 사파의 괴인들도 등장했다.
[충격! 미국 대통령도 굴복시킨 어둠의 실세 우주선! 그래미 시상식에서 모두가 무릎을 꿇다!] [속보! 파산 위기 놓인 아카데미 시상식. 레몬 엔터 박규호 대표에게 SOS 요청?!] [방송 사고! 뉴블랙 수상에 눈물 흘리는 헤일리 블루! K푸드와 사랑에 빠진 그녀에 일본 언론 발칵!]다양한 가짜 뉴스까지 범람할 만큼 사람들의 관심은 최고조였다.
다른 때였다면 왜들 호들갑이냐고 말했을 사람들도 이번만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면 이럴 만하지.’
전 국민에게 해외 시상식 이름을 대라고 하면 1번으로 나오는 게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이니까.
사방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아, 이번에 중계권 우리 방송국이 땄어야 했는데…….”
“LA 특파원들은 어때? 지금 준비 다 됐대?? 뉴블랙 수상하면 바로 현지 인터뷰 따서 속보로 내보내야 돼.”
“이번 주 우리 프로 꼭지는 [사운드 오브 선>으로 가자.”
지상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방송가가 취재 열기와 특집 예능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국민 아이돌 뉴블랙이 미국 최고의 시상식 그래미에서 상을 타지 않았습니까? 국가 차원에서 문화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아니라 이제 한류우드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뜻이지요. 제 말 아시겠습니까. 장관님??] [예, 의원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 말인데,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기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 측의 노력과 협조 기대하겠습니다.]대정부 질문 현안에도 정치인들이 관심을 얻기 위해 뉴블랙을 언급하며 헛소리를 하고.
광고 업계 등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언급하며 어그로를 끌고 있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뉴블랙의 움직임 하나하나로 사회경제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 국민의 광기가 폭발하는 시기.
-과연 한국 사람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할 것인가?!
모두의 시선이 바다 너머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했다.
* * *
슈퍼볼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바쁘게 원래의 스케줄로 돌아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아니라 내가 바쁜 거긴 했다.
“Wow.”
옆에서 들리는 감탄사에 고개를 돌렸다.
할리우드의 미남 대세배우로 활약 중인 로니 루카스의 눈동자가 샛별처럼 반짝이고 있다.
「믿기지 않아. 내가 오스카 무대에 오른다니.」
「처음이야?」
「응. 오스카는 처음이거든.」
마치 꿈의 무대에 온 것처럼 몽롱한 눈으로 극장을 살핀다.
로니 루카스만 그런 게 아니라 [사운드 오브 선>의 모든 출연진들이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쳤다.”
“오빠, 저 여기서 셀카 한 번 찍어 주면 안 돼요? 이거 진짜 꼭 기념샷으로 남기고 싶어요.”
“잠시만. 나도 한 장 찍고.”
평소 조용조용하던 이견우 선배도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백스테이지에서 관계자용 패스를 목에 착용한 한국 매니저들과 스탭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나 역시도 그 속에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 Dolby Theatre 』
이곳은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 돌비 극장이었다.
고급스러운 붉은 카펫.
오페라 극장 같은 좌석들.
천장의 화려한 장식.
내일 시상식을 앞둔 이곳은 화려한 무대로 장식되어 있었다.
인터컴을 낀 스탭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잠시 뒤면 준비가 끝납니다! 모두 준비되셨나요?」
「물론이죠.」
오늘은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내일 축하 무대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는 시간이었다.
아카데미의 스탭들이 피아노를 운반하거나 조명을 체크하는 가운데, 대본을 쥔 곱슬머리의 여성이 다가왔다.
뉴욕의 인기 토크쇼 [앨런 데일 쇼>의 프로듀서이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연출을 맡았다는 PD였다.
「저는 헬렌이고요. 반가워요. 만난 적 있죠?」
「네, 반가워요. 헬렌.」
「여기 큐시트가 있고요. 저번에 전화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부분을 포함해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모두 적어 놓은 것 같은데, 혹시나 변동 사항은 없을까요?」
「없어요.」
그녀가 눈가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생방송인 만큼 각별한 주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대에서 제작진과 협의되지 않은 시사 이슈 관련 스피치, 정치적 발언 등이 있나요? 있다면 여기서 미리 말씀해 주시죠.」
「아뇨, 없어요.」
SNL에서도 그랬지만 미국도 생방송은 생방송이다.
수상소감을 제외한 일체의 모든 진행은 짜여진 각본대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을 하는 연출자와 이야기를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 긴장한 얼굴로 숨을 토하고 있는 미남 배우에게 다가갔다.
“떨려요, 선배님?”
“응.”
이견우 선배가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청심원을 마셨는데도 가슴이 뛰네.”
“너무 긴장하셔서 그래요.”
“이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무대를 했는데 왜 이렇게 떨리는지 모르겠다.”
“아카데미인데 떨리는 게 당연하죠.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저만 믿고 따라오면 되니까.”
무대에서 팀원들을 이끄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으니까.
다른 배우들은 어떤지 슬쩍 살피고는 다시금 이견우 선배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단독] FA 대어 ‘월드스타’ 이견우.. TJ 떠나 뉴블랙과 한솥밥
이번에 TJ와 계약이 만료되고 나서 레몬 엔터와 정식으로 계약서를 쓴 배우였다.
중화권과 동남아시아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로 ‘한류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으나 이제는 [사운드 오브 선>의 글로벌 인기로 ‘월드스타’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우리나라의 대표 배우.
미국 드라마와 영화 업계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이 배우가 우리 회사를 택한 것에는 우리의 영향도 있었으니까.
-오세요. 선배님. 오세요… 레몬으로 오세요…….
-으윽….
-레몬 천국… 레몬 천국…….
…이견우 선배가 렘수면 단계에 들어갈 때마다 중현이가 속삭이기도 했고.
아무튼 레몬 엔터에 대해 물어볼 때 적극 추천을 했던 것도 사실이기에 왠지 좀 더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준비 다 됐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스탭의 말에 내가 손뼉을 쳤다.
「다들 모여 볼게요.」
긴장된 얼굴로 모이는 사람들에게 내가 손을 내밀면서 다들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일은 우리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입니다.」
「Oh, my….」
「맙소사.」
중견배우 윌리 존스를 비롯해 다들 한마디씩 하는 동안 내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정상 아마 마지막 무대가 될 거예요. 촬영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모두들 진심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운드 오브 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거란 말에 서로의 눈빛이 교차했다.아쉬움.
기대.
두려움.
설렘.
다양한 감정이 깃든 눈빛들 속에서 내가 말했다.
「마지막인 만큼 저는 내일이 우리들 최고의 순간이길 바라요. 태양이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이 해질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마지막까지 그 무엇보다 찬란하게.」
나를 바라보는 동료들에게 물었다.
「다들 빛날 준비 되셨나요?」
곧장 뜨거운 대답이 들려왔다.
리허설의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현장이었다.
* * *
마침내 그날이 되었다.
“흐음.”
식사로 시리얼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고 있던 리혁이가 안경을 고쳐 썼다.
못돼먹은 뱁새가 안경을 쓴 것 같다.
“긴장했네요.”
“잠을 잘 못 잤어. 어젯밤에 잠이 하나도 안 오더라. 피곤한데 눈이 자꾸 말똥말똥 뜨이고.”
“커피 마셨어요?”
“아니,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도 그러네.”
엄청 긴장한 게 맞을지도.
“어찌 보면 그래미보다 더 떨릴 만도 하죠. 그래미야 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카데미는 한 번이잖아요?”
“그치.”
아무리 내가 본업이 가수라고 해도 아카데미는 아카데미였다.
내가 태어나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갈 일이 이런 때가 아니라면 언제 있기나 하겠는가.
오늘따라 상 욕심이 간절한 것 같다.
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아카데미 후보 타이틀이랑 아카데미 수상자 타이틀은 하늘과 땅 차이긴 하니까요. 뭐, 후보가 되는 것도 어마어마한 거지만….”
여기에 무대도 해야 한다는 것도 있고.
중현이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밥을 안 먹어서 큰일이네요. 큰일을 하려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음식이 입에 안 들어가.”
“고기 구워 줄까요?”
“그런다고 입맛이 돌…….”
치이이익-
“……도는군.”
30분 후.
나는 비주와 중현이가 맛나게 구워 준 LA 갈비를 옴뇸뇸 먹으며 행복하게 웃었다.
“아주 살살 녹는구나.”
“…그냥 시리얼이 맛이 없었던 거네요. 고기는 잘 먹네.”
“맛있는 걸 어떡해.”
한심해하는 리혁이의 타박을 넘기며 식사를 맛있게 했다.
졸개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할머님은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고 갈 옷들 확인하고 있어. 르블랑에서 할머니 옷 보내 줬거든.”
“오오.”
특별히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노미네이트 축하 카드와 함께 할머니가 입을 의상을 만들어서 보내 준 르블랑이었다.
아마 위층에서 열심히 의상을 입어 보고 헤어를 세팅하고 있을 것 같다.
바깥에서 정원사들이 열심히 정원을 다듬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위층에서 석환 형이 내려왔다.
“오오오오!”
“오오오!”
우리 모두 박수를 쳤다.
“흠흠.”
석환 형이 쑥스러워하는 얼굴로 나비넥타이를 매만졌다.
깔끔한 정장.
오늘 나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 매니저 자격으로 참가할 우리의 TF팀장님이었다.
“부럽다.”
“저희 몫까지 잘 보고 오세요. 팀장님.”
홍서영 차장님을 비롯해 민기 형, 원석이 형 등등.
TF팀 일원들이 부러움 가득한 눈빛을 던지고.
“저도 오늘 일일 우주 형 매니저 시켜 주면 안 돼요? 저도 아카데미 1열에서 볼 자신 있는데…….”
지호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바라며 칭얼거리고 있을 때.
내가 물었다.
“할머니는?”
“이제 곧 내려오실 거야.”
바로 그 순간, 위층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집이 너무나 큰 탓에 식당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점점 발걸음 소리가 다가올 때마다 설렌다.
오늘은 나와 김덕순 여사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에 데뷔하는 날이다.
드르륵-
식당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면서 ‘헉’ 소리가 나왔다.
항상 파마 머리였던 머리카락을 올림머리로 만들어서 고운 두상을 드러나게 만들고, 비녀가 꽂혀 있다.
마찬가지로 예쁜 꽃이 수놓은 한국풍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결혼식장에서 어머님들이 입는 한복을 파리 패션쇼 버전으로 트렌디하게 바꾼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에 할리우드 최고의 스탭들이 메이크업을 얹어 주니…….
“우와.”
지호가 말했다.
“할머님 존예시네요.”
그렇다.
김덕순 여사가 기품 있는 귀족 부인으로 재탄생해 있었다.
속눈썹을 연장한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는데, 전국의 할아버지들이 꽃다발을 들고 와 바칠 비주얼이었다.
문제는….
“존예는 또 뭐냐?”
“존… 존경스러울 만큼 예쁘다는 뜻이에요.”
“호호호호호!”
웃음소리가 좀 거북하긴 했지만… 어쨌든 할머니를 보고 모두가 감탄했다.
스스로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거울 앞에서 한 바퀴를 슬쩍 돌던 김덕순 여사가 날 바라보았다.
“어떠냐?!”
“…분하지만 예쁘군. 아얏!”
사람들의 웃음소리 속에서 드레스룸으로 도망친 나도 수트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저택 앞마당에서 대기하고 있는 까만 리무진으로 향했다.
“얘들아! 형 다녀올게!”
“잘 다녀와요! 올 때 메로나!”
손을 흔들며 꺄르륵 웃거나 화이팅! 하고 주먹을 쥐는 졸개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차에 올라탔다.
곧장 저택이 멀어지면서 LA 시내로 진입했다.
후우- 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옆을 바라보았다.
“…….”
“…….”
어찌나 긴장했는지 부동자세로 앉아 있는 할머니와 석환 형을 보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할머니는 어쩌다 보니 해외여행 첫 스케줄이 아카데미 시상식이 됐네.”
“그러게, 이게 뭔 일이냐.”
석환 형도 멍한 얼굴로 한마디 덧붙였다.
“저도 이게 뭔 일인가 싶네요. 제 기억은 얘한테 레몬 엔터 들어오겠냐고 했던 게 마지막인데 정신을 차려 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고 있어요.”
“하긴, 우리 팀장님도 정신이 없으시겄어요.”
“예. 살다 살다 별일이 다 있네요.”
그러면서 가족들한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올 거라고 했다는 말을 하는 석환 형이었다.
할머니가 물었다.
“너는 요런 게 많이 해 봤을 텐데 어떠냐?”
“나도 오늘은 엄청 떨리지. 다른 곳도 아니고 아카데미 가는 거잖아.”
어제 무대 리허설까지 하고 왔는데도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지금 시상식장으로 향하면서도 ‘내가 아카데미? 어? 왜?’ 하고 눈을 깜빡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릴 적부터 TV에서만 보던 거기에 내가 간다고 생각할 때마다 온몸에 개미가 기어가는 것처럼 요상한 느낌이 든다.
내가 할머니에게 말했다.
“나도 엄청 떨려. 그래도 어떤 사람들 덕분에 늘 버티지.”
“그르냐…?”
“응.”
할머니와 석환 형이 기대하는 얼굴로 바라보는 동안 내가 말했다.
“그 사람들 덕분에 항상 고맙지. 항상 든든하고.”
“후후.”
“귀엽고 예쁘고.”
“흠흠.”
돌비 극장이 다가오면서 펜스 너머에서 환호성을 터뜨리는 인파가 보였다.
내가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운 수플레들…….”
“…….”
“…….”
펜스 너머에서 차량을 알아보고 꺄악- 소리를 지르는 수플레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다가 유리창에 비친 뚱한 얼굴들을 맞이했다.
“……물론 사랑하는 김덕순 여사와 석환 형이 있기에.”
“늦었다.”
“옘병.”
찌릿-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민망한 얼굴로 외면하고는 헛기침을 했다.
아카데미 주최 측과 LAPD로 구성된 삼엄한 경비를 통과하고 마침내 선명하게 다가오는 돌비 극장이라는 글씨.
파파팟-
전 세계의 취재진들이 터뜨리는 셔터 소리가 선명히 들려오고, 펜스 너머에서 구경꾼들이 떠드는 소리가 벌소리처럼 들린다.
꿀꺽.
웨이터처럼 차려입은 어워드 진행요원들이 리무진의 문을 열기 위해 다가오면서 두 사람이 침을 삼켰다.
달칵-
문이 열리고 내 얼굴이 보이자마자 사방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별세계의 일처럼 멍하니 돌비 극장 주변을 바라보고 있던 김덕순 여사에게 내가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
불현듯 유치원생 때 할머니 손을 붙잡고 등원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시절에 나도 언젠가 크면 할머니를 데리고 이렇게 가 줘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가자.”
참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