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18)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18화
“규모를 키워 보자고요?”
“응.”
리혁이가 물었다.
“정확히 어떤 의미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원래 이야기했던 것보다 스케일을 좀 더 키워 보자. 기존에 의논했던 건 단편 웹 드라마 같은 느낌이잖아? 편당 5분에서 10분 정도 되는 드라마 말이야.”
“그랬죠.”
“이걸 진짜 드라마처럼 만들어 보는 거야.”
비주가 어, 하면서 허공에 손가락으로 뭔가를 그렸다.
“그러니까 원래는 요 정도? 됐던 거를 이마아안큼- 키우자는 그런 거네요, 형?”
“응.”
“어어, 진짜 많이 커지네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는 않을 거야. 예산도 많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할애해야 하고, 연기도 조금 더 배워야 할 거고, 정말 할 일이 태산이고 힘들겠지.”
“그럼에도 추진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거네요.”
리혁이가 팔짱을 풀고 몸을 기울였다.
“듣고 싶어요. 그 이유.”
“이번에 그래미와 아카데미를 타고 나서 고민이 깊어졌거든.”
최근에 품고 있던 고민을 솔직하게 오픈하기로 했다.
내가 개인 커리어로서 역대급 성적을 거두면서 그룹의 균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
“물론 진짜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 내가 대중들의 생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팬들의 속마음이 어떤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치만 그럴 때 있잖아.”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은 때가 있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이거 수면 아래에서 뭔가 문제가 벌어지고 있겠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 거 같아요.”
“이대로라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음…….”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도 공감해요.”
“그치?”
“네, 형이 상을 타서 정말 좋기는 한데… 저도 알게 모르게 부담이 조금 있었거든요. 우리가 그룹 활동으로 얼마나 크게 터뜨려야 형 커리어랑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제가 인삼밭을 키우고 있는데, 형은 산삼을 계속 캐오는 느낌이었어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부담 엄청 컸죠.”
“나도.”
비주가 안도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저는 형이 먼저 이 이야기를 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게 저희가 먼저 꺼내기는 힘든 이야기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지.”
나 같아도 마찬가지였다.
지호가 칸 영화제를 휩쓴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하고, 비주가 솔로로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가 된다든가, 리혁이가 출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친다든가.
중현이가 발매한 곡이 그래미의 큰 상을 수상한다든가.
그룹과 개인 멤버 사이에서 불균형이 벌어지게 된다면?
지금이야 내가 당사자니 편하게 이야기를 꺼내지만, 만약에 동생들의 일이었으면 말로 꺼내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지호야. 요즘에 네가 잘나가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어.
-나쁜 형!!! 형을 저주할 거예여!!
-저주하는 방법은 알고?
-인터넷에 거, 검색하면 나올 거예요!!!
…요런 식으로 흘러갔을 테니까.
어찌 되었든 빨리 이야기를 꺼내서 다행인 문제였다.
마침 막내가 내게 물었다.
“근데 저는 아직 이해가 안 가요. 형이 그래미랑 아카데미 탄 거랑 우리 드라마 사이즈 키우는 거랑 뭔 관계예요?”
“우리가 예전에 결정했잖아. 국내 활동이랑 해외 활동은 구분하자고.”
“넹.”
“이번에 발매하는 앨범은 국내 활동이잖아?”
우리의 근본인 K팝 가수로서의 활동.
해외는 의식하지 말고 국내 활동은 오로지 국내만 보자고 이야기를 했던 부분이었다.
“내 생각에 이런 불균형을 해결하려면 국내에서 그룹 활동으로 뭔가를 크게 터뜨리는 게 필요해.”
“대중들한테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거죠?”
“그래.”
그런 면에 있어서 앨범은 크게 소용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저마다의 음악적인 역량을 보여 준다고 해도 대중들에겐 와닿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선 멤버들이 작곡한 곡을 내어 놓아도 ‘음, 이것도 선우주가 작곡한 건가? 너무 좋네’ 라는 생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팬들을 제외하면 대중들은 우리의 앨범에 대해 자세한 관심을 기울일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데 드라마라면?”
내가 지호에게 물었다.
“지호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영화나 드라마가 얼마나 파급력이 큰지.”
“그죠.”
“우리의 음악과 연계된 드라마를 만들어서 내놓고, 그게 만약에 잘 된다면?”
5명 모두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면?
리혁이가 물었다.
“하지만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드라마가 잘 되면 좋은 거 나도 알죠. 각 드라마 속 캐릭터들이 골고루 주목을 받고, 뉴블랙이란 그룹으로 임팩트를 남길 수도 있고요.”
우리가 조용히 경청하는 동안 말이 이어졌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돼요. 물론 작년 한 해 동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긴 했죠. 특히 형은 빌보드 핫100 1위 곡을 만들었고,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탈 만한 곡을 만들어 냈어요. 근데 드라마는 다른 영역이잖아요. 최고의 스타 배우들과 스타 작가가 모여도 시청률 4% 찍고 망할 수 있는 게 저쪽 바닥이에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었다.
예능에서는 항상 딴죽을 걸거나 삐딱하게 구는 캐릭터로 잡힌 리혁이긴 하지만, 우리는 리혁이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 주고, 가끔 현실감이 없는 계획이 있을 때 가라앉혀 주니까.
아무튼 지금 리혁이의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가요계에서 승승장구 했다고 드라마까지 성공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성공 편향의 오류를 지적해 주는 것이다.
특정 사업에서 대성공을 거둔 사업가들이 다른 사업 분야도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일을 벌였다가 망할 때의 오류.
“형이 말한 대로 드라마가 성공하면 정말 좋죠. 문제는 로또랑 똑같은 거잖아요? 당첨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거란 걸 알지만, 쉽사리 당첨이 되는 게 아니고요. 뭐, 이 경우에는 그것보단 확률이 높지만….”
“그럼 형 생각은 어때여?”
지호의 물음에 리혁이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답을 내어 놓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최선의 방법이긴 해. 우리가 그룹 차원에서 임팩트를 보여 주려면 뭔가 필요한데, 기존에 하고 있던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활동이 필요해.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뭔가가.”
이미지를 바꾸려면 계기가 필요하다.
미국의 유명 틴에이지 셀럽 출신 팝스타가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 갑자기 VMA에서 트월킹을 추며 충격을 선사했듯이.
그러니 우리에게도 새로운 게 필요하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으로 대중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이라는 거고.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주어진 선택지 중에서는 유일한 길이긴 해요. 관건은 우리가 믿고 따라가는 거냐는 건데…….”
리혁이가 날 바라보았다.
나도 웃으며 동생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에이- 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던 리혁이가 구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 형이라면 믿고 따라갈 수 있죠.”
“리혁아…!”
“아,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요. 사람 민망하게.”
지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저도 찬성이요. 드라마라서 엄청 재미있을 거 같아요. 지금까지 안 해 본 거기도 하고.”
“여기 찬성 한 표 더요.”
“저는 언제든 형을 믿고 따라갈 거예요.”
내가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들!’
흡족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망하면 다 내 책임이라는 뜻인 거구나!’
‘후후후후! 다 알면서~’
훈훈하게 웃음을 주고받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이즈를 키워 보는 데는 모두 동의하는 거지?”
“네!”
그때 중현이가 젤리 하나를 우물거리며 물었다.
“근데 형, 일단 드라마 같은 거 만들려면 해야 할 게 진짜 많잖아요. 돈도 필요하고.”
“맞지.”
“예산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음…….”
사실 작년에 [사운드 오브 선>의 프로듀서로 들어가면서 예산 책정하는 방법을 배우긴 했다.
하지만 국내 드라마판이랑 한미 합작 영화는 상황이 다르고, 예산 책정 방법을 안다고 해도 얼마를 책정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지호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후후, 이런 분야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제가 잘 알고 있죠. 제가 메이플에서 아이템 거래 많이 해 봐서 아는데.”
“응.”
“우리가 먼저 정하는 게 아니고 상대방한테 물어보는 거예요.”
“뭐라고?”
지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얼마까지 생각 있으시냐고.”
* * *
레몬 엔터의 권력 서열이 어찌 되는지 아는가?
1위가 우주선이요, 2위부터 5위가 졸개들이요, 6위는 레몬 엔터의 박…규호 대표의 오른팔인 조규환 이사라 할 수 있었다.
“으음.”
서열 6위 조규환 이사가 공손하게 서열 7위 박규호 대표의 말을 기다렸다.
“규환아.”
“예, 대표님.”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
“프로젝트에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으세요?”
그들이 보고 있는 곳에는 서리혁이 깔끔하게 정리한 PPT 자료가 놓여 있었다.
-보고 검토해 주세요!
박규호 대표에게는 이렇게 들렸다.
-돈 내놔!!!!
박규호 대표가 기획안을 살피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 조 이사랑 나도 얼마 전에 고민했던 부분이잖아. 우주의 비중이 너무 커지고 있다고.”
좋은 일이면서도 걱정이 됐던 부분이었다.
그만큼 그래미와 아카데미 수상자라는 건 정말 큰 일이었다.
뉴블랙 정도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그룹에게도 멤버 간 불균형을 초래할 정도로.
“이 기획이 성공을 거둔다면 문제를 좀 해결할 수 있지. 대중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다면 말이야. 우주의 색이 조금 묻히고, 멤버 전원이 골고루 수혜를 입을 수 있고.”
“하지만 전례가 없던 기획이고요.”
“그렇지.”
지금까지 앨범 홍보하겠다고 드라마를 만드는 케이스는 전혀 없었으니까.
간단한 웹 드라마는 있어도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룹 전체적인 주목을 받고 싶으니 자체 드라마를 찍어 보겠다는 발상은 뉴블랙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아이디어였다.
박규호 대표가 인자한 주지스님처럼 차를 들이켰다.
“하나 전례가 없다는 게 큰 문제는 아니야. 우리 자금력도 문제가 없고. 관건은 그거지, 우리가 얼마나 외부의 호응을 이끌어 내느냐.”
단순히 돈을 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찍으려면 각본가, 감독, 그리고 다양한 배우들과 좋은 스탭들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흔들기에 애매한 당근이었다.
-자! 여러분! 드라마 같이 찍죠?
-무슨 드라마인데요?
-뉴블랙이 앨범이랑 연계하는 드라마를 찍으려고 해요. 참여하실래요? 참고로 주연배우는 뉴블랙 5인이고요. 연기 경험 있는 멤버는 2명 정도…? 3명은 연기를 배워야 합니다! 핫핫!
-…….
그나마 뉴블랙이니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다른 아이돌 기획사에서 이런 기획을 하겠다고 하면 아무도 안 올 것이다.
자기 커리어가 걸려 있는 문제니까.
“일단 투자처 구하는 것도 일이지. 아무리 뉴블랙이라고 해도 이건 무리수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그렇죠.”
“하지만 우리 조 이사는 생각이 다 있겠지?”
“예.”
서열 7위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6위인 부하를 바라보았다.
“무엇이든 결국에는 프레임이 중요하죠. 카메라 포커스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장면의 의미가 바뀌는 것처럼요.”
둘리 5형제에게 시달리던 레몬 엔터의 고길동.
그의 얼굴에는 대머리가 된 진구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도라에몽 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제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 * *
그리하여 뉴블랙의 귀염둥이가 내어 놓은….
-거래하고 싶다고요?
-넹!
-선 제시요.
먼저 가격을 제시하라는 아이디어와.
-프레임을 바꿔 봅시다.
…라는 레몬 엔터의 서열 6위가 내어 놓은 아이디어가 하나로 합쳐졌다.
평온한 드라마 업계.
평소처럼 시청률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드라마 무림에 괴인이 하나 등장했다.
잘생긴 티벳여우를 닮은 인물.
그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아니! 저 자는 레몬교에서 나온 자가 아니오?!
모두가 달려갔다.
-우리 대본! 우리 대본을 왕지호와 선우주에게 건네주시오! 내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많소!
-부디 교주님을 뵙게 해 주시오! 이번에 서역에서 새로운 경지를 대성했다고 들었네만…! 내 교주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소!
-제발, 우리 드라마에 투자를……!
[신이>와 [사운드 오브 선>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로 완벽하게 달라진 레몬 엔터의 입지였다.그 전까지만 해도 ‘지들이 가요계에서 성공했지, 영화나 드라마판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냐’고 욕했던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
이제는 모두가 컨텐츠 업계의 신흥강자가 된 레몬 엔터의 눈길이 자신에게 향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 주목.
하지만 조규환 이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뉴블랙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라고 말했다면 모두가 고개를 가로저었을 것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속으로는 땀을 흘렸을 상황.
‘똥 밟았네.’
‘아, 이건 좀.’
넷플러스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리고, 대형 배급사가 투자한 한미 합작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조규환 이사는 그런 말을 하는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뉴블랙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 겁니다.
-…….
-음악이 중점이 될 거고요. OST는 그래미 최고상 수상자이자 아카데미 주제가상인 우주가 만들게 될 겁니다.
-!
반짝반짝 빛나는 타이틀.
[Composed by Grammy & Oscar Winner]음악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드라마에 그래미와 오스카 위너가 작곡으로 들어간다?
업계에 소식이 퍼지면서 모두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달아오른 것은 당연히 OTT 업계들이었다.
-이거 진짜 좋은데?
멤버 중 셋의 연기력이 미지수긴 하지만, 나머지 둘은 연기력이 출중하기로 업계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라이브에만 천만을 동원하는 팬들의 화력.
뉴블랙이란 그룹의 무대 실력.
그랬기에….
-이거 우리 플랫폼에 유치하자!
최근 들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OTT 업체들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여기 돈을 원하는 만큼 주겠다!
-백지수표! 이 백지 수표를 받아라! 레몬아!
-얼마를 원해?!
그리고 그 속에서 OTT 업계 부동의 1위이자 최강자가 후훗 웃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미있군.
선글라스를 쓴 채 무언가 가득 담은 007 가방을 들고 등장하는 괴인들.
그들은 바로 업계 1위의 OTT 공룡 넷플러스였다.
* * *
대표님과 이사님에게 드라마 제작 관련으로 예산을 조금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 후.
불과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는 다시 호출을 받았다.
그리고….
“음?”
대표실로 들어온 우리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박규호 대표님, 조규환 이사님, 그리고 본부장님까지 셋이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우리가 입을 열었다.
“저희 왔는데요.”
“…….”
“대표님?”
“흠? 어? 어… 다들 왔구나. 이, 이리 오렴.”
자리를 권하던 대표님이 주전자를 들고 와 우리에게 차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향긋한 재스민 향을 음미하고 있는 동안 우리가 조심스럽게 셋의 눈치를 살폈다.
하나같이 넋이 나가 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그…….”
본부장님이 말했다.
“너희들이 찍고 싶다고 했던 드라마 말이야. 유통할 플랫폼 관련해서 OTT들한테 의사를 타진했거든. 투자 의사가 있느냐고.”
“네.”
“그게…….”
말을 얼버무리는 모습에 지호가 헐 하며 물었다.
“혹시 까였나요?”
“아니….”
“아니면 예산을 콩알만큼 주겠다고 했다든가.”
“그것도 아니야….”
“그럼요?”
어리둥절해하는 우리의 표정에 조규환 이사님이 말했다.
“일단은 우주 너를 메인으로 걸고 홍보를 했거든. 그래미와 오스카상 수상자가 OST를 만드는 음악 드라마가 될 거라고, 주연 배우는 세계적인 인기 스타들인 뉴블랙이 맡을 거고.”
“네.”
“OTT 업체들이 베팅을 시작했는데… 넷플러스 쪽에서 득달같이 연락이 왔네.”
“좋은 소식인가요?”
조 이사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원하던 대로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거 같아.”
“오오오오!”
“근데 문제는 금액이 너무 크다는 거고.”
“혹시 세 분이 지금 평소보다 반응이 다르신 게 그것 때문이었나요?”
“응.”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 얼마나 크길래…?’
‘왜들 이런 반응이시지? 크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 우리에게 조 이사님이 종이에다가 숫자를 적어 주었다.
[20,000,000]“이천만 원…?”
[$ 20,000,000]“이천만 달러면 한국 돈으로 얼마지, 리혁아?”
“대충 이백억 아니에요? 지금 1100원 정도니까 220억 되겠네요.”
“아. 이백이십억….”
220억 정도면 꽤 큰 금액이라고 오- 하고 있을 때였다.
“회당 220억이야. 얘들아.”
“푸훕!”
우리가 동시에 찻물을 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