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2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23화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은 슬펐다.
‘또!’
‘왜 맨날 우리는 당하고 사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야생의 예능에서 구르고 구른 만렙 예능인들을 그들이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뉴블랙이 그들을 데굴데굴 굴릴 때마다, 스트릿 보이즈는 마치 언덕길의 통나무통처럼 굴러 갈 뿐이었다.
“진짜 날 잡고 오셨네, 다들.”
렉스가 민소매 티를 펄럭이며 땀을 식혔다.
“대체 우리 팬송을 얼마나 연습하고 오신 거예요?”
“한 30분 정도 맞춰 보고 왔죠.”
“…….”
우주의 말에 스보 멤버들이 할 말을 잃었다.
‘그게 30분 맞춘 거였나?!’
저기 온몸을 유연하게 틀며 안무를 추고 있는 비주를 보라.
스트릿 보이즈의 칼군무를 자기 식으로 해석해서 나긋하면서도 우아한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저게 어디 봐서 30분 정도 연습한 모습인가?
하지만….
‘30분이 맞군.’
‘저건 30분이 맞다.’
데뷔 때부터 뉴블랙의 능력치를 잘 알고 있는 스보는 우주의 말이 맞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뉴블랙이 그 이상으로 시간을 들였다면 반드시 티가 났을 것이다.
그랬다면….
[뉴블랙(SSS+)이 곡 뺏기 스킬(S)을 시전했다!] [스트릿 보이즈가 원통해서 바닥을 굴렀다. 효과는 미미하다.]지금과 같은 D랭크가 아닌 S랭크의 스킬로 그들을 식겁하게 만들었을 터.
어찌 되었든 30분을 연습했다는 말에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생각해 보니 그들과 뉴블랙은 무슨 사이인가?
-민초단!
스트릿 보이즈의 상징색 민트색과 뉴블랙의 블랙을 섞은 민트초코단 아니던가.
그렇다면 뉴블랙이 무대를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역시!”
LB가 합리화를 마친 얼굴로 박수를 쳤다.
“역시 우리 민초단이다.”
“이야, 민초단이 무대를 참 잘해~~”
“우리가 키워 냈다.”
역시 우리 팀이라며 급격하게 U턴을 하는 모습에 구재영 피디와 스탭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게스트들의 발 빠른 드립에 만족하는 뉴블랙 멤버들.
그들을 지켜보던 구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애들 말이 맞았네.’
스트릿 보이즈도 예능감이 있었다.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뿐, 지금 뉴블랙과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니 다들 기본적인 센스가 있었다.
방송 분량을 편집해서 내보내면 꽤 반응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네요.”
기원이 시무룩한 얼굴을 연기하며 말했다.
“저희도 30분 있었으면 [별빛> 진짜 잘할 수 있었는데.”
“정말요? 정말???”
지호가 하이에나처럼 동갑내기 친구의 멘트에 달려들었다.
“형들! 들었어요? 30분 정도 더 주면 [별빛> 무대 할 수 있대요. 리혁이 형, 얼른 초시계 꺼내요.”
“잘됐네. 마침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채점표도 있거든요. ”
리혁이 핸드폰 속 채점표를 꺼내 들면서 스보 멤버들이 고개를 숙여 운동화 코를 바라보는 척했다.
구시렁구시렁.
“아니, 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저걸 또 채점표를 꺼내 들고 있네.”
“거참, 인간미가 없네. 인간미가 없어.”
“진짜 어디 무서워서 말이라도 하고 살겠어요??”
스보 멤버들이 구시렁거리고, 인간미가 없다는 말에 리혁이 ‘내가 얼마나 인간적인데!!’ 하고 발끈하며 시끌시끌할 때.
짝짝-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듯 한조가 손뼉을 치며 나섰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모습에 우주가 별꼴이라는 듯 지호에게 속삭였다.
“뭐야. 자기가 무슨 왕자님이야?”
“에에~ 오레사마 등장~”
나님 등장이라는 지호의 일본어 드립에 다들 배를 잡고 웃자, 한조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들려.”
“아, 죄송.”
‘ㅎㅎ’ 하는 우주의 웃음에 한조도 ‘ㅎㅎ’로 답했다.
입만 웃지 눈은 안 웃고 있는 두 리더의 케미에 다들 웃을 때, 한조가 상황을 정리했다.
“솔직히 [별빛>은 저희처럼 랩 멤버가 대부분인 그룹에는 힘든 노래지 않습니까? 인정하시죠?”
“예.”
“아무래도 불리한 점도 있고 하니… 오늘의 승부는 무승부로 하겠습니다.”
“예?”
뉴블랙 멤버들이 뭐라고 항변하기도 전에 스보 멤버들이 와아아아! 하고 달려 나왔다.
“무승부! 무승부!”
“무승부!”
9명이서 5명에게 와아악! 하고 달려들어서 무승부를 연호하면서, 뉴블랙 멤버들이 으이구 하며 넘어갔다.
LB가 말했다.
“정 승부하고 싶으면 중량으로 승부해도 되고요. 후후후!”
“중현아.”
“!”
“후후후. 무게 치면 다칠 수 있으니까 팔씨름 고?”
중현이 팔을 걷어붙이며 나서자, 다른 스보 멤버들이 모른 척 먼 산을 바라보았다.
‘진다.’
‘이건 반드시 진다.’
뉴블랙도 북미 진출을 한 이후로는 벌크 업이 조금 되어 있는 상태였다.
특히나 원래도 체격이 좋았던 중현은 그들과도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다.
적은 근육량으로도 막대한 힘을 내던 뉴블랙의 힘캐가 정말 힘을 쓰면 그들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찌 되었든 결론은….
‘졌다!’
‘또 졌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또 뉴블랙에게 데굴데굴 굴려지고 있었다.
촉촉한 눈망울로 허공을 바라보며 웃던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의 눈이 카메라 뒤편에서 웃고 있는 구 피디에게 향했다.
그제야 몇몇이 ‘아’ 했다.
‘그래도 분량은 진짜 기깔나게 뽑았네.’
‘피디님 웃는 거 보니 잘 뽑혔나 보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뉴블랙의 몰이 때문에 예능이라는 것도 깜빡하고 자컨처럼 촬영을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큰 예능을 찍으면서 이랬던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한조가 감탄했다.
‘얘네 준비 많이 했구나.’
잠깐의 틈을 주면 예능 울렁증이 도져서 원래대로 돌아올 것을 알기에 일부러 쉴 틈 없이 그들을 휘몰아친 듯했다.
덕분에 그들 역시 큰 예능이라는 것도 잊고 활약했고.
가끔 예능에 나가서 예능인들의 멘트나 상황 판단에 감탄하곤 했던 한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올해의 예능인 1위와 2위들.’
마침 그와 눈이 마주친 1위가 꺄르륵 빙구처럼 웃으면서 한조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그냥 우리를 놀리는 게 좋은 걸 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도 웃어서 경련이 온 뺨을 문지르던 스보 멤버들에게 우주가 MC처럼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제 슬슬 촬영을 마무리할 시간인데요. 다들 어떠신가요? 저희와 헤어지는 게 정말 아쉽죠?”
“아니요~!”
“거짓말도 참~ 핫핫!”
무시하며 넘긴 우주가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기 전에 마지막 코너만 찍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누구입니까?”
“그래미와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K팝의 초신성, 우주 님입니다!”
“꺄륵! 흠흠, 그것도 맞습니다만, 아까 기억하시죠? 저는 오늘 여러분의 소원을 들어 주기 위해 온 도깨비입니다.”
“!”
그랬다.
아까 한조가 드라마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흔쾌히 승낙한 뉴블랙의 리더.
스보 멤버들의 눈이 반짝였다.
“자! 소원을 빌어 보세요. 무엇이든.”
다시금 산신령 두건을 쓰고, 왕봉이를 지팡이처럼 받아 든 우주가 홀홀 웃고.
드라이아이스 통을 꺼낸 비주와 리혁이 열심히 부채질을 하며 연기를 뿜어냈다.
중현과 지호가 우주를 수호하는 호위 도깨비처럼 달봉이를 든 채 근엄하게 웃고 있을 때.
구재영 피디는 음악을 틀었다.
[♩-♪♬]넷플러스 자막으로 【 (신비한 음악 소리) 】라는 타이틀이 붙을 만한 음악이었다.
신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스보 멤버들이 큽- 하며 웃음을 참았다.
“자, 하나씩 나와 보거라. 우선 기원이.”
“진짜 아무 소원이나 빌어도 돼요?”
“그렇다.”
“저희 엄마아빠, 누나, 그리고 우리 스트릿 보이즈 형들, 매니저 형누나들 모두 건강하게 해 주세요.”
스보 막내의 너무나도 선량한 소원에 주변 매니저들이 ‘어어… 우리 기원이’ 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도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다른 건 다 망쳤어도 막내 농사는 잘 지었지.”
“지호였으면 저런 소원 절대 안 빔.”
우주의 뒤에 서 있던 지호가 ‘그거 인정’ 하며 윙크를 했다.
그때 우주가 기원에게 답했다.
“좋은 소원이구나.”
“네.”
“안 된다.”
“??”
“본 도깨비에게는 그 소원을 이뤄 줄 능력이 없다.”
‘묘하게 현실적인 설정인데.’
잘생긴 산신령이 기원 뒤에 서 있는 스보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혹시나 로또 1등이나 빌보드 1위 같은 걸 빌려고 했다면…….”
“아닌데요?!”
“사람을 뭘로 보고!”
뜨끔함을 감추기 위해 발끈하는 스보 멤버들.
기원이 우주를 향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냈다.
“그럼 소원 다시 빌어도 되나요?”
“그….”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 눈에 마음이 약해진 비주가 우주를 향해 ‘들어줘요’ 하는 눈빛을 보냈다.
“흠흠. 너의 효심에 감격하였으니 들어주도록 하겠다.”
“그런데 정말 아무 소원이나 빌어도 되나요?”
“들어 줄 수 있는 거라면.”
“그럼… 작곡가 우주선 님이 스트릿 보이즈의 곡을 만들어 주는 소원을 빌고 싶어요. 요런 것도 되나요?”
스보 멤버들이 박수를 쳤다.
“녀석!”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었구나!”
“헤헤, 이제 백만 수플레들의 댓글이 달려도 이제 윤기원한테만 달림. 아악!”
쓸데없는 말을 해서 동료들에게 응징당하는 LB의 소리가 들려올 때.
우주가 턱을 매만졌다.
“흐으으음.”
스보 멤버들이 꿀꺽- 침을 삼키며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우주가 ‘허어…’ 하며 긴 숨을 토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
“너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겠다.”
오히려 흔쾌히 소원을 들어주면서 스트릿 보이즈가 당황했다.
‘뭐지?’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소원이 아니니까.”
“대박!”
“단장님이 곡 주신대!”
“뭐야. 우리 그래미 작곡가한테 곡 받는 거임?”
스보 멤버들이 ‘대박!’ 하고 있는 동안 오직 한조만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뿐이었다.
‘뭔가 쎄한데.’
소원을 들어 주기는 하지만 뭔가 생각한 것과는 다를 수도 있을 듯한 느낌.
그동안 다른 스보 멤버들도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동소이한 소원이었다.
“힙합곡으로 빌보드 1위를 거머쥔 위대한 아이돌 우주 님과 콜라보 곡을 내고 싶습니다.”
“우주선 님에게 솔로곡을 받고 싶어요.”
“우주선님에게 곡을 받아 리혁님과 듀엣을… 후후!”
대부분 우주에게 곡을 받고 싶다는 이야기들이었다.
당연했다.
그들의 본업은 가수.
그래미와 오스카상을 수상한 레전드 커리어의 작곡가에게 곡을 하나 받을 수 있다?
꼭 좋은 곡이 아니더라도 홍보 타이틀로 그만한 게 없었다.
하지만….
“흐음.”
한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지켜볼 뿐이었다.
곡을 주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다른 멤버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아마 평소 때였다면 경계 가득했을 것이다.
-우리 도비야! 손대지 마!!
우리가 아닌 사람들에게 곡을 준다니! 하며 질투심을 빛내거나 소중한 장난감을 거머쥔 어린아이처럼 굴었을 텐데.
저토록 차분한 반응이라는 건,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는 걸 예상했던 듯했다.
유건이 물었다.
“왜 그래. 형?”
“아니, 곡 달라고 하는데도 저기 반응이 차분하네.”
“그치? 뭔가 이상하더라고. 근데 형 드라마 잡아 준다고 할 때도 저런 표정이었는데.”
“그래??”
“암튼 난 현실적인 소원 빌려고.”
한 달에 책 1권을 읽어서 스트릿 보이즈의 지력을 담당하는 멤버가 우주 앞에 마지막으로 섰다.
“회사랑 헬스장이 거리가 있어서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저희가 이제 얼마 뒤면 각자 숙소에서 독립할 예정이기도 해서… 이동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런 의미에서 DNS 미디어에 헬스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레몬 엔터처럼요.”
“호오오오.”
우주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재무팀에게 말해 두지.”
“대박!”
“우리 헬스장 생겨?!”
스보 멤버들이 기뻐할 때, 유건이 말했다.
“그리고 그 헬스 짐에는 ‘유건의 헬스짐’이라고 명시를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루마불에서 서울을 지나갈 때처럼, 멤버들이 이용하고 싶다면 저에게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는 겁니다.”
“호오오! 양심이 참으로 어메이징한 아이로구나!”
“예.”
“알았다. 너의 소원.”
그리하여 스보 멤버들이 모두 노려보고, 원하는 것을 얻은 멤버가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보았다.
“억울하면 너희도 나 같은 소원 빌든지.”
“…….”
“불손한 표정 보소. 감나무 출입금지.”
“아아아아아!”
곧장 멤버들이 ‘위대하신 유건님!’ 하고 달려가는 동안 우주가 지팡이(왕봉이)를 쿵쿵 찍으며 말했다.
“그럼 본 도깨비가 조만간 좋은 소식을 건네주겠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참으로 감읍합니다!”
“허허허허! 춤을 추자꾸나!”
뉴니버스의 카메라 감독이 뒤로 총총 물러나면서 자체 줌아웃을 하는 동안, 다 같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흥부놀부의 엔딩처럼 춤을 췄다.
구재영 피디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다들 수고했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뉴니버스의 스탭들에게 인사를 하고, 매니저들이 고생하셨다면서 간식이나 음료를 대접하고 있는 동안 한조가 친구에게 다가갔다.
“야, 진짜 고마웠다. 오늘.”
“뭘 또.”
“이렇게 정신없이 찍은 예능은 처음이네. 진짜.”
한조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덕분에 진짜 잘 찍었다.”
“잘 나올 거 같지?”
친구의 말에 한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이런저런 안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가 내심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근데 나 궁금한 거 하나 있는데.”
“응?”
“나 드라마 잡아 준다고 했잖아. 그거 진짜야?”
“응.”
“……그게 어떻게 가능해?”
스탭이 와서 한조의 꺼진 마이크를 떼어 간 후, 자신의 마이크까지 떼어 간 걸 확인한 우주가 손짓했다.
아주 가까이 오라는 듯.
“자세한 건 말해 줄 수 없지만 조만간 우리가 마법과 관련된 미니 드라마를 한 편 찍어 볼 예정이거든.”
“너희가 주인공으로?”
“응.”
“???”
예능 특집일지 뭔지 모르겠지만,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뭔지 짐작도 안 갔다.
두루뭉술하게 말하던 우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우리가 꽤 예산 크게 넣을 예정이라.”
“……그랬던 거였나.”
“꺄르르륵!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너.”
“…….”
한조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김 첨지가 된 기분이었다.
‘어쩐지 운수가 너무나 좋더라니…!’
뉴블랙 자체 드라마에 잡혀가는 거였구나.
이따 설렁탕이나 먹으며 김 첨지 코스프레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너 그거 시켜 주려고. 너 장래희망 그거 뭐였더라. 천사소녀 네티?”
어디선가 ‘주님! 정의로운 도둑이 되게 해 주세요-’ 하는 내레이션이 지나가는 듯한 기분.
한조가 고개를 저으며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마법소녀.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었지. 멋진 옷을 입고, 변신하는 장면이 진짜 좋았거든.”
그거랑 가장 현실적으로 비슷한 직업을 찾아서 나온 게 아이돌이었다.
그때 우주가 물었다.
“이번에 이뤄보는 건 어때?”
“응?”
“너의 배역으로 마법소년 어때?”
“!”
* * *
“고생했어요!”
“오늘 촬영 정말 고마웠습니다, 단장님! 또 만나요!”
“또 봐유!!”
성대하게 배웅을 나와 준 스트릿 보이즈에게 손을 흔들며 답한 후.
우리가 탄 차량이 스보와 멀어지면서 다들 얼굴에 띄운 환한 웃음을 지우고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당 떨어져.”
“아이고. 힘들다.”
“간만에 예능 촬영이라 그런지 좀 힘드네요. 스보 앞이라 힘든 티도 못 내긴 했는데.”
“나도.”
아무리 절친이라고는 해도 뭔가 다른 그룹들 앞에서는 힘든 티를 최대한 덜 내려고 하는 그런 게 좀 있다.
자존심…? 이라고 해야 되나.
정확히 설명은 못하겠는데, 뭔가 그런 게 있다.
“아. 힘들다.”
정말 쉴 새 없이 멘트를 쳐야 했던 터라 피로감이 대단했다.
스보 같은 예능 초보들은 정말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정신없게 해야 찰진 리액션이 나오니 어쩔 수 없었다.
비주가 건네준 애플파이 과자를 우물거리자, 리혁이가 휴지를 내밀었다.
“그거 부스러기 엄청 떨어지니까 휴지 대고 먹어요.”
“엉, 고하허….”
“말할 때는 입 열지 말고요.”
“그험 어허케 고합하호… 콜록!”
부스러기가 목에 걸린 내가 기침을 하면서 리혁이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어서 도끼눈을 뜬 채 물티슈를 내민 리혁이의 서슬에 꿍얼거리며 바닥의 부스러기를 주울 때.
중현이가 물었다.
“이제 데일라잇 선배님들 만나러 가는 거 맞지?”
“넹. 데일라잇이랑 스칼렛 누나들 만나러 가면 돼요.”
예능 대본을 확인한 지호가 답했다.
그러고는 내게 고개를 돌렸다.
“참, 그거 못 물어봤네. 아까 한조 형한테 그거 얘기해 줬어요. 마법학교 드라마?”
“엉, 대충 둘러서 얘기했어.”
“어때요. 반응?”
동생들이 궁금하다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비주가 말했다.
“옛날부터 그 형이 마법소년 같은 거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엄청 좋아하고 그랬어요?”
“어…….”
내가 방금 전의 기억을 회상했다.
“갑자기 도망치던데.”
“??”
“아니, 뭐라고 말하면서 막 뛰어가더라고. 싫은 건지 좋은 건지 알 수가 없네…….”
“???”
그게 뭔 반응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반짝-
메신저 알림에 핸드폰을 확인하자 한조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아니.
실시간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조 [혹시 캐릭터 만들어져 있어???]
한조 [안 만들어진 거면 내가 제안할 아이디어가 있다]
한조 [꼭 들어줘야하는건 아니고 참고사항 정도]
한조 [내가 한글파일로 정리해봄. 핸드폰에서도 열리지?]
한조 [(마법소년 캐릭터 연구.hwp)]
한조 [의상도 제안하고 싶은게 있는데 마법소년은 원래 전통적으로 이런 복장 입어야 하거든]
한조 [(세일러복 이미지.jpg)]
한조 [체중 감량도 필요하다면 할게]
마법소년이 입어야 할 의상부터 시작해서 마법소년들 특유의 손동작, 요술봉 디자인 등등.
“그…….”
리혁이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일단 캐스팅을 잘…한 것 같은데요. 배우도 열정이 넘치고.”
“그…렇지?”
아마 잘한…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