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25)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25화
회사로 돌아가는 동안 기사 내용을 자세하게 읽었다.
“호오오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걸그룹 서바이벌에 출연한 스칼렛을 위해 내가 김덕춘이라는 닉네임으로 쓴 [Not Fine>이 시작이었다.
당시 국내 차트 1위 싹쓸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반응이 왔던 곡.
-어라라? 이건 뭐지? 이 노래에 나의 영혼이 반응하고 있어!!
해외 K팝 팬들이 대거 입덕하면서 당시 6년차에 접어든 스칼렛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된 계기였다.
보통 저 정도 연차가 되면 성장이 멈추기 마련인데 해외 팬덤이 새로운 원동력이 되면서, 3세대 최고 걸그룹으로 꼽히는 세레니티와도 1위와 2위 싸움을 하게 될 정도로 격차를 좁혔다.
[그동안 다양한 해외 인기 지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 준 스칼렛은…….]이 부분은 알고 있는 내용이다.
대표님과 차담을 나눌 때마다 ‘요즘 스칼렛도 해외에서 인기가 좋단다~ 허허~’ 하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북미 시상식의 인기투표에서 심상치 않은 투표 수.
SNS상의 인기 지표.
최근에는 빌보드를 비롯한 해외 유명 음악 매거진들이 ‘K팝의 이 여성들을 주목하라’ 하는 기사를 내면서 스칼렛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스칼렛의 신곡이 빌보드 차트에 진입한 건 단시간에 이뤄진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것이 빵 터진 결과였다.
#93. XD – Scarlet
까만 벽에 형광 페인트로 메롱 이모티콘을 그린 듯한 앨범 썸네일이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보인다.
중현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왠지 뭔가 정겹네요.”
“그치.”
그 위에 우리의 [Overcooked>, [Hot Sauce>, 나와 콜드의 [Answer> 같은 곡들이 있어서 그런지, 같은 K팝 그룹이 차트에 들어와 있으니 뭔가 정겹다.
어찌 되었든 이번 스칼렛의 앨범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빌보드 Hot 100 차트 진입.
얼마 전에는 초동 43만 장으로 39만 장을 기록한 세레니티를 능가했다는 뉴스까지.
그야말로 미친 성장세를 보여 주고 있는 우리 회사의 고기 여신들이었다.
우리가 스칼렛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원석이 형이 센스 있게 [XD>를 틀었다.
오늘도
나를 보며 찡그리고 있을
네 얼굴이 보여
Yeah, I know, I see your face-
데이지의 랩이 이어지는 동안 어깨를 까딱였다.
[XD>해외에서 쓰는 이모티콘 중에서 폭소하고 있는 이모티콘을 형상화한 단어다.
한국으로 치면 [ꉂꉂ(ᵔᗜᵔ*)] 요런 느낌?
우리 회사의 솔트맨 & 샌드걸 작곡가 콤비가 만들어 낸 작품으로 굉장히 신나는 댄스 비트가 특징인 곡이다.
-내 일부가 네 마음에 안 들면 뭐 어쩔 건데? 네 마음에 들겠다고 나를 바꿀 생각은 없어.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어도 그냥 웃어넘겨.
관점에 따라서 해석이 다양한 곡이다.
연인을 속박하려는 남자에게 꺼지라고 하는 곡처럼 들릴 수도 있고, 스칼렛은 뭐뭐 해야 하네~ 하며 자꾸만 자신이 원하는 틀에 가두려고 하는 사람들을 저격하는 곡처럼 들릴 수도 있고.
지호가 후렴구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와, 진짜 곡 잘 뽑았다.”
“이번에 프로듀싱팀에서 제대로 곡을 뽑은 거 같아요.”
동생들의 말에 나도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보람찬 기분이었다.
그동안 북미 가요계를 공략하기 위해 나와 프로듀싱팀이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한 부분들이 회사 차원에서 노하우로 쌓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진짜 잘됐다.”
“스칼렛 누나들 지금 텐션 장난 아닐 것 같은데여. 만나자마자 와악! 하고 우리 등짝을 때려댈 거 같아요.”
“중현아, 네가 앞에 서라.”
“저도 그 사람들은 좀…….”
중현이가 제안했다.
“리혁이를 앞세우는 건 어떨까요?”
“왜, 왜, 왜… 왜 나를.”
“리혁이는 작고 귀엽잖아요. 어… 고깃집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고양이랑 비슷하다고 해야 되나. 배가 고파서 뛰어가다가도 고양이를 보면 혹시라도 밟게 될까 봐 멈칫하게 되잖아요.”
제법 그럴싸한 논리였다.
듣고 있던 리혁이도 ‘개소리 같지만 맞는 말 같아요’ 라며 수긍하고 있는 동안 내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근데 진짜 다행이다. 이거 모르고 갔으면 얼마나 혼났겠어.”
“큰일 날 뻔했죠.”
엄청 서운한 표정을 지었을 얼굴들을 생각하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회사 사옥에 있는 우리의 단골 고깃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관련 정보를 샅샅이 검색했다.
원석이 형한테 최근에 스칼렛 관련해서 회사에서 돌았던 소식들도 점검하고.
그리하여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도착했을 때.
“응?”
나는 처음 듣는 정보에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 나윤아?”
“우리 빌보드 어워드 초청 받았어.”
“?!”
상상도 못 했던 소식이었다.
* * *
스칼렛과의 촬영은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하게 진행됐다.
먹보 여신들이란 캐릭터를 보여 주기 위해, 회사 사옥에 있는 고깃집에 카메라가 세팅됐다.
치이익-
중현이가 진지한 얼굴로 고기 굽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빌보드?”
“엉.”
찹쌀떡처럼 새하얀 얼굴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
연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와서 트레이닝복 차림인 데이지가 어허허허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빌보드 간다!”
“예이!!”
스칼렛 멤버들이 와아아아- 하면서 우리도 같이 와아아아! 하긴 했지만 얼떨떨하다.
비주가 어리둥절하다는 얼굴로 리더인 아라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누나?”
“며칠 전에 빌보드 어워드 측에서 퍼포머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 이번에 곡이 굉장히 좋은데, 미국 데뷔 무대를 자기네 시상식에서 해 볼 생각이 없냐고.”
“우와아아! 축하해요!”
스칼렛 멤버들이 기분 좋은 얼굴로 음료를 들이켰다.
예능 촬영이라 술은 아니지만, 취기가 살짝 오른 것 같은 표정의 아라가 날 보며 잔을 들어 보였다.
“진짜 우리 김덕춘 작곡가님한테 감사 인사 한 번 제대로 해야 하는데.”
“괜찮아요.”
“이번에 빌보드 소식 딱 뜨고, 고마운 사람들 명단이 눈앞에 지나가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정말 [Not Fine>이란 곡이 전환점이 됐으니까.”
내 곁에 앉은 동생들이 ‘천만에요~’ 하며 대신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메인댄서인 리나가 일어났다.
긴 머리를 흩날리며 우아한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가는 동갑내기 멤버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쟤는 어디 가요?”
“네 선물 가져오려는 거야.”
“아이, 그런 거 안 주셔도 허어어어어억-!!!”
“허어어어억-!!”
동생들과 내가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같은 리액션 같지만 다른 리액션이었다.
“아니, 저… 저……렇게 예쁜 것을!”
“어디서 저런 흉물을!”
나와 졸개들의 목소리가 교차한 지점은 바로 리나가 가져온 기다란 행거였다.
행거에 잔뜩 옷이 걸려 있었다.
예쁜 털코트, 꽃으로 가득한 셔츠 등등.
손을 X자로 교차하면서 리혁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안 돼요. 절대 안 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결사반대!”
“아, 진짜 이건 아닌 거 같아요-!”
그 속에서 내가 말했다.
“왜? 예쁘기만 한데.”
“그게 문제라구요-!!”
“그럼 여기 연예계 대선배님들이 선물을 주시는데 그걸 거절해? 그건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후후후.”
“그, 그건!”
우리가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가만히 행거 앞에 서 있던 리나가 눈을 깜빡깜빡했다.
“이거.”
“?”
“우주 거 아닌데?”
“???”
서로의 멱살을 붙잡고 있던 우리가 얼굴을 맞댄 채 고개를 돌렸다.
“그럼?”
“할머님께 드릴 선물.”
“…….”
“누가 봐도 할머님 옷 아니야?”
정상인이 내뱉는 상식적인 질문에 우리 모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 옷인 줄…….”
“저도 우주 형 옷인 줄.”
자세히 보니 할머니가 입을 법한 사이즈의 옷들이었다.
우리가 멋쩍은 얼굴로 먼 산을 바라보는 동안 스칼렛 멤버들과 뉴니버스 스탭들이 바닥을 구르며 웃었다.
민망하다.
“하지만 이 민망함을 통해 우리는 또 성장한 거니까.”
“그죠.”
합리화를 하고 있는 우리를 스칼렛 멤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핰핰 하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계속해서 웃음을 안 멈추는 모습에 내가 퉁명스럽게 손사래를 쳤다.
“얼른 고기 드세요.”
“아, 배 아파. 진짜 엄청 웃었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다 같이 식사를 했다.
메인보컬인 연봄이 쌈을 싸서 우리에게 건네주기도 하고, 스탭들과 간단한 미니 게임을 하며 출출할 카메라 감독님들에게 쌈도 싸 드리고.
보통 TV에서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단란하게 회식을 하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지만, 다행스럽게도 걸그룹 팬들에게 우리의 취급이 제법 웃긴 무생물체와 같은 관계로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다들 우리랑 같이 나오면 예능 분량 늘어난다고 좋아한다고 하던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평소에 워낙 절친한 관계인 까닭에 스칼렛과의 촬영도 편하고 유익했다.
“맞다! 우리 조언 좀 해 주라. 빌보드 어워드는 너희가 선배님이잖아. 가서 뭐 팁 같은 거 있어?”
“어… 그거 아마 공연장마다 다를 것 같긴 한데.”
“응응!”
“보통 어워드 열리는 곳들이 간식들이 맛있더라구요. 핫도그랑 츄러스랑…….”
“오오오오!”
그딴 게 무슨 팁이냐고 할 줄 알았는데 열렬한 반응에 오히려 당황했다.
그걸 비롯해 리허설할 때의 문화 차이라거나, 현장 반응이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이야기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소원 코너까지 촬영을 종료하면서 내가 아라에게 물었다.
“누나는 이제 연습하러 가나요?”
“그치~ 바빠. 그래도 활동 도중에 기름칠하니까 좋네. 연습 좀 하고 나면 배가 다 꺼지겠지만…….”
그 말을 하며 배를 통통 두드리는 이를 보며 짠하게 웃었다.
스칼렛의 다른 멤버들과도 친분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가족은 외계인>이라는 시트콤 때 동고동락을 해서 그런지 무언가 각별한 느낌이 드는 스칼렛의 맏언니였다.
마침 연기 생각이 나서 그런 걸까.
걸그룹 멤버 중에서도 걸출한 연기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에게 내가 물었다.
“저 혹시 누나, 요즘도 연기 관심 있나요?”
“있지. 기회가 없어서 문제지.”
곧장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상대의 눈이 반짝인다.
“뭐 있구나?”
“저희가 진행하려는 프로젝트가 있긴 한데, 관심 있으세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주는 기회를 놓친다? 그건 바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조건 예쓰야.”
“그럼 확정되면 알려 드릴게요.”
아라가 꺄아아- 하며 기분 좋은 얼굴로 내 손을 붙잡았다.
꽈아아아악.
내가 소리 없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배배 꼬는 광경을 지켜보던 막내가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고는 내게 몰래 보여 주었다.
【스칼렛 = 지력 대신 물리 스탯 찍은 힘법사】
아픈 와중에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 * *
스트릿 보이즈와 데일라잇, 그리고 스칼렛을 시작으로 하는 레몬 엔터 레이블 나들이 촬영은 순조로웠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무대를 함께 하게 되는 장한별~~!”
“윤찬혁 듀오입니다~! 저희 그룹명은 왕자와 거지고요, 저는 거지를 맡고 있습니다.”
“네, 그리고 저는 배에 왕 자가 있어서 왕자입니다. 보여 드릴까요?”
“제가 얼마 전에 목욕탕에 같이 가서 봤습니다. 초콜릿이 아니라 두부 6개가 이렇게 뙇 있더라고요.”
15금 토크를 하는 우리 회사의 발라드 듀오를 비롯해서, 헤이션 선배가 이끄는 레이블도 방문하고.
에노티와 가을소녀, 라비앙로즈, 엑스 버스터 등등.
회사 레이블에 소속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소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하여 모든 촬영을 마친 후.
이제 레몬 엔터의 합동 콘서트를 앞두고 다 함께 모일 날만 있을 뿐이었다.
남은 건….
“후후후후후!”
“후후후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소원을 수리해 주는 일이었다.
잔뜩 신이 난 구재영 피디님, 그리고 결연한 얼굴의 재무팀장님과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았다.
요술봉처럼 꾸민 달봉이를 든 내가 꺄르르 웃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소원 수리를 하겠습니다. 우선 스트릿 보이즈의 소원 ‘NBS에서 곧 리얼리티를 찍는데, 굉장히 큰 예산을 들여서 여행 리얼리티를 찍어 보고 싶다’는 소원입니다.”
내가 요술봉을 뾰로롱 흔들며 지도를 짚었다.
“굉장히 큰 예산을 들여야 갈 수 있는 북극 어떻습니까? 그 친구들은 정말 몸이 튼튼하거든요.”
“가능합니다.”
“스보 매니저로서 의견 내겠습니다. 찬성합니다. 저희는 안 가니까요.”
“꺄르르륵!”
어찌 되었든 소원을 ‘들어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관계자들과 다 함께 모여서 꺄르르 웃으며 각 가수들에게 통보할 소원의 내용을 정했다.
그렇게 회사 차원에서 예산이나 인력을 써야 하는 일들은 우리 선에서 정리를 하고.
“그럼 연기를 하고 싶다고 소원을 빈 사람들에게는 마법학교의 출연을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넷플러스 측과 조 이사님의 협상이 완료되어서 조만간 언론 보도가 나가게 될 [마법학교 아이들(가제)> 프로젝트도 레몬 에이드 소속 가수들에게 공표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세부적인 디테일을 조율하고 난 뒤에 남은 소원들은 내 몫이었다.
[우주선 님의 곡을 받고 싶습니다!] [이번 에이드에서 선배님들과 콜라보를 하고 싶습니다!!] [솔로곡을 받고 싶습니다!]이번 촬영에서 녹화된 다양한 가수들의 요구사항을 보면서 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머릿속에서 온갖 아이디어가 샘솟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청개구리 심보로 움직인다.
시험 날이 되면 평소 관심도 없는 시사 뉴스가 재미있는 법.
우리의 본 활동이 아닌 번외편 격의 활동, 그것도 뭔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거리가 주어지니 아이디어가 석유처럼 펑펑 솟았다.
“후후후후후후후.”
홀로 앉아 있는 작업실에서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웃었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는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성악가의 웅장한 목소리를 들으며 화음을 맞추기 위해 리코더를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수많은 악기들이 하나가 되어 연출하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금부터 할 작업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때마침 노크 소리와 함께 작업실 문이 열렸다.
간식거리를 잔뜩 사 온 졸개들이었다.
“잘 왔다. 얘들아.”
“편의점에서 간식 다 털어 왔어여. 형이 오늘 밤은 밤새워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해서…….”
“잘했어.”
흐뭇한 미소를 지어 주고는 리모컨으로 스피커 볼륨을 낮췄다.
리혁이가 물었다.
“환희의 송가네요?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
“응.”
“이건 왜 듣고 있었어요?”
“이런 오케스트라가 바로 내가 생각한 이번 무대 컨셉이거든. 모든 악기들이 하나가 되는.”
“??”
멤버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지호가 말했다.
“저 안 그래도 엄청 궁금했거든요. 형이 따로 생각이 있다고 말해서 그러려니 하긴 했는데 막 다른 가수들한테 곡 주겠다고 하니까.”
“저도요.”
“마법학교 OST 같은 걸로 주겠다는 거예요?”
중현이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 정말 곡을 써 줄 생각이야.”
“??”
“그 대신 한 곡만 쓸 거야.”
“????”
과자 봉지를 뜯던 졸개들이 그 상태로 멈췄다.
뭔가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한 곡만 쓸 거라고요?”
“응.”
내가 짱구 과자를 아삭- 하고 먹으며 말했다.
“곡을 써 달라고 하는 게 소원이었잖아? 그럼 모든 가수를 전부 다 같이 무대 위에 올리면 되지.”
“그럼 솔로곡은요?”
“단체 곡에서 자기 파트 잘라 가라고 하면 되지.”
“와, 노양심……!”
내가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아니요!”
너무 좋다고 꺄르륵 웃는 동생들과 내가 손뼉을 짝짝 맞췄다.
역시 우리 애들이라면 좋아할 줄 알았다.
“그 대신에 한 곡을 엄청난 걸로 뽑아 내려고.”
“어떻게요?”
“그걸 하려면 지금부터 너희의 도움이 필요하거든. 말했다시피 모든 그룹을 한 무대에 올리는 거니까.”
나 혼자만으로는 불가능한 프로젝트였다.
머릿속에 다 얼개가 짜여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디테일도 필요하니까.
랩과 댄스, 보컬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필요하다.
“대충 내가 떠올린 얼개가 있긴 하거든. 이런 느낌으로 가 보려고.”
“오오오!”
“한 번 들어 봐봐.”
곡을 듣던 졸개들이 ‘어? 괜찮은데요?’ 하다가 점점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형.”
“응?”
“근데 곡이 안 끝나는데요.”
“맞아.”
내가 동생들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거 40분짜리거든.”
“!”
그렇다.
이것은 내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
K-아이돌 교향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