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3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34화
Q. K팝 최고의 프로듀서는 누구인가요?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이 날아든다면, 아마 대부분 비슷한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선우주?
-우주요.
-아이돌 포함해도 돼요? 그럼 선우주. (포함을 안 시키면요?) …우주선?
하지만 불과 5년 전이었더라면 답변이 달랐을 것이다.
당시 뉴블랙이 갓 데뷔를 한 신인이었고, 식스티 세컨즈라는 경쟁자가 몰락하면서 TNT가 왕으로 군림했던 5년 전이었더라면 아마 사람들의 답변은 대부분 비슷했을 것이다.
-박태준.
-박태준이요.
-허강민 아니면 박태준? 음… 굳이 순위를 매기면 박태준이 좀 더 위?
여기서 시간을 5년 정도 더 거슬러 올라가 10년 전인 2009년으로 간다면?
그때도 답변은 비슷했다.
-박태준이요.
-아마 박태준이지 않을까.
-음… 당장 이름 떠오르는 건 박태준?
여기서 5년을 더 거슬러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뉴블랙이라는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박태준 회장은 항상 최고의 프로듀서로 꼽혔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그 능력은 인정하는 바였다.
-영감탱이 사람 보는 눈은 진짜 좋은 거 같음. TNT는 멤버구성 볼때마다 놀랍다ㅋㅋㅋㅋㅋ 어케 한태현 석지훈 장한별 이런 애들이 한 그룹
-그룹 만드는 건 참 잘만듬. 장한별이나 석지훈 나가는거 보면 유지를 못해서 그렇지
-저 라인업에 선우주 낄 뻔한거 생각하면.. ㄹㅇ 그룹 폭발햇을듯
-그치만 TJ 구조상 지금 레몬 선우주 같은 캐가 나왓을거 같진 않음. 머 초대박은 쳤을거 같은데
-근데 ㅅㅇㅈ 데뷔조였다가 방출됐다 건 오피셜임?
-분위기상 오피셜 같음
나오기만 하면 사람들이 맨날 싸우는 주제인 ‘선우주가 TJ에서 있었으면 지금처럼 잘 됐다 VS 안 됐다’가 나올 때도, 다들 인정하는 것이 있긴 했다.
‘TNT 선우주는 뭔가 애매하긴 해.’
기존 TNT의 얼굴과 안무, 보컬합 등이 너무나 잘 맞는 까닭에 오히려 선우주가 끼어 있는 그림을 상상할 때마다 이상한 느낌.
그만큼 박태준이라는 프로듀서가 TNT라는 그룹을 잘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라는 말이 최근에도 돌아다니더라고요.”
“허허.”
한영준 대표의 말에 박태준 전 회장이 미소를 지으며 차를 들이켰다.
“이제 은퇴해서 골동품 수집이나 하는 늙은이한테 다들 돌아와 달라고 그렇게 극성이라니…….”
‘돌아와 달라는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안 그래도 요새 심심하던 차였어.”
이곳은 TJ 엔터의 대표 집무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박태준 회장이 업무를 보던 곳이었다.
“회사는 잘 굴러가고 있나?”
“예, 작년 4분기에 최고 실적을 갱신했습니다. 영업이익도 극대화되었고요. 몇 가지 손실이 뼈아프긴 했지만….”
중화권 최고의 스타였던 장한별과 현재 월드 스타로 떠오른 이견우를 놓친 일.
박태준 회장이 혀를 끌끌 찼다.
“죽 쒀서 개 좋은 일만 시켜 줬어.”
그의 눈이 창문 너머로 향했다.
TJ 엔터 맞은편에 한글 피라루쿠체로 ‘레몬 엔터테인먼트’라는 로고가 영롱하게 빛나고 있다.
“끄응.”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 밑에서 머리만 닦던 놈이…….’
요즘에는 기획사 대표들 모임만 하면 다들 박규호 대표를 주인공처럼 대접한다고 하던데.
박규호 대표가 자신의 밑에 있을 때, 정수리에 새벽이슬을 맞아 가며 바쁘게 매니저로 뛰었던 시절을 떠올릴 때면 기분이 미묘했다.
“하여간 박규호나 임현식이나 하는 꼴들이… 다 내 밑에서 시다 뛰던 애들인데.”
뉴블랙이랑 스트릿 보이즈라는 대박을 터뜨렸다고 기고만장한 꼴을 볼 때만 속이 뒤집어진다.
결국 그의 밑에서 배운 노하우로 먹고 사는 이들 아니던가.
그럼에도 감사함이 없어 보였다.
레몬은 요즘 들어 호시탐탐 소속 연예인들을 빼 갈 궁리나 하고 있고.
“석지훈이도 요새 레몬 가고 싶어 한다며.”
“예, 아마 그런 소문이 도는 것 같습니다. 현재 회사가 만족스럽지가 않을 거예요.”
“어디 한번 가 보라 그래.”
TNT의 막내이자 연기 멤버인 석지훈을 생각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특별한 재능도 아닌걸.’
회사가 케어를 별로 안 해 준다느니, 관심이 없다느니 하면서 떠났다가 현재 소속사에서도 고생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애교 부리는 포지션인 TNT의 귀염둥이 막내일 때나 특별한 것이지, 그가 보았을 때 석지훈은 특별하게 솔로 가수나 배우로 성장할 만한 재목이 아니었다.
-스타성 있는 연예인들은 밀어 준다.
모든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회사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잘 될 연예인만 밀어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TJ에서도 안 밀어주는 연예인은 결국 다른 회사에서도 밀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레몬이라고 뭐 다를까 생각하나.’
이견우나 장한별은 밀어줄 만한 가치가 있는 연예인들이다.
하지만 석지훈은 글쎄.
“걔는 요새 뭐 한대?”
“영화를 찍는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코미디 영화라고 하던데… 치킨집 장사 하는 사람들이 외계인이랑 싸우는 얘기라고.”
“척 봐도 B급이네. 아니, B급도 아니고 F급이다. F급. 어허허.”
본인의 농담에 만족한 박태준 회장이 허허 웃었다.
한영준 대표가 뒷말을 삼켰다.
‘뉴블랙 지호가 주연이라고 합니다만…….’
굳이 그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왜 박태준 회장이 저러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장한별이도 봐. 결국에 내 말이 맞았잖아. 잠자코 중국에서 돈이나 벌었으면 떵떵거리고 사는 걸, 한국에서 활동하네 마네 하면서 지금 광전총국한테도 찍혀 버리고.”
“그렇죠.”
“하여튼, 쯧쯧.”
한영준 대표는 이것이 일종의 한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뉴블랙이 급부상한 순간부터 박태준 회장이 이룬 것들이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으니까.
물론 TJ라는 회사는 여전히 건재하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선우주라는 K팝 최고의 작곡가가 등장하면서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박태준 회장의 아성에 금이 갔다.
그런 의미에서 선우주는 존재 자체가 박태준 회장의 실패를 상징하는 인물과 같았다.
-연습생 계약 해지하고 싶대? 나가라고 해. 이 바닥에서 회사 없이 혼자서 뭘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제가 회사의 주인이 됐습니다! 꺄륵!
-…어?
최근에는 그래미와 아카데미까지 수상을 해 버리면서 마음속의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었다.
15억짜리 1등 로또를 놓쳤어도 매일 잠이 안 올 텐데, 그가 놓친 것이 1조원짜리 파워볼 복권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때마다 사람들이 ‘엌ㅋㅋㅋㅋ 그래미 작곡가 방출한 마이더스의 손ㅋㅋㅋ’ 하는 댓글을 달고 있으니 울분이 안 생길 리가 없다.
“후우.”
한참 동안 한풀이를 하던 박태준 회장이 그에게 말했다.
“자네 조카가 진짜 진국인 거야. 애가 경영 쪽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가 보이잖아.”
“예.”
“나중에 태현이도 나이 들고 그러면 이사 직함도 달아 주고 그래 줘. 우리 회사 보물인데 잘 대우해 줘야지.”
“하하, 예.”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담을 마친 박태준 회장이 팔짱을 꼈다.
일 이야기를 할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눈빛이 서서히 바뀐다.
냉철한 눈빛.
“그래서… 이번에 내가 맡게 되었다는 게.”
“예.”
한영준 대표가 종이를 내밀었다.
이번에 코코 합동 콘서트에서 나오게 될 가수들의 라인업이었다.
“이 가수들의 단체곡을 만들려고 합니다.”
“단체곡이라.”
지금까지 많이 해 봤던 프로젝트였다.
최근에 일을 쉬고 있었던 박태준 회장의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재미있겠어.’
지금이야 경영자 입장에 더 가깝긴 하지만, 본래 그의 직업은 이런 프로듀싱 쪽이었다.
선우주가 있기 전에 박태준이 있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어떤 식으로 파트를 나누고, 곡 장르는 어떤 식으로 가져가고, 작곡은 누구에게 맡길지 같은 구상이 떠오른다.
“좋아.”
박태준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 보자고.”
선우주가 떠오른 이후로 박태준 회장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게 되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승패를 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이번에 합동 콘서트의 화제성이나 단체곡을 가지고 한번 자웅을 가려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였다.
그저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중국 속담 중에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이 있지.’
어디 한번 보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박태준 회장이 기지개를 켜며 씩 웃었다.
그의 시선이 경쟁자가 있을 레몬 엔터로 향했다.
* * *
“귀가 간지럽군.”
누가 내 욕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너지, 서리혁?”
“왜 누가 욕했으면 그게 나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니야?”
“아니. 맞아요.”
주변의 작곡가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프로듀싱팀 사무실.
오늘은 앨범에 싣게 될 곡들을 고르기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날이다.
최종적으로 선정될 라인업이라기보다는 대충 요런 곡들을 뽑자, 하는 정도.
드라마를 찍든, 무얼 하든 간에 우선 곡이 정해져 있어야 프로젝트의 진행이 가능하다.
형섭이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한 세팅을 하고 있는 동안 내가 나상윤 팀장님에게 물었다.
“One Song 작업은 잘 되어 가고 있나요?”
“죽을 만큼 힘들어….”
“죄송합니다.”
“곡 좀 만져 달라고 45분짜리 곡을 가져오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아마도.”
레몬 에이드의 단체곡 [One Song>의 실무는 현재 우리 프로듀싱팀이 맡고 있었다.
총괄은 내가 맡고 있긴 하지만, 곡이 45분쯤 되면 사실 실무 작업이 더 힘들고 어려운 법이다.
나상윤 팀장님이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 곡이 완성된다면 정말 기념비적인 곡이 될 거야. 여태까지 살면서 이런 곡을 본 적이 없거든.”
“…? 삼태기 메들리라는 곡이 있잖아요.”
“그 뜻이 아니라 지금까지 K팝에서 이런 곡을 보기 힘들었다는 뜻이야. 곡 하나로 플레이리스트가 완성되는 이런 곡은 처음이거든. 서로 다른 가수들이 부르는 곡이 하나의 곡으로 40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곡에는 정말 뭔가가 담겨 있어.”
작곡가로서 열정 가득한 눈빛을 빛내는 모습에 내가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형섭이가 스피커를 세팅하며 말했다.
“블라인드 테스트 준비 다 됐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유웅 작곡가님이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에 종이를 들고 설명했다.
“우선 이번 블라인드 테스트는 1차적으로 선별된 곡들입니다. 전 세계에서 800여 개의 곡이 들어왔고요.”
“800개….”
“와.”
“제가 평생 먹은 과자 봉지보다 많을 거 같아여.”
동생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동안 설명이 이어졌다.
“이 중에서 프로듀싱팀이 1차적으로 50여 곡을 선별했습니다. 작곡가의 이름은 아무도 알 수 없도록 배치를 했고요. 자신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 10개 곡에 투표를 해 주시면 됩니다.”
“네.”
동생들이 침을 꿀꺽 삼킨다.
1차 관문은 우선 회사 프로듀서들끼리만 진행한 터라 우리들은 그 진행 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비주가 내게 속삭였다.
“저는 최종까지는 아니더라도 1차 선별된 곡 리스트에 제 곡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1차 뚫는 것도 진짜 대단한 거니까.”
“아마 있을 거야.”
“후우….”
주변을 둘러보았다.
늘상 느긋한 중현이를 제외하면 다른 멤버들은 초긴장 상태였다.
리혁이는 연신 땀이 배어 나온 손바닥을 바짓단에 문지르면서 침을 삼키고 있고, 지호도 숨을 죽이고 있다.
자신이 열심히 만든 곡들이 과연 얼마나 표를 얻게 될지.
지호가 속삭였다.
“크게 기대는 안 하지만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형이 많이 도와줘서… 잘 안 되면 되게 미안할 거 같구.”
“괜찮아.”
나 역시도 동생들의 곡이 프로듀서들에게 표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가 최종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오 이 곡 괜찮은데?’ 하면 좋지 않은가.
그리고 멤버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도 알고 있다.
밤샘 작업을 하면서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다들 독하게 준비한 곡들이니까.
다만 그런 바람과 별개로….
“음.”
쉽지는 않다.
작곡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잘하기로 소문난 우리 프로듀싱팀 작곡가들이 있…….
“음?”
내가 옆에서 떨고 있는 작곡가들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너희 멤버들한테 질까 봐. 저번에 지나가다 지호 거 슬쩍 들었는데 범상치가 않더만.”
“맞아. 프로듀싱팀의 위신이 있지.”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지면 어떡하냐는 말에 내가 작게 웃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럼 시작할까요?”
“좋습니다.”
“자, 그럼 불을 끄겠습니다. 후후후.”
사무실의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다들 앉았다.
그냥 언제부터인가 전통처럼 된 일이었다.
불을 켜 두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보이고, 은연중에 영향을 받게 되니까.
“저 너무 잘 보이는데 어떡하죠.”
“눈을 감아라, 중현아.”
“내가 그냥 안대 쓰자고 했잖아요. 어차피 암순응하게 되어서 어둠 속에서 움찔움찔하는 게 보이게 되어 있다니까.”
“네네네, 맞습니다. 자, 시작할까요?”
“아니, 사람이 말을 하면…….”
첫 곡이 시작되면서 마침내 블라인드 테스트가 시작됐다.
곡당 할애하는 시간은 딱 1절 후렴까지.
숨소리들이 들려오는 어둠 속에서 곡을 듣고, 넘기고, 그러면서 각기 1위부터 10위까지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나저나 쉽지가 않네.
곡을 들으면 누구 곡인지 바로 알겠다.
청량한 훅이 자꾸 반복되는 곡은 샌드걸 작곡가의 솜씨, 최대한 감추려고 했지만 힙합 리듬이 묻어 나오는 중현이의 곡, 방금 흘러나온 곡은 스웨덴의 작곡가 Vijorson이 만든 곡, 북미 특유의 하이틴 감성이 묻어 나오는 이 곡은…….
헤일리 블루의 곡 중에서 [He Wears Glasses>에 참여했던 유명 작곡가 같은데 맞으려나.
헤일리가 학창 시절에 짝사랑했던 안경 쓴 너드(잘생김, 운동만 못하고 공부를 비롯한 나머진 다 잘함, 인기 많음)에 대해 쓴 곡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둠- 탁- 탁-]맞네.
해당 곡과 드럼, 기타 구조가 똑같다.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무튼 그 사람이 맞는 것 같았다.
확실히 좁은 바닥이라 그런지 누가 누군지 다 알 것 같은 느낌.
그랬기에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겨서 가장 좋은 곡 10개를 뽑았다.
“곡 잘 들었고요. 투표는 하셨나요?”
“네.”
불을 켜면서 다들 눈을 깜빡이는 가운데 다들 투표를 종료했다.
이제부터는 순위와 작곡가의 정체를 공개하고, 토론을 할 시간이었다.
“일단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1위부터 발표하고요.”
“네, 1위는 우주선의 곡입니다.”
다들 고개를 홱 돌려서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답했다.
“……저도 낼 수 있잖아요.”
“어쩐지 곡이 너무 좋더라.”
“괜히 뽑아 줬어.”
작곡가들이 장난스럽게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순위가 발표됐다.
내가 곡이 좋다고 했던 미국과 스웨덴의 작곡가 곡이 순위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우리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가져가고 있는 가운데.
“7위는 스윗 포테이토. 김중현 군의 곡입니다.”
“와.”
중현이의 곡이 7위를 거두고, 나머지 8위에서 10위는 프로듀싱팀 작곡가들에게 돌아갔다.
동생들의 표정이 잠잠해져 가는 동안 내가 물었다.
“11위부터 순위도 볼 수 있을까요?”
“네.”
바로 11위에 비주의 곡을 시작으로 15위 이내에 지호와 리혁이의 곡이 들어가 있었다.
이 정도면 선방하지 않았나 싶었을 때.
“…….”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지호의 표정에 내가 멈칫했다.
* * *
마침내 공개된 최종 순위.
“핫하!”
“하하하하!”
10위권 바깥에 있는 졸개들의 곡을 보며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겼다!’
졸개들한테 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패배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얼마나 쫄렸던지 안도의 마음까지 들었다.
곧장 승리팀이 패배팀을 놀리듯 프로듀서들이 10위 안에 들지 못한 뉴블랙 멤버들을 놀렸다.
“하하! 보았느냐?!”
“너희가 아무리 우주선 옆에서 보고 배웠다 한들, 밥만 먹고 작곡만 하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따름이야.”
“결국 아저씨들한테 졌죠?”
그들이 낄낄거리며 놀렸다.
즐거웠다.
‘딱 놀리기 좋은 순위다!’
아예 한참 낮은 순위였다면 놀리지도 못했을 텐데, 뉴블랙 멤버들이 보여 준 놀라운 성적에 그들이 편하게 놀려댔다.
‘저 정도면 뭐.’
충분히 만져서 수록곡으로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제 작곡의 어려움을 알겠….”
놀리던 작곡가들이 말을 멈췄다.
뉴블랙 멤버들의 표정 때문이었다.
“…….”
“…….”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
‘뭐야. 왜. 왜?’
‘어?’
안도한 마음 때문에 무작정 신나게 놀렸던 작곡가들이 당황했다.
뉴블랙 멤버들의 이상한 반응 때문이었다.
‘뭐야, 왜 울어?’
또르르륵-
김비주와 왕지호의 눈가에 맺혀서 흘러내리는 눈물.
그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은 뉴블랙이라는 그룹 멤버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었다.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눈물이 나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면 속상하고 분하고, 연습하다가 안 되는 것이 나오면 며칠 밤샘을 해서라도 결국 이루어 내고 마는 독기의 화신들.
지호가 우주를 보며 울먹였다.
“형이 열심히 도와줬는데 제가…….”
“아니야. 지호야.”
“제가 못해서…….”
우주가 다독여 주지만 소용없었다.
또르르륵-
뚝-
뚝-
속상함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프로듀싱팀 직원들이 당황해서 손을 뻗었다.
“아니, 그…….”
“그….”
때마침 ‘애들한테 그러고 싶나요’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우주.
‘아니, 우리는……!’
‘이게 아닌데!’
그렇다.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어 버린 프로듀싱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