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38)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38화
“헤헤헤!”
우리가 행복하게 웃는 막내를 둥가둥가해 주자, 주변 스탭들이 귀여워하는 웃음들이 날아들었다.
한참 동안 귀여움을 받고 있던 막내가 비주의 손에 들린 봉투를 가리켰다.
“뭐 가져왔어요, 형?”
“응.”
비주가 봉투를 들어 보였다.
“배우분들이랑 스탭분들 먹을 쿠키 구워 왔어.”
무거운 봉투를 받아든 중현이가 스탭들에게 내밀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날아들었다.
“어머!”
“어어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이 귀한 걸…….”
안에 든 내용물을 꺼내던 사람들이 큰 웃음을 터뜨렸다.
닭 모양과 UFO 모양으로 된 쿠키 때문이었다.
비주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치킨집 남매가 외계인들을 물리치는 이야기여서 UFO 모양이랑 닭 모양을 골랐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비주 씨!”
“조금 이따가 밥차도 올 거니까요. 식사 하시고 드세요.”
우리의 말에 스탭들이 ‘네-!’ 하고 외치고 있는 동안, 지호의 시선이 남은 봉투로 향했다.
“그럼 요거는요?”
“너 먹으라고 도시락 싸 왔지~”
“와, 진짜 비주 형이 최고예요.”
지호가 좋아하는 메뉴들로 수제 도시락을 준비해 왔다는 말에 막내의 뺨에 발그레한 기운이 돌았다.
그때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어어~ 안녕들 하니.”
“안녕하세요!”
“다들 더 잘생겨졌네~?”
까슬까슬한 수염을 문지르고 있는 남자 배우가 넉살맞게 웃으며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배우 이강진.
나이 터울이 꽤 차이 나는 형제자매 설정 때문인지, 지호와도 15살 이상은 차이가 나 보이는 비주얼.
“아이고, 다들 샤프해졌는데 나만 후덕해졌네. 하하.”
[슬립>에서 예민미 넘치는 미남 형사 역할을 맡았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푸근한 비주얼을 추구하는지, 친근한 치킨집 사장님 같은 모습이었다.이강진이 다른 배우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이리 와서 인사들 좀 해. 뭘 내외하고 있어?”
그제야 눈치를 슥 보고 있던 다른 배우들이 다가와 하나둘 인사를 건넸다.
[치킨집 4남매>의 주조연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어?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슬쩍 눈을 피하며 어색하게 인사하는 이는 치킨집의 막내 박하윤 역할을 맡은 주하나였다.
걸스온탑의 연기 멤버로 이래저래 데뷔 초부터 알던 사이였다.
“잘 지내셨어요?”
“네, 뭐… 우주 씨는요?”
“저도 잘 지냈죠.”
우리를 조금 어색해하는 것 같아서 금세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쩌다 보니 주연 배우 라인업 중에서 알고 있는 얼굴만 넷이었다.
그중 셋은 아이돌.
동생들과 배우들이 인사를 나누는 분위기 속에서 지훈이가 내게 속삭였다.
“신기하지? 주연 배우 중에 아이돌만 셋인 게.”
“보기 드문 일 같긴 하네. 많이 있는 일이야?”
“그럴 리가.”
지훈이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만큼 이 영화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어떤지 느껴지지 않아?”
“조금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 말마따나 지호가 합류하고 나서 투자금이 두세 배로 뛰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치킨집 4남매>는 여전히 저예산 코미디 영화로 분류되고 있는 규모였다.
그래서 배우들 출연료도 정해진 액수가 아니라 흥행에 따른 러닝 개런티로 때운다고 하던데.
거기다 주연 배우들 다섯 중에 셋이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건…….
-이 영화 왠지 망삘인데?
…라는 업계의 시선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었다.
보통 영화감독들이 캐스팅할 때,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면 그 이미지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편이니까.
만약에 지원하려는 배우들이 많았다면 이렇게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셋이나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랬기에 오히려 이강진 씨나 저기 있는 배우 신지원 씨가 출연한 게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 다 잘나가는 배우로 유명하니까.
때마침 배우 신지원이 내게 다가왔다.
“에구, 안녕하세요. 우리 처음 만나네요?”
“예. 안녕하세요, 선배님.”
“반가워요~”
짓궂은 미소가 인상적인 이 30대 배우는 과거 리혁이가 출연한 [시댁을 터뜨렸습니다>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였다.
이강진 씨와 마찬가지로 영화와 드라마판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배우.
대체로 원탑 주인공이면 남자 배우가 맡기 마련인 드라마판에서 시댁 폭파 드라마의 원탑 주인공을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빼어난 연기력을 지니고 있다고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한 게 우주 씨 영향도 있거든요.”
“네? 저 때문에요?”
“차기작을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지호 씨가 한다는 이야기 듣고 냉큼 했죠. 제가 5남매 집안에서 자라서 잘 알거든요. 막내가 뭘 한다고 하는데 위에서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그녀가 대본 보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분명히 같이 대본 읽고 찍어 줬을 텐데, 그럼 저 영화에 뭔가가 있겠다- 하고.”
“오….”
“정확했죠?”
“놀라울 만큼 정확하셨어요.”
신지원 씨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한바탕 웃음과 대화가 오가는 분위기 속에서 이강진 씨가 주연 배우들을 불러 모았다.
“자자, 다들 여기로 모여 봐.”
“네!”
배우들이 즐겁게 웃으며 한 자리에 모였다.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굉장히 끈끈한 우정 같은 게 느껴졌다.
내가 영화 현장은 아직 할리우드밖에 경험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무언가 영화판만의 독특한 감성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영화라는 한배에 탄 운명 공동체 같다는 감상을 받고 있을 때.
“뉴블랙이 왔어. 정말 망할 영화 같았으면 뉴블랙 분들이 이렇게 지호를 내보내겠어?”
“그죠, 그죠.”
지훈이가 맞장구를 치자 이강진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다들 약속하기야. 자 손가락 걸고.”
“걸고~”
“영화가 아무리 불안해도 우리 도망치지 않기.”
“도망치지 않기, 끝까지 하기~”
다들 끈끈이주걱 같은 시선으로 서로를 붙잡았다.
마치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도망치지 마…….’
‘이 영화 끝까지 해야 돼… 나만 끝까지 하면 안 돼.’
우리가 보면서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끈끈한 게 그런 끈끈한 거였군.’
‘끈끈이주걱 같은 거였구나.’
막상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으면서도 불안함이 계속 가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독특한 스토리의 B급 감성 코미디 영화.
나도 이 영화의 대본을 보면서 웃긴 했지만, 웃으면서도 ‘근데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웃을까?’라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웃음을 주는 코미디 장르는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우리 가족은 외계인> 시트콤 현장에서도 황정구 감독님과 황정연 작가님, 그리고 배우들이 끙끙 앓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으니까.-…근데 이거 웃길까요?
유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예상과 다른 것이 나왔을 때 터진다.
예컨대 우가외 1화에서 한복을 입은 외계인들이 버스에 타서 북한말을 썼던 것처럼.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본을 통해 이미 유머의 반전이나 뒷내용까지 다 알고 있기에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코미디 장르는 대중들의 반응이 나오기 전까지는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불안해하지 말자. 우리 영화는 뉴블랙이 점지해 준 영화야.”
“맞아요.”
“토삼이랑 그 마시멜로 책이 가만히 있었겠어? 지호가 말했잖아. 다 찍어 줘서 온 거라고.”
“맞아, 맞아.”
왠지 모르게 웃픈 대화를 들으면서 조용히 웃고 있을 때, 리혁이가 물었다.
“그나저나 감독님은 어디 가셨어요? 아까부터 안 보이시는데.”
“그러게?”
우리를 보자마자 아까 어디론가 호다닥 사라지셔서 그럴 틈이 없었….
“저기 오시는데요? 음, 뛰어오시네.”
“어?”
중현이의 손가락을 따라가니 정진석 감독님이 손에 무언가를 든 채 뛰어오고 있었다.
나상윤 팀장님이 떠오를 정도로 앙상한 뺨.
호리호리한 체구.
야구 모자 아래로 본래 미남이었을 것 같지만, 왠지 모르게 초췌한 비주얼로 변해 있는 얼굴이 보인다.
“감독님?”
“아! 마침 오신 김에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어서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영화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는 영화감독.
정진석 감독님이 우리에게 A4 용지를 내밀었다.
[UFO 치킨> [외계 통닭> [닭 튀기는 남매들>감독님이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뉴블랙 분들이 보시기에 어떤 제목이 제일 낫나요?”
“…….”
“참고로 외계 통닭에서 계는 닭 계(鷄)입니다.”
왜 배우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 *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얼마 전에 드라마판 최고로 꼽히는 오정희 작가님도 그렇고, 왜 우리를 볼 때마다 점쟁이를 바라보듯 보는지 모르겠….
-젤리젤리~ 샤라랑!
-[예].
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눈을 깜빡이는 우리에게 정진석 감독님이 사과했다.
“조금 갑작스러우셨겠네요. 뉴블랙 분들이 오시면 꼭 물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던 거라…….”
“아뇨, 괜찮아요.”
내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제목을 골라 달라고 하시는 거죠?”
“네, 어떻게 하면 흥행이 더 잘 될지.”
“…….”
다시 한번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UFO 치킨> [외계 통닭> [닭 튀기는 남매들>어느 쪽을 고르든 명예로운 죽음이 가능할 것 같은 제목이었다.
왜 흥행을 실패했느냐는 질문에 ‘제목을 잘못 지었어…’라고 대답해도 될 것 같은 느낌.
“UFO 치킨은 뭔가요?”
“작품 속에서 우리 치킨집 이름이 UFO 치킨이에요.”
지호의 말에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셋 중에서 그나마 UFO 치킨이 그나마 나은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중현이에게 물었다.
“중현아. 어때, 마음에 드는 이름이 있니?”
“다 마음에 드는데요.”
그 말에 감독님과 출연 배우들이 환한 얼굴로 와- 했다.
“잠깐만, 근데 중현 씨는 반대로 찍잖아?”
“아아아악!”
“맞네!”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뺨에 손을 올리는 배우들과 스탭들.
비주가 말했다.
“그냥 원래대로 치킨집 4남매, 아니 5남매로 가시는 건 어떤가요?”
“중현 씨 의견은 어떠신가요?”
“제 생각에는 5남매는 너무 평범한 게 아닌가.”
스탭들이 들썩였다.
“치킨집 5남매! 저거다! 저걸로 가시죠, 감독님!”
“저걸로 가시죠!”
중현이가 무슨 말을 해도 ‘반대로 해야 한다!’할 기세라서 내가 한마디 했다.
“꼭 그런 식으로 되는 건 아니라서요. 예를 들어서 중현이가 어떤 치킨집이 맛있다고 해서 그 치킨집이 망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긴 한데…….”
“치킨집 5남매보다는 다른 제목이 더 나을 거 같아요.”
마케팅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치킨집 5남매>는 별로 좋은 선택지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금 영화 업계에서는 이 작품을 흥행하지 못할 괴작(?)으로 반쯤 취급하는 분위기.
보통 자신의 출연 작품에 확신을 가지기 마련인 배우들도 ‘우리 탈주하지 말자!’하면서 우애를 다질 정도로 불안해 보이는 영화라면, 차라리 그 점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평범한 제목보다는 아예 ‘저건 뭐지?’ 하는 반응을 이끌어 내도록.
그렇다고 너무 튀는 제목은 아예 외면을 받을 수 있으니…….
그런 나의 생각을 적당히 잘 돌려 말해서 설명했다.
“…제 생각에는 넷 중에서 [UFO 치킨>이 제일 나은 거 같아요.”
토삼이나 젤리책의 힘을 빌리는 방법도 있지만 그 아이들이 [닭 튀기는 남매들>을 골라 버리면 진짜 좀 난감할 것 같아서.
“음…….”
스탭들이 잠시 턱에 손을 올리고 고민했다.
나의 말이 조금 설득력이 있긴 했던 것 같다.
“일리 있어요.”
둘째 역할을 맡은 배우 신지원이 날 가리키며 말했다.
“우주 씨가 토삼이 본체잖아요.”
“…!”
“그러네!”
자기들끼리 납득하는 이들을 보며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꼈지만 그래도 [치킨집 4남매>보다는 [UFO 치킨> 같은 이름이 더 낫지 않나 싶었다.
모든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젤리책을 넘길 수도 없는 거고.
그렇게 시끌벅적한 대화가 오가고 있을 때.
“밥차 왔습니다!”
한 스탭의 우렁찬 외침에 다들 ‘밥이다!’하면서 뛰어갔다.
맛난 한식 메뉴들로 구성된 반찬들을 식판에 푸는 스탭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우리도 밥을 푸고는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비주가 싸 준 특제 도시락 앞에서 히히 웃는 막내를 중심으로 우리가 둘러앉고, 맞은편에 주연 배우들과 감독님이 앉았다.
“진짜 적응 안 되네.”
이강진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오스카상 수상자랑 같은 자리에서 식사라니.”
“주제가상이에요.”
저는 노래 부문입니다- 하고 대답했지만 ‘오스카’라는 단어에 배우들의 눈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아무래도 할리우드 이야기라 그런지 다들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오스카 이야기도 하고, 요즘 찍고 있는 히어로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우리도 마찬가지로 충무로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이야기를 듣고,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카메오 촬영 말인데요.”
정진석 감독님이 말했다.
“길게 들어갈 장면은 아니라서 편하게 찍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몇 초 정도 들어갈 분량이라서요.”
“그렇군요.”
“그런 장면으로 들어갈 예정이에요. 이제 외계인의 침공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뉴스 장면으로 한 컷 들어갈 건데, 거기에 뉴블랙이 한 컷으로 들어가는 거죠. 루블랙이나 그런 이름으로.”
어떤 장면인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길거리의 대형 전광판에 [UFO 침공] 같은 자막이 뜨면서 벌어지는 사회 혼란 같은 장면들.
“음…….”
외계인의 침공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이긴 하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 우리는 뭘 하고 있을까.
“재난 가방을 들고 방공호로 도망쳐야죠.”
“우리 방공호가 없잖아.”
“왜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응? 뭐라고?”
하지만 내 질문에 리혁이는 더 이상 대답해 주지 않았다.
중현이가 말했다.
“일단 저희 본가로 다 같이 가는 건 어떤가요? 형은 할머님 모셔 오시고.”
“그치, 너희 집으로 가야지.”
“울 아빠도 데리고 가도 돼요? 할 줄 아는 건 없는데 금 되게 많이 가지고 있어요.”
외계인의 침공을 두고 현실적으로 어떻게 도망을 쳐야 할지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음, 하고 고개를 저었다.
“너무 현실적으로 가니까 좀 재미가 없네.”
영화 카메오로 나왔는데 그러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비주가 제안했다.
“가상의 아이돌 루블랙으로 생각하면 어떨까요? 예전에 리혁이가 선우주가 아니라 서우주 연기를 한 것처럼.”
“음, 좋은 생각이야.”
과연 가상의 우리는 외계인이 침공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음…….”
“흐음.”
“흐으으음…….”
5분의 고민 끝에 우리는 결론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그 결론은 감독님과 출연 배우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 * *
「UFO 치킨」 中 한 장면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UFO.
외계인이 서울을 침공하면서 도시에는 대혼란이 펼쳐진다.
“…….”
장사가 안돼서 파리만 날리는 치킨집.
[UFO 치킨]이라는 낡은 간판이 바람에 떨어질랑 말랑하고 있다.테이블에 공무원 문제집을 펼치고 있는 치킨집의 셋째 수재(석지훈)가 안경을 고쳐 쓰며 핸드폰을 보고 있다.
“지금 다들 지방으로 간다고 하는데, 우리도 피난 가야 되는 거 아냐? 정부에서는 아직 아무 말이 없긴 하지만….”
“우리가 갈 데가 있긴 하냐.”
첫째(이강진)가 닭다리를 튀김물에 담그며 말했다.
“닭이나 튀겨야지.”
“아니, 형은 뭔 닭을 튀겨? 이 와중에 치킨을 시키는 미친놈이 어디 있다고.”
딩동!
[주문이 들어왔습니다!]치킨집에 감도는 적막.
검은색 삼선 체육복 차림으로 앉아 있는 막내 하윤(주하나)이 주스를 빨대로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있네, 그 미친놈.”
“이야, 푸름아파트 504호, 이 사람도 징하다. 이 와중에 치킨을 시켜 먹네.”
둘째(신지윤)가 혀를 내두르며 모니터의 주문을 확인하고는 맏오빠가 있는 주방을 향해 외쳤다.
“요청사항에 무 좀 넉넉하게 달래!”
“오케바리~!”
치킨집의 맏이가 열정적으로 닭을 튀기며 말했다.
“이런 시국일수록 찾아 주시는 손님을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하는 법. 내가 아주 끝내주는 닭을 튀겨 주겠어.”
그런 대화가 오가고 있을 때.
딸랑-
넷째 지훈(왕지호)이 라이더 자켓을 입은 채 들어왔다.
껄렁껄렁한 자세.
막내인 하윤이 눈살을 찌푸린다.
“야, 너 또 담배 피웠냐?”
“신경 끄셔.”
“언니! 이 새끼 또 담배 피고 왔어!”
남매들이 옥신각신하고 있는 동안 맏이가 넷째를 보며 반긴다.
“잘됐다. 지훈아, 배달 좀 얼른 다녀와라.”
“배달? 이 와중에 누가 치킨을 시켜?”
“504호.”
“아, 또 거기야?”
지훈이 테이블에 털썩 앉았다.
테이블에 올려진 술안주 뻥튀기를 집어 먹던 그가 가족들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우리는 뭐 도망 안 쳐도 돼? 지금 다들 짐 싸고 차 타고 난리 났더만. 도로 터지는 줄.”
“우리가 가긴 어딜 가냐.”
맏이가 말했다.
“기다려 봐, 높으시고 잘난 양반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면 돼.”
“그른가.”
“그 사람들 이런 거 하라고 열심히 공부한 거 아니겠냐.”
뭐 알아서 하겠지- 하는 태도로 머리를 긁적이던 지훈이 리모컨을 들어서 TV를 켰다.
하지만 치킨집 5남매의 귀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오늘 외계인의 선전 포고에 정부는 항복 성명을 발표하였으며…….]“?”
“??”
[오늘 오전 국회에서는 외계인의 지배를 환영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습니다.]“??”
“???”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나라를 열심히 팔아먹는 모습.
재벌 총수들이 외계인과의 만찬에 참석하겠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나서고, 사회 지도층이 외계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치킨집 가족들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
TV 채널이 돌아가며 다른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 국민 아이돌 루블랙은 외계인에 관한 신곡을 발표하였습니다.]TV 속에 4인조가 흘러나온다.
기도하듯 손을 모은 4인조가 머리에 외계 더듬이 머리띠를 한 채 외계인 찬양송을 부르기 시작했다.
[외계인이 제일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내 꿈은 우주대스타~☆]“저저!”
“아니, 저!”
치킨집 5남매가 극대노한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