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42)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42화
예전부터 우리는 그런 생각을 했다.
-각자 자기 일을 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배우는 연기를 하고, 감독은 연출을 하고, 작가는 각본을 쓴다.
가수는 노래를 하고, 프로듀서는 프로듀싱을 한다.
“다 각자의 일을 할 때가 아름다운 법이지.”
“맞아요.”
그러니 황정구 감독님과 황정연 작가님에게 [마법 학교 아이들>의 전권을 드리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세트장 로케이션을 선정하는 것도 다 그분들에게 달린 일이었다.
절대 귀찮거나 복잡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치만 우리는 자체 프로듀싱이잖아요?”
“중현아, 저 바른말 하는 뱁새를 끌고 가라.”
“네.”
“느아아앗-! 놔요!”
양팔을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려서 사라지는 누군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어찌 되었든, [마법 학교 아이들>의 제작에 몰두하고 있는 황 남매로부터 소식들이 속속 날아들었다.
-조연 배우들 캐스팅 70% 완료.
-세트장 건설 중.
-음향 및 조명 스탭들 섭외 완료.
-CG 회사 배정 완료.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황정연 작가님은 벌써부터 1화 원고의 탈고를 마쳐서 우리에게 보내 주기도 했고, 아마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지호야.”
내가 대본을 읽고 있는 막내를 불렀다.
“너 괜찮겠어?”
“에엥? 뭐가여?”
“치킨집 영화랑 히어로 영화 스케줄이 있잖아. 그 사이에서 이거 진짜 괜찮겠어?”
“해야죠. 어차피 제가 안 괜찮아도 뭐 어쩔 수 없는 거기도 하구.”
“걱정이 돼서 그래.”
“저 튼튼해요.”
지호가 맨투맨 팔을 걷어붙이며 팔에 힘을 딱 줬다.
“요새 운동을 해서 몸도 좋아진 거 같아요. 봐요. 저의 선명한 근육을!”
“보여, 보이니까 팔 좀 내리고…….”
“아 왜여! 자랑하고 있는데!”
내가 지호의 맨투맨 팔을 쑥 내렸다.
잘 키운 근육이긴 하지만, 왜 이렇게 거부감이 드는지 모르겠다.
분명 비주얼상으로는 어울리긴 하는데, 왠지 모르게 나한테는 7살 어린이의 왕(王) 자 복근을 보는 느낌.
막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저는 걱정 말아요. 사실 저보다는 이 형들이 더 걱정이긴 하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하며 막내가 대본을 탁탁 두드렸다.
“다들 이리 모여 봐요. 숙제 검사할 시간이에요.”
“녜…….”
“넴.”
“네.”
주눅이 든 병아리들이 모이듯이 세 졸개가 지호 앞으로 모였다.
드라마 제작을 결정한 순간부터 연기 레슨을 시작한 우리 멤버들이었다.
비주가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6시간 정도밖에 연습 못했는데.”
“괜찮아요. 울 아빠가 그랬어요. 완벽한 시작이란 건 없다. 세상에 완벽한 건 울 엄마밖에 없다.”
지호가 짝짝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저만 믿어요. 제가 형들을 스크린으로 데뷔시켜 줄 테니까.”
그런 말을 하며 하나하나 숙제 검사를 하는 지호.
1화 대본의 리딩을 반복하면서 고쳐야 할 점을 말하고, 그다음에 얼마나 개선이 되었는지 확인을 하고.
믿음직스럽게 형들을 이끌어 주고 있는 막내를 보며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직 조금 어색하긴 해도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 다른 동생들을 보니 본 촬영도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스윽-
연기 레슨을 하고 있는 무리 속에 내가 끼었다.
“…….”
“…….”
“…….”
무릎을 감싸 안고 쪼그려 앉아 있는 나에게 졸개들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지호가 물었다.
“형은 왜 여기 껴요?”
“나도 같이 레슨 받으려구.”
멀뚱멀뚱 바라보는 동생들 속에서 막내가 말했다.
“중현이 형.”
“응.”
“이 사람 좀 내쫓아 주세요.”
“확인.”
곧장 연습실 밖으로 쫓겨나고 말았다.
* * *
바쁘게 흘러가는 나날들.
마침내 우리가 지난 한 달 가까이 기다렸던 날이 도래했다.
[LEMON-AID]초대형 전광판에서 반짝이는 로고.
잠실 주경기장.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경기장 한가운데 아주 거대한 무대와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우와.”
“우와아아아…….”
주변에 있는 다른 가수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신인 보이그룹 엑스 버스터가 파리가 들어가도 모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와, 주경기장 미쳤다…….”
“이게 주경기장.”
“와, 미쳤… 아, 벌레 먹었다. 퉵! 퉵! 으웨에-!”
3월 말의 따스해진 날씨라 그런지 슬슬 날벌레들이 돌아다니는 날씨.
가볍게 바람막이를 걸친 가수들이 곳곳에서 감탄하고 있었다.
스칼렛의 리더 아라가 이마에 손을 올리고 3층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이야, 너네는 이런 데서 공연을 한 거구나.”
“누나도 주경기장에서 공연한 적 있으시잖아요?”
“있기야 있지. 드림콘 때. 근데 그거야 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짧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거였으니까.”
주경기장 콘서트 경험이 있는 TNT 소속의 한별이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규모에 압도되는 모양새였다.
내가 한별이에게 물었다.
“어때?”
“묘하네. 여기 다시 서게 될 날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서게 될 수도 있지. TNT 완전체 콘서트를 또 여기서 하게 될 수도 있잖아?”
“글쎄다, 형.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에게도 시선이 갔다.
껌을 씹고 있던 한조가 내게 물었다.
“하나 줄까?”
“놉.”
“이야, 너네는 어떻게 여기서 3일을 다 채우냐. 아니지, 3일로도 부족하다고 그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조가 혀를 내둘렀다.
예전에 TF팀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의 국내 콘서트 수요를 채우려면 주경기장에서 대략 10일 정도를 연속 공연해야 한다고.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국내 스타디움 투어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농담을 동생들과 하곤 했다.
그렇게 모여서 잡담을 떠는 동안 누군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편하게 후드티 복장으로 올라온 이견우 선배가 마이크를 들고 외쳤다.
[레몬 에이드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와아아아아아-!”
커피 광고를 찍을 때 나오는 자본주의 목소리에 주변의 연예인들이 목소리 진짜 좋다며 감탄했다.
몇 번 정도 마이크 테스트를 하던 이견우 선배가 스탭들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좋습니다.]총감독님이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부터 리허설 진행할 거고요. 큐시트 순서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음향 없이 동선만 체크할 예정이에요.]마지막에 나오게 될 [One Song>의 무대는 인이어상으로만 오디오가 나오게 될 예정이었다.
현장 음향으로 빵빵하게 틀어 놓고 리허설을 하는 게 좋기는 한데, 지금 주경기장 바깥에 기자들과 팬들이 잔뜩 몰려 있다는 게 문제였다.
주경기장이나 월드컵 경기장 같은 대형 공연장은 기본적으로 뻥 뚫려 있기 때문에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모두 바깥으로 새어 나가는 구조였다.
그랬기에 비밀로 남겨 두고 있는 [One Song>은 리허설에서 동선 정도만 체크할 예정이었다.
사실 연습이야 이곳과 똑같이 꾸며 놓은 스튜디오에서 계속 합을 맞추기도 했고, 45분이나 되는 곡 특성상 대체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무대라 칼군무처럼 합을 맞춰야 할 장면은 별로 없었다.
있어도 3분 정도.
[자, 그럼 리허설 시작하겠습니다.]첫 무대를 맡은 신인 그룹 엑스 버스터를 시작으로 실제 콘서트와 똑같은 순서로 진행이 됐다.
“잘한다.”
“진짜 잘하네.”
절도 있게 딱딱 안무 합을 맞추는 신인 보이그룹을 향해 날리는 칭찬에 직속 선배인 스트릿 보이즈의 어깨가 들썩였다.
“후후후후후.”
“후후후.”
우리도 후배 보이그룹이 데뷔하면 저런 표정을 짓게 되려나.
엑스 버스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가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환호가 흘러나왔다.
이 자리에 있는 가수들 대부분이 엄청 활기차기도 하고, 또 응원해 주는 분위기인 터라 호응도가 좋았다.
“Yeah! Yeah!”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나현아 너무 예쁘다!”
탄산수를 캔맥주처럼 들이켜는 데일라잇이 가을소녀의 무대에 추임새를 넣어 주고, 그때마다 흥이 오른 가을소녀 멤버들이 몸을 한 바퀴 틀면서 후렴 안무를 신나게 불렀다.
콘서트 리허설보다는 가수들의 뒤풀이 같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헤이션 선배님과 래퍼들도 알록달록한 선글라스를 쓴 채 올라왔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다들 즐길 준비 되셨습니까?]상의를 탈의하고 근육질의 상체를 자랑하고 있는 래퍼 키드킴을 비롯해 래퍼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주경기장의 빵빵한 앰프를 통해 래퍼들의 목소리가 고막을 시원하게 때려 댄다.
여름철 뜨거운 열기를 시원하게 식히는 비처럼.
[와아아아아-!]허공으로 시원하게 물을 뿌리는 래퍼들에게 호응을 해 주고.
[예… 어쩌다 보니 발라드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예예.] [뜨겁게 달아오른 여러분의 마음. 저희가 칙칙하게 식혀 드리도록 할게요.]곧장 무대로 올라온 윤찬혁 선배와 한별이의 발라드 타임도 있었다.
자기들이 칙칙하게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지만 정반대였다.
“크으, 좋다.”
“찬혁 씨 목소리만 들으면 술이 땡긴다니까.”
“그건 그냥 술이 마시고 싶은 거야.”
국내 발라드계의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는 이의 보컬, 그리고 TNT에서도 메인보컬 급으로 불려 왔던 한별이의 노래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 같이 허공에 손을 들고 양옆으로 느릿하게 흔들고.
후렴을 따라 부르고.
노래 속에서 스칼렛의 메인보컬 연봄이 내게 외쳤다.
“우주야, 나도 이런 곡 좀 써 주라.”
“예?! 안 들려요?!”
“이런 곡 좀 써 달라고!”
“안 들려요!”
“노래 끝났는데?”
“아?”
고요 속의 외침처럼 ‘곡 좀 써 줘!’, ‘안 들려요!’ 하는 우리의 모습에 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너 일루 와.”
“싫어요!”
그렇게 스트릿 보이즈와 데일라잇의 무대도 이어질 때.
윤찬혁 선배가 사탕을 우물거리며 곁에서 말했다.
“진짜 좋다.”
“좋죠.”
“특히 장르가 다양한 게 제일 마음에 드네.”
동감했다.
나같이 음악을 잡식하듯 듣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장르의 음악을 듣는 것보다 이렇게 힙합, 발라드, 댄스 등의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게 정말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공연을 보러 올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본 공연도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 자선 콘서트라고 너무 무게 잡지 않고, 관객들이랑 같이 노는 기분으로.”
슬쩍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선배 가수의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상대가 말을 이었다.
“내일이 진짜 기대되네.”
“저도요.”
“요즘에 TJ랑 다른 기획사들 하는 거 보면 조금 괘씸하거든. 기 싸움하려는 게 보여서.”
윤찬혁 선배가 키득거렸다.
“난 그래서 내일이 너무 기대돼. 내일 45분짜리 곡이 공개되면 그쪽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 말에 나도 같이 웃었다.
나도 똑같은 기분이었으니까.
“그나저나 그쪽은 곡을 오늘 발매한다고 했던가?”
“네.”
내가 핸드폰 달력을 보며 말했다.
레몬 에이드의 콘서트 전날.
“아마 오늘일 거예요.”
* * *
최근 들어 레몬 엔터와 휘하 레이블에 속한 아티스트들의 팬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중이었다.
‘장사 진짜 마음에 안 들게 하네.’
바로 TJ 엔터와 다른 기획사들의 언플 때문이었다.
-코코 페스티벌, 스페셜 음원 [Highlights> MV 공개
박태준 회장이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화제의 곡을 발매하는 거야 좋다.
그런데 레몬 엔터의 합동 콘서트를 앞두고 공개하겠다는 건 싸우자는 뜻 아니겠는가?
-타이밍 졸렬한거 보소
-굳이 이 타이밍에ㅋㅋㅋㅋㅋ 진짜 옹졸하다
-우주선 옹졸 : 보면 웃김 / 할배 옹졸 : 어휴 ㅉㅉ 난 저렇게 나이 먹지 말아야지
-투명하다 투명해ㅋㅋㅋ
-남의 잔치집에 훼방놓겠다는 의도 아주 투명하죠??
-전략상 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빡침
왜 그런지는 알고 있었다.
레몬 엔터의 초대형 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컴백을 알린 의문의 상황에서 TJ 엔터를 비롯한 연합 세력이 취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먼저 발매한다.
코코 페스티벌과 레몬 에이드 사이의 텀은 짧다.
만약 에이드에서 먼저 곡을 발매해 시끌시끌해진다면 뭘 해도 묻힐 수밖에 없다.
그러니 먼저 나온다.
하지만 너무나 졸렬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TJ 엔터를 비롯한 다른 가수들의 팬들도 딱히 실드는 못 치고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영감탱이 ㅂㅅ이지만 애들 욕은 하지 말자
-저기 태반이 미자인데 욕박고 싶음?? ㅉㅉㅉ
-와ㅋㅋㅋㅋㅋ 지금 가수들한테도 욕하는거 인성 실화임??
-개념 팬덤 수플레 *^^*
-악플러들이 따로 없네,, 즈그 오빠들 악플 때문에 법무팀이 맨날 고소하는데도 배우는게 없는듯
-이게 700플..?
-악플 1개면 그거 욕하는 대댓이 100플 꼴인거 같은데;
-논점 돌리지 마ㅡㅡ
딱히 가수들의 욕을 별로 한 적은 없지만, 가수를 욕하는 댓글이 하나 있으면 그에 10개, 20개씩 대댓글로 ‘이거 봐, 이거!’ 하는 식으로 대처를 하는 이들이었다.
굉장히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그 때문에 왜 싸우는 것인지, 무엇으로 싸우는 것인지 모르는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고 있을 때.
-떴다!!!
-오 떴네
오후 6시가 되면서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욕을 하는 이들도, 실드를 치려다가 논점을 회피하는 이들도 모두 뮤비를 보러 갔기 때문이었다.
‘일단 보자.’
전례 없던 합동 곡이었다.
만약에 TJ 엔터에서 자체 콘서트를 하면서 진행했다면 큰 관심이 없었겠지만, 틴스피릿과 TNT가 한 무대에 선다?
일단 뭐가 나올지 궁금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를 틀었을 때.
“오?”
아이돌 팬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보통 합동곡이라고 하면 예상하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 함께 꿈을 꾸어 보아요~! 샤랄랄라!
특유의 산뜻한 톤으로 ‘우리 다 함께 나아가 보자~’ 하는 풍의 노래를 생각했는데.
[둥- 둥-]K팝 특유의 강렬한 베이스 톤이 스피커를 통해 울리자, 팬들의 심장이 반응했다.
아니.
몸이 반응했다.
‘어어……?’
그동안 들어 왔던 수많은 히트곡들의 비트.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그 멜로디와 리듬에 몸이 저절로 들뜨고,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
도입부에서 한태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서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흑백 필터.
오직 붉은 머리카락, 그 아래 여우를 닮은 남자 가수가 입에 물고 있는 장미꽃에만 색이 들어가 있다.
살짝 뒤돌아 있던 그가 몸을 빙그르르 돌리면서, 맨몸에 걸친 수트 상의가 맵시 있게 흔들렸다.
Girl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지금인 걸
가사는 그냥 그랬지만 그걸 소화하는 가수의 역량이 압도적이었다.
솔로 가수 한태현이 도입부를 열면서 장미 송이를 톡 하고 집어 던지자, 그게 누군가의 손에 안착한다.
멜로디가 살짝 바뀌면서 드럼 소리가 빨라진다.
‘휘연이다!’
틴스피릿의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장미꽃을 받아 든 휘연 사이로 틴스피릿 멤버들이 모여서 파트를 부르고는 한태현과 함께 춤을 춘다.
그렇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멜로디 속에서 TJ와 KM, MOP라는 메이저 기획사 최고의 에이스들이 한데 모였다.
‘어…… 미쳤는데?’
가늘게 뜬 눈으로 보기 시작했던 레몬 에이드 소속 가수들의 팬들도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친 영감탱….’
박태준 회장의 프로듀싱 실력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곡이 너무 좋아서 위기감이 든다고 할까.
서로 다른 기획사에 속한 가수들인데도 마치 한 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5분짜리 곡.
후렴 파트에서 장소원이 시원하게 고음을 지르는 장면이 나오면서 그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와, 이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의 A&R, 프로듀싱팀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색깔을 하나로 뭉친 곡.
-곡 미쳤네 ㄷㄷㄷㄷ
-와씨 요새 휴덕중이었는데 안되겠다ㅋㅋㅋㅋㅋㅋ
-진짜 k팝 뽕이 이거구나
-와 영감탱 노망 치유함??? 대박
-진짜 클라스는 어디 안간다는게 이 말이네
-그냥 듣자마자 몸이 반응하네ㅋㅋㅋㅋㅋ 그간의 덕질이 내 몸을 움직인다
무엇보다 아이돌 팬들이 호평하는 것은 지금까지 대형 기획사들이 쌓아 온 역사에서 기반한 즐거움이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수많은 아이돌 히트곡들에서 들었던 특유의 멜로디들이 19년 버전으로 재해석되어 흘러나온다.
‘이건… 이건 좀 이기기 어려운데.’
데일라잇이라는 국민 걸그룹이 있긴 하지만, 이런 곡을 이기기에는 왠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5분 차트에 진입하면서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하는 [Highlights>를 보며 수플레들과 다른 레몬 가수의 팬들이 바짝 긴장했다.
‘쉽지 않겠는데.’
그들의 눈에 내일 있을 행사 제목이 들어왔다.
-레몬 에이드
저렇게 좋은 곡을 화제성이든, 성적이든 간에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있을 때.
서울의 한 사무실.
“진짜 이게 맞나…?”
“맞겠지.”
“아니, 다시 봐도 황당하네.”
음원 사이트 망고에서 음원을 업로드하는 작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눈을 비볐다.
One Song
작곡 : 우주선
[음원 길이 : 45:20]다시 봐도 믿기지 않는 음원의 길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수플레들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었다.
일단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맞았다.
“이거… 팬들이 스밍은 할 수 있나?”
“그, 그러게.”
단지 그 어려움이 스트리밍을 돌리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