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48)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48화
음악방송의 MC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는가?
거기에는 대체로 방송국 PD들이 만든 기준이 있었다.
-밝은 에너지,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연예인!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요즘에 핫한 신인 배우나 아이돌을 뽑겠다.
밝고 명랑한 얼굴로 ‘누구 씨, 김 묻으셨어요~ 잘생김!’, ‘어맛!’ 같은 멘트를 하려면 데뷔한 지 오래 되지 않은 신인들이 제격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K넷 음악방송 [뮤직 K>의 MC를 맡은 3인방은 파릇파릇한 신인 아이돌들이었다.
풀뱅 머리에 블링블링한 메이크업을 한 미소녀와 눈가에 별을 점처럼 그린 두 미소년.
그 어느 상황에서도 항상 생글생글한 웃음을 짓고 있던 그들은…….
“…….”
지금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토할 거 같아.’
‘버텨야 해.’
마이크를 들고 있는데도 팔이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수십 쌍의 눈동자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적대적인 눈빛은 아니다.
오히려 인자하고 따스하고, 귀여워하는 눈으로 보고 있다.
‘헤헤헤헤! 귀여워.’
‘귀여운 아이로구나, 이 언니의 품에 안겨 보렴. 헤헤헤헤헤.’
‘젊음이로고!’
친근해하는 시선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신인들에게는 그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마치 수십 명의 대기업 임원들이 신입 사원 한 명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느낌.
“네, 네!”
메인 MC를 맡은 서빛이 큐카드를 보고 말했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목소리.
“그, 글로벌 음악방송 [뮤직 K>에 아주 귀중한 손님들이 찾아오셨습니다!”
“무려 1시간 만에 뮤직비디오 천만 뷰,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어마어마한…!”
MC들이 큐카드를 든 손이 파르르르 떨려 왔다.
다음 멘트로 ‘신곡을 들고 온 메가 히트 그룹입니다!’가 나와야 했지만, 정신이 혼미한 남자 MC가 멘트를 잘못 읽었다.
“시, 신인을 들고 온 메가 히트 곡입니다! 아, 아니, 이게.”
녹화 멘트 실수라서 정정하려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여기 있는 이들 중 많은 수는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예능인들이었다.
“아, 저희 신인 맞죠~”
“신인 가수 팀 레몬입니다!”
“앗, 그….”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신인 MC를 놀리듯이 선배들이 한두 마디 얹는 동안 우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후배 신인 가수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든든한 눈빛.
마치 눈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걱정 마라, 후배. 내가 수습해 주겠다.’
마이크를 탁 잡은 뉴블랙의 리더가 뒤를 돌아보며 눈짓했다.
그러고는 90도로 카메라를 향해 꾸벅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인사 올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어느 조직에 입단한 것처럼 90도로 인사를 하는 가수들.
고개를 착! 하고 든 우주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인사했다.
“이번에 데뷔하게 된 신인 아이돌 ‘팀 레몬’입니다.”
“으하하하하하하!”
“꺄르르르!”
“음, 이거 재미있네.”
경박하게 웃는 선배들의 모습에 MC들은 울고 싶었다.
* * *
몇 시간 후.
녹화된 해당 인터뷰를 음악방송으로 보고 있는 아이돌 팬들은 그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선우주 너어어는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개나빴어ㅠㅠㅠㅋㅋㅋㅋ
-애들 울겠다
-애기들 놀려먹는 삼촌이랑 이모들 같음ㅋㅋㅋㅋㅋㄱㅋ
-데일라잇 데뷔연도 생각하면 찐 이모일수도
-어이,,, 거기까지 해라,,
TV 화면 속에서 선우주가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이번에 데뷔하게 된 신인 아이돌 ‘팀 레몬’입니다.]댓글창이 복작거렸다.
-내가 알고 있는 신인은 이게 아닌데
-神인 아이돌.. 끄덕
-그들은 신이야 (딱히 틀린 말 아님)
-저 가수들이 판 앨범판매량을 다 합치면 대충 대기권 높이까지 올라갈 듯
-스보가 앨범 차트 들어간거 생각하면 빌보드 차트 올라간 팀만 셋이네ㅋㅋㅋㅋㅋㅋㅋㅋ
최고의 가수들이 슈퍼히어로 팀처럼 한 팀에 모여 있는 라인업.
그들 모두가 인자하게 웃으며 신인들을 응시하고 있으니 신인들 입장에선 식은땀이 줄줄 날 만했다.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는 것도 잠시.
프로 아이돌 팬들답게 그들은 곧장 팀 레몬의 신인 컨셉에 과몰입했다.
-리앤 건방지네.. 데뷔한지 1일차인 아이돌이 벌써부터 음방에서 짝다리 짚고
-신인들 태도 왜 이럼??
-얘네 토삼이네 소속사 후배라며. 데뷔할 때마다 말 나오는거 보면 알만하다ㅉㅉㅉ
-여기 인원 많아서 정산하면 최저시급도 안 나온다며
-아ㅅ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회수 천만 찍자마자 벌써부터 후배 팬덤 견제하는거 보소ㅋㅋㅋㅋㅋ 느그 토삼 오빠 개못생김
그동안 MC들이 가까스로 가슴을 부여잡고 멘트를 이어 갔다.
[지금 수많은 글로벌 팬들이 지켜보고 있는데요. 글로벌하게 인사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이런 상황이면 외국인 멤버들이 나와서 자신의 모국어로 인사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팀 레몬은 거의 대다수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난 한국인들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그랬기에….
[السَّلَامُ عَلَيْكُم.]아랍어부터 시작해서 온갖 희귀한 언어들로 인사를 시작하는 선우주를 보며 다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왜 잘해ㅋㅋㅋㅋㅋ
-졸개들이 항상 뿌듯해 하는 이유가 다 있다
-근데 내가 저 나라 팬들이면 감동하긴 할듯ㅠㅠㅠㅜ
선우주가 인사를 마치고 나자, 다른 멤버들도 마이크를 들었다.
장한별이 중국어와 영어로 인사를 건네고, 가을소녀의 일본인 멤버 히나가 일본어로, 리혁이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고, 스칼렛의 리나가 러시아어 인사말을 건넨다.
-리나 러시아어 잘하네
-부모님이 주재원이셔서 어릴적 살았다고 함
-근데 이쯤이면 외국인 멤버가 한둘은 있어야 하는데 어케 여기에는 없넹ㅇㅅㅇ
-왜냐하면 저때 이 회사들은 외국애들이 오디션 보고 들어올 만한 회사들이 아니었음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앗.. 아아
-데일라잇 대히트 치고 나서 SNH에 일본애들 오디션 막 보러 갔던거 제외하면 다른 회사들은 머ㅋㅋㅋㅋ
4대 기획사였던 SNH 엔터를 제외하면, 사실 아이돌 팬들에게는 아웃 오브 안중이나 다름없었던 기획사들이긴 했다.
[오늘 무대를 앞둔 소감이 어떠신가요?]아이돌 틈에 섞여 있었던 래퍼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많이 떨립니다. 음악방송은 처음이기 때문에 여기 계신 동료들을 믿고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반삭을 하거나 스냅백을 쓴 래퍼들의 모습에 팬들이 감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개쎄보여
-이 사람들 데리고 가면 환불 백퍼 받을듯
-근데 대체로 저렇게 생긴 사람들이 옷 팔고 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ㅋㅋㅋㅋㅋ
[저 역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견우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동참했다.
그 모습에 다들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왤케 비장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여워ㅠㅠㅠㅠ
-배우님 오늘부터 제 원픽이에요
-오늘 좀 설레네ㅎㅎㅎㅎㅎ
-와 배우가 아이돌 메이크업하면 이런 느낌 되는구나
-옆에 매니저인 줄 알았는데 스보였음ㅎㅎ,,ㅋㅋ
-윗댓 너 어디 사냐
아무래도 아이돌 컨셉이기 때문인지 아이돌 화장을 하고 있는 이견우의 모습에 다들 가슴이 두근거렸다.
‘훌륭한 미모다.’
특히나 이견우의 팬덤 직녀단은 성불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벌써부터 1초 단위로 움짤을 찌는 이들의 입가에는 배부른 사람의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감사합니다ㅠㅠㅠㅠ
-오늘도 우주선의 은혜에 감탄하고 탄복하고 행복하고
-회사 진짜 잘골랐다. 견우 오빠도 같은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머 우리가 행복하면 된거지
그렇게 소감 인터뷰가 끝났고, MC들이 새 질문을 건넸다.
[오늘 신곡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저희 [One Song>은 가요계를 저희가 지배하겠다는 포부를 담아서 낸 곡이고요. 그야말로 K팝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곡입니다.]어찌 보면 거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소개였지만, 모두가 납득했다.
-그치.. 45분이면 다 담았지
-다 담음 (진짜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팝의 모든 것을 담았다 -> 뭐래,, 웅성웅성 -> 45분이다 -> 정말 모든 것을 담았구나
-우주선 K팝 교향곡 1번
-100년 뒤 음악 교과서에서 공부하고 있을지도 몰라
다양한 멜로디로 구성된 K팝 교향곡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MC들이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오늘 1위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소감은 어떤가요?]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선우주의 말에 4블랙을 비롯한 모두가 동참했다.
[저희는 표를 바라지 않습니다.] [맞습니다.]다들 큰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게 되면 뭘 하는가?
앵콜을 부르게 된다.
-어떻게든 앵콜만은 피하겠다는 몸부림ㅋㅋㅋㅋㅋㅋ
-앵콜까지 하면 몇번 부르는거임?
-본방 무대할지 모르겠는데 본방 무대까지 치면 1일 3회 아닌가ㅋㅋㅋㅋㅋㅋㅋㅋ
-리허설 포함하면 4회
-아 개웃기넼ㅋㅋㅋㅋㅋ
1위만은 피하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들의 모습에 아이돌 팬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었다.
* * *
K넷 [뮤직 K>의 백스테이지.
“흠.”
나는 졸개들과 함께 팔짱을 끼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TV에 똑같이 송출되고 있는 화면.
[Street Boys’-!] [Daylight!]영어로 된 자막과 함께 팀 레몬에 참여한 가수들의 컨셉 포토가 흘러나온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최근에 단체로 찍은 사진까지.
[TEAM LEMON]사전 녹화된 분량이 흘러나온다.
팬들이 외치는 응원법 속에서 가을소녀가 무대를 시작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현장 방청객들이 [One Song>에 환호를 보내는 소리가 들려온다.
워낙 분량이 긴 만큼 생방송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사전녹화로 대체했을 뿐, 음악방송에서도 무대를 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올라갈 준비를 하는 중현이에게 리혁이가 말했다.
“체력 비축해요, 형. 우리 앵콜하면 또 불러야 할 수도 있으니까.”
“체력 비축…?”
눈을 깜빡이는 중현이의 모습에 내가 리혁이에게 말했다.
“리혁아, 중현이는 체력을 비축한다는 개념이 없어.”
“그냥 올라가요, 형.”
“오케.”
이마 위로 검지를 튕긴 중현이가 ‘가 볼게-’ 하고 올라갔다.
그렇게 현장에서 [One Song>의 무대가 차근차근 이어지는 동안 나는 뒤통수가 따가웠다.
“…….”
“…….”
“…….”
다들 눈이 이글이글하다.
‘하루에 45분짜리를 4번이나……!’
‘네 이놈 우주선!’
리혁이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45분씩 4회. 180분이면 하루에 3시간이죠. 무려 하루의 8분의 1을 [One Song>으로 보내는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중현… 중현이는 올라가서 없구나. 비주야.”
“네?”
“리혁이의 입을 막아라.”
비주가 양손을 들어서 내 귀를 가려 주었다.
덕분에 거친 말을 쏟아 내는 동료 가수들의 말을 무시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네.”
내가 비주의 손을 떼어 내며 말했다.
“여러분의 말은 제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
“그리고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른 것 아닐까요? 저희가 앵콜을 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데일라잇의 리앤이 한 말에 내가 먼 산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앵콜은 100퍼센트였다.
우리끼리만 나와도 항상 1위를 차지하는 편인데, 여기에 스트릿 보이즈와 스칼렛, 한별이 같은 다른 가수들까지 한 팀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언젠가는 추억이 될 거라는 거죠.”
“!”
그런 대사를 건네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한별이에게서 핸드 마이크를 받았다.
이제 우리가 올라갈 시간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솨아아아아아-!”
현장 방청객들의 목소리가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약간 쉬어 가는 목소리.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마 이 사람들도 45분짜리 곡을 감상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하지만 방청석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의 설렘과 기대가 느껴졌다.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
레몬 에이드에서 그라운드 가까운 좌석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별 무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
45분의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환호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사전 녹화된 분량이 송출되고 있었지만, 우리는 현장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떠세요, 여러분!’
‘최고예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의 댄스 브레이크는 생략하고 넘어갔다.
틴스피릿 멤버들을 필두로 오늘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가수들이 올라오고, 그 뒤로 MC들이 올라왔다.
여전히 수증기처럼 뿌연 열기가 남아 있는 무대.
[네! 이제 1위 발표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1위 발표를 하는 시간.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보았다.
현장 방청객들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
“…….”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허공을 바라보면서 무어라 기도문을 중얼중얼하고 있고, 한별이도 바닥을 보고, 이견우 선배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실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뒤에서 스칼렛 멤버들이 우리에게 웅얼웅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끝나고 고기, 끝나고 고기, 끝나고 고기, 끝나고 고기….”
고기를 안 사 주면 가만 안 놔두겠다는 것처럼 들렸다.
현장 방청객들과 우리 모두 한마음이었다.
‘제발 2위.’
‘제발 2위…….’
그 속에서 틴스피릿 멤버들이 웃음을 꾹 참고 있을 때.
마침내 점수표에서 오늘의 1위가 공개됐다.
[네! 축하드립니다! 팀 레몬의 [One Song>-!]꽃가루가 흩날리고 다들 눈물을 흘렸다.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네주는 MC들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내가 대표로 마이크를 들었다.
[네, 하하, 정말 감사하고요. 아 왜 눈물이 나지?]눈물을 훔치는 내 모습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틴스피릿은 아예 박장대소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성원에 앞으로도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짧게 소감을 마치자, 곧장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MR이 깔려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
방청객들도 울고, 우리도 울고.
떠나가는 가수들이 ‘수고하셨습니다!’하며 고개를 꾸벅하고 내려가는 동안 가을소녀 멤버들이 마이크를 들고 라이브를 시작했다.
떠나가는 틴스피릿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여 주었다.
“자, 다 같이-!”
우리가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에게 내밀었다.
“지금 너를 위한- 이 노래-”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90분 연속으로 [One Song>을 부르고, 감상하게 된 방청객과 우리가 행복한 눈물을 흘렸다.
* * *
수플레 가라사대, 덕질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볼 게 너무 많은데 다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뉴블랙 TV에 올라오는 컨텐츠를 비롯해 모든 컨텐츠를 섭렵하면 인생을 살아갈 수 없었다.
물론, 이런 수플레들의 격언에 다른 아이돌 팬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개빡치니까 조용히 있어.
모든 컨텐츠를 섭렵해도 남은 시간이 너무나 많은 이들이었다.
수플레들이 뷔페에서 뛰어놀고 있을 동안, 그들은 기획사에서 건네준 삼각김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들도 수플레들의 고민에 동의하고 있었다.
‘어…….’
미튜브 화면을 보고 있는 그들이 눈을 깜빡였다.
‘이건 뭐지.’
아이돌판에 등장한 전대미문의 45분짜리 신곡 [One Song>.
그것은 아이돌 컨텐츠의 판도도 바꾸고 있었다.
보통 음악방송이 끝나면 방송국들이 노를 젓기 위해 직캠과 다양한 컨텐츠를 올리곤 했다.
그런데…….
-[릴레이댄스] 팀 레몬(Team Lemon) – One Song (47:30)
-[K직캠] 팀 레몬 4K ‘One Song’ (Team Lemon FanCam) |@MusicK (45:40)
-[앵콜직캠] 팀 레몬 ‘One Song’ (53:30)
릴레이 댄스만 47분.
자신의 가수가 계속 나오는 앵콜 직캠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기 가수가 출연한 분량만 보면 되니 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루에 이 정도 시간은 괜찮으니까.
하지만….
-‘One Song’, PBS 뮤직On에서 만난다.. “음방 최초 40분 추가 특별 편성”
다음 날 음악방송인 뮤직On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방송들에 출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말에 아이돌 팬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벌써부터 컨텐츠들의 폭풍이 밀려오는 게 보였다.
-헤헤헤헤. 방송국이 말아주는 자컨 한 번 맛보실?
-안녕. 우리는 댄스 영상 전문으로 찍는 스튜디오. 우리의 개쩌는 화질과 카메라 워크에 감탄해라.
-아이돌 컨텐츠 말아주는 미튜버 등장.
그리고 등장하는 끝판왕 채널 레몬.
-나다.
미칠 듯이 올라오는 자체 컨텐츠의 물결에 아이돌 팬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
“…….”
아이돌의 다양한 무대를 마치 하나의 무대처럼 만들어 주는 교차 편집.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미튜버들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45분… 뭐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고요했던 아이돌판에 운석이 던져지고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