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50)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50화
어린이날 행사.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어린이 관련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꼬마 마녀의 대모험> 대개봉!
극장 앞에서 공주님이나 요정 대모의 코스튬을 차려 입고 샤랄라 했던 신인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걸 시작으로 무수한 어린이 행사를 거쳐 온 우리는 이번에 어린이날 행사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곳에 초청을 받았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에 간다.”
“꺄르르르륵!”
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뉴블랙 성공했다~ 청와대 간다~”
청와대 방문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올림픽 개막식과 폐회식 퍼포머 관련으로 영빈관 만찬에 초청받은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번처럼 본격적인 행사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었다.
“여기가 우리가 공연하게 될 녹지원이에요.”
리혁이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 주었다.
거대한 소나무가 우뚝 서 있는 잔디밭이었는데, 여기서 어린이들을 관객으로 두고 야외 공연을 하게 될 예정이라고 했다.
우리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좋은데? 5월이면 날씨도 한창 좋을 때잖아.”
“그렇죠.”
“저기서 토끼 삼촌이랑 동물 탈을 쓰고…….”
…거기까지 말하자 동생들과 내 얼굴이 창백해졌다.
5월의 뜨거운 햇볕 아래서 인형 탈을 쓴 채 고통받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중현이가 말했다.
“저기에 5분만 서 있어도 찐 고구마처럼 변할 거 같은데요.”
“그, 꼭 인형 탈을 계속 써야 하는 건 아니니까.”
청와대 행사를 관리하는 의전팀에서 보내 준 문서에 따르면 어린이들의 연령이 다양했다.
대체로 우리는 유치원을 기준으로 어린이들을 구분하곤 했다.
유치원 아래의 아기(?)들은 대체로 우리를 마트 삼촌 정도로 인식해서 뉴블랙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초등학생으로 진화하고 나면 우리를 뉴블랙으로 인식하는 편이었다.
치킨집 막내아들이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대충 반반으로 가요.”
“그래야겠어.”
뉴블랙으로서 무대와 동물 가족으로서의 무대를 반반씩 준비해야겠다고 계획을 잡았다.
비주가 물었다.
“그런데 동요로 부를 수 있는 노래는 [토끼 삼촌> 하나밖에 없지 않아요? 한 곡 가지고는 애매할 것 같은데… 경품 추첨 이벤트라도 진행할까요?”
“그래서 이번에 미리 만들어 뒀던 곡들을 공개해 보려고.”
“오.”
“토끼 삼촌도 아직 애니메이션 발매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잖아.”
아마 2020년 초 정도인 걸로 알고 있다.
대충 1년 남았나.
작년에 [토끼 삼촌>이 글로벌한 히트를 치면서 바로 제작에 착수했던 걸 생각하면 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게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니란 말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그때까지 텀이 꽤 길기에, 토끼 삼촌의 후속 떡밥을 하나쯤 던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다.
리혁이가 안경을 고쳐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이에요. 어린이들 대상으로 반응도 한번 볼 수 있고. 그래서 어떤 곡을 풀 거예요?”
“어린이들이 [One Song>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보니까 새로운 형식의 곡도 나쁘지 않을 거 같더라고. 메들리 방식으로 풀어 보는 건 어때?”
“음.”
우리 메인보컬이 내게 물었다.
“분량은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10분에서 15분 정도?”
“음~ 그렇구나.”
동생들이 내게 물었다.
“그렇다는 건, 5월의 땡볕 아래서 인형 탈을 쓰고 10분 동안 춤추면서 노래를 부르라는 뜻인가요?”
“정답!”
“…….”
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하나둘 나가기 시작했다.
“얘들아?”
“…….”
“얘들아?!”
“…….”
* * *
동생들을 설득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얘들아, 형이 이렇게 부탁할게.
-아아아악! 무릎 꿇지 말라고! 그거 제일 싫다고!!
우리 메인보컬이 가장 싫어하는 행위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내가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김덕순 여사에게 배운 격언이 하나 있었다.
-자존심을 버려야 성공한다.
어릴 적부터 특훈을 받은 결과, 나는 자존심이 없는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제발, 그런 거 좀 하지 마요.”
“뭐, 별로 의미도 없는걸.”
“그 무릎에는 우리의 무릎이 같이 있는 거라구요. 당신의 것만이 아니에요.”
그 말에 키득거리고는 노트북의 파일을 재생했다.
이번에 어린이날 행사에서 공연할 10분짜리 곡.
지금까지 토끼 삼촌의 후속곡으로 만들었던 곡들로 만든 메들리를 재생하자, 곧장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
“!!”
“…!”
곡이 재생되는 동안 다양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현이가 리듬을 타고, 비주는 벌써부터 안무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는지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지호도 과자를 우물거리다가 ‘음?’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리혁이는 후렴 파트에서 흥얼흥얼하고 있다.
“어때?”
“진짜 좋은데요? 왜 좋지?”
지호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저는 당연히 곡이 그냥 그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왜냐하면 [토끼 삼촌>이 진짜 엄청 대박을 쳤으니까, 후속곡이 좋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썩 나쁘지 않지?”
“[토끼 삼촌>만큼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반응 좋을 거 같아요.”
다른 동생들도 긍정했다.
내가 설명했다.
“이번에 [One Song>을 쓰면서 곡에 대한 감각이 좀 발전한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거 알지? 보컬이나 댄스 연습할 때, 갑자기 안 되던 게 어느 날 되면서 실력이 확 느는 구간 있잖아.”
“아아.”
“그걸 통과한 거 같아.”
정확히 설명은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45분짜리 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싱하면서 뭔가 감각적인 부분이 한층 더 발달한 느낌이 들었다.
곡의 구성에 대한 이해도가 좀 더 높아졌다고 해야 되나.
“안무 얹기에도 굉장히 적절한 것 같아요.”
비주가 말했다.
“이번에 VCS 크루 창단하거든요. 첫 번째 행사 무대로 이 곡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단장님한테 이야기해 볼까 봐요.”
“창단식 있어?”
“네.”
“할 때 불러 줘. 우리도 얼굴 봐야지.”
비주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서 직접 선발한 국내와 해외의 댄서들.
레몬 산하에 생겨나는 댄스팀이었다.
지호가 물었다.
“그거 뭔 뜻이었죠? Vㅣ주 Cㅣ의 Sㅏ역마들?”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비주 씨의 사역마들은 대체 뭘까.
나와 비주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사역마는 또 뭐야?”
“흑마법사가 주종 계약을 맺고 부리는 존재들 같은 거예요.”
“으음~”
“우주 형이랑 프로듀싱팀 같은 관계에서 프로듀싱팀인 거예요.”
“아하!”
“근데 진짜 우리 VCS가 뭐였어요?”
“빙초산이었을걸.”
중현이가 레몬 댄스팀이니 독하다는 의미로 ‘빙초산’이 어떠냐고 제안해서 나온 이름이었다.
중현이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비주가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빅토리어스 크루(Victorious Crew)로 가기로 했어요. 승리한다는 의미로 해서.”
“빙초산보다는 확실히 낫네.”
그렇게 레몬에 창설된 댄스팀의 첫 임무가 어린이날 무대로 예정이 되는 가운데.
내가 동요의 음악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안, 동생들도 작업실 소파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개인 업무에 들어갔다.
지호가 말했다.
“1시간 정도 있다가 대본 리딩할까요?”
“그러자.”
곧 촬영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 [마법 학교 아이들>.
황정구 감독님과 황정연 작가님이 캐스팅한 배우들을 비롯해 조만간 제작진과 함께 대본 리딩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흐아아아앗! 핫! 하아앗!”
중현이가 자신의 대사를 연습하고, 리혁이와 비주가 대사 합을 맞추고 있는 동안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1시간이라.
남은 1시간 동안 뭘 할지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Error]USB에 들어 있는 음원 파일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작곡한 곡들이 들어 있는 드라이브, 우리의 히어로 영화 대본과 함께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켈리 넬슨.
작년 그래미에서 메이저 부문인 신인상을 수상한 아티스트이자, 영미권 미디어에서 지금 굉장히 푸시를 해 주고 있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다.
검고 긴 머리카락과 새하얀 얼굴.
톰보이 스타일의 패션.
어쿠스틱 기타.
마치 2000년대 초반 핫했던 10대 락스타가 최근의 트렌드인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듯한 스타일의 아티스트다.
-켈리 넬슨? 걔 괜찮던데. 업계에서 오래 버티길 바랄 뿐이야.
신인들이 등장하면 ‘쓰레기 같은 곡을 들고나왔군’하던 헤일리 블루도 좋은 가수라며 칭찬할 만큼 훌륭한 보컬과 작곡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할리우드 최신 뉴스 : 켈리 넬슨과 콜린 에반스가 헤어지다]최근에 문라이트의 인기 멤버 콜린 에반스와 결별했다는 점이었다.
콜린 에반스가 유명한 모델과 연애를 하면서 환승이별을 했고, 그 때문에 지금 켈리 넬슨이 이를 악물며 디스곡을 쓰게 됐다.
바로 ‘Error’라는 제목으로.
즉,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파일은 현재 그래미에서 가장 화끈하게 밀어주고 있는 아티스트의 신곡이었다.
두근두근-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설레고 신난다.
영미권 가수들은 이별하고 이혼하면 명곡을 쓴다고 하던데, 과연 어떤 곡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재생했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속에서 켈리 넬슨의 보컬이 들려온다.
전주부터 확 잡아끄는 목소리.
그래
결국 이렇게 됐네
정말로 끝이야
어깨를 으쓱이며 담담하게 이별을 이야기하는 목소리.
켈리 넬슨이 보내준 [Error>의 스토리는 간단했다.
-너와의 관계는 나의 오점이었어.
켈리 넬슨이 묘사하는 콜린과의 관계가 곡에서 흘러나온다.
내가 드레스를 안 좋아하는 걸
너도 알잖아
하지만 너는 전여자친구였다면
네 부탁을 들어줬을 거라고 했지
그때의 연애를 요약하는 가사가 흘러나온다.
테이블에 떨어진
샐러드 소스처럼
테이블에 소스를 흘리면 어떤 행동을 하는가?
냅킨을 들어서 스윽 닦아 내고는 잊는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테이블에 있어서, 상대와의 연애는 딱히 남겨 둘 필요도 없이 냅킨으로 한 번 슥 닦고 마는 정도라는 뜻이었다.
“오오….”
왜 저쪽 가수들이 이별만 하면 명곡을 만드는지 이해가 갔다.
곡에 의도가 없다.
곡을 잘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노래 본연의 의도에 가장 적합한 곡.
하지만….
왜 켈리가 내게 콜라보를 제안했는지도 이해가 갔다.
[Hey Sunny :D]켈리 넬슨이 보낸 메시지 내용을 읽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내가 그때 해 준 조언을 바탕으로 곡을 어느 정도 완성하긴 했는데, 방향성을 잡지 못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프로듀서로서 너의 의견이 필요해. 곡을 쓰긴 했지만, 이 곡을 어떤 식으로 대중들에게 보여 줘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거든. 주변 친구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곡의 장르부터 시작해서 컨셉 등등.
나의 조언을 바란다는 이야기가 적힌 것을 바라보고는 턱을 매만졌다.
“으으으음.”
나도 솔직히 조언을 하기 쉬운 곡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음원, 동요, 로고송 등을 시작으로 정말 많은 곡을 써 오긴 했지만 전남친 디스곡은 경험이 없었으니까.
누군가에 대한 감정이 커서 디스곡까지 쓸 정도라….
“리혁아.”
“네?”
“너는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형한테 얘기할 건데요.”
“나?”
리혁이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복수해 달라고요.”
“저두요.”
지호도 맞장구를 쳤다.
“왠지 형한테 미주알고… 뭐지, 암튼 형한테 와서 이르면 형이 처리해 줄 것 같아요. 최고의 복수를 해 줄 것 같은 느낌?”
“음…….”
“근데 왜요?”
“아니, 켈리랑 곡 작업하는 거 관련해서 떠올려야 하는 게 있어서.”
그 말을 하며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생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을 요량으로 물어보긴 했지만, 딱히 소용은 없….
아니다.
-형이 처리해 줄 것 같아요. 최고의 복수를 해 줄 것 같은 느낌?
최고의 복수라는 키워드에 무언가 떠올랐다.
이 곡의 리스너.
대중들을 상대로 내는 곡이긴 하지만 이 곡의 가장 중요한 리스너는 바로 디스를 받는 상대 아니겠는가.
“호오오오오오.”
머릿속에 즐거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켈리에게 보낼 메시지를 작성했다.
* * *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역대급 싱어송라이터.
-SUN.
이름부터 강렬한 태양을 의미하는 이 K팝 최고의 스타는 현재 북미에서 가장 핫한 셀럽 중 하나였다.
-글로벌 인기 그룹 뉴블랙의 리더.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선>의 주인공 선명주의 아들.
-패션계 최고의 관계자들에게 주목받는 패셔니스타(한국과 수플레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있는 편이었다).
이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제 업계에서 뉴블랙 리더의 위상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았다.
바로 프로듀싱 능력 때문이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메가 히트곡 [Overcooked>, [Uncle Bunny>를 작곡했고, 영화 [사운드 오브 선>의 곡들을 편곡하거나 작곡했다.
그랬기에 그 행보에 가요계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
“…….”
영국 런던.
널찍한 스튜디오에서 한 무리의 남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느슨한 자세로 일렉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곱슬머리에 수염이 풍성한 남성,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코에 피어싱한 여성을 비롯해 다양한 이들이 각자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집중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으음.”
그 중앙에서 어쿠스틱 기타의 현을 검지로 튕기며 동요 ‘런던 브리지가 무너져요’를 흥얼거리는 켈리 넬슨.
가녀리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울렸다.
“London Bridge is falling down, falling down, falling down (런던 브리지가 무너져요, 무너져요, 무너져요).”
동심 충만한 영국 노래를 흥얼거리던 가수가 얼마 안 가 으으! 하며 못 견디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메일 읽었겠지? 읽었다고 되어 있긴 하던데, 써니가 내 노래를 들었을까?”
“아마도.”
숙제 검사를 맡는 어린이가 된 것마냥 떨린다.
이번에 함께 하자고 콜라보 제안을 보내긴 했지만 정말 수락할 줄은 몰랐었다.
현재 모든 가수들이 1순위로 함께 하고 싶어 하는 프로듀서 겸 가수와의 작업.
켈리 넬슨과 함께 작업하는 크루 모두 떨려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딩동!
“왔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써니로부터 답신이 왔다.
모두가 헐레벌떡 노트북 화면 앞에 모였다.
‘어떤 반응일까?’
일단 첫 내용에 곡을 잘 들었다고 써 있었다.
“곡이 진짜 좋다는데? 켈리! 봤어? 곡이 좋대.”
“봤어.”
검은 눈동자가 메일을 빠르게 훑어 내렸다.
곡을 정말 잘 들었다,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는 서두를 지나 본론이 나오면서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곡의 장르를 두고 고민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 생각에는 곡의 본질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어.]그 아래 적힌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 대중은 고려하지 말고, 이 곡의 리스너가 될 딱 한 명만을 생각해. 그 사람에게 들려주는 거야.]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가장 개인적인 곡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법이기도 하니까.
“맞는 말이네.”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명료하게 보이는 기분인걸.”
확실히 그래미와 아카데미를 동시에 거머쥔 가수다운 통찰력이었다.
그렇게 중간을 지나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나왔다.
[그래서 시간이 괜찮으면 너의 전남친(Ex)에 대해 알려 줬으면 해.]혹시나 나중에 메일이 유출됐을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켈리 넬슨은 말뜻을 알아들었다.
(번역) 너의 전남친이 싫어하는 것들로 곡을 채워 보자.
켈리 넬슨의 머릿속에 무수한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신비하게도 ‘이 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떠올릴 때는 생각조차 나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들이 마구 떠올랐다.
곧장 그 내용을 정리한 켈리 넬슨이 답장을 보내자, 얼마 안 지나 선우주로부터 답신이 또 왔다.
[네가 보내 준 의견을 토대로 곡을 한번 만져 봤어. 듣고 나서 연락 줘. 한번 이야기를 나눠 보자.]곧장 곡을 재생한 켈리 넬슨이 눈을 크게 떴다.
레트로한 감성이 묻어나는 곡의 도입부부터 귀가 확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
차량에서 그녀가 좋아서 틀었던 곡들을 콜린 에반스가 올드하다며 싫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과연 그녀의 전남친이 이 곡을 듣고도 올드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쳤다.”
“도입부부터 끝내 버리고 가는데? 이거 사운드가….”
친구들이 호들갑을 떠는 모습에 켈리 넬슨이 쉿 하고 손가락을 들었다.
분명 그녀가 쓴 곡과 같았지만 상세한 부분의 디테일들이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소름 돋을 만큼 좋았다.
단지 딱 한 가지 의문점만 있을 뿐이었다.
“나만 들려?”
켈리 넬슨이 눈을 가늘게 뜨고 청력에 집중했다.
후렴 부분에서 백그라운드로 들려오는 목소리 때문이었다.
Bom Gam Za-
Bom Gam Za-
“Bom Gam Za가 대체 뭐야?”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여기 메시지가 적혀 있긴 하네.”
기타리스트가 메일에서 선우주가 적은 내용을 보여 주었다.
[후렴구에 들어가는 코러스를 듣게 된다면 너의 Ex가 정말 기뻐할 거야.]또다시 번역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번역) 이거 들으면 걔 밤에 잠 못 잘걸? 꺄르르륵!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선우주의 예언은 정말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