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53)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53화
연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몇 회 분량의 대본을 한 번에 주르륵 읽어 내리는 대본 리딩.
보통 이런 현장의 사진들은 홍보를 위해서 촬영된다.
-저희 드라마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출연 배우의 팬들에게 떡밥을 제공하거나 대중들에게 ‘저희 드라마 이제 촬영 들어갑니다!’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저승사자 파업일지’, 대본 리딩 현장 공개.. “기대감 Up”
-‘회장님, 사약 드실 시간입니다’, 정연교-구학승 대본 리딩 현장 공개! “원조 막장 드라마의 귀환”
-드라마 “메트로폴리스”, 대본 리딩 스틸컷.. ‘대한민국 상위 1%의 삶 다룬다’
대체로 이런 대본 리딩의 현장 사진은 소속사에서 뿌린 보도 자료 정도로 마무리 되는 편이다.
하지만 간혹 온라인상에서 꽤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드라마 덕후들이 ‘제발 이 조합으로 드라마 찍어 줘!’라고 간절히 바랐던 남녀 배우의 조합이 이루어졌다든가, 유명 작가의 복귀작이라 온갖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경우.
마찬가지로 [마법학교 아이들>의 대본 리딩 사진이 퍼지게 된 것도 드라마가 큰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회당 200억짜리 뉴블랙 출연 드라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가득했다.
여태까지의 블록버스터 망작(?) 때문인지 불안불안해 보이기는 하지만 200억이라는 파격적인 금액.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3블랙의 주연 역할.
그 때문에 제작 발표가 된 이후에도 [마법학교 아이들>은 계속 시끌시끌한 상황이었다.
-회당 이백억.. 제발 규호한테 무슨 생각이 있기를ㅠ
-규호를 믿지 말고 우주를 믿어
-아 나는 근데 진짜 이번엔 모르겠다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진짜 이거 괜찮은거 맞나
-나머지 셋은 연기 가능하긴 함?ㅋㅋㅋㅋㅋㄱㅋ
-초대박치거나 쫄딱 망하거나 둘중 하나일듯,,
-아.. 이게 맞나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와글와글한 댓글창.
“으음.”
수플레들이 뺨을 긁적였다.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마이너스 플로우를 피하기 위해 공개적인 곳에서는 언급을 아끼고 있지만, 수플레들도 내심 정말 이게 맞는 방향인지 의심하고 있는 판국이었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홍보 효과는 확실하다 정도?
자전거를 타 본 적 없는 어린이가 외발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헤헤! 나 도전할 꼬야!’하고 외치면,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발걸음을 멈추고 ‘???’하는 눈으로 보지 않겠는가.
특히나 이 경우에는 그 어린이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아이돌이었다.
-아이고, 저저…!
-저, 옆에 있는 대머리 저저… 안 말리고 뭐 하는 거야?
-외발자전거 잘 타겠지?
그런 이유로 [마법학교 아이들>의 대본 리딩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뉴블랙 드라마 ‘마법학교 아이들’ 대본리딩 현장]빠르게 글을 클릭한 사람들이 ‘오’하고 눈을 크게 떴다.
‘비주얼 뭐야?’
일단 드라마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비주얼 하나만큼은 근사해 보였다.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 연기자들.
뉴블랙을 필두로 예쁜 교복을 입고 있는 청춘남녀들이 사진에 잡히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착장 교복인데 배경도 학교 느낌나서 넘 좋다ㅠㅠㅠ
-배경 어디야?? 학교인가?
-하이틴 주인공들 그 자체
-리혁이 키 몇이야? 교복 입으니까 되게 커보이네
-75? 그쯤 될듯
-와,, 진짜 화사하다
살짝 보정이 들어간 사진들은 마치 하이틴 영화의 한 장면들 같았다.
천재 스타일의 안경을 쓴 채 턱을 괸 서리혁, 신중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하는 지호, 팔짱을 낀 채 표정 연기를 하는 중현.
손동작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며 연기하는 비주와 반장처럼 반듯하게 웃고 있는 우주까지.
거기에 유명 배우들도 눈에 띄었다.
-ㅁㅊ 이견우
-어??? 이견우가 왜 여기 나옴???ㅋㅋㅋㅋㅋ
-우정출연인가
-ㄴㄴㄴ 카메오면 대본리딩현장까지 오지는 않았을듯
-서노을 차기작 이걸로 정해진건가? 의외네;
-레몬 배우들 많은거 보니까 규호가 푸시 좀 하나봄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급을 맡았던 배우들도 대거 보이면서 네티즌들이 눈을 깜빡였다.
‘드라마가… 생각보다 괜찮은가?’
처음에는 다들 레몬 소속이라 박규호 대표가 배우들을 출연시켰나 했지만, 드라마판에 조예가 깊은 이들은 고개를 저었다.
레몬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배우들이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 있으면 존중해 주는 편이라 배우 팬들이 ‘딱 봐도 망작인데 왜 안 말리냐’ 같은 소리를 듣는 편 아니던가.
그렇다는 건….
-대본이 좀 잘 뽑혔나???
-황남매면 대본 퀄리티는 일단 좋을거 같음. 주변에 드라마작가 지망생 있는데 황정연 작가 대본으로 공부한다고 들음
-이견우씌 대본 고르는 눈 좋기로 유명하지 않나
-ㅇㅇ 젤 망한게 평타 성적
-뭐지? 진짜 괜챃은가?
설마 저 많은 이들이 드라마가 별로인데도 참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웅성거림은 이내 금방 잦아들고 말았다.
한 사진 때문이었다.
뉴블랙을 필두로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수많은 K팝 아이돌들의 물결 속에서…….
멈칫-
스크롤을 주르륵 내리던 사람들이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움직였다.
톡.
톡.
빠르게 지나가는 사진들 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청색으로 가득한 교복 자켓 사이로 무언가 핑크핑크한 것이 뿅! 하고 지나갔었다.
이윽고 사진의 정체를 확인한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핑크색 프릴이 달린 M사이즈 교복.
그걸 입은 XL 남자의 어깨.
한 손에는 대본, 한 손에는 반짝이는 요술봉.
스트릿 보이즈의 한조가 마법소년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요술공주 핑키] 같은 이름이 붙어야 할 듯한 의상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핫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귤 먹다가 뱉었슴
-뭐임? 풍기문란죄 컨셉임?
-왜 혼자만 저딴 의상인건데ㄱㅋㅋㅋㅋ
-정말 압도적 의상
-옆에 선우주가 있는데 선우주 얼굴이 안 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 진짜 이런경우 처음이다
-나 윗댓이 말해주기 전까지 옆자리 선우주인거 모름ㅋㅋㅋㅋㅋㅋ 대박
한조의 사진은 금세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3대 운동 400치는 마법소녀](대본리딩 사진.gif)
(벤치 프레스를 하는 평상시의 한조.gif)
-제목이 잘못된거 같네요 한 대 치는 마법소녀 아닌가요ㅋㅋㅋㅋㅋㅋㅋ
-치마인가요???
-아래 보면 바지 입었습니다
-이 친구 유명한 친구 아닌가요.. 뭔 벌칙 게임이라도 당했나
-저 체격에 400이면 쫌 애매하네요ㅋㅋㅋ 전형적인 풍선근육
-체중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돌이라서 일반인보다 좀 마른 것도 있을 텐데;
[지나치게 강력해져버린 마법소녀](사진)
마법학교 아이들 대본리딩이라고 함
-마법소녀(물리)
-고도로 발달한 근육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메모,,
-이제 저 요술봉으로 대가리깨고 다니는 역할임?
-ㅅㅂ누구임??ㅋㅋㅋㅋㅋㅋㅋ
-뉴니버스에 나온 선우주 친구ㅇㅇ 스트릿 보이즈
-얘네가 걔네인가 요새 외국에서 인기 많다는애들
그런 식으로 한조의 사진은 곳곳에 퍼져 가며 [마법학교 아이들>의 이슈 메이킹에 한몫하고 있었다.
그저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만 슬픈 얼굴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처음에는 ‘왜 우리 애만 옷이 이거야!!!’하고 분개했지만, 한조의 표정을 보고 알았다.
‘저건 좋아하는 표정이야.’
싫어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아니.
그랬기에 다시 열받았다.
‘그래도 못 입게 했어야지-!’
아무래도 선우주의 베프가 되더니 취향도 베프를 닮게 된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팬들이었다.
물론 실제 상황은 그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조의 사진이 씬 스틸러로 수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있을 때, 촬영장의 기념사진과 함께 고사 사진도 올라왔다.
-오 규호도 왔나 보네
-규하
-그거 아시나요? 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모두 곱하면 0이 나온답니다
-사탄: (감격)
-현장 분위기 진짜 좋아보이긴 하네; 뭔가 편안해 보여
그런 댓글 속에서 누군가 말했다.
-고사상 확대 해본 사람?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한게 있는데
-???
이윽고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보통 돼지머리가 있는 자리에 토삼이 인형과 젤리책이 있었다.
작년도에 대박을 친 예능 [뉴니버스>를 비롯해 뉴블랙 TV에 자주 출연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아는 행운의 상징.
그걸 본 누군가의 말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머지; 대체 머가 나오려는거지
행운의 상징들 때문일까.
드라마 소식을 들었을 때에만 해도 캐비어, 산삼, 트러플, 송이버섯을 가마솥에다가 투척하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어이구, 저저…’했는데.
향긋향긋-
무언가 신비한 것이 나오려는 조짐이 보였다.
그게 대박일지, 쪽박일지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절대 평범한 것은 아닐 거라고, 모두가 확신했다.
그랬기에 오늘도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었다.
[레몬 엔터 상장 언제]오매불망 기다리는 그들의 주식이었다.
* * *
[마법학교 아이들>의 촬영은 빠르게 시작됐다.올해 여름에 앨범과 함께 발매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드라마의 분량 자체가 그리 긴 편은 아니라서 실질적인 작업은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할 만큼 시간이 부족했다.
“바로 다음 씬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이동하겠습니다. 배우들은 스탠바이해 주세요-!”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출국을 앞두고 있는 터라 초반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촬영에 임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바쁜 건 우리 막내였다.
“형.”
“응, 지호야.”
“다음에 제가 세 작품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고 말하면요.”
“응.”
“제정신이냐고 하면서 꿀밤을 한 대 때려 주세요.”
“지금이라도 때려 줄까?”
“아녀.”
히어로 영화야 미국에 가서 촬영을 한다지만, [UFO 치킨>과 [마법학교 아이들>의 촬영 현장을 실시간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막내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파김치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기에 그저 충혈된 눈에 안약을 넣는 지호를 토닥토닥해 줄 뿐이었다.
막내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랬다.
“체력도 체력인데 온오프 스위치 켜는 게 넘 힘들어요. 여기서는 시크한 치킨집 넷째 했다가 여기 와서는 웹툰 주인공 했다가, 이제 집에 와서는 히어로 영화 대본 봐야 되고.”
“힘들지.”
나는 [우리 가족은 외계인>에서 김우주 연기를 하나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동시에 배역 3개를 하는 건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지호가 기지개를 켜며 히죽 웃었다.
“그래도 잘 풀리니까 다행이죠, 뭐. 리혁이 형이 못하고 그랬으면 진짜 눈앞이 캄캄한 건데.”
“그러게, 다들 잘해 주고 있어서….”
“제가 했던 특훈의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멀찍이서 연기 합을 맞추고 있는 비주와 리혁이, 중현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에 OK 사인이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긴 했지만 대체로 몇 컷 안에 끝이 났다.
헤드폰을 쓴 감독님이 불러서 뭐라고 디렉팅을 해 주면 바로 그에 맞춰 개선이 된다.
“잘하네.”
기성 배우들 같은 신들린 연기력은 아니지만, 연기를 필요한 만큼 딱딱 해내 주고 있는 동생들이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다.
일단은 노련한 작가와 감독의 역량.
-비주나 리혁이, 중현이 같은 연기 초보들한테는 평소 성격이랑 최대한 흡사한 배역을 줘야 해.
모니터 너머에서 안경을 쓴 리혁이가 손에 초록색 시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완성했지만 이 마법약은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단 말이야.”
“그래도 내 생각에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비주가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의 뜻을 확고하게 밝히며 토론을 하고 있을 때, 가만히 서 있던 중현이가 마법약을 낚아챈다.
그러곤 꿀꺽 들이켠다.
“야, 너!”
“……!”
마법약을 들이켠 중현이가 말했다.
“이런 이야기 나눌 시간이 아깝다. 은호부터 구하러 가자.”
“…….”
“…….”
비주와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나오면서 감독님이 호쾌하게 ‘컷!’하고 외쳤다.
아무래도 본인들의 평소 성격과 비슷한 배역들을 맡아서 그런지 연기가 자연스럽다.
옆에서 지켜보던 서노을 선배를 비롯해 배우들이 속삭였다.
“잘하네.”
“진짜 자연스럽네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졸개들이 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어울리는 배역도 아니고, 최고의 연기 선생님이 지도해 준 레슨 덕분도 아니고, 지호의 특훈 덕분도 아니었다.
“휴우.”
“후우우우.”
연기를 마치고 돌아온 3인방이 조명 때문에 난 땀을 훔치면서 대본으로 시선을 돌린다.
말조차 걸면 안 될 것 같은 집중력.
중얼중얼하며 대사를 암기하며 필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를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하하하하하하하핫!
우리의 뒤에서 머니건으로 1000억 원을 발사하고 있는 넷플러스였다.
이런 초대형 프로젝트의 흥망이 내 어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누구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비주가 대본을 들고 내게 다가왔다.
“형, 저 이 부분 도와줄 수 있어요? 감정 잡기가 어려워서.”
“어, 같이 해 보자.”
그렇게 부담감 속에서 각오를 다져 가며 [마법학교 아이들>의 촬영을 이어 갔다.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하루.
드라마 촬영과 앨범 준비, 뉴니버스의 다음 프로젝트 준비 등을 하며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마침내 출국 날이 되었다.
-뉴블랙, 스칼렛,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 참석.. 레몬 엔터 ‘겹경사’
우리 레몬 가문이 해외로 떠나는 날이었다.
* * *
4월의 마지막 주.
화창한 날씨 속에서 우리가 전세기에 올라탔다.
항상 우리가 처음 탑승하는 터라 대체로 기장님이 서 계시곤 했는데 오늘은 선객들이 있었다.
“하이~!”
“얘들아!”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서 과자 봉지를 뜯고 있는 스칼렛 멤버들이 손을 흔들었다.
“일루 와! 일루 와!”
“네.”
오늘따라 다들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감돌았다.
항상 차분하게 정자세로 앉아 있던 메인댄서 리나도 오늘만큼은 연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와.”
리나가 건넨 땅콩 봉지에 손을 집어넣던 막내가 말했다.
“누나들 오늘 엄청 업됐네요.”
“당연하지!”
캡모자를 눌러쓴 데이지가 씩 웃었다.
“스칼렛~ 빌보드 간다~”
“강하다~”
“예쁘다~~”
자기들끼리 아무 말이나 화음을 더하면서 노래를 부르고는 깔깔 웃는다.
리혁이가 안전 버클을 착용하며 말했다.
“신기하네요. 나는 빌보드 어워드 처음 갔을 때 긴장해서 밥도 잘 못 먹었던 것 같은데.”
“연차 차이도 있지, 뭐.”
스칼렛의 리더인 아라가 말했다.
“너희가 빌보드 어워드를 몇 년 차에 갔지?”
“16년도에 갔으니까 3년 차에 갔죠.”
“대박이네. 우리도 3년 차에 갔으면 긴장 바짝 됐을걸. 지금이야 뭐, 몇 년째지? 우리가?”
옆에 있던 메인보컬 연봄이 답했다.
“8년 차.”
“우리도 이제 연차가 좀 많이 찼기도 했고, 뭐 여기서 더 크게 터지고 그러기야 하겠어?”
아라의 말에 내가 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그건 모르는 거 아닐까요?”
“글쎄다. 8년 차에 급성장하는 그룹은 못 본 것 같은데. 물론 우리가 최근에 좀 더 잘 되긴 했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스칼렛 멤버들도 잔뜩 기분이 업되어 있고, 우리도 드라마 촬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를 찾았고.
스칼렛 TF팀은 우리 TF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굉장히 들떠 보였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우리야 지금이 4년째 참석이라 익숙하긴 했지만, 스칼렛과 함께 참석한다고 하니 신기하다.
그렇게 비행기가 이륙을 하는 동안 차분하게 생각에 잠겼다.
미국에 가서 빌보드 어워드 시상 준비를 하고, 멧 갈라에 입을 의상과 무대 준비를 하고, 영화 촬영을 하고….
상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안전 고도에 도달한 것을 확인한 리혁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망울을 한 스칼렛 멤버들에게 리혁이가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빌보드 어워드 방문이 처음인 스칼렛을 위한 OT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는 스칼렛 멤버들에게 우리가 입으로 설명했다.
미국에서 우리가 느꼈던 문화 차이라든가.
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
시상식장에서 제일 맛있는 간식.
어워드 진행 등등.
저번에 해 주었던 이야기에 이번에는 새로운 이야기도 곁들였다.
지호가 말했다.
“어딜 가든 사람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사람 이야기를 해 볼 건데, 저희가 조심해야 할 사람들을 말해 드릴게요.”
“대부분 나이스한데 조금 멀리해야 할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동생들이 하나하나 이름을 언급하고 있을 때.
“그리고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예요. 저희랑 이제는 사이가 그냥저냥인 그룹인데…….”
“문라이트?”
“네, 여기서 이제 가장 조심해야 할 인물이 바로 여기 감자 에반스.”
“감자 에반스…?”
아라가 물었다.
“전에 알래스카 여행일기인가, 거기서 문라이트랑 좀 친해진 거 아니었어? 왜 조심해야 돼?”
“음~ 친해졌다기보다는 관계가 그냥 원만해졌다 정도? 그런데 이제 감자 에반스랑은 저희가 사이가 좋지 못할 예정이라.”
“?”
“우주 형이 전여친의 디스곡을 도와주기로 했거든요.”
“!”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스칼렛 멤버들.
그러고 보니 드라마 촬영 일정에 치여서 켈리 넬슨과의 콜라보곡을 잠시 잊고 있었다.
아라가 물었다.
“그거 감자, 아니 왜 감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에반스도 네가 쓰는 거 알아?”
“어… 곧 알려지지 않을까요?”
“!”
아라가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
“나 이번에 어워드 때 네 주변에 있어도 돼?”
“왜요?”
“재미있을 것 같아.”
“나도나도!”
실시간으로 도파민이 터진 사람들처럼 설레는 스칼렛 멤버들의 모습에 내가 뺨을 긁적였다.
확실히…….
[켈리 넬슨의 신곡에 뉴블랙의 써니가 참여하다]…여러 가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