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is Life, The Greatest Star In The Universe RAW novel - Chapter (1254)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254화
LA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Sweet home California~ Where the skies are blue~♬”
캘리포니아의 쨍쨍한 햇살.
열린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뺨을 부드럽게 달구는 날씨였다.
“와.”
“와아아!”
“와아아.”
우리의 숙소가 가까워지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새하얀 저택.
높다란 울타리가 사방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저택의 거대한 위용이 감춰지지 않았다.
콜드가 중요한 파티가 있을 때마다 파티장으로 썼던 곳인 만큼 저택의 규모는 굉장했다.
정말 방이 몇 개인지 셀 수 없을 만큼 많고, 같은 건물에 있어도 톡을 하지 않으면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
중현이가 젤리 성경을 펼치며 말했다.
“지금부터 콜드 브라운에 대한 찬양 타임이 있겠습니다.”
“세계 최고의 래퍼!”
“이 시대의 진정한 대인!”
“미래의 상원의원!”
리혁이의 마지막 말에 지호가 물었다.
“상어의원은 뭐예요?”
“!”
“뻥이에요. 저도 알지롱.”
깔깔거리며 초콜릿을 우물거리는 막내를 보며 우리가 가슴을 쓸어내릴 때.
차량이 저택의 문앞에 도착했다.
쇠창살로 된 문.
경비원들도 있어서 그런지 마치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침투하는 마피아 보스의 저택 같은 분위기였다.
지이잉- 덜컹!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우리가 크으 하며 감탄했다.
“문이~ 열리네요~”
“우리가 들어가죠~”
저택의 풍경은 몇 달 전에 봤던 것과 똑같았다.
차량에서 우리가 내리자, 먼저 도착해 있던 우리의 에이전트 디안젤로 코스타 씨가 마중을 나왔다.
「헤이!」
「오랜만이에요, D. 잘 지냈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죠.」
디안젤로(D’Angelo)에서 딴 애칭인 D를 부르며 그와 가볍게 포옹을 했다.
우리 일행과 인사를 마친 그가 곁에 서 있는 거구의 남성을 소개했다.
군인 스타일로 짧게 깎은 머리.
팔뚝에 자잘하게 난 흉터.
가벼운 셔츠 차림인데도 왠지 모르게 ‘존 코너를 찾으러 왔다’ 할 법한 비주얼이었다.
「이쪽은 저택의 보안 책임자를 맡은 미스터 맥그리거입니다.」
‘How are you doing’ 하며 서로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디안젤로 씨가 말했다.
「여러분이 떠난 후로 저택에 여러 가지로 주의를 기울였죠. 여러분이 이곳에서 활동을 하는 동안 머무르는 곳이기도 하고. 특히나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유명한 스타들의 경호를 여럿 담당했다는 소개가 끝나면서 맥그리거 씨가 본론부터 꺼냈다.
「여러분이 떠난 이후로 대략 37회의 침입 시도가 있었으며, 1건을 제외한 36건은 모두 현지 경찰에 인도하였습니다.」
「나머지 1건은 뭔가요?」
「테드 러셀이 술에 취해서 이 집 담벼락을 넘다가 걸렸거든요.」
테드 러셀이라면 아마 근처 이웃집에 사는 은퇴한 유명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였다.
젊은 시절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저번에 봤을 때는 호빵맨에 나오는 잼 아저씨와 닮은 느낌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분이 우리 숙소에 벽을 넘어서 들어오려고 했단 말에 눈을 깜빡였다.
「왜…?」
「낸들 알겠습니까. 하여간 CCTV로 보는데 그 양반 벽 타는 게 보통이 아니더군요.」
상대의 유머러스한 대답에 우리가 웃었다.
조금 이따 보자는 말과 함께 그가 경호원들에게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집으로 들어갔다.
디안젤로 씨가 물었다.
「스칼렛은 호텔에서 머무르기로 했나요?」
「네, 같이 지내기 애매해서.」
「그럴 수 있죠. 집은 프라이빗한 공간이니까.」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제 담당은 아니지만 기대가 많이 되네요. 뉴블랙에 이어서 이번에는 걸그룹이라니… 회사에서도 기대가 커요.」
캐리어를 주르르 끌면서 상대를 따라갔다.
현관 1을 지나 현관 2에서 신발을 벗은 우리가 로비에 들어서면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우와아아아아.”
“형, 이거 봐요.”
집안의 인테리어가 많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디안젤로 씨가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근사하죠?」
「네.」
「LA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불렀습니다.」
완벽하게 우리 취향으로 꾸며져 있는 저택 내부였다.
콜드 브라운이 파티를 열었던 그곳과 분명 공간은 같은데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할까.
우리가 좋아하는 내추럴 스타일로 꾸며진 집이었다.
탁 트인 창문의 채광.
바깥의 잔디와 나무가 훤히 보이는 거실.
나무가 자라고 있는 중정.
비주가 캐리어 손잡이에 올린 손을 입가로 옮기며 말했다.
“대박.”
“어때, 마음에 들어?”
“진짜 집 같아요. 형.”
집 같다는 말이 정말 딱이었다.
그간 미국에 오면 호텔에 머물렀는데, 호텔 특유의 남의 집에 온 듯한 느낌 때문에 무언가 불편하던 터였다.
하지만 이런 숙소에서 지낸다면 북미 지역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러도 집처럼 마음이 포근할 거 같다.
「그럼 슬슬 일 이야기를 해 볼까요?」
다른 미팅 때문에 곧 떠나야 하는 디안젤로 씨와 스케줄을 논의했다.
빌보드 어워드.
멧 갈라.
영화 촬영과 인터뷰 일정 등등.
「아, 그리고 켈리 넬슨의 레코드사와 수익 분배에 대한 계약도 잘 마무리 지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따가 외출하시게 되면 알겠지만 두 사람의 콜라보 소식 때문에 지금 굉장히 시끌시끌하거든요. 평소보다 파파라치가 더 많이 붙을 겁니다. 지금 경호팀이 바쁜 것도 파파라치들 때문이고요.」
「뭔가 시끄러운 상황인가요?」
「음.」
디안젤로 씨의 입가에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우주 씨에게 화제성을 몰고 다니는 행운 같은 게 붙어있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에이전트가 나를 보며 단언했다.
「지금 우주 씨가 끼어들게 된 상황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슈예요.」
* * *
디안젤로 씨의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은 리혁이네 집에서였다.
이제 미국 숙소와 리혁이네 본가가 거의 붙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리혁이네 가족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마음을 담았어요.”
“나도 마음을 담았단다.”
“오픈은 서로 헤어지고 난 뒤에 하는 걸로 할까요?”
“그러자꾸나.”
모자 간의 편지 교환식을 시작으로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 앞으로 다양한 메뉴들이 나왔다.
요리사가 만든 타코와 부리또 보울 등을 먹으며 감탄할 때.
예인이가 대뜸 내게 물었다.
“오빠, 저 궁금한 거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응.”
“켈리 넬슨이랑 이번에 곡 작업한다는 거 진짜예요?”
“응.”
평소와 다른 리혁이 여동생의 모습에 신기함을 느꼈다.
보통 연예계 소식보다 클래식 음악이나 미술 전시회 일정에 더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이 동네에서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게 왜 궁금했어?”
“아, 지금 콜린 에반스랑 켈리 넬슨 이야기 때문에 시끌시끌해서.”
“둘이 헤어진 지 좀 지나지 않았어?”
그래미 어워드 때 헤어졌으니 이제 두 달에서 세 달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아무리 핫한 스타들이어도 결별 소식이 두세 달 가까이 화제성을 유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미국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으로부터 이야기가 날아들었다.
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같았다.
-후후후! 우리는 세기의 사랑꾼 커플! 콜린!
-켈리!
-콜리 커플입니다!
주변에서 ‘둘이 저러다 약혼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깨가 쏟아졌던 콜린 에반스와 켈리 넬슨 커플.
매일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파파라치 컷이 풀릴 정도로 뜨겁게 사랑한 커플이었는데…….
[콜린 에반스와 메간 키너가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다]그래미 어워드를 전후로 해서 갑자기 뜬금없이 콜린 에반스와 유명한 모델과의 연애 소식이 뜨면서 발칵 뒤집어졌다나.
“메간 키너 맞나?”
“맞아요. 되게 유명한 모델.”
월스트리트 재벌의 손녀로 모델이 취미 생활이라고 할 만큼 재력이 대단한 인플루언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아무튼 그런 사진을 본 미국 사람들이 ‘켈리 넬슨이랑은 언제 헤어진 거야?’ 하면서 벙 쪘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둘이 포옹하고 있는 사진이 나왔으니까.
“그래서 되게 시끄러웠어요.”
별의별 말이 다 돌았다고 한다.
-메간 키너가 유혹한 거 아님?! 맨날 여친 있는 남자들이랑 사귀던데.
-콜린 에반스랑 켈리 넬슨이 헤어지고 만난 거 아닌가? 설마 환승 이별을 했겠어?
-셋이 뭐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의혹 속에서 당사자들이 전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잠잠해졌다고 들었다.
“오호.”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대신 나의 경우에는 조금 더 자세하게 알고 있긴 했다.
-그 새끼가 바람 났어.
그래미 어워드 애프터 파티에서 울적한 얼굴로 기타를 연주하고 있던 켈리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시끄러운 거야?”
“얼마 전에 콜린 에반스랑 메간 키너가 헤어졌거든요.”
“음~”
차였구나. 감자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 양쪽에서 찼다고 주장하고 있긴 해요. 여자 쪽 지인들은 메간이 찼다고 주장하고, 콜린은 자기가 찼다고 주장하고.”
“…….”
“근데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콜린 에반스가 켈리 넬슨에게 그, 한국어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구애(?) 그런 거 하고 있거든요. 저도 그것 때문에 이번에 알게 됐어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콜린 에반스의 논조는 다음과 같았다.
-나는 켈리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했다.
“우우우.”
“감자란 단어 안 쓰면 안 될까요. 감자가 아까운데.”
“대충 해충 이름 붙여요, 중현이 형.”
-메간과 만나는 동안 그녀의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메간 키너와 관계를 정리한 게 내 마음의 증거다.
“차인 다음에 갈 데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어휴.”
-서로의 잘잘못은 잊고, 다시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구구절절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찔한 명문 파티.
물론 콜린 에반스가 저 말을 한 번에 다 한 것은 아니고 토크쇼나 인터뷰, SNS 등에서 은근슬쩍 흘린 대사들을 한꺼번에 조합한 결과물이었다.
뉘앙스로 보면 그런 느낌 같다.
서로 안 맞는 연애를 이어가다가 결별해서 새로운 인연을 찾다가, 다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된 애절한 연애.
그리고.
이런 콜린 에반스의 명언 파티에 켈리 넬슨이 인스타그램으로 화답했다.
-최근에 나에 대해 누군가 말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동안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도 참았다.
-나는 네가 저지른 짓을 절대 잊지 않아.
헤어지게 된 잘못이 콜린 쪽에 있다는 뉘앙스로 올린 글.
그런데 ‘네가 저지른 짓’이라는 단어에서 ‘너’는 영어로 You. 즉 단수도 가능하고 복수도 가능했다.
너희들로도 해석이 가능했던 탓에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저거 누구 저격임?
메간 키너를 저격하는 건지, 콜린 에반스를 저격하는 것인지, 둘 다인지 긴가민가하고 있을 때.
누군가 보낸 DM에 메간 키너가 인스타 스토리로 답장을 했다.
-내가 먼저 꼬시지 않았음
그러면서 인터넷이 시끌시끌해졌다고 했다.
콜린 에반스의 팬들이 ‘저 여자의 말을 어떻게 믿냐’ 하면서 반발하고, 네티즌들은 관심을 보이고.
그렇게 모두가 이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을 때.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나의 새로운 노래가 발표될 것이다.
켈리 넬슨이 그런 글을 SNS에 올리면서 이목이 확 집중됐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끼게 된 거고.
“음, 그런 거였군.”
할리우드에서 좋아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가십이었다.
듣고 있던 우리도 ‘오호? 오오?’ 하면서 흥미로워할 만한 이슈.
디안젤로 씨의 말마따나 신곡의 화제성 하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제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인이가 내 눈치를 흘긋 살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면 안 되겠죠?”
“대답해 줄 수 없을 것 같아. 켈리의 의사를 존중해 줘야 하니까.”
“그러네요.”
예인이가 납득하면서도 아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
“아, 어지간하면 저도 이런 데 관심 없는데 켈리 넬슨이다 보니까 좀 마음도 쓰이는 거 같고. 이걸 한국어로 오지랖이라고 하나?”
동생의 말에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유사하게 쓸 수 있는 표현 5가지를 알려 주었다.
그런 대화를 듣고 있을 때.
마침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켈리 넬슨이라는 가수가 이곳 현지에서 어떤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그런 게 궁금했으니까.
“켈리 넬슨이요? 음, 가사를 잘 써요. 노래 듣고 있다 보면 뭔가 내 얘기 같고 공감되거든요.”
“오.”
“노래만 따지면 헤일리 블루 같은 스타일도 좋거든요? 근데 헤일리 블루 노래는 그런 식이잖아요? 예를 들어서 남친이 바람 피운다 싶으면 헤일리는 아마 샷건을 들고 갈 테니까.”
“그쪽은 진짜 그럴 수 있어.”
샷건이 아니라 아마 전기톱을 들고 가지 않을까.
현재 헤일리의 남편이 스캔들 천국 할리우드에서 클린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부인에게 총을 맞을까 봐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정말 행동력 하나는 세계 제일인 헤일리였다.
인터넷에 헤일리를 치면 4번째 사진으로 나오는 게 파파라치와 몸싸움을 벌이다 사회 봉사 명령을 받고 길거리에서 집게로 쓰레기를 줍는 장면이었다.
하필이면 그게 미모 레전드 짤이어서 유명하다나.
“그런데 켈리 넬슨 쪽은 뭔가 좀 더 현실의 나 같은 느낌? 헤일리는 그 느낌이거든요. 아! 다 부숴버리고 싶다…!”
“그렇지.”
“그런데 실제로 그러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다 현실이랑 타협하면서 참고 사는 게 있는데, 켈리 넬슨 노래가 그래요. 엄청 예쁘기는 하지만 속마음 이야기를 보면 나랑 비슷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불합리하거나 기분이 상한 일을 겪을 때, 다 뒤엎는 상상을 하지만 대부분 속으로 삭이고 끝나지 않던가.
켈리 넬슨의 노래를 듣다 보면 자신과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모양이었다.
“뭔가 듣고 있다 보면 이거 내 얘기 같은데? 싶은 그런 거요.”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예인이가 말했다.
“그래서 만약 이번에 콜린 에반스 쪽이 바람이 난 거라면….”
“난 거라면…?”
“최고의 노래를 부탁드려요. 오빠. 진짜 내 남친이 저렇게 바람 났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어요.”
최고의 복수를 부탁하는 누군가의 말에 내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콜라보 작업을 하기 위해 만나기로 한 곳은 LA에 있는 켈리 넬슨의 아지트였다.
야자수가 자라고 있는 해변가에 위치한 집이었는데, 켈리 넬슨의 LA 집을 스튜디오 겸 아지트로 개조한 것 같았다.
「파파라치들이 정말 많네요.」
켈리 넬슨의 아지트 주변에는 대포 카메라를 든 파파라치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었다.
내가 차량에서 내리자 멀찍이서 셔터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써니! 이쪽이에요! 이쪽!」
「켈리 넬슨이랑 신곡 녹음을 하러 온 건가요? 무슨 곡이에요?」
친근하게 말을 거는 파파라치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마당으로 진입했다.
높다란 울타리를 통과하자 그제야 수많은 시선에서 해방됐다.
「헤이!」
반바지에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털보 남자가 내게 손을 흔들었다.
바베큐 그릴을 세팅하던 남자가 내게 악수를 청하며 자기를 소개했다.
「만나서 반가워. 맥이라고 해.」
켈리 넬슨의 기타리스트로 이따가 세션 녹음을 함께 할 인물이었다.
「반가워.」
「마침 잘 왔네. 널 위한 웰컴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거든. 켈리 기분이 오늘따라 꿀꿀하기도 하고.」
그 말을 하던 맥이 턱짓으로 집 안을 가리켰다.
「그녀는 안에 있어.」
「고마워.」
가볍게 목례하고는 선물 봉투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소파에 앉아서 조용히 클래식 기타의 현을 뜯고 있던 켈리 넬슨의 뒤통수가 보였다.
인기척을 내자 상대가 몸을 돌렸다.
반가워하는 영국식 영어가 들려온다.
「왔구나!」
「안녕.」
「앞에서 맥은 만났어? 바베큐 파티 준비하고 있을 텐데.」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선물 봉투를 내밀었다.
상대가 예의 바르게 선물 내용물을 살펴보고는 활짝 웃었다.
최근 어린 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 싱어송라이터의 인상이 어떠냐고 내게 묻는다면….
-모범생.
아마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실제로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학교 다니던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교외 활동도 열심히 했을 듯한 느낌.
토론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거나 첼로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자료 사진이 있을 법한 느낌의 인상이다.
성격도 차분한 편이어서 (물론 미국 기준으로 차분한) 대화할 때도 편안한 느낌이다.
쉽게 말해서 독특한 사람들로 가득한 연예계에서 흔치 않은 정상적인 범주에 들어가는 성격을 지닌 가수였다.
「그런데….」
내가 테이블에 놓인 꽃을 보며 말했다.
「저건 뭐야?」
「콜린이 보낸 거야.」
테이블에 놓인 꽃바구니 아래로 카드가 보였다.
[I’m Sorry – C. E.]나였으면 꽃을 받지 않고 다른 곳으로 치워 버렸을 것 같은데, 성격이 너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켈리가 꽃바구니를 들고 말했다.
「가자. 파티하러.」
「그런데 꽃은 왜…?」
대답 없이 마당으로 나선 켈리가 자신의 크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맥, 나 그 토치 좀.」
「그건 왜?」
바베큐 그릴 아래로 꽃바구니를 집어넣은 켈리가 토치를 들어서 꽃에다가 불을 붙였다.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불이 뿜어져 나왔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차분한 표정으로 후- 하고 숨을 내쉬는 켈리.
폭파되듯이 흩날리는 꽃잎들을 맥이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는 동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쪽도 그렇게 정상은 아니었군.